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행복이 파도친다, 기장·송정
등록일 : 2024-10-21 15:35:00.0
조회수 : 1180
-(해설) 부산과 경주, 감포 바다 사이 가장 큰 항구이자 대한민국 최대의 멸치 산지.
기장 대변항에 왔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바람이 너무 좋네, 오늘.
뭔가 휴양지 바다 같지가 않고 약간 비릿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진한 향기가 있는 게, 같은 항구라도 좀 다르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시원한 바람도 맞으면서 기장의 대변항부터 그리고 해운대 송정까지
하루하루를 아주 멋지게 삶을 일구어 나가고 계시는 분들과 또 그런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가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저랑 한번 떠나보시죠. 바람이 불어오는 곳~ 멸치가 바닥에 있네. 멋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이게 무슨 그물이에요?
-멸치 그물, 멸치.
-멸치 그물이구나. 그런데 여기 이게 구멍 안으로 멸치가 빠져나갈 것 같은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큽니다.
-멸치가 이렇게 커요?
-네, 큰 거는 크죠.
-그물이 엄청 많아서 이거 정리하시려면 오래 걸리시겠어요.
-아닙니다, 퍼뜩합니다.
-아닙니다, 뭐 그냥 맨날 하는 거 금방 합니다.
-(해설) 기장 멸치가 유난히 큰 이유. 바로 그물코가 큰, 이 유자망 덕분인데요.
배와 함께 떠다니는 대형 그물로 이동하는 멸치 떼가 그물코에 꽂히도록 만든 대변항만의 고유한 어로 방법이랍니다.
대변항에 와서 이곳을 빼놓고 가면 섭섭하겠죠.
-쭉, 상가들이 엄청 많네. 액젓, 멸치 액젓.
-(해설)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수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상가 거리인데요. 정말 없는 게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기장 미역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젓갈 같은 것도 뭐가 많네요?
-젓갈이 더 유명해요.
-그래요?
-네. 기장 멸치젓갈.
-멸치젓갈.
-여기가 기장 멸치젓갈. 엄청 크죠?
-네. 멸치가 이렇게 커요?
-네.
-(해설) 말 그대로 대멸입니다. 큰 몸에서 우러나온 만큼 감칠맛도 깊답니다.
-저는 기장이 멸치가 유명한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처음 아셨어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아까 물건 때문에 전화 드리고 찾으러 왔어요.
-멸치, 잔멸치, 잠시만요. 오빠, 저기 멸치 좀 들고 와주세요.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그런데 같이 오신 거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만석 씨?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도망가지 마시고. 뭐 사러 오셨어요?
-네? 저 멸치 사러 왔는데.
-뭐, 멸치, 어떤 멸치요?
-저희, 잠시만요, 너무 당황스러워.
-(해설) 제가 너무 놀라게 해 드렸나요?
-그러면 이 멸치, 이거 사러 오신 거예요?
-네, 냉동 멸치 사러 왔죠.
-마른 멸치 말고 냉동 멸치요?
-네.
-여기 오신다.
-여기 왔어요.
-이거예요? 얼려놓는 거구나. 저는 마른 멸치는 봐도 냉동 멸치는 태어나서 처음 봐요.
-진짜요?
-네.
-(해설) 봄철에 잡은 멸치를 깨끗이 손질하고 급랭한 다음 사계절 생멸치 맛 그대로 즐긴답니다.
-이거를 갖다가 그러면 어떻게?
-이제 가게 가져가서 저희가 염장해서 같이 소스를 만들어서.
-만들어서.
-버거를 만들죠.
-버거를 만든다고요?
-버거를 만들죠.
-멸치로 버거를 만드는 데 쓰신다고요?
-네, 그래서. 아니면 한번 드시러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깝나요, 여기서?
-네, 가까워요. 여기서 한 4, 50분?
-(해설) 덕분에 오늘 아침은 아주 특별한 메뉴를 맛보게 됐습니다.
대변항에서 시원한 해안 길을 따라 도착한 곳. 파란 지붕이 시원하죠?
-너무 예쁘다. 어디로 들어가...
-저 주시면 제가 갖다 놓을게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해설) 시어머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라는데요.
초등학교 교사인 며느님이 틈날 때마다 돕고 있답니다.
어쩐지 시어머님이랑만 며느님이 많이 닮으셨죠?
-저기 멸치. 그러네. 국내산 기장 특산품.
여기 아까 지금 사 오신 이 멸치, 이 안초비 이걸로 이렇게 한다는 뜻인가 보죠?
-그렇죠. 저희 멸치 가지고 이제 안초비 절임 방식처럼 하는 거예요.
이제 기장 멸치를 가지고 안초비로 만드는 거죠.
-(해설) 원래 안초비는 청어를 올리브유와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인데요.
두 분은 기장 대멸로 안초비를 만든답니다.
-이거 대멸이거든요. 15cm짜리.
-저거는 15cm짜리.
-여기 기장이 멸치가 자라기 좋은 해류래요. 그래서 이제 얘네들이 살이 되게 연해요.
그래서 저희가 멸치가 비리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도 않고.
-잘해요.
-끝에 있는 이런 거 빼는 거 맞는 거죠?
-엄청 잘 하시는데요?
-그래요? 저 여기 그러면...
-취직해야겠는데요.
-일 없을 때 오면.
-그러니까 취직해야.
-(해설) 다행히 제 솜씨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여기 아까 간 거에서 여러 가지 넣어서 이제 만든 안초비 소스.
-(해설) 멸치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안초비 소스는 고기 패티의 느끼함을 잡고 또 풍미를 더해 준답니다.
대체 이 신박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스페인 갔을 때 먹었던 엔초이가 되게 맛있어서 이제 기장 멸치 가지고도
이렇게 한번 염장 방식으로 담가 보면 맛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좀 의아했어요.
왜냐하면 이 멸치가 되게 비리니까 햄버거에 넣는다는 자체가 좀 신기했고 그게 될까,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완성돼서 안초비 소스를 갖고 했는데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놀랐죠.
-(해설) 과연 얼마나 놀라운 맛인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죠?
이거 보기만 해도 아주 푸짐한데요.
-소스만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이건 또 부드러우면서 크리미한 느낌이 있네요.
-전혀 안 비리죠?
-전혀. 이게 멸치가 들어갔다고는 아예, 아예 생각이 안 드는데요.
그런데 그 묘한 바다의 그 풍미가 느껴지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맛있다.
-(해설) 어쩐지 자꾸 손이 가는 맛이라 할까요? 이만하면 기장 멸치의 성공적인 변신입니다.
멸치튀김 맛도 궁금하시죠?
-큰 이 대멸이 되게 맛있네.
-(해설) 그동안 몰랐던 기장 멸치의 매력을 제대로 맛본 한 끼입니다.
그런데 사이좋고 또 손맛 좋은 시어머님과 며느님이 이렇게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가게를 열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10년 넘어 횟집 하다가 너무 이제 지치는 거예요.
너무 힘들고 그때 또 아저씨도 좀 많이 아팠고 이래서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내가 이렇게
이제 차고 나갈 수가 없을 만큼 이제 막 스트레스도 많이 오고 이래서.
