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바다마을이 들썩인다, 기장 문동·칠암
등록일 : 2024-09-20 09:59:07.0
조회수 : 1743
-(해설) 바다를 마주 보고 들어선 올망졸망한 집들과 파도를 타고 움직이는 배들.
작고 조용한 항구가 아름다운 여기는 기장 문동마을입니다.
이게 다 뭐죠? 검게 물든 방파제. 다시마 너는 작업이 한창인가 본데요.
-다시마 냄새가 엄청 진하네. 바다 냄새. 진짜 바다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딱 드네요.
장관이다, 이것도. 이 바다 냄새에 이 다시마 냄새가 섞이니까 기가 막혀요.
짜면서도 고소한 냄새 난다.
-(해설) 오늘은 이 바다 냄새 가득한 바다마을로 마실을 떠나봅니다.
-자갈 밟는 소리. 잔잔한 파도 소리. 고요하네.
여기를 이렇게 쭉 걷다 보니까 돌이 엄청 많아요.
좀 특이하다 싶어서 여쭤봤더니 여기 문동마을이 돌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시네요.
돌이 또 좋다 보니까 돌 사이에 끼어 있는 것들 해조류들 이런 것들도 많고
아까 보니까 다시마 어마어마하던데 저 오늘 처음 알았어요.
돌이 좋아야지 해조류도 같이 좋아진다는 거를.
-(해설) 이 자갈들 때깔 좀 보세요. 문동마을의 주 생업이 다시마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진짜 다시마 철이긴 철인가 보다. 엄청 많네.
-(해설) 다시마 수확 철이라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한 모양이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시마 철인가 봐요.
-네, 지금 한창 다시마 널 때라서.
-그런데 여기 이렇게 다시마가 엄청 크고 넓네요. 이렇게 한 번 할 때 얼마나 돼요, 양이?
-이게 5, 600개 정도 하루에 이렇게.
-5, 600개.
-같이 널고 있어요.
-매일?
-네. 날씨 좋을 때는 지금 한창 철이라서 매일 그렇게 하고 있어요.
-다시마 철이라서 이게 지금 한창 좋을 때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애들이 한마디 불평도 없이 아주 그냥 프로처럼 일을 잘하네.
지금 몇 살이에요?
-12살이요. 이름이 뭐예요?
-김정우요.
-정우 너무 착해라. 또 따님은?
-10살이요.
-10살이요. 이름이 뭐예요?
-김연아요.
-연아요. 스포츠 스타 이름이랑 똑같네.
-아버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아버님 이쪽으로 잠깐만 모실게요.
여기 뭐 지금 이때가 딱 다시마 철인가 보죠?
-지금 다시마 철인데 다시마 지금 5월 말부터 시작해서 6월 중순쯤 되면
다시마가 막바지에 지금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지금부터 막바지. 1년...
-(해설) 1년 양식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시기.
이른 아침부터 인준 씨는 바다로 나서는데요.
-(해설) 무려 30년 차 베테랑 어부지만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다시마를
채취하고 운반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 달 남짓 짧은 수확 시기 동안은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하는데요.
-이거를 차에 싣고 가서 한 3시 정도 돼서 말려서 다음 날 1시 돼서 건조기 안에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태양 건조를 해서 넣어야만 다시마의 그 맛이 나기 때문에
태양 건조를 한 12시간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해설) 기계식 건조까지 마친 다시마. 이제 많이 보던 익숙한 비주얼이죠.
일일이 포장까지 직접 하신다는데 진짜 손이 많이 가긴 하네요.
-줄기가 두껍구나. 이렇게. 이거 진짜 실하다. 이걸 잘 펴서 말리는 건가요?
-네.
-재밌다. 재밌네. 미끌미끌한데요?
-다시마 진입니다.
-다시마 진. 집에서 다시마를 저는 이만한 거 조금씩밖에 안 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큰 거 처음 봐요. 이렇게 가져가서 여기에.
삼촌도 같이 하자. 알려주세요. 이렇게 해서.
-빈틈없게끔 겹치게끔 이렇게 깔아주세요.
-빈틈없게.
-이거 하나 드릴게요.
-이렇게 3장.
-3장 깔고.
-저쪽에도 3장 이렇게.
-저쪽에도.
-이렇게 좁은 데가 바깥쪽으로, 그쪽으로 가게.
-이렇게 겹쳐서 3장.
-지금 6장, 9장. 한 15장 정도 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더 까는 거예요, 여기에?
-(해설) 다시마 너는 시기면 일손이 부족해서 손녀, 손자까지 두 팔을 걷어붙이는데요.
고사리 같은 손이 꽤 야무져 보입니다.
-지저분한 바다에서 크면서 모든 저런 펄 같은 아이들은 지금 저희 아들이 닦아주고 있어요.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세월의 힘듦이 그 손에 다 이렇게 묻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해주셨으면 하고.
-(해설) 해진 씨는 매년 다시마 수확철이 되면 본업도 뒤로하고 일손을 도우러 온다는데요.
덕분에 다시마 수확 시기에 인준 씨네 집은 온기로 들썩입니다.
효녀 딸이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하루에 3시간, 4시간씩 앉아서 일하려면 힘들잖아요. 힘들 때 어떻게 일하세요?
-가수가 있습니다, 여기.
-그래요?
-네.
-누구입니까, 여기 가수가?
-가수왕.
-옆에.
-여기. 어머님 가수.
-아니야, 아니야. 뭔 가수.
-어머니. 노래 흥얼거리면서 하면 힘든지 모르고 하잖아요.
-내가 노래를 일하면서 흥얼거린다. 모르나 봐 모르나 봐~ 내 마음 모르시나 봐~
어떻게 표현하나~ 이 내 마음을~
-(함께) 살며시 내 손을 잡아준다면~ 애인이 되어줄 텐데~
모르나 봐 모르나 봐~ 정말로 모르시나 봐~
-뭐 하는 데지? 큰 LPG 가스도 있고 저 무슨 굴뚝 비슷한 것 달려 있는 뭔가도 있는 것 같고.
누구 계시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거 이제 도자기 만드는 흙을 채취해 놓은 것을 지금
도자기 만들 준비 하려고 한번 흙을 둘러보고 있어요.
-이게. 이게 도자기 만드는 흙이에요?
-네.
-그러면 여기가 도자기 만드는 데예요?
-네.
-(해설) 어쩐지 흙이 많다 했더니 도자기 공방이더라고요.
-이 만드는 흙이 이게 재료가, 흙이 중요한가 보죠?
-네, 이렇게 만져보면, 지금 한번 만져보세요. 타박타박하죠. 덩어리도 없고.
-약간.
-비스킷처럼 딱 잡았을 때 타박타박하고. 타박타박하거든요.
-촉감이 좋은데요. 그래서 이게 수분기가 좀 있는 거구나.
-수분기가 있으면 타박타박하니.
-그런데 실례지만 옆에 계신 분은.
-여기는 제 딸입니다.
-따님. 닮으셨네요.
-안 닮았는데요.
-그럼 따님도 여기서 같이 이거 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부녀간에 같이 하시는 거예요?
-네, 같이 전공을 해서 지금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해설) 부산시 지정 공예명장인 전수걸 씨는 한국적인 선의 전통 도자기를 빚어내는 도예가입니다.
예로부터 도자기 장인들은 아무 데나 가마터를 잡지 않는 법.
고심 끝에 선택한 가마터가 바로 이 기장 문동마을이라고 하네요.
-일광, 칠암 이쪽은 한 2년 정도를 터를 봤는데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공간들,
자리들이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와보니까 골이 져 있고 앞에 바다, 바닷바람이나 햇빛양
그다음에 고리원전이 가깝게 있었기 때문에 지형적으로 굉장히 안전한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정도를 계속 왔다 갔다 봤어요.
