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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메이드 in Asia 17부 - 가가유젠 made in 가나자와 일본

등록일 : 2023-12-11 15:28:50.0
조회수 : 769
-(해설) 여기 세상 가장 화려한 옷이 있습니다.
일본의 전통 의상, 기모노. 한 폭의 천에 자연을 담아 만드는 어쩌면 옷이 아닌 예술.
그 특별함 속에는 손에서 손으로 이어 내려온 염색 공예가 있습니다. 가가유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도시의 밤엔 고풍스러운 멋이 흐릅니다.
일본의 중소도시 가나자와는 400년 전 에도시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전쟁과 자연재해를 겪지 않은 행운의 도시.
축복받은 땅에는 일찍이 문화와 예술이 뿌리내렸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가나자와.
소중히 간직해온 전통과 문화는 오랜 세월 도시를 이끌어가는 저력이 되어 왔습니다.
가나자와의 초여름은 시끌벅적합니다.
매년 6월의 첫 주. 백만석 축제가 열리기 때문인데요.
하이라이트는 주말에 펼쳐지는 대규모 퍼레이드.
2500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행렬에 참가합니다.
-(함께) (일본어)
-(일본어)
-(해설) 가나자와의 기초를 닦은 마에다 토시이에의 도시 입성을 재연한 행렬.
봉건 시대 역사에 바치는 흥미로운 의식입니다.
-(일본어)
-(해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있습니다.
가나자와의 대표 수공예, 가가유젠 기모노를 입은 아이들입니다.
유젠은 기모노용 견직물을 염색하는 전통 기법을 뜻합니다.
가나자와만의 독특한 염색 기법이 바로 가가유젠.
무려 330년이나 이어진 가나자와의 보물입니다.
일본인들은 삶의 특별한 순간마다 기모노를 입습니다.
가장 일본다운 문화 의식 다도 모임에도 기모노는 빠질 수 없죠.
때와 장소에 맞는 다양한 기모노가 있지만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에서는 꼭 가가유젠 기모노를 꺼내 입습니다.
-(해설) 대를 이어 물려주고 물려받는 소중한 옷.
가가유젠은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하고 섬세합니다.
가나자와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아주 충분한 아름다움이죠.
일본 3대 정원 겐로쿠엔은 가가유젠 장인들의 화실입니다.
마츠이 장인은 늘 이곳을 찾아 작품의 영감을 얻어 왔죠.
-(해설) 스물둘에 가가유젠에 입문해 평생을 바쳤습니다.
그렇게 무형문화재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자연은 한결같은 벗이자 스승이었습니다.
스케치와 구상이 끝나면 본격적인 첫 작업이 시작됩니다.
가봉된 흰 천 아래 도안을 깔고 밑그림을 그리는데요.
가느다란 붓에 청와라고 불리는 달개비즙을 묻혀 사용합니다.
옅게 비치는 도안을 따라 자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해설) 이제 색을 입힐 차례입니다. 채색은 가가유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담긴 공정인데요.
먼저 긴 이파리에 초록을 칠합니다.
그런 다음 좀 더 짙은 초록을 덧칠해 빛에 따른 음영을 표현합니다.
가가유젠만의 독보적인 기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자연의 가장 사실적인 묘사. 벌레 먹은 나뭇잎까지 있는 그대로 그려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습니다.
원 앤드 온리. 세상 오직 하나뿐인 작품.
핸드메이드의 진정한 가치가 담긴 소중한 수공예품입니다.
계절 따라 바뀌는 변화무쌍한 자연을 담는 공예.
그런데 여기 남들과는 조금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가진 장인이 있습니다.
대를 이어 가가유젠에 뛰어든 유수이 장인.
그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물을 그립니다.
기모노 속에 또 기모노가 있습니다.
화려한 패턴의 기모노를 입은 다양한 인물들.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그만큼 긴 시간과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의 공방에는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장인의 진두지휘 아래 직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밑그림이 완성되고 본격적인 염색이 시작되기 전 풀선을 그려야 합니다.
밑그림 선을 따라 풀을 짜 붙이는 과정.
풀선은 채색할 때 선 밖으로 색깔이 번지지 않게 돕는데요.
