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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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치열한 삶의 모자이크, 부산 남구

등록일 : 2024-10-07 15:31:41.0
조회수 : 1511
-(해설) 8000만 년 전 자연이 빚은 환상의 해안 절경을 따라 걷는 길.
동해안 해파랑길 1코스의 초입. 이기대 해안산책로에 왔습니다.
동생말전망대에서 오륙도까지 약 4.5km에 이르는 이 구간은 천혜의 바다와
해운대의 화려한 마천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코스죠.
-너무 상쾌하다. 여기 또 구름다리 2번, 번호가 다 하나씩 적혀 있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자주 오시나 봐요. 안녕하세요?
-(해설) 이기대 산책로에는 바위와 바위를 이어주는 구름다리가 총 5개라는데요.
덕분에 깎아지른 해안 절벽 사이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답니다.
뿐만인가요?
이렇게 잠시 쉬어 가며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딱입니다.
-제가 원래 이렇게 다니면서 사진 같은 거 잘 안 찍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저절로 자꾸 카메라를 꺼내고 싶어지게 만드네.
뭔가 이쪽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진 광경이 너무 눈에 담고 싶어서 오는 내내
절경이 계속 있다 보니까 지루할 틈이 전혀 없는 것 같아요.
-(해설) 오늘은 변화무쌍한 바다를 닮아 거침없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
부산 남구로 마실을 떠나 보겠습니다.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 남쪽 끝까지 걸어오면 만나는 곳.
오륙도 해맞이공원입니다.
-저게 오륙도인가 보구나. 저게 오륙도가 저게 아까.
-(해설) 승두말에서 남동쪽 바다를 향해 나란히 늘어선 바위섬 오륙도.
동쪽에서 보면 6개, 서쪽에서 보면 5개로 보이는 신비한 섬인데요.
오륙도를 더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까이 가봐야겠습니다.
-뷰 맛집이네, 여기가. 저 사실 맨날 노래로.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맨날 노래만 듣지 오륙도, 오륙도 그렇게 많이 듣고 자라고 했는데 실제로 오는 거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되게 막 엄청 잘 꾸며져 있네요. 되게 예쁘다, 여기 진짜.
진짜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지금 계속. 아까부터 계속 지금 계속 감탄 중이에요, 감탄 중.
-(해설) 이렇게 멋진 오륙도를 더욱 아찔하게 감상할 수 있는 핫 스폿. 오륙도 스카이워크입니다.
부산 최초라는 명성에 걸맞게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최고의 명소입니다.
-이게 지금 뭐야.
이렇게 이렇게 섬이고 저 뒤에 뭐 등대 같은 게 하나 있는 것 같다?
저기 배 하나 있는데 저것도 탈 수 있는 거예요? 그래요? 한번 가봐야겠다.
-(해설) 멀리서 바라만 봤던 오륙도에 직접 닿는 배가 있다니, 제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얼른 선착장으로 내려가 봤습니다. 여기서 물어봐야겠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아까 저 위에서 보니까 저기 배가 하나 있어서 저거 혹시 여기 오륙도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배가 있나요?
-네, 여기서 이제 직접 유일하게 들어갈 수 있는 저 배입니다. 오육도에 들어갈 수 있는.
-그래요? 그냥 저 딱 1대?
-네.
-저기서 타고 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도 저기 배 타시려고 기다리시는 거세요?
-배 선주입니다.
-배 선주세요? 저기 있는 저 배 선주...
-네, 성조호.
-그래서 이렇게 패션이 남다르시구나. 너무 멋있으세요.
-아니, 맨날 이렇게 입고 있습니다.
-그래요? 저는 저기 너무 멋지게 차려입으셔서 관광 오신 줄 알았는데.
그러면 여기가 직장이신 거예요?
-네.
-(해설) 박현석 선주님은 60년 넘게 오륙도를 터전으로 살아온 터줏대감이랍니다.
오륙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이 유일한 배는 운항한 세월도 무려 40년이 넘는다네요.
드디어 오륙도를 향해 출발.
오륙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순서로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각 섬마다 재미난 이야기도 많답니다.
-비석섬 다음이.
-송곳섬.
-송곳섬.
