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화재배 20년 이런 고비 처음…최대 화훼단지 시름

“국화재배만 20년이 넘었는데 지금처럼 힘들긴 처음입니다.”

국화의 꽃봉오리가 반 이상 벌어지며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최 씨의 표정은 이곳 화훼단지 내 600여 농가 주인들의 표정처럼 어두웠습니다.

최 씨 소유 2천600㎡ 규모의 비닐하우스 4개 동에는 지난해 8월 심은 국화가 빼곡히 피어있지만, 올해는 인건비나 제대로 건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지난해 9월 말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은 중국산 꽃의 대량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역 화훼농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지난해 10월 결혼 시즌에도 꽃을 찾는 사람들이 대폭 줄었고, 인사이동 등이 몰려있어 대목으로 불리는 연말연시에도 꽃 판매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 씨는 “화훼농협 조합장과 직원 경조사에도 김영란법이 무서워 화환을 안 보낸다고 하니 꽃 선물을 하는 관행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탄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 중도매인들이 구매량을 대폭 줄이면서 예년에는 7천 원에서 9천 원 사이 팔리던 국화 1단(20송이)이 10월 이후에는 4천5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20년간 국화재배를 해오고 있는 최씨가 가격이 높을 때는 1단에 1만5천 원까지 받은 적도 있다고 하니 가격이 얼마나 내려갔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 씨는 판매가격이 6천 원 이하면 인건비와 난방비 건지기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최 씨는 “하우스 온도를 국화가 생육하기 좋은 20도로 유지하려면 보름마다 기름 3천 리터가 든다”면서 “여기에 거름을 한번 줄 때마다 150만∼200만 원이 들고, 수확 철에는 인부 2∼3명도 고용해야 해 (6천 원 이하로 팔리면)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씨는 일부 농가는 이미 국화밭을 갈아엎고, 내년부터 토마토 재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 씨 등이 재배한 국화는 부산지역 공판장 3곳 중 1곳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되는데 이곳 공판장의 지난해 판매량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인용 부산경남화훼농협 공판장 경매팀장은 “국화, 거베라, 동양란이 가장 많은 타격을 받았다”면서 “국화는 판매량이 반 토막 났고, 거베라는 1단(10송이)에 5천∼6천 원에 팔리던 것이 지금은 1천∼2천 원으로 가격을 불러도 중도매인들이 사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소매 꽃집들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부산시청 옆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인건비를 아끼려고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냈다”면서 “하루 40만 원대였던 매출이 5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국화훼생산자협에 따르면 2015년 화훼업계 총매출액은 1조2천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지난해는 7천억 원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총매출액이 5천억 원도 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한국화훼생산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업계가 무너져도 이렇게 삽시간에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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