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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탁의 삐大Hi] 창원 도청이면 어떻고 '부산특별도'면 어때?

행정통합의 찬성 여론 53.6%, 이제는 ‘대승적 결단’으로 응답할 때다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가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53.6%의 찬성률은 2년 전의 냉담했던 분위기를 뒤엎는 수치다. 이는 시도민들이 통합을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소멸의 위기 앞에 선 지역의 '마지막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메가시티는 가장 먼저 치고 나갔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부울경이 주춤하는 사이 충청권과 호남권은 이미 통합 특별법 발의와 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다. 남부권의 중심축인 부산·경남이 자칫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은 현실이 되었다. 중앙정부 역시 파격적인 특례와 재정 지원을 약속하며 행정통합을 핵심 국정 과제로 밀어주고 있다. 이제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동력까지 확보한 만큼, 논의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디테일의 함정’과 정치적 셈법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곧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실행 단계로 들어가면 매우 까다로운 ‘디테일의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상향식(Bottom-up) 통합은 정당성을 주지만, 자칫 지지부진한 논의로 이어져 다른 메가시티와의 경쟁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이 있다. 당장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단체장 자리가 축소되는 것에 대한 유력 후보들의 정치적 셈법, 그리고 교육행정체계의 전면적 개편 등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실질적 자치권의 확보, 껍데기만 합치는 것이 아니라 중앙으로부터 재정자립권과 조세 특례 등 ‘알맹이’를 얼마나 가져오느냐가 통합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대전충남이나 광주전남 또 대구경북과 달리 부산과 경남은 또다른 걸림돌이 있다. 대전은 충남의 중심이란 인식이 확고하고 광주와 대구는 지리적으로 전남과 경북의 정중앙에 있기 때문에 통합을 하더라도 그 거부감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은 다르다. 이미 분가를 한지 오래됐고 무엇보다도 부산의 위치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도 난관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복잡한 난제들을 돌파할 유일한 열쇠는 결국 상호 양보와 결단에 있다. 특히 통합 지자체의 명칭과 청사 소재지는 지역 간 자존심이 걸린 가장 예민한 지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명칭’과 ‘소재지’의 전략적 교환을 제안한다. 예컨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진 ‘부산특별도'로 이름을 정해 글로벌 투자 유치의 발판을 마련하되, 행정의 실질적 거점인 ‘통합도청사’는 창원에 두는 방식이다. 명칭에서 양보를 얻었다면 실익은 상대에게 넘겨주는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름은 미래를 향한 브랜드로, 청사는 균형 발전을 위한 내실로" 삼는 대승적 결단이야말로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반대도 가능하다 어느 한쪽이 반대를 한다면 이름은 '경남특별도'에 도청사는 부산으로 하는 것도 무방하다. 부산 경남은 타지역과는 달리 또 울산이라는 또다른 난관도 있다. 아니면 아예 새로운 상상을 할 수도 있다. 신라특별도나 가야특별도는 어떨까? 통합청사는 새롭게 양산쯤은 또 어떨까? 지역별로 정치적 야심과 주도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야 지역이 산다. 행정통합은 목적지가 아니라, 지역 소멸을 막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이제 ‘할 것인가’의 논의를 넘어, 시도민에게 구체적인 로드맵과 실익을 제시하는‘특단의 결단'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하나를 내주고 둘을 얻는 양보의 정치를 기대한다. 명칭이나 청사 위치 같은 상징적 문제로 대업을 그르친다면, 그것은 역사의 흐름을 막는 죄가 될 것이다. 부산과 경남이 보여줄 상생의 이정표가 대한민국 균형 발전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종탁
2026.01.06 18:40

[부산경남 DNA] 주전은 흔들리고, 백업은 치고 나왔다…롯데 야수진 2025시즌의 두 얼굴

롯데 자이언츠의 2025시즌 야수진은 ‘주전의 부진, 백업의 돌풍’이라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기대를 모았던 핵심 자원들이 동반 하락세를 보인 반면, 시즌 초 계획에 없던 백업 선수들이 팀을 떠받치며 역설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2025년 시즌 롯데 내야진의 기대가 컸다. 손호영이 2024시즌 18홈런을 기록하며 20홈런을 노렸지만, 타율은 2할5푼대로 급락했고 홈런 수도 크게 줄었다. 시즌 중반에는 주전 자리까지 위협받았고, 외야 전향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나승엽은 1루수 고정과 함께 ‘타율 3할·20홈런’이 목표였으나, 실제 성적은 타율 2할2푼대, 홈런 11개에 그쳤다.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뚜렷한 반등 구간 없이 기복이 반복됐고, 중심 타선 1루수로서의 존재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승엽/사진=롯데자이언츠
나승엽/사진=롯데자이언츠
고승민은 타율 2할7푼대로 타율은 유지했지만, 장타력이 급감했다. 홈런 수는 작년 14개에서 4개로 줄었고, 특히 8~9월 팀이 12연패에 빠졌던 시기에 타격 부진이 겹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승욱은 24시즌 주전 유격수였으나, 25시즌에는 부상은 없었지만 전민재와 한태양의 약진에 밀려 출전 경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반면 시즌의 가장 큰 수확은 백업 자원들의 성장이다. 전민재는 시즌 초반 타율 3할8푼대까지 치솟으며 돌풍을 일으켰고,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팀 내야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한태양은 군 복귀 후 타격이 눈에 띄게 성장해 타율 2할8푼대를 기록했고, 유격수와 2루수는 물론 1번 타자로도 기용되며 다재다능함을 증명했다. 김민성은 예상으로 100경기 가까이 출전하며 타율 2할3푼대를 기록했고, 3루 수비와 대타 역할에서 아주 큰 기여를 했다. 주전의 부진 속에서도 내야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다. 한태양/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한태양/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포수진에서는 아쉬움이 더 컸다. 유강남의 부진은 정말 뼈아픈것이었다. 타율은 작년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였으나 장타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주전 포수임에도 소화 이닝은 641.1이닝에 그쳐 KBO리그 주전 포수 중 최하위였다. 수비와 경기 운영에서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대신 손성빈, 정보근, 박재엽 등 젊은 포수들이 기회를 얻으며 가능성을 드러냈다. 손성빈은 50경기에서 189.1이닝을 소화한 손성빈은 정확한 2루 송구 능력을 뽐내며 롯데 안방의 차세대 주인으로서 가능성을 증명했으며 박재엽은 과감한 타격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39.7이닝 동안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정보근 등 젊은 포수진의 성장은 이번 시즌의 몇 안 되는 위안거리였습니다 손성빈/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손성빈/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외야에서는 레이예스가 여전히 독보적이었다. 2년 연속 전 경기 출전, 타율 3할5푼1리, 안타 200개 돌파, 득점권 타율 3할8푼1리로 팀 타선의 확실한 중심축 역할을 했다. 윤동희는 타율 2할8푼대, 홈런 9개, 타점 53개로 준수했지만 기대치에는 못 미쳤고, 황성빈은 손가락 부상 여파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레이예스/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레이예스/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이 틈을 파고든 장두성은 중견수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황성빈의 공백을 메우며 근성 있는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동혁 역시 93경기에 출전하며 백업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노장 전준우는 114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를 기록했고, 득점권 타율 3할5푼대로 여전히 팀 최고 수준의 클러치 능력을 유지했다. 장두성/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장두성/사진=롯데자이언츠제공
종합하면 롯데 야수진은 백업 선수들의 약진으로 뎁스는 분명히 강화됐다. 그러나 주전 내야수들의 부진, 포수진의 불안, 외야 장타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8월까지 3위를 지키다 급락해 7위로 시즌을 마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확실한 주전의 부재와 경기의 분위기를 뒤집을 장타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백업의 분전만으로는 가을야구 문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는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였다. 롯데팬들의 아쉬움 속에서도 팀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2026 시즌 반등의 가능성을 충분히 남겼다.