여기서 구우면 분명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왔어요, 제가.
-(해설) 기장은 도예로 유명한 지역이죠. 조선시대에는 도예지가 무려 35곳이나 있었다는데요.
고려청자를 계승, 발전시킨 조선의 분청사기. 이 분청사기로 자기의 맥을 이은 곳이 바로 기장입니다.
게다가 양질의 흙, 따뜻한 날씨, 해송으로 유명한 기장 나무까지.
도예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거 얘네는.
-얘는 가스로 불을 때는 가마.
-가마.
-도자기 굽는 가마입니다. 안에 구조를 한번 보여드릴게요.
일단 열면 안에 도자기를 넣을 수 있는 구조가 들어가 있거든요.
이거는 대차식 가마라고 해서 도자기를 뜨겁고 일하기 불편하니까 이렇게 도자기를 차곡차곡 넣어서.
-이 안은 너무 뜨거우니까 직접 못 넣으니까.
-이렇게 딱 넣고 불을 지피거든요.
-(해설) 불길이 꽤나 거세네요.
-여기 있으니까 열기가 확 오네요.
한 번 열이 올라가면 몇 도 정도까지 가나요?
-1270에서 1300도까지 10시간 동안 때야 하거든요.
-1200도 이상 10시간을.
양쪽이 아니고 한쪽만 불이 올라왔는데도 저는 지금 후끈후끈 막 열이 확 전달돼서
너무 좋은데 저 아까 오징어 사온 거 여기에 구울 걸 그랬나 봐요.
-여기 조금 이따가 오징어 굽혀요, 바로.
-(해설) 전통 도자기 공방의 멋이 흘러 넘칩니다.
-여기 뷰랑 해서 끝내주네.
-여기가 안에 작업실. 작업하는 공간입니다.
-(해설) 기장의 자연에 둘러싸인 작업실로 들어서자 곳곳에 작업의 흔적들이 가득한데요.
뭔가 체험객들의 흔적도 보이는 것 같고요.
-여기 지금 작업하고 계신 그런 것들이에요?
-이거는 일광의 돌을 주제로 한 다식들. 몽돌을 표현하는.
-지금 그러면 따님도 전공을 도자기 공예를 하셨다고?
-맞아요, 맞아요.
-그러면 지금 거의 매일 붙어서 같이 작업하시겠네요?
-네.
-어떠세요? 매일 같이 따님이랑 이렇게.
-저는 좋죠. 딸은 불편하겠지만.
-따님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까 이게 일할 때와 아버지의 경계가 다르다는 것을 약간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저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하다 보면 오셔서 안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이거를 언제 다 쓰시겠다는 거예요? 감자 키우면 되겠는데.
-이 좋은 흙을 감자를 키우다니.
-고구마 키우면 딱 되겠는데요.
-(해설) 아무리 명장이라도 딸의 잔소리 앞에서는 꼼짝을 못 하시네요.
-구워서 포대를 열 몇 개를.
-10톤 넘는데 제가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는 다 쓸 거니까.
-사발 만드는 데 이거면 된다면서요.
-큰 것도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도 모자라요.
-(해설) 도예 명장의 못 말리는 흙 사랑입니다.
잔소리가 많은 딸이라지만 보선 씨는 아버지를 이어 도예가가 되려는데요.
-이것을 한번 펴고 바닥을 잡아도 돼요?
-처음부터 바닥을 너무 피면 꼬이니까 작은 상태에서 원통을 뽑고. 여러 번 나누어서 해야지.
욕심 내서 한 번에는 바닥을 쫙 펴버리면 거기가 얇아져서 각이 지면서 안 돼.
-(해설) 도예 명장 아버지의 눈에는 딸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동안 기본에 뿌리를 두거든요.
수천 번 반복해서 그 단아한 선.
정제된 선을 찾아내려고 우리는 그렇게 배웠는데 지금 딸이 하는 거 같은 경우는
이렇게 옆에서 봤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를 안 한다고 해야 하나.
딱 만들면 딱 끝나요. 그러면 거기에서 딱 끝나고.
그런데 거기에서 조금 더 뛰어넘어서 욕심을 냈으면 그런데 그거를 강요할 수도 없고
본인이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부분들이니까.
-(해설) 두 사람의 동행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버지를 잇는 도예 명장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합니다.
-이거. 저기구나.
-전기물레입니다, 이게.
-전기예요?
-전기로 요즘은... 이렇게 딱 해서.
-한번 돌려주세요.
-막 때리시네요.
-때리면 반죽이 잘 되죠. 그래서 싹 발로 한번, 오른쪽 발로 살짝 밟아보세요. 살짝 그냥 이렇게.
-이렇게.
-이 정도로 물을 이렇게.
-물로.
-양손에 이렇게 묻힌 다음에 여기 물을 발라요.
-(해설) 처음 해보는 거라 괜히 떨리더라고요.
-힘세게.
-제가 한번 먼저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한번 보세요.
앞쪽을 밀듯이 꽉 짜서 이거를 꼼짝 못 하게 딱 위로 올려야 합니다.
천천히. 쭉 힘을 꼭 줘서 위로. 이렇게 해서 원심력으로 하기 때문에 이게 중심이 딱 맞아야 해요.
한번 해보세요. 천천히 집중.
-구멍을 많이 뚫었어.
-꾹 눌러요.
-꾹 눌러.
-꾹. 더 눌러요, 더 눌러.
-과감하게 더.
-더.
-더.
-밑으로 밑으로 파고들어요.
-밑으로 이렇게 더 이렇게.
-천천히 계속 눌러요.
-천천히.
-꾹 파고들고. 바깥으로.
-바깥으로 넓혀.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힘을 더 줘요.
-더 줘. 버티고 있어요. 더 당겨.
-더 당겨요, 더 당겨요, 더 당겨요.
-(해설) 두 도예가의 스파르타 강습을 받으며 빚은 도자기. 꽤 그럴싸하죠? 잘 만들었는데.
-들어요.
-위로, 위로. 이렇게 해서 여기다가 살살 놔요.
-올려놓을까요?
-조심해서 살살 놓으면서 손 빼면 돼요.
-저거 봐요. 저거 안 되는데.
-된다니까 된다니까.
-안 돼, 안 돼, 안 돼. 제 손 지문이 뭔가 무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대로 나와요, 구우면.
-예쁘다.
-(해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진짜 이게 재밌네요.
-칠 때 집중력도 생기고 다른 생각이 안 납니다, 물레에 앉으면.
-그러니까 오로지 여기에만 딱 집중하게 되네요. 너무 좋다.
앞으로 우리 두 분께서 계속 작업을 하실 거잖아요.
앞으로 또 작은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 일광 쪽에서 기장 흙으로 계속 여기서 좋은 기장 도자기를 빚는 게 제 꿈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난생처음 도자기도 빚어보고 너무 좋은 추억 쌓는 것 같습니다.
오늘 두 분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부녀.
두 사람처럼 아름다운 작품들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시는 거세요?
-붕장어 잡으러 갑니다.
-붕장어.
-어제 통발 해놨던 거 걷으러 가는 거예요.
-혹시 같이 따라가서 구경해도 돼요?
-그럼요. 안전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이거 저, 타야 하죠? 고맙습니다.
-천천히.
-붕장어 먹어는 봤는데 잡는 건 한 번도 못 봤거든요.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한 2, 30분 나가서요. 거기 통발 해 놓은 거 걷는 거니까 한번 같이 가 보시죠.
-알겠습니다.
