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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티콤 웰컴투 가오리 시즌2 23화

등록일 : 2017-09-09 23:31:47.0
조회수 : 288
-아이고, 계곡에 물이 하나도 없네.
-가물어서 그렇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이 여기까지
철철 흘러 넘쳤는데, 참 큰일이다.
-그래도 경치는 참 좋네.
-그래, 맞다.
(휴대폰 진동소리)
어, 그래.
우리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너희는 어디고?
그래?
벌써 도착했나?
오야, 오야.
그러면, 오야.
간판 보인다.
그래, 알았다.
끊자.
다 온 것 같은데?
-먹어라.
이거 먹고 힘내라, 진만아.
-젊어서 실패는 실패가 아이다.
맛있게 묵고 힘차게 걸어가그래이.
앞길 창창히 멀다.
-걱정하지 마이소.
그런데 내 혼자 두 개 다 어찌
먹습니까?
이거는 슬기 니가 묵으라.
니 앞길이 제일로 창창하다 아이가?
-고맙다.
맛있게 묵고 내도 씩씩하게 걸어갈끼다.
-슬기야, 많이 먹어.
남자들이 제일 사랑하는.
-어!
날개는 와이프에게 양보하세요.
날개 먹으면 바람 펴서 안 돼.
-생각보다는 뭐, 괘않타.
-진짜 괜찮으세요?
고모 진만이 시험 떨어졌다는 이야기
듣고 우셨잖아요.
-와 그랬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무너진 것 맨치로 어찌 그리
눈물이 나던지.
진만이 아부지도 많이 울었다.
-내가?
언제?
내는 그만한 일로 울 사람이 아니다.
-에이, 내가 다 봤는데.
해질녘에 바다 보고 앉아서.
-뭐라카노?
내는 안 울었다.
-아니, 밤에도 저 폭우에 나와서...
진만아, 우야면 좋노.
-자식이 저거, 사람 놀리나?
-아이고, 앉아라.
나와서까지 매형 노릇 할라카나.
-운 게 뭐 어때서요?
자식 가진 부모들 마음 다 그렇죠.
-그럼.
자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린
애라잖아.
-그 어린 맘이 오죽 할까 싶어서
오신 거잖아요.
-맞다.
세 번씩이나 떨어진 지 맴은 오죽 할까
싶어서, 눈물이 나더라.
-다시 슬기야.
하나, 둘.
보리.
보리, 보리, 보리.
-쌀!
보리, 보리, 보리, 보리, 쌀.
-잡았다.
내가 잡았다.
슬기 잡혔다.
자, 한다, 한다, 한다.
조용하니 좋다.
-감회가 참 새롭다.
그렇지?
-사람은 변해도 풍광은 바뀌지가
않는다.
-원효대사?
-이 절이 원효대사가 만든 절이라고?
-응, 맞다.
니 원효대사 해골물이라고 들어봤제?
-들어는 봤는데 자세히는 모른다.
-원효대사가 당나라에 공부하러 가는
길에 산속에서 잠을 자게 됐는데.
깜깜할 때 그렇게 맛있게 먹었던 물이
밝아서 보니까 해골바가지에 든
물이었다 아이가.
-으...
-거기서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나온 거야.
-일체유심조?
그건 또 뭔데?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이런
뜻이지.
-좋다!
-야, 야, 야.
저 봐라, 저.
진만이 아버지하고 똑같이 생겼다
아이가.
-진짜 똑같아.
여보, 여보.
아주버님 좀 봐봐.
아주버님 봐 봐.
-아이고, 여기만 오늘 맨날 저래.
내가 보기에 하나도 안 비슷한데.
좀 그만해.
-진짜 오랜만이데이.
진만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그때
한번 와 보고 처음인가 보다, 그쟈?
-맞다.
결혼 전에는 버스 타고 거의 매일
왔는데, 데이트하러.
-아이고, 저놈아가 얼마나 쫓아다녔는지.
눈치도 없이.
-주책이야, 진짜.
누나 데이트하는데 왜 따라 다녀?
-다른 게 아니고...
이거, 이거 때문에.
-억수로 뜯겼다, 내가.
철떡같이 딱 달라붙어가 돈 주기 전에는
절대 안 떠난다.
-하여튼, 으휴!
그런데요.
두 분은 어떻게 인연이 되셨어요?
엄청 앙숙이었다면서요?
-글쎄, 우리가 언제부터 이리 됐노?