-송곳같이 올라왔다고.
-저렇게 송곳처럼 올라와 있다고 그래서 송곳섬이구나.
-그냥 가면 보일 거예요.
-굴섬은 왜 굴섬이에요?
-그 굴이 하나 있는데 그게 이제 옛날에는 신혼부부들이 와서
아들 낳아달라고 이렇게 많이 빌기도 하고, 촛불 켜 놓고.
그렇게 하고 지금도 보살님들이 와서 많이 기도를 하고 그래요.
-지금도요?
-(해설) 굴섬을 지나면 육지에서 가장 떨어진 등대섬이 나타납니다.
-10m 항로 진입하면요. 한번 교신해 보세요.
-(해설) 드디어 멀리서 봤던 오륙도 등대섬에 무사히 입도했습니다.
등대섬은 6개 섬 중 유일하게 정상부가 평탄해서 원래는 밭섬이라고 불렸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37년 등대가 세워지면서 이름도 등대섬으로 바뀌었다네요.
이후 90년대 들어서는 일반인에게도 등대 내부를 개방해서 관광 명소 역할도 톡톡히 했답니다.
하지만 5년 전 등대 출입이 금지되면서 오륙도 등대섬의
화려한 시절도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답니다.
요즘에는 간혹 들르는 관광객과 낚시꾼들 외에는 인적이 드물다네요.
-(해설) 세월을 느끼며 오륙도 등대섬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고기 많이 잡혀요? 많이 잡으세요.
-(해설) 섬 둘레로 산책길이 남아 있어서 참 걷기가 좋네요.
-기가 막히네요, 여기 진짜. 신선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
보면 돌들이 다 이렇게 잔결들이 쫙 나 있는데 바닷물이랑 바람이랑 이런 것들 영향 받아서 쫙 있는데.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거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데요.
얼마나 수천, 수만 년 동안 새들이 와서 저렇게. 새들의 벽화 아니에요? 멋있다.
-(해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걸까요?
직접 두 발을 딛고 자연의 위대함을 마주하니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그렇게 긴 시간, 세월을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건 비단 자연만은 아니겠죠.
-그런데 저기 배 타고 들어오면서 보니까 저쪽에 아파트 단지들이
쫙 있는데 무슨 리조트처럼 멋지게 지어 놨어요. 저기가 원래 옛날에 뭐였어요?
-저기 옛날에 용호 농장이라고. 한센인들 거기 단체가 있어서 거기 있었습니다.
-그러면 선주님도 저쪽에서?
-네, 용호 농장 주민이었습니다.
-(해설) 오륙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는 해방 이후
한센인 정착촌 용호 마을이 있었답니다.
-한센인들이 살 때는 출입도 잘, 뭐 제한이 돼 있었고.
축산하고 양계, 양돈 이거를 주 유지로 해서 생활하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해설) 60년 전 선주님은 열다섯 어린 나이에 지병으로 가족을 떠나 용호 마을에 왔답니다.
기댈 곳 하나 없는 객지 생활. 하지만 궂은 일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꿋꿋이 버텼답니다.
-이거는 이제 내려올 때 마을 주민들이 다 나와서 부역, 부역하는 거. 부역하는 거예요.
이거는 운동회 할 때 이제 찍은 거. 이게 오래됐어요. 한 40년 전이지.
여러 사람들이, 아는 사람들이 다 형제간들이 다 헤어지는 그런 게 좀 서운하고 그랬습니다.
-(해설) 정든 이들도 고향 같던 마을도 모두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선주님은 오륙도를 떠나지 못한답니다.
혈혈단신 어린 소년이 백발의 노신사가 된 세월.
선주님에게 오륙도 앞바다는 말 못 할 눈물을 말없이 지켜봐 준 오랜 친구가 아니었을까요.
이제 바다를 떠나 대학가로 왔습니다.
남구는 부산에서 가장 대학교가 많은 곳인데요.
국립 대학을 비롯해서 총 네 개의 대학이 밀집해 있답니다.
-대학교 캠퍼스인가 보구나. 여기 같은 남구인데도 느낌이 완전 다르다.
활기차고 뭔가 생기가 넘치는 거 같은 게 확실히 대학가는 또 다르네.
