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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듯, 도시기행 마실가요 - 그윽하여라 그 바다, 기장·일광읍
등록일 : 2024-12-03 15:46:36.0
조회수 : 926
-(해설) 365일 바다에 운명을 맡기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기도란 얼마나 간절한 것일까요?
긴 세월 바다 마을 사람들의 소망과 바람, 슬픔과 아픔을 말없이 보듬어 온 그곳으로 가봅니다.
-여기 뭐. 여기 이런 게 있어? 기운이 남다르다, 여기.
뭔가 기분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게 희한하다. 해광사 용왕단.
이게 배 타고 또 많이 나가니까 별 탈 없이 잘 갔다 오게 해 달라고 이렇게 비는 곳인가 보다.
-(해설) 모진 풍랑에 희생된 원혼들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빌고자 세운 재단이라는데요.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해상 법당이기도 하답니다.
-좀 경건해지네.
파도 소리랑 바람이랑 여기랑 뭔가 삼위일체가 된 것 같아서 느낌이 묘하네.
-(해설)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기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지혜.
오늘 마실은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와 전통이 남아있는 기장으로 왔습니다.
-기가 막히네. 여기 너무 좋다.
기장을 그래도 여러 번 왔었는데 특히 또 여기는 오늘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게 웅장함 같은 게 느껴지고
기운이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또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네요.
오늘은 이 기장에서 유구한 역사와 짠 내 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그런 마실을 한번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기대됩니다.
-(해설) 오늘 첫 마실은 기장의 역사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장읍에서 시작해 봅니다.
예로부터 한반도 남쪽 해안에 군사상 요충지였던 기장은 동네 곳곳
역사의 흔적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옛길을 따라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습니다.
-교리 1리.
-(해설) 그런데 평범한 주택가 안쪽에 재미난 풍경이 있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청소하고 계세요?
-어디에서 오셨죠?
-저 마실 다니고 있는데 배우 오만석입니다.
-그래요?
-안녕하세요. 이 계단이 여기로 올라오고 내려갈 때는 여기로 가야 하거든요.
-그래요?
-동입서출이라고 해서 동쪽으로 올라오고 서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동쪽, 동입서출. 이쪽으로.
-그래요, 그래요.
-안녕하십니까? 여기로 올라오니까 좀 덜 힘드네요. 안녕하세요.
여기 지금 다 주택가인데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여기.
-그렇죠.
-안에 좀 구경 가 봐도 돼요?
-입장료가 좀 비쌉니다.
-그래요? 필요하면 또 내야죠.
-그렇죠. 안에 한번 들어가 볼까요?
-네.
-(해설) 이곳이 어딘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조선시대 지방의 국립 교육기관이었던 향교랍니다.
기장향교는 동네 향교와 더불어 부산에 남아있는 단 두 곳 중 한 곳이랍니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으로 이건해 무려 4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답니다.
향교 구석구석을 내 집처럼 훤히 꿰고 계신 이분은 향교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국장님이시라네요.
-여기 보니까 소금 흔적이 보이죠? 이렇게. 소금이 있죠?
-소금?
-이렇게. 이렇게.
-아니 어떻게 여기에 소금이 있어요?
-밑에 소금을 놔두면 습기에 의해서 소금이 이렇게 나무 위로 타고 올라가요.
-그래서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있으라고?
-그렇죠, 그렇죠. 벌레도 안 들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그만큼.
-대단하시네요, 진짜.
-대단하죠.
-이건 읽겠습니다. 명륜당 아닙니까?
-잘 아시네.
-명륜당, 이 정도는 제가 또.
-인륜을 밝게 하는.
-인륜을 밝게 한다.
-그래서 인륜을 밝게 하는 집이 명륜당인데.
-이게 뭡니까, 참 좋은 글귀 같은데.
-지금 붙여져 있는 안에 뭐가 있죠?
-이렇게 해서.
-까만색이 많죠?
-까만색, 네.
-그거를 우리가 이제 볼 때는 글이라 이러거든.
-나는 무슨 말씀인가 했네. 농담을 또 퀴즈처럼 내시네.
-(해설) 까만 건 글자요, 흰 거는 종이라. 어째 시작부터 쉽지가 않네요.
-자왈제자 입즉효하며 출즉제하며~ 범애중호되 이친인이니~
행유여력이어든 즉이학문이니라~
-이거는 알겠는데 북이 왜 여기 있어요?
-종이에요. 학교 종이 땡땡땡.
-학교 종이 땡땡땡이 이거예요?
-그래, 그래, 그래.
-(함께) 학교 종이 땡땡땡.
-(해설) 향교에서 행례나 식사시간, 수업 시작을 알릴 때 치는 큰 북이랍니다.
-제가 또 이게 사극을 해봤기 때문에 이런 거는 제가 북 치고 장구 치고 잘 놉니다.
해보겠습니다. 모이시오! 금방 나오시네? 진짜 나오시네?
-우리 오 선생도 오늘 학생 한번 해볼랍니까?
-저도요?
-학생 한번 해 보세요.
-따라가면 돼요?
-따라가면 됩니다.
-(해설) 마침 수업이 있는 날이라 향교의 일일학생으로 특별히 초대를 받았는데요.
북 치랴 글 배우랴 오늘 제가 정신이 없습니다.
-부자유친하며 군신유의하며~ 부부유별하며 장유유서하며~
-(함께) 부자유친하며~
-(해설) 그 옛날 기장 유일의 관립학교였던 향교는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문을 닫아야 했던 아픈 역사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찾아와 지혜와 역사를 배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네요.
특히 선대부터 기장 토박이로 살아온 사무국장님에게 향교는 그 무엇보다 특별한 곳이랍니다.
-논어, 맹자 다 그냥. 그러면 얼마나 공부하신 거예요?
-백씨께서 제가 3살 때부터 옆에서 글 읽는 것을 보고.
-그러셨어요? 그러면 그냥 진짜 공부를 많이 하셨겠는데요.
어떻게, 처음에 언제 시작하셨어요?
-향교에 제가 첫 발을 디딜 때는 1973년. 아기 때. 아버지께서 그때 향교 도유사를 했습니다.