-(해설) 기장 문동마을 바로 옆에는 붕장어로 유명한 칠암마을이 있는데요.
칠암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히 붕장어잡이 배를 만났습니다.
2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자 드디어 붕장어 어획지가 나타났는데요.
-역시 배 타고 나오니까 진짜 시원하고 좋네요.
-좋죠.
-지금이 그러면 붕장어 철인가요?
-붕장어는 사시사철 나는데 이쪽 지역이 한류,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 이때가 잡을 때가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잡는 건가요?
-오늘은 고등어를 좋아하거든요.
냄새 나는 게 있어야 들어가니까 고등어를 넣어놨는데 그렇게 된 통발을 사용해서.
-통발낚시?
-통발낚시입니다.
-기대된다.
-(해설) 칠암 전통방식이라는 통발잡이. 오늘 운 좋게 그 광경을 보게 됐네요.
과연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으려나?
-선생님, 여기가 포인트예요?
-저기 보기는 게.
-저기 있다. 저기 있네.
-부표만 이렇게 하면 제가 걷어 올릴게요. 그냥 당겨. 됐어. 잘하셨어요.
-이제 붕장어들이 잡히면.
-넣어야 하니까.
-넣어야 하니까 물을 받아 놓으시는구나, 여기다가. 그냥 물만 받는 게 아니라 얼음까지 준비하셔서.
-얼음 해서.
-수온을 낮춰주려고.
-수온을, 깊은 바다하고 온도가 다르니까.
-온도가 다르죠.
-(해설) 붕장어 맞이할 준비 완료. 이제 있는 힘껏 줄을 당겨 봅시다.
-들어 있다. 이렇게 잡히는 거구나.
-이렇게 잡히는 거예요. 씨알이 좋네.
-또 있어요?
-한 마리 들었다. 고등어. 이게 고등어 미끼. 미끼가 있으니까.
-이걸 먹으려고.
-들어오는 거예요.
-이런 통발 몇 개씩 넣어 놓나요, 보통?
-보통 저희가 잡으러 나올 때는 100개씩 던지는데 오늘은 30개 정도 해놨어요.
-들어 있나? 들어 있다.
-또 있어요?
-두 마리.
-두 마리나 있어요.
-오케이. 여기도 있고. 오케이.
-(함께) 세 마리나 들었어.
-오늘 잘 잡히네.
-수확이 좋습니다. 이놈들이 아주 그냥 뭐라고 해야 하죠? 야무지게 생겼네요.
-야무지게.
-야무지게 생겼어.
-맞아, 맞아. 야무지게 생겼어.
-아주 그냥.
-(해설) 붕장어의 고장답게 통발을 건져 올렸다 하면 두세 마리씩 쏟아져 나오는데요.
팔딱팔딱 이 녀석들이 바로 청정해역에서 자란 기장 붕장어입니다.
-엄청 많이 잡았네. 벌써 이게 몇 마리야?
-지금 거의 10kg 가까이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만선입니다, 만선. 이제 얘네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항구로 들어가서 저희 횟집으로 옮겨서.
좀 굵은 것들은 구이용으로 쓰고 작은 것들은 붕장어회로.
-회로.
-횟감으로.
-제가 여기 와서 뭐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온전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네요.
-파이팅 심어주셔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만선입니다.
-만선이다!
-만선이다!
-(해설) 제가 멀리서 왔다고 만선의 선물을 안겨주시네요.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하다는 기장 붕장어.
짜릿한 손맛을 즐겼으니 이제 입맛도 즐겨봐야겠죠?
이 신선한 붕장어로 어떤 요리들이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얘네들.
-싱싱하죠?
-싱싱하다, 진짜. 무게가 꽤 되네요.
-무게가 좀 됩니다. 엄마, 많이 잡아 왔습니다.
-많이 잡아 왔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왜 이렇게 고우세요? 아드님이 너무 멋있으세요.
-감사합니다.
-너무 튼실하고 너무 좋은데요? 이거 무거우니까 일단 안에다 넣어 놓고 할게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일부러 또 나오셨구나. 붕장어 피부보다 더 고우시네.
-(해설) 칠암마을에 들어서면 해안가를 따라서 붕장어 횟집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데요.
입구부터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납니다.
-여기 칠암마을이 원래 붕장어가 유명해서 이게 메뉴가 많아요. 어떻게 보통 드시나요?
-붕장어회랑 붕장어구이를 많이 드시고요.
-회 하고 구이.
-구이.
-(해설) 우리가 흔히 아는 포슬포슬한 눈꽃 같은 붕장어회 있죠? 바로 이곳 칠암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붕장어는 기름기와 잔뼈가 많아서 손질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로운데요.
잔뼈가 많은 생선이기에 기계로 썰어서 곱게 다져낸다고 하더라고요.
얇게 썰어낸 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서 깨끗이 씻어주고요.
그리고는 곧장 탈수기로 들어갑니다.
붕장어의 물기와 잔가시 등을 탈탈탈 제거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유분을 털어내
그릇에 담아주면 고소하고 독특한 식감을 가진 눈꽃 붕장어회 완성! 이어서 등장한 붕장어구이.
씨알이 좋은 녀석들을 특제 소스를 발라서 노릇하게 구워주는데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절로 군침이 돕니다.
-안녕하세요? 이거 뭐. 한 상 가득이네요. 푸짐하다.
-(해설) 여러분도 맛이 궁금하시죠? 제가 먼저 한입 먹어보겠습니다.
-이거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어요?
-이거.
-이거, 이거 뭐예요?
-이 양배추샐러드에 초장을 조금 넣으셔서.
-초장을.
-넣고, 이렇게.
-이렇게 해서.
-해서 이제 비비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감사합니다, 어머님.
-붕장어회랑 같이 드시면. 붕장어 자체도 원래 고소한데 또 같이하면 더 고소함이 배가 돼서.
회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 드시면 되게 좋아요.
-(해설) 붕장어회와 양배추샐러드. 감칠맛을 올려주는 칠암만의 특별한 방법이랍니다.
-고소하죠?
-진짜 고소하네요. 회가 이렇게 고소할 수도 있구나. 이거 지금, 구이도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장어구이. 장어구이는 깻잎하고.
-깻잎.
-이 초생강하고 드시면.
-초생강.
-궁합이 좋습니다.
-고기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단백질의 풍부함이 확 느껴지면서 엄청 맛있는데요?
-구이는 아침에 잡아서 저희가 해풍에, 여기 마을 해풍에 한 2시간 정도 말려서
피데기처럼 해서 구워내니까 이게 쫄깃함이 더해요.
-그래서 이렇게.
-그래서 그렇게 작업을 해서.
-식감이 좋구나.
-(해설) 어쩐지 식감이 끝내주더라고요.
-여기는, 여기 와서는 이거 안 먹고 가면. 제대로 칠암 구경 못 하고 간 거나 똑같네.
-칠암에서는 와서는 무조건 붕장어회하고 구이는 드시고 가셔야 합니다.
-(해설) 수많은 붕장어 전문 식당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맛집으로 자리 잡은 이곳.
구찬우 대표의 어머니 이경희 씨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시집와서는 시어머님이 채소 장사를 했기 때문에 도와드리고 20년 어머니하고 채소 장사를 했는데
이래서는 애들 공부 못 시키겠다 싶어서 그래서 이제 남의 집에, 횟집에 가서 12년 일했어요.
거기서 내가 노하우를 많이 배웠지.
-계속 고생하신 거죠. 겨울에는 미역 공장 가셔서 진짜 야간 근무하셨고,
야간에 밤새워서 이제, 하여튼 무슨 일을 하시면 되게 열심히 하세요.
