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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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따스함으로 물들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등록일 : 2024-10-02 13:54:07.0
조회수 : 1613
-(해설) 잔잔한 바다로 둘러싸인 작고 아담한 동네. 경남 진해에 왔습니다.
역시 군항 도시답게 가장 먼저 군함이 반겨주는데요.
-군함 멋있다. 진해함 전시 체험관. 이거 웅장하구나, 이게.
-(해설) 크기부터 정말 엄청나죠. 여기서 보니까 진짜 무섭다.
이게 군함이 1999년, 2002년 연평대전 때 그때 직접 참전을 했던 그런 군함이래요.
역시 이게 진해가 군항 도시다 보니까 뭔가 위엄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그냥 이것만 봐도 벌써 압도되는데, 나는.
이제는 퇴역을 해서 이거를 이렇게 볼 수 있게 전시를 해놓으셨나 봐요.
-(해설) 해군 기지로써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진해는 일제강점기 시절 군항 도시로 조성됐는데요.
아직도 진해의 구도심에는 그 시절의 골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아픈 역사를 딛고 따스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사는 곳.
오늘은 따뜻한 남쪽 동네 진해로 마실을 떠나봅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진해의 마크사거리.
-여기 옛날에 진짜 대한민국 해군, 육군. 많다, 많아. 여기 군용 가방, 군화, 단체복 이런 거.
저도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한 번씩 가서 맡기고 그랬었는데 아직도 여기 이게 남아 있네.
-(해설) 마크사거리를 걷다 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요.
해군 활동복부터 수많은 마크까지. 해군들의 고향, 진해의 정취가 물씬 느껴집니다.
가게들이 하나같이 역사가 있어 보이네요.
-뭐야?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앞에 보다가 특이해서 들어왔어요.
-안면 있는데요.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사랑의 불시착에?
-네, 드라마 보셨어요?
-조철강.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 보니까 여기 이 마크들은 이게 다 뭐예요, 이게?
-여기 해군들 헬기 부대가 있거든요. 그쪽 거는 다 헬기 부대, 대부분 다.
-62비행대대, 623비행대대, 653대대, 655대대, 해상작전헬기전대, 627대대, 621대대, 651대대, 613대대.
엄청 많네요.
-그래도 그중에 진해에 절반이 진해에 있습니다.
-아직 이 많은 부대들 중에 절반은 남아 있어요?
-해군 여기 지금.
-그러면 그때 진짜 정신없으셨겠는데요.
-그렇죠. 그때는 놀 시간이 없었어요.
-그때는 어땠어요? 손님이 어느 정도 있었어요?
-IMF 오기 전 그냥 아침에 눈 뜨면 잘 때까지 일을 한다고 봐야 해요.
-그 정도였어요?
-진해는 거의 해군 위주로 하죠. 군인들이 진급을 한다든지 그러면 계급장, 명찰, 이름표 주로 이제 그런 거죠.
저까지 포함해서 한 열 집은 넘습니다. 이때는 막사뿐 아니고 이 근처 식당이라든지 모든 데가 다 잘됐죠.
군인들이 많을 때는 보통 회식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도 하고.
-(해설) 작업자에 따라 명철 글씨체도 천차만별.
추교언 씨의 글씨체가 좋아 꾸준히 방문하는 군인들도 많다고 합니다.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무슨 일 때문에 오셨어요?
-저 명찰.
-명찰?
-정복 명찰 때문에.
-여기서 군 생활하신 지 병장이면 몇 개월 정도 되신 거예요?
-전역이 세 달 남았으니까 한 15개월 쯤 한 것 같습니다.
-얼마 안 남았네요. 말년 병장이네.
-얼마 안 남았습니다.
-진해에서 15개월 군생활해 본 결과 진해의 자랑.
-벚꽃이 예쁜 게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맞아, 벚꽃이 너무 예쁘죠. 군 생활할 때 진짜 벚꽃 원 없이 보시겠네요.
-벌써 두 번 봤습니다. 또 군항제 때 행사도 참여하고 있어서.
-그러면 전역하고 나서도 가끔 진해 놀러 오실 거예요?
-부대 생각이 나면 들어올 것 같습니다.
