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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제외’ 임박…한국 기업, 수입 건마다 허가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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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업, 日 정부에 서약서 등 제출
- 日 입맛따라 허가 지연·불허 횡포 우려

- 한국, WTO서 “日 국제법 위반” 강조
- 일본 “안보상 이유 수출 관리” 되풀이만
- 1 대 1 대화 제안 회피… 日 민낯 드러내
- 미국 등 회원국 침묵해 지지 유도 ‘한계’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일반 이사회에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WTO 규범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합의문 등에 위배된다”며 국제사회를 상대로 여론전을 펼쳤다. 하지만 일본 조처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WTO 회원국의 호응 발언이 나오지 않아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다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고위급 대화 요구를 또 거절했다는 점에서 ‘화이트(백색) 국가 한국 제외’ 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지난 24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참가해 일본 수출 규제 조처의 문제점과 국제 사회에 미칠 폐해를 설명하기 전 고심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의 기자간담회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포함 WTO 회원국 ‘침묵’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WTO 일반 이사회에서 우리 측 수석 대표인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WTO 16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일본 수출 규제 조처의 문제점과 국제 사회에 미칠 폐해 등을 설명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실장은 일본의 조처가 WTO 규범 등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회원국에게 알렸다. 또 “정치적인 목적에서 세계 무역을 교란하는 (일본 정부의) 행위는 WTO 기반의 다자무역 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실장은 일본 조처의 부당성을 뒷받침하는 법리나 근거를 일일이 대기보다 일본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데 더 무게를 뒀다. 우리 정부가 ‘WTO 제소’를 실제로 단행했을 때 일본이 방어 논리로 활용하거나 미리 준비할 시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일본 측 대표로 참석한 이하라 준이치 주제네바 일본 대표부 대사는 “이번 조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판결과 무관하며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일본 측은 김 실장이 현장에서 제안한 고위급 1 대 1 대화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대화 거부는 자신들이 한 행위를 직면할 용기도, 확신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의 문제점을 법리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대화를 거부하는 일본의 민낯을 국제 사회에 드러내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한일 양국의 파견 인사가 공방을 벌이는 동안 WTO 다른 회원국은 해당 안건에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중재에 나서거나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둔 의견을 피력할 가능성이 거론됐던 미국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백색국가 제외 강행 수순
 

   

한일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은 데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 대화 요구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백색 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 개정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 개정과 관련한 일본 내 의견 수렴은 지난 24일 끝났다. 일본 정부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조만간 각의(국무회의)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면 첨단 소재, 전자, 통신 등 전략 물자를 포함해 군사용으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일본 내 1100여 개 품목은 대한국 수출에 앞서 자국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산업부 산하 전략물자관리원은 25일 “일본산 전략 물자 등을 수입하려는 한국 기업도 서약서와 함께 사업 내용 명세 등을 (일본 정부에) 상세하게 제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일이 알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넘어 일본 정부가 자의적 판단에 따라 허가 기간을 지연하거나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대한국 수출을 불허하는 상황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산업부는 아시아·태평양 주요국을 대상으로 오는 26~31일 중국에서 개최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서도 일본 수출 규제 조처의 부당성을 알리기로 했다. 미국의 지지를 끌어내고자 현지를 방문 중인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25일(현지시간)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과 IT(정보기술) 업체를 차례로 만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조처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IT 공급 체계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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