-손이 이게 채소 장사하고 할 때 그때 이제 동상이 걸려서 맨날 이렇게 빨갛게, 빨갛고 이래.
오만 약을 다 해도 안 되고 겨울 되면, 초겨울 되면 되게 그게 아팠거든요.
-울컥하죠. 그러니까 어머님이 어떻게 살아오신 걸 아니까 저희가, 그래서 형도 그렇고 저도.
하여튼 간에 착하게 살려고 애썼습니다.
-(해설) 고단한 세월을 보내며 가족과 이 마을을 지켜온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 찬우 씨는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이 마을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네요.
-지금 소식. 표시하려면 매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매직. 오시려고 했구나.
-오고 있구나.
-이쪽에 이제 안전봉인데 여기가 차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인데 이게 없으면 차들이
또 주차를 막 해놓거나 부딪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표시하려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됐어요. 잘 들어가요. 됐어요.
제가 마을에 또 생활 지도자고 청년회장이다 보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해녀분들이나 판매하시는 분들의 또 안전이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잘한다고, 하여튼 최고, 최고. 활동력도 강하고 잘합니다.
-저기 것도 사주고 여기도 몇 개 또 사주고 이래야 한다.
-그래요.
-아니면 다 삐진다. 갑니다.
-잘 가세요.
-네.
-(해설) 뒷모습만 봐도 참 든든하네요.
-여기 앞에 횟집들이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앞에 나와서 호객 행위하시는 분이 없더라고요.
-여기는 호객 행위도 없고 그다음에 저희가 공용주차장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 집 앞에 주차를 해놔도 아무 말씀 안 하세요. 주말 같은 경우 주차 서로 하려고 하잖아요.
내 집 앞에 놓고 다른 집 가셔도 아무 말씀 안 하세요.
-그것참 그게 쉽지 않은데.
-그러니까 쉽지 않죠.
-사람이라는 게, 욕심이라는 게 생기는데.
-맞습니다, 맞습니다.
-여기는 그냥 다 같이 어떤 한 가족 같은 생각으로 그런 마음으로.
-맞습니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해설) 요즘은 보기 드문 인심 좋은 마을입니다. 선한 마음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칠암마을.
지금처럼 사이좋게 칠암 붕장어의 명맥을 이어가 주시길 바랄게요.
-뭐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고양이가 있네.
-우리 집에.
-야옹이 안녕.
-집 고양이처럼 친하게 지내요.
-아버님, 여기, 저기 도인 같으세요. 머리도 멋지게 기르시고.
-도인요? 길거리 사람이라고?
-재미있으시네. 이렇게 오면서 보니까 느낌이 색달라서. 안에 구경해도 될까요?
-들어가시죠.
-엄청 많아요, 수집하신 물건이.
-(해설) 생각지도 못한 수집품의 향연에 입이 떡 벌어지는데요. 접시, 술통, 찻잔, 조명.
벽면을 가득 메운 수집품들이 저를 강렬하게 반겨주네요.
-아버님,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모으셨어요? 이게 다 수집하신 거예요?
-네.
-여기 뭐 옛날 지금 술통들도 지역별로 다 있고.
-(해설) 중복되는 수집품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명우 대표.
엄청난 수집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작정을 하고 제가 모으기로 한 세월이 한 24, 5년이 되다 보니까 이렇게.
-(해설) 그의 수많은 수집품 중에는 부산의 근대 산업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도 있습니다.
도자기에 그려진 민속화들이 눈길을 끄네요. 공장형 산업 도자기를 만들어서 많이 보급을 하죠.
그러다가 해방을 맞이해서 관리자들이 전부 다 일본으로 추방을 하고
그 회사를 한국 사람들이 적산 공장을 불하를 받습니다.
대한도자기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의 식기류의 7, 80%를
영도 대한도자기에서 생산을 다 했습니다.
특히 이당 김은호 씨, 전혁림 씨, 장운상 씨, 이중섭 선생님도 대한도자기에서 며칠 근무를 하셨고.
이것이 도자 역사에 있어서 백미다. 그래서 소소문해서 굉장히.
-(해설)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까지 도자기 하나에 우리나라의 굵직한 근현대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데요.
고집스레 도자기를 수집해 온 이명우 대표 덕에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를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수집해 놓으시고 이런 거 관리나 이런 것도 쉽지 않잖아요.
이거 혼자 다 하세요?
-우리 여식하고 집의 아내하고 같이 공동으로 청소도 하고 이제.
-이거 뭐 어마어마하네. 따님 어디 계세요?
-여기 있습니다.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가까이 오세요. 따님이 엄청 또 미인이시네.
-감사합니다.
-저를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저를 쏙 빼닮았습니다.
-닮으셨네, 많이 닮으셨네.
-붕어빵입니다, 붕어빵.
-붕어빵이다. 안에 물건들이 엄청 많은데 이거 하나하나 이렇게 다 관리하려면 쉽지 않으시겠어요.
-쉽지 않죠.
하나하나 닦고 청소하고 다시 디스플레이하고 또 너무 쌓여 있는 것들은 조금씩 정리도 하고.
이제 너무 많다 보니까 저는 조금 줄여서 갤러리 같은 느낌을 내자.
이런 주의였는데 아빠는 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스토리가 담긴 것들이니까 좀 최대한 많이 이렇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의견 충돌이 굉장히 많았죠.
-(해설) 수집에 진심인 아버지와 그걸 지켜보는 딸. 티격태격해도 그게 가족이죠.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켜면 무언의 함성이 들려요.
아버지 오셨다 하면서 막 각각의 도자기들이 전부 다 방긋방긋 웃는 느낌이에요.
왜 그러냐 하면 불에 켜놓으면 다 웃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
사실 포항 지진 생겼을 때 여기도 충격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후배 한 사람이 형님, 바깥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하고 막 뛰어나가는데
나는 이 접시 떨어지는가 싶어서 피신 안 하고 이거 쳐다보고 있었다니까요.
-(해설)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골동품들이라네요.
-장인이 잘 만든 것들이 세월의 흔적을 잘 가지고 있을 때 금방 만든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격이 나오거든요.
-(해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12년.
칠암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일단 저희 손님들이 단골분들이 10년 막 넘게 오시는 분들, 굉장히 서로 가족같이
이렇게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 나누시면서
또 마음도 약간 치유를 받고 가시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까 마음의 안식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해설) 한편 이곳에서 작은 공연이 열렸는데요.
-(노래)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정다운 우리 님
늴리리 오시는 날에 원수의 비바람 늴리리 비바람 불어온다네 님 가신 곳을 알아야 알아야지
나막신 우산 보내지 보내드리지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정다운 우리 님 늴리리 오시는 날에 원수의 비바람 늴리리 비바람 불어온다네
-(해설) 각자의 사연을 품고 바다마을을 가꿔가는 사람들.
오늘은 기장의 문동, 칠암마을에서 가족의 힘과 진한 사람의 향기를 느끼고 갑니다.
-(노래)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카메라를 와 이리 마이 가오노.
-남해 사람입니까?
-남해 사람은 아닌데 어머니, 오늘 놀러 왔어요.
-한 번 더. 여기 보고 시금치. 하나, 둘, 셋.
-어? 비슷하게 갔어.
작고 조용한 항구가 아름다운 여기는 기장 문동마을입니다.
이게 다 뭐죠? 검게 물든 방파제. 다시마 너는 작업이 한창인가 본데요.
-다시마 냄새가 엄청 진하네. 바다 냄새. 진짜 바다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딱 드네요.
장관이다, 이것도. 이 바다 냄새에 이 다시마 냄새가 섞이니까 기가 막혀요.
짜면서도 고소한 냄새 난다.
