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어선 돌고래호 사고 원인, 먼 길 돌아 결국 제자리

낚시어선 돌고래호 사고 원인, 먼 길 돌아 결국 제자리

18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전복사고 원인은 스크루에 감긴 밧줄 때문에 방향타가 고장 났고, 방향조절을 할 수 없어 당황한 선장이 엔진을 끈 상태에서 갑작스레 높아진 파도를 맞았기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9월 5일 돌고래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사고원인 조사를 한 끝에 해경이 내린 잠정 결론이지만 사고 초기에 제기됐던 가능성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사고원인 수사와 함께 사고 발생부터 실종자 수색에 이르기까지 해경의 미흡한 대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 전화통 붙들고 23분간 골든타임 낭비
사고 당시 해경의 사고대비 태세와 초기 대응 과정의 허점은 여전히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돌고래호에서 이상신호가 처음 감지된 시점은 9월 5일 오후 7시 38분께입니다.

돌고래호와 같은 시각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상추자)을 출항한 돌고래1호(5.16t·해남 선적) 선장 정모(41)씨는 만만치 않은 해상 상황에 뱃머리를 돌리며 돌고래호 선장 김모(46)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잠깐만”이라는 다급한 한마디 말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습니다.

추자항에 도착한 돌고래1호 선장 정씨는 8시께 추자항 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하며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을 흘렸습니다.

해경은 정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당시 해경은 연락 두절에 대한 정식 신고를 한 것은 아니었고 추자도 주변에 난청 지역이 있어 휴대전화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악천후 상황에서 연락이 두절된 낚시어선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했는데도 위기 상황을 외면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정 선장은 입항신고를 한 뒤 출장소를 나와 계속 돌고래호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역시 연락이 닿지 않자 최초 이상징후 감지 한 시간 뒤인 오후 8시 40분께 동료 선장 등과 함께 해경을 찾아 “(돌고래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으로 신고했습니다.

추자안전센터는 정씨로부터 첫 신고를 받은 후 23분이 지난 오후 9시 3분께 해경 상황센터에 구두로 첫 사고 보고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승선원 명부에는 있으나 실제로 돌고래호에 탑승하지 않은 돌고래호 선장의 지인 A씨가 “돌고래호를 타고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거짓진술을 해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해경은 즉각 상황보고를 하지 않은 채 나머지 돌고래호 승선자들에게 계속 통화를 시도하는 등 귀중한 골든타임을 낭비했습니다.

승선자들과 연락이 안 되고 선박의 위치신호마저 사라진 상황에서 재난을 직감했어야 했음에도 상부 보고가 늦어진 셈입니다.

또 확인된 내용이 불충분하고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추자안전센터에서 우선 신고를 전달하고 확인 작업과 함께 출동준비를 동시에 진행했더라면 초기대응이 더 빨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 밤낮없는 집중수색…표류예측 허점 노출
해경은 지난 9월 21일 일몰 시각(6시 33분)을 기준으로 돌고래호 전복사고 실종자 집중수색을 마무리했습니다.

돌고래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만 16일간 해경은 해군과 공군,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등과 함께 해상과 육상,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밤낮없이 실종자 수색 작전을 펼쳤습니다.

실종자 집중수색에는 해경함정·해군함정·관공선·어선 등 하루평균 30∼80여 척의 함정과 선박이 동원됐다. 제주도 본섬과 추자도, 진도군 조도 해안 일대 수색을 위해 민·관·군 700∼900여 명이 매일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본격적인 수색작업이 이뤄진 9월 6일부터 집중수색이 마무리될 때까지 동원된 수색인력만 누적인원 1만1천여명에 이르며 동원된 함선은 1천200여척, 항공기는 130여대에 달했습니다.

해경의 수색작업을 통해 돌고래호 승선 인원 21명 중 3명은 구조됐고 15명은 숨진 채 발견됐으며 나머지 3명은 여전히 실종된 상태입니다.

망망대해에서 생존자와 사망자 등 18명을 구조·발견하기도 했으나 일각에서는 해경의 미흡한 실종자 수색작전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돌고래호 실종자의 실제 발견 위치와 해경이 그토록 믿었던 표류예측시스템의 예측 위치간 오차가 최대 69.5㎞에 달하는 등 수색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해경이 표류예측시스템을 맹신한 나머지 엉뚱한 곳을 수색하는 동안 실종자의 시신은 추자도 주변 해역 곳곳으로 흩어져 수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난 9월 6∼14일에 발견된 돌고래호 실종자의 실제 발견위치와 표류예측시스템의 예측 위치간 오차는 적게는 9.5㎞에서 최대 69.5㎞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9월 하순 국정감사에서도 표류예측시스템의 예측성공률이 40%에도 못미친다는 지적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해경은 또 실종자의 수중 표류 가능성에 대비해 저인망어선 16척을 일주일간 밤낮없이 투입했으나 수산 자원을 고갈시키고 생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일부 어민의 원성만 산 채 성과 없이 저인망어선을 수색에서 제외하기도 했습니다.”

◇ 사고 원인 수사, 먼 길 돌아 결국 제자리
애초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원인을 놓고 배가 무언가에 부딪히거나 기상 악화로 인한 너울, 양식장 물속 밧줄 등에 스크루가 걸렸을 가능성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선체 상태로 볼 때 일단 충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돌고래호의 바닥 부분을 현장에서 육안으로 확인한 해경은 충돌하거나 긁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고 직후 생존자들로부터 “배가 양식장 밧줄 같은 것에 걸려 엔진이 정지되면서 전복됐다”라거나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난 후 배가 기울었다”는 진술이 나오며 스크루에 밧줄 등에 걸려 전복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물속 밧줄이 스크루에 감기면서 배에 충격이 가해져 배가 뒤집히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이었습니다.

이 경우 스크루 부분에 밧줄 일부가 엉겨 남아있거나 스크루 주변이 밧줄에 쓸린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지만, 해경은 브리핑에서 이런 흔적은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해경은 “배가 작은 그물이나 밧줄에 엉켜서 스크루에 감기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이때 간혹 흔적이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해경은 엔진이 꺼진 경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습니다.

비바람이 강하게 불고 파도가 높게 치는 상황에서 돌연 엔진이 꺼져 배가 추진력을 잃으면 표류하는 과정에서 너울이 쳐 전복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컸습니다.

해경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안전기술공단, 해양안전심판원,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합동 감식반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9월 17∼18일 돌고래호 선체를 감식했습니다.

감식반은 사고 당시 엔진의 온도나 압력 등이 기록되는 전자제어모듈(ECM)의 상태와 돌고래호의 선체 구조 변경이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국과수의 감식결과 엔진은 아무런 문제 없이 깨끗했다. 또 선체를 불법 개조한 흔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경은 사고 당시 돌고래호 선미 바닥 쪽에 있는 방향타 지지대 부분이 밧줄에 의해 떨어져 나가면서 조타 기능이 고장 나자 선장 김씨가 엔진을 멈춘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배가 동력을 잃어가던 중 파도를 맞아 뒤집힌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습니다.

확실하게 사고원인이 밝혀졌다기보다 엔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밧줄에 의한 스크루 걸림 등 외부 요인으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결국 두달 넘긴 사고 원인 수사 끝에 처음 제기된 사고원인 가능성으로 귀결이 난 것입니다.

관계기관 간 일정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체감식이 늦어지고 엉뚱한 엔진 이상 등에 사고 원인 수사를 허비한 해경의 수사력에도 허점이 드러났습니다.
[KNN SNS]돌고래호 사고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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