-(해설) 하긴, 저도 이렇게 발걸음이 움직이던데 진해 출신은 오죽하겠어요?
-여기 들어올 때 기분이 어떠세요?
-이제 슬슬 집 갈 날이 보여서.
-그렇지. 문 한번 열 때마다 이제 집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다음 번에 오면 또 집에 가까워지겠구나. 여자 친구는요?
-여자 친구 있습니다.
-여자 친구한테 한 마디, 얼마 안 남았으니까.
-유경아, 나 이제 군 생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줄게.
사랑한다.
-남자다. 사랑도 예쁘게 하시고 남은 군 생활도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거고, 어림잡아서 안 해줘도 한 1만 명 이상은 안 했겠나, 싶어요.
-(해설) 1만 명이라니, 지나온 시간과 내공이 느껴집니다.
수많은 군인의 진급 순간을 함께한 그의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함께 하셨네요.
-뭘 이렇게 공을 들여서 하시는 거예요?
-마무리됐습니다. 축구를 좋아하시는가 봐요?
-네, 축구 좋아합니다. 제 백 넘버 어떻게 아시고?
-다 내가 알아봤죠, 미리.
-제 백 넘버 21번인 거 어떻게 아시고. 너무 멋있는데요? 제가 이건 축구할 때 입고 뛰겠습니다, 이거.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저 이거 너무 귀한 선물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어떻게 보면 이게 점점 소멸하여 가는 문화 중의 하나인데.
-그렇죠.
-37년 동안 자리를 꿋꿋이 지켜나가시고 또 보니까 한 번 오신 손님들은 계속 또 여기를 찾으시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 많아요.
-오늘 귀한 시간도 감사드리고 귀한 선물까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있는 이 명찰들로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응원할게요.
-고맙습니다. 저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이게 또 이걸 득템을 하네.
-(해설) 특별한 기념품까지. 잘 입겠습니다.
-30대 초반에 시작을 해서 지금 60대 후반, 70이 다 되어 가는데 돌이켜 보면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요.
그래도 이걸 해서 내가 이렇게 가족들 다 이렇게 같이 생활하고 나도 지금 참 보람을 느낍니다.
-(해설) 무려 37년 동안 군인들과 함께 마크사 거리를 지켜온 추교언 씨.
앞으로도 해군의 도시 진해에서 마크사의 명맥을 이어가길 응원합니다.
이번에는 마크사 거리에 오래된 건물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여기 또 예쁘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꽃집인데, 꽃도 꽃인데 집이 되게 예쁘네요.
-(해설)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옥에 꽃집이 하나 들어서 있더라고요.
내부도 세월의 흔적을 잔뜩 머금고 있죠.
-나이가 얼마나 된 거예요? 이거 언제 적부터.
-일제 시대면 한 아주 오래된.
-일제 시대 때부터. 그러면 한 100년.
-네, 여기 건물 자체가, 거리 자체가 다 거의 일본 적산가옥이 많아요.
-(해설) 일제강점기 시절 군항 도시가 들어서면서 중원로터리를 중심으로
일본식 목조 연립주택 장옥들이 들어섰는데요.
지금도 진해 시가지 곳곳에서 100년이 넘은 장옥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꽃집도 꽃집이지만 이것 자체가 또 볼거리네요, 꽃도 꽃인데.
어떻게 보면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또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도 하고
오히려 잘 보존해서 역사를 잘 공부하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멋지다. 난이랑 이런 화초나 이런 것들도 더 뭔가 역사가 있는 것처럼.
-더 살아 보이죠?
-네, 그리고 또 뭔가 여기 있으니까 이야기가 더 담겨 있는 것 같은 그런 식물들로 보이는데.
-(해설) 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근대 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게 의미 있는 것 같은데요.
진해에는 이처럼 시간이 멈춘 듯 근대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곳들이 많네요.
-(해설) 진해의 도심을 지나서 도착한 이곳은 푸른 자연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내수면 환경 생태 공원.
호수를 바라보며 조성된 산책로가 정말 걷기 좋더라고요.
수령이 오래된 나무도 많고 사계절 언제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서서 바라보는 풍경마다 정말 절경이더라고요.
-여기 호수가 너무 예쁘다. 공원이 너무 잘 돼 있네.
