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잃은 자,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질병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설이 있습니다. 제9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이기도 한데요.
지영의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 오늘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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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구하려다 총에 맞은 인도계 미국인 ‘수키’! 오십일 만에 깨어나 처음 내뱉은 말은 ‘머리 아파’였습니다.
영어는 잃고 오로지 한국어만 구사하게 된 증상에, 의과학계는 ‘수키증후군’이란 질병명을 탄생시키는데요.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로 생계를 이어던 그는 미국과 한국, 인도 어느 나라에서도 정체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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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만 할줄 아는 당신이 갑자기 ‘낫 놓고 기역 자도 몰랐던’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면 어떨까요?
이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소설은 가상의 병 ‘수키증후군’ 과 관련된 인터뷰와 기사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사고 뒤 다른 환경에 놓이는 설정은 낯설지 않지만 그것이 ‘말’이란 점,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고든 점을 높이 샀습니다.
오늘의 책이었습니다.

- 박정은 구성작가
- jep@kn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