옥현주
2026.01.05 09:36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부산 안락동의 주택가를 한참 들어가다 보면 평범한 주택인 것 같은데, 다시 보면 주택은 분명히 아닌, 독특한 외양의 건물이 눈에 띈다. 저녁 시간이라 회청색으로 보이는 외관은 단순하면서도 견고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듯 하지만 입구에서 담으로, 또 투명하게 내부가 비치는 대문으로 자신을 엿보이며 소통을 차단하지는 않는 묘한 균형을 보여주었다. 갤러리 ‘하우스 오브 알파(House of Ahlhah, A hand looking for a hand-손을 찾는 손이라는 의미라는 설명을 듣기 전에는 그저 alpha로 생각했다)’에 전시된 이현승 공예가의 작품은 바로 이 건물의 느낌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그리고 작품 뿐 아니라 작가도 묘하게 닮아있었다. 기자 제가 방금 작품들을 좀 보고 왔는데 굉장히 겉보기에는 묵직해 보이던데 실제로 들어보니까 굉장히 가볍네요. 재료를 뭘로 하셨길래 저렇게 나오는 거죠? 이현승 공예가 (이하 이현승) 저게 건칠이라는 작업인데 기본이 되는 재료는 삼베에요. 그 위에 옻을 여러 번 바르고, 말리고, 다시 바르고… 그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형태를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무겁고 단단한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베와 옻칠의 덩어리라고 할까요. 제가 대학 때 처음 옻칠을 접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반복적인 작업이 이상하게 잘 맞았어요. 겉으로 보면 단조로워 보일 수도 있는데,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형태가 스스로 자리를 잡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방식에 오래 머물게 됐고,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는 아예 옻칠 작업에 집중하게 됐죠. (웃음) 기자 아니, 목칠이나 도자를 전공으로 하셨는데 왜 갑자기 옻칠 쪽으로 방향을 트셨죠? 이현승 옻칠 작품은 제작 과정이 갈고 닦고 갈고 닦고 하면서 아주 지루한 작업일 수도 있는데 그 지루한 작업이 저한테 적성에 딱 맞았어요. 제가 지구력이라 해야되나 그런 것들이 조금 다른 사람들보다는 있는 편인지 끈질기게 이걸 어떻게 해서든지 완성해야 된다라는 그런 성격이 있더라구요. 갈고 닦고를 반복 하는게 굉장히 지루한 작업이지만 그 작업 속에서 마침내 결과물이 생기잖아요. 그 결과물을 보게 되면 엄청난 진짜 보상이 주어지는 느낌, 그 결과에 대한 성취감 그것이 이제 또 저한테는 매력으로 다가와서 옻칠작업을 40년째 계속하게 된 것 같아요. 기자 그렇군요. 그런데 예술의 측면이 아닌 실용의 측면에서, 옻칠을 한 가구나 물품의 장점이 정확히 뭔가요? 예전에 항균작용 같은건 본것 같긴 한데... 이현승 말씀하신 대로, 무엇보다 정말 항균성이 최고입니다. (하하). 제가 여름철에 옻칠 밥그릇에 밥을 담아 뚜껑을 덮어두곤 하는데, 여름에도 밥이 잘 쉬지 않더라구요. 어떤 분들은 옻칠한 그릇에 술을 담아 마시면 맛이 부드러워진다고 하시기도 했어요. 또 하나는 강도입니다. 천연 도료 가운데서는 굉장히 단단한 편이에요. 실제로 이 공간을 리모델링할 때 계단이나 테이블, 마루까지 모두 옻칠로 마감했는데, 인테리어 전문가분이 만져보시더니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고 놀라시더라고요. 화학 도료는 손가락으로 누르면 표면이 쑥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옻칠은 표면이 굉장히 견고하다고 했어요. 또, 습기나 곰팡이에도 강해서, 오래 쓰는 생활용품으로는 정말 매력적인 재료라고 생각해요. 하우스 오브 알파 내부 인테리어 사진
하우스 오브 알파 내부 인테리어 사진
기자 저는 사실 안에 있는 작품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작가님은 옻칠작가라는 말 대신 ‘공예가’라는 표현에 상당히 자부심을 갖고 계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은 공예가다 나는 공예가다 이렇게 하시게 된 어떤 계기나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어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이 있으신건가요? 이현승 저는 기본적으로 공예가라는 말이 더 편해요. 회화적인 작업도 하긴 하지만, 그 안에도 늘 공예적인 감각이 함께 들어가 있거든요. 어릴 때부터 평면보다는 손으로 만지고 형태를 만드는 일을 더 좋아했어요. 진정한 공예는 ‘용(用)’과 ‘미(美)’ 두 가지가 다 갖추어져야 진정한 공예라고 보통 이야기하는데, 저는 작업을 하면서 그 속에서 ‘용’, 즉 쓰임새는 물론이고 거기에 ‘미’를 더 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와 의욕을 느낍니다. 회화나 다른 예술영역은 그냥 보는 것 자체가 용이 될 수도 있지만, 공예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같이 부대끼면서 쓸 수 있어야 용의 의미를 완성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고 그게 좋았어요. 누구나 부담 없이 쓰고, 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요. 그런 걸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는 공예가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자 근데 아까 그 작품들, 건칠 기법으로 만드신 이런 그릇 같은건 방금 말씀하신 대로 실용적인 그릇이나 뭐 이런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은 그 안에서 공예가로서의 어떤 다른 형태의, 발전 아니면 전환 이런 걸 추구하고 계신건가요? 이현승 전환이라기보다는 예술이 공예부터 시작되었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령, (원시 인류가) 뭔가 물을 먹어야 하는데 물을 먹을 그릇이 없잖아요. 제일 처음에는 손으로 먹었겠지만 결국에는 뭔가 용기가 있어야 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토기도 만들었을 거고, 그러다 보면서 형태도 발전하고 기술도 발전하면서 공예가 된 거라고 봐요 . 사실 어떤 때는 저도 두 마음이 있는 거죠. 어떤 때는 그냥 아름다운 것, ‘미’를 주로 추구하기도 하는데 또 어떤 때는 ‘용’적인 것도 해보고 싶고, 마음속에 두 가지 욕심이 다 있어서 그런 작품들이 나오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하) 나전기법을 사용한 건칠 작품 사진
나전기법을 사용한 건칠 작품 사진
기자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작가님 작품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전통적인 옻칠 공예와는 상당히 달라보이거든요. 특히 이 발우 같은 것도 재해석하셨다고 되어 있고... 이런 재해석은 기존 전통 공예와는 좀 결이 다른데 그렇게 기존 전통에서 벗어나셨다 떨어져 나왔다 라고 스스로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이현승 음... 저는 사실은 기존 전통 공예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예는 어쨌든 그 기존 공예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이 이렇게 발전해서 여기까지 온 거라고 생각 해요. 그래서 저는 전통을 무시하기 보다는 전통 속에서 제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나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하) 제가 요즘도 박물관이나 이런 데 잘 가거든요. 가서 보면 유물들이 너무 멋져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은 어떻게 보면 옛날의 그 방법을 그냥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럴 때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해요. 내가 열심히 작업하고 또 내 나름대로 구상해서 작업을 했는데, 막상 박물관에 가 보면 이미 그런 작품이 있으니까 그럴 때는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 전통 속에서 저 스스로도 ‘나의 것’을 찾고 싶고, 또 현대의 사람들이 뭔가 좋아하는 그런 걸 만들고 좋아하게끔 하고 싶어서, 그래서 제가 그런 것들을 위해 발전을 해나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그런 발전을 위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건칠기법의 발우나 찻잔 같은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 기법 자체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법 아닙니까? 그러면 그 외에 혹시 건칠 외에 좀 새롭게 기법상의 어떤 도전도 그럼 해보실 것 같은데....? 이현승 저는 일본 도쿄예술대학에서 유학을 했는데 사실 거기는 전통의 권위가 굉장히 강하거든요. 일본이 아무래도 조금 그런데, 그 속에서도 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었어요. 제가 어떻게 보면 좀 건방진 생각인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들이 어쩌면 구태의연한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웃음). 그래서 저기서 재료라든지 이런걸 조금만 발전시키면 또 다른 칠공예가 나올 것 같는데 왜 저 사람들은 맨날 저걸 답습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좀 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재료적인 측면에서 좀 다시 한 번 다가가야 되겠다라는 생각에서 인도네시아에서 나는 사이잘(sisal)이라는 천연섬유를 사용하게 됐어요. 제가 건칠 기법을 계속 연구하는 과정에서 석고 모형을 뜨게 됐어요. 석고형을 뜨기 위해 석고틀을 튼튼하게 하는 재료로 일본에서는 사이잘을 많이 썼는데 저는 그 재료를 딱 보는 순간 ‘어.. 이거 뭔가 되겠다’ 라는 생각에서 틈틈이 나름대로 실험을 해봤어요. 근데 ‘이거 되겠다’ 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가서 새로운 장을 한번 열어봐야지 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게 됐어요 그게 한 1995년 정도 였던거 같아요. 사이잘 작품 사진
사이잘 작품 사진
기자 그러면 그때부터 30년을 계속 사이잘로 작업하신거에요? 이현승 아 아니에요. 사이잘 작업은 유학 마치고 한국 돌아오자마자 한 작업이에요. 그러면서 간간이 생각날 때마다 그 형태라든지 방식이라든지 이런 걸 생각하면서 다시 작업을 하기도 하고 또다른 작업을 하는 식으로 이어갔지요. 사실 사이잘로 작업을 하고 난 뒤에 한동안은 ‘가죽’을 가지고 또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가죽에 옻칠을 하는 작업을 칠피(漆皮)라고 해요. 칠피 작업을 할 때는 그것에 심취해 다양한 디자인의 브로치를 다량으로 만들어낼 때도 있었구요. 그 재료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는 이런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저건 저게 재미있겠다 하면서 작업을 다양화시키는 것인데 어떤 때는 나무로도 하고 그런 식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연구를 해요. 실을 활용한 작업도 해왔어요. 면실을 계속 감아가며 형태를 만들면, 시간이 지나면서 단단하게 굳어 하나의 구조가 됩니다. 그런 방식으로 발우 같은 형태를 만들기도 했죠. 또 종이를 재료로 삼아 작업하기도 하는데, 이걸 ‘지태(紙胎)’라고 불러요. 말 그대로 종이가 형태의 바탕이 되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재료마다 가진 성질을 살피면서, 제가 하고싶은 작업에 대입해보고 있습니다. 발우 작품 사진