아이들 노랫소리가 들리는데? 노래 부르네 아이들이.
-(함께) 물고기가 헤엄칠 수 있다~ 속삭이는 바람결 느껴라~ 뛰어노는 주인공들 웃음소리~
온전한 사랑에서~ 노래하라 춤을 추라 행동하라~ 지금 당장 여기에서~
-지금 당장 여기 한 번 더!
-(함께) 지금 당장 여기에서~
-노래 잘 들었습니다. 저기서 지금 공원 구경하고 있는데 아이들 노랫소리가 아주 우렁차게 들려서.
-저기까지 들렸겠네요?
-여기서 수업, 야외 수업하시는 거세요?
-오늘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아이들이 쓴 글에 곡을 붙인 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이 쓴 글이에요, 지금 이 글이?
-저희는 철부지라는 이름의 할아버지 중창단인데 그냥 오늘 우리 친구들하고 같이 수업을 하는 거예요.
-같이 오늘 야외 수업 특별히. 이름이 뭐라고요?
-철부지라고 합니다.
-철부지요? 동요를 부르는 팀인가요?
-동요를 부르는 어른들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해설) 동요를 부르는 할아버지들이라. 참 재미있죠.
철부지라는 이름으로 동요를 작곡하고 공연하는 팀이라고 합니다.
지역 곳곳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음악과 문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네요.
-사라져가고 있는 쉽고 고운 우리 말 좀 살려 쓰자.
옛 동요 속에, 오래된 동요 속에 지금은 잘 안 쓰이는 그런 낱말들이 그렇게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그거를 부르자. 예를 들어서. 엄마가 섬 그늘에~
-(함께)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조금만 더 합시다.
-(함께) 바다가 불러주는~
-이 노래 잘 알죠.
-(함께) 자장노래에~
-이거죠, 자장노래.
-자장노래. 우리가 지금은 자장가라고 그러죠. 자장노래라는 말은 안 쓰여요.
-그렇죠.
-그런데 이게 노래에 쓰여 있으면 분명히 옛날에는 있었던 이야기죠.
그래서 저는 지금 안 쓰이는 그런 말들을 되살리는 일을 좀 해보자.
그래서 동요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 취지로 하셨구나, 시작을. 너무 좋은데요.
-(해설) 철부지의 중심인 고승하 작곡가.
음악 교사 출신의 동요 작곡가로 36년째 어린이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79년도 우리 말 살리는 겨레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머리 하얀 사람들이 빨간 티와 멜빵 청바지를 입고 그것이 이렇게 좀 살려지면서 이렇게 됐고
그중에 한 분 돌아가시고 이제 문 닫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젊은 아우들이 노래하러 모인 거예요.
그러면 우리 이름 철부지 그냥 달면 안 되냐. 동의해 줘서 2기 철부지가 됐어요.
-뭔가 동요를 부르면 어린아이들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고 어떤 그런 기분이죠.
그래서 나이가 오히려 들면 들수록 동료가 더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이런 노래 파트가 아닌가 싶어요.
-(해설) 동심으로 뭉친 어른들, 정말 멋지십니다.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이 시간이 기다려지시겠어요.
-그렇죠.
-저도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한 몇 곡 정도 이렇게 같이...
-45.
-4000곡.
-4000곡이요?
-50년 넘게 활동하셨으니까.
-그러니까, 대단하네요. 진짜 대단하세요.
-(해설) 고승하 작곡가의 동요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치킨도 먹고 싶고~ 라면도 먹고 싶고~ 핫도그도 맨날맨날 먹고 싶은데~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옥수수~ 벌레가 먹으면~
GMO는 저는 전부터 문제가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의 입까지 들어오느냐라는 걸 이야기를 했어요.
이 노래를 만들자. 그래서 치킨, 라면, 우리가 좋아하는 것 속에 다 GMO 식품이 다 들어간다.
그런 이야기였어요.
-(해설) 바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인데요.
-(함께) GMO는 어려워요~ 어른들이 지켜주세요~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세요~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이런 노래를 부르다 보면 10번 먹을 걸 9번 먹게 되고 9번 먹다 보면
8번, 7번, 이렇게 먹으면서 좀 덜하지 않을까. 그런 희망을 가져요.
