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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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한 길만 바라보다, 기장 철마

등록일 : 2024-11-11 16:11:42.0
조회수 : 1245
-(해설) 풀잎이 이슬을 머금은 이른 아침.
잔잔한 저수지를 둘러싸고 초록빛이 내려앉은 기장의 한 공원에 왔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을 담은 저수지를 따라 산책로를 거닐어 보는데요.
깊어가는 가을 풍경이 아름답네요.
-저쪽에 배도 있고 새소리도 좋고 정말 힐링이 제대로 되네. 너무 좋다.
기장 이쪽이 논밭이 많아서 저수지로 쓰고 했었던 것들인데 주택 단지가 확 들어서면서
이런 것들이 다 공원이 조성이 되니까 너무 예쁘고 좋네요.
보통 기장 그러면 바다 제일 처음에 떠올리는데 오늘은 이렇게 초록초록한 느낌,
바다에서 느낄 수 없는 이런 자연에서부터 한번 출발을 해 보겠습니다.
기장에 이런 데가 또 있었네, 좋네.
-(해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
오늘은 기장 철마로 마실을 떠나 봅니다.
-역시 가을 하늘이라 그런지 하늘이 너무 오늘 좋다. 날씨도 좋고 오늘.
웬 동네에 말소리가 들려. 뭐야, 여기 웬 승마장이 있어?
-(해설) 예상치 못한 승마장의 등장에 궁금증이 샘솟는데요.
-동네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말소리가 들려서 와봤더니 여기 승마장이...
여기 구경 좀 해도 돼요?
-구경하셔도 됩니다.
-여기 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선생님?
-애들 먹이 주고 있었습니다.
-먹이 주시고 계셨구나. 어떻게 하면 제가 줘봐도 되나요?
-줘봐도 됩니다.
-신기하다. 선라이즈. 옳지. 아이고, 아이고. 맛있어? 금방 잘 받아먹네요.
-(해설) 숲속에서 말과 함께 살아가는 남윤오 씨.
10년 전 운명처럼 말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런 애들이 경주 퇴역마예요. 경주마.
-퇴역마라고요?
-경주로 뛰다가 이제 퇴역을 해서 그냥.
-우리 저기 경마할 때 하는 그 경주마들 중에 은퇴했다는 말씀인 거예요?
-맞습니다.
-(해설) 오직 경마를 위해 평생을 바쳐 훈련을 거듭하는 경주마.
하지만 경주마들은 순위 밖에 밀려날 경우 곧바로 퇴역마 수순을 밟게 된다는데요.
이런 퇴역마가 남윤오 씨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정년 퇴임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던 중에 경주마가 퇴역을 하면
갈 곳이 없는 것처럼 저도 그런 사람이 됐더라고요.
그래서 마생이나 제 인생이 같구나.
그러면 동물을 좋아하니까 쟤들하고 생활을 해 볼까 해서.
-(해설) 자신의 삶을 바라보듯 경주마에게 연민을 느낀 남윤오 씨.
한 마리, 두 마리 데려오기 시작한 퇴역마가 벌써 네 마리째입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으로 말들을 기르고 있다는데요.
이 녀석의 이름은 초코. 경주마 시절 이름 좀 날렸던 녀석이랍니다.
어찌나 질주 본능이 강한지 승용마가 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만 했다네요.
-말들의 생명이 30년인데 4세, 5세 되어버리면 등수 안에 못 되니까 뛰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얘는 1군에서 뛴 애예요, 1군. 진짜 돈 많이 벌었던 말인데.
그 이력을 보면 상금을 몇억 정도는 받았어요.
몇억은 받았는데 등수 안에 못 드니까 퇴역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 승마장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착해요, 아주 착해요.
-(해설) 이까지 왔으니 그냥 갈 수는 없는 법. 숲속에서의 승마, 한번 즐겨봐야겠죠.
퇴역마와 함께 가을의 낭만을 즐겨볼까 합니다.
-이 말 이름이 뭔가요?
-초코.
-초코.
-퇴역 경주마입니다. 얘가 퇴역 경주마.
-초코.
-잘 부탁해.
-잘 부탁해. 초코. 아이고, 고마워.
-그렇지. 그러니까 얘들은 경주마는 경주를 뛰는 그런 습성이.
-무조건 뛰는 데 익숙할 거 아니에요.
-그것을 바로 뛰는 어떤 힘을 위로.
