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촌티콤 날아라 메뚜기 18화

등록일 : 2018-10-31 15:01:47.0
조회수 : 313
-어때요, 선생님.
-악화되지 않았다고 하면 좋은 소식이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빠지고 있다고     
하면 안 좋은 소식이겠죠.
요즘 좀 어떠세요?
-자주 더 깜빡깜빡하는 것 같아요.
제가 막 저질러놓고도 기겁을 할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여전히
그럴 마음은 없으신가 봐요.
-없어요.
가족들에게 털어놓으면 제가 도움은
많이 받을 수 있겠죠.
그러면 그때부터 저의 모든 건
가족들 결정에 따라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되겠죠.
그런데 그건 제 인생이 아니지
않습니까?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라도 내가 나일 수
있을 때 그때까지는 내 의지대로 살고
싶습니다.
-자기야, 자기야, 자기야.
빅뉴스, 빅뉴스.
-뭔데, 뭔데.
-그 펜션 있잖아.
그 유정이네, 유정이네.
그거를 그 여사님이 샀대.
그러니까 백 작가님이랑 여사님이랑
하루아침에 사이가 역전된 거라고.
잘 봐.
펜션 주인이랑 손님에서 펜션 주인이랑
직원으로.
대박이지, 대박이지, 그렇지, 그렇지?
-그 할매 대단하긴 대단하네, 그래.
-뭐야.
알고 있었어?
자기도?
-이 근방 사람도 다 알고 있을걸요.
-그래도 어쨌거나 진짜 대단하잖아.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보통 할머니가
아니다 싶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돈이 많을 줄 누가
알았어.
-아니, 그러니까 나도 백 작가 금마
얼굴만 보면 인복이라고는 진짜
요만큼도 없이 딱 빌어먹기 쉬운 상인데
아니, 무슨 복이 있어서 그렇게 물 좋은
할매를 만난 지 모르겠네, 진짜.
-유정이가 복이 많나 보지.
아니면 전생에 그 여사님이랑 인연이
있든지.
-어쨌거나 그 인간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인연을 만난 거고 반대로 그 할매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최악의 빈대를 만난
것 아니겠나?
-그래도 유정이가 고생을 덜었으니까
다행이죠.
여사님이 우리 마을에 안 왔으면 백
작가님하고 유정이.
지금쯤이면 진짜 빌어먹고 있을 텐데.
이런 거 생각하면 인연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싶어요.
-백유정, 아빠 그만 감시하고 그림이나
마저 그리세요.
-안 된다.
할매가 한시도 눈 떼지 말고 감시하라
했다.
틈만 나면 농땡이 피운다고.
-내 팔자야.
유정아, 그러지 말고 어디 나가서, 이
앞에 가서 과자 하나 사 먹을까?
-아이고, 아이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펜션을 비울 수가 없어요.
청소해 빨리.
-하고 있는데요.
여사, 아니 사장님.
-청소가 아까가 끝나야 할 시간이지,
아직까지 뭐 하고 있어?
-아이구 우리 쥐방울이.
뭐 하고 있었어요?
-할매 짠!
우리 가족.
-이야 잘 그렸네.
여사님, 우리 유정이 그림에 소질 있는
것 같지 않아요?
화가로 한번 키워볼까?
아빠는 소설가, 딸은 화가.
할머니는.
-음악가?
소싯적부터 노래 잘한다고 가수 한번
해보라는 소리 많이 들었었거든.
-그러면 우리는 예술가 집안이네?
-진짜 그러네?
-하하하하.
-청소나 하셔, 백 직원.
-네.
-아이고.
니 와이리 똥폼을 잡고 앉아있노?
병원에 갔다 온다 카드만 뭐가 잘못된
모양이네?
-안 좋아질 게 뭐 있어.
애초에 좋아질 수 없는 병인데.
-그런데 와 넋을 놓고 앉아있노?
-지금까지 살면서도 그렇고, 고 선장
사는 게 참 희한하다.
내가 제정신일 때까지 만이라도 혼자서
아주 홀가분하게 살려고 여기에 왔는데.
묶였어, 또 묶였어.
-와?
유정이하고 백 작가?
-언제 그렇게 정이 들어버렸을까?
-가랑비에 옷 젖는 거 맹키로 드는 줄
모르고 은근하게 드는 정이 더
무서운기다.
