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는 불황의 터널…위기의 울산 산업

산업수도 울산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이 모두 심각한 위기나 정체에 빠졌다. 불과 5년 전 달성한 “연간 수출 1천억 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은 머나먼 과거의 영광이 됐습니다.

더 걱정스러운 점은 새해에도 반등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극심한 부진이 바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2017년에 대한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우게 합니다.

3대 산업의 동반 부진과 여러 대외적 변수로 울산의 산업은 이전에 없었던 위기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딛고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기업의 역량, 이를 지원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모두 시험대에 섰습니다.

12월 수출과 수입 역시 비슷한 추세를 보여 울산의 흑자 폭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수출이 수입을 웃돌아 흑자가 쌓이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장사”를 잘했다는 성적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해석은 정반대로 달라졌습니다.

올해 11월까지 수출은 59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이상 감소했습니다.

12월 수출 실적이 호조를 보이더라도 연간 700억 달러는 사실상 어렵고, 650억 달러 안팎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울산의 연간 수출이 마지막으로 600억 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608억 달러 입니다.

2011년에는 1천15억 달러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2∼2014년에도 900억 달러 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729억 달러로 곤두박질쳤고, 올해는 더 뒷걸음질 쳐 7년 전 수준인 600억 달러대에 턱걸이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전체 수출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올해 1월부터∼11월까지 13.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13.8%였습니다.

울산의 수출액 비율은 2005년 15.9%를 기록한 이후 2014년까지 한 번도 15%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11월까지 지자체별 수출 순위도 울산은 경기 882억 달러와 충남 599억 달러에 이어 3위로 처져있습니다.

연간 수출 순위에서 울산은 2004∼2007년 4년 연속 2위를 차지했고, 2008∼2012년 5년 중 4년간 1위(2010년 2위)에 올랐습니다. 2013년부터 경기 1위-울산 2위 구도가 이어졌으나, 올해는 한 단계 더 내려앉아 “3위”의 성적표를 받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울산의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기형적 결과물인 셈입니다.

수출이 제자리걸음 또는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이 급락하면서 흑자 폭이 커지는 “불황형 흑자”의 전형입니다.

대규모 생산공장을 갖추고 원자재를 많이 수입해 그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 수출해야 할 제조업의 도시이자 대한민국의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수출은 1∼10월 10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감소했습니다. 석유화학제품도 61억 달러로 바닥을 쳤던 지난해보다 1.3% 더 떨어졌습니다.

수출단가 하락, 중국·중동의 설비 증대와 자급률 상승, 셰일가스 확대 등 대외적 요인에 국내 기업의 중복 투자, 범용제품 중심 사업전략 등이 겹치면서 부진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도 11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7.2% 감소했습니다. 주력 모델 노후화, 국외 공장 생산량 증가, 태풍과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등 악재가 중복된 결과입니다.

조선업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선박은 83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9.2% 줄었습니다. 탱커선과 화물선 등 인도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영향입니다.

5대 품목 중 자동차부품이 21억 달러로 유일하게 작년 대비 1.4% 증가했으나, 전체 수출액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극적 반전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2017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최근 월별 수출 감소세가 완화되고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요인이 있지만, 대외적 불안요소는 여전합니다.

우선 구조조정에 돌입한 조선업은 당장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자동차와 석유화학 산업은 새해 1월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입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이 현실화하면 자동차는 관세 인상과 수입규제 강화로, 석유화학은 원료 수출 차질로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BNK금융그룹 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2017년 동남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동남권 경제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주력산업별로 보면 조선업은 올해 수주량이 지난해 15% 수준에 불과해 생산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동차는 내수시장 부진, 중국 경기와 미국 수요 둔화 등으로 크게 개선되기 어렵고, 석유화학도 글로벌 수요 부진과 대외적 공급축소 요인 제거로 성장세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정석 무역협회 울산본부장은 27일 “국제유가 안정세 등으로 2017년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그동안 극심한 부진을 면하는 정도일 뿐 큰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준수,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리한 변수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자책 또는 남 탓을 하며 지금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위기를 부른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여러 노력을 쏟되,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또 다른 위기를 예방하는 경험적 자산으로 간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첫걸음으로 전문가들은 기존 범용제품에서 탈피해 경기 영향을 덜 받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의 자구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에쓰오일이 울산에 건설 중인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원유에서 가스·휘발유 등을 추출하고 남은 값싼 기름을 휘발유로 전환하는 시설)나 한화케미칼이 울산2공장에 PVC 기능을 향상한 고부가 염소화 PVC(CPVC)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2천200여억원을 들여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설비를 갖추는 것도 비슷한 예입니다.

정부나 지방정부도 기업의 분발만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울산시는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해 퇴직자들의 재취업이나 직업훈련을 지원하는 조선업희망센터 운영 등 다양한 종합대책 추진에 나섰습니다.

그밖에 3D프린팅 연구센터 구축, 조선·해양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한 산업 고도화,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동북아 오일허브 가속화 등 미래산업 발굴과 육성으로 산업수도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 합니다.

최진혁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장은 “근본적으로 연구개발을 강화해 시장환경 변화에 견딜 수 있는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신시장 개척 등 수출시장 다변화도 모색해야 한다”면서 “정부도 다양한 시장 정보 제공은 물론 한미 FTA 재협상 시 관세혜택 유지, 외환시장 안정 등의 지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도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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