-위로.
-위로 뜨게, 순치 훈련을 시키는 거죠. 승용마로 전환시키는 거예요.
-(해설) 직진밖에 모르던 경주마를 승용마로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순치 훈련을 거쳐 걸음마부터 다시 가르쳤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속도의 걷기, 평보. 조금 더 빨리 걷기, 속보.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달리기, 구보.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승용마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80% 정도 올라왔죠. 처음에 제로에서 말 안 듣고 튀고 난리지.
앞발 들면서 거부하고. 당근과 채찍을 잘못하면 꾸짖어주고 잘하면 칭찬해 주고.
-(해설) 오랜 시간 훈련을 거쳐 승용마가 된 초코. 드디어 안장 위로 올라타 봅니다.
-이게 윗공기가 또 좋네요, 확실히.
-복근 힘을 약간 주시고.
-복근에 힘을 살짝.
-허리를 약간 집어넣고.
-허리를 약간 집어넣고.
-상체를 쫙 펴고.
-펴지게.
-배를 집어넣으면서.
-배를 집어넣으면서 허리를 넣고.
-허리를 집어넣으시면 상체가 가벼워지는 걸 느낄 거예요.
시선은 정면을 보는데 정면 15도 위를 보라고.
-15도 위. 그렇지. 초코, 고마워. 허벅지를 살짝 조이는 느낌으로 앉아야 좋나요?
-좋아요. 다리 약간만 뒤로 해 주시고.
-이 친구가 경주마를 했던 친구라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몸에 힘이 느껴지는데요.
-그렇습니까?
-네.
-(해설) 점점 초코와 하나가 되는 기분이라고요.
-이게 뭐 진짜 천하를 호령하는 듯한 이런 느낌이네요.
초코가 자기가 달리고 싶을 때는 달리는 느낌이 있고 자기 컨디션에 따라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됐어, 초코.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승마 경험도 잘하고. 옳지. 맛있어? 옳지.
그래, 고생한 너도 보람이 있어야지. 그렇지? 초코 덕분에 아주 힐링했어.
옳지. 수고했어.
-(해설) 남윤오 씨와 퇴역마의 동행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시간이 었습니다.
-공직 생활을 하셨다고요?
-네, 경찰공무원.
-경찰공무원이셨어요?
-제가 훈장도 받아봤고 시민이 주는 상도 받아봤고 그렇게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정년을 하면서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는 거구나를 느꼈지.
-인생이나 마생이나 다 하나하나 귀중한 생명들인데 사람이나 동물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인도자 역할을 해주시는 거네요. 참 훌륭하십니다.
-(해설) 인생의 전환기에 선물처럼 찾아온 퇴역마.
앞만 보고 달리던 말과 사람이 만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갑니다.
-지금 예를 들어 말이 없다면 지금 완전 할아버지 돼서 등산 갔다 와서 사우나 갔다 와서 그걸로 끝나겠죠, 뭐.
그런데 지금은 새벽같이 와서 마방 관리하고 말 상태 확인하고 또 말 조련하고 또 말 타고 태워주고
이런 삶이 지금 현재까지는 행복하고 앞으로 내가 힘이 있는 날까지 이대로 같이 생활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해설) 이번에는 고즈넉한 철마의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골목길 정취를 느끼던 찰나 정겨운 풍경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데요.
-만물 트럭, 만물 트럭이 있네.
-만물 차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배우님이시군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만물 트럭이 있어서 깜짝 놀랐네? 호미도 있고 다 있네.
-시골에 필요한 살림살이들은 좀 많이 구비하고 다녀요.
-(해설) 오랜만에 만난 길 위의 만물상, 만물 트럭.
때마침 옆 마을로 이동할 시간이더라고요.
저도 오후 장사에 힘을 보태볼까 하고 트럭에 몸을 실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만물 트럭과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갑네요.
-저는 여기 부산 기장군만 아니라 전국을 다 한 번씩 순회를 해요.
-전국을요?
-네, 부산에서 시작하면 최북단 마을, 통일전망대까지도 올라갑니다.
-거기까지 가세요?
-네.
-(해설) 시골 마을 구석구석을 오가고 있답니다.
-기장은 대변항하고 칠암하고 이쪽에 많이 들르고요.
이쪽은 안쪽으로 여기는 철마, 철마 쪽은 그래도 간혹 옵니다.