발우 작품 사진
기자 작가님은 굉장히 지금도 작업이 정말 재미가 있으신가봐요. 지금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는데 너무 재미있어 하신다는 게 막 느껴져요. 이현승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아요. 솔직히 말하면, 옻칠공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요. 기법이나 재료, 형태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업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저는 옻칠공예만큼은, 죽을 때까지 해도 다 해보지 못할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러면 요즈음 꽂히신 작업이나 재료는 어떤건가요? 이현승 요즘에는 벽면에 작은 조각처럼 나뉜 작업들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요. 작업을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게 남겨지는 흔적들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저 과정의 일부였던 것들이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흥미로운 표정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것들을 조금씩 다듬고 배열하다 보면, 어떤 것은 풍경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인물의 인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의도와 우연 사이에서 생겨나는 이런 결과들이 재미있어서, 요즘은 그 가능성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옻칠 천 작품 사진
옻칠 천 작품 사진
기자 근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예술성과 실용성이라고 해야되나 생산성, 정말 공예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이거 균형을 맞추기가 되게 어려울 것 같아요. 요즘은 어떻게 맞추고 계십니까? 이현승 요즘은 예술기획사 알파콜렉티브와 함께,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예품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업들이 벌써 2~3년이 되었고, 지금은 ‘크래프트 나비’라는 브랜드로 제품화해 판매하고 있어요. 제품화 작업은 혼자 할 때도 있지만, 제자들이나 여러 장인분들과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나전칠기나 자개 가구를 오래 다뤄오신 장인분들이 아직 현장에 계시거든요. 연세는 제법 있으시지만, 손의 감각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섬세합니다. 제품은 수량이 많잖아요. 그런 정교한 자개 작업까지 혼자 다 해내기는 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늘 자문을 구하고 함께 의논하면서 작업을 진행해요. 제 디자인을 바탕으로 자개가 자연스럽게 포인트가 되도록 조율하고, 전통 기법의 우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방식이죠. 그런 협업 과정에서 저 역시 많이 배우고, 작업의 깊이도 더해진다고 느껴요! 자개 작품 사진
자개 작품 사진
기자 그러면 앞으로 새로 내가 이거 해보고 싶다 이런 건 생각하고 있는게 있으신가요? 2026년 계획이라든지 아니면 앞으로 내가 앞으로 10년은 내가 이거 해보겠다 이런 거? 이현승 저는 이제 다시 평면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벽면 작업이라면 이제 벽걸이식으로 되는 거예요. 보고 계신 작품은 건칠이지만 약간 부조적인 느낌도 나거든요. 근데 이제 아예 판넬 작업이라든지 캔버스처럼. 이런 식으로 회화적인 방향으로 하면서도 공예적인 것도 할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고 또 감상하시는 분들도 그런 작품을 선호하는거 같아요. 건칠 평면작업 사진
건칠 평면작업 사진
기자 선호한다는 게 주로 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 취향을 말씀하실텐데 주로 어떤 분들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를 들어 나이대가 좀 더 다양해지고 있다든지 아니면 젊은 친구들도 관심이 있다든지 이런 변화가 좀 있을 것 같아요. 이현승 음... 솔직히 이게 공이 많이 들기 때문에 고가예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젊은이들이 제품을 사고 싶어도 어떤 때는 못 살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그걸 넘기 위해 생각해서 한 게 이제 크래프트 나비에서 생산하는 것들, 그리고 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저건 나만의 것을 갖고 싶다 하는 젊은이들이 그런 작품들을 구매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컵이라든지 진짜 쓸 수 있는, 플레이팅도마나, 머그컵, 에스프레소잔, 수저 세트 등을 생산하고 있는거에요. 젊은 층들을 위한 옻칠의 변신인 셈이죠.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예를 들어, 이 플레이팅 도마 같은 경우도 양면으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인데 우리나라 전통 떡살 문양을 넣은거에요. 떡살 문양 중 한 부분, 나비하고 포도인데 부귀영화를 상징하기 때문에 포인트로 이 자개문양을 붙이고 옻칠을 한 뒤에 마감하는 나전기법으로 새롭게 만들어 젊은 층들의 취향을 끌어들이는거죠.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크래프트 나비 상품 사진
기자 그게 옻칠공예에 대한 저변을 더 확산시키기 위한 방향이기도 하겠네요? 이현승 그렇죠. 사실 제가 대학에서 강의를 한 30여년 했는데, 사실.. 공예를 하는 학생들이 솔직히 말씀드리면 돈이랑 잘 연결 되지는 못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결혼하고 살다 보면 다 손을 놓게 되더라고요. 그게 참 안타까웠는데, 요즘은 의외로 K-컬처 라고 해서 이런 전통문양, 전통공예들이 다시 뜨기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저에게 문의도 예전보다 많이 와요. 그래서 이제는 일반인 상대로 강의를 해서 전통공예가 가진 문화로서의 가치를 좀 더 알리면, 사회적인 인식도 좀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보통 보면 젊은이보다는 이제 퇴직하신 분들, 적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과 함께 작업하면 또 제가 모르는 분야를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고요. 예를 들어 이번에 이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옻칠을 접목시키고 전통공예를 활용하는 방식을 시도해봤는데 너무 느낌이 좋고 다들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인테리어쪽으로도 확장시켜봐도 좋을것 같고... 2026년도 쉴 틈이 없이 바쁠 것 같아요 (하하) 마치 10대 아이들이 걸그룹이나 게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저도 모르게 들떠서 홍조를 띠며 어디서 저렇게 열정이 솟아날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쏟아낼 때가 있다. 벌써 30년이상,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옻칠작업에만 전념해왔다는데 아직도 옻칠에 대해서는 말이 끊길 틈이 없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다는 이현승 작가를 보면서 가끔은 매너리즘에 빠지고 또 가끔은 생각하는 대로 사는것보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편하지, 좋은게 좋은거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 나 자신을 조금은 반성하게 되었다. 지난한 시간을 쌓아야하는 건칠기법으로 자신의 예술을 한겹씩 쌓아가지만 나는 예술가보다는 공예가다 라고 이야기하는 그 자부심이 어쩌면 그런 시간들이 쌓아올린 또 하나의 건칠작품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무거울 듯 가벼운 옻칠 찻잔에 하우스 오브 알파의 밤을 담아 기울였다. 이현승 작가 프로필 사진
이현승 작가 프로필 사진
표중규
2026.01.05 09:01

[부산경남 DNA] 롯데 자이언츠, 2025시즌 투수진 선발 실패 속 불펜 헌신만 남았다

롯데 자이언츠의 2025시즌은 선발진 실패가 성적 하락으로 직결된 전형적인 사례였다. 외국인 투수 운용 실패와 국내 선발진 붕괴가 겹치며 롯데는 리그 7위에 머물렀고, 수치로 드러난 투수 성적은 시즌 내내 이어진 불안을 그대로 보여줬다. 외국인 투수는 시즌 시작부터 흔들렸다. 반즈는 시즌 초반 부진과 어깨 문제로 교체됐고 대체 외국인으로 데려온 감보아는 7승 8패를 기록했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2.11, WHIP 1.15로 호투했지만 후반기 들어 WHIP 1.48, 피안타율 0.250, 평균자책점은 4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풀타임 선발 경험 부족과 팔꿈치 통증이 후반기 성적 급락의 원인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외국인 데이비슨은 시즌 10승을 올렸지만 포스트시즌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되며 교체됐다. WAR 기준 팀 내 선발 1위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압도하지 못하는 구위가 한계로 작용했다. 이에다른 교체 후임 벨라스케스는 기대 이하의 투구로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가 오히려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국내 선발진의 중심이 돼야 했던 박세웅은 시즌 11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점대 후반에 머물렀다. 전반기 8승을 올렸으나 5월 이후 급격히 무너졌고, 6월 평균자책점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 소화 이닝도 전년보다 13이닝 줄었다. 토종 에이스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었다. 박세웅/사진=롯데자이언츠
박세웅/사진=롯데자이언츠
김진욱은 시즌 초 선발로 3차례 연속 등판했으나 점차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졌고, 결국 6월 이후 불펜 전환과 1군 말소를 반복하다 8월 한 차례 등판 후 팔꿈치 문제로 선발 로테이션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이런 완전히 붕괴된 선발진을 실질적으로 떠받친 건 이민석과 나균안이었다. 이민석은 20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5점대를 기록했지만, 5월 5일부터 대체 선발로 합류해 한 번도 로테이션을 이탈하지 않았다. 평균 구속 150.2㎞까지 회복하며 토미존 수술 이후 경쟁력을 증명했다. 나균안은 26차례 선발 등판하며 후반기 평균자책점 3점대를 기록, 시즌 후반 안정감을 보였다. 나균안/사진=롯데자이언츠
나균안/사진=롯데자이언츠
