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사무직 퇴직자 눈물, 낮엔 등산, 밤엔 대리운전

출근 시간, 어깨가 축 늘어진 50대 초반 A씨가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직장 반대 방향에 있는 울산 동구의 야산으로 향했습니다.

A씨는 아내에게 퇴직했다는 말을 아직 못했다. 그는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는 현대중공업에서 사무직 과장으로 일하다가 최근 희망퇴직했습니다.

40대 후반의 사무직 과장이었던 B씨는 퇴직 후 생계가 막막해 대리운전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녀 셋을 둔 그는 “고향에 가서 농사지을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 귀농은 포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직에 비해 생산직 퇴직자는 그나마 여유가 있습니다. 재취업이 사무직보다는 쉽기 때문입니다.

생산직 기감(부장급)으로 일하다 희망퇴직한 50대 중반의 C씨는 베테랑 용접사여서 정부에서 주는 6개월 치 실업급여를 받으며, 차츰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가 다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일부 조선소나 석유화학 플랜트 업종에 자신과 같은 고급 용접 기술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사무직은 근무할 때도 생산직에 비하면 “푸대접”을 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생산직은 노조의 우산 아래서 회사에 다녔지만, 사무직은 최근에야 노조를 설립했거나 결성할 움직임을 보입니다.

사무직은 상당수 생산직보다 빨리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일하지만 과장급 이상은 연봉계약제로 전환돼 초과근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생산직은 정시 출근하고, 야간에 일한 만큼 수당을 받았습니다.

희망퇴직을 신청할 때에도 사무직은 “타의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생산직은 “자의적”인 면도 있다고 퇴직자들은 전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5월에 과장급 이상 직원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습니다.

희망퇴직 위로금은 약정임금 40개월 치, 고등학교와 대학생 자녀 학자금 선지급 등이었습니다.

퇴직 후 일자리 찾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생산직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신청서를 냈습니다.

사무직은 신청자 수가 일정 기준에 모자라 일부 부서는 인사고과 평점을 제시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험악했다는 후문입니다.

생산직 희망퇴직자 김모씨는 “회사를 떠나야 할지 말지 망설였지만,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 지금 나가지 않으면 위로금이나 퇴직금을 더 적게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며 “간부급 생산직 근로자들은 기술이 있어 욕심을 덜 내면 퇴직 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직 퇴직 근로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회사의 재취업 지원센터를 찾지만 이마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취업 지원센터를 설립하지만 교육프로그램이 퇴직 후 생활설계, 창업과 재취업 방법, 자격증 소개, 심리 상담, 건강, 재무 등 기술교육과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 생애설계지원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창업과 재취업 지원, 미래설계 등 총 40시간의 과정을 정규직 퇴직자를 대상으로 운영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소재지 관할 울산 동구청은 내년 2월에 퇴직자지원센터를 엽니다.

이 센터는 당초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를 위한 시설로 계획했으나 최근 현대중공업이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하자 이 회사 원하청 퇴직 근로자, 일반 기업 근로자까지 확대해 교육할 예정입니다. 교육 내용이 기술이 아니라 생애설계, 재취업, 창업 상담 등이어서 퇴직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미지수입니다.

국비로 운영되는 한국 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의 실업자 기술 과정은 이들 센터보다 체계를 잘 갖췄습니다.

국비 지원을 받아 무료로 용접·전기·기계설계 등 전문 기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는 무료 지원 과정이 2∼3개월이면 끝난다는 점입니다. 사무직 퇴직자가 단기간 배운 기술로 재취업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박광일 학장은 “2∼3개월 익힌 기술로 제2의 인생을 꾸려가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6개월이나 1년 이상의 기술지원 과정을 이수해야 재취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학장은 “퇴직 근로자가 어떤 교육을 받고 기술을 습득하길 원하는지 조사해 퇴직 근로자 맞춤형 과정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사무직 근로자는 재직 시 은퇴 후 인생설계를 준비하고 퇴직 후에는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뉴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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