-노랫말들이 의미도 있고 환경을 위해서 또 사회를 위해서.
이게 노래들, 만들어진 노래와 함께하시는 역사가 그냥 이곳 역사를 대변하는 거네요.
우리 다 같이 또 한 곡 불러주실 수 있는 거 있나요?
-도둑고양이라는 글이 있어요. 오늘 딱 하루만 내 동생 좀 훔쳐 갈래?
이런 한 줄이에요. 둘, 시작!
-(함께) 오늘 딱 하루만~ 내 동생 좀 훔쳐 갈래~ 오늘 딱 하루만~
내 동생 좀 훔쳐 갈래~ 오늘 딱 하루만~
-더 빨리!
-(함께) 내 동생 좀 훔쳐 갈래~ 오늘 딱 하루만~
-오늘 딱!
-(함께) 오늘 딱 하루만~
-잘했어요!
-너무 잘한다.
-감사합니다.
-(해설) 무해한 노랫말이 가득한 동요와 함께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기분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재미있는 동요 많이 만들어주세요.
내수면 환경 생태 공원 맞은편을 걷다가 발견한 한 마을.
-물이 졸졸졸 흐르네. 여기 엄청 경사가 가파른데 계단이 없으면 큰일 날 뻔했네.
여기 마을 입구인가 본데, 계단이랑 화분이랑 또 막 재미있는 것들도
많이 만들어놓고 좀 동네가 특이하네요, 여기는.
-(해설) 이곳은 마을 입구부터 주민들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알록달록 꽃들과 예술 작품들도 보이고요.
-저기는 떨어진 기와들 위에 그림도 그려놓고 하셨네.
뭔가 여기 그냥 지나가지 말고 우리 동네 예쁘니까 한번 들러보세요 하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이쪽으로 옮겨지게 되는 것 같은데요, 여기.
-(해설) 기분 좋은 첫인상을 품고 골목길을 거닐어 봅니다.
작은 공원,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 아기자기한 요소가 가득한 동네 풍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이 아름다운 동네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너무 예쁘다. 이게 그림이 진짜 너무 예쁘다. 색감도 예쁘고. 어머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벽에 이 그림이 너무 예뻐서.
-혹시 배우 아니세요?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한눈에 이렇게 알아보시고. 벽화가 너무 예뻐서.
-저희 벽화가.
-저기 멀리서부터 그냥.
-눈에 띄죠.
-한눈에 띄어서 구경 왔어요. 이거 지금, 가만 있어 봐. 벚꽃 그린 건가요?
-네, 진해는 벚꽃이 유명하니까 여기도 벚꽃 천지거든요, 벚꽃철 되면.
그래서 벚꽃을 일단 하고.
-맞다, 저 들어봤다. 진해에서.
-여좌천. 우리 동네가 여좌동이에요.
-이 산은 뭐예요?
-이 산은 바로 저기 위에 있는 저 장복산이라는, 저기 지금 보이시죠?
-네.
-저 산이 이렇게 내려앉았어요, 이쪽으로.
-저 산이 이 산이구나.
-(해설) 이 마을 이름은 바로 돌산마을인데요. 돌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장복산에서 시작됐습니다.
장복산에 돌을 캐던 채석장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벽에도 꽃, 이쪽 벽에도 꽃.
-여기 집 안에도 꽃 많아...
-여기도 꽃. 온통 꽃밭이네.
-영광입니다. 저 안에도 꽃이 많아요.
-안에도 있어요?
-구경 가실래요?
-네.
-들어가 보시죠.
-(해설) 내친김에 집 구경 좀 시켜주세요.
-이 집이에요.
-여기예요?
-들어오시죠.
-너무 예쁘다, 집. 정원이 너무 예쁘다. 다 가꾸시는 거예요?
-네. 비싼 거예요.
-사모님 혼자서?
-네, 쉬엄쉬엄합니다. 풀도 같이 잘 키워요.
-(해설) 열심히 가꾼 정성이 엿보이죠?
-꽃들이 일반적이지 않고 되게 색감이 예쁘고 독특한 그런 꽃들도 많이 심으셨고.
-이 땅은 10년이나 주인이 살지 않았던 땅이 돼서.
