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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N다문화 연작 드라마 다락방 제2화 가족의 재구성

등록일 : 2016-12-12 13:49:09.0
조회수 : 338
-맞죠?
물 건너오겠다, 엄마야.
-네 시야.
네가 탈 노란 꽃가마를 지고 와.
     
-어서 와서 밥 먹어.
-네.
이제 이런 거 안 해줘도 돼.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알아서 하는 게 이 꼴이야?
냉장고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고.
뭘 알아서 해.
-그래도 안 굶어죽어.
시켜 먹고 사먹고 하면 되는 거지.
엄마가 귀찮잖아.
-그래도 내가 있어서 이렇게 챙겨주니까
다행이지.
나 죽고 없으면 어쩔래?
-걱정 하지 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어?
-그러지 말고 이제 다른 여자 한번 만나
봐봐.
진호 엄마 간 지 3년이 넘었잖아.
-언제까지 엄마 없는 애들로 키운 건데.
-애들 딸린 홀아비한테 누가 시집온다고
그래?
-왜 없어?
그래도 얼마 전부터 정미 엄마가 누구
소개 시켜준다고 하던데.
한번 만나보자.
-예쁘대?
-응.
예쁘다더라.
-예쁘면 한번 만나볼까?
-그래.
만나보자.
-아이랑 둘이 산다고 들었는데 외롭지는
않으세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저희는 애가 둘인데도 저는 가끔
외롭더라고요.
-아, 네.
-여기요.
예쁘죠?
오다가 하도 예뻐서 사왔습니다.
노란 국화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불행.
-네?
설마 불행이라는 꽃말의 꽃을
사왔겠습니까?
-그렇죠?
-짝사랑이랍니다.
이제 진짜 주고받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좋은 뜻이네요.
-언니.
많이 늦었죠?
-쉿.
울다가 방금 잠들었어.
-울었다고요?
왜요?
-학교에서 남자애들이 혼혈이라고
놀렸나봐.
계속 우울해 하더니 저렇게 잠들어
버렸어.
-어차피 은영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에요.
혼혈이라는 게 거짓말도 아니잖아요.
-오늘 그 남자 어땠어?
-별로였어요.
제 스타일도 아니에요.
지금은 우리 돈도 벌어야 하고.
은영이도 키워야 하고.
-몇 번 더 만나 봐.
자기도 남편이 필요하지만 은영이도
아빠가 필요하잖아.
-글쎄요.
한국 남자는...
우리 은영이가 벌써 10살이네.
-생선 드셔보세요.
-제가 할 수 있어요.
-생선 가시에 찔리면 약도 없어요.
이런 건 남자들이 하는 겁니다.
감기는 초기에 잡아야 돼요.
아까 통화할 때 기침하시길래
준비했어요.
드세요.
-지혜 씨.
산업경제공단에 43살 먹은 이상진이라는
사람 없다는데.
-어쩐지 수상하다 했어.
아니, 무슨 남자가 만나자마자 그렇게 잘
해주냐.
-그래.
20살도 아니고 한 번 결혼한 사람이
이리재고 저리재고 해야지 너무 잘 하는
게 좀 불안했어.
-외국인이라고 사기 치는 거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닌데.
-아, 이따가 회사 앞에서 만난다고 했지?
-그래, 우리가 같이 좀 보자.
우리가 한번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아.
우리는 딱 보면 안다, 딱.
-딱.
-메뉴 정하시면 불러주세요.
-네, 고맙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요리 사드릴게요.
가만 있어봐.
지혜 씨한테 뭐가 맛있을까?
-어머, 지혜 씨를 여기서 딱 만났네.
-어머, 어머.
우리 지혜 씨 만나는 사람 누군지 엄청
궁금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만나다니요.
-어머, 훈남이시네.
앉은키도 딱 좋고.
얼굴도 웃는 상이고.
개그맨 배동성 닮았네.
-아니, 아니, 이렇게 보니까 배용준도
닮았네.
딱 내 스타일이다.
-언니.
-그런데 말이죠.
-혼자된 지 얼마나 됐죠?
-애는 몇 살이에요?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나 되신 거죠?
-어떤 부서에서 일하세요?
-국장님 이름이 뭔가요?
-부모님 살아 계신가요?
-학교는?
어디 나왔어요?
-전공 뭐였어요?
-종교는 있나요?
-지혜 씨 어떤 점이 좋아요?
-죄송해요.
저희 언니들이 좀 짓궂죠?
-지혜 씨.
제가 그렇게 의심스러웠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회사이름을
잘못 말해서 언니들이 많이 오해했나
봐요.