불펜진은 선발 붕괴의 여파 속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 마무리 김원중은 4승 3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후반기 멀티 이닝까지 소화했다. 정철원과 박진은 시즌 초반부터 혹사에 가까운 등판을 이어갔고, 박진은 선발·롱맨·필승조를 오가며 46경기 이상을 소화했다. 최준용은 5월 17일 복귀해 구위 회복과 함께 불펜 안정에 기여했다. 박진/사진=롯데자이언츠
박진/사진=롯데자이언츠
구승민은 11경기 등판에 그치며 부상으로 이탈했고, 김강현은 팀 내 불펜 최다 이닝과 멀티 이닝 소화를 기록했다. 좌완 정현수는 47.2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 투피치 투수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정현수/사진=롯데자이언츠
정현수/사진=롯데자이언츠
그리고 이번 시즌 롯데 팬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소식은 단연 윤성빈의 부활입니다. 윤성빈은 직구 평균 구속 155km/h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압도했습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등판하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시즌 후반기에는 필승조로 안착하며 2026시즌 롯데 마운드의 핵심 전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윤성빈/사진=롯데자이언츠
윤성빈/사진=롯데자이언츠
결론적으로 종합하면 선발진은 합격점을 받을 수 없고, 외국인 투수 운용은 분명 실패했다. 불펜은 일부 불안감을 드러내었으나 그들의 책임은 완수했다. 롯데가 2026시즌 반등을 노린다면 해법은 분명하다. 즉각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발 자원 보강과, 특정 투수에게 부담이 쏠리지 않는 투수 운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헌신만으로는 더 이상 순위를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을 2025시즌이 분명히 보여줬다.
옥현주
2025.12.31 11:35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 "수도권 부동산 챙기기...GB 해제까지?"

정부가 서울시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의 일부 해제를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추진 이유는 새 아파트를 지어 주택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부동산 안정 정책이다. 서울 주택이 그렇게 모자란가. 서울에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 605㎢의 24.6% 정도에 해당한다. 빌딩숲에 둘러싸인 도시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도심의 외곽을 아직 상당한 면적의 녹지가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 면적의 약 4분의 1 정도 규모로 남아 있는 그린벨트는 이제 서울시의 숨통을 열어주기 위해서도 남겨 놓아야 할 명분이 크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고 아파트의 신규 공급을 추진하려는 정부는 결국 그린벨트 해제를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형상 높낮이 차이가 큰 산지의 경우 아파트 개발이 쉽지 않은 만큼, 대부분 산지인 강북권 대신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가 주로 논의되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서울의 아파트 신규 공급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추진됐었다. 당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됐던 곳은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 일원, 노원구의 태릉골프장이나 육군사관학교 부지, 또 가까운 태릉선수촌 일대였다. 이를 위해 국토부가 논의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합의를 얻지 못했고 그린벨트 해제와 아파트 건설 모두 중단됐다. 세곡동은 2012년이미 한 차례 그린벨트가 해제된 바 있고 서울시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논의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지역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떨까?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12월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4.6%, 찬성한다는 응답은 33.8%였다.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보다 20.8%포인트 높았다. 반대 의견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과 충청*세종으로 응답자의 64.8%였으며, 서울의 응답자는 54.3%가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런 응답 비율은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도권에 아파트를 더 짓겠다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위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 대상, 무선 100% 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 5.2%, 표본오차 ±3.1%P(95%신뢰수준)였다. 더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가 곧바로 아파트 건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그린벨트가 해제된 서초구 서리풀2지구의 경우, 11월 24일 열린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관련 공청회가 주민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그린벨트는 해제됐지만 아파트 건설은 안 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리풀2지구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 생략을 공고하고 토지 보상 관련 현장 용역에 착수할 뜻을 밝혔으나, 이번에는 서울시의회가 서초구 서리풀 지구 재개발계획에서 ‘서리풀2지구’를 제외하는 방안을 12월 23일 의결했다. 그린벨트부터 해제한 국토부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소 익숙해진 통계로 가 보자. 서울과 인천, 경기를 아우르는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 국토의 11.8%, 이 면적 안에 전체 인구의 51%가 살고 있다. 전 국토의 10분의 1 면적에 전체 인구의 약 절반이 밀집해 사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뻔히 아는 역대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아파트를 몇 만 채씩 더 지으려 애를 쓰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를 다소 확대 해석해 보면 이러한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이보다 반대하는 이가 훨씬 많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은 변함이 없다.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자료사진
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 자료사진
‘주택난 해소’를 위한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는 국민들의 주택난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서울시와 앞으로 서울로 계속 유입될 것을 추정한 인구의 주택난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 역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의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다. 지역 부동산 가격은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관심도 없는 것인가. 말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서울의 남은 허파를 잘라 내 아파트 숲을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자기모순적인 정책이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가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공급의 역설'이다. 수도권에 양질의 주거지가 계속 공급된다는 신호는 비수도권 인구에게 ‘결국 정답은 서울’이라는 확신만 심어줄 뿐이다. 전국의 청년 세대들이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상황에서,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많은 이들이 몰려가는 무한반복을 유지시키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시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국의 인구와 자본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을 가속화하면서 지방 소멸을 앞당길 것이다. 정부 정책의 근간이 바뀌지 않으면 비수도권의 대도시들 역시 지방 소멸을 피하기 어렵다. 비수도권 대도시에 이미 구축된 도로와 학교, 상하수도 등 각종 공공 인프라는 인구의 감소로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런 공공 인프라를 두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새로운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적인 예산 낭비이자 심각한 자원 배분의 왜곡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녹지 훼손이 아니라 비수도권 도시의 도심 재생과 주거 환경 조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수도권으로 인구를 유입시킬 정책이 시급하다. 도심 속 녹지 지구, 자료사진
도심 속 녹지 지구, 자료사진
또, 전국 각 지역이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 심각한 기후 변화와 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의 흡수원 역할을 하는 그린벨트는 이제 더 늘려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눈앞의 서울시와 수도권의 주택난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자원을 현 세대가 미리 끌어다 소진하는 이른바 ‘환경적 부채’의 전가이다. 국가 정책에는 신호가 따른다.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신호를 뜻한다. 부동산 정책의 일환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은 현 정부 역시 수도권 집중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서울과 수도권의 팽창을 그대로 두면서 지방 소멸의 가속화에는 눈 감겠다는 신호이자, ‘균형 발전’과 ‘지방 분권’에 역행하는 신호다. 인구와 자본, 인프라가 넘치는 서울과 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 계속 해야겠나.