1년은 정말 너무 힘들었던 게 그 집이 지붕이 내려앉으면서 밑에 구들 점부터 시작해서
가구, 살림살이, 거기다가 흙벽, 집 무너진 것까지.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쓰레기, 그러니까 그게 너무 치우는 게 힘들었는데.
그것이 지금으로 보면 저 위에 돌담이 된 거죠.
-(해설) 빈집을 재정비하며 나온 돌 더미로 예쁜 돌담이 탄생했습니다.
-이 집이 이제 조금 제 손이 많이 갔기 때문에 조금 더 정이 들었고.
-(해설) 3년에 걸쳐 직접 빈집을 치우고 텃밭을 꾸며왔으니 얼마나 소중하시겠어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없는 집이 없듯, 처음부터 마을 분위기가 좋았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오시기 전에 이 동네 전체적인 분위기라든가 그런 건 어땠어요?
여기도 좀 지저분했다고 하셨는데.
-사실 딱히 좋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게 빈집이 너무 많아요.
-빈집이 많았구나.
-지금도 우리도 윗집, 옆집, 그 옆집까지 지금 세 집이 나란히 비어 있어요.
-요즘 시골에서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니까.
-네, 그리고 재개발을 계획했던 곳이라 재개발될 것 같아서 안 고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이제 더 살기 싫어지고 해서 이제 재개발이 무산되고 바로 떠난 분들도 많으시고요.
-그렇겠구나.
-그런데 저처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은 이 동네의 매력이 더, 너무 좋은 거예요.
-(해설) 사이좋기로 유명했던 돌산마을에 한 차례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찬반으로 나뉜 동네 주민들 사이가 멀어졌다고 하는데요.
한동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한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마을의 활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낮게 또...
-(해설) 그 노력의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는데요.
-할머니, 쓰레기도 많이... 뭐야, 벽에 이거 타일이 너무 예쁘다.
-도자기 타일인데 직접 주민들이 그리신 거예요.
-이거 다 주민분들께서 직접 그리시고.
-네, 이니셜 여기 다 새겨져 있죠. 2023년도에.
-그러네. 이게 있으니까 벽이 확 달라 보여요. 여기도 있네, 다.
-저 입구에서부터 지금 많습니다.
-쫙 이렇게 있는 거예요?
-(해설) 마을 전체가 하나의 작은 미술관처럼 느껴지네요.
-그런데 여기도 타일이 있는데 타일이 좀, 이게 뭐죠? 이게 뭐예요, 이게?
-이게 우물입니다. 우물.
-이게 우물이에요?
-네, 우물이에요, 마을 우물. 지금도 사용해요.
-우와.
-열어보시면.
-진짜 물이 있네. 우와. 우와.
-지금도 이렇게 길어서 텃밭 농사하실 때 사용하세요.
-물이 그런데 꽤 많이 있는데요?
-차갑죠?
-물 너무 시원하다. 이거 세수하고 싶다, 이거.
-너무 시원하죠?
-너무 시원해요.
-정겹죠. 옛날 생각 나고 그렇죠.
-그냥 봐서는 이게 우물인지 누가 알겠어요.
-네, 맞습니다.
-열어보고 깜짝 놀랐네.
-(해설) 미술 작품 같은 우물까지, 주민들의 손이 안 닿은 데가 없습니다.
-여기 물소리가 되게 좋네요.
-네, 산 물이에요.
-뭐야. 어머니.
-빨래터예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지금 뭐 하고 계신 거세요?
-빨래터입니다. 이게 너무 좋아요. 가만있어 봐, 저 구경 좀 내려...
-빨래 너무 깨끗하게 잘돼요.
-(해설) 돌산마을의 또 하나의 특별한 풍경, 장복산 아래 물줄기를 따라서
추억의 빨래터가 운영되고 있더라고요.
저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이게 다 빨랫감이에요?
-네.
-여기서 원래 빨래하시는 거예요?
-원래 옛날부터.
-옛날에 우리 아들이 지금 40대인데 기저귀 가져와서 여기서 방망이질해서 빨면 삶지 않아도 되고.
-맞아요. 맞아, 맞아.
-깨끗해지고.
-깨끗하죠.
-뽀얘지는 물이라니까.
-여기 뭐 산 위에서 물이 내려오는 거구나?