-(해설) 오늘은 이 바다 냄새 가득한 바다마을로 마실을 떠나봅니다.
-자갈 밟는 소리. 잔잔한 파도 소리. 고요하네.
여기를 이렇게 쭉 걷다 보니까 돌이 엄청 많아요.
좀 특이하다 싶어서 여쭤봤더니 여기 문동마을이 돌이 그렇게 유명하다고 하시네요.
돌이 또 좋다 보니까 돌 사이에 끼어 있는 것들 해조류들 이런 것들도 많고
아까 보니까 다시마 어마어마하던데 저 오늘 처음 알았어요.
돌이 좋아야지 해조류도 같이 좋아진다는 거를.
-(해설) 이 자갈들 때깔 좀 보세요. 문동마을의 주 생업이 다시마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진짜 다시마 철이긴 철인가 보다. 엄청 많네.
-(해설) 다시마 수확 철이라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한 모양이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시마 철인가 봐요.
-네, 지금 한창 다시마 널 때라서.
-그런데 여기 이렇게 다시마가 엄청 크고 넓네요. 이렇게 한 번 할 때 얼마나 돼요, 양이?
-이게 5, 600개 정도 하루에 이렇게.
-5, 600개.
-같이 널고 있어요.
-매일?
-네. 날씨 좋을 때는 지금 한창 철이라서 매일 그렇게 하고 있어요.
-다시마 철이라서 이게 지금 한창 좋을 때군요.
-네, 맞아요.
-그런데 애들이 한마디 불평도 없이 아주 그냥 프로처럼 일을 잘하네.
지금 몇 살이에요?
-12살이요. 이름이 뭐예요?
-김정우요.
-정우 너무 착해라. 또 따님은?
-10살이요.
-10살이요. 이름이 뭐예요?
-김연아요.
-연아요. 스포츠 스타 이름이랑 똑같네.
-아버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아버님 이쪽으로 잠깐만 모실게요.
여기 뭐 지금 이때가 딱 다시마 철인가 보죠?
-지금 다시마 철인데 다시마 지금 5월 말부터 시작해서 6월 중순쯤 되면
다시마가 막바지에 지금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지금부터 막바지. 1년...
-(해설) 1년 양식의 결실을 맺는 중요한 시기.
이른 아침부터 인준 씨는 바다로 나서는데요.
-(해설) 무려 30년 차 베테랑 어부지만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다시마를
채취하고 운반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 달 남짓 짧은 수확 시기 동안은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하는데요.
-이거를 차에 싣고 가서 한 3시 정도 돼서 말려서 다음 날 1시 돼서 건조기 안에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태양 건조를 해서 넣어야만 다시마의 그 맛이 나기 때문에
태양 건조를 한 12시간 정도 하고 있습니다.
-(해설) 기계식 건조까지 마친 다시마. 이제 많이 보던 익숙한 비주얼이죠.
일일이 포장까지 직접 하신다는데 진짜 손이 많이 가긴 하네요.
-줄기가 두껍구나. 이렇게. 이거 진짜 실하다. 이걸 잘 펴서 말리는 건가요?
-네.
-재밌다. 재밌네. 미끌미끌한데요?
-다시마 진입니다.
-다시마 진. 집에서 다시마를 저는 이만한 거 조금씩밖에 안 쓰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큰 거 처음 봐요. 이렇게 가져가서 여기에.
삼촌도 같이 하자. 알려주세요. 이렇게 해서.
-빈틈없게끔 겹치게끔 이렇게 깔아주세요.
-빈틈없게.
-이거 하나 드릴게요.
-이렇게 3장.
-3장 깔고.
-저쪽에도 3장 이렇게.
-저쪽에도.
-이렇게 좁은 데가 바깥쪽으로, 그쪽으로 가게.
-이렇게 겹쳐서 3장.
-지금 6장, 9장. 한 15장 정도 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더 까는 거예요, 여기에?
-(해설) 다시마 너는 시기면 일손이 부족해서 손녀, 손자까지 두 팔을 걷어붙이는데요.
고사리 같은 손이 꽤 야무져 보입니다.
-지저분한 바다에서 크면서 모든 저런 펄 같은 아이들은 지금 저희 아들이 닦아주고 있어요.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세월의 힘듦이 그 손에 다 이렇게 묻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을 해주셨으면 하고.
-(해설) 해진 씨는 매년 다시마 수확철이 되면 본업도 뒤로하고 일손을 도우러 온다는데요.
덕분에 다시마 수확 시기에 인준 씨네 집은 온기로 들썩입니다.
효녀 딸이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하루에 3시간, 4시간씩 앉아서 일하려면 힘들잖아요. 힘들 때 어떻게 일하세요?
-가수가 있습니다, 여기.
-그래요?
-네.
-누구입니까, 여기 가수가?
-가수왕.
-옆에.
-여기. 어머님 가수.
-아니야, 아니야. 뭔 가수.
-어머니. 노래 흥얼거리면서 하면 힘든지 모르고 하잖아요.
-내가 노래를 일하면서 흥얼거린다. 모르나 봐 모르나 봐~ 내 마음 모르시나 봐~
어떻게 표현하나~ 이 내 마음을~
-(함께) 살며시 내 손을 잡아준다면~ 애인이 되어줄 텐데~
모르나 봐 모르나 봐~ 정말로 모르시나 봐~
-뭐 하는 데지? 큰 LPG 가스도 있고 저 무슨 굴뚝 비슷한 것 달려 있는 뭔가도 있는 것 같고.
누구 계시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이거 이제 도자기 만드는 흙을 채취해 놓은 것을 지금
도자기 만들 준비 하려고 한번 흙을 둘러보고 있어요.
-이게. 이게 도자기 만드는 흙이에요?
-네.
-그러면 여기가 도자기 만드는 데예요?
-네.
-(해설) 어쩐지 흙이 많다 했더니 도자기 공방이더라고요.
-이 만드는 흙이 이게 재료가, 흙이 중요한가 보죠?
-네, 이렇게 만져보면, 지금 한번 만져보세요. 타박타박하죠. 덩어리도 없고.
-약간.
-비스킷처럼 딱 잡았을 때 타박타박하고. 타박타박하거든요.
-촉감이 좋은데요. 그래서 이게 수분기가 좀 있는 거구나.
-수분기가 있으면 타박타박하니.
-그런데 실례지만 옆에 계신 분은.
-여기는 제 딸입니다.
-따님. 닮으셨네요.
-안 닮았는데요.
-그럼 따님도 여기서 같이 이거 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부녀간에 같이 하시는 거예요?
-네, 같이 전공을 해서 지금 같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해설) 부산시 지정 공예명장인 전수걸 씨는 한국적인 선의 전통 도자기를 빚어내는 도예가입니다.
예로부터 도자기 장인들은 아무 데나 가마터를 잡지 않는 법.
고심 끝에 선택한 가마터가 바로 이 기장 문동마을이라고 하네요.
-일광, 칠암 이쪽은 한 2년 정도를 터를 봤는데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공간들,
자리들이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와보니까 골이 져 있고 앞에 바다, 바닷바람이나 햇빛양
그다음에 고리원전이 가깝게 있었기 때문에 지형적으로 굉장히 안전한 지역이거든요.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 정도를 계속 왔다 갔다 봤어요.
여기서 구우면 분명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확신이 왔어요, 제가.
-(해설) 기장은 도예로 유명한 지역이죠. 조선시대에는 도예지가 무려 35곳이나 있었다는데요.
고려청자를 계승, 발전시킨 조선의 분청사기. 이 분청사기로 자기의 맥을 이은 곳이 바로 기장입니다.
게다가 양질의 흙, 따뜻한 날씨, 해송으로 유명한 기장 나무까지.
