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죽은 300년 당산나무…구청·조합 '네 탓'
<앵커>
조선 영조 때부터 300년 가까이 부산의 한 동네를 지켜온 당산나무가 말라 죽었습니다.
재개발 과정에서 옮겨 심은 뒤 고사한 건데, 관할 구청과 재개발 조합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하영광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푸르러야 할 소나무가 바싹 마른채 앙상한 가지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껍질도 많은 부분이 벗겨졌습니다.
지난해 12월 고사판정을 받은 부산 거제동의 당산나무 입니다.
조선 영조 시절부터 3백년 가량 마을의 수호신처럼 여겨져 온 나무로, 연제구 유일의 보호수였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건축 과정에서 몇십 미터 가량을 옮겨 심은 지 1년여 만에 고사한 것입니다.
이은상/인근 주민 "천재지변도 300년 동안 다 버텨오고 다 지나온 역사적인 가치가 뛰어난 나무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고사해버리니까 정말 슬프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300년 가까이 마을을 지켜온 당산나무가 허무하게 말라 죽은 가운데, 주민들은 보호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이식한 지 한 달만에 나무가 시드는 것이 확연히 보였지만 관할 구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김영진/인근주민 "(이식) 직후부터 바로 시들시들하기 시작하더니, 1년 지난 직후에는 절반 정도가 고사했더라고요. 철저한 관리를 부탁드린다고 보냈는데, 구청에서는 관리 소관이 조합이라고 떠넘겼고, 조합에서는 통상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답변만 왔거든요."
연제구청은 당시 보호수의 관리권이 아파트 건축 재개발 조합에 넘어간 상태라 조합에 유지 관리를 요구했었다며, 책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아파트 재개발 조합은 단순히 나무가 오래 돼서 죽은 것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보호수의 훼손 여부 등을 매년 점검하도록 규정한 법령과 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구청과 조합이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3백년 역사를 품은 당산나무가 허무하게 고사했습니다.
KNN 하영광입니다.
하영광
2026.10.23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