-도통 모르겠다.
우에 이리 됐노?
-생각났다.
그때부터 이래됐다.
-가시나가 조심성이 없다 아이가.
뭐 한다꼬 이런 산에 혼자 댕기노.
-죽순 캐러 왔다.
니가 무슨 상관인데?
-니?
인나 봐라.
-니가 와서 내 좀 잡아봐라.
뭐하노 니, 퍼뜩 잡아봐라.
-니가 뭐꼬 니가.
버르장머리없이 오빠야라고 해라.
-니가 무슨 오빠야가?
-니는 중학생이고 내는 고등학생인데
오빠야 아이가.
싫나?
알았다.
니 알아서 내려온나.
-그냥 가면 우짜노.
야!
야, 기장군!
우짜노, 누구 없어요?
도와 주이소.
아무도 없어요?
-오빠야라고 불러봐라.
싫은갑네.
할 수 없지 뭐.
내려가서 니 여기 있다고 어른들한테
얘기는 해줄게.
쪼매 시간은 걸릴끼다.
-가지마라.
오빠야, 가지 마라.
-가시나가 뭘 먹고 이렇게 무겁노?
자고로 가시나들은 나뭇잎처럼 가뭇하고
풀잎처럼 하늘하늘하고.
-여자들이 장난감이가?
그리 따지면 남자들은 헐크같이 근육
나오고 힘도 세야 되는 거 아니가?
니는 팔뚝이 이게 뭐고?
-니 또 니라했나?
손 놓는다?
-내가 언제, 오빠야라했다, 오빠야.
-거의 40년 됐나?
-그런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네?
-진짜 인연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봐요.
그 수많은 사람 중에서 짝이 되어서
단둘이 사는 거 보면.
-하모, 있지.
그런데 두 사람은 어찌 만났노?
-몰라요, 매형?
우리 절에서 처음 만났잖아요.
-절에서 만났다고?
-네.
제가 옛날에 여자한테 차여서
정신적으로 거의 망가져 있을 때 진짜
출가하려고 마음먹었거든요.
그때 이 슬기 엄마가 재수한다고 제가
있는 절에 내려온 거예요.
-왜 이래?
-어?
왜 이러지?
-그게 바로 첫눈에 통했다는 거 아니가?
-그거죠.
그런데 그때는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좋아는 했는데...
-무명처럼 짤라야지만이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납니다.
-나쁜 놈.
좋아한다며...
날 사랑한다며...
그래, 열심히 도 닦아서 성불해라,
성불해!
-민희야!
민희야!
민희야.
가지 마.
너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되겠어.
-오빠.
오빠.
-민희야.
-나빴어.
-아니, 하마터면 제가 이 머리를 아예
밀어버릴 뻔 했다니까요.
-맞다.
생각난다.
-저는요.
그래서 대학 못갈 뻔 했잖아요.
-제가요.
그 뒤로 그 절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잖아요.
-진짜?
-기억 나?
-고개 한번 돌리면 극락이라고 하더라.
-니 낳고 딱 10달 쯤 됐을 기다.
내 10년 동안 뼈빠지게 고생해서 모은
돈을 친구놈이 홀라당 가지고 튀었데이.
새우젓 장사하자고 해놓고는.
개자슥.
집도 날리고, 빚쟁이 등쌀에 잠도
못자고, 낮이고 밤이고 술만 묵었데이.
-(노래)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브라보.
몇 달 그러다 보니까 이래
살아서 뭐하노 싶더라.
-그깟 게 뭐라꼬, 안 글나, 진만아?
그깟 돈이 뭐라꼬 그래 망가지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매나 많노.
덥다가도 춥고 춥다가도 덥고.
그게 인생 아이가?
느그 아부지 참 못났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대이.
넘어지면 일나면 되는 거지.
와 땅을 파고 드러누울 생각을 했는지.
힘들제?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마라.
인생 끝난 거 아이다.
인생이라 카는 기는 길고 크고.
-넓게 봐야지요.
아버지도 참.
꼴랑 돈 몇 푼에 우째 술 먹고 죽을
생각을 합니까?
-어?
-우리 아버지, 이렇게 힘이 약해가꼬 그
험한 파도를 우째 헤쳐나왔나 모르겠다.
고생 많이하셨습니데이.
-그게 아이고.
내가 니한테 옛날이야기를 해준 것은
시험 떨어졌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고.
-내는 끄떡없습니다.