도예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거 얘네는.
-얘는 가스로 불을 때는 가마.
-가마.
-도자기 굽는 가마입니다. 안에 구조를 한번 보여드릴게요.
일단 열면 안에 도자기를 넣을 수 있는 구조가 들어가 있거든요.
이거는 대차식 가마라고 해서 도자기를 뜨겁고 일하기 불편하니까 이렇게 도자기를 차곡차곡 넣어서.
-이 안은 너무 뜨거우니까 직접 못 넣으니까.
-이렇게 딱 넣고 불을 지피거든요.
-(해설) 불길이 꽤나 거세네요.
-여기 있으니까 열기가 확 오네요.
한 번 열이 올라가면 몇 도 정도까지 가나요?
-1270에서 1300도까지 10시간 동안 때야 하거든요.
-1200도 이상 10시간을.
양쪽이 아니고 한쪽만 불이 올라왔는데도 저는 지금 후끈후끈 막 열이 확 전달돼서
너무 좋은데 저 아까 오징어 사온 거 여기에 구울 걸 그랬나 봐요.
-여기 조금 이따가 오징어 굽혀요, 바로.
-(해설) 전통 도자기 공방의 멋이 흘러 넘칩니다.
-여기 뷰랑 해서 끝내주네.
-여기가 안에 작업실. 작업하는 공간입니다.
-(해설) 기장의 자연에 둘러싸인 작업실로 들어서자 곳곳에 작업의 흔적들이 가득한데요.
뭔가 체험객들의 흔적도 보이는 것 같고요.
-여기 지금 작업하고 계신 그런 것들이에요?
-이거는 일광의 돌을 주제로 한 다식들. 몽돌을 표현하는.
-지금 그러면 따님도 전공을 도자기 공예를 하셨다고?
-맞아요, 맞아요.
-그러면 지금 거의 매일 붙어서 같이 작업하시겠네요?
-네.
-어떠세요? 매일 같이 따님이랑 이렇게.
-저는 좋죠. 딸은 불편하겠지만.
-따님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까 이게 일할 때와 아버지의 경계가 다르다는 것을 약간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저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이렇게 하다 보면 오셔서 안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이거를 언제 다 쓰시겠다는 거예요? 감자 키우면 되겠는데.
-이 좋은 흙을 감자를 키우다니.
-고구마 키우면 딱 되겠는데요.
-(해설) 아무리 명장이라도 딸의 잔소리 앞에서는 꼼짝을 못 하시네요.
-구워서 포대를 열 몇 개를.
-10톤 넘는데 제가 생명이 끊어질 때까지는 다 쓸 거니까.
-사발 만드는 데 이거면 된다면서요.
-큰 것도 만들어야 하니까. 이것도 모자라요.
-(해설) 도예 명장의 못 말리는 흙 사랑입니다.
잔소리가 많은 딸이라지만 보선 씨는 아버지를 이어 도예가가 되려는데요.
-이것을 한번 펴고 바닥을 잡아도 돼요?
-처음부터 바닥을 너무 피면 꼬이니까 작은 상태에서 원통을 뽑고. 여러 번 나누어서 해야지.
욕심 내서 한 번에는 바닥을 쫙 펴버리면 거기가 얇아져서 각이 지면서 안 돼.
-(해설) 도예 명장 아버지의 눈에는 딸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보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랜 시간 동안 기본에 뿌리를 두거든요.
수천 번 반복해서 그 단아한 선.
정제된 선을 찾아내려고 우리는 그렇게 배웠는데 지금 딸이 하는 거 같은 경우는
이렇게 옆에서 봤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를 안 한다고 해야 하나.
딱 만들면 딱 끝나요. 그러면 거기에서 딱 끝나고.
그런데 거기에서 조금 더 뛰어넘어서 욕심을 냈으면 그런데 그거를 강요할 수도 없고
본인이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부분들이니까.
-(해설) 두 사람의 동행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아버지를 잇는 도예 명장으로 거듭나기를 응원합니다.
-이거. 저기구나.
-전기물레입니다, 이게.
-전기예요?
-전기로 요즘은... 이렇게 딱 해서.
-한번 돌려주세요.
-막 때리시네요.
-때리면 반죽이 잘 되죠. 그래서 싹 발로 한번, 오른쪽 발로 살짝 밟아보세요. 살짝 그냥 이렇게.
-이렇게.
-이 정도로 물을 이렇게.
-물로.
-양손에 이렇게 묻힌 다음에 여기 물을 발라요.
-(해설) 처음 해보는 거라 괜히 떨리더라고요.
-힘세게.
-제가 한번 먼저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한번 보세요.
앞쪽을 밀듯이 꽉 짜서 이거를 꼼짝 못 하게 딱 위로 올려야 합니다.
천천히. 쭉 힘을 꼭 줘서 위로. 이렇게 해서 원심력으로 하기 때문에 이게 중심이 딱 맞아야 해요.
한번 해보세요. 천천히 집중.
-구멍을 많이 뚫었어.
-꾹 눌러요.
-꾹 눌러.
-꾹. 더 눌러요, 더 눌러.
-과감하게 더.
-더.
-더.
-밑으로 밑으로 파고들어요.
-밑으로 이렇게 더 이렇게.
-천천히 계속 눌러요.
-천천히.
-꾹 파고들고. 바깥으로.
-바깥으로 넓혀.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힘을 더 줘요.
-더 줘. 버티고 있어요. 더 당겨.
-더 당겨요, 더 당겨요, 더 당겨요.
-(해설) 두 도예가의 스파르타 강습을 받으며 빚은 도자기. 꽤 그럴싸하죠? 잘 만들었는데.
-들어요.
-위로, 위로. 이렇게 해서 여기다가 살살 놔요.
-올려놓을까요?
-조심해서 살살 놓으면서 손 빼면 돼요.
-저거 봐요. 저거 안 되는데.
-된다니까 된다니까.
-안 돼, 안 돼, 안 돼. 제 손 지문이 뭔가 무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대로 나와요, 구우면.
-예쁘다.
-(해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진짜 이게 재밌네요.
-칠 때 집중력도 생기고 다른 생각이 안 납니다, 물레에 앉으면.
-그러니까 오로지 여기에만 딱 집중하게 되네요. 너무 좋다.
앞으로 우리 두 분께서 계속 작업을 하실 거잖아요.
앞으로 또 작은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여기 일광 쪽에서 기장 흙으로 계속 여기서 좋은 기장 도자기를 빚는 게 제 꿈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난생처음 도자기도 빚어보고 너무 좋은 추억 쌓는 것 같습니다.
오늘 두 분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유쾌한 부녀.
두 사람처럼 아름다운 작품들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시는 거세요?
-붕장어 잡으러 갑니다.
-붕장어.
-어제 통발 해놨던 거 걷으러 가는 거예요.
-혹시 같이 따라가서 구경해도 돼요?
-그럼요. 안전만 주의하시면 됩니다.
-이거 저, 타야 하죠? 고맙습니다.
-천천히.
-붕장어 먹어는 봤는데 잡는 건 한 번도 못 봤거든요.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
-한 2, 30분 나가서요. 거기 통발 해 놓은 거 걷는 거니까 한번 같이 가 보시죠.
-알겠습니다.
-(해설) 기장 문동마을 바로 옆에는 붕장어로 유명한 칠암마을이 있는데요.
칠암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연히 붕장어잡이 배를 만났습니다.
2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자 드디어 붕장어 어획지가 나타났는데요.
-역시 배 타고 나오니까 진짜 시원하고 좋네요.
-좋죠.
-지금이 그러면 붕장어 철인가요?