-얼음물...
-물 시원하네.
-어머니, 어머니, 잠깐만. 이거 어떻게 방망이질 오랜만에 저도 한번 해보게요, 한번.
이거 스트레스가 확 풀리겠는데?
-풀리고도 남지.
-이거, 이거.
-앞사람 뒤에 주고 싸운다니까, 바로.
-처음 하시는 거라.
-이거.
-스트레스 많이 풀리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데? 지난, 작년에 너. 너 그다음에, 그놈. 이거 그냥.
-그렇지. 그렇지.
-어제 너, 그냥.
-여기도 법이 있어요.
-저것도 풀고 가요.
-차례대로 앉아야 해.
-차례대로.
-여기 오면.
-그다음 사람은 여기 앉아야 해.
-뒤에 오면 여기.
-그다음 사람은 저기 앉아야 해. 일찍 와서 앞에 앉았다가는.
-그렇지.
-그러니까 앞에 오신 분이 윗물부터 받고.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진짜 물이.
-(해설) 물이 어찌나 깨끗하던지. 이래서 빨래터가 유지되나 봅니다.
동네 아낙들의 정겨운 웃음소리와 함께 그때 그 시절 빨래터 감성까지.
돌산마을, 진짜 볼거리 천국이네요. 노정란 선생님 덕분에 마을 구경 제대로 합니다.
이어서 마주한 길목에서는 벽화 그리기가 한창인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바깥, 저기서 보는데 너무 예뻐서.
-그렇죠.
-이거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여기가 빈터, 공터였는데요. 가꾸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 그려주신 작가님이세요.
-저기 하얀 벽에 그 그림 그리신 작가님이시구나.
-우리 마을에.
-네, 돌산마을.
-작가님이시구나.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거 지금 무슨, 잠깐만 있어 봐.
이게 무슨 그림이죠?
-저희 마을에 좋은 기운들 많이 들어오라고 산의 이 기운을 담아서
일월오봉도를 레퍼런스한 마을 정경입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재개발이 해제된 이후에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이루어지면서
빈집들도 정비되고 철거되고 그 과정에서 제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들을
문화 예술, 예술로 부드럽게 다가갔습니다.
-(해설) 정지윤 작가는 주민들과 살을 부대끼며 4년째 미술 프로젝트로
마을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아버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네, 점심 먹었습니다. 삼계탕 먹었습니다.
-삼계탕, 몸보신하고 오셨네요. 동네 한 몇 년 사셨죠?
-38년.
-한 38년, 이 집에서.
-38년, 아이들도 다 낳으시고. 아버님, 저는.
-다 됐습니다.
-오늘 여기 페인트칠 좀 하고요. 피켓에, 금연 피켓 좀 고치고 갈게요.
-고치세요.
-아버님, 좀 도와주세요.
-(해설) 처음에는 재개발 사업 추진의 여파로 곱지 않은 시선도 많았지만,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며 시간을 쌓아가자 하나둘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는데요.
마을 분위기도 덩달아 밝아졌습니다.
-이거 하고 나면 하지 않겠죠?
-확실히 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없어지겠죠? 없어지나.
-아무래도. 팻말에 쓰면 조심하는 것 같아.
-하늘 색깔로 예쁘게 밑 색이 칠해졌습니다.
-그렇지.
-(해설) 주민분과 함께 뚝딱 금연 피켓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낫은 잡아보고 호미는 잡아봤지.
붓, 연필은 처음 잡아본다고 이야기하시면서도 너무 잘 그리시는 거예요.
-(해설) 돌산마을 토박이 주민들은 다시 돌아온 마을 분위기가 너무 반갑다는데요.
-마을 생기고부터 20년 정도 느낌이 좋았을까, 그럴까.
-좀 많은.
-동네가 옛날에는 딱딱했는데 지금은 많이 화목해졌어요. 그건 사실입니다.
-(해설) 따스한 마음들이 모여 돌산마을이 다시 환해졌네요.
-저거, 저건 뭐예요? 이거, 이거.
-씨앗 경단입니다. 씨앗이 들어간 씨앗 폭탄이래요.
-씨앗.
-왜 폭탄이냐 하면.
-잠깐만.