-못 하시겠다?
-하면 내가 막 죽을 거 같다고 너무 힘들다고.
-(해설) 30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20년이 넘도록 남편과 횟집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젊은 나이부터
고된 시집살이와 거친 장사 일에 시달리며 그만 마음에 병이 들었답니다.
다 고기 잘 가라, 안녕 하고 진짜 그다음 날부터 문 딱 닫아버렸어요.
-(해설) 그 길로 10년 동안 가게를 방치해 둔 채 횟집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데요.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으리라 꽤 마음을 먹으셨답니다.
그냥 그때 그 환하게 웃고 있던 30대가 어떻게 보면 지금 제 나이잖아요.
마음이 되게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해설) 어머님의 상처를 누구보다 공감했던 며느리, 민정 씨.
그런데 민정 씨의 처방은 뜻밖에도 정면 돌파였답니다.
-저희가 그냥 소소하게 살려보자. 그냥 그런 패기였던 것 같아요.
-(해설) 다시 가게를 여는 가장 큰 목표는 어머님의 행복.
고단하고 손이 많이 가는 횟집 메뉴 대신 간단한 버거를 팔고 혼자 일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주문은 QR코드 시스템으로.
그리고 손님들과 마음 편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한편에는 커다란 바 테이블을 놓았답니다.
다행히 추진력 넘치는 며느리의 아이디어 덕분에 어머님도 웃음을 되찾으셨습니다.
-어머님이 이렇게 하시는 거 보시면 어떠세요?
-또 이제 죄송할 때도 있고.
-괜히.
-괜히 내가 하자고 해서 했나 할 때도 있는데 저도 이제 하면서 장사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가게를 이렇게 만들어 나가니까 뭔가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활력은 있어요.
-활력은.
-지금 혼자 하니까 너무 편해요. 마음이 너무 편해.
-하루하루가 어떠세요?
-행복합니다.
-그냥 묻자마자 대답이 돌아오네.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고부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셨네요.
어머님 우리 따님한테, 며느님한테 해 주고 싶으신 말 있으시면.
-그냥 우리 집에 시집와서 애들 잘 케어해 주고 너무 추진력 있게 팍 밀어주고 이러니까
나도 의지도 되고 진짜 많이 의지해요.
-그만큼 딸 같고 사랑스럽고 편하고. 우리 며느님, 어머님께 해 주고 싶은 말.
-저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그리고 이제 어머니가 여기서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앞으로 저도 어머니한테 딸처럼 해야죠.
-(해설) 행복이 별거인가요. 내 마음 알아주는 이가 곁에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죠.
두 분 앞으로도 모녀처럼 또 친구처럼 알콩달콩 행복하세요.
-드림 세트장. 드림 세트장? 드림? 드라마 그 드림 여기서 찍었나 보다.
-(해설) 기장 죽성 해변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데 한번 둘러봐야죠?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관광 오셨어요? 이쪽 분이 아니시고?
-저희는 전북에서 지금 여기까지 왔어요.
-진짜 멋있어요.
-고맙습니다.
-사진 한번 찍어도 돼요?
-사진 찍어요.
-찍어줘.
-찍어드릴까? 하나, 둘, 셋.
-고맙습니다.
-(함께) 감사합니다.
-즐겁게 여행하시고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고맙습니다.
-(해설) 바닷가 마을을 떠나 사람 냄새 물씬한 곳으로 왔습니다.
알록달록 색색깔의 원색 파라솔 아래 사계절 활기로 가득한 곳, 바로 기장시장입니다.
시장 마실 다닐 생각에 멀리서부터 발걸음이 급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오만석. 오만석.
-안녕하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옛날에 청포도 사랑인가 연속극에 나왔잖아.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안녕하세요?
-(해설) 오래된 드라마인데 감사하게도 기억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빵집, 젓갈, 어묵도 팔고. 여기 뭐 없는 게 없네. 고맙습니다.
-식혜 한잔 마셔.
-고맙습니다.
-한 잔 줄까, 한 잔 줄까?
-죽이네, 맛있네. 맛있다.
-(해설) 전통 오일장으로 출발해 무려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장시장은 365일 연중무휴.
문 닫는 날이 없는 시장으로도 유명하답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게다가 어찌나 인심들이 후하신지 벌써 양손이 무거워졌네요.
-여기 대게 골목이 쫙 있구나.
-(해설) 요즘 기장시장에서 명물거리로 꼽힌다는 일명 대게 거리입니다.
이거 진짜 크기가 엄청나죠.
-엄청 따가워. 이거 엄청 크다. 이거 묵직한데요. 이게 한 5kg이 넘는... 몇 킬로그램이야, 이거.
-한 4kg 정도 됩니다.
-엄청 무거워.
-(해설) 이대로 쪄서 먹으면. 대게야, 다음에는 꼭 다시 만나자.
기장시장은 상인의 절반 이상이 노점상일 정도로 좌판이 많답니다.
특히 이 해물좌판골목은 가장에 사는 어부들과 해녀들이 매일 새벽 바다에서 잡아온 해산물을
가져와 팔거나 직거래로 받아와서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살이 빠져서 못 알아봤는데.
-그래요? 싱싱해 보인다, 이거. 이거 멍게.
-멍게.
-이거 전복은.
-전복은 양식 전복.
-이거는 양식.
-완도산.
-자연산은 맨 앞줄에.
-이거 먹을 수 있어요, 바로?
-바로 먹을 수 있지예. 이거 내가 손질해서 한번 드려볼까요?
-네. 그런데 두 분이 엄청 닮으셨어요.
-(함께) 자매.
-실제 자매세요?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어. 엄청 닮으셔서.
-맞아요. 사람들이 전부 다 쌍둥이인 줄 알아요.
-그러니까요.
-(해설) 정말 꼭 닮으셨죠.
언니는 35년, 동생은 19년째 해물좌판거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시랍니다.
-손길이 달라, 또. 싹싹싹 썰어내시는데.
-드셔 보세요.
-(해설) 때깔이 벌써 다르죠.
-전복, 자연산 전복이.
-비리지가 않아요. 맛있죠? 고소하죠?
-어떻게 이렇게 고소하지?
이거 자연산 전복을 언제 이런 식으로 먹어보겠냐고, 한입에.
바다 향이 쫙 들어오는 게 지금까지 먹었던 전복은 전복이 아니네.
-그렇지.
-이거 진짜 맛있네요. 이래서 자연산, 자연산 하는구나.
양식도 맛있기는 맛있는데 고소함이 다르네.
-맞아요.
-감독님, 이거 한번 먹어봐야 해. 먹어봐요. 어때요? 진짜 고소하죠?
-그렇죠?
-진짜 맛있어요.
-(해설) 우애 좋은 자매 사장님들 손맛 덕분일까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두 분이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시는데?
-사이 원래 좋아요.
-원래 좋으세요? 누가 언니예요?
-내가 언니.
-언니세요?
-네.
-원래부터 처음부터 같이 하셨어요?
-아니요.
-아니요, 제가 늦게 들어왔어요.