길재섭
2025.12.29 13:42

추종탁의 [삐大Hi] - 해수부 단 6개월만에 이전! 우리는 왜 30년을 돌아왔나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심장부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 1996년 ‘바다의 날’ 선포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탄생한 해양수산부가, 서른 살 청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고향인 부산 바다 앞에 짐을 풀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명운을 걸고 던졌던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담론이 드디어 행정적 실체로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 당연한 귀결을 마주하는 감회는 개운함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해양수산부의 탄생은 ‘해양 강국’을 향한 국가적 의지의 집약체였다.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여러 부처에 파편화되어 있던 해양·항만·수산 업무를 통합하며 해양수산부를 신설했다. 이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를 한 단계 격상시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국가 비전으로 천명했다. 바다를 단순히 자원의 보고가 아닌, 대륙과 해양을 잇는 물류와 금융의 허브로 보았던 혜안이었다. 하지만 그 찬란했던 비전은 서울 중심주의라는 견고한 성벽에 막혀 지난 30년간 ‘반쪽짜리 구호’에 머물러야 했다. 놀라운 것은 속도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단 6개월 만에 해양수산부 부처 전체의 이전이 전격적으로 단행된 사실은 우리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이토록 쉬운 일이었던가. 대통령의 의지와 집권층의 결단만 있다면 반년도 채 걸리지 않을 일이 왜 지난 30년 동안은 ‘검토’와 ‘용역’, 그리고 ‘시기상조’와 '포퓰리즘'이라는 변명과 비난 속에 갇혀 있었느냐는 말이다. 이 지독한 지체의 배후에는 수도권 중심주의라는 거대한 기득권과 이를 비호하는 자칭 메이저 신문인 서울지방 신문들의 왜곡된 논조가 자리 잡고 있다. 소위 '중앙지'라 불리는 서울 지역 신문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향해 '고추 말리는 공항', '매표 공항'이라는 자극적인 딱지를 붙이며 지역의 절박함을 비하해왔다. 그들은 수도권의 철도 연장이나 신도시 건설에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지역의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에는 '포퓰리즘'과 '경제성 부족'이라는 가혹한 매질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세종시로의 완전한 수도 이전은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에 갇혀 있고, 대법원의 대구 이전이나 헌법재판소의 광주 이전 같은 사법 기관의 분산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뒤에는 "서울이 아니면 수준이 떨어진다"는 서울 중심주의 세력의 오만한 선동이 숨어 있다. 그러나 해수부라는 부처 하나가 부산에 들어섰다고 해서 ‘해양수도’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서울 중심주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 기능의 이동은 시작일 뿐이며, 진정한 해양수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결단이 이어져야 한다. 첫째, 해양 금융 기관의 완전한 이전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포함한 금융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돈과 사람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행정 부처 이전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둘째, 가덕도 신공항의 차질 없는 조기 개항이다. 서울 언론의 방해 공작을 뚫고 해상-철도-항공이 결합된 '트라이포트' 물류 허브를 완성해야만 부산은 비로소 세계적인 해양 거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실질적인 해양 자치권의 확보다. 부산항만공사(BPA) 운영권을 포함한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여, 현장의 목소리가 곧 정책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은 단지 한 부처의 지역이전의 성공모델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공고했던 서울 중심주의 세력의 논리와 힘을 완전하게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해수부 부산 이전의 6개월은 ‘의지가 있으면 길은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제 더 이상 서울 중심주의 세력들이 쏟아내는 기득권적 논리에 휘둘려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집권층은 이번 결단이 반짝 이벤트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부산을 넘어 대구, 광주, 세종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국토 균형 발전의 물꼬를 터야 한다. 30년의 지체 보상금은 오직 ‘완전한 지방 시대’의 실현으로만 갚을 수 있다.
추종탁
2025.12.23 19:30

[부산경남 DNA] 예술이 머무른 자리에서 사람의 향기를 되짚다. - 우주를 逍遙하는 토끼· 작가 김남진

대학원 시절 그리스 철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소요학파(逍遙學派)였다. 대체로 공부는 플라톤이나 루크레티우스여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많이 논하지는 않았지만 거닐며 노닌다는 그 단어, ‘소요’라는 말이 가지는 향기가 너무 좋아 항상 소요학파를 깊이 있게 기억하게 됐다. 그런데 이런 향기로운 산책을 우주에서 하는 그림이 실제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것도 사람이 아닌 토끼가. 이런 놀라움은 이런 발칙한 그림을 그린 독특한 상상력의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또 한번 더 커졌다. 기자 : 사실은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젊고 톡톡 튀는 작가의 작품일거다라고 생각했는데 김 작가님 실례지만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김남진 작가(이하 김남진) : 하하, 제가 아직은 60대입니다(김남진 작가는 정확히 59년생, 그러니까 돼지띠인 67세였다.) 기자 : 아 실례했습니다. 이 토끼가 사실은 너무 어리고 톡톡 튀는 것 같아서 당연히 굉장히 젊은 작가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래 김작가님은 계속 토끼를, 이렇게 젊은 토끼, 어린 토끼를 그려오신 건가요? 김남진 : 그건 아닙니다. 제가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왔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진지하고 조금은 사색적인, 묵직한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이 토끼 캐릭터는 30년 전, 제가 30대 중반쯤에 우연히 귀 끝이 뭉툭하고 팔다리 길이가 거의 같은 이 캐릭터가 나와서 한 7점 정도 제작했습니다. 당시 제일 큰 게 한 50호 하나 하고 소품들이 한 6개 정도 해서 7점이면 그렇게 많지는 않았죠. 김남진, 무제, 32.5x16.5x5cm, 나무 위에 혼합재료, 1996
김남진, 무제, 32.5x16.5x5cm, 나무 위에 혼합재료, 1996
그런데 그 당시에 뱃놀이라는 연작 작업도 했었는데, 보트 위에 실루엣만 있는 두 사람이 노를 저어 항해하는 형태로 90년대 중반에는 이 작품들이 많은 사람들의 선호를 받았어요. 반면에 이 토끼 캐릭터는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반응을 얻지 못했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캐릭터였죠. 저는 유학 후에도 2002년에 혼자 독일에 다시 가서 1년 정도 재충전하면서 드릴 작업을 시작했고, 나무판에 드릴 작업을 하고 거기에 아크릴 물감이라든지 피그먼트, 안료 같은 걸로 작업하고 다시 닦아내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주제면으로는 여러 가지 사회적 풍경 시리즈를 거쳐 사피언스 시리즈라는 인간에 대한 시리즈 다음에 간 게 문명 시리즈였습니다. 김남진, 문명4 (Civilization IV), 366x244x9cm,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2021
김남진, 문명4 (Civilization IV), 366x244x9cm,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2021
문명 시리즈는 어찌 보면 진지함의 끝인데 인문학적인 소양을 이야기하는 그런 작품들 끝까지 가보니까 아 정말 이제는 어떻게 풀어야 될지 좀 막연했어요. 저의 문명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에는 우주로 올라가는 우주선 같은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사실은 우주선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핵물질 그러니까 핵폭탄의 가장 요약된, 단순화시킨 그런 형태거든요. 제가 담고자 했던 건 ‘우리가 기술을 발전시켜서 이 우주선같이 우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핵폭탄처럼 공멸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우주, 마지막 문명 작업을 하면서 나온 게 이 토끼였어요. 김남진, 문명5 (Civilization V), 366x244x9cm, 나무패널 위에 혼합재료, 2022
김남진, 문명5 (Civilization V), 366x244x9cm, 나무패널 위에 혼합재료, 2022
기자 : 지구의 멸망, 문명의 멸망에 나온 게 토끼였던건가요? 김남진 : 문명의 끝까지 추구한 작품의 새로운 장이 갑자기 토끼와 우주가 결합되는 그런 형태가 되더라고요. 왜 하필 토끼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 캐릭터가 되돌아오게 됐어요. 물론 그전부터 술 취한 토끼, 끌려가는 토끼도 몇 번 그렸는데 묘하게 그때 다시 토끼가 이렇게 등장하더라고요. 김남진, 무제, 91x117cm,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2022
김남진, 무제, 91x117cm,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2022