기분 많이 나빴었어요?
-네, 굉장히요.
-진짜 미안해요.
일부러 한 거 아닌데.
-지혜 씨, 제가 죄송해요.
지혜 씨 난감해 하는 모습 보니까 진짜
귀여우시네요.
지혜 씨, 저 언니들한테 오케이
받았으니까 괜찮은 사람으로 검증된
거죠?
이번 주말에 아이들하고 다 같이 한번
모일까요?
-네.
-갑시다.
-묵은 때를 벗겨내야 새 단장을 하지.
-뭘 시켜 먹을까?
우리 은영이 뭐 먹고 싶어?
-불고기피자요.
-난 불고기피자 안 먹어.
슈림프피자 시켜줘.
-그럼 어떻게 하지?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선택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지.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를 선택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어.
스티브 잡스가 사과를 선택해서 사과는
컴퓨터의 상표가 되었지.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런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단다.
위대한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 메뉴.
중국집에서는 짬짜면, 닭집에서는
양반후반, 피자집에서는 당연히 하프 앤
하프.
-오빠, 너무 똑똑해요.
-또 시작이다.
지겨워.
-그러면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최고의
메뉴, 하프 앤 하프를 아빠가 시키고
올게요.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아니에요.
제가 살게요.
-같이 가실까요?
-그럴까요?
-중학교 교과서에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있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넌
그 꽃에 지나지는 않았다.
-나는 이진희, 오빠는 이진호.
넌?
-전 은영이에요.
조은영.
-너네 엄마가 뭐라면서 여기 오자고
했어?
-언니랑 오빠 만나러 가자고 하던데.
-언니, 오빠는 무슨.
야, 우리는 이 씨고 넌 조 씨인데 어떻게
언니, 오빠야.
언니라고 부르지 마.
-야, 이진희.
-감사합니다.
진호야, 이거 아빠 거.
지혜 씨, 애들 거.
재미있게 놀아.
-가자.
-진희야.
진희야, 가자.
-왜 찜질방이야?
나 가기 싫어.
-진희야, 오늘 은영이 가고 싶어 하는
찜질방 가자.
응?
-내가 왜 저 아줌마랑 같이 목욕탕에
가야 해?
-진희야.
-오늘 목욕탕 갔다 오면 너 좋아하는
피아노학원 보내줄게.
응?
-정말?
-응, 정말.
-약속해.
-그래.
도장 찍고.
대신 오늘 깨끗하게 씻고 나와야 돼.
알았지?
-응.
-그래, 가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KNN 뉴스와 생활경제입니다.
먼저 이 시각 주요뉴스입니다.
-야, 왜 이렇게 안 나오냐?
-나오겠죠.
-들어간 지 한 시간이 넘었어.
-자고로 미장원과 목욕탕에 간 여자는
절대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인터폴에서 수배 중이던 외국인
인신매매단이 붙잡혔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베트남 여성 한지혜
씨는 돈을 미끼로 남자들에게 접근해
아이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지혜 씨 외에 다른 외국인 인신매매단
일당들도 추적하고 있습니다.
-아가씨, 여탕에 사람 좀 찾아주세요.
우리 아이가 아직 안 나왔네요.
-엄마랑 같이 갔죠?
여자들이 원래 좀 오래 씻어요.
-그래도 두 시간이 다 돼 가는데요.
그러지 마시고 저희 여자아이 둘 하고
같이 온 베트남 여성분이 있는지 확인
좀 해 주시겠어요?
-네.
-아빠.
-준희야.
괜찮아?
-우리 많이 늦었죠?
-내가 오기 싫다고 했잖아.
때 많다고 얼마나 빡빡 밀던지 피부가
다 벗겨진 것 같아.
-진희가 목욕탕 잘 안 가나 봐요.
한 3년 묵은 때를 벗긴 것 같아요.
-지혜 씨, 고마워요.
-은영아, 오늘 재미있었니?
-응, 진호 오빠 너무 똑똑하지 않아?
오빠는 컴퓨터 같아.
모르는 게 없어.
-그래?
-맨날 엄마랑 둘이 놀다가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아저씨도 만나고, 나 오늘
부자 된 것 같아.
-우리 딸 너무 행복해 보여.
우리 집에 가자, 춥다.
-엄마, 찜질방 한번 더 가자.
-알았어.
-다녀왔습니다.
-잘 갔다 왔어?
-몰라.
이상한 아줌마를 만나서 찜질방이나
가고, 피곤해.
-뭔 일 있었어?
-무릇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주겠지만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되겠습니까?