대학 생활다운 대학 생활은 못 해봤죠.
그냥 스파르타 학원에서 공부하듯이 맨날 과제하고 주말에도 연습하고.
그래도 뭐 술 마실 거 다 마시고 하긴 했는데.
-자주 가시던 술집 있으세요?
-주로 이제 뭐 대학로에서 많이 먹었죠.
대학에 옛날에 한잔할 청춘이라고 했었는데 지금 없어졌어요.
그런데 생맥주 한 잔에 1000원. 무조건 1000원. 1000cc짜리 딱 들고. 원샷하고.
못 내려오는 사람이 먼저 술값 내기 막 이런 거 하고.
-(해설) 요즘 대학생들도 이런 추억이 있을까요?
그런데 걷다 보니 외국인 유학생들이 꽤 많은데요.
그래서인지 이곳 경대 주변 대학가에는 유독 다국적 식당들이 많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왠지 출출했는데 저기 제 눈을 사로잡은 특이한 간판이 보이네요.
-여기 간판이.
-(해설) 왠지 범상치 않은 간판 글씨. 일단 들어가 볼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러면 사장님, 악수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회기 소룡, 샤오룽. 여기 뭐 파는 데예요, 그러면?
-중국식 만두, 샤오룽바오 전문점이거든요.
-중국식. 그러면 혹시 저기 한국분이 아니세요?
-네, 네.
-중국 사람입니다.
-그러세요? 제대로 맛이 나오겠네.
-(해설) 칭다오 출신 자매 두 분이 운영하는 전통 중국식 만두 가게랍니다.
중국어로 샤오룽바오는 작은 대나무 찜기에 찐 육즙이 진한 만두라네요.
-여기 이 샤오룽탕바오랑 샤오룽바오랑 뭐가 틀린 거예요, 뭐가 다른 거예요?
-육즙의 차이인데요. 그게 중간에 탕 자가 있잖아요. 그 탕이 국물 탕 자거든요.
그래서 국물이 더 많고요. 그리고 물주머니 같은 만두예요.
-만두 이 안에.
-네, 육수가 많은.
-육즙이 더 많은 게 탕바오?
-네.
-맛있겠다. 주문 지금 들어가면 지금 막 만드시는 건가요?
-네, 바로 빚어서 바로 쪄서 나오는 거예요.
-그래요? 빨리 만들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너무 배고파요. 너무 맛있겠다.
-(해설) 샤오룽바오의 기본은 쫄깃하면서 투명한 만두피.
냉장 숙성으로 자연 방수막이 형성된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중간은 두껍게,
끝 쪽은 얇게 비칠 듯 말 듯 빚는 것이 비법이랍니다.
그리고 샤오룽바오의 맛의 핵심. 만두소가 빠질 수는 없겠죠.
양념한 고기 소에 돼지 껍데기와 사골육수를 푹 삶은 후
다시 차갑게 굳힌 젤라틴을 넣고 잘 섞어주는 것이 비결이랍니다.
이제 고기 소를 만두피로 감싸 예쁘게 주름잡아 준 다음 대나무 찜기에 넣고 센불에서 쪄 주면 완성.
과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하시죠?
-고맙습니다.
-너무 뜨겁거든요. 이거 새우 샤오룽탕바오.
-이게 새우 샤오룽탕바오? 어떻게 먹는 거예요?
-이걸 스푼에 올려서, 올려서요. 이렇게. 그리고 이렇게 찔러서.
-구멍을 뚫어서? 육즙이 나오게?
-육수가, 네.
-그다음에 육즙을 먼저 먹고.
-네, 육수를 먼저 먹으면 온도가 좀 내려가거든요.
-(해설) 일단 육즙부터 먹어보겠습니다. 육즙만 맛봤는데도 풍미가 엄청납니다.
살짝 식힌 만두를 입어 넣자마자 입속이 황홀해집니다.
-육즙이, 이거 진짜.
-감사합니다.
-진짜 중국어로 최고를 뭐라고 합니까?
-쩐빵!
-쩐, 쩐빵?
-쩐빵.
-쩐빵? 너무.
-네, 최고.