-그런데 처음에 어떻게 해서 이거를 물려받을 생각을 하셨어요?
-아버지께서 저를 42세에 또 만드셨고 그래서 제가 18살이 됐을 때는 벌써 환갑이죠.
아버지의 일손을 제가 조금이라도 도와드려야겠다.
바로 아들이 옆에서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버지 트럭 제가 따라다니겠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트럭 한 대를 사서 두 대의 트럭이 전국을 누비고 다녔던 것 같아요.
-(해설) 유명한 만물상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18살에 트럭을 몰기 시작한 조상하 씨.
그 길로 20년째 전국을 활보하고 있습니다.
5분쯤 달렸을까요? 철마의 마지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차로 오니까 금방 오네.
-여기에는 마지마을이라고 해서 여기 어머님들 회관에 계시는 어머님들한테 장사하려고 오늘 오후에는.
-그래요?
-어떤 물건들이 있나 한번 구경해 보시고요. 어머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양은 냄비.
-양은 냄비.
-없으면 안 되는.
-그렇지.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지금도 다.
-이상하게 라면은 여기다 끓여 먹어야 맛있어요.
-(해설) 움직이는 슈퍼마켓답게 이 트럭 한 대에 약 500가지의 물건이 실려 있다는데요.
그럼, 장사 준비도 끝났겠다. 본격적으로 손님을 한번 불러 모아 볼까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배우 오만석입니다. 만물 차가 왔습니다.
모든 게 다 실려 있는 만물 차가 있습니다.
필요하신 물건 있으면 오셔서 싸게 싸게 사가시면 됩니다.
쌉니다, 쌉니다. 배송비 필요 없습니다. 직접 와서 다 가져다드립니다.
어머님, 아버님 오셔서 보세요. 만물 트럭이에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지금 만물 트럭 와서 필요하신 물건 있나 한번 보시라고.
빗자루 어머님들 필요하신 거 없습니까? 빗자루. 방 빗자루도 있고 마당 빗자루도 있고.
-이거 얼마인데?
-이거, 이거 얼마예요? 이거 얼마인가요?
-어머니, 그 빗자루 7000원입니다.
-7000원입니다. 7000원.
-7000원? 이거는 얼마인데?
-이거는.
-이거는 3000원 되겠습니다.
-그거 3000원.
-그러면 1만 원 하면 되네.
-2개 1만 원.
-1만 원 맞습니다, 어머니.
-맞습니다, 어머님.
-빗자루 값 오늘 개시했습니다. 개시.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거 잘 안 부러지는 거예요. 물건 좋아요.
-우리가 시내에 나가려면 차가 운행이 1시간에 1대씩 있어요.
그거 타고 나갔다 들어오면 3시간, 너무 힘든데 이렇게 오시면
집 내에서 바로 구입을 하니까 편안한 편이 많죠.
-(해설) 유난히 만물 트럭을 반가워하던 어머니. 아직 쇼핑해야 할 물건이 남았나 봅니다.
-또 다른 거는 뭐.
-이거는 뭐예요, 이거는?
-이거는 빨랫방망이요.
-어머니.
-요새 빨랫방망이 쓰나, 안 쓰는데.
-스트레스받을 때 일부러 빨랫방망이 들고 때리면 됩니다.
-전등 갈아 넣어야 하는데. 전등.
-전등요? 이렇게 일자로 생긴 거 있는데 이거로 하시면 되겠어요?
-우리 집에 손이 없는데 좀 갈아주소.
-그러면 집 안내해 주세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오세요.
-(해설) 인심 좋은 상하 씨. 직접 전구를 갈아주러 나서는데요.
-맞네, 1개 나갔네.
-1개 더 나갔어요.
-(해설) 제 역할을 못 하는 전등 하나. 곧바로 교체를 시작합니다.
막내아들 노릇까지 톡톡히 하네요.
-어머니가 불 한번 켜봐요. 많이 밝아졌죠. 감사합니다. 어머니.
조명 갈아서 돈 벌고 음료수까지 받아먹고 좋은데요, 이거.
그런 정을 나누는 재미에 이런 시골을 돌아다니는 것 같아요.
회관 칼 서비스로 갈아드립니다.
-칼 가져 와라, 칼.
-이런 맛이 있네. 옛날에 우리 칼 갈아, 칼 갈아 이거 있었는데.
-맞아, 칼 갈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맞아. 칼 많이 왔다.