두 번이나 도유사를 했는데 그때 소를, 한 번 할 때마다 소를 1마리씩 내고,
소를 2마리 낸 집안입니다, 우리가.
-소를 2마리를 내고.
-그래서 그거를 가지고 제사 비용을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리고 하는 그런 것을 이제 했죠.
-(해설) 뿌리 깊은 유학자 집안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님과 형님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랐답니다.
뼛속 깊이 유학의 가르침을 새기며 성장했지만 처음부터 전업으로
향교 일을 맡은 거는 아니셨다네요.
-기장 미역을 염장해서 수출도 하고 멸치젓갈도 담고 이렇게 하다가 또 광어도, 넙치 있죠.
광어 양어장도 하고.
-그러면 원래 처음부터 향교의 선생님으로 계셨던 게 아니라 수출하시고 이런 일을 하셨어요?
-네. 그때 적조가 한 번 심하게 와서 그때 고기를 그대로 다 이렇게 몰살하는
그렇게 되는 바람에 제가 쫄딱 망했습니다.
-저런, 저런.
-광어 양어장을 하면서 그... 그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일본에 수출할 고기들을 다 관리하고 있었는데 적조,
그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그거를 그대로 다 죽이게 됐어요.
그때 당시로 10억 4000만 원어치를 죽였어요.
일반 평가로 하면 거의 40, 50억 되는 그런 고기를 죽였거든요.
-(해설) 다시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쓰라린 실패.
하지만 사무국장님은 좌절 대신 닥치는 대로 봉사를 시작하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답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어린 시절의 배움에서 비롯됐다네요.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니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사실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저 왕성하게 지역사회 활동을
자원봉사로 그렇게 나를 극복해 나간 거죠.
그래서 어찌 보니까 논어에도 극기복례라는 게 있더라고요.
나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자 하는 극기복례라는 말이 있는데
그거를 제가 접하기도 전에 그거를 내 스스로가 그것을 이해하고 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눈물 나는 일들도 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선대들이 이렇게 우리 기장을 지켜오셨는데
이것쯤이야 하는 그런 생각에서 내가 나를 이렇게 꼬집는.
-(해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가르침을 마음에 되새긴 덕분일까요?
이제 어지간한 일쯤은 긍정과 희망으로 이겨내신답니다.
-안녕하세요?
-(해설) 평소에도 이렇게 두루마기 차림으로 시내를 돌며 기장 사람들에게
유쾌한 향교 어르신으로 통하신다네요.
-잘 계시죠?
-어서 오세요, 사무국장님.
-꽃도 코스모스죠? 그래요, 그래요. 별거 없고?
-네, 잘 계셨습니까?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떡집입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틈 나는 대로 통네를 마실 다니는 것도 향교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곁에 늘 계시고 또 기장 향교에서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이렇게 하시는 거 보면 참 귀하신 분이죠.
-(해설) 그 옛날 예와 온정으로 이웃과 함께하고 기개와 용기로 고향을 지켜온
선조들을 생각하며 어르신은 앞으로도 향교를 떠나지 않으실 거랍니다.
-제가 향교에 머무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 향교가 기장의 살아있는 정신문화로서
그렇게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해설) 어르신, 지금처럼 따뜻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향교 지켜주세요.
이제 읍내를 떠나 해안 마을로 마실 왔습니다.
-멋있다. 난계 오영수 갯마을 문학비.
-이거 어린이들 타는 건데 괜찮겠지, 어른이 타도. 가만히 있어 봐. 안녕.
-(해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동네를 조금 더 걸어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게 저기 또 있네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 집이 너무 예쁜데요?
-그러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세요? 쑥갓 아닙니까, 쑥갓?
-맞습니다, 쑥갓입니다.
-(해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쑥갓을 다듬고 계셨다네요.
-그러시구나. 저 아직 혹시 점심 직전인데 혹시 식사 되나요?
-오셨는데 제가 당연히 해드려야죠.
-돼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해설) 면 좋아하는 제가 우동은 못 참죠. 한 그릇 먹고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뭐 이렇게 배 그림에, 배 모형에, 배들이 많네요. 이 에어컨 위에도 그렇고.
-(해설) 바다를 좋아하는 사장의 취향에 맞춰 꾸며놓으셨다는데요.
분위기가 아주 정겹죠?
-제가 사실 또 개인적으로 우동집을 잠깐 경영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제가 또 한 번.
-억수로 긴장되는데요.
-제가 한번 이거 심사 들어갑니다.
-알겠습니다.
-농담이고요. 맛있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해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은 5년 전 아내의 고향인 이곳
일광으로 와서 작은 우동집을 열었답니다.
전국 최고의 다시마 산지인 만큼 핵심 재료 역시 기장 다시마!
그리고 사장님만의 특급 레시피를 더한 국물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네요.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아직까지는 국물 맛.
그래서 저희는 우동 육수를 끓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감칠맛입니다.
-(해설) 바로 그 감칠맛을 책임지는 보물을 여기에다 꽁꽁 숨겨두셨다는데요.
매년 오뉴월 제철에 가장 맛있고 질 좋은 다시마를 확보해 1년 치를 쟁여두고 쓰신답니다.
-이 다시다 자체가 자라나는 환경이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시마 자체가 두껍고 엽체가 좁고 그래서 육수를 냈을 때
충분히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해설) 육수를 끓일 때도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는데요.
다시마는 지나치게 우려내면 탁한 맛이 나기 때문에 물이 끓기 직전 건져내야 한답니다.
그리고 육수가 끓어오르면 곧바로 가스오부시와 양념을 넣어 2, 30분 더 우려내는데요.
바로 이 기막힌 타이밍이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의 비법이랍니다.
이 바삭한 소리에 보글보글 끓는 우동까지 비주얼만 봐도 합격입니다.
무조건 합격.
-우동 드실 때는 국물이랑 같이 드세요.
-국물, 먹어야죠. 제가 국물만 먼저. 가만있어봐 한번. 이 또 국물은 그릇째 먹어 봐야죠.
국물이 진한데요, 느낌이. 기장 다시마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감칠맛이 기가 막히네, 이게.