-최고, 그런 것 같아요. 하오하오.
-하오하오.
-너무 맛있어요.
-(해설) 이어서 이 집의 또 다른 대표 메뉴. 매운 튀김만두.
바삭하게 튀긴 만두 위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리면 완성.
한국 손님들 입맛에 맞춰 특별히 개발한 메뉴랍니다.
-이것도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
-매운 군만두? 비주얼이 일단. 비주얼이 기가 막히네.
안에 만두소가 있고 주변이 공기가 꽉 차 있는 것처럼 이렇게 돼 있어요.
이것도 기술인가 봐요?
-중국식 만두는 반드시 이렇게 한데 뭉쳐야 해요. 이게 만두소가.
이렇게 꽉 뭉쳐야 그 맞는다는 정석이에요. 맞다는 정석.
-(해설) 찐만두부터 군만두까지. 뭐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는 두 분.
그 고집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답니다.
-한국으로 언제 처음 오시게 되신 거예요? 어떻게 오시게 되셨어요?
-저는 16년 전에 남편이랑 결혼해서 한국에 오게 됐거든요.
-남편분, 한국 남자 만나셔서 결혼을 하셔서. 그러면 언니분은 어떻게?
-저는 올 년에 아니, 작년에.
작년에 와서 왔다 여동생 보러 왔는데 여동생이 가게 하고 싶다고
저보고 같이 하자고 계속 권해서 이렇게 머물게 됐어요.
그랬더니 우리 언니가 그러면 우리는 뭐 해 먹고 사냐고 이렇게 놀고먹을 수는 없잖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 같이 생각하다가 한국 사람들보다 조금 잘할 수 있는 거, 이게 만두더라고요, 이게.
샤오룽바오.
-(해설) 자매에게 이 샤오룽바오는 조금 더 특별합니다.
1960년대 중국 문화 혁명 당시 샤오룽바오를 만드는 법을 배운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 먹었다네요.
-만두 반죽하는 거, 반죽하는 거랑 이거 빚는 거랑 다 아버지한테서 배웠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그게 고맙더라고요.
-(해설)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며 두 딸은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네요.
-(해설) 때때로 생각처럼 되지 않아 속상한 마음이 들다가도 언제나 아버지를 떠올리며 힘을 얻는답니다.
그 맛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박한 행복이고 즐거움이라고
술 한잔하면서 항상 그 이야기를 했었어요.
잘 살건 못 살건 이렇게 맛있게 했을 때는 다 행복을 줄 수 있다.
성공하면 너무 좋고 성공하지 않아도 후회는 안 되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해요. 다 잘될 거라고.
(중국어) 다 잘될 거다.
-(중국어) 그러니까.
-가화만사성.
-그러니까 서로 힘내서 하면 잘될 거라고.
-(해설)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요?
그 시절 온 가족을 행복하게 했던 만두 한 점이 딸들의 손맛으로 이어져
또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자매 사장님들, 다른 음식도 꼭 맛보러 갈게요.
대학가 골목은 언제나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구석구석 개성 넘치는 거리 풍경이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하죠.
-여기 문화골목? 되게 독특해 보인다, 여기. 느낌이 이런 데가 다 있네.
명패가 다 있네. 골목대장 최윤식.
-(해설) 궁금한 건 못 참는 제가 절대 그냥 갈 수 없죠. 일단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요.
골목 안으로 몇 걸음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시공간을 이동한 듯 신비한 이곳.
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어떻게 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깜짝이야, 깜짝이야.
-안녕하세요?
-여기 너무 뭐야, 골목이 독특해서 저도 모르게 그냥 쑥 들어왔어요.
-고맙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저기 뭐야, 명패 있던데.
-골목대장이라고 있죠. 요즘 문패 보기가 어려우니까 제가 하나 장난삼아 만들어 봤습니다.
-진짜요? 그러면 최윤식 선생님이신 거세요?
-맞습니다.
-저 앞에 쓰여 있는. 대장님, 안녕하십니까? 여기 원래 골목대장이 1등 아닙니까?
제일 무서운 분이 골목대장이잖아요.
-골목에서만 제일 무섭죠.