-회관 칼.
-칼이 이렇게 많아.
-칼이 많이 무디긴 무디네요. 제가 싹 갈아드릴게요.
장비가 어머님, 500만 원짜리입니다.
500만 원짜리 장비로 이렇게 칼 공짜로 갈아주고 다니면 손해입니다.
이게 맷돌 방식으로 해서 가는 칼갈이예요.
-신기하다.
-이제 1개 했어요, 1개. 종이가 이렇게 싹 나갑니다.
이게 안 갈린 것도 종이는 나가는데 소리 없이 나가지는 않아요.
-잘됐네.
-잘됐어.
-합격입니까?
이제 칼갈이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인정받아서 너무 좋은데요.
어머니가 인정해 줬습니다.
-(해설) 오늘도 상하 씨의 만물 트럭은 따뜻한 정으로 들썩입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제 있는 모든 걸 다해서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 근황은 어떠신지
그렇게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되게 큰 역할을 또 해 주시는 것 같아요.
-돌아다니다 보니까 전국에 1000명의 엄마가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의 꿈은 1만 명의 엄마를 만들어보자, 앞으로 더 열심히 달려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또 장사 마무리하고 또 열심히 다른 동네로 가야 하니까요.
-다른 동네 어딘가에서 또 만나 뵐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덕분에 저도 너무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해설) 수없이 오고 간 시골길에 어르신들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이 쌓여 더 특별한 길이 만들어집니다.
이번에는 발길을 따라서 바로 옆 백길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를 봐도 한우, 저기를 봐도 한우. 한우집 간판들이 왜 이렇게 많아?
-한우 집들이 엄청 많이 있는데요? 이게...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 지나가다가 봤는데 고기 걸려 있어서. 등치가 엄청 좋으시네. 이거 직접 하시는 거세요?
-네.
-고기들이 엄청 많네.
-(해설) 여기는 식당 바로 옆에 한우 직판장이 있더라고요.
장정 셋이 붙어 고기 해체 작업이 한창입니다.
한우로 유명한 철마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네요.
수많은 철마의 한우 식당 사이에서도 원조집으로 불리는 이곳.
아직도 농장에서 소를 길러 발굴 작업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하는 건 이곳뿐이라고 합니다.
-이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이거는 당일 도축한 거 부분육 선별 작업하고 있어요.
-오늘 도축된 것 가지고?
-네.
-부위별로 좋은 걸 이렇게 선별해서 미리 작업을 해 놓으시는 거예요?
그리고 이걸 직접 여기서 판매도 하시고?
-네. 도매도 하고 판매도 하고.
-(해설)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소 잡는 날.
운 좋게 저도 작업 현장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요.
갓 도축한 소의 신선한 육질. 이게 다 소 두 마리에서 나온 물량이랍니다.
양이 정말 어마어마한데요. 이렇게 보니 어디가 무슨 부위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여기가 등심이고 이게 갈비고 이게 뒷다리. 뒷다리고.
이제 소분해서 분리 작업을 할 건데 그러면 형체가 안 나오죠.
이렇게 있으면 잘 몰라요. 일반 사람들은.
-(해설) 소를 도축해 오면 제일 먼저 이렇게 뼈와 고기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요.
부위별로 분리된 고기는 깔끔하게 지방 제거를 거쳐 숙성 단계에 들어가게 된답니다.
엄청난 힘과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라네요.
땀을 뻘뻘 흘리시더라고요. 고기 빛깔이 진짜 좋죠?
-대부분 사람들은 등급을 하고 투 플러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보고 사는데 저희는 육질을 봐요.
찰기.
-칼을 이렇게 대 봤을 때 칼을 이렇게 딱 잡아주는 느낌이 있고 좀 찰기가 떨어지면.
-이렇게.
-그냥 쓱 이렇게 지나가는 느낌이고.
-(해설) 전문가들이 고기를 볼 때는 찰기를 본다? 이것도 하나 배워가네요.
-한 번 오면 이게 킬로그램 수로 하면 몇 킬로그램이나..
-보통 700kg을 소를 잡게 되면 뼈를 다 제거했을 때 한 56% 정도가 나와요.
-한 마리가 700kg이나 해요?
-살았을 때.
-그렇게 무거워요?
-거세우는 엄청 커요. 1톤 정도 나가요. 거세우는. 이거는 암소라서 그나마 작은 거예요.