유정이하고 백 작가가 상처받을까
싶어서 그러나?
-나야 바보가 되어버리면 그뿐이야.
그런데 유정이, 백 작가는 아니잖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백 작가한테
미안해서 죽겠어.
-그라믄 솔직하게 털어놔라.
많고 많은 마을 중에 하필이면 이
마을로 들어왔고.
하도 많은 집 중에 백 작가를 선택한
거는 그쪽이지만은.
계속해서 친구로 살 건지, 말 건지는
이제 유정이하고 백 작가의 선택에
맡겨야 되는 거 아니가?
안 그렇나?
-내 말이 맞다니까.
뭔가 바라는 목적이 있어.
-아니라니까.
진짜 꿍꿍이가 있었으면 백 작가
이름으로 딱 사줘야 맞지.
자기 돈으로 자기 집 사는데.
목적은 무슨 목적.
-사람이 이리 순진하다.
너무 대놓고 그러면 티가 난다 아이가.
그러니까 자기 집을 사서 오갈 때 없는
부녀를 거둬들인다는 모양새로 백
작가한테 족쇄를 딱 채운 거지, 딱.
-여사님, 배 아프시구나.
우리 여사님이 외모도 되고, 성격도 좋은
데다가 돈까지 많다니까 배 아픈 거죠?
-뭐라카노 지금?
-그러지 마세요.
여사님이 저희한테 바랄 게 뭐가
있겠어요?
우리 여사님 정말 좋은 분이니까 배
아프면 약 사 드시고 험담하지 마세요.
아셨죠?
-(노래) 사랑해요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냐면요
하늘이 높다 해도 내 사랑
바다가 깊다 해도 내 사랑
엎드려서 책 보면 눈 나빠진다고
할머니가 몇 번 이야기했는데.
우리 한누리, 또 그렇게 하고 있네.
-이러면 됐지?
-너, 할머니 골탕 먹이려고 그랬지?
-아닌데, 깜빡하고 그런 건데.
-점심때가 다 됐는데, 우리 누리가
좋아하는 오므라이스 만들어 먹을까?
-저도 오므라이스 좋아해요, 여사님.
그런데 누리가 누구예요?
-어?
누구세요?
-왜 그러세요.
저 늦게 왔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원래 총알 같이 갔다 오려고
했는데.
-누리야, 이 사람 누구셔?
-에이, 여사님.
유정아, 왜 자꾸 여사님이 너보고
누리라고 그러는 거야?
-아니, 우리 누리가 왜 유정이야?
당신, 누구야?
나가.
-여사님.
-누구냐고, 나가라고, 여기는 우리
집이야, 나가.
나 오므라이스 할 거야, 빨리 나가!
-그러니까, 소장님도 다 알고 있는 거를
저만 모르고 있었네요.
-아빠, 미안.
그런데 걱정하지 마라.
할매, 약만 먹으면 다 낫는다.
맞죠, 소장님?
-유정아, 그게.
-이제 이해가 되네요.
유정이 가족 장기자랑 잊으셨던 거.
가끔 사라지신 거.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셨던 거.
-안 그래도 여사님이 작가님한테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고 하던데.
-가족은 없대요?
있는데도 모르는 거래요?
그러고 보니, 여사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네요.
-작가님.
-여사님.
-작가야, 정말 내가 말 못 해서
미안한데, 나 가족들도 모르게 내가 여기
와 있는 거야.
-그러면 내 가족 고생시키기는 싫고,
만만한 사람 골라서 정주고 돈 주고
감사하다고 병수발 들어주고.
그러려고 저희 집에 오신 거예요?
-작가님,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비싼 펜션 사서 거둬주는
데는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그런데 진짜 목적이 있었네요.
-그런 거 아니야.
오해 좀 하지 말아라.
-오해?
무슨 오해요.
-아빠, 할머니한테 그러지 마라.
안 그래도 아픈데, 더 아프면 어쩌려고
그러노.
-정말 그런 거 아니니까 나 좀 믿어줘라,
정말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든지 말든지 뭔 상관이에요.
우리가 뭐라고.
남이잖아요.
유정이랑 저, 펜션에서 나갈게요.
가자, 유정아.
-나 안 간다.
-가자고.
-안 갈끼다.
-나와.
-안 간다고!
