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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부산서만 105대 스톱…공사 현장 26곳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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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만 받으면 조종… 위험 노출
-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하라”
- 양대노총 전국서 고공 점거농성
- 안전 빌미 기득권 지키기 지적도

- “소형 크레인 더 위험 근거 없어”
- 국토부 비상대책반 수용 불가
- 아파트 공사 줄줄이 지연 불가피

우리나라 양대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 소속한 타워크레인 노조가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4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공동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일부 건설 현장에는 전날부터 타워크레인에 노동자들이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아파트같이 타워크레인이 필요한 대부분 공사 현장에서 업무가 마비됐다.

■아파트 공사장 업무 마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알리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경찰청은 이날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하는 지역 공사 현장은 26곳이라고 밝혔다. 이곳에 설치된 105대의 타워크레인 가운데 73대에 노동자들이 올라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이 점거하지 않은 타워크레인 32대도 양대 노총 노조의 반발로 가동하지 못했다. 강서구 명지동 한 공사 현장에는 16대 타워크레인 중 10대에 노동자들이 농성하려고 올라갔다. 수영구 광안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가동 중이던 크레인 4대에도 노동자들이 올라가 가동을 멈췄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에는 약 60곳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공사하고 현장마다 평균 3, 4대의 타워크레인을 쓴다. 이번 파업으로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을 점거하지 않은 공사 현장도 업무가 멈췄다. 부산시에 등록된 타워크레인 조종 면허 개수는 일반 타워크레인 면허가 777개, 소형 타워크레인 면허가 890개다.

부산 동구 북항재개발지역에 짓는 초고층 건물도 타워크레인 2대의 작동이 멈추면서 다른 작업도 모두 중단됐다. 이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를 비노조원으로 교체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 공사장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이 없으면 기본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 아예 공사장 자체가 마비된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동시 파업에 들어간 4일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멈춰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타워크레인 작동이 멈추면서 공사를 주관하는 원청뿐만 아니라 공사에 함께 참여한 하도급 업체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영도구 봉래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철근 설치 작업을 맡은 지역 전문건설업체도 피해가 크다. 이곳도 타워크레인 4대가 있지만, 노동자들이 점거하면서 가동을 멈췄다. 이 업체는 공사 재개 가능성에 인력을 절반 현장에 남겨뒀다. 하지만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다. 업체 관계자는 “파업 기간이 짧으면 괜찮지만 길어지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피해를 놓고 책임 소재도 원청과 하청이 다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건설사는 정해진 공사 기간 내 준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파업으로 중단된 공사 분량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하고 급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안전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형 크레인, 안전사고 노출”
 

   

전날 오후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연합노련)도 보도자료를 내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과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임금 7% 인상과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부산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소형 타워크레인 탓에 1년6개월간 일이 없어 노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생겼다. 국토교통부가 소형 타워크레인을 승인하는 산하기관을 만들어 국토부 퇴직자를 보내고 있다.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소형 타워크레인은 20시간의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조종할 수 있고 높이와 작업 반경 같은 규제도 없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안전사고에 노출되지만, 건설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소형 타워크레인을 선호하고 국토부는 수수방관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에 대응해 비상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다만 국토부는 노조가 임금 인상과 함께 요구하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 금지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업자의 소형·대형 선택 여부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고 소형 타워크레인을 운전하는 조종사도 노조에만 가입돼 있지 않을 뿐 근로자인 만큼 일자리를 함부로 뺏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교육만 이수하면 운전할 수 있는 소형 타워크레인이 위험하고 사고도 잦다는 노조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최근 5년간 일반(3t 이상) 타워크레인과 소형(3t 미만)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비율은 7 대 3으로, 운영되는 크레인 수 비율과 같다고 밝혔다. 최근 6개월 내 검사를 받은 타워크레인은 3565대인데 소형은 이 중 33%인 1171대다.

이승륜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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