-어마어마하네요.
-(해설) 매주 소 잡는 날이면 이 집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별미가 있습니다.
당일 도축한 고기에서 나오는 귀한 생고기, 육사시미와 육회인데요.
이 맛을 보러 달려오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고 하네요.
이처럼 품질 좋은 한우의 향연이 펼쳐지니 기장 철마 하면 한우를 가장 먼저 떠올리고는 하죠.
철마 한우의 명성이 드높아진 데는 바로 1대 사장님 김병주 대표의 아버지 역할이 큽니다.
70년대부터 농장을 일구기 시작해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소를 기르고 있는데요.
-농장에서 직접 소를 키우고 또 직접 도축을 하고 이런 과정이 엄청 힘들거든요, 과정이.
그걸 아직까지 이어가는 게 대단한 거죠, 아버지가.
-(해설) 소처럼 우직하게 철마 한우의 기반을 닦아오셨답니다.
그 주위에서 친구분들이 드셔보시고 맛있다고 해서 또 한 마리,
두 마리 잡게 되니까 가게를 내자 그래서 시작한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해설) 부자는 50여 년이 넘는 철마 한우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아버지한테 다 연락오시는 거예요.
내가 혹시나 못 오더라도 우리 아들이 오면 나하고 똑같이 해줘라, 이렇게 하면서.
거래처가, 그게 거래처인데 저는 그게 엄청 많이 늘었죠.
-(해설) 역사가 살아있는 한우 식당이네요.
-이건 사시미.
-여기, 여기...
-아까 생 거 작업한 거.
-(해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철마 한우. 그 맛을 볼 차례입니다.
빨간 생고기부터 구이용 소고기까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절로 군침이 도는데요.
먼저 이곳의 별미, 육사시미. 3시간 전 도축한 고기에서 나온 거랍니다.
소금과 기름장에 찍어서 한입 먹어볼까요?
-일반 숙성된 고기하고 맛이 완전히 다르죠?
-다르네요. 찰지네요.
-그래서 사시미를 엄청 많이 찾아요.
-(해설) 이번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육회.
-그동안에 먹었던 육회는 이게 식감이 전혀 다르네.
-완전 다릅니다.
-녹는 듯하면서도 쫄깃쫄깃하게 잡아주는 게 이게 식감이 기가 막히는데요?
-(해설) 이번에는 구이를 맛볼 차례입니다.
-그냥 녹는데요.
-담백하죠, 조금. 느끼하지가 않고.
-씹다 보면 어느새 사르르 녹고.
-육향이.
-육향이 쫙 느껴지고.
-풍부하죠.
-(해설) 단연코 제가 먹어본 소고기 중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씹고 있는데 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만석아, 오늘 여기 잘 왔어,
이러고 있는 것 같아요.
-(해설) 차원이 다른 고소함과 담백함. 철마 한우의 깊은 맛. 제대로 느끼고 갑니다.
아버지에 이어 김병주 씨가 식당을 운영한 지 벌써 26년 차.
어깨너머로 배운 노하우에 이제 김병주 씨의 소 몰기 실력은 따라올 자가 없다는데요.
-가, 가. 가, 가. 얘가 제일 별나. 이건 잘 안 타는데. 탈 때는 엄청 별났거든.
-(해설) 이게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내공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오전에 싣고 온 한 마리를 1시간 실었어요. 한 마리가 안 타서.
-한 마리가?
-여덟 마리 중에 한 마리가 안 타서.
-(해설) 아버지는 평생 품질 좋은 한우를 찾아 소규모 농장을 돌아다니며 소를 몰고 다니셨다는데요.
이제 그 수고로움의 가치를 알게 된 아들은 번거롭더라도
아버지의 방식대로 식당을 이어가 보려 합니다.
-옛날에는 작업장을 가게 되면 사거리에서 소차들이 다 만났어요. 철마에 있는 전체. 전체.
-그것도 장관이었네요.
-서로 빨리 가려고 소차가 줄을 섰어요, 옛날에는. 그런데 지금은 저 혼자 다니니까.
대부분 이제 2세들이 다 물려받았는데 조금 이렇게 옛날식으로 직접 소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바뀌면 아마 철마는 더 발전할 것 같아요.
-(해설) 아버지에 이어 아들로 철마 한우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곳.
우직한 뚝심으로 좋은 고기 오래도록 선보여 주세요.