그까이꺼 공무원 시험 한 번 떨어졌다고
하늘이 무너집니까, 땅이 꺼집니까?
-한 번이 아니고 세 번인데?
-한 번이나 세 번이나요.
까짓거 뭐 공장 들어가도 되고 미역
따도 되고.
그러니까 부탁인데 아버지.
너무 심란해하지 마시고 고마 기운
내이소.
내 인생, 이제 시작입니다.
-오냐.
이제 시작이다.
-고마 갑시다.
-엄청나게 위로가 되네.
짜슥이, 멘트는 지 어미를 닮았는가
보다.
아들아, 같이 가자.
득만아, 같이 가자.
아들아.
-아이고, 좋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아.
나, 다시 태어나도 당신하고 아기 낳고
살 거다.
-진짜?
-응.
당신은?
-나?
음, 나는 글쎄.
다른 여자하고도 한번 살아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구관이 명관이고 그
여자가 그 여자이고.
아니, 저기 그게 아니라.
어쨌든 당신하고 같이 살겠다.
-그러니까 비교해보고 따져보고 그러고
나서 나랑 살겠다고?
농담이야 진담이야?
-당연히 농담.
-둘 중에 뭐든.
나 기분 더럽다.
-아이, 나 참.
아니, 어쨌든 같이 살겠다는데 왜 저래?
진짜 이 방정, 방정, 이거.
여보!
여보!
여보!
-하이고, 그 니 입방정을 어쩌면 좋노.
부처님도 못 말린다.
-솔직히 그런데 그게 뭐 그렇게 화낼
일이에요?
아니 대답을 덥석 하면 오히려 그게 더
진정성이 없어 보이지 않나?
참, 진짜 여자들은 단순해서 진짜.
-니는 복잡하고?
-그렇잖아요.
제 딴에는 입에 발린 말을 하기 싫어서
진지하게 고민해서 대답한 건데.
-똥을 싸고 앉았네.
-똥...
-니는 그렇게 복잡한 놈이 여자 기분
하나 못 맞추나?
딴 거 없어 그냥 착하다, 이쁘다, 잘한다,
그래 주면 다 되는 기라.
-그래서 매형은 맨날 그렇게 싸우세요?
-뭐?
-솔직히 슬기 엄마보다 누나가 훨씬 더
편하거든요.
비위 맞추기도 쉽고?
아이고, 지도 못 하면서 맨날 잘난 척,
훈수는...
-뭐라고?
지?
-매형, 말이 저도 헛나왔어요.
지가 아니고 매형.
-이놈의 자식 봐라.
다시 한번 말해 봐라, 뭐?
지?
얻다 대고 지라카노.
지?
이놈아.
아이고, 이놈아.
-아, 매형, 실수예요, 실수.
-이 자슥이 버르장머리 없이.
오야오야 해 주니까 내가 물로 봬나?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항복, 항복.
항복!
-조용히 좀 해라.
운전하는데 정신없어 죽겠네 참말로.
-뭐 레슬링 하는 사람도 아니고 머리를
다 쥐어뜯어 놨네, 그냥.
-이 바람이 벌써 가을바람이네.
여름이 이래 속절없이 또 간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는 기가?
좋네, 조용하고.
-왔나?
-참나, 진짜.
-드가자.
퍼뜩 짐 풀고 구경 가야제, 응?
-오냐, 들어가자.
-아버지, 구경 갔다가 저녁 뭐 먹을
거예요?
-점마, 니 묵고 싶은 거 해라.
뭐 먹고 싶노, 고기?
-고기?
고기.
고기 좀 많이 묵었는데.
-오빠야, 피자 어떻노?
-피자 좋네.
-피자 괜찮네, 그래.
-고기.
-뭘 봐.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정말.
-그래, 그래, 그래.
아이고, 이쁘다.
아, 좋다.
그래 셀카도 찍자.
-하나, 둘, 셋.
-근데 아까부터 승기 오빠야가 안
보인다.
오데 갔노?
-그러니까.
내도 아까부터 찾고 있는데.
아까 마을회관까지는 옆에 계셨는데.
-마을회관?
그러면 30분이나 지났단 말이가?
자슥이 왜 말도 없이 지 맘대로 빠져
나가노.
-전화도 안 받던데요?
-어찌 된 기고.
뭔 일 생긴 거 아이가?
-함 찾아보자.
가자.
-승기야.
-김승기!
-승기 오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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