기자 : 술에 취한 그 토끼도 지금 같은 우주 토끼였나요? 김남진 : 그때는 우주 토끼라기보다는 다시 토끼를 그리고 싶다는 욕망은 확 올라오는데, 하지만 술 취한 토끼는 예전의 토끼와는 또 많이 달랐어요. 그러다가 아까 이야기했던 그 문명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과 조합되면서 우주 토끼가 되어버린 겁니다. 30대 때 처음 나온 토끼를 발전시키지 않은 이유도 캐릭터는 재미가 있는데 이걸 어떻게 배경 처리를 하면서 어떻게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될지가 막연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발전할 동력을 찾지 못해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것이, 우주라는 주제와 토끼가 다시 같이 만나면서 우주 토끼가 툭 튀어나온 겁니다. 기자 : 거의 30년 만에 우주에서 돌아온 토끼인 셈이네요. 그런데 또 하나 이 토끼를 보면 궁금한 게 가만히 앉아 있거나 평화롭게 쉬고 있는 토끼의 이미지는 거의 없이 우주를 유영하고 있다? 아니면 새로운 세계로 나간다? 이런 이미지인 것 같은데 이건 일부러 그렇게 그리시는 건가요? 김남진 : 예 맞습니다. 우주 속에서, 팽창을 해나가는 행성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데 그 안에서 멈추지 않고 출발하려는 토끼를 그린 게 맞아요. 처음에 시작한 게 뛰어오르는, 도약하는 토끼의 형상이었는데 휴식하는 토끼도 되고 팔 벌리는 토끼도 나오고 이제 도약하려고 나는 토끼로 조금씩 변형해 나가고 있어요. 사실 이 토끼의 형상은 드로잉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우연히 ‘이 형태가 재밌는데?’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 귀를 그리고 그다음에 팔을 그리고 다리를 그리고 했는데 이 길이와 형태가 거의 똑같았어요. 귀도 똑같고 팔다리도 똑같고 끝은 뭉툭하고 그런 식으로 이 토끼 드로잉이 저절로 나온 거예요. 이게 굉장히 “재밌는데”에서 출발했어요. 그러나 이 캐릭터를 90년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고 시대가 안 맞았던 거죠. 이제 지금에 와서 이 캐릭터가 사람들한테 재미있게 와닿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 거예요. 김남진, 우주토끼,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91x73cm, 2023
김남진, 우주토끼, 나무패널 위에 안료채색, 91x73cm, 2023
기자 : 정말 요즘 시대와 딱 맞는 거 같아요. 특히 젊은 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남진 : 반응이 좋죠. 20대 30대 친구들이 굉장히 좋아해요. 이게 형태가 단순하니까, 사실적인 게 아니고 굉장히 단순한데 명시성이 굉장히 높아요. 특히 푸른 바탕에 흰 토끼가 딱 들어서면 이게 눈에 확 들어오거든요. 그것 때문에 사람들한테 각인되는 효과가 굉장히 강하고요. 2년 전에 전시할 때, 작가와의 대화에서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작가님 그때 1990년대에 이 우주 토끼가 안 나온 게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묵혀 놨다가 지금 나왔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보는 관점이나 안목들이 정말 매섭구나,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말씀하신다고 느꼈죠. 그리고 또 한 분은 젊은 작가들도 토끼를 많이 그린다는 거예요. 그런데 20, 30대가 그리는 그림들은 좀 귀엽고 예쁜 토끼로 그리는데, 이 우주 토끼는 그렇지도 않고 뭔가 묵직한 게 있다는 거죠. 텍스쳐라든지, 캔버스라도 유화로 그리기 때문에 그런 다른 느낌을 가지는 것 같아요. 기자 : 안 그래도 질감, 텍스쳐(texture) 이야기를 하셨는데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것 외에도 저기 거친 질감의 부조 같은 느낌도 있고 다른 작업들이 많아요. 혹시 또 다른 형태의 변화도 생각하고 계신 게 있나요? 김남진: 제가 종이 작업이라든지 캔버스 작업, 아니면 드릴로 이렇게 나무 표면을 깎아서 작업하는 걸 다양하게 하고 있는데 사실 설치 작업도 많이 해봤어요. 근데 3차원적인 조각이라는 분야에는 아직 못 들어갔거든요. 그 이유는 조각은 제가 직접적으로 다루어보지를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지금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될지도 앞으로의 숙제죠. 이러한 형태의 변화를 위해서도 이 우주 토끼 시리즈를 조금 길게 하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는 거의 1년에 한 번씩 시리즈가 바뀌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우주 토끼 시리즈는 좀 길게 해보고 싶어요. 지난번, 재작년 개인전의 주제가 우주 토끼 출현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 토끼들이 이제 우주를 개척하면서 넓게 퍼져나가는 팽창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래서 코라(Co Ra)라는 이름도 지어줬고, 관람자들이 참여해서 벽면에 행성을 붙이며 자기만의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보는 이벤트를 마련한 게 특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어요. (좌) 김남진_우주토끼_61x50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4/(우)김남진_우주토끼_61x50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
(좌) 김남진_우주토끼_61x50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4 / (우) 김남진_우주토끼_61x50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
(좌) 김남진_우주토끼-코라_39.5x27cm_종이위에 아크릴릭, 오일파스텔_2025/(우) 김남진_우주토끼-코라_39.5x27cm_종이위에 아크릴릭, 오일파스텔_2025
(좌) 김남진_우주토끼-코라_39.5x27cm_종이위에 아크릴릭, 오일파스텔_2025/(우) 김남진_우주토끼-코라_39.5x27cm_종이위에 아크릴릭, 오일파스텔_2025
기자 : 그렇군요. 이런 코라의 탄생에는 그전부터 쌓아온 내공이 많이 녹아 있을텐데요. 예전에 독일에서 개념미술 공부하셨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혹시 독일에서의 그런 시간이 코라에 영향을 미쳤나요? 김남진 :음 제가 독일 가기전부터 개념미술 작업들을 잡다하게 많이 했었습니다. 독일 가기 전에 저는 82년쯤에 조종두라고 판토마임 하는 친구와 개념미술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둘이 죽이 잘 맞아 가지고 ‘우리 메시지 작업으로 한번 해보자’ 해서 엽서로 우리가 메시지를 일단 평론가들한테 띄우는 작업을 했어요. 엽서 크기, 1982
엽서 크기, 1982
김남진 조종두의 삶을 ‘삶의 확인 작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여가지고 조종두는 장소성을 표현하고 저는 시간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한 거죠. 조종두는 해운대 물에 들어가서 찍은 흑백 사진을 갖고 해운대라는 장소성을 상징했고 저는 활자로 ‘1982년 2월 28일 김남진 살아 있음‘ 이런 타이핑을 그냥 찍어서 이 두 개를 갖다가 동시에 사람들한테 보냈었어요. 제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하늘에 별이 항상 있는데 우리가 정작 너무 바쁘니까 이 하늘에 별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살아가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그냥 살아 있다는 걸 한번 확인해 보자, 뭔가 다른 거 없지 않나 이래서 둘이 했는데, 이 친구가 마임을 하다가 또 특이하게 스님이 된다고 절에 들어가 버렸어요. 그래도 저 혼자라도 매년 하게 됐는데 또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학사 장교를 갔거든요. 겁도 없이 소위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서 1983년 몇 월 며칠 김남진 살아있음이라고 보냈는데 이게 일부가 주소 불명이라 우체국으로 돌아온 거예요. 그 당시는 전두환 정권이었으니 우체국에서 보고는 이상해서 신고했고 제가 보안사에 잡혀갔어요. 보안사에서 조사를 해도 아무 잡힐 게 없었지만 그 이후로 계속 감찰을 하더라고요. 사실 그 뒤부터 겁이 나서 그 길로 메시지 작업을 끝내버렸어요. 제대한 이후 85년도에 첫 개인전 할 때 다시 ‘우리 모두 같이 살아 있음을 확인해 봅시다’ 하면서 설치 작업을 했어요. 설치 작업을 뭘로 했냐면 제가 전역할 때 화천에 있는 나뭇가지들을 잘라 와서 그걸 전부 실로 묶어서 설치하는 작업,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는 그런 작업을 했거든요. 그런 설치 작업을 하다가 독일에 가게 되면서 평면 작업으로 완전히 바뀌게 된 거죠. 기자 : 예술작업을 하시다 보안사까지 가셨군요. 험난한 예술인생이셨습니다.하하. 그다음에 독일 가신 건 석사? 아니면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서였나요? 김남진 :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는 시스템이 좀 달라요. 미국식 시스템이 아니고 거기는 쿤스트 아카데미 그러니까 국립 예술 대학이죠. 거기에 들어가면 두 학기는 우리 한국에서 말하는 예과에서 다니게 하는데 8시에 학교 가면 4시에 끝나요. 교수 한 분이 있고 강사들만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중간에 두 차례 유급/진급 평가를 해서 3학기 때 교수를 찾아가게 하거든요. 10여 학기 정도까지 그 교수한테 배우고 그 교수가 이제 이 학생은 어느 정도 작가로서 완전히 컸다 했을 때 마이스터 슐러를 줍니다. 그러면 한 2년 정도 더 거기서 공부하고 완전히 졸업을 하는 시스템이예요. 그래서 학사 석사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묶어 놔서 보통 한 13학기에서 16학기까지 이렇게 공부를 합니다. 그러니까 한 5,6년, 7년까지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의 학기 개념하고는 조금 다른데 저는 운 좋게 입학 때 8학기를 인정받았고, 한 5년 정도 있다가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게 됐죠. 기자 : 그런 독일에서의 시간들도 다 이 우주토끼에 녹아있는 거네요. 그럼 다시 토끼에 초점을 맞춰볼까요? 이번 팽창하는 토끼 다음에는 어떤 우주토끼가 나올 계획인가요? (좌) 김남진_우주토끼_91x73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우) 김남진_우주토끼_73x91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
(좌) 김남진_우주토끼_91x73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우) 김남진_우주토끼_73x91cm_나무패널위에 안료채색_2025