-그런데 공기가 참 풀 내음이 있어서 그런지 좋네.
-(해설) 숲길을 걷다가 마주한 이곳.
-이거 뭐야. 양봉 사육장. 접근 금지 안내 표지판. 양봉장 한 번도 가본 적 없는데.
가만 있어 봐. 계시나? 안녕하십니까? 여기 양봉장이에요?
-네.
-(해설) 기장 철마 거문산 초입에 자리 잡은 깔끔한 양봉장 하나.
-안에 구경해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지금 애들 밥도 주고.
-(해설) 자연인 포스를 물씬 풍기는 이동주 대표는 20여 년간 기장 지역에서 자연 벌꿀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맑고 깨끗한 자연을 품은 기장은 벌과 함께 살기 딱 좋은 지역이랍니다.
철마는 나름대로 청정 지역입니다.
꿀 생산에서는 조금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죠.
-(해설) 그럼 벌을 만나기에 앞서 방호복부터 갖춰 입어 볼까요?
-여름에 밤에 잘 때 모기장 대신에 이거 입고 자면 뭐 모기도 안 물리고 겁이 싹 사라집니다.
-안전할 겁니다.
-이제 벌 보러 갈까요?
-우리 애들 보러 갑시다.
-엄청 넓네요. 뭐가 많네요. 이게 지금 대략 통이 몇 개나 되는 건가요?
-다 합치면 부산 시민 정도는 안 될까 싶습니다. 한 3, 400만 안 되겠습니까?
-3, 400만 마리.
-한 6월 말 되면 수확이 다 끝납니다.
-봄에서 이제 초여름 사이에 수확을 하고.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는 월동 들어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등검은말벌한테 많이
우리 애들 뺏겨서 지금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해설) 요즘 이동주 씨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바로 이 말벌인데요.
-등검은말벌. 외래종입니다. 많이 올 때는 하루에 1200마리까지는 잡아봤습니다.
한 3마리에서 4마리만 한 통에 붙으면 한 3, 40분이면 초토화시켜 버립니다.
-(해설) 양봉장에서는 꽃이 피는 봄에 꿀을 채집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월동을 준비한답니다.
이때 태어난 새끼 꿀벌의 수가 내년의 꿀 생산량을 좌우한다는데요.
그렇기에 월동 준비를 하는 지금이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랍니다.
하지만 꿀벌 포식자로 불리는 외래종 말벌인 등검은말벌이 출몰하면서 양봉 농가의 고민은 깊어집니다.
이상 기후로 등검은말벌의 개체수는 갈수록 늘어난다고 하네요.
집을 지키기 위해 등검은말벌을 에워싸고 있는 꿀벌입니다.
-지금 이렇게 나와 있는 애들은 다 경비병입니다.
경비병이 자기 집 지키고 자기 애들 보호하려고 동그랗게 둘러쌉니다.
싸서 열을 줘서 죽이는 거죠.
-(해설) 이번에는 먹이를 챙겨줄 차례.
-이거, 이게 먹이예요?
-화분인데 글자 그대로 꽃가루입니다.
-꽃가루.
-꽃가루하고 영양제하고 이렇게 첨가해서 떡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넣어주면 자기들이 먹고 새끼를 기르는 데 사용을 합니다.
-(해설) 양봉은 봉주의 노력 없이는 꿀벌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하네요.
-벌이 어떻게 생겼나 한번 봅시다. 이렇게 훈연을 이렇게 해주죠.
-벌 소리 봐. 저 판 안에도 또 엄청나게 많은 벌들이 있네.
-이렇게 되어 있죠, 그렇죠. 이게 자세히 한번 보세요. 이 아기가 하얗게 크고 있죠, 이 안에.
-조그마한 애.
-그리고 이 벌통 하나가 우리가 살아가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새로 태어나고 일도 하고 경비도 서고 보초도 서고 하다가 죽고.
또 태어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사람 사는 거하고 똑같아요. 천천히.
이거는 많이 봉해져 있죠? 자기들이 월동하기 위해서 저장해놓은 거예요. 한번 보실까요?
-저게 꿀이에요?
-이게 꿀입니다.
-이걸로 그러면 겨울을 나는 건가요?
-네, 이거로 겨울을 납니다. 그러니까 이거는 덜 봉해졌고 여기는 다 봉해졌죠?
-네, 여기는 다 채운 거예요?