-얘 또 뭐라는 거야.
-재미있었어.
그 사람이 지혜 씻긴다고 고생했지.
-천천히 한번 잘 봐봐.
그래도 외국인인데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겠나?
-네, 알겠습니다, 어머니.
-맨날 건성으로.
-맛있다.
-아이고, 우리 딸.
-자기도 남편이 필요하지만 은영이도
아빠가 필요하잖아.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아저씨도
만나고, 나 오늘 부자 된 것 같아.
-여보세요?
상진 씨.
우리 지금 만날 수 있어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상진 씨.
저는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돈도 벌어야 하고 은영이도 잘 키워야
하고.
-그럼요.
잘 알고 있죠.
-이렇게 상진 씨와 연애할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어요.
-제가 지혜 씨 더 배려해 드릴게요.
-아니요, 아니요.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건 저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면요?
-제가 결심했어요.
이거 마시면 우리 결혼하는 거예요.
알았죠?
-지혜 씨.
청혼은 남자가 하는 거예요.
지혜 씨.
결혼해 주세요.
-상진 씨.
-진희야.
-진희야, 왜 그래?
-진희야.
-진희야.
-아빠, 제가 쫓아갈게요.
괜찮아?
-몰라.
-아빠를 이해해 주자.
아빠 그래도 이제 마흔 중반이야.
평생 혼자 살라고 할 수는 없잖아?
-누가 뭐래?
난 그 아줌마가 싫어.
아빠보다 한참 어린 것도 싫고 외국인인
건 더 싫어.
-왜.
예쁘지, 착하지.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잖아.
그럼 됐지, 뭐가 더 필요하냐.
-싫어.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아빠 옆에
있는 게 싫어.
잠도 아빠 옆에서 잘 거 아니야.
난 그것도 싫다고.
-그래.
그건 이 오라버니가 해결해 주지.
-오빠, 나 잘했지?
-그럼.
자, 그럼 다들 이름에 맞게 누우시면
됩니다.
제가 먼저.
-그래, 이사 가자.
방 하나짜리로.
-당분간 견우와 직녀라 생각하세요.
곧 만나실 날이 오겠죠.
두 분 다 얼른 누우세요.
-칠월칠석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
오작교가 만들어져야 건너지.
-아이고, 내 새끼.
할머니 반찬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
-네.
-준희야, 손으로 먹지 말고 젓가락으로
덜어먹어야지.
알았지?
-놔둬라.
맛있다고 먹는데.
-그래도 어머니, 손에 묻은 걸로
이것저것 먹으면 위생적으로 안 좋아요.
-어차피 다 식구들이 먹을 건데, 뭐.
-맛있어?
-야, 이거 우리 할머니가 만든 거야.
조 씨는 좀 빠져.
-진희야.
동생한테 무슨 말이니?
-성이 다른데 무슨 동생이에요?
-왜 나는 조 씨고 언니 오빠는 이 씨야?
-그럼 에브리바디 박 씨 할까?
에브리바디 박박박, 박박박.
-울지 마라.
너도 이거 하나 먹어 봐.
-그래, 새아빠는 잘 해줘?
-응, 아빠도 좋고 오빠도 좋고.
언니는, 언니도 좋아.
-우리 은영이 외롭지 않아서 좋겠네.
-그런데 할머니.
나만 조 씨야.
언니랑 오빠랑 아빠는 이 씨인데 나는
조 씨라고 반찬 못 먹게 했어.
-누가?
-진희 언니가.
-내가 동생 아니래.
-언니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이네.
같이 사는데 동생이지.
-나 화장실.
-그래, 할미랑 같이 가자.
-안 그래도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요.
은영이 성을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안 된다.
-네?
-우리 조 씨 씨앗을 우리가 키우지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어디 남의 성을
갖다 붙인단 말이냐.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된다.
-자, 다들 맛있게 드세요.
-맛있겠는데?
새엄마, 이거 베트남식이에요?
-왜 할머니 반찬은 없어?
-좀 오래된 것 같아서 엄마가 버렸어.
오늘부터 엄마가 신선한 거, 새로운 거
만들어 줄게.
-먹어 보자.
맛있네.
먹어, 먹어, 먹어.
-맛있어.
다 먹고 또 먹어도 되지?
-그럼, 당연하지.
은영이 많이 먹어.
아빠가 은영이 꼭 이은영으로 바꿔줄게.
-아, 배아파.
-준희 배 아파?
-응, 갑자기 아파.
-갑자기 배가 아파.
안 되겠다, 준희.
방에 가서 좀 쉬어야지.
준희 배 아프구나.