돈가스. 이것도 아주 뭐, 제대로 아주 그냥. 어떻게 이렇게 잘 튀겨졌을까?
먹어보니까 이거 그냥 일반적으로 그냥 우동만 하시는 분의 솜씨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맛이.
-(해설) 범상치 않은 손맛을 자랑하시는 사장님. 왠지 사연이 궁금해지는데요.
-진짜 솜씨가 보통이 아니세요.
-아닙니다.
-원래부터 이 우동집을 계속하셨던 거예요?
-원래 전공이 제가 일식을 요리를 했었어요.
-그렇죠? 일식을 좀 하셨죠? 이게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요, 이게.
-일광에서 이제 오픈을 하기 전에 해운대에서 초밥집을 하다가 여기 이제 오픈을 하게 됐었고.
-(해설) 밤낮없는 열정으로 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한 사장님은
특급호텔 일식부에 취업해 10년 넘게 능력을 인정받았답니다.
이후 호텔을 퇴사한 뒤에는 초밥집을 개업해 큰 성공도 맛봤다네요.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와중에도 언제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작은 꿈 하나가 있었답니다.
초밥집 운영할 때도 다음 가게는 우동집을 해야지라고 처음에 생각을 했었고.
아무래도 조금 여유로운 그런 마음을 가지고 대접하는
그런 느낌으로 지금 소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설) 장사라기보다는 귀한 손님과 만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든다는 사장님.
재료와 맛에 유난히 엄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아침에 육수가 완성이 되고 나면 고객에게 나가기 전에
제가 직접 고객에게 나가는 것처럼 직접 끓여서 맛을 보고
제 스스로가 만족을 하면 그때 이제 고객에게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해설) 사장님, 오늘 국물 맛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맛있습니다.
-(해설) 음식 맛과 함께 사장님이 꼭 지키고 싶은 철학이 있다는데요.
바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있게 먹고 또다시 찾아오는 식당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좀 가격을 많이 비싸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다른 또 이유가 있나요?
-여기가 조금 외지이긴 하지만 직장인들도 많이 오세요.
많이 오시는데 직장인들이 아무래도 지갑 사정이 그렇게 두껍지 않다 보니까.
계산을 하실 때 보면 정해져 있는 금액이 있는가 봐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드시게 되면 본인 개인 돈을 갖다가
조금 더 보태어서 계산을 하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내가 단돈 1000원이지만 올리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저분들을 위하고
우리 가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서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마음의 고향이고요.
바다의 향기 그리고 파도 소리, 뭐 이런 것까지 그런 것들이 저한테 너무 맞는 것 같아요.
-(해설) 노후에는 바닷가 마을에 작은 초밥집을 열고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사장님.
그 소박한 꿈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하겠습니다.
동네를 벗어나 일광 해수욕장으로 왔습니다.
-여기 너무 좋네요.
-좋아요.
-자주 왔다 갔다 하세요?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 와요. 좋은 시간 되세요.
-고마워요.
-예뻐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안녕?
-책 읽어주고 있어요.
-책 읽어주고 계시는 거예요? 안녕? 이름이 뭐예요?
-이지유예요. 네?
-이지유예요.
-지유예요? 지유 반가워요. 저는 만석 삼촌이에요.
-삼촌. 지유. 따님이세요?
-외손녀인데요.
-손녀.
-외손녀시라고요? 젊어 보이시는데 외손녀라고요?
-기장이 물이 좋고 공기가 좋다 아닙니까?
-그래서 이렇게. 세상에. 자주 나와서 이렇게 책도 읽어주시고 하시나 봐요?
-사실은 제가 동화 작가거든요. 그래서 틈만 나면 바닷가에 나와서 동화책도 읽고 바람도 쐬고.
-(해설) 6년 전 아동 문학 작가로 등단한 김여나 작가는 기장의 아름다운 어촌마을과
해녀 이야기를 동화로 쓰는 향토 작가시랍니다.
몇 년 전에는 기장군 내 어촌 마을들을 수년간 발로 뛰며 취재해
기장 1세대 해녀 이야기를 책으로 내셨다네요.
오늘은 작가님이 멀리서 마실 온 저를 위해서 아주 특별한 장소를 보여주시겠답니다.
-가자. 신나요? 길이, 이런 길이 또 있네.
-이 길은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의 길이라고 저희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의 길이다.
-(해설) 덕분에 아주 귀한 길을 구경하게 됐습니다.
낮은 지붕 사이로 이천항 방파제와 일광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길은 그 옛날부터 마을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하러 가던 출근길이었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후면 볼 수 없게 될 풍경이라네요.
-여기 뒤에 아파트가 생겨요?
-네, 아파트 부지예요. 그러면 이 길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
-여기도 이제 없어지는 거예요?
-네, 역사상 사라지는 길이다.
-다음 번에 왔을 때 이 길이 남아있을지 또 모르겠네.
-그렇겠죠.
-(해설) 아쉽게도 오랜 세월 해녀들이 다져놓은 이 작은 황톳길에
매끈한 포장도로가 들어서겠죠.
이 아름다운 길이 사라지기 전에 잠시라도 걸어볼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파도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금세 길 끝까지 왔네요.
-지유야, 저기 봐.
-(해설) 오솔길 끝 그림처럼 펼쳐진 이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이천마을 해녀들의 일터랍니다.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내려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물에 안 가고 뭐 하는데요?
-오늘 날씨가 이래서 못 나가.
-해녀분들이세요?
-(함께)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입고 계시니까 해녀인지 아닌지 아예 모르겠어요.
-알겠다.
-이제 알겠다, 저 양반.
-알겠다.
-이름 뭐야? 왕가네 식구들.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왕가네 식구들 허세달. 만석이, 오만석.
-(해설) 이천마을 해녀분들이신데요. 궂은 날씨에 며칠째 물질을 못 나가셨답니다.
-그런데 진짜 다들 해녀복 안 입으시고 이렇게 계시니까
또 얼굴들이 다 고우시고 너무 예쁘신데.
-74살.
-진짜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네가 66인데 어려.
-그냥 다 누나, 누나 할 뻔했는데. 그러면 어머님들, 우리 모여 계신 데 어디 있어요?