-동생분이 늦게 들어오셨어요?
-나는 한 35년 됐고요. 동생은 이제.
-동생은 19년.
-19년.
-(해설) 부산에서 식당을 하던 동생은 먼저 시장에 터를 잡고 있던 언니가 부르자
두말도 없이 곁으로 왔답니다.
그렇게 나란히 좌판에 앉아 동고동락한 세월이 어느덧 20년이라네요.
-탈출하는구나.
떠나간다.
참말로, 미치겠다, 이거.
-(해설) 문어가 아주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이 녀석들 어찌나 싱싱한지 틈만 나면 도망 가는 통에 한 시도 쉴 틈이 없으시답니다.
-하루 일과였다, 일과.
손님 와서 문어 또 여기 한 번 들었다 놨다 하면 이게 성이 나서 먹을 팍 쏘면
또 동생이 들고 가서 물 갈아줘야 하고.
잠시도 쉴 틈이 없지.
그러니까 화장실에 가도 빨리 와야 해.
-내가 또 힘도 세서 물도 잘 들고 다녀요.
-(해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척 하면 척.
-맛있어요?
-(해설) 서로의 빈자리를 메꾸며 모든 것을 함께하는 찰떡 자매시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매지간이라고 그래도 하루 종일 붙어 있으시면 싸움 나거나 이런 일 없어요?
-그런 거 없어요.
-다투거나 그런 거 아예 없어요?
-아파트도 같은 동에다가 1001호, 1002호 같이 살아요.
-진짜요?
-아침에 내려올 때, 가자! 언니야 가자.
전화 오면 같이 문 열고 나와서 둘이 같이 내려오고.
-(해설) 하루 종일 생물을 만지며 살다 보니 손가락 관절염은
직업병으로 달고 사는 게 이 해물 좌판 장사랍니다.
-애들이 마음 아프다, 엄마 손 보면.
-그러니까.
-(해설) 섬섬옥수 고운 손보다 더 아름답고 장한 어머니의 손입니다.
-마음이 든든하고 나 혼자 하는 것보다 동생이 있으니까 의지도 되고 그게 좋지.
-든든하지 언니 옆에 있으니까.
마음은 편하고 언니하고는 마음이 맞기 때문에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일단 물건을 보면.
-늘 행복하지, 즐겁고.
-행복합니다, 우리는.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해설) 두 자매님의 꼭 닮은 미소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
-(해설) 기장읍 장산에서 발원해 해운대로 흘러드는 작은 강 송정천을 건너며 만나는 정겨운 바다,
바로 송정입니다. 그런데 여기 송정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분들이 계시네요.
-여기 너무 좋죠. 일주일에 몇 번씩 오세요?
-저야 한, 이틀에 한 번씩.
-이틀에 한 번씩.
-집이 여기니까.
-좋다, 그러면 여기 사시는 거세요? 송정 자랑 좀 해주세요.
-송정이 일단은 해수욕장이 아담하지 않습니까?
여기는 파도도 심하지도 않고 가족 간에 즐기기에는 딱 맞고.
-(해설) 요즘 말로 산스장. 아니 헬스장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당장 회원 등록해 봅니다.
-약간 운동하는 것 같지가 않고 뭐 놀이기구 타는 것 같은데, 바다 보면서 하니까.
기가 막히다.
시원하다.
좋다.
바람 시원하네.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오늘.
기장에서는 뭔가 약간 진하고 비릿하면서도 그런 항구의 향이 있었으면
여기는 그 뭔가 젊음의 휴양지에서 나오는 그런 향이 느껴지는 그런 바다?
여기 바닷바람이 한 방에 그냥 여기까지 쫙 들어오는 것 같아서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아요.
저 에너지 좀 충전하고 가겠습니다.
-(해설) 에너지도 충전했으니 좀 더 마실을 다녀볼까요?
-여기는 저쪽이랑 또 다르게 약간 한적한 느낌도 있으면서.
-(해설)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송정은
구석구석 오래된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옛날 골목이네.
-(해설) 골목 끝에 오래된 집이 있네요.
-안녕하세요? 계세요? 안녕하세요?
밖에서 보는데 너무 여기가 탁 예뻐 보여서,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여기 너무 예뻐요, 집이.
-(해설) 작은 대문 하나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딴 세상으로 온 것 같죠?
-도라지.
-도라지꽃.
-이거는 난초. 무궁화도 꽃이 피었네요.
-무궁화도 있네요.
-(해설) 무궁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었네요.
-이거 한번 먹어보세요. 농약 안 친 거라 그냥 먹으면 돼요.
-색깔이 아주...
-약간 덜 익어도 조금 있으면 당도가 돌 거구먼.
-맛있는데요?
-드세요. 우리는 그냥 먹으니까.
-이거 그냥 드시는 거예요?
-네, 농약을 안 치니까.
-맛있어.
-(해설) 주말마다 놀러 오는 귀여운 손주들을 위해 심지어 벼까지 심으셨답니다.
없는 게 없는 텃밭의 모든 채소는 당연히 무농약 유기농.
덕분에 마트에 장 보러 가실 일이 없다네요.
-이런 건 뭐... 한 몇 년 됐을까요, 이런 건?
-한 7, 80년 넘었죠.
-80년. 여기도...
-거의 90년 다 됐지.
-아담하게 장독대랑...
-옛날 그대로, 자연 그대로. 가식이 없죠, 우리는. 자연 그대로. 놓지 말고, 놓으면 빠져 버리니까.
-네.
-줄 놓으면 안 되니까.
-손 한번 넣어봐요. 이게 차갑다고. 얼음물처럼 차갑다고.
-진짜 시원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우물물이.
-겨울에는 다시 따뜻하고.
-따뜻하고.
-(해설) 구석구석 신기한 것투성이입니다.
-어느 한쪽도 뺄 수가 없는 거네. 이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한 몇십 년.
-적어도 뭐, 한 팔...
-7, 80년.
-세상에. 제가 산 세월보다 훨씬 더 오래된 분들이네요.
이런 벽은 최근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한 번도. 멋있어요.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애버리고 우리만 남아 있는 거죠.
-(해설) 온 동네가 개발 열풍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 많던 돌담도 거의 사라지고 없답니다.
이웃에도 하나둘 새집이 들어서면서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 허물어져 갔지만
어르신의 집만은 옛 모습 그대로라네요.
-바깥쪽에는 다 지금 새로 지은 건물들, 도시가 지금 계속 변하는데 여기만 이렇게
뭔가 탁 과거 속에 예쁜 정원이 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되게 독특하고 좋은 것 같아요.
-마음적으로 편한 마음이 있어요.
여기 살면 뭔가 쫓기는 것도 없고 아주 편안해요, 여기 살면. 공기 좋고.
-공기가 좋고.
-푸른 걸 맨날 보니까 마음이 편해요, 여기 살면.
-(해설) 어쩌면 홀린 듯 어르신의 오래된 집 대문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도 그래서였을까요?
-내가 열어줘야죠.
좋아서 오는 걸, 구경하겠다는데 가라 소리 할 수가 없지. 이유는 없어요.
그냥, 재미로.