-(해설) 주인장인 최윤식 건축가는 16년 전 옛날 주택 다섯 채를 연결해서 이곳을 만들었답니다.
낡은 건물을 허무는 대신 옛집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독특한 재활용 오브제들을 배치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골목을 탄생시킨 건데요.
닫힌 듯 사방으로 열린 공간. 신비롭고 재미난 놀이터 같죠.
카페부터 책방, 갤러리, 공연장까지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복합 문화 공간.
그래서 이름도 문화 골목인가 봅니다. 골목대장님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느낌이. 이거 뭐 완전히 신세계네요.
-올라오니까 또 다른 세상이죠.
-이거는 종 아니에요, 종?
-맞습니다. 종인데 이 위가 원래 물탱크예요.
물탱크가 보기도 싫으니까 좀 감춰야 하는 데다가 높아야 수압이 잘 나오겠죠.
-그렇죠, 그렇죠.
-그래서 만들다 보니까 종탑을 생각하게 되고 종을 단 거예요.
거의 한 20년 전만 해도 다 주택가였거든요. 그리고 여기는 대학 문화들이 있잖아요.
대학교가 한 네댓 군데 있고 그 당시만 해도 저런 고층 빌딩들은 없었거든요.
-그렇죠.
-그래서 여기에 들어와서 자리 잡은 게 들어오기는 한 25년 전에 왔고.
-벌써.
-여기에서 산 지는 만 16년.
-대단하십니다. 역시 대장님이십니다. 그냥 골목대장이 아니네요, 진짜. 진짜 골목대장님 맞으시네요.
-(해설) 최윤식 건축가는 고층 빌딩에 밀려 골목을 잃어버린 도시인들에게
추억과 향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답니다.
그저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옛날 놀이터처럼 말이죠.
-여기가 다 하나하나 연결이 돼 있구나, 이렇게. 뭐야? 노가다. 노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여기 뭐 CD랑 LP판이 엄청 많네요. 여기는 뭐 하는 데예요?
-여기 신청곡 받아서 손님들한테 틀어드리는 그런 가게입니다.
-(해설) 오래된 음악이 많은 곳이라 왠지 제 취향일 것 같은데요.
-여기 보니까 LP판이 엄청 많아요. 총 한 몇 장 정도 되는 거예요?
-CD랑 LP랑 합쳐서 2만 5000장 정도 됩니다. 2만 5000.
거기서 딱 두 배만 내면 오만이네. 제가 오만석이거든요.
-(해설) 이 멋진 음악을 추천해 주신 분은 바로 최윤식 건축가의 아드님이랍니다.
서울에서 공연 기획 일을 하던 시훈 씨 7년 전고 향으로 내려왔답니다.
아버지가 만든 공간에 자신만의 젊은 감성을 더하고 있다는데요.
공간 구석구석 아버지의 열정을 발견할 때마다 새삼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답니다.
-은근히 그래도 아버님께서 많이 뿌듯해하시겠어요. 든든한 아들이 이렇게 버팀목이 되어주시니까.
-저는 아버지가 좀 더 든든한 것 같습니다.
-서로? 이게 여기 건물 구조 같네. 여기가 약간 얽히고설켜서 어느 쪽이 더 대들보인지로 모를 것 같은.
-(해설) 얼마나 깜짝 놀랄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아버지.
시훈 씨에게 아버지는 큰 스승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랍니다.
제가 옛날 생각을 하게 만들어드렸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때마다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들이 조금 더 많이 생겨서 시너지 효과가 나서 최소 경성대, 부경대 인근에
대학 문화가 좀 살아있다는 걸 다른 지방 쪽에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이제 여기 들어온 이상 여기를 벗어날 수 없고요. 여기를 지키는 게 제 임무인 것 같습니다.
-(해설) 오래된 골목에서 꽃피울 두 분의 재미난 이야기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재미난 골목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의 골목길을 걷습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시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경대 앞 골목에는 또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바로 부산대 앞. 서면과 더불어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라이브 공연장이 참 많은 덕분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홍대거리 같은 그런 느낌 난다. 안녕하세요?
-(함께) 안녕하세요?
-뭐 붙이고 계신 거세요?