-작가님!
-나와.
-작가님!
-작가야.
정말 오해하지 마.
내가 여기 내려온 건 내 남은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야.
그리고 펜션 일은 그저 두 사람 위해서
한 거고.
작가야.
듣고 있니?
그리고 이거 하나는 꼭 좀 지고
넘어가자.
내가 만약에 내 병수발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여기를 왜
왔겠어?
시설 좋은 요양원도 많은데, 내가 거기를
갔겠지.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다 하자.
작가 네가 요리를 잘할 줄 아냐, 무슨
청소를 잘할 줄 아냐, 아니면 뭐
부지런하기를 하냐.
어떻게 내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한테 나를 맡기냐 말이야.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떠나야 한다면 내가
떠난다고.
작가하고 유정이가 아니라.
잘자, 작가님.
어머, 쥐방울.
-할매, 배신자.
혼자 좋은 데 갈라꼬?
그럴 수는 없지.
-아이구.
할매 좀 조용하게 바람 좀 쐬고
올랬더니.
다 틀렸네.
-내는 이렇게 꼭 붙어만 있을 테니까
조용하게 바람 쐬소.
그럼 되지, 뭐.
아빠가 할매 되게 되게 좋아하는 거
알지?
-안 그래도 걱정했는데 그래도 유정이가
같이 갔으니까 별일은 없겠지예?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나 소장, 앞으로 상황이 어찌 될
줄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래 가만히
있어도 되겄나?
-저도 어젯밤에 생각을 좀 해봤는데
가족들한테 연락을 한번 해볼까예?
제가 큰아들 연락처를 알아놓기는
했는데.
-이야.
여기 진짜 좋다.
여기 완전 외국같애요.
-촌스라.
외국은 무슨 외국.
내가 쥐방울이한테 해줘야 할 게 참
많다.
비행기도 태워줘야 하지.
진짜 외국 여행도 시켜줘야 되지.
-할매랑 아빠랑 진짜 외국 여행 가면
완전 좋겠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온 거예요?
-여기?
여기는 내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생각도
좀 하고.
쉬기도 하고, 그러는 곳?
-그럼 할매는 생각 정리하세요.
나는 온 김에 구경 좀 하고 올게요.
-멀리 가지 마.
-그거를 이제 말해 주면 어떻게 해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여사님이 가족들한테 알리는 걸 원하지
않으셨고.
그때는 여기 정착하실 줄도 몰랐고예.
-아니, 그 말씀은 우리 어머니가 여기에
정착이라도 하실 거란 얘기인가요?
-형, 내가 얘기했잖아.
엄마랑 같이 산다는 그 남자랑 딸내미랑
엄마를 얼마나 구워삶았는지 엄마가
완전 다른 사람 됐다니까?
-그동안 우리 작가님하고 유정이가 자식
이상으로 여사님을 챙기고 돌봤다는 건
제가 보증합니다.
그런 걸 두고 구워 삶았다카면 안
되지예.
-그 사람들도 우리 엄마 돈 많은 거
알고 있잖아요.
그거 노리고 잘해 줄 수도 있는 거지.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들 말을 어떻게
믿어.
-정작 여사님 재산에 관심이 많은 건
피가 섞인 그쪽 같은데.
내 어머니를 챙기고 돌봐준 사람들한테
감사하기는커녕 돈 생각부터 먼저 하는
거 보니까.
여사님이 왜 가족들한테 안 알렸는지 알
것 같네예.
안 그렇습니까?
-저기요, 이봐요.
-당신들한테 연락하면서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걱정했는데.
괜히 시간 낭비만 했네예.
자식이라고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이소.
우리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까.
-진짜.
형, 어떻게 해.
-할매, 우리 이제 누구 만나는 건데요?
-조금만 기다려봐.
누리야!
-할머니!
-아유 우리 쥐방울, 우리 쥐방울.
잘 있었어?
힘들지 않았어?
-괜찮았어요.
-공부하기 힘들 텐데.
-할머니 너무 예뻐졌는데요?
-누리?
쥐방울?
-여사님 계실 때 다시 오세요.
지금은 우리 집에 한 발짝도 못 들어가.
-나 진짜, 이 동네 사람들 아까부터 사람
완전 짜증 나게 하네 진짜.
