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부산경남

<재난심리 3> 재난 트라우마, 마음 방치의 비극

<재난심리 3> 재난 트라우마, 마음 방치의 비극

[앵커] 재난이 남기는 트라우마는 길게는 10년 넘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재난 심리 피해 지원은 짧은 기간, 그것도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는데요. 먼저 손을 내밀고 장기적으로 회복을 돕는 호주의 사례와 비교해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정기형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호주 빅토리아주가 불길에 뒤덮였습니다. 캥거루와 코알라의 숲이 사라졌습니다. 롱우드에 사는 데브라씨의 집도 불 탔습니다. 폭격을 맞은 듯 무너져 내렸습니다. 딸과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홀로 캠핑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데브라/호주 롱우드 산불 피해 주민/내가 마지막이었어요. 모든 소방차가 지나가는 것을 놓쳤어요. '딩딩'소리를 내면서 저쪽 모든 농장을 지나갔거든요. 나는 아니고요. 돌아서 오지 않았어요.} 힘겨워하던 데브라 씨는 신청하기도 전에 곳곳에서 먼저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심리 상담과 피해 지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심리*사회적 피해 지원에도 큰 무게를 둡니다. {데이비드 영거/임상 심리학자*국가 재난복구 자문위원/호주는 지역사회를 찾아가 주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정신 건강 문제와 트라우마 경험의 본질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겪는 피해는 심리적 그리고 사회심리학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피해는 그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9년 호주 블랙 새터데이 산불로 17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호주 정부와 멜버른대는 10년 이상 주민들의 심리 피해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공동체 회복에 걸린 시간은 평균 5년. 삶의 만족도는 3~5년동안 오히려 떨어졌고, 10년이 지나서야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롭 고든/임상 심리학자*호주임상심리학회 석학회원/인간 관계를 잃게 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자녀와 유대감을 잃거나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또한 되돌릴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만성 스트레스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도 심리지원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청 수해 피해 주민 가운데 상담을 받았다고 답한 주민은 6%에 불과했습니다. 1/3 가량은 상담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전국 단위 조사에서도 심리지원 서비스를 모른다고 말한 주민이 75%가 넘습니다. {이윤호/한국재난심리연구소장/뒤에 가서 이 분들의 어려움들이 커진다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시기를 특정한다기 보다는 이 분들의 상태가 지금 어떠한가 이런 것들을 가지고 개입에 대한 기간들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또 지속적으로 가지고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짧은 기간, 그것도 본인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는게 우리나라 재난 심리 지원의 현주소입니다. 호주의 선제적 아웃리치 시스템이나 미국 재난관리청의 원스톱 서비스 등과 대조적입니다. {브래드 왓슨/호주 적십자사 재난 복구*회복 총괄팀장/지방정부와 함께하는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서 지역사회를 하나로 모으고 책임있는 당국의 지원 속에서 그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데 필요한 긴 시간, 회복을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박언국 지원촬영 김명재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6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산청 수해 1년…끝나지 않은 상처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산청 수해 1년…끝나지 않은 상처

