추석에 양말세트라도 사야 하는데…체불임금 노동자 18만명 한숨

“추석이 코앞인데 일하고도 돈을 못받으니 데리고 있는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볼 낯이 없어요”

SPP조선 사천조선소 선박 마무리공정에 투입된 물량팀장 A(32)씨는 1일 “추석을 어떻게 보낼지 앞이 캄캄하다”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를 비롯해 노동자 20여명은 지난달 23일 SPP조선 사천조선소 내에서 기성금(공정율에 따라 받는 공사대금) 2억원을 달라며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A 씨가 속한 물량팀을 포함한 9개 물량팀은 이 회사 사내하청업체 4곳과 계약을 맺고 폭염이 절정이던 7·8월 두달간 노동자 120여명을 선박건조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사내하청업체들은 추가로 비용이 들더라도 책임질테니 공정을 기한대로 잘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물량팀원들은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선박블록을 조립해 계약한 공정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업체들은 줄 돈이 없다며 물량팀이 투입한 비용에 2억원 모자란 기성금을 지급했습니다.

기성금을 받아야 물량팀 노동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월급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부족한 돈을 받지 못한채 지난달 29일 스스로 농성을 접었습니다. 업체들이 “돈 나올데가 없다. 지급한 기성금이 적더라도 알아서 나눠먹으라”며 막무가내로 버텼습니다. 여기에다 몇몇 노동자는 추가 일감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농성장을 이탈했기 때문입니다.

올 추석은 A 씨와 물량팀들에게 최악의 명절이 될 것 같습니다.

A 씨는 “고향가는 직원들에게 커피 한통이라도 쥐어주고 양말 선물세트라도 하나 들고 가게 해줘야 하는데 올해는 꿈도 못꾼다”며 “직원들한테 미안하고 저도 고향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체념했습니다. 그는 “물량팀은 직영-사내 하청-사외 하청으로 이어지는 조선소 작업라인의 끝자리를 차지하고 가장 험한 일을 하지만 위쪽(직영·사내외 하청)에서 쓰고 남는 돈이 마지막으로 우리(물량팀)한테 온다”며 “일은 일대로 해주고 돈을 못 받으니 속이 타들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물량팀장도 “”돈을 언제 받을 수 있냐”고 묻는 팀원들의 전화가 빗발친다”고 토로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은 거제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인 천일기업 노동자들은 지난달 17일부터 조선소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회사 대표가 7월말 갑자기 폐업과 회사 청산을 통보하면서 직원 260여명의 7월 임금 7억원, 퇴직금 20억원이 체불된 것입니다. 이들은 임금체불 혐의로 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고 탄원서를 넣었습니다. 추석을 코앞에 두고 임금을 받지 못해 속이 숯덩이가 된 노동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말까지 집계한 체불임금 규모는 전국적으로 18만4천명, 8천131억원에 달합니다.

조선산업이 밀집한 경남은 특별히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성동조선해양 등 대형조선소와 협력업체가 몰려있는 거제시·통영시·고성군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7월말까지 3개 시·군에서 노동자 5천666명이 임금 255억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노동자 수는 32.7%, 체불 규모는 27.5%나 늘어났습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STX조선해양·STX중공업이 있는 창원시 일대도 임금체불이 심각합니다.

고용노동부 창원지청 관할에서는 7월 말까지 노동자 5천482명이 270억원을 못 받았습니다. 진주시 등 서부경남 7개 시·군을 관할하는 진주지청 내에서는 1천530명이 59억원을 받아달라고 신고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추석을 2주 앞둔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체불임금청산 집중 지도 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습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에 조선업계 임금체불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정책홍보팀장은 “명절이 닥치자 기간을 정해 체불임금 청산에 나서는 것은 별로 실효성이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일상적으로 임금체불이 없도록 평소에 감독을 강화하는 등 사전예방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뉴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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