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잔 던진 손님, 女제자 추행한 교수…갑질 공화국 천태만상

갑의 횡포는 상식을 벗어나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경찰이 올해 하반기 우월직 지위를 악용한 이른바 “갑질 횡포”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 “뜨거운 커피잔 던지고·성추행·폭언”…갑질 백태

지난 10월 1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커피숍에서 일하는 A씨는 수치스럽고 무서운 일을 겪었습니다.

B씨 등 여성 손님 2명에게 야외 테이블을 안내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B씨 등은 “안내한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뜨거운 커피가 든 잔을 A씨에게 던졌습니다.

A씨는 손 등에 데어 전치 2주의 화상을 입었습니다. B씨 등은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강원도내 모 국립대 대학원생 C씨는 지난 9월 말 새벽 자신의 지도 교수인 D 교수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C씨는 논문지도 등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잠시 신고를 머뭇거렸습니다.

용기를 낸 C씨는 이튿날 교내 성폭력상담기관에 D교수를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교수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를 적용, D교수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최근 공동공갈 혐의로 B씨 등 30대 여성 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B씨 등은 지난해 6월 21일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11차례 부산 해운대구 모 백화점에서 몇 달씩 사용한 유아용 신발과 옷 등을 가져가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흠이 있다”며 직원에게 장시간 폭언하는 등 소란을 피워 새 제품으로 바꾸거나 환불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이런 식으로 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습니다.

불법하도급을 묵인해 주고 명절 떡값 등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부산 모 구청 전 토목계장(6급) K씨 등 2명도 최근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구에서 발주한 총사업비 8억5천원 상당의 교통안전 시범도시 사업과 관련해 수주 업체의 불법하도급을 묵인해 주거나 허위 노무비 청구 사실을 눈감아 주고 26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사비를 정산할 때 단가를 올려 주겠으니, 등산화를 사와라. 양주를 사와라. 식대를 계산하라”라는 등의 노골적인 갑질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성의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도 “갑의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달 중순 제주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G씨와 같은 과에 재직 중인 명예교수 L씨 등 2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2013년 3월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G씨는 학생이 받은 성적 장학금 300만원 전액을 개인계좌로 이체하도록 지시하는 등 1년간 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천200만원의 장학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전임 학과장이던 L씨도 같은 방법으로 2012년 장학금을 받은 학생 2명으로부터 600만원을 반납받아 임의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피해 학생들로부터 되돌려 받은 장학금을 다른 학생들에게 나눠주거나, 학과 행사 공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남의 한 지역농협 가공사업소 소장은 내규에도 없는 “업무능력 평가 내역”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직원 8명에게 회람시켜 능력이 최하위로 평가된 직원에게 망신을 줬습니다.

매장 화장실에 침을 뱉고 고함을 지르다 종업원이 불평하자 물건을 25차례 던져 2천560만원 상당의 피해를 낸 손님도 있었습니다.

한 40대는 지난달 말 충북 제천 시내 한 병원에서 입원한 여자친구의 건강 상태를 알려 달라며 소란을 피우다가 “손님이 왕인데, 의사 주제에 말이 많다”면서 의사를 때릴 것처럼 위협했다가 입건됐습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에도 경찰관에게 침을 뱉는 등 소란을 피웠습니다.

한 입주민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큰소리로 통화하다가 정숙할 것을 요구하는 경비원을 폭행했다가 처벌됐습니다.

◇ 경찰, 특별단속 벌여 7천600여명 검거

경찰청은 이처럼 사회 곳곳에 만연한 “갑질 횡포”에 대해 지난 9월부터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여 7천663명을 검거하고 288명을 구속했습니다.

유형별로는 콜센터나 매장 직원 등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고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 “블랙 컨슈머”(악성 소비자)가 3천352명(43.7%)으로 가장 비중이 컸습니다.

직장이나 거래 관계 등에서 약자를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전형적 갑질 불법행위자도 1천76명(25%)이나 검거됐습니다.

“계약 갱신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며 계약직 여직원을 성폭행한 팀장, 여행사 운영자가 가이드 직원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여직원을 성폭행한 사례 등 갑질 횡포는 성범죄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청업체 등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납품이나 사업 수주 대가 등으로 금품을 받은 이들은 610명(14.1%), 노동자 임금을 착취하거나 하청업체에 부당한 거래행위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이들도 347명(8%)에 달했습니다.

이 밖에 공무원이나 기초자치단체 의원 등이 연루된 권력·토착형 공직비리 324명(7.5%), 건설현장 등에서 금품을 갈취한 사이비 기자 142명(3.3%)도 있었습니다.

◇ 전문가 “뿌리 깊은 관존민비 인식이 갑을 문화로 이어져”

이런 갑을 문화에 대해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봤습니다. 관이 국민을 지배하는 문화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배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갑을 문화로 이어져 왔다고 본 것입니다.

강 교수는 “오직 현재에만 매몰되다 보면 부당하게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죄책감이나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 채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슬로건을 심리적 면죄부로 삼을 가능성이 크고 갑질을 당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며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체념의 지혜”를 터득한 나머지 모두 기존 질서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특별단속 결과 갑의 횡포는 끝없이 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누구든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갑질 횡포는 음성적으로 일어나는 만큼 내부자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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