재미 삼아, 쉽게 우리 경상도 말로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힘든 게 없어요.
-(해설) 무엇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나고 마는 오래된 집.
하지만 애정과 정성만큼 반짝반짝 윤이 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이거는 사이까지 이렇게 안 잘라 주면 여기 꽃이 피어도 열매가 안 맺혀요.
일요일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와요. 흐뭇하죠. 보람 있어요, 내가.
이렇게 뛰어놀고 공차기하고 구르고 하는 거 보면, 빨빨 기어다니는 거 보면 참 좋아요.
이 집이 제일, 자기들의 추억거리가 될 거야, 아마. 마음이 평화롭죠.
아주 평화롭게 작업하고 잔디를 보고 애들 뛰노는 걸 보면 나는 좋아요.
-(해설) 어르신, 다음에도 오늘처럼 반갑게 대문 활짝 열어주실 거죠?
-(해설) 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서핑 문화가 시작된 송정해수욕장은 파도가 위험하지 않고
겨울에도 수온이 따뜻해 사계절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서핑하는 사람들 많다.
-(해설) 그런데 이분들은 뭘 하시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뭐 그리시나 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뭐 그리시는 거예요? 예쁘다.
-디자인도 하고 서핑 관련 굿즈도 만들고 있어요.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도 제가 디자인한 거예요.
-진짜요? 너무 예쁘다.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이 서핑 숍을 운영해요.
-진짜요?
-네, 거기서 또 편집숍을 운영하는데 거기 가시면 구매할 수 있어요.
-그래요?
-저 이거 사고 싶어요. 갈래요, 저.
-같이 따라가실래요?
-네.
-(해설) 샤론 씨네 가족은 오래전 서핑에 푹 빠져 아예 서핑숍까지 차리셨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잠깐만. 아버님이라고요?
-네.
-장갑을 끼고 있어서.
-진짜요?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큰오빠라고 해도 믿겠어요.
-아니에요.
-너무 멋지시다. 멋있으시다.
-감사합니다.
-그럼 같이 운영하시는, 운영하시는.
-네, 주로 저희 아이들이 하고 저는 그냥 옆에서 도와주는.
-그러세요? 안에 구경 좀 해봐도 될까요?
-네, 들어가세요.
-티가 너무 예뻐서.
-(해설) 이런 멋진 분들이 운영하는 서핑숍, 구경 좀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 동생이랑.
-동생.
-엄마.
-어머님. 그래, 묘하게 닮으셨다. 우리 아드님은 아버님 좀 많이 닮으셨고.
우리 따님은 어머님 많이 닮으셨네.
-별로 안 좋아할 텐데.
-그래요. 한 가족이 다 같이 운영하시는 거예요?
-네, 다 서핑을 좋아하고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해서 그래요.
-즐겁게 사시네요, 진짜. 그럼 이거 아까 그거.
-맞아요.
-디자인하신 거예요? 예쁘다. 이건 판매하는 거예요?
-네, 다 판매하는 거예요.
-이것도 예쁘다.
-접니다, 이거.
-그래요?
-(해설) 15살 무렵 송정에서 서핑을 시작한 샤론 씨는 어린 시절 함께 서핑하던 친구들과
각자의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답니다.
-많이 계시네.
-여기 연습하는 거예요.
-이게 연습하는 거예요?
-네. 이게 밸런스 보드라고.
-(해설) 서핑을 하기 전 몸을 푸는 웨이브 보드랍니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하네. 이렇게 하고 앞발 세우고.
-천천히. 진짜.
-알았어! 이거 도전 의식이 생기네! 하고!
-(해설) 제가 또 운동 신경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오케이! 이렇게 발끝에 힘을 딱!
-줘야 해요.
-앞꿈치랑 이렇게 움직여 주니까 느낌이 있네. 단전에 힘을 주고.
-좋아.
-(해설) 어때요? 꽤 괜찮죠?
-잘하시는데요.
-하고. 제가 또 운동 신경이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겁니까, 지금?
-진짜 잘하셨어요.
-진짜요?
-(해설) 그나저나 온 가족은 물론, 친구들까지 이렇게 서핑으로 똘똘 뭉친 사연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서 온 가족분들이 다 서핑을 하시게 됐어요?
-외국에서 서핑하는 걸 보고 되게 부러워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걸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또 그런 서핑을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졌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어느 날 여기 송정을 놀러 오게 됐는데 너무 자유롭게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
-(해설) 그렇게 자전거 타듯 가볍게 시작한 서핑은 어느새 온 가족의 운명을 바꿔놓았답니다.
수영과 송정을 오가며 서핑 숍을 운영하는 엄마, 아빠의 목표는
이렇게 재미난 서핑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하는 것.
그래서 서핑 숍 운영 원칙도 파격적으로 바꿨답니다.
-저희 회원 냉장고라고 저희가 한 번씩 채워놓기도 하는데 회원분들이 자유롭게 드시고
각자 또 자유롭게 채워도 주시고 하는 그런 사랑의 냉장고입니다.
-나중에는 아이스크림도 넣어주시기도 하고 그냥 간식들이나
먹고 싶은 도넛이나 아무거나 막 사 와서 다들 나눠주시거든요.
그래서 먹을 게 끊이지 않아요, 여기 있으면.
-이런 것들 있으면 저희가 커피도 또 직접 드리고.
-자유롭게 먹고.
-그냥 아지트 느낌이라, 아지트.
-집이죠, 거의.
-(해설) 서핑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모두에게 열린 문턱 낮은 서핑 숍을 꿈꾼답니다.
-(해설) 요즘에는 샤론 씨네처럼 자녀들이 배우러 왔다가 부모님들까지 서핑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답니다.
특히 중장년 회원들 중에는 서핑 덕분에 우울증도 없어지고 다시 활력을 되찾은 분들도 많다네요.
-(해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오늘은 저도 송정 바다의 매력에 한번 푹 빠져봐야겠습니다.
-항상 파도가 잔잔한 것도 아니고 큰 파도를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 파도를 넘을 것인가 아니면 거기에 휩쓸려서, 아니면 도망갈 것인가.
그래, 이 파도다. 그 파도를 넘자. 그 파도를 타자.
-(해설) 사랑하는 가족이 늘 함께하니 세상에 못 넘을 파도가 있을까요?
바다와 함께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의 파도를 만들어가는 오늘.
오늘 마실도 참 행복했습니다.
-이게 그러면 쪼시개예요?
-해녀들.
-해녀들. 굴, 이런 거 이렇게 캘 때?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의 가교를 마련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죠.
-농사지으시는 거구나.
-빚을 술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겁니다.
-청량감이 쫙 있는데.
기장 대변항에 왔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바람이 너무 좋네, 오늘.
뭔가 휴양지 바다 같지가 않고 약간 비릿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진한 향기가 있는 게, 같은 항구라도 좀 다르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시원한 바람도 맞으면서 기장의 대변항부터 그리고 해운대 송정까지
하루하루를 아주 멋지게 삶을 일구어 나가고 계시는 분들과 또 그런 아름다운 곳들을 찾아가 보도록 해보겠습니다.