구경 한번 가 보게.
-지금 저기.
-저기 가면 있어요.
-저쪽에? 저쪽에 있어요?
-봅시다.
-그래요? 한번 가볼까요?
-(해설) 근처에 해녀들이 모여계신 사랑방이 있답니다.
바로 기장군에서 최초로 설립된 해녀복지회관이라네요.
20년 전 처음으로 해녀 공동체가 결성된 이천마을은 유독 끈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앉아서 인사받으려니.
-안녕하세요, 회장님? 너무 좋네요, 여기.
-(해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에도 매일 이곳에 모여 식사도 하고
수다도 떨며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내신다네요.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왔다고 더 푸짐하게 차려주셨네요.
-젓갈에 한번.
-젓갈에.
-잘 삶으셨네.
-잘했죠?
-된장도 집된장에.
-그래요?
-장도 집에서 담은 거.
-매일 모여계시면 심심하실 틈이 없으시겠네요?
-해녀들은 우울증 걸릴 일이 없어요.
-우리는 치매도 안 와요.
-건강하지, 돈 벌지.
-그러면 다 여기서 나서 자라셔서 하신 거예요, 아니면?
-여기 시집온 사람도 있고.
-시집을 오셔서 물질 안 하다가 시작하신 분도 계세요? 누가?
-이분이고.
-그러셨어요?
-처음에는 강원도 아주 산골짜기에 살았거든요, 최전방.
바다 구경도 못하고 기차 구경도 못하고. 여기 오니까 여기가 완전 호수인 거야, 호수.
-처음에 시집와서 빨간 대야 들고 여기 빨래하러 왔어.
-바닷물에.
-바닷물에. 바닷물이 짠지 싱거운지도 모르니까.
-모르니까. 바닷물에 빨래 하러 나가셨다고요?
-(해설) 강원도 산골에서 나고 자라 바다 구경 한번 못 해봤던 젊은 새댁은
궁핍한 살림에 무작정 마을 해녀들을 따라나섰답니다.
그 세월이 어언 반 100년.
물소중이 한 장 입고 겁 없이 물질에 뛰어든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녀 동료들과 함께
이천항 앞바다를 부지런히 누비다 보니 어느덧 상군 해녀가 되었다네요.
-감사합니다.
-인물 좋게 찍어주세요.
-(해설) 한창때만 해도 50명이 넘었던 마을회관은 갈수록 숫자가 줄어 이제 15명 남짓 남았답니다.
그 사이 고참 해녀가 된 강원도 새댁은 지금도 물질을 나갈 때마다 곱게 단장을 하신다네요.
-물질하러 가서 화장을 안 하면 용왕님이 예쁘다고 하겠냐고.
씻고 화장하고 예쁘게 와야 좋다 하지. 내가 용왕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서 화장한다고.
처음 벌어봤어. 내 손으로 처음 벌어 본 거야. 밤에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오는 거야.
내 살길은 이거다. 이 길밖에 없다.
-(해설) 그렇게 물질에 눈을 뜨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랍니다.
강원도 출신이라 추위도 안 타니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네요.
-옛날에는 해녀 직업이라는 게 좀 천하고.
-천했지, 옛날에는.
-천하고 저런 일을 하나, 하는지 몰라도 나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내가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자부심을 가진다.
나는 남한테 떳떳하고 내 노력한 만큼 들어오고 하니까.
-(해설) 돈도 돈이지만 광자 씨는 그저 물질이 좋았답니다.
시집을 가서도 물질이 그리워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셨다네요.
-(해설) 그길로 곧장 마을에 방을 구해 이사를 하고는 지금까지 40년 넘게 해녀로 살고 있답니다.
광자 씨에게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터라네요.
-해초가 너무 많으니까 꼭 어떤 거는 보면 꽃 같아.
문어도 있지 전복도 있지 소라도 있지 그거 나는 숨은 거 찾아내는 게 너무 재미있어.
진짜 재미있다.
-(해설) 산소 공급 장비를 쓰지 않는 해녀들은 하루 4시간 남짓 물질을 한답니다.
-여기 가지고 가면.
-(해설) 요즘에는 예전에 비해 수온이 부쩍 올라가 수확량이 예전만 못하다는데요.
오늘 성적은 좀 어떠셨나요? 참소라, 군침이 넘어갑니다.
-잊어버렸다.
-한 바가지.
-뭐 잡으면 제일 기분이 좋으세요?
-전복.
-전복 잡으면 제일 기분 좋지.
-최고지, 최고.
-(해설) 자연산 기장 전복. 제가 먹어봐서 아는데요. 이거 진짜입니다. 최고예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다 뭐죠?
-불가사리는 이 물에 있으면 이런 거 전복 같은 거 소라 같은 거
다 잡아먹기 때문에 그래서 잡아내야 해.
-(해설) 요즘 어촌마다 이 녀석들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 아니라네요.
긴 세월 온 가족을 입히고 먹여준 평생의 삶터, 바다.
이천마을 해녀들에게 기장 바다는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안식처랍니다.
-마음이 첫째는 편해요. 편하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거는 오로지 이거다.
-다시 태어나서 해녀 한다 해도 나는 하지 안 하지는 안 한다.
-(해설) 해녀 어머님들 오래오래 바다에서 뵙겠습니다.
-(해설) 깊고 그윽한 바다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가꿔가는 분들과
함께했던 기장 마실. 오늘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네버다이라고 쓰여 있는 거 같은데, 이거.
-맞습니다. 죽지 않아요.
-나이스, 헤딩.
-저희 아버지랑 같이 조금 더 강한 미역, 조금 더 강한 다시마 연구를 하고 있고.
-마을 안에 작품이 공원처럼 이렇게 막 놓여 있는 마을이 되면 사람들도 와서 놀고 즐기고 보고 이렇게.
긴 세월 바다 마을 사람들의 소망과 바람, 슬픔과 아픔을 말없이 보듬어 온 그곳으로 가봅니다.
-여기 뭐. 여기 이런 게 있어? 기운이 남다르다, 여기.
뭔가 기분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게 희한하다. 해광사 용왕단.