이봐요, 우리 엄마 짐을 아들인 우리가
가져가겠다는데 왜 말리냐고 당신이
무슨 권리로.
어?
-집주인 권리다, 왜!
지금은 내 권리가 당신들 입장보다 좀
더 높을 것 같은데?
오늘 저녁은 좀 색다르게 유치장에서
콩밥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들어가
보시던가.
-어차피 어머니는 우리랑 같이 가시게
되어 있어요.
괜히 서로 곤두서서 에너지 낭비하지
맙시다.
비켜요.
-잠깐만, 내가 엄마한테 전화 한번
해볼게.
또 엄마 왜 꺼놨어, 전화를.
-여보세요.
요양원은 알아봤어?
뭐?
월 300?
어디서 그런 싸구...
좀 더 알아봐.
외국이라도 좋고.
응.
-이보세요.
우리 여사님을 어디로 보내?
뭐, 요양원?
우와, 와.
-할머니 걱정 많이 했는데.
어디 아픈 데는 없고?
-그럼, 할머니는 좋은 데서 아주
건강하게 잘 있어.
걱정 안 해도 돼.
-제가 걔야?
할머니 말처럼 예쁘게 생겼네.
-내가 소개를 할게.
여기는 할머니 손녀 한누리.
또 여기도 할머니 손녀 백유정.
-반갑다, 꼬마야.
-전담 의사에 간호사, 비서까지 붙여서
관리하고 집중 케어하겠다는데 왜.
뭐가 잘못됐습니까?
-관리?
아니, 누가 들으면 누워서 꼼짝 못 하는
분인 줄 아시겠네.
아직 멀쩡한 사람보다 더 멀쩡하신
분인데 요양원은 뭐고 관리는 뭡니까?
그게 사람 사는 겁니까?
얼마나 답답하시겠어요.
-답답한 건 당신이지.
거기는 당신이 생각하는 데랑 차원이
다른 곳이라고.
식당, 음악감상실, 영화관, 거기에
풀장까지 달려 있어.
없는 게 없는 수준이 아니라 필요한 것
이상으로 있다고, 이 양반아.
정신없는 사람이 밖에 있는 게 위험하지,
모르는 소리 하고 있어.
-그래도 이건.
-내가 여기 내려온 건 내 남은 인상을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야.
-그래도 이건 아니거든요.
여사님이 바라는 건 자유로운 생활이지
거기 갇힌 삶이 아니라고.
당신들이 이럴까 봐 여사님이 말을 안
한 거라고.
-이 자식이 아까부터 뭘 안다고 난리야,
네가.
이 멀대 같은 자식아.
네가 우리보다 우리 엄마를 더 잘
알아?
-그래, 훨씬 더 잘 안다.
그런 것도 모르는 게 자식이야?
-너 밀었니?
이리 와봐.
들어와 봐, 인마.
-뭐, 뭐?
-쳤어?
-쳤다.
-대지 마, 대지 마.
대지 마, 이 자식아.
-뭐, 뭐?
-밀어볼게, 느낌 오지?
느낌 오지?
서울의 맛이다, 이 자식아, 이게.
자식아, 느낌 와, 안 와?
-이게 진짜.
-고개 숙여, 이 자식아.
목이 아파.
숙여 봐.
-아오, 진짜.
한 방에 그냥.
-울대를 그냥 딱딱.
야, 한 방, 해봐, 해봐.
-그런데 할머니.
아빠가 막냇삼촌이랑 거기 가셨나 봐.
할머니 사는 데.
-응?
-아까 엄마랑 통화하는 거 들었거든.
-그래?
잠깐만, 잠깐만.
여보세요?
-앞으로는 누리 언니라고 불러.
할머니가 쥐방울, 쥐방울 하면서 네 자랑
되게 많이 하더라.
우리 할머니한테 잘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우리 할매인데.
-쥐방울.
-(함께) 응.
-집에 가자.
누리야.
할머니 다시 올게.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할머니 편이야.
-알았어.
할머니가 또 연락할게.
-할머니, 힘내.
-응, 응.
-쥐방울 2호.
다음에 또 보자.
안녕.
-아유, 진짜.
-아오.
-뭐, 뭐 이 자식아.
다리 길이로.
-이 자식아, 이거로 그냥 확.
-조심해, 이 자식아.
-뭐, 울대?