-저희 오늘 공연이 있어서요. 지금 포스터 홍보차 붙이고 있었습니다.
-오늘 공연하는 거예요?
-네.
-한 시간 뒤에 시작해요.
-한 시간 뒤에 해요?
-오늘 공연 같이 보시겠어요?
-그래도 돼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들어가시죠.
-재미있겠다. 무료예요?
-네, 무료 공연이에요.
-무료예요? 무료면 더더욱 가야죠. 포스터들도 많이 붙어있네.
벽에 뭐 포스터로 꽉 차 있는데요.
-(해설) 정겨운 지하 감성. 역시 라이브펍은 지하죠.
-이쪽이 오늘 공연할 무대.
-여기가 무대예요? 너무 멋있다. 아담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이렇게 딱 짜여 있네요.
-(해설) 사실 이곳은 음악 마니아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부산 인디밴드의 성지랍니다.
데뷔하는 신예 밴드부터 내로라하는 유명 밴드들까지 이 무대를 밟아보지 않은 팀이 없을 정도랍니다.
-6주년이라고 되어있는 것 같은데 이게 뭐예요?
-이게 저희 이번 달이 저희 6주년이라서 이렇게 한 달 동안 공연을 계속.
-거의 주말마다 꽉 잡혀있네요.
-맞습니다.
-너무 멋지다.
-(해설) 사실 두 대표님은 모두 뮤지션 출신이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연 기획, 홍보, 운영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됐다네요.
-지금 일정 들어온 부분. 선센온더브릿지 있고 코끼리 숨바꼭질이랑 원데이필링.
그리고 부산 밴드 한 팀도 더 섭외해야 해.
좋아하는 사람이 한번 해 보는 건 또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들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들.
-(해설) 단순한 공연을 넘어 다양한 뮤지션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자 시작한 일.
-이거 또 켜져 있네.
-(해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힘들지만 거의 매 주말 공연을 열고 있답니다.
-조금 줄여주셔도 될 것 같아요. 보컬을 모니터 많이 주시고.
-저는 부산의 이런 공간들을 잘 모르니까 서울에 있는 홍대 거리 같은,
그런 홍대 클럽 같은 느낌이 확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되게 옛날 생각도 나기도 하고 되게 뭐라고 할까.
되게 감성이 젖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이 공간이 사실은 이어가는 게 말이 쉽지, 실질적으로 끌고 가는 건 어렵잖아요.
그런데 지금 들어보니까 벌써 6주년 기념행사들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를 계속 끌고 갈 수 있는, 이어갈 수 있는 그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예요?
-저희가 인디를 사랑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게 일단 첫 번째인 것 같고요.
많은 아티스트분과 관객분들이 저희에게 사랑을 주시고
관심을 계속 주시고 하셔서 다 같이 그렇게 걸어가는.
-엄청 큰 꿈을 그려본 적은 없어요.
사실은 오히려 저희는 그걸 동기부여를 해 주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해서.
관객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주는 그런, 중계하는 곳이라서 저희는 계속 열심히 할 일을 하면
사실 그 가치는 매개를 받으신 분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것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큰 꿈을 이루지 않았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해설) 두 분의 뜨거운 열정이 녹아 있는 무대.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꿈들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울지 궁금합니다.
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오늘의 공연.
저도 오랜만에 라이브 무대를 보니 살짝 들뜨네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밴드기린입니다. 감사합니다.
조금 특별한 곡인데 오늘 또 특별한 게스트분이 오셨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게스트, 오만석 배우님이 오셔서 한번 무대로 제가 모셔 봐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배우 오만석입니다.
갑자기 이렇게 금방, 일찍 부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함께 그래도 뭐, 이렇게 할 수 있게 돼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더 크게!
-(해설) 각자의 모습 그대로 그대로 만들어가는 삶의 모자이크. 오늘 마실도 참 행복했습니다.
-(노래) 그댈 떠나보내야만 하나 감사합니다.
-전시 이렇게 쭉 해 놓으시는 거예요? 빛깔이 너무 고와서. 3대, 할머님, 어머님.
-네, 어머님하고 시할머니...
-마산 하면 국화네요.
-마산 하면 국화죠. 국화 하면 마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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