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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급한 소상공인, 새벽부터 장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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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하도 없어서 매출이 반 토막이 아니라 10분의 1토막이 났어요. 문 닫기 일보 직전입니다. 오늘은 벌써 접수가 다 끝났다니 헛걸음했네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가 시작된 25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소상공인진흥공단 부산남부센터를 찾은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대출 상담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5일 오후 2시께 부산 해운대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60대 손모 씨는 수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부산동부센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옮겼다.

소진공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1000만 원 이하 직접대출’을 시범 운영한다. 소진공은 소상공인에게 담보 기관을 통하는 대리대출을 해왔는데, 신청 후 대출금을 받기까지 2, 3달이 걸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급히 제도를 보완했다.

소상공인 직접 대출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전국 62개 소진공 지역센터에서 1000만 원을 신속 대출해주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저신용 소상공인 가운데 연체와 세금 미납이 없는 경우다. 신청일 기준 5일 이내에 바로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접수가 시작된 이날 소진공 부산본부와 북부·남부·동부센터는 이른 아침부터 ‘절박한’소상공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부산동부센터 관계자는 “센터 문을 열기 전인 오전 6시부터 1㎞ 가까이 줄을 늘어설 정도였다”고 말했다.

부산동부센터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생계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광안리에서 4년째 미용실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종일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 단골손님한테 전화해도 ‘코로나 끝나면 나중에 가겠다’고 하더라.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했다. 광안리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60대 남성은 “매출이 없어 직원이 2명인데 월급도 못 주고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날 부산남부센터를 찾은 윤모(58) 씨는 “지난해 퇴직하고 퇴직금을 털어서 치킨집을 열었다. 이제 좀 자리를 잡아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이 사태가 빨리 끝날 것 같지 않은데, 급하니까 대출이라도 받지만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시범 운영 첫날이다 보니 구비서류나 자격 조건 등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소상공인이 많아 현장에서 혼선이 벌어졌다. 동부센터 관계자는 “대출 관련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왔다가 돌아간 사람이 400명은 된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진공 지역센터는 온종일 빠른 대출을 원하는 소상공인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번호표가 마감됐다”고 설명하고 구비서류를 반복해서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정부 말이 순 거짓말 아닙니까. 바로 대출된다더니, 서류도 간결하다면서 이래 복잡한데 무슨…. 뉴스하고 하나도 안 맞네.” 60대 남성이 목소리를 높이자 센터 관계자는 “평소에는 더 많았는데 엄청 간소화된 것이다”고 달랬다.

“언제부터 접수할 수 있어요?” “신용 2등급인데 어디로 가야 되나요?” 센터 직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자신을 둘러싸고 쏟아지는 수십 명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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