-울대, 내리고.
-울면 안 돼, 인마.
-딱 조심해, 인마.
너 고소할 거니까, 너.
-진짜.
-조심해라.
너 오늘 고소다, 오늘 고소.
-누가 할 소리.
내가 고소할 거야.
나도 고소할 거라고.
-조용히 하이소!
다 큰 어른들이 꼴사납게 뭐 하는
짓입니까?
여사님 오신다니까 조용히 기다리소.
-진짜.
-아니, 내가 분명히 그때 백 작가가
귀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귀인이 아인거 아이가?
다른 병도 아니고 치맨데.
이거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갈수록 더
안 좋아지는 건데.
-그러니까요.
어떻게 그런 분이 그런 병에.
너무 밝으셔서 짐작도 못 했다니까요.
-그러게 말이야.
이제 여사님이 떠나시겠지?
마을에 다 알려졌는데.
그렇게 자존심 세신 분이 계속 남아계실
리는 없을 거고.
나는 해피엔딩이 좋은데.
-여사님, 죄송합니다.
연락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엄마, 엄마.
엄마, 엄마, 나 이거 봐봐, 이거 봐봐.
저 자식이 나 여기 멱살 잡고 나 여기
때리고 이랬어.
이거 봐봐, 부어오른 거 봐봐.
아프겠지?
아파.
-아빠, 아빠 괜찮나?
-응, 아빠 괜찮아.
-그만해라, 그만해라.
한 박사.
-네, 어머니.
-다 데리고 서울 올라가.
나는 여기서 있을 거니까.
-엄마.
-어머니.
고집 피울 걸 피우세요.
여기 그냥 이러고 계시면 어떻게
되시는지 어머니가 더 잘 아시잖아요.
요양원 알아보고 있어요.
짐 챙기세요.
-내 인생이야.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약을 먹어도 여기서 먹고.
밥을 먹어도 여기서 먹고.
내가 하는 싶은 대로 살다가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이 나면 그때 갈 거야.
그러니 그만들 가.
-엄마.
무슨 말이야, 진짜, 엄마.
-한마디만 더 하면 내 남은 재산 다 백
작가 명의로 돌리고 정말 너희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 버릴 거야.
-다시 전화드릴게요.
-형.
형.
그냥 가면 어떡해.
형.
엄마.
-너도 어서 가.
-알았어.
일단 가는데 이따 전화 꼭 받고, 건강해.
형.
-우리도 집에 가자.
여사님도 집에 가세요.
여사님 짐 다 싸놨어요.
-아빠, 진짜 할매 가는 기가?
-여기서 살면 여사님이 힘드셔서 안 돼.
그렇죠, 여사님?
-응, 그게 맞아.
내가 여기 있으면 우리 애들이 자꾸
와서 힘들게 할 수 있어.
내가 떠나는 게 맞아.
내가 떠나야지.
-할매, 가지 마라.
-떠날 준비가 되셨으면.
짜잔.
내가 이거 급하게 쓴다고 얼마나
힘들었다고요.
1등 의사, 간호사는 없지만.
친구가 많은 요양원.
여사님, 괜찮죠?
-당연히 괜찮지.
아니, 너무 좋아, 좋아.
-그럼 우리 요양원에 첫 번째 입주를
축하하면서 기념사진 찍을까요?
-응.
-좀 더 들어.
여기 보이게.
오케이.
준비됐어요?
하나, 둘, 셋.
-조금 있으면 계약 끝나는데
생각해 놓은 거 있나?
-그럼요.
열심히 생각하고 있죠.
-네?
수영 코치요?
-한 달만 부탁을 좀 드리고 싶은데.
-수영하기로 했다며.
-수영은 위험한데.
-이러다 수영한다꼬 다시 서울 갈 수도
있어예.
-옛날에 수영하시던 분 아니세요?
-기다리는 팬들 진짜 많을 텐데.
다시 시작하세요, 수영.
-그러니까 다시 돌아와.
-수영 천재라는 말까지 듣던 사람이.
가슴에 태극 마크는 한 번 달아봐야지.
-6개월 같이 있었던 나도 이렇게
탐이 나는데.
사람들 마음을 어떻게 아노.
-저는 김 코치님 수영하는 거.
절대로.
절대로 반대입니다.
-지원아, 나랑 여기 있자.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