이게 배 타고 또 많이 나가니까 별 탈 없이 잘 갔다 오게 해 달라고 이렇게 비는 곳인가 보다.
-(해설) 모진 풍랑에 희생된 원혼들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빌고자 세운 재단이라는데요.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해상 법당이기도 하답니다.
-좀 경건해지네.
파도 소리랑 바람이랑 여기랑 뭔가 삼위일체가 된 것 같아서 느낌이 묘하네.
-(해설) 거친 파도와 바람에 맞서기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지혜.
오늘 마실은 바다와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지혜와 전통이 남아있는 기장으로 왔습니다.
-기가 막히네. 여기 너무 좋다.
기장을 그래도 여러 번 왔었는데 특히 또 여기는 오늘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게 웅장함 같은 게 느껴지고
기운이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또 색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네요.
오늘은 이 기장에서 유구한 역사와 짠 내 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그런 마실을 한번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기대됩니다.
-(해설) 오늘 첫 마실은 기장의 역사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기장읍에서 시작해 봅니다.
예로부터 한반도 남쪽 해안에 군사상 요충지였던 기장은 동네 곳곳
역사의 흔적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옛길을 따라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습니다.
-교리 1리.
-(해설) 그런데 평범한 주택가 안쪽에 재미난 풍경이 있네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청소하고 계세요?
-어디에서 오셨죠?
-저 마실 다니고 있는데 배우 오만석입니다.
-그래요?
-안녕하세요. 이 계단이 여기로 올라오고 내려갈 때는 여기로 가야 하거든요.
-그래요?
-동입서출이라고 해서 동쪽으로 올라오고 서쪽으로 내려갑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동쪽, 동입서출. 이쪽으로.
-그래요, 그래요.
-안녕하십니까? 여기로 올라오니까 좀 덜 힘드네요. 안녕하세요.
여기 지금 다 주택가인데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여기.
-그렇죠.
-안에 좀 구경 가 봐도 돼요?
-입장료가 좀 비쌉니다.
-그래요? 필요하면 또 내야죠.
-그렇죠. 안에 한번 들어가 볼까요?
-네.
-(해설) 이곳이 어딘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조선시대 지방의 국립 교육기관이었던 향교랍니다.
기장향교는 동네 향교와 더불어 부산에 남아있는 단 두 곳 중 한 곳이랍니다.
임진왜란 이후 이곳으로 이건해 무려 4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답니다.
향교 구석구석을 내 집처럼 훤히 꿰고 계신 이분은 향교의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국장님이시라네요.
-여기 보니까 소금 흔적이 보이죠? 이렇게. 소금이 있죠?
-소금?
-이렇게. 이렇게.
-아니 어떻게 여기에 소금이 있어요?
-밑에 소금을 놔두면 습기에 의해서 소금이 이렇게 나무 위로 타고 올라가요.
-그래서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있으라고?
-그렇죠, 그렇죠. 벌레도 안 들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그만큼.
-대단하시네요, 진짜.
-대단하죠.
-이건 읽겠습니다. 명륜당 아닙니까?
-잘 아시네.
-명륜당, 이 정도는 제가 또.
-인륜을 밝게 하는.
-인륜을 밝게 한다.
-그래서 인륜을 밝게 하는 집이 명륜당인데.
-이게 뭡니까, 참 좋은 글귀 같은데.
-지금 붙여져 있는 안에 뭐가 있죠?
-이렇게 해서.
-까만색이 많죠?
-까만색, 네.
-그거를 우리가 이제 볼 때는 글이라 이러거든.
-나는 무슨 말씀인가 했네. 농담을 또 퀴즈처럼 내시네.
-(해설) 까만 건 글자요, 흰 거는 종이라. 어째 시작부터 쉽지가 않네요.
-자왈제자 입즉효하며 출즉제하며~ 범애중호되 이친인이니~
행유여력이어든 즉이학문이니라~
-이거는 알겠는데 북이 왜 여기 있어요?
-종이에요. 학교 종이 땡땡땡.
-학교 종이 땡땡땡이 이거예요?
-그래, 그래, 그래.
-(함께) 학교 종이 땡땡땡.
-(해설) 향교에서 행례나 식사시간, 수업 시작을 알릴 때 치는 큰 북이랍니다.
-제가 또 이게 사극을 해봤기 때문에 이런 거는 제가 북 치고 장구 치고 잘 놉니다.
해보겠습니다. 모이시오! 금방 나오시네? 진짜 나오시네?
-우리 오 선생도 오늘 학생 한번 해볼랍니까?
-저도요?
-학생 한번 해 보세요.
-따라가면 돼요?
-따라가면 됩니다.
-(해설) 마침 수업이 있는 날이라 향교의 일일학생으로 특별히 초대를 받았는데요.
북 치랴 글 배우랴 오늘 제가 정신이 없습니다.
-부자유친하며 군신유의하며~ 부부유별하며 장유유서하며~
-(함께) 부자유친하며~
-(해설) 그 옛날 기장 유일의 관립학교였던 향교는 일제강점기 민족말살정책으로
문을 닫아야 했던 아픈 역사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찾아와 지혜와 역사를 배우는 공간이 되고 있다네요.
특히 선대부터 기장 토박이로 살아온 사무국장님에게 향교는 그 무엇보다 특별한 곳이랍니다.
-논어, 맹자 다 그냥. 그러면 얼마나 공부하신 거예요?
-백씨께서 제가 3살 때부터 옆에서 글 읽는 것을 보고.
-그러셨어요? 그러면 그냥 진짜 공부를 많이 하셨겠는데요.
어떻게, 처음에 언제 시작하셨어요?
-향교에 제가 첫 발을 디딜 때는 1973년. 아기 때. 아버지께서 그때 향교 도유사를 했습니다.
두 번이나 도유사를 했는데 그때 소를, 한 번 할 때마다 소를 1마리씩 내고,
소를 2마리 낸 집안입니다, 우리가.
-소를 2마리를 내고.
-그래서 그거를 가지고 제사 비용을 만들어서 제사상에 올리고 하는 그런 것을 이제 했죠.
-(해설) 뿌리 깊은 유학자 집안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어르신들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님과 형님들의 글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랐답니다.