-붕장어는 사시사철 나는데 이쪽 지역이 한류, 난류가 만나는 곳이라 이때가 잡을 때가 좋아요.
-그러면 오늘은 어떤 방식으로 잡는 건가요?
-오늘은 고등어를 좋아하거든요.
냄새 나는 게 있어야 들어가니까 고등어를 넣어놨는데 그렇게 된 통발을 사용해서.
-통발낚시?
-통발낚시입니다.
-기대된다.
-(해설) 칠암 전통방식이라는 통발잡이. 오늘 운 좋게 그 광경을 보게 됐네요.
과연 만선의 꿈을 이룰 수 있으려나?
-선생님, 여기가 포인트예요?
-저기 보기는 게.
-저기 있다. 저기 있네.
-부표만 이렇게 하면 제가 걷어 올릴게요. 그냥 당겨. 됐어. 잘하셨어요.
-이제 붕장어들이 잡히면.
-넣어야 하니까.
-넣어야 하니까 물을 받아 놓으시는구나, 여기다가. 그냥 물만 받는 게 아니라 얼음까지 준비하셔서.
-얼음 해서.
-수온을 낮춰주려고.
-수온을, 깊은 바다하고 온도가 다르니까.
-온도가 다르죠.
-(해설) 붕장어 맞이할 준비 완료. 이제 있는 힘껏 줄을 당겨 봅시다.
-들어 있다. 이렇게 잡히는 거구나.
-이렇게 잡히는 거예요. 씨알이 좋네.
-또 있어요?
-한 마리 들었다. 고등어. 이게 고등어 미끼. 미끼가 있으니까.
-이걸 먹으려고.
-들어오는 거예요.
-이런 통발 몇 개씩 넣어 놓나요, 보통?
-보통 저희가 잡으러 나올 때는 100개씩 던지는데 오늘은 30개 정도 해놨어요.
-들어 있나? 들어 있다.
-또 있어요?
-두 마리.
-두 마리나 있어요.
-오케이. 여기도 있고. 오케이.
-(함께) 세 마리나 들었어.
-오늘 잘 잡히네.
-수확이 좋습니다. 이놈들이 아주 그냥 뭐라고 해야 하죠? 야무지게 생겼네요.
-야무지게.
-야무지게 생겼어.
-맞아, 맞아. 야무지게 생겼어.
-아주 그냥.
-(해설) 붕장어의 고장답게 통발을 건져 올렸다 하면 두세 마리씩 쏟아져 나오는데요.
팔딱팔딱 이 녀석들이 바로 청정해역에서 자란 기장 붕장어입니다.
-엄청 많이 잡았네. 벌써 이게 몇 마리야?
-지금 거의 10kg 가까이 될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만선입니다, 만선. 이제 얘네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
-항구로 들어가서 저희 횟집으로 옮겨서.
좀 굵은 것들은 구이용으로 쓰고 작은 것들은 붕장어회로.
-회로.
-횟감으로.
-제가 여기 와서 뭐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온전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네요.
-파이팅 심어주셔서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만선입니다.
-만선이다!
-만선이다!
-(해설) 제가 멀리서 왔다고 만선의 선물을 안겨주시네요. 육질이 쫄깃하고 고소하다는 기장 붕장어.
짜릿한 손맛을 즐겼으니 이제 입맛도 즐겨봐야겠죠?
이 신선한 붕장어로 어떤 요리들이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얘네들.
-싱싱하죠?
-싱싱하다, 진짜. 무게가 꽤 되네요.
-무게가 좀 됩니다. 엄마, 많이 잡아 왔습니다.
-많이 잡아 왔어?
-어머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왜 이렇게 고우세요? 아드님이 너무 멋있으세요.
-감사합니다.
-너무 튼실하고 너무 좋은데요? 이거 무거우니까 일단 안에다 넣어 놓고 할게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일부러 또 나오셨구나. 붕장어 피부보다 더 고우시네.
-(해설) 칠암마을에 들어서면 해안가를 따라서 붕장어 횟집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데요.
입구부터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납니다.
-여기 칠암마을이 원래 붕장어가 유명해서 이게 메뉴가 많아요. 어떻게 보통 드시나요?
-붕장어회랑 붕장어구이를 많이 드시고요.
-회 하고 구이.
-구이.
-(해설) 우리가 흔히 아는 포슬포슬한 눈꽃 같은 붕장어회 있죠? 바로 이곳 칠암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붕장어는 기름기와 잔뼈가 많아서 손질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로운데요.
잔뼈가 많은 생선이기에 기계로 썰어서 곱게 다져낸다고 하더라고요.
얇게 썰어낸 회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궈서 깨끗이 씻어주고요.
그리고는 곧장 탈수기로 들어갑니다.
붕장어의 물기와 잔가시 등을 탈탈탈 제거해 주시고 마지막까지 유분을 털어내
그릇에 담아주면 고소하고 독특한 식감을 가진 눈꽃 붕장어회 완성! 이어서 등장한 붕장어구이.
씨알이 좋은 녀석들을 특제 소스를 발라서 노릇하게 구워주는데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절로 군침이 돕니다.
-안녕하세요? 이거 뭐. 한 상 가득이네요. 푸짐하다.
-(해설) 여러분도 맛이 궁금하시죠? 제가 먼저 한입 먹어보겠습니다.
-이거 어떻게 먹으면 맛있게 먹어요?
-이거.
-이거, 이거 뭐예요?
-이 양배추샐러드에 초장을 조금 넣으셔서.
-초장을.
-넣고, 이렇게.
-이렇게 해서.
-해서 이제 비비셔서.
-고맙습니다.
-같이.
-감사합니다, 어머님.
-붕장어회랑 같이 드시면. 붕장어 자체도 원래 고소한데 또 같이하면 더 고소함이 배가 돼서.
회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 드시면 되게 좋아요.
-(해설) 붕장어회와 양배추샐러드. 감칠맛을 올려주는 칠암만의 특별한 방법이랍니다.
-고소하죠?
-진짜 고소하네요. 회가 이렇게 고소할 수도 있구나. 이거 지금, 구이도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장어구이. 장어구이는 깻잎하고.
-깻잎.
-이 초생강하고 드시면.
-초생강.
-궁합이 좋습니다.
-고기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단백질의 풍부함이 확 느껴지면서 엄청 맛있는데요?
-구이는 아침에 잡아서 저희가 해풍에, 여기 마을 해풍에 한 2시간 정도 말려서
피데기처럼 해서 구워내니까 이게 쫄깃함이 더해요.
-그래서 이렇게.
-그래서 그렇게 작업을 해서.
-식감이 좋구나.
-(해설) 어쩐지 식감이 끝내주더라고요.
-여기는, 여기 와서는 이거 안 먹고 가면. 제대로 칠암 구경 못 하고 간 거나 똑같네.
-칠암에서는 와서는 무조건 붕장어회하고 구이는 드시고 가셔야 합니다.
-(해설) 수많은 붕장어 전문 식당 사이에서 오랜 시간을 거쳐 맛집으로 자리 잡은 이곳.
구찬우 대표의 어머니 이경희 씨가 만들어낸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시집와서는 시어머님이 채소 장사를 했기 때문에 도와드리고 20년 어머니하고 채소 장사를 했는데
이래서는 애들 공부 못 시키겠다 싶어서 그래서 이제 남의 집에, 횟집에 가서 12년 일했어요.
거기서 내가 노하우를 많이 배웠지.
-계속 고생하신 거죠. 겨울에는 미역 공장 가셔서 진짜 야간 근무하셨고,
야간에 밤새워서 이제, 하여튼 무슨 일을 하시면 되게 열심히 하세요.