저랑 한번 떠나보시죠. 바람이 불어오는 곳~ 멸치가 바닥에 있네. 멋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이게 무슨 그물이에요?
-멸치 그물, 멸치.
-멸치 그물이구나. 그런데 여기 이게 구멍 안으로 멸치가 빠져나갈 것 같은데?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큽니다.
-멸치가 이렇게 커요?
-네, 큰 거는 크죠.
-그물이 엄청 많아서 이거 정리하시려면 오래 걸리시겠어요.
-아닙니다, 퍼뜩합니다.
-아닙니다, 뭐 그냥 맨날 하는 거 금방 합니다.
-(해설) 기장 멸치가 유난히 큰 이유. 바로 그물코가 큰, 이 유자망 덕분인데요.
배와 함께 떠다니는 대형 그물로 이동하는 멸치 떼가 그물코에 꽂히도록 만든 대변항만의 고유한 어로 방법이랍니다.
대변항에 와서 이곳을 빼놓고 가면 섭섭하겠죠.
-쭉, 상가들이 엄청 많네. 액젓, 멸치 액젓.
-(해설)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신선한 수산물을 가공해서 파는 상가 거리인데요. 정말 없는 게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기장 미역만 유명한 줄 알았더니 젓갈 같은 것도 뭐가 많네요?
-젓갈이 더 유명해요.
-그래요?
-네. 기장 멸치젓갈.
-멸치젓갈.
-여기가 기장 멸치젓갈. 엄청 크죠?
-네. 멸치가 이렇게 커요?
-네.
-(해설) 말 그대로 대멸입니다. 큰 몸에서 우러나온 만큼 감칠맛도 깊답니다.
-저는 기장이 멸치가 유명한 거 오늘 처음 알았어요.
-처음 아셨어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아까 물건 때문에 전화 드리고 찾으러 왔어요.
-멸치, 잔멸치, 잠시만요. 오빠, 저기 멸치 좀 들고 와주세요.
-갑자기 손님이 오셔서.
-그런데 같이 오신 거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만석 씨?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도망가지 마시고. 뭐 사러 오셨어요?
-네? 저 멸치 사러 왔는데.
-뭐, 멸치, 어떤 멸치요?
-저희, 잠시만요, 너무 당황스러워.
-(해설) 제가 너무 놀라게 해 드렸나요?
-그러면 이 멸치, 이거 사러 오신 거예요?
-네, 냉동 멸치 사러 왔죠.
-마른 멸치 말고 냉동 멸치요?
-네.
-여기 오신다.
-여기 왔어요.
-이거예요? 얼려놓는 거구나. 저는 마른 멸치는 봐도 냉동 멸치는 태어나서 처음 봐요.
-진짜요?
-네.
-(해설) 봄철에 잡은 멸치를 깨끗이 손질하고 급랭한 다음 사계절 생멸치 맛 그대로 즐긴답니다.
-이거를 갖다가 그러면 어떻게?
-이제 가게 가져가서 저희가 염장해서 같이 소스를 만들어서.
-만들어서.
-버거를 만들죠.
-버거를 만든다고요?
-버거를 만들죠.
-멸치로 버거를 만드는 데 쓰신다고요?
-네, 그래서. 아니면 한번 드시러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가깝나요, 여기서?
-네, 가까워요. 여기서 한 4, 50분?
-(해설) 덕분에 오늘 아침은 아주 특별한 메뉴를 맛보게 됐습니다.
대변항에서 시원한 해안 길을 따라 도착한 곳. 파란 지붕이 시원하죠?
-너무 예쁘다. 어디로 들어가...
-저 주시면 제가 갖다 놓을게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해설) 시어머님이 운영하시는 가게라는데요.
초등학교 교사인 며느님이 틈날 때마다 돕고 있답니다.
어쩐지 시어머님이랑만 며느님이 많이 닮으셨죠?
-저기 멸치. 그러네. 국내산 기장 특산품.
여기 아까 지금 사 오신 이 멸치, 이 안초비 이걸로 이렇게 한다는 뜻인가 보죠?
-그렇죠. 저희 멸치 가지고 이제 안초비 절임 방식처럼 하는 거예요.
이제 기장 멸치를 가지고 안초비로 만드는 거죠.
-(해설) 원래 안초비는 청어를 올리브유와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인데요.
두 분은 기장 대멸로 안초비를 만든답니다.
-이거 대멸이거든요. 15cm짜리.
-저거는 15cm짜리.
-여기 기장이 멸치가 자라기 좋은 해류래요. 그래서 이제 얘네들이 살이 되게 연해요.
그래서 저희가 멸치가 비리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런데 전혀 그렇지도 않고.
-잘해요.
-끝에 있는 이런 거 빼는 거 맞는 거죠?
-엄청 잘 하시는데요?
-그래요? 저 여기 그러면...
-취직해야겠는데요.
-일 없을 때 오면.
-그러니까 취직해야.
-(해설) 다행히 제 솜씨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여기 아까 간 거에서 여러 가지 넣어서 이제 만든 안초비 소스.
-(해설) 멸치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안초비 소스는 고기 패티의 느끼함을 잡고 또 풍미를 더해 준답니다.
대체 이 신박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스페인 갔을 때 먹었던 엔초이가 되게 맛있어서 이제 기장 멸치 가지고도
이렇게 한번 염장 방식으로 담가 보면 맛있지 않을까.
-처음에는 좀 의아했어요.
왜냐하면 이 멸치가 되게 비리니까 햄버거에 넣는다는 자체가 좀 신기했고 그게 될까, 이렇게 했거든요.
그런데 완성돼서 안초비 소스를 갖고 했는데 먹어보니까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놀랐죠.
-(해설) 과연 얼마나 놀라운 맛인지 한번 확인해 봐야겠죠?
이거 보기만 해도 아주 푸짐한데요.
-소스만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이건 또 부드러우면서 크리미한 느낌이 있네요.
-전혀 안 비리죠?
-전혀. 이게 멸치가 들어갔다고는 아예, 아예 생각이 안 드는데요.
그런데 그 묘한 바다의 그 풍미가 느껴지는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맛있다.
-(해설) 어쩐지 자꾸 손이 가는 맛이라 할까요? 이만하면 기장 멸치의 성공적인 변신입니다.
멸치튀김 맛도 궁금하시죠?
-큰 이 대멸이 되게 맛있네.
-(해설) 그동안 몰랐던 기장 멸치의 매력을 제대로 맛본 한 끼입니다.
그런데 사이좋고 또 손맛 좋은 시어머님과 며느님이 이렇게 조용한 바닷가 마을에
가게를 열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10년 넘어 횟집 하다가 너무 이제 지치는 거예요.
너무 힘들고 그때 또 아저씨도 좀 많이 아팠고 이래서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내가 이렇게
이제 차고 나갈 수가 없을 만큼 이제 막 스트레스도 많이 오고 이래서.
-못 하시겠다?
-하면 내가 막 죽을 거 같다고 너무 힘들다고.
-(해설) 30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20년이 넘도록 남편과 횟집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젊은 나이부터
고된 시집살이와 거친 장사 일에 시달리며 그만 마음에 병이 들었답니다.