뼛속 깊이 유학의 가르침을 새기며 성장했지만 처음부터 전업으로
향교 일을 맡은 거는 아니셨다네요.
-기장 미역을 염장해서 수출도 하고 멸치젓갈도 담고 이렇게 하다가 또 광어도, 넙치 있죠.
광어 양어장도 하고.
-그러면 원래 처음부터 향교의 선생님으로 계셨던 게 아니라 수출하시고 이런 일을 하셨어요?
-네. 그때 적조가 한 번 심하게 와서 그때 고기를 그대로 다 이렇게 몰살하는
그렇게 되는 바람에 제가 쫄딱 망했습니다.
-저런, 저런.
-광어 양어장을 하면서 그... 그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일본에 수출할 고기들을 다 관리하고 있었는데 적조,
그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그거를 그대로 다 죽이게 됐어요.
그때 당시로 10억 4000만 원어치를 죽였어요.
일반 평가로 하면 거의 40, 50억 되는 그런 고기를 죽였거든요.
-(해설) 다시 일어설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쓰라린 실패.
하지만 사무국장님은 좌절 대신 닥치는 대로 봉사를 시작하며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답니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바로 어린 시절의 배움에서 비롯됐다네요.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하니까. 죽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사실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저 왕성하게 지역사회 활동을
자원봉사로 그렇게 나를 극복해 나간 거죠.
그래서 어찌 보니까 논어에도 극기복례라는 게 있더라고요.
나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자 하는 극기복례라는 말이 있는데
그거를 제가 접하기도 전에 그거를 내 스스로가 그것을 이해하고 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눈물 나는 일들도 좀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 선대들이 이렇게 우리 기장을 지켜오셨는데
이것쯤이야 하는 그런 생각에서 내가 나를 이렇게 꼬집는.
-(해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가르침을 마음에 되새긴 덕분일까요?
이제 어지간한 일쯤은 긍정과 희망으로 이겨내신답니다.
-안녕하세요?
-(해설) 평소에도 이렇게 두루마기 차림으로 시내를 돌며 기장 사람들에게
유쾌한 향교 어르신으로 통하신다네요.
-잘 계시죠?
-어서 오세요, 사무국장님.
-꽃도 코스모스죠? 그래요, 그래요. 별거 없고?
-네, 잘 계셨습니까?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떡집입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틈 나는 대로 통네를 마실 다니는 것도 향교와
세상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곁에 늘 계시고 또 기장 향교에서 이렇게 어른들을 모시고
이렇게 하시는 거 보면 참 귀하신 분이죠.
-(해설) 그 옛날 예와 온정으로 이웃과 함께하고 기개와 용기로 고향을 지켜온
선조들을 생각하며 어르신은 앞으로도 향교를 떠나지 않으실 거랍니다.
-제가 향교에 머무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 향교가 기장의 살아있는 정신문화로서
그렇게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다.
-(해설) 어르신, 지금처럼 따뜻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향교 지켜주세요.
이제 읍내를 떠나 해안 마을로 마실 왔습니다.
-멋있다. 난계 오영수 갯마을 문학비.
-이거 어린이들 타는 건데 괜찮겠지, 어른이 타도. 가만히 있어 봐. 안녕.
-(해설)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동네를 조금 더 걸어봅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게 저기 또 있네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기 집이 너무 예쁜데요?
-그러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세요? 쑥갓 아닙니까, 쑥갓?
-맞습니다, 쑥갓입니다.
-(해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쑥갓을 다듬고 계셨다네요.
-그러시구나. 저 아직 혹시 점심 직전인데 혹시 식사 되나요?
-오셨는데 제가 당연히 해드려야죠.
-돼요? 그래요? 감사합니다.
-(해설) 면 좋아하는 제가 우동은 못 참죠. 한 그릇 먹고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뭐 이렇게 배 그림에, 배 모형에, 배들이 많네요. 이 에어컨 위에도 그렇고.
-(해설) 바다를 좋아하는 사장의 취향에 맞춰 꾸며놓으셨다는데요.
분위기가 아주 정겹죠?
-제가 사실 또 개인적으로 우동집을 잠깐 경영한 적이 있기 때문에 제가 또 한 번.
-억수로 긴장되는데요.
-제가 한번 이거 심사 들어갑니다.
-알겠습니다.
-농담이고요. 맛있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해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장님은 5년 전 아내의 고향인 이곳
일광으로 와서 작은 우동집을 열었답니다.
전국 최고의 다시마 산지인 만큼 핵심 재료 역시 기장 다시마!
그리고 사장님만의 특급 레시피를 더한 국물 맛으로 승부를 걸었다네요.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아직까지는 국물 맛.
그래서 저희는 우동 육수를 끓일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감칠맛입니다.
-(해설) 바로 그 감칠맛을 책임지는 보물을 여기에다 꽁꽁 숨겨두셨다는데요.
매년 오뉴월 제철에 가장 맛있고 질 좋은 다시마를 확보해 1년 치를 쟁여두고 쓰신답니다.
-이 다시다 자체가 자라나는 환경이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다시마 자체가 두껍고 엽체가 좁고 그래서 육수를 냈을 때
충분히 감칠맛이 우러나오는 그런 장점이 있습니다.
-(해설) 육수를 끓일 때도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는데요.
다시마는 지나치게 우려내면 탁한 맛이 나기 때문에 물이 끓기 직전 건져내야 한답니다.
그리고 육수가 끓어오르면 곧바로 가스오부시와 양념을 넣어 2, 30분 더 우려내는데요.
바로 이 기막힌 타이밍이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의 비법이랍니다.
이 바삭한 소리에 보글보글 끓는 우동까지 비주얼만 봐도 합격입니다.
무조건 합격.
-우동 드실 때는 국물이랑 같이 드세요.
-국물, 먹어야죠. 제가 국물만 먼저. 가만있어봐 한번. 이 또 국물은 그릇째 먹어 봐야죠.
국물이 진한데요, 느낌이. 기장 다시마로 해서 그런지 몰라도 감칠맛이 기가 막히네, 이게.
돈가스. 이것도 아주 뭐, 제대로 아주 그냥. 어떻게 이렇게 잘 튀겨졌을까?
