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동위원소 생산…부산, 의료산업 메카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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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유치

- 장안 방사선산단 4389억 투입
- 해발 80m에 조성 안전성 강화
- 해일 등 재난때 사고위험 최소화

# 관련 기업 집적화 등 기대

- 동위원소 전량 수입 의존 탈피
- 국내 자급자족·수출길도 열려
- 원자력연구원 분원 성장 효과도

# 남은 과제들

- 관련 기업 인근 산단 이전 대비
- 연구 인력 정주 여건 마련 등
- 내년 약 1000억 예산 확보 과제

부산 기장군에 수술용 신형 연구로를 짓는 사업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 승인으로 첫 삽을 뜬다. 여기에다 중입자가속기 암 치료 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관계 기관 협약도 체결돼 기장군이 국내 첨단 고부가가치 의료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오거돈 시장, 오규석 기장군수,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 윤상직 국회의원 등이 중입자가속기 구축 지원 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천신만고 끝 유치한 미래 먹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장기간 중단됐던 수출용 신형 연구로 착공을 올해 안에 추진해 2023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 사업에는 예산 4389억 원(국비 3989억, 지방비 400억 원)이 투입된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은 2010년 부산시와 기장군이 전국 9개 지자체와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과기부는 앞서 2014년 원안위에 건설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2016년께 건설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안위의 심사가 대폭 강화돼 관련 절차가 지연됐다. 이후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수출용 신형 연구로 건설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기장군 지역 주민이 연구로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진 안전성 조사와 평가가 이뤄졌고, 5년간 심사가 진행됐다.

이에 과기부와 시, 기장군은 사업의 답보 상황을 극복하려고 ‘합동 작전’에 나섰다. 과기부는 주민과 원안위를 상대로 연구로의 안전성을 증명하고 설명했다. 시와 기장군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지역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이 같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수출용 신형 연구로는 암 진단·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소형 원자로로, 기장군이 장안읍에 마련한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의 핵심 시설이다. 이 연구로는 원자력 발전소와는 건설의 목적과 규모에 차이가 있다. 열 출력은 발전용의 0.3%에 불과한데도 내진 설계 기준은 발전용 원자로에 적용되는 최신 기준인 0.3중력가속도(g)가 채택됐다.

건설 부지 역시 고리원전보다 8배 이상 높은 해발 80m의 고지대로 지정해 지진·해일 피해와 각종 재난을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 특성, 건설 위치, 잔열 제거 방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사고 위험이 없는 매우 안전한 원자로라고 평가받는다.

이번 건설 허가로 지금까지 수입에만 의존하던 방사성 동위원소를 자급하는 건 물론 동북아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와 기장군은 국내 유일의 동위원소 전용 생산 시설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시와 기장군은 동위원소의 특성상 반감기가 짧아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이 인근 산단 내로 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150여 명에 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고급 연구 인력도 부산으로 옮기게 돼, 연구로 시설이 앞으로 원자력연구원의 분원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기업 유치·정주 공간 마련 등 숙제
 

   
부산 기장군 중입자치료센터 전경. 김종진 기자

과기부는 연구로를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에 건립한다. 또 연구로가 생산할 방사성 동위원소의 상용화 연구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303억 원짜리 추가 사업을 진행한다. 남은 과제는 연구로 관련 기업을 기장군으로 유치하고, 연구 인력과 기업체 직원 등이 거주할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시는 “동위원소 반감기가 6일 정도로 짧아 기업 30여 곳이 쉽게 올 것 같다. 연구 인력과 기업체 직원의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장군은 “장안읍에 국내 최초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가 구축돼 작지만 강한 기업이 대거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장안택지개발 사업이 잘 진행되는 데다, 공공 부지도 확보해 정주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내년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빠른 준비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기장군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진행된 중입자가속기 치료 산업 관련 기관 협약식에서 오규석 가장군수는 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내년 사업 예산의 조기 확보를 위해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에 적립된 올해 사업 예산은 350억 원 정도로, 내년에는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입자치료센터의 지역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지난 10일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진행된 과기부, 시, 기장군, 서울대병원의 협약 후 서울대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지역 대학병원 4곳 등의 별도 상생 협약도 체결됐다. 중입자치료센터가 2023년 상용화되면 난치성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여 기장군이 의료산업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지역 대학병원 등은 앞으로 중입자치료센터 도입과 관련해 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한다. 

시 관계자는 “소위원회 구성은 중입자가속기 치료 사업에서 지역 병원이 소외되는 일을 막으려는 조처”라며 “지역 인재 채용, 업체 참여 등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장군은 중입자치료센터가 지역 체류형 암 치료 산업의 핵심 축이 되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특히 치료센터를 통해 지역 주민이 혜택을 받는 방안을 연구할 예정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지역 병원의 기술력을 키워 방사선 암 치료 산업에서 소외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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