다 고기 잘 가라, 안녕 하고 진짜 그다음 날부터 문 딱 닫아버렸어요.
-(해설) 그 길로 10년 동안 가게를 방치해 둔 채 횟집은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데요.
다시는 장사를 하지 않으리라 꽤 마음을 먹으셨답니다.
그냥 그때 그 환하게 웃고 있던 30대가 어떻게 보면 지금 제 나이잖아요.
마음이 되게 안 좋았던 것 같아요, 저는.
-(해설) 어머님의 상처를 누구보다 공감했던 며느리, 민정 씨.
그런데 민정 씨의 처방은 뜻밖에도 정면 돌파였답니다.
-저희가 그냥 소소하게 살려보자. 그냥 그런 패기였던 것 같아요.
-(해설) 다시 가게를 여는 가장 큰 목표는 어머님의 행복.
고단하고 손이 많이 가는 횟집 메뉴 대신 간단한 버거를 팔고 혼자 일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주문은 QR코드 시스템으로.
그리고 손님들과 마음 편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한편에는 커다란 바 테이블을 놓았답니다.
다행히 추진력 넘치는 며느리의 아이디어 덕분에 어머님도 웃음을 되찾으셨습니다.
-어머님이 이렇게 하시는 거 보시면 어떠세요?
-또 이제 죄송할 때도 있고.
-괜히.
-괜히 내가 하자고 해서 했나 할 때도 있는데 저도 이제 하면서 장사가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가게를 이렇게 만들어 나가니까 뭔가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활력은 있어요.
-활력은.
-지금 혼자 하니까 너무 편해요. 마음이 너무 편해.
-하루하루가 어떠세요?
-행복합니다.
-그냥 묻자마자 대답이 돌아오네.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고부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셨네요.
어머님 우리 따님한테, 며느님한테 해 주고 싶으신 말 있으시면.
-그냥 우리 집에 시집와서 애들 잘 케어해 주고 너무 추진력 있게 팍 밀어주고 이러니까
나도 의지도 되고 진짜 많이 의지해요.
-그만큼 딸 같고 사랑스럽고 편하고. 우리 며느님, 어머님께 해 주고 싶은 말.
-저도 지금처럼 건강하시고 그리고 이제 어머니가 여기서 행복하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앞으로 저도 어머니한테 딸처럼 해야죠.
-(해설) 행복이 별거인가요. 내 마음 알아주는 이가 곁에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죠.
두 분 앞으로도 모녀처럼 또 친구처럼 알콩달콩 행복하세요.
-드림 세트장. 드림 세트장? 드림? 드라마 그 드림 여기서 찍었나 보다.
-(해설) 기장 죽성 해변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는데 한번 둘러봐야죠?
-(함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 관광 오셨어요? 이쪽 분이 아니시고?
-저희는 전북에서 지금 여기까지 왔어요.
-진짜 멋있어요.
-고맙습니다.
-사진 한번 찍어도 돼요?
-사진 찍어요.
-찍어줘.
-찍어드릴까? 하나, 둘, 셋.
-고맙습니다.
-(함께) 감사합니다.
-즐겁게 여행하시고 좋은 시간 보내고 가세요.
-고맙습니다.
-(해설) 바닷가 마을을 떠나 사람 냄새 물씬한 곳으로 왔습니다.
알록달록 색색깔의 원색 파라솔 아래 사계절 활기로 가득한 곳, 바로 기장시장입니다.
시장 마실 다닐 생각에 멀리서부터 발걸음이 급해집니다.
-안녕하세요.
-오만석. 오만석.
-안녕하세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옛날에 청포도 사랑인가 연속극에 나왔잖아.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안녕하세요?
-(해설) 오래된 드라마인데 감사하게도 기억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빵집, 젓갈, 어묵도 팔고. 여기 뭐 없는 게 없네. 고맙습니다.
-식혜 한잔 마셔.
-고맙습니다.
-한 잔 줄까, 한 잔 줄까?
-죽이네, 맛있네. 맛있다.
-(해설) 전통 오일장으로 출발해 무려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장시장은 365일 연중무휴.
문 닫는 날이 없는 시장으로도 유명하답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게다가 어찌나 인심들이 후하신지 벌써 양손이 무거워졌네요.
-여기 대게 골목이 쫙 있구나.
-(해설) 요즘 기장시장에서 명물거리로 꼽힌다는 일명 대게 거리입니다.
이거 진짜 크기가 엄청나죠.
-엄청 따가워. 이거 엄청 크다. 이거 묵직한데요. 이게 한 5kg이 넘는... 몇 킬로그램이야, 이거.
-한 4kg 정도 됩니다.
-엄청 무거워.
-(해설) 이대로 쪄서 먹으면. 대게야, 다음에는 꼭 다시 만나자.
기장시장은 상인의 절반 이상이 노점상일 정도로 좌판이 많답니다.
특히 이 해물좌판골목은 가장에 사는 어부들과 해녀들이 매일 새벽 바다에서 잡아온 해산물을
가져와 팔거나 직거래로 받아와서 파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살이 빠져서 못 알아봤는데.
-그래요? 싱싱해 보인다, 이거. 이거 멍게.
-멍게.
-이거 전복은.
-전복은 양식 전복.
-이거는 양식.
-완도산.
-자연산은 맨 앞줄에.
-이거 먹을 수 있어요, 바로?
-바로 먹을 수 있지예. 이거 내가 손질해서 한번 드려볼까요?
-네. 그런데 두 분이 엄청 닮으셨어요.
-(함께) 자매.
-실제 자매세요?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어. 엄청 닮으셔서.
-맞아요. 사람들이 전부 다 쌍둥이인 줄 알아요.
-그러니까요.
-(해설) 정말 꼭 닮으셨죠.
언니는 35년, 동생은 19년째 해물좌판거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시랍니다.
-손길이 달라, 또. 싹싹싹 썰어내시는데.
-드셔 보세요.
-(해설) 때깔이 벌써 다르죠.
-전복, 자연산 전복이.
-비리지가 않아요. 맛있죠? 고소하죠?
-어떻게 이렇게 고소하지?
이거 자연산 전복을 언제 이런 식으로 먹어보겠냐고, 한입에.
바다 향이 쫙 들어오는 게 지금까지 먹었던 전복은 전복이 아니네.
-그렇지.
-이거 진짜 맛있네요. 이래서 자연산, 자연산 하는구나.
양식도 맛있기는 맛있는데 고소함이 다르네.
-맞아요.
-감독님, 이거 한번 먹어봐야 해. 먹어봐요. 어때요? 진짜 고소하죠?
-그렇죠?
-진짜 맛있어요.
-(해설) 우애 좋은 자매 사장님들 손맛 덕분일까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두 분이 사이가 너무 좋아 보이시는데?
-사이 원래 좋아요.
-원래 좋으세요? 누가 언니예요?
-내가 언니.
-언니세요?
-네.
-원래부터 처음부터 같이 하셨어요?
-아니요.
-아니요, 제가 늦게 들어왔어요.
-동생분이 늦게 들어오셨어요?