김남진 :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어디서 영감을 받았냐면 ‘비행하는 물체가 굉장히 빨리 날아가게 되거나 빛의 속도로 가게 되면은 시간이 정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번뜩 영감이 온 거예요. 그렇다면 우주 토끼도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면, 어느 지점에 갔을 때 시간의 지평선 혹은 시간의 블랙홀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 찰나에 우주 토끼가 딱 걸리면은...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 작품을 한 거거든요. 이제 이 작품에서 팽창하던 우주 토끼가 시간의 지평선마저 지나가는 순간이 한 점 딱 나온 거고 앞으로도 고민을 많이 할 거예요. 저는 내년쯤이나 꼭 미국을 가고 싶어요. 우리 딸하고 내년에 뉴욕을 꼭 가자고 약속을 했어요. 뉴욕하고 주변 위주로 미국으로 한번 가서 새로운 에너지를 좀 얻고 나면 또 새로운 느낌이 오겠죠.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된다는 걸 모르기 때문에 더 궁금하고 더 기대가 되는 거죠. 기자 : 이번에는 뉴욕에서 영감을 얻은 우주토끼가 나오겠네요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거 여쭤볼께요. 여기 우주 토끼가 저 소품부터 500호 정도 대작까지 전시돼있는데 사실은 이 우주 토끼가 굉장히 친근감 있고 그렇잖아요. 그러면은 우리 젊은 친구들은 다른 형태의 굿즈라든지 아니면 요즘 어린애들 하는 키링이라든지 여러 형태의 작품들도 요구하거나 시도해보실텐데 그런건 안 하실건가요? 김남진 : 아직은 없는데 사실 우리 딸이 이런 걸 좋아해요. 제가 지금 작업실이 있는 울산에 <거리이음>이라고 복합문화공간을 갖고 있는데 우리 딸이랑 둘이 운영하고 있거든요. 딸이 지금 울산시청에서 시간 선택제로 일을 하는데 그건 겸업이 돼요. 시청에서 일을 하면서 <거리이음>이라는 복합문화공간 대표로서도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 동네가 상북면 거리인데 우리 집하고 작업실에서 얼마 안 떨어졌습니다. 옛날에 마을 회관이었는데 지금은 안 쓰고 놀리고 있는 2층짜리 건물을 연세를 주고 빌린 거에요. 밑에는 전시장으로 꾸미고 위에는 교육장으로 사용하면서 로컬크리에이터 일을 함께 하고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는 굿즈 같은 거 만든 게 조금 있어요. 저번에 전시했던 우주토끼를 갖다가 여러 가지로 굿즈들을 만들어 봤어요. 딸과 저도 그런 굿즈 같은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보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것도 같이 병행돼야 되지 않나 그 정도 생각하고 있는거죠. 김남진 프로필 사진
김남진 프로필 사진
어떻게 보면 반세기 넘는 작품인생의 내공이 그대로 담긴 듯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 가장 트렌디한 작품의 정석같기도 한 <우주토끼>는 그 작품만큼이나 어떻게 보면 가장 실험적인 젊은 작가인듯도 하고 어떻게 보면 반로환동(反老还童)처럼, 니체가 말한 어린아이처럼 작품만이 자신의 세계에 남은 작가인듯도 한 김남진 작가의 손길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제 우주를 넘어 차원을 넘나드는 그 다음 우주토끼의 행보는 2026년 그의 뉴욕행에서 그가 무엇을 거둬들여오는가에 달려있는 듯 하다. 조금 더 기꺼이 기다려 볼 일이다. <약력> 김남진 KIM NAM JIN ㆍ부산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ㆍ독일 뒤셀도르프 국립예술대학 졸업 ㆍ마이스터슐러 과정 졸업 ㆍ경성대학교 대학원 문화기획ㆍ행정ㆍ이론학과 박사과정 졸업 <개인전> ㆍ2025 갤러리 아트숲, 부산 커넥트 현대, 부산 그 외 34회 <기획ㆍ단체전> ㆍ2024 김남진ㆍ정광화 2인전, 갤러리 아트숲, 부산 ㆍ2022 “부기우기 미술관”전, 울산시립미술관, 울산 그 외 250여 회 <수상> ㆍ2021 제17회 송혜수미술상 ㆍ2011 제23회 봉생문화상(전시부문) ㆍ2006 제5회 오늘의 작가상 본상 <주요 작품 소장처> ㆍ성곡미술관, 서울 ㆍ부산시립미술관, 부산 ㆍ울산시립미술관, 울산 ㆍ삼성의료원, 서울 ㆍ인천지방검찰청, 인천 ㆍ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과천 ㆍ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ㆍ현대해상 사옥, 부산 ㆍ부산대학병원, 부산
표중규
2025.12.22 11:50

[부산경남 DNA] 롯데 자이언츠, 마운드의 대혁신을 선언하다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2026시즌을 앞두고 마운드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의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카네무라 사토루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를 영입한 데 이어, NPB 무대를 거친 외국인 투수 두 명과 아시아쿼터 투수 한 명을 잇달아 보강하며 투수력 안정화와 시스템 정착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 카네무라 사토루 코디네이터, 롯데 마운드의 '설계자' 새롭게 합류한 카네무라 사토루 코디네이터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한신 타이거즈 1군 투수코치를 역임하며, 장기간 팀 투수진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지도자다. 특히 2025시즌에는 한신 투수진을 리그 평균자책점 1위로 이끌며 센트럴리그 우승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받았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는 불펜 운용, 선발 로테이션 관리, 그리고 젊은 투수 육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투수 운영 시스템 구축에 강점을 지닌 인물이다. 롯데의 오랜 과제로 지적돼 온 불펜 불안 해소와 토종 투수 성장이라는 숙제를 동시에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더불어 NPB 출신 외국인 투수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시너지 역시 큰 기대 요소다.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2명
엘빈 로드리게스 /제레미 비슬리 2명
■ 강속구 외국인 원투 펀치: 엘빈 로드리게스 & 제레미 비슬리 롯데는 기존 외국인 투수진을 전면 교체하고,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슬리라는 두 명의 강속구 우완 투수를 영입하며 선발진의 중심축을 재구성했다. ● 엘빈 로드리게스 (Elvin Rodriguez) 로드리게스는 최고 구속 157km/h의 강력한 직구에 커터와 스위퍼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파워 피처다. 2024시즌 NPB에서 불펜으로 활약하며 45이닝 ERA 1.80, K/BB 3.67이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해당 시즌 피홈런이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장타 억제 능력이 뛰어났다. 다만 NPB에서 불펜으로 성공을 거둔 만큼, KBO리그에서 선발로 복귀했을 때 체력과 이닝 소화 능력이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강속구 조합은 KBO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며, 롯데 선발 로테이션의 1~2선발 역할이 기대된다. 엘빈 로드리게스 주요 성적
엘빈 로드리게스 주요 성적
MLB 통산: 24.2이닝 / ERA 9.40 / K/BB 1.92 NPB(2024 야쿠르트·불펜): 45.0이닝 / ERA 1.80 / K/BB 3.67 ● 제레미 비슬리 (Jeremy Beasley) 비슬리는 2024시즌 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선발로 14경기에 등판해 8승 3패, ERA 2.47, WHIP 1.00을 기록하며 선발 투수로서 검증을 마쳤다. 76.2이닝 동안 피홈런이 단 3개에 불과할 만큼 장타 억제 능력과 땅볼 유도 능력이 뛰어나다. 2025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ERA 4.60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최고 158km/h의 직구와 구종 가치가 높은 슬라이더는 여전히 강점이다. 무엇보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가 한신 시절부터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점은 비슬리 활용에 있어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로드리게스와 함께 강력한 원투 펀치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레미 비슬리 주요 성적
제레미 비슬리 주요 성적
MLB 통산(불펜): 24.2이닝 / ERA 5.84 / K/BB 2.36 NPB(2024 한신·선발): 76.2이닝 / ERA 2.47 / K/BB 3.13 ■ 아시아쿼터 카드: 쿄야마 마사야, ‘가성비 선발’의 역할 롯데는 아시아쿼터로 선발과 불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쿄야마 마사야를 영입했다. 쿄야마는 KBO 타자들이 특히 까다로워하는 낙차 큰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는 투수로, NPB 1군에서 선발로 6승(2021년)을 기록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NPB 1군 통산 ERA 4.60, WHIP 1.45로 수치는 다소 높지만, 2군에서만 7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내구성을 입증했고 최고 구속 155km/h의 직구 역시 경쟁력을 갖췄다. 아시아쿼터의 핵심 역할인 '가성비 5선발'로서, 롯데의 4~5선발진에 안정감을 더해줄 자원으로 평가된다. 쿄야마 마사야 주요 성적
쿄야마 마사야 주요 성적
NPB 1군 통산: 231.0이닝 / ERA 4.60 / WHIP 1.45 NPB 2군 통산: 742.0이닝 / ERA 2점대 중반 ■ '투수력 강화'와 '시스템 정착, 롯데의 명확한 방향성 롯데 자이언츠의 이번 코칭스태프 및 외국인 투수 영입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투수 운영 전반에 걸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 명의 투수 모두 155km/h 이상의 강속구를 보유하면서도, 정교함과 분석이 중시되는 NPB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카네무라 코디네이터의 합류는 이들 외국인 투수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종 투수들에게까지 NPB식의 체계적이고 정밀한 육성 철학을 전파하는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이번 마운드 개편을 통해 고질적인 투수 불안을 해소하고, 8시즌 연속 좌절된 포스트시즌 진출에 강력하게 도전한다. 외국인 투수 3인방이 NPB에서 보여준 2점대 초·중반의 평균자책점을 KBO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면, 2026시즌 부산 갈매기들의 가을 야구는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옥현주
2025.12.17 10:47

[부산경남 DNA] 추종탁의 삐大Hi - 극우화 물결이 낳은 '혐오'... 핀란드에서 한국까지 인류 위협