-손이 이게 채소 장사하고 할 때 그때 이제 동상이 걸려서 맨날 이렇게 빨갛게, 빨갛고 이래.
오만 약을 다 해도 안 되고 겨울 되면, 초겨울 되면 되게 그게 아팠거든요.
-울컥하죠. 그러니까 어머님이 어떻게 살아오신 걸 아니까 저희가, 그래서 형도 그렇고 저도.
하여튼 간에 착하게 살려고 애썼습니다.
-(해설) 고단한 세월을 보내며 가족과 이 마을을 지켜온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 찬우 씨는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이 마을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네요.
-지금 소식. 표시하려면 매직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매직. 오시려고 했구나.
-오고 있구나.
-이쪽에 이제 안전봉인데 여기가 차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길인데 이게 없으면 차들이
또 주차를 막 해놓거나 부딪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표시하려고 지금 하고 있습니다.
됐어요. 잘 들어가요. 됐어요.
제가 마을에 또 생활 지도자고 청년회장이다 보니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해녀분들이나 판매하시는 분들의 또 안전이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저희가 하고 있습니다.
-잘한다고, 하여튼 최고, 최고. 활동력도 강하고 잘합니다.
-저기 것도 사주고 여기도 몇 개 또 사주고 이래야 한다.
-그래요.
-아니면 다 삐진다. 갑니다.
-잘 가세요.
-네.
-(해설) 뒷모습만 봐도 참 든든하네요.
-여기 앞에 횟집들이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아무도 앞에 나와서 호객 행위하시는 분이 없더라고요.
-여기는 호객 행위도 없고 그다음에 저희가 공용주차장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 집 앞에 주차를 해놔도 아무 말씀 안 하세요. 주말 같은 경우 주차 서로 하려고 하잖아요.
내 집 앞에 놓고 다른 집 가셔도 아무 말씀 안 하세요.
-그것참 그게 쉽지 않은데.
-그러니까 쉽지 않죠.
-사람이라는 게, 욕심이라는 게 생기는데.
-맞습니다, 맞습니다.
-여기는 그냥 다 같이 어떤 한 가족 같은 생각으로 그런 마음으로.
-맞습니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시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해설) 요즘은 보기 드문 인심 좋은 마을입니다. 선한 마음들이 모여 더 아름다운 칠암마을.
지금처럼 사이좋게 칠암 붕장어의 명맥을 이어가 주시길 바랄게요.
-뭐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고양이가 있네.
-우리 집에.
-야옹이 안녕.
-집 고양이처럼 친하게 지내요.
-아버님, 여기, 저기 도인 같으세요. 머리도 멋지게 기르시고.
-도인요? 길거리 사람이라고?
-재미있으시네. 이렇게 오면서 보니까 느낌이 색달라서. 안에 구경해도 될까요?
-들어가시죠.
-엄청 많아요, 수집하신 물건이.
-(해설) 생각지도 못한 수집품의 향연에 입이 떡 벌어지는데요. 접시, 술통, 찻잔, 조명.
벽면을 가득 메운 수집품들이 저를 강렬하게 반겨주네요.
-아버님,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모으셨어요? 이게 다 수집하신 거예요?
-네.
-여기 뭐 옛날 지금 술통들도 지역별로 다 있고.
-(해설) 중복되는 수집품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이명우 대표.
엄청난 수집 규모에 압도당하는 기분입니다.
작정을 하고 제가 모으기로 한 세월이 한 24, 5년이 되다 보니까 이렇게.
-(해설) 그의 수많은 수집품 중에는 부산의 근대 산업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도 있습니다.
도자기에 그려진 민속화들이 눈길을 끄네요. 공장형 산업 도자기를 만들어서 많이 보급을 하죠.
그러다가 해방을 맞이해서 관리자들이 전부 다 일본으로 추방을 하고
그 회사를 한국 사람들이 적산 공장을 불하를 받습니다.
대한도자기라는 이름으로 1960년대 말까지 대한민국의 식기류의 7, 80%를
영도 대한도자기에서 생산을 다 했습니다.
특히 이당 김은호 씨, 전혁림 씨, 장운상 씨, 이중섭 선생님도 대한도자기에서 며칠 근무를 하셨고.
이것이 도자 역사에 있어서 백미다. 그래서 소소문해서 굉장히.
-(해설)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까지 도자기 하나에 우리나라의 굵직한 근현대사가 오롯이 담겨 있는데요.
고집스레 도자기를 수집해 온 이명우 대표 덕에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를 되새겨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걸 수집해 놓으시고 이런 거 관리나 이런 것도 쉽지 않잖아요.
이거 혼자 다 하세요?
-우리 여식하고 집의 아내하고 같이 공동으로 청소도 하고 이제.
-이거 뭐 어마어마하네. 따님 어디 계세요?
-여기 있습니다.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가까이 오세요. 따님이 엄청 또 미인이시네.
-감사합니다.
-저를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는 저를 쏙 빼닮았습니다.
-닮으셨네, 많이 닮으셨네.
-붕어빵입니다, 붕어빵.
-붕어빵이다. 안에 물건들이 엄청 많은데 이거 하나하나 이렇게 다 관리하려면 쉽지 않으시겠어요.
-쉽지 않죠.
하나하나 닦고 청소하고 다시 디스플레이하고 또 너무 쌓여 있는 것들은 조금씩 정리도 하고.
이제 너무 많다 보니까 저는 조금 줄여서 갤러리 같은 느낌을 내자.
이런 주의였는데 아빠는 다 하나하나 소중하게 스토리가 담긴 것들이니까 좀 최대한 많이 이렇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의견 충돌이 굉장히 많았죠.
-(해설) 수집에 진심인 아버지와 그걸 지켜보는 딸. 티격태격해도 그게 가족이죠.
-가게 문을 열고 불을 켜면 무언의 함성이 들려요.
아버지 오셨다 하면서 막 각각의 도자기들이 전부 다 방긋방긋 웃는 느낌이에요.
왜 그러냐 하면 불에 켜놓으면 다 웃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
사실 포항 지진 생겼을 때 여기도 충격이 있었어요.
그때 내가 후배 한 사람이 형님, 바깥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하고 막 뛰어나가는데
나는 이 접시 떨어지는가 싶어서 피신 안 하고 이거 쳐다보고 있었다니까요.
-(해설) 목숨과 바꿔도 아깝지 않은 골동품들이라네요.
-장인이 잘 만든 것들이 세월의 흔적을 잘 가지고 있을 때 금방 만든 물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격이 나오거든요.
-(해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12년.
칠암마을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일단 저희 손님들이 단골분들이 10년 막 넘게 오시는 분들, 굉장히 서로 가족같이
이렇게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 나누시면서
또 마음도 약간 치유를 받고 가시는 경우가 많죠. 그러니까 마음의 안식처.
정을 느낄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해설) 한편 이곳에서 작은 공연이 열렸는데요.
-(노래)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정다운 우리 님
늴리리 오시는 날에 원수의 비바람 늴리리 비바람 불어온다네 님 가신 곳을 알아야 알아야지
나막신 우산 보내지 보내드리지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정다운 우리 님 늴리리 오시는 날에 원수의 비바람 늴리리 비바람 불어온다네
-(해설) 각자의 사연을 품고 바다마을을 가꿔가는 사람들.
오늘은 기장의 문동, 칠암마을에서 가족의 힘과 진한 사람의 향기를 느끼고 갑니다.
-(노래)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카메라를 와 이리 마이 가오노.
-남해 사람입니까?
-남해 사람은 아닌데 어머니, 오늘 놀러 왔어요.
-한 번 더. 여기 보고 시금치. 하나, 둘, 셋.
-어? 비슷하게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