<앵커> 지난해 7월 경남 산청에는 나흘 동안 800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15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7천개가 넘는 시설이 무너지거나 물에 잠겼는데요. 피해 주민들의 마음은 지금도 수마가 휩쓸고 간 그 날에 멈춰 있습니다. 정기형기자입니다. <기자> 나흘동안 경남 산청에 쏟아진 800mm의 괴물 폭우. 산사태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재난이 지워버린 집. 주민들은 평생 살던 곳을 잊지 못해 지금도 그 터를 찾습니다. {선향월/산청 수해 피해 주민/지금도 오면 목에 메여... 험해서 이제 보지도 못해. 전부 어질러져 있고, 들어내야 하고...} 수해가 입힌 심리적 타격은 산청하동 산불 피해민보다 심각합니다. "실태조사 결과 약 70%가 PTSD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우 심각도 25%에 달합니다." 폭우는 생계 터전도 삼켰습니다. 딸기 재배 하우스가 엿가락처럼 휘면서 무너졌습니다. 강수용 씨는 그 날 이후 무언가에 집중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갑자기 안절부절해 가만히 있기 어려운 순간이 늘었습니다. {강수용/산청 수해 피해 주민/악몽이 사라지지는 않죠. 비만 오면 자동적으로 잠에서 깨요. 사실 (피해 주민들이) 다 편안하다고는 생각 안 할 거예요. 저 역시도 그래요. 몸을 많이 혹사를 시키는거지. 그래야 그 생각이 안 날 것 아니에요.} "조사에서 수해 피해민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전보다 예민하고 화가 많아졌다는 답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폭우로 모두 15명이 죽거나 실종됐습니다. 제방이 무너진 자리, 복구는 하세월입니다. 둑이 무너진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조사 결과 연령이 증가할수록 외상 후 스트레스 수준도 높았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농촌 마을 주민들이 기후 재난과 심리적 피해에 더 취약했던 것입니다." {김승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기후 적응) 인프라 이런 것들이 계속 바뀌어야 하는데... 따라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러다보면 생긴 격차들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게 고령자들인 것이고 그런 식으로 악순환이 계속적으로...} 1년이 지났지만 정부의 보상 절차는 복잡하고 지난합니다. 주민들은 복구 과정에서도 상처를 입었습니다. "응답자의 70%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보제공이 만족스럽지 못하며, 피해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수해에 무너진 것은 집과 제방만이 아닙니다. 피해 주민들의 마음은 지금까지, 더 크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5
"부캉이 보러 가자" 추석 인파 몰려

"부캉이 보러 가자" 추석 인파 몰려

<앵커> 추석 연휴 첫날인 오늘도 부산 북항에는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일부러 상어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이어졌습니다. 정효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가 추석 연휴 첫날에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상어가 나타날 때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듭니다. 김바울/포항 남구/"아쿠아리움에서 본 것보다 더 생생하게 잘 느껴졌어요." 지난 18일 처음 발견된 뒤 일주일째 수로를 떠나지 않고 있는 상어는 어느새 '부캉이'라는 이름까지 얻었습니다. 유오영,정아영,유치호,유지호/세종시 종촌동/"추석 연휴 맞아서 부산 본가에 왔는데 계속 이제 뉴스로 접하던 부캉이 보고 싶어서..." 어제까지 북항 친수공원을 찾은 사람만 8만 5천 8백여 명에 달했습니다. 추석 연휴 첫날인 오늘은 하루 방문객으로는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상어 '부캉이'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습니다. 추석 연휴를 맞아 나들이객들이 몰리면서 북항 일대가 북적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주변 상권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김온유/편의점 직원/"상어가 나타난 이후로 이렇게 가족 단위로 이제 손님이 엄청 많이 오셨어요." 한편 추석 연휴 첫날 부산역도 귀성객들로 붐볐습니다. 캐리어와 선물 꾸러미를 든 사람들이 부산역을 오고가며 추석 연휴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정현판,김용환/부산 동래구 수안동/"손주보러 갑니다. 맛있는 거 싸가지고 갑니다." 부산경남 주요 고속도로는 구간에 따라 귀성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부터 27일까지 전국 고속도로와 부산·경남 주요 민자도로의 통행료는 면제됩니다. 추석 연휴 첫날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발걸음과 함께 '부캉이'를 만나려는 발길도 북항으로 이어졌습니다. KNN 정효정입니다.
2026.09.24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산불,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