먹어보니까 이거 그냥 일반적으로 그냥 우동만 하시는 분의 솜씨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 맛이.
-(해설) 범상치 않은 손맛을 자랑하시는 사장님. 왠지 사연이 궁금해지는데요.
-진짜 솜씨가 보통이 아니세요.
-아닙니다.
-원래부터 이 우동집을 계속하셨던 거예요?
-원래 전공이 제가 일식을 요리를 했었어요.
-그렇죠? 일식을 좀 하셨죠? 이게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니까요, 이게.
-일광에서 이제 오픈을 하기 전에 해운대에서 초밥집을 하다가 여기 이제 오픈을 하게 됐었고.
-(해설) 밤낮없는 열정으로 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한 사장님은
특급호텔 일식부에 취업해 10년 넘게 능력을 인정받았답니다.
이후 호텔을 퇴사한 뒤에는 초밥집을 개업해 큰 성공도 맛봤다네요.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와중에도 언제나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작은 꿈 하나가 있었답니다.
초밥집 운영할 때도 다음 가게는 우동집을 해야지라고 처음에 생각을 했었고.
아무래도 조금 여유로운 그런 마음을 가지고 대접하는
그런 느낌으로 지금 소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해설) 장사라기보다는 귀한 손님과 만나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든다는 사장님.
재료와 맛에 유난히 엄격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아침에 육수가 완성이 되고 나면 고객에게 나가기 전에
제가 직접 고객에게 나가는 것처럼 직접 끓여서 맛을 보고
제 스스로가 만족을 하면 그때 이제 고객에게 내어드리고 있습니다.
-(해설) 사장님, 오늘 국물 맛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맛있습니다.
-(해설) 음식 맛과 함께 사장님이 꼭 지키고 싶은 철학이 있다는데요.
바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맛있게 먹고 또다시 찾아오는 식당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렇게 좀 가격을 많이 비싸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다른 또 이유가 있나요?
-여기가 조금 외지이긴 하지만 직장인들도 많이 오세요.
많이 오시는데 직장인들이 아무래도 지갑 사정이 그렇게 두껍지 않다 보니까.
계산을 하실 때 보면 정해져 있는 금액이 있는가 봐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드시게 되면 본인 개인 돈을 갖다가
조금 더 보태어서 계산을 하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서 내가 단돈 1000원이지만 올리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저분들을 위하고
우리 가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해서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마음의 고향이고요.
바다의 향기 그리고 파도 소리, 뭐 이런 것까지 그런 것들이 저한테 너무 맞는 것 같아요.
-(해설) 노후에는 바닷가 마을에 작은 초밥집을 열고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는 사장님.
그 소박한 꿈이 꼭 이루어지길 응원하겠습니다.
동네를 벗어나 일광 해수욕장으로 왔습니다.
-여기 너무 좋네요.
-좋아요.
-자주 왔다 갔다 하세요?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 와요. 좋은 시간 되세요.
-고마워요.
-예뻐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안녕?
-책 읽어주고 있어요.
-책 읽어주고 계시는 거예요? 안녕? 이름이 뭐예요?
-이지유예요. 네?
-이지유예요.
-지유예요? 지유 반가워요. 저는 만석 삼촌이에요.
-삼촌. 지유. 따님이세요?
-외손녀인데요.
-손녀.
-외손녀시라고요? 젊어 보이시는데 외손녀라고요?
-기장이 물이 좋고 공기가 좋다 아닙니까?
-그래서 이렇게. 세상에. 자주 나와서 이렇게 책도 읽어주시고 하시나 봐요?
-사실은 제가 동화 작가거든요. 그래서 틈만 나면 바닷가에 나와서 동화책도 읽고 바람도 쐬고.
-(해설) 6년 전 아동 문학 작가로 등단한 김여나 작가는 기장의 아름다운 어촌마을과
해녀 이야기를 동화로 쓰는 향토 작가시랍니다.
몇 년 전에는 기장군 내 어촌 마을들을 수년간 발로 뛰며 취재해
기장 1세대 해녀 이야기를 책으로 내셨다네요.
오늘은 작가님이 멀리서 마실 온 저를 위해서 아주 특별한 장소를 보여주시겠답니다.
-가자. 신나요? 길이, 이런 길이 또 있네.
-이 길은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의 길이라고 저희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아는 사람만 아는 보물의 길이다.
-(해설) 덕분에 아주 귀한 길을 구경하게 됐습니다.
낮은 지붕 사이로 이천항 방파제와 일광 해수욕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길은 그 옛날부터 마을 해녀들이 바다로 물질하러 가던 출근길이었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얼마 후면 볼 수 없게 될 풍경이라네요.
-여기 뒤에 아파트가 생겨요?
-네, 아파트 부지예요. 그러면 이 길이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
-여기도 이제 없어지는 거예요?
-네, 역사상 사라지는 길이다.
-다음 번에 왔을 때 이 길이 남아있을지 또 모르겠네.
-그렇겠죠.
-(해설) 아쉽게도 오랜 세월 해녀들이 다져놓은 이 작은 황톳길에
매끈한 포장도로가 들어서겠죠.
이 아름다운 길이 사라지기 전에 잠시라도 걸어볼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파도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금세 길 끝까지 왔네요.
-지유야, 저기 봐.
-(해설) 오솔길 끝 그림처럼 펼쳐진 이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이천마을 해녀들의 일터랍니다.
-어머니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내려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물에 안 가고 뭐 하는데요?
-오늘 날씨가 이래서 못 나가.
-해녀분들이세요?
-(함께)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입고 계시니까 해녀인지 아닌지 아예 모르겠어요.
-알겠다.
-이제 알겠다, 저 양반.
-알겠다.
-이름 뭐야? 왕가네 식구들.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왕가네 식구들 허세달. 만석이, 오만석.
-(해설) 이천마을 해녀분들이신데요. 궂은 날씨에 며칠째 물질을 못 나가셨답니다.
-그런데 진짜 다들 해녀복 안 입으시고 이렇게 계시니까
또 얼굴들이 다 고우시고 너무 예쁘신데.
-74살.
-진짜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데.
-네가 66인데 어려.