-이거를 이제 던질 거예요.
-무거워, 무거워. 여기에 놔야겠다. 이게 씨앗 폭탄이라고요?
-이 속에 폭탄 대신에 씨앗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이거를 던져서 그게 발화하도록 지금 상토와 진흙을 섞어서 얘가 발화할 수 있도록 만든 거예요.
-(해설) 동글동글 신기하죠?
-그러면 이거 그냥 이렇게 툭툭 던지면 알아서 자라는 거예요?
-던지면 거기에서, 떨어진 데에서 이제 비도 올 거잖아요. 그러면 씨앗이 발화될 것 같아요.
-저도 군대에서 수류탄 좀 던졌거든요.
-같이 좀 하실까요?
-좀 던져야죠.
-좋습니다.
-제가 이거, 이거, 뭐 폭탄 던지는 건 제가 잘합니다.
-(해설) 마음 내키는 대로 있는 힘껏 씨앗 폭탄을 던져 봅니다.
-이렇게 터지면.
-이렇게.
-폭탄, 터져야, 터져야 하는구나.
-터진다.
-폭탄 터지는 거 보이시죠?
-그러네, 그러네. 폭탄 터지는 거네.
-폭탄이에요.
-(해설) 주민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예쁜 꽃이 만개하면 좋겠네요.
이분들이 사시는 동안 노년에도 내가 살던 고향, 추억이 담긴 이곳에서
즐겁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향기로운 봄꽃처럼 진한 사람의 향기가 묻어나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모여 계시네요, 여기? 맛있는 냄새 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이게 뭐예요?
-좀 앉으시고.
-빈대떡도 부치고 다 너무 잘해, 너무 잘해.
-파전을, 너무 먹음직스럽다.
-맛있겠다.
-고소하네.
-진수성찬이 되겠습니다.
-이거 그냥 못 지나가겠네. 평소에도 여기 오셔서 여기서 이렇게 드시고 하세요?
-(함께) 네.
-여기가 시원해요, 다리 밑이라.
-역시, 다리 밑이. 다리가 있어서 그늘이.
-그늘이지.
-아주 진해.
-맞아.
-그늘이 진하니까 바람 불면 여기 시원하겠네.
-맛있겠다.
-어머니, 너무 맛있어 보이는데요. 잘 먹겠습니다.
-(함께) 잘 먹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맛있다.
-간이 맞네.
-괜찮네요.
-맛있어요.
-(해설) 새콤달콤, 정말 맛있더라고요.
-매콤한데.
-간이 딱 맞네.
-제가 살면서 이렇게 다리 밑에서 산바람 맞으면서.
-도시에서.
-옆에는 돌산 보이고 밑에는 계곡물 흐르고. 처음 먹어보거든요, 이렇게.
그런데 맛이 기가 막히네.
여기서 이렇게 모여서 앉아서 이렇게 드시고 하면 진짜 따로, 천국이 따로 없네요.
무릉도원이 따로 없네.
-그렇죠.
-네, 맞습니다.
-자릿세도 안 내고요. 공짜.
-국수도 맛있고.
-맛있네요.
-여기 얽혀있는 얘기도 맛있고, 재미있고 너무 좋네요.
-(해설) 정답게 마주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돌산 마을 사람들.
수많은 사연을 딛고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니 근사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다운 돌산마을입니다.
철로를 따라 걷다 보니 오늘의 마실길에서 만난 수많은 얼굴이 떠오르는데요.
오가던 어여쁜 미소가 제 마음마저 따스함으로 물들입니다.
-(노래)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해설) 진해 해군의 역사와 함께한 마크사.
아이들의 밝은 미소를 닮은 동심 가득, 고승하 선생님의 동요.
두 팔 걷어붙이고 자신의 마을을 아름답게 가꿔가는 돌산 마을 사람들.
우리 지역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경남 진해의 진면모를 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작고 소박한 아름다운 마음.
오늘 마실길에서 잘 느끼고 갑니다.
-(노래) 그럴 연인이 내게 있으면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질 쓰고파 -기가 막히네요, 여기 진짜.
신선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 명패가 다 있네? 골목대장 최윤식.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여기가 다 하나하나 연결이 돼 있구나.
-(노래) 그댈 떠나보내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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