'미스 핀란드' 인종차별 논란... 집권당까지 가세, '혐오 카르텔' 충격 소위 인권 선진국 핀란드에서 터져 나온 인종차별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집권 연정의 주요 인사들까지 노골적인 혐오 행위를 옹호하고 동조하면서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가 낳은 비극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인종주의와 혐오의 물결이 다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음을 울린다. 미스 핀란드, '눈찢기' 사진으로 왕관 박탈 수모 지난 9월, 코소보 출신 아버지와 핀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라 자프체씨가 미스 핀란드에 선발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자프체 씨가 중국인과 식사를 하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상징적인 행동인 '눈찢기'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면서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조직위원회는 아시아인 조롱 논란을 이유로 그의 미스 핀란드 자격과 왕관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겉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이 행동에는 심각한 인종차별적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본인은 '두통 때문에 관자놀이를 마사지한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으나, 이는 오히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지만, 나는 비즈니스석에 있다'는 오만한 태도가 담긴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했고, 뒤늦은 공개 사과는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인권 선진국'의 민낯: 집권당의 혐오 동조 진정 놀라운 사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소위 '인권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에서 집권 연정의 주축을 이루는 강경 우파 '핀인단(핀란드인들을 위한 당)' 소속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자프체 씨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내가 사라 자프체"라며 '눈찢기'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버젓이 게시하며 "왕관 박탈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급기야 핀인단 원내대표까지 이들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혐오 행위에 가담하는 충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이민, 반난민 구호를 내세우는 핀인단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제2당으로 급부상한 포퓰리즘 정당이다. 현재 1위인 중도 우파 국민연합당과 손잡고 연립 정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곧, 책임 있는 집권 세력의 정치인들이 공공연하게 전 세계인을 상대로 인종차별 행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의미한다. 정부 차원의 대응 역시 비판을 면치 못했다. 핀란드 인권 대사는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일본인의 엑스(X) 계정을 차단해버렸고, 현직 재무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방관했다. 성찰 없는 사회에 드리운 '혐오의 그림자' 핀란드의 집권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아시아인 차별에 동조하는 행태는 전 세계적인 극우화 현상이 낳은 인종주의와 혐오주의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극심한 인종주의와 혐오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 최악의 참사를 낳은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뼈저리게 알고 있다. 이 거대한 위협이 이제 다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과연 이 서양 백인들의 아시아인 차별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일련의 혐오 시위와 발언이 과연 핀란드 집권당 정치인들의 행동과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개인이 공개적으로 내뱉기에도 민망한 혐오와 차별의 언행에 주요 정당의 정치인들이 대거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인종차별과 혐오주의에 핍박을 받아 온 대한민국이 이제는 그 극우화 물결에 동조하여 차별과 혐오의 행렬에 합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주변을 엄중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혐오와 차별은 결코 '별것 아닌' 개인의 일탈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하고 인류의 가치를 훼손하는 악성 종양이며, 이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단호한 배격만이 이 거대한 위협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추종탁
2025.12.16 15:35

[부산경남 DNA] 길기자의 서울살이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 가운데 크게 주목 받은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 지역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이 주장은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완화해 보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늘 수도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수도권 중심 경제를 떠받혀온 수도권의 언론이 항상 앞장섰던 내용이다. 세제 개편과 관련한 수도권 언론과 비수도권 언론의 기본적인 논거는 크게 다르다. 수도권 언론은 세제 개편에 따른 조세 형평성 위배와 역차별 가능성을 중요하게 내세운다.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최근 수도권 언론의 기사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정부 첫 예산안, ‘수도권 역차별’ 우려 커진다> (2025,9,3 00일보) <지방 대출금리 인하? 그럼 수도권은?... 역차별 논란도 ‘불쑥’> (2025,9,23 00와치) <‘5극3특’ 균형성장 전략? 인천 “역차별 불러”> (2025,10,1 00일보) 기사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수도권이나 지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담은 정책에 대해 반발하는 내용들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더 담고 있거나 비수도권 기업들에 대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수도권에서는 그대로 두고 보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번 정부에서 지방시대위원회와 지난 달 출범한 여당의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가 주도하는 ‘5극3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기사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물론 비수도권 언론은 법인세율 차등화와 같은 세제 개편 등 균형발전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주로 동의한다. 이러한 차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세제 개편에 대한 강조점 차이
이러한 차이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욱 집중시키고 싶은 수도권의 속내를 수도권 언론 역시 그대로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비수도권의 지역 언론은 균형발전에 대한 ‘절실함’을 담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광역 지자체들이 점점 더 쪼그라드는 것을 직접 보고 느낀 심각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기사화되는 것이다. 수도권 언론이 강조하는 내용은 현상유지를 원할 뿐, 한 마디로 균형발전이 싫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정책의 실효성을 우려한다면, 이미 20년 넘게 균형발전 정책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겪은 많은 시행착오들을 토대로 이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정교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세제 개편이야말로 정밀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고, 이웃 일본 등 해외의 다양한 시도와 사례들에 대한 연구들도 이미 넘친다. 수도권 언론이 가장 앞세우는 역차별 우려는 국가 균형 축이 수도권에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현재의 차별과 불균형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신뢰할만한 연구 역시 충분히 축적돼 있고, 수도권 안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균형발전은 시급하다. 수도권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기업들은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성장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발판 삼아 자본과 인력, 인프라, 기업을 빨아들여온 수도권이 포화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밀한 균형발전 정책도 시급하다. 기업의 선택은 당연히 기업의 몫이다. 기업들이 수도권이 아니라 산업용지와 용수가 풍부한 비수도권을 선택하고 청년들이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시도가 바로 균형발전 전략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더 많은 장점을 찾을 세제 혜택과 같은 기회를 준다면 기업들은 스스로 비수도권을 택할 것이다. 기업들이 비수도권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국가 경제를 고려하자는 주장은 균형 발전된 국가의 경제가 수도권 중심 경제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가령 최근 삼성과 현대차가 광주와 전남의 미래 산업에 대한 수 백 조원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하면서 앞으로 호남권이 얼마나 큰 발전의 기회를 갖게 될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투자를 동남권과 대경권 등 전국 여러 권역에 할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완성 단계가 아닌 추진 과정에서부터 수도권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부산 LS일렉트릭 2생산동 준공식(12월 4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의 기업과 인프라를 빼앗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기회를 함께 만들자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이제라도 조금씩 맞추며, 기업들이 앞으로는 비수도권에 자리 잡고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미 기울어진 것을 균형이라고 생각하며 세제 개편이나 차등 적용을 역차별이라 주장한다면 국가균형을 맞출 기회는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언제까지 '수도권 역차별' 주장할건가.
길재섭
2025.12.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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