-나는 한 35년 됐고요. 동생은 이제.
-동생은 19년.
-19년.
-(해설) 부산에서 식당을 하던 동생은 먼저 시장에 터를 잡고 있던 언니가 부르자
두말도 없이 곁으로 왔답니다.
그렇게 나란히 좌판에 앉아 동고동락한 세월이 어느덧 20년이라네요.
-탈출하는구나.
떠나간다.
참말로, 미치겠다, 이거.
-(해설) 문어가 아주 살아 있네, 살아 있어.
이 녀석들 어찌나 싱싱한지 틈만 나면 도망 가는 통에 한 시도 쉴 틈이 없으시답니다.
-하루 일과였다, 일과.
손님 와서 문어 또 여기 한 번 들었다 놨다 하면 이게 성이 나서 먹을 팍 쏘면
또 동생이 들고 가서 물 갈아줘야 하고.
잠시도 쉴 틈이 없지.
그러니까 화장실에 가도 빨리 와야 해.
-내가 또 힘도 세서 물도 잘 들고 다녀요.
-(해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척 하면 척.
-맛있어요?
-(해설) 서로의 빈자리를 메꾸며 모든 것을 함께하는 찰떡 자매시랍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매지간이라고 그래도 하루 종일 붙어 있으시면 싸움 나거나 이런 일 없어요?
-그런 거 없어요.
-다투거나 그런 거 아예 없어요?
-아파트도 같은 동에다가 1001호, 1002호 같이 살아요.
-진짜요?
-아침에 내려올 때, 가자! 언니야 가자.
전화 오면 같이 문 열고 나와서 둘이 같이 내려오고.
-(해설) 하루 종일 생물을 만지며 살다 보니 손가락 관절염은
직업병으로 달고 사는 게 이 해물 좌판 장사랍니다.
-애들이 마음 아프다, 엄마 손 보면.
-그러니까.
-(해설) 섬섬옥수 고운 손보다 더 아름답고 장한 어머니의 손입니다.
-마음이 든든하고 나 혼자 하는 것보다 동생이 있으니까 의지도 되고 그게 좋지.
-든든하지 언니 옆에 있으니까.
마음은 편하고 언니하고는 마음이 맞기 때문에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일단 물건을 보면.
-늘 행복하지, 즐겁고.
-행복합니다, 우리는.
즐겁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해설) 두 자매님의 꼭 닮은 미소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
-(해설) 기장읍 장산에서 발원해 해운대로 흘러드는 작은 강 송정천을 건너며 만나는 정겨운 바다,
바로 송정입니다. 그런데 여기 송정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분들이 계시네요.
-여기 너무 좋죠. 일주일에 몇 번씩 오세요?
-저야 한, 이틀에 한 번씩.
-이틀에 한 번씩.
-집이 여기니까.
-좋다, 그러면 여기 사시는 거세요? 송정 자랑 좀 해주세요.
-송정이 일단은 해수욕장이 아담하지 않습니까?
여기는 파도도 심하지도 않고 가족 간에 즐기기에는 딱 맞고.
-(해설) 요즘 말로 산스장. 아니 헬스장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도 당장 회원 등록해 봅니다.
-약간 운동하는 것 같지가 않고 뭐 놀이기구 타는 것 같은데, 바다 보면서 하니까.
기가 막히다.
시원하다.
좋다.
바람 시원하네.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오늘.
기장에서는 뭔가 약간 진하고 비릿하면서도 그런 항구의 향이 있었으면
여기는 그 뭔가 젊음의 휴양지에서 나오는 그런 향이 느껴지는 그런 바다?
여기 바닷바람이 한 방에 그냥 여기까지 쫙 들어오는 것 같아서 새로운 에너지가 채워지는 것 같아요.
저 에너지 좀 충전하고 가겠습니다.
-(해설) 에너지도 충전했으니 좀 더 마실을 다녀볼까요?
-여기는 저쪽이랑 또 다르게 약간 한적한 느낌도 있으면서.
-(해설)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송정은
구석구석 오래된 풍경을 만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옛날 골목이네.
-(해설) 골목 끝에 오래된 집이 있네요.
-안녕하세요? 계세요? 안녕하세요?
밖에서 보는데 너무 여기가 탁 예뻐 보여서,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어르신. 안녕하세요? 여기 너무 예뻐요, 집이.
-(해설) 작은 대문 하나 열고 들어왔을 뿐인데 마치 딴 세상으로 온 것 같죠?
-도라지.
-도라지꽃.
-이거는 난초. 무궁화도 꽃이 피었네요.
-무궁화도 있네요.
-(해설) 무궁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었네요.
-이거 한번 먹어보세요. 농약 안 친 거라 그냥 먹으면 돼요.
-색깔이 아주...
-약간 덜 익어도 조금 있으면 당도가 돌 거구먼.
-맛있는데요?
-드세요. 우리는 그냥 먹으니까.
-이거 그냥 드시는 거예요?
-네, 농약을 안 치니까.
-맛있어.
-(해설) 주말마다 놀러 오는 귀여운 손주들을 위해 심지어 벼까지 심으셨답니다.
없는 게 없는 텃밭의 모든 채소는 당연히 무농약 유기농.
덕분에 마트에 장 보러 가실 일이 없다네요.
-이런 건 뭐... 한 몇 년 됐을까요, 이런 건?
-한 7, 80년 넘었죠.
-80년. 여기도...
-거의 90년 다 됐지.
-아담하게 장독대랑...
-옛날 그대로, 자연 그대로. 가식이 없죠, 우리는. 자연 그대로. 놓지 말고, 놓으면 빠져 버리니까.
-네.
-줄 놓으면 안 되니까.
-손 한번 넣어봐요. 이게 차갑다고. 얼음물처럼 차갑다고.
-진짜 시원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우물물이.
-겨울에는 다시 따뜻하고.
-따뜻하고.
-(해설) 구석구석 신기한 것투성이입니다.
-어느 한쪽도 뺄 수가 없는 거네. 이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한 몇십 년.
-적어도 뭐, 한 팔...
-7, 80년.
-세상에. 제가 산 세월보다 훨씬 더 오래된 분들이네요.
이런 벽은 최근에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한 번도. 멋있어요.
-옛날에는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애버리고 우리만 남아 있는 거죠.
-(해설) 온 동네가 개발 열풍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그 많던 돌담도 거의 사라지고 없답니다.
이웃에도 하나둘 새집이 들어서면서 오래된 삶의 흔적들이 허물어져 갔지만
어르신의 집만은 옛 모습 그대로라네요.
-바깥쪽에는 다 지금 새로 지은 건물들, 도시가 지금 계속 변하는데 여기만 이렇게
뭔가 탁 과거 속에 예쁜 정원이 있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되게 독특하고 좋은 것 같아요.
-마음적으로 편한 마음이 있어요.
여기 살면 뭔가 쫓기는 것도 없고 아주 편안해요, 여기 살면. 공기 좋고.
-공기가 좋고.
-푸른 걸 맨날 보니까 마음이 편해요, 여기 살면.
-(해설) 어쩌면 홀린 듯 어르신의 오래된 집 대문 안으로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도 그래서였을까요?
