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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조폭실종사건, 진짜 폭력조직 사라지나?

{앵커:
한 주 동안의 취재 뒷이야기를
알아보는 취재수첩 시간입니다.

표중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재미있는 제목을 갖고 오셨네요. 조폭들의 실종이라…설마 조폭들이 진짜 실종된 사건은 아닐테고 무슨 이야기인가요?}

{리포트}

네 한때 영화에서 가장 만만한 소재가 조폭이었는데 어느 순간 경찰 수사에서나 현실에서 상당히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럼 실제로 조폭들, 그러니까 폭력조직, 범죄조직들이 사라져서 그런건가 라고 물으면 답은 예 그리고 아니오입니다.

무슨 얘기인가 하니 실제로 폭력조직들, 과거 칠성파부터 유태파, 20세기파 등 익숙했던 폭력조직들은
표면적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폭력조직이 사라진 거냐 라고 물으시면 그건 아닙니다.
좀 더 형태와 성격을 바꿔서 범죄조직으로 다른 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보는게 정확합니다.

이제 사람들이 더이상 유흥업소나
사창가 같은 어둠의 장소에 현금을
펑펑 쓰는 문화 자체가 사라지면서
조폭들도 점점 돈 벌기 힘든 밤골목 대신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앵커:이렇게 얘기를 꺼낸거 보니 최근 관련된 사건이 있었던거 아닌가 싶은데, 범죄조직들이 어디로 옮겨갔다는 거죠? }

네 이달초 천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에서 돈세탁한 일당이 검거됐는데 이들이 바로 기업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 즉 범죄조직의 하수인들이었습니다.

주범들은 이미 지난해 다 검거됐는데 해외에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천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고 이걸 또 국제적인 돈세탁 조직을 통해서 세탁한뒤 국내로 들고오는 수법을 썼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세탁한 돈으로 국내에서 대형 건물도 몇채 올리고 고급 차량에 유력 사업가 행세를 하고 다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바로 전형적인 범죄조직의 변신인 셈인데요, 이미 국적도 우리나라 국적 대신 다른 나라로 옮긴데다 전문적인 돈 세탁을 통해 경찰의 추징이나 몰수도 피하는 등 말 그대로 예전의 주먹 대신 전문화된 두뇌범죄를 벌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빼돌린 돈이 드러난게 1,189억원인데 몰수보전할 수 있었던건 20억원대에 불과했습니다. 그외에는 국내외에서 이미 흔적도 없이 빼돌린 거죠.

{앵커:네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조폭들이 큰 돈을 버는데 제대로 추징조차 못하다니 솔직히 화가 나네요.

그럼 예전 조폭들이 다 이렇게 변신한건가요?}

당연히 모두는 아닙니다. 하지만 큰 조직들이라고 부를만한 조폭들은 대부분 이렇게 변신해서 사라졌습니다.

대신 그 아래 과거에 조폭 추종세력이라고 불렸던 이들이 여전히 유흥가 곳곳에서 보호비도 뜯고 납품이나
인력제공 등에서 돈을 챙기는 양상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모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작아진데다 일단 경찰에 들키면 폭력이나 갈취, 협박 등은 처벌도 무거워지면서 점점 그 세력이 줄어들고 또 경기불황에 더 움츠러든게 사실입니다.

대신 돈이 되는 도박사이트나 다단계 사기 등의 범죄로 점점 더 이동하고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는 이런 범죄들에 대한 형량이 강력범죄보다 훨씬
가볍다는게 이런 변신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과거 조폭들 수사는 광역수사대나 형사들이 많이 뛴데 반해
요즘은 국제범죄수사대나 지능수사, 사이버 수사쪽이 오히려 더 많이 조폭들을 뒤쫓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그럼 모양만 바뀐, 조폭들의 지능범죄 시대로 온거 아닌가요? }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폭들을 더이상 조폭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가 또 문제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조폭 하면 두목이 있고 행동대장이 있고 그 아래 이른바 똘마니들을 데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범죄조직이 떠오르는데 이게 아예 사라져가는게 현실입니다.

돈 있으면 무조건 두목이고 의리보다는 한건당 돈 얼마씩 받고 뛰는 프리랜서 개념이 많은데다 더이상 유흥업소 등 밤거리를 휘어잡는 조폭문화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범죄 조직 자체가 과거처럼 계보가 그려지는 그런 시대가 아니라 이제 최근 나오는 금고털이 영화같은 곳에서 보듯 한탕을 위해 함께 움직이다가 성공하면 흩어지는 그런 이합집산형 범죄 팀이 되버린 것입니다.

그나마 도박이나 마약같은 범죄는 조금 조직이 남아있는데 이런 곳은 또 폭력과는 약간 연계성이 적다보니
결국 범죄조직은 있지만 폭력조직은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앵커:참 그것도 새로운 양상입니다. 그럼 이런 조폭들이 사라지면서 밤거리도 더 안전해졌겠네요?}

그것도 좀 의외의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랑이가 없는 산에는 늑대가 왕이라는 말처럼 조폭이 없으니 자기가 조폭이라며 나서는 범죄자들때문에 골치입니다.

부산에서는 이달초 안락연합회라는 조직이 적발됐는데 이게 뭔가하니 부산 안락동 일대에서 유흥업소에 이른바 도우미들을 공급하는 업자들이 결성한 조직이었습니다.

이들은 일단 노래방 등 유흥주점에 자기 도우미를 쓰라며 차량으로 카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위력을 과시하고 담뱃불로 위협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등 과거 전형적인 조폭의 행태를 보였습니다.

결국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적발돼서 전원 입건은 됐는데 이름에서 보듯 안락연합회, 그러니까 조폭도 아니고 추종세력도 아닌, 그냥 업주들끼리 뭉쳐 조폭처럼 굴긴했지만 사실상 잡범 수준인 셈입니다.

진짜 조폭이 점점 사라지다보니 아무나 모여서 우리가 조직이네 하고 주변상권에 행패를 부리거나 아니면 덩치크고 문신만 하면 아무데나 가서 내가 조폭입네 하고 상습 갈취를 하는 유사조폭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도 웃기 힘든 현실입니다.

{앵커:네 지금 조폭이 이렇게 빠르게 사라져가는 것도 경찰의 강력한 수사와 단속때문인만큼
이제 남은 이런 유사 조폭범죄에 대한 단속 역시 좀 더 세심하게 계속 추진해주길 기대해보겠습니다.

표기자 고생했습니다. }

표중규 기자
  • 표중규 기자
  • pyowill@kn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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