-그냥 다 누나, 누나 할 뻔했는데. 그러면 어머님들, 우리 모여 계신 데 어디 있어요?
구경 한번 가 보게.
-지금 저기.
-저기 가면 있어요.
-저쪽에? 저쪽에 있어요?
-봅시다.
-그래요? 한번 가볼까요?
-(해설) 근처에 해녀들이 모여계신 사랑방이 있답니다.
바로 기장군에서 최초로 설립된 해녀복지회관이라네요.
20년 전 처음으로 해녀 공동체가 결성된 이천마을은 유독 끈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앉아서 인사받으려니.
-안녕하세요, 회장님? 너무 좋네요, 여기.
-(해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에도 매일 이곳에 모여 식사도 하고
수다도 떨며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내신다네요.
오늘은 반가운 손님이 왔다고 더 푸짐하게 차려주셨네요.
-젓갈에 한번.
-젓갈에.
-잘 삶으셨네.
-잘했죠?
-된장도 집된장에.
-그래요?
-장도 집에서 담은 거.
-매일 모여계시면 심심하실 틈이 없으시겠네요?
-해녀들은 우울증 걸릴 일이 없어요.
-우리는 치매도 안 와요.
-건강하지, 돈 벌지.
-그러면 다 여기서 나서 자라셔서 하신 거예요, 아니면?
-여기 시집온 사람도 있고.
-시집을 오셔서 물질 안 하다가 시작하신 분도 계세요? 누가?
-이분이고.
-그러셨어요?
-처음에는 강원도 아주 산골짜기에 살았거든요, 최전방.
바다 구경도 못하고 기차 구경도 못하고. 여기 오니까 여기가 완전 호수인 거야, 호수.
-처음에 시집와서 빨간 대야 들고 여기 빨래하러 왔어.
-바닷물에.
-바닷물에. 바닷물이 짠지 싱거운지도 모르니까.
-모르니까. 바닷물에 빨래 하러 나가셨다고요?
-(해설) 강원도 산골에서 나고 자라 바다 구경 한번 못 해봤던 젊은 새댁은
궁핍한 살림에 무작정 마을 해녀들을 따라나섰답니다.
그 세월이 어언 반 100년.
물소중이 한 장 입고 겁 없이 물질에 뛰어든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녀 동료들과 함께
이천항 앞바다를 부지런히 누비다 보니 어느덧 상군 해녀가 되었다네요.
-감사합니다.
-인물 좋게 찍어주세요.
-(해설) 한창때만 해도 50명이 넘었던 마을회관은 갈수록 숫자가 줄어 이제 15명 남짓 남았답니다.
그 사이 고참 해녀가 된 강원도 새댁은 지금도 물질을 나갈 때마다 곱게 단장을 하신다네요.
-물질하러 가서 화장을 안 하면 용왕님이 예쁘다고 하겠냐고.
씻고 화장하고 예쁘게 와야 좋다 하지. 내가 용왕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서 화장한다고.
처음 벌어봤어. 내 손으로 처음 벌어 본 거야. 밤에 너무 좋아서 잠이 안 오는 거야.
내 살길은 이거다. 이 길밖에 없다.
-(해설) 그렇게 물질에 눈을 뜨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이더랍니다.
강원도 출신이라 추위도 안 타니 세상 무서울 게 없었다네요.
-옛날에는 해녀 직업이라는 게 좀 천하고.
-천했지, 옛날에는.
-천하고 저런 일을 하나, 하는지 몰라도 나는 자신 있게 말합니다.
내가 해녀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자부심을 가진다.
나는 남한테 떳떳하고 내 노력한 만큼 들어오고 하니까.
-(해설) 돈도 돈이지만 광자 씨는 그저 물질이 좋았답니다.
시집을 가서도 물질이 그리워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셨다네요.
-(해설) 그길로 곧장 마을에 방을 구해 이사를 하고는 지금까지 40년 넘게 해녀로 살고 있답니다.
광자 씨에게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놀이터라네요.
-해초가 너무 많으니까 꼭 어떤 거는 보면 꽃 같아.
문어도 있지 전복도 있지 소라도 있지 그거 나는 숨은 거 찾아내는 게 너무 재미있어.
진짜 재미있다.
-(해설) 산소 공급 장비를 쓰지 않는 해녀들은 하루 4시간 남짓 물질을 한답니다.
-여기 가지고 가면.
-(해설) 요즘에는 예전에 비해 수온이 부쩍 올라가 수확량이 예전만 못하다는데요.
오늘 성적은 좀 어떠셨나요? 참소라, 군침이 넘어갑니다.
-잊어버렸다.
-한 바가지.
-뭐 잡으면 제일 기분이 좋으세요?
-전복.
-전복 잡으면 제일 기분 좋지.
-최고지, 최고.
-(해설) 자연산 기장 전복. 제가 먹어봐서 아는데요. 이거 진짜입니다. 최고예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다 뭐죠?
-불가사리는 이 물에 있으면 이런 거 전복 같은 거 소라 같은 거
다 잡아먹기 때문에 그래서 잡아내야 해.
-(해설) 요즘 어촌마다 이 녀석들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 아니라네요.
긴 세월 온 가족을 입히고 먹여준 평생의 삶터, 바다.
이천마을 해녀들에게 기장 바다는 영원히 떠날 수 없는 안식처랍니다.
-마음이 첫째는 편해요. 편하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거는 오로지 이거다.
-다시 태어나서 해녀 한다 해도 나는 하지 안 하지는 안 한다.
-(해설) 해녀 어머님들 오래오래 바다에서 뵙겠습니다.
-(해설) 깊고 그윽한 바다처럼 묵묵하고 성실하게 인생을 가꿔가는 분들과
함께했던 기장 마실. 오늘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네버다이라고 쓰여 있는 거 같은데, 이거.
-맞습니다. 죽지 않아요.
-나이스, 헤딩.
-저희 아버지랑 같이 조금 더 강한 미역, 조금 더 강한 다시마 연구를 하고 있고.
-마을 안에 작품이 공원처럼 이렇게 막 놓여 있는 마을이 되면 사람들도 와서 놀고 즐기고 보고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