-봉해진 거를 봉한꿀 이렇게 부르는 겁니다.
-봉한꿀.
-봉했다고 봉한꿀.
-봉한꿀.
-(해설) 이렇게 벌이 꽃에서 꿀을 물어다가 스스로 벌집에 저장해 둔 꿀을 봉한꿀이라고 합니다.
기장은 이 봉한꿀이 유명하다네요.
반면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양꿀은 제조 방식에서 천연꿀과 차이가 있는데요.
천연 벌꿀은 꿀벌이 자연에 있는 꽃에서 꿀을 채집하여 생산한다면
이 사양꿀은 꿀벌에게 설탕을 먹여 생산한 인공벌꿀이랍니다.
우리가 어떤 꿀을 먹는지는 알고 먹기. 여러분도 아셨죠?
-아기들아, 아기들아. 많이 먹어라. 많이 먹고 월동 준비 잘해라.
-그렇죠. 여기까지 오셨는데 그래도 꿀맛은 벌집은 봤는데 꿀맛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요? 이게 웬 횡재입니까? 세상에. 벌써 입에 침이 고이네.
-(해설) 정성을 쏟아 만든 자연 꿀만 취급하는 이곳.
오늘 대표님이 기장 자연에서 난 천연 벌꿀 맛을 보여주신다고 하네요.
-기장에서는 보통 한 세 가지 정도 떠집니다. 지역 특성상.
-(해설) 기장에서 나는 자연 벌꿀은 꽃이 나는 시기에 따라 세 가지 정도로 구분 짓는데요.
아카시아꿀, 야생화 꿀, 밤꽃 꿀. 각 꿀별로 꿀의 농도와 당도가 천차만별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이게 그러면 아카시아꿀. 빛깔이 곱네요. 꽃, 꽃 그 향이 싹 올라오네요.
-그렇죠.
-(해설) 다음은 야생화 꿀.
-이거는 이제 이거 아카시아보다 좀 더.
-좀 걸쭉하죠?
-걸쭉한데요?
-걸쭉하죠. 입에서 이렇게 살짝 뭉치는 그런 느낌이 있죠.
-좀 더 묵직한 느낌이 더 드네요. 이번에는 밤꿀. 떠지는 게 좀 다릅니다.
-다르죠.
-신기한 맛이에요. 얘는 색은 제일 진한데 맛은 가장 부드럽고 정제되고 깔끔한 꿀맛인데요.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 오늘 처음 느꼈습니다. 꿀맛이 이렇게 다 다른지. 이게...
-(해설) 자연 그대로의 꿀을 고집하는 동주 씨는 꿀 생산량이 많지 않아
그 수고로움을 이해하는 지인에게만 소량으로 판매한답니다.
-며칠만 늦었으면 너 못 가져갔다.
-진짜.
-(해설) 양봉에 진심인 동주 씨는 돈을 좇기보다 더 좋은 꿀을 위해 양봉을 합니다.
그냥 자연이 주는 만큼만 그렇게 취득했다가 지인들하고 또 나눠 먹고 그런 거죠.
-오늘 선생님 덕분에 아주 오늘 정말 그냥 오늘 하루가 꿀입니다. 꿀.
너무 꿀입니다. 또 앞으로 바람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으실까요?
-지금 주위에 헛개나무를 많이 심어놨거든요. 한 2, 300주 심어놨는데.
-헛개나무요? 왠지 헛개꿀을 만들면 숙취 해소에 기가 막힐 것 같다는.
-그렇죠.
-생각이 드는데요. 또 새로운 걸 도전하시네요.
-그렇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늘 배운다는 자세를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오늘 또 하나 큰 거 하나 배우고 갑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해설) 아직도 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그는 겸손한 자세로 자연과 함께 벌을 키우고 있는데요.
오늘도 기장 자연 꿀맛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주 씨.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해설) 기장의 자연과 벗하여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애틋한 연민, 따뜻한 정 그리고 우직한 마음.
진심 어린 삶이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기장 철마였습니다.
-진짜 오랜만이다, 여기. 저기네, 내가 살던 데.
남편분께서 고기를 잡으신 거를 지금 실으러 가시는 거예요?
-좌판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요? 아니, 가게가 동남아 식당이에요? 되게 특이하다.
-아니요. 저희 대만 식당이에요.
-대만 식당이에요?
-(함께) 그대를 향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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