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양정동 모녀살인' 해결한 과학수사, 책으로 발간
<앵커>
한 주 동안 취재 뒷 이야기나 주요 사안 짚어보는 취재수첩 시간입니다.
오늘도 부산경찰청 출입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황보 람 기자, 오늘 첫 소식부터 살펴보죠.
부산경찰청이 전국에서 최초로 DNA 수사 가이드북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과학수사관을 위한 핵심 DNA 길라잡이'라는 책인데요.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가 발간한 이 책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현장 수사관들을 위해 최초로 발간 된 가이드북입니다.
전체 80쪽 분량의 이 책은 모두 200부가 발간 돼, 경찰청과 전국 시도청 과학 수사 파트, 남해해양경찰청, 육군 수사대 등 전국 주요 수사기관에 배포가 됐습니다.
우선 이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그 배경을 책의 저자인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 김명진 경사를 직접 만나 들어봤는데요,
지난 2022년 발생한 부산 양정동 모녀 살인사건이, 이 책을 내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도 많으실텐데요.
지난 2022년 9월, 추석연휴 마지막날 발생한 사건입니다.
부산의 한 빌라에서 40대 엄마와 10대 딸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수사 초기에는 검안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또 현장이 화재로 타면서, 추가적인 수사에도 어려움을 겪었었는데요.
그런데 현장 DNA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숨진 모녀의 몸 속에서 발견된 약물과 같은 성분의 약물이 싱크대에 남겨진 물 속에서 발견된 겁니다.
또 모녀에게 남아있던 폭행 흔적, 집 안에 있던 귀금속 사라진 점 등 타살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싱크대에서 채취한 이 약물에 대한 증거는 타살의 직접적인 증거로도 채택이 됐습니다.
결국 같은 빌라에 사는 50대 여성이 살해 피의자로 지목됐고, 이 여성은 끝까지 살해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습니다.
김명진 경사는 이 살인 사건 해결에 결정적 증거를 찾은 현장 수사 기법에 대한 교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단 주변 경찰관의 권유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는데요.
김 경사는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여러 강력 사건에서 활용했던 DNA 수사기법과 이론,
그리고 특히 지난해 연말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에서 희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쓰였던 '신속 DNA 분석기' 활용 기법 등
현장에서 수사관들이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수사 노하우를 담아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국 최초 수사 가이드북 발간과 함께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는 이 가이드북을 기초로, 지속적인 교육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앵커>
네, 이번 책 발간이 강력 사건과 대형 재난 현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DNA 수사 역량 강화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소식 넘어가보죠.
이번주 취재진이 단독보도한 내용입니다.
부산시가 최근 미쉐린 가이드북에 올라간 셰프들의 친목을 위한 만찬 교류회를 열었는데, 이 행사의 예산부터 업체 선정까지 모두 논란이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문제가 된 행사는 지난달 28일, 부산시가 도모헌에서 개최한 '가스트로 도모'라는 행사입니다.
최근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식도시 부산'인데요, 앞으로 미식도시 부산을 발전시키기 위한 취지로, 미쉐린 가이드북에 올라간 셰프들의 친목 만찬모임을 진행한 겁니다.
이날 사용된 행사 예산 집행 목록을 저희 KNN이 단독으로 입수해 살펴봤는데, 강연과 만찬 등 4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 모두 1억 3천만원의 시비가 투입됐습니다.
행사장 디자인과 홍보물에 3천 7백만원, 식재료와 디너 셰프 섭외비 등 저녁 만찬에 들어간 돈만 2천 7백만원입니다.
만찬이 열린 도모헌 야외정원은 조리 시설이 없기 때문에 간이 주방을 설치했는데, 이 비용에만 1천만원이 쓰였습니다.
70명 만찬 비용에 1인당 38만원, 전체 행사로 따지면 어림잡아 1인당 180만원 상당이 들어간 건데, 5성급 호텔 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 게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특히 이 행사의 용역을 맡은 업체는 최근 부산시가 미식 관광 분야 고문으로 위촉한 인사의 업체로 확인됐습니다.
게약 방식도 경쟁이 아닌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는 수의계약이었습니다.
보통 수의계약은 5천 5백만원을 예산 범위로 정하고 있는데, 예산도 2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부산시는 '미식도시 부산'을 추진하는데 이번 행사가 꼭 필요했고, 행사 진행을 특정 업체만 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예산 범위를 넘어선 수의계약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예산 책정 자체가 과도하진 않았는지, 또 하필 최근 부산시가 주요 직책을 맡긴 인사의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게 적절했는지,
이번 행사를 둘러싼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앵커>
이제 마지막 소식으로 넘어가 보죠.
부산에서 고령 운전자 비율과 이 고령운전자들이 내는 사고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이 블랙박스 영상들부터 보시겠습니다.
한 차량이 아파트 단지를 달립니다.
그런데 과속 방지턱을 넘더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화단을 들이받으며 인도까지 차가 넘어갑니다.
다음 영상 보시죠.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은 차량이 도로를 벗어나 식당 출입문을 들이받습니다.
두 사고 모두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70대 고령 운전자들이 페달을 오작동하며 낸 사고입니다.
이렇게 사고를 내는 고령 운전자들이 부산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면 전체 면허 소지자 가운데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째 계속 늘고 있습니다.
지역의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겠죠.
이 고령 운전자들이 낸 사고도 증가하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5년 동안 8% 넘게 늘었는데요.
이 사고들로 인한 사망자도 매년 25명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부상자도 3천 700여명으로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면허 반납 비율은 또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인데요.
경찰은 고령 운전자들이 자진해서 면허 반납을 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75세 이상 운전자 면허갱신 적성검사 때 활용되는 'VR 운전능력 평가 시스템'이 올해 안에 도입될 예정인 만큼, 시범운영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벌일 계획입니다.
<앵커>
네, 통계로도 확인됐듯이 고령 운전자 사고, 가볍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진 면허 반납 등 경찰의 홍보 활동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행정 차원의 노력도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황보 람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