-집안이 조용하지를 않아.
새 사람이 잘못 들어온 건가.
둘이 궁합이 안 맞는 건가.
아직 서류 정리 중인데.
둘이 갈라놓을까?
-둘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애네.
애가 문제다.
-누구?
-둘 사이에 복덩이 하나가 들어오려고
하는데 틈이 안 보이네.
-애가 셋이나 되는데?
-엄마야, 엄마야, 그거 모르는 소리다.
둘 사이에 애가 들어와야 평화가
찾아온다.
그 애가 들어오면 3대가 행복할 거다.
-사랑하는 우리 자기.
어서 와.
-애들은요?
-엄마가 다 데리고 나가셨어.
오늘 이 집에는 자기랑 나랑 단 둘이야.
어서 와.
-이거 뭐야, 이거 어떻게 다 치워.
-어서 와.
-몰라, 몰라.
-진희야.
-누구 마음대로 애기를 가져?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렇다고 동생 사진을 구기면 어떡해.
-왜?
이깟 사진이 뭐가 중요한데.
-진희야.
-그러게 왜 나한테서 아빠를 뺏어.
-하지 마.
하지 말라고.
-내 마음도 모르고.
아빠가 나한테 어떤 존재인데.
아빠를 왜!
아줌마.
아줌마.
아줌마, 정신 차려 봐.
아줌마.
여기 아줌마가 쓰러졌어요.
빨리 와 주세요.
-괜찮아.
별 일 없을 거야.
-나 때문이야.
내가 아기 초음파 사진을 망가뜨려서
아줌마가 충격 받고 쓰러졌어.
-아니야.
새엄마가 지금 몸이 약해져 있다잖아.
-오빠, 아줌마도 죽는 거 아니지?
-아니라니까.
오빠 믿어.
-아줌마도 우리 엄마처럼 죽을까봐 나
너무 무서워.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
2, 3일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산모가 워낙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상황이 악화되면 산모와 아이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죽지만은 마세요.
꼭이요.
새엄마도.
동생도.
-파란하늘 토끼 한 마리.
-은영아.
-할아버지!
-우리 은영이 잘 있었어?
-응, 할머니는?
-할머니는 아파서 못 왔어요.
-그래, 그래, 그래.
-많이 편찮으세요?
-감기가 낫지를 않네.
늙은이는 아프면 안 되는데 말이야.
-빨리 쾌차하셔야 될 텐데.
그런데 무슨 일로...
-자, 이거.
우리가 죽으면 그만인데 늙은이들이
뜻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앞으로 살날이 창창한 우리 은영이가
먼저지.
은영이를 위하는 길인데 늙은이들이
고집만 피울 게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아버님.
진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평화가 건강하게 나와야 하는데.
-언니, 나 이제 이은영이다.
-그래.
진짜 내 동생이네.
-그럼 에브리바디 이 씨인가?
이이리리리, 이리이리.
이리 오너라.
-그만 해, 오빠.
-한지혜 씨 보호자분.
-네, 접니다.
-아버님이 들어가실 거예요?
-제가 들어가야죠.
제가 직접 탯줄 자르려고 이렇게 가위도
준비했습니다.
-아버님, 중세시대에 흑사병으로 왜
그렇게 많이 죽은 줄 아십니까?
-왜?
-바로 페스트균 때문입니다.
이 가위에 어떤 균이 있을 줄 알고 이걸
쓰는지요.
사랑하는 아우에게 첫 선물로 균을
주시려는 겁니까?
-안에 멸균된 가위 있어요.
-그래요?
갖고 있어.
-가위 상표가 평화다.
피스.
-진짜?
-평화표 가위 찾으려고 얼마나
헤매셨을지.
우리 아빠의 섬세함이란.
-아빠 다녀올게.
-따라 오세요.
-파이팅!
-파이팅!
-아빠가 평화의 탯줄을 자르던 그 순간.
우리 집의 막내 평화와 함께 진짜
평화가 찾아왔다.
-사진 찍자.
순서는 집에서 자던 순서대로.
아빠 1번.
-2번.
-3번.
-4번.
-5번.
6번.
-찍습니다.
여기 보시고요.
하나, 둘, 셋에 찍습니다.
눈 감지 마시고.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스마일.
-다른 가족이었던 우리 두 가족은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며 하나의 새로운
가족으로 재구성되었다.
-애들아, 밥 다 됐어.
빨리 와.
-늦었다.
여보, 양말 어딨어?
-양말?
방에 있을 거야.
-방에, 방에.
-빨리 와.
-애들아, 밥 먹어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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