[재난,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산불, 마음까지 불 탄 사람들

<앵커> 지난해 경남에서는 초대형 산불과 수해로 15명이 실종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지고, 정겹던 마을 공동체마저 흔들리고 있는데요. KNN은 주민들에게 남아 있는 '심리적 피해'를 단독 입수한 데이터를 통해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1년 반이 지나서도 고통받는 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들을 목소리를 정기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해 3월 21일. 경남 산청군 외공마을 김원중 이장은 이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열흘 넘게, 2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은 산청·하동 산불이 시작된 날입니다. 꺼지지 않을 것 같던 산불이 겨우 꺼진지 1년 반. 김 씨는 아직도 악몽을 꿉니다. 왜 하필 우리 터전에서라는 원망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김원중/산청 외공마을 이장/"큰 소리가 들리거나 헬기 소리가 들리면 불 난 것이 아닌가라고 해서 여전히 불안한 심정입니다. 평상시 우리가 뭘 잘못했나 그런 자책도 많이 했었고..." 주민들의 심리적인 상처는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KNN이 단독 입수한 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 심리 상담 데이터입니다. "약 네 명 가운데 한 명이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 PTSD 증후군의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늘 주변을 경계하거나 쉽게 놀라고, 죄책감과 원망을 멈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불이 휩쓴지 1년 반. 풍성했던 소나무숲에는 새카맣게 탄 기둥만 남았습니다. 송이버섯 농사를 짓던 이황석 씨는 생계 기반을 모두 잃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집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울분이 밀려옵니다. 이황석/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정말...아이 참 눈물이 나려 해서...그냥 울화통이 치밀고 억장이 무너지죠. 억장이..." 상담에서 주민들은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자꾸 그 날이 떠오른다고 응답했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려 온갖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대 두 번째로 오래 타오른 산불. 축구장 5천 2백개 면적인 3,701ha와 205곳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중태마을 신원식 씨의 보금자리도 한줌 재로 변했습니다. 집은 새로 지었지만, 삶의 흔적과 추억은 영영 되찾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여전히 검게 그을린 산자락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신원식/산청·하동 산불 피해 주민/"하다 못해 영정사진도 다 태웠고... 집에 자신이 마지막에 입을 영정사진과 수의 그런 것까지 다 태우다 보니까..." 불 탄 것은 숲과 건물 만이 아닙니다. 피해 주민 2,158명의 마음도 함께 타버렸습니다. 김명희/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트라우마라는 것이 늘 과거의 그 사건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정서적인 반응들이기 때문에 일생을 두고 지속될 수 있는 것이고... 사회적 관계가 깨지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과 몸과 사회라고 하는 것이 함께 갈 수 밖에 없잖아요." 산에는 다시 새순이 돋아나고 있지만, 주민의 마음에 남은 흉터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KNN 정기형입니다. 영상취재: 권용국 종합편집: 노율우 음향: 김재옥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2026.09.24
고수온·폭우에 산소 부족…양식장 '삼중고'

고수온·폭우에 산소 부족…양식장 '삼중고'

<앵커> 경남 양식장이 고수온과 폭우에 이어 이번에는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는 '산소부족물덩어리'로 비상입니다. 이미 생장 환경이 나빠질대로 나빠진 상황에서 출하를 앞둔 가리비와 굴 폐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혁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어민이 크레인으로 가리비 양식망을 끌어올립니다. 수확을 앞두고 한창 자라야 할 가리비지만, 곳곳에 폐사한 가리비가 눈에 띕니다. 바닷물 속 산소 농도가 크게 낮아지는 이른바 '산소부족물덩어리' 때문입니다. "3달 뒤 출하를 앞둔 양식 가리비입니다. 제대로 성장했다면 이처럼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할 텐데요, 보시는 것처럼 대부분 가리비가 폐사해 입을 벌리고 속은 비어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폭우로 많은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면서 염분과 먹이 환경도 크게 악화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최근 산소부족까지 겹치면서 패류가 성장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환경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정일권/고성군 가리비 양식 어민 "예전에는 가리비가 참 잘 되고 괜찮았었는데, 요즘에 고수온이나 빈산소(산소부족물덩어리가) 자꾸 발생하면서..생계에 좀 큰 위험이 닥쳐서 기로에 서 있습니다." 다음 달 수확을 시작하는 굴 양식장은 상황이 더합니다. 양식줄을 올려 굴을 벌려보지만 살아 있는 굴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굴 양식 어민 "올려서 힘을 주어서 열어보면 이렇게 무게가 나가고, 생존한 거는 10%, 15%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총 폐사율은 85에서 90% 가까이..." 이미 경남 고성군에 접수된 피해만 53개 어가, 84헥타르에 달합니다. 지난해 고성에서 112개 어가가 37억 원의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도 피해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수광/고성군 어업생산팀장(수산양식기술사) "기후변화에 따른 어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수심이 낮고 조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양식어장의 이설과 재해보험 가입 유도를 위한 군 자체 추가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수온과 폭우를 힘겹게 견딘 남해안 양식어가들이 산소부족물덩어리라는 또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가을을 맞고 있습니다. KNN 최혁규입니다. 영상취재:권용국 영상편집 김범준
2026.09.23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