-내가 열어줘야죠.
좋아서 오는 걸, 구경하겠다는데 가라 소리 할 수가 없지. 이유는 없어요.
그냥, 재미로.
재미 삼아, 쉽게 우리 경상도 말로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힘든 게 없어요.
-(해설) 무엇 하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나고 마는 오래된 집.
하지만 애정과 정성만큼 반짝반짝 윤이 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답니다.
-이거는 사이까지 이렇게 안 잘라 주면 여기 꽃이 피어도 열매가 안 맺혀요.
일요일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와요. 흐뭇하죠. 보람 있어요, 내가.
이렇게 뛰어놀고 공차기하고 구르고 하는 거 보면, 빨빨 기어다니는 거 보면 참 좋아요.
이 집이 제일, 자기들의 추억거리가 될 거야, 아마. 마음이 평화롭죠.
아주 평화롭게 작업하고 잔디를 보고 애들 뛰노는 걸 보면 나는 좋아요.
-(해설) 어르신, 다음에도 오늘처럼 반갑게 대문 활짝 열어주실 거죠?
-(해설) 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서핑 문화가 시작된 송정해수욕장은 파도가 위험하지 않고
겨울에도 수온이 따뜻해 사계절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서핑하는 사람들 많다.
-(해설) 그런데 이분들은 뭘 하시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뭐 그리시나 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뭐 그리시는 거예요? 예쁘다.
-디자인도 하고 서핑 관련 굿즈도 만들고 있어요.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도 제가 디자인한 거예요.
-진짜요? 너무 예쁘다.
-감사합니다. 저희 가족이 서핑 숍을 운영해요.
-진짜요?
-네, 거기서 또 편집숍을 운영하는데 거기 가시면 구매할 수 있어요.
-그래요?
-저 이거 사고 싶어요. 갈래요, 저.
-같이 따라가실래요?
-네.
-(해설) 샤론 씨네 가족은 오래전 서핑에 푹 빠져 아예 서핑숍까지 차리셨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잠깐만. 아버님이라고요?
-네.
-장갑을 끼고 있어서.
-진짜요?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큰오빠라고 해도 믿겠어요.
-아니에요.
-너무 멋지시다. 멋있으시다.
-감사합니다.
-그럼 같이 운영하시는, 운영하시는.
-네, 주로 저희 아이들이 하고 저는 그냥 옆에서 도와주는.
-그러세요? 안에 구경 좀 해봐도 될까요?
-네, 들어가세요.
-티가 너무 예뻐서.
-(해설) 이런 멋진 분들이 운영하는 서핑숍, 구경 좀 해볼까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 동생이랑.
-동생.
-엄마.
-어머님. 그래, 묘하게 닮으셨다. 우리 아드님은 아버님 좀 많이 닮으셨고.
우리 따님은 어머님 많이 닮으셨네.
-별로 안 좋아할 텐데.
-그래요. 한 가족이 다 같이 운영하시는 거예요?
-네, 다 서핑을 좋아하고 운동하는 거 좋아하고 노는 거 좋아해서 그래요.
-즐겁게 사시네요, 진짜. 그럼 이거 아까 그거.
-맞아요.
-디자인하신 거예요? 예쁘다. 이건 판매하는 거예요?
-네, 다 판매하는 거예요.
-이것도 예쁘다.
-접니다, 이거.
-그래요?
-(해설) 15살 무렵 송정에서 서핑을 시작한 샤론 씨는 어린 시절 함께 서핑하던 친구들과
각자의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답니다.
-많이 계시네.
-여기 연습하는 거예요.
-이게 연습하는 거예요?
-네. 이게 밸런스 보드라고.
-(해설) 서핑을 하기 전 몸을 푸는 웨이브 보드랍니다.
-균형을 잘 잡아야 하네. 이렇게 하고 앞발 세우고.
-천천히. 진짜.
-알았어! 이거 도전 의식이 생기네! 하고!
-(해설) 제가 또 운동 신경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오케이! 이렇게 발끝에 힘을 딱!
-줘야 해요.
-앞꿈치랑 이렇게 움직여 주니까 느낌이 있네. 단전에 힘을 주고.
-좋아.
-(해설) 어때요? 꽤 괜찮죠?
-잘하시는데요.
-하고. 제가 또 운동 신경이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겁니까, 지금?
-진짜 잘하셨어요.
-진짜요?
-(해설) 그나저나 온 가족은 물론, 친구들까지 이렇게 서핑으로 똘똘 뭉친 사연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해서 온 가족분들이 다 서핑을 하시게 됐어요?
-외국에서 서핑하는 걸 보고 되게 부러워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걸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또 그런 서핑을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졌었어요.
-그렇죠.
-그런데 어느 날 여기 송정을 놀러 오게 됐는데 너무 자유롭게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
-(해설) 그렇게 자전거 타듯 가볍게 시작한 서핑은 어느새 온 가족의 운명을 바꿔놓았답니다.
수영과 송정을 오가며 서핑 숍을 운영하는 엄마, 아빠의 목표는
이렇게 재미난 서핑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하는 것.
그래서 서핑 숍 운영 원칙도 파격적으로 바꿨답니다.
-저희 회원 냉장고라고 저희가 한 번씩 채워놓기도 하는데 회원분들이 자유롭게 드시고
각자 또 자유롭게 채워도 주시고 하는 그런 사랑의 냉장고입니다.
-나중에는 아이스크림도 넣어주시기도 하고 그냥 간식들이나
먹고 싶은 도넛이나 아무거나 막 사 와서 다들 나눠주시거든요.
그래서 먹을 게 끊이지 않아요, 여기 있으면.
-이런 것들 있으면 저희가 커피도 또 직접 드리고.
-자유롭게 먹고.
-그냥 아지트 느낌이라, 아지트.
-집이죠, 거의.
-(해설) 서핑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모두에게 열린 문턱 낮은 서핑 숍을 꿈꾼답니다.
-(해설) 요즘에는 샤론 씨네처럼 자녀들이 배우러 왔다가 부모님들까지 서핑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답니다.
특히 중장년 회원들 중에는 서핑 덕분에 우울증도 없어지고 다시 활력을 되찾은 분들도 많다네요.
-(해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
오늘은 저도 송정 바다의 매력에 한번 푹 빠져봐야겠습니다.
-항상 파도가 잔잔한 것도 아니고 큰 파도를 만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이 파도를 넘을 것인가 아니면 거기에 휩쓸려서, 아니면 도망갈 것인가.
그래, 이 파도다. 그 파도를 넘자. 그 파도를 타자.
-(해설) 사랑하는 가족이 늘 함께하니 세상에 못 넘을 파도가 있을까요?
바다와 함께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의 파도를 만들어가는 오늘.
오늘 마실도 참 행복했습니다.
-이게 그러면 쪼시개예요?
-해녀들.
-해녀들. 굴, 이런 거 이렇게 캘 때?
-동양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들의 가교를 마련한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죠.
-농사지으시는 거구나.
-빚을 술을 위해서 농사를 짓는 겁니다.
-청량감이 쫙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