공정 마지막에는 이 부분이 흰색으로 남기 때문에 조심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풀을 준비합니다. 이번에는 그림을 덮을 겁니다. 먼저 무늬 부분에 꼼꼼히 풀을 바릅니다.
그런 다음 쌀겨를 올려 무늬를 덮어줍니다.
빈틈없이 잘 덮어야 바탕 염색을 할 때 색이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이제 염색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장인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닮아가는 중입니다.
대를 이어 이 자리에 앉아 색의 감각을 익혀왔죠.
짙은 보라색, 진녹색, 붉은색, 남색 그리고 황토색까지.
5가지 기본색 가가오채가 섞여 황홀한 색의 향연을 펼쳐냅니다.
-(해설) 수없이 많은 색에 수없이 많은 조합.
섬세한 장인의 감각이 작품에 꼭 맞는 최적의 색을 골라냅니다.
까다롭다 싶을 만큼의 고집. 놀라울 만큼 성실한 노력이 최고의 핸드메이드를 가능케 합니다.
오늘은 염색 공방에 가는 날입니다.
예전에는 혼자 했던 일들을 이제는 분야별로 나눠 협업하고 있습니다.
색에 민감한 유수이 장인도 기무라 씨만큼은 믿고 일을 맡기죠.
벌써 14년째 함께하는 중입니다.
-(해설) 붓은 사슴털로 만든 것을 씁니다.
요즘에는 구하기 힘든 도구죠.
붓과 물감이 준비되면 바탕 염색을 시작합니다.
쓱쓱 그냥 칠하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숙련된 장인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색이 고르게 칠해져야 하고 붓 자국이 남지 않아야 하죠.
아버지에게 배운 대를 이은 기술입니다.
바탕 염색이 끝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하나의 과정만이 남아있습니다.
염색업에는 풍부한 물이 필수입니다.
도시 곳곳을 흐르는 가가유젠의 젖줄.
물길을 따라 많은 공방이 자리 잡아 왔죠.
가가유젠의 어머니라 불리는 아사노강.
가나자와를 대표하는 이 강에서 가가유젠의 마지막 공정이 이루어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염색한 천을 씻는 물 세척 작업입니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면서 이 과정도 요즘에는 실내로 들어왔습니다.
최대한 강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인공호.
흐르는 물에 천을 고정시킨 후 씻고 또 씻어냅니다.
염색하는 동안 그림을 보호한 풀과 이물질을 깨끗이 벗겨내야 하기 때문이죠.
모든 작업이 끝났습니다. 이제 천을 말리기만 하면 됩니다.
필요한 건 오직 기다림.
어디선가 남빛 바람이 불어오면 숨겨져 있던 그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자연에서 탄생한 가가유젠이 자연에서 비로소 완성됐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전통 공예도 변화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통과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 가나자와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량 생산 시스템의 위협 속에 피할 수 없는 전통 공예의 위기.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모색 중입니다.
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출근길. 등 뒤에 가가유젠을 두른 이 남자는 오오타 장인입니다.
그는 스니커즈에 가가유젠을 접목했습니다.
경제 불황으로 기모노가 잘 팔리지 않게 되자 장인은 작은 물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층의 취향에 맞춰 현대적 감각을 더하면서 대중적인 관심을 얻었죠.
처음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이젠 응원하고 동참해 주는 동료들이 더 많습니다.
-(해설) 스니커즈와 셔츠, 가방부터 작은 명함첩에 이르기까지.
기모노에 한정됐던 가가유젠은 점차 그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변화는 벌써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수공예의 도시 가나자와는 가가유젠 외에도 수준급의 공예품들을 자랑합니다.
공예와 관광을 연계한 크래프트 투어리즘이 생겨날 정도죠.
그리고 그 길 위에 가가유젠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해설) 가가유젠 기모노를 근사하게 차려입고 옛 거리를 거닙니다.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도시의 공예를 접하며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죠.
이 모든 걸 기획한 사람. 전통공예 디렉터 와카오카 씨는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습니다.
-(해설) 와카오카 씨는 최근 지역 라디오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방송의 주 내용은 역시 전통 공예.
오늘은 가가유젠 장인과 함께 출연했습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바람은 단 한 가지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지역 전통 공예를 알고 그 맥을 계속 이어나가길.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죠.
아사노 강에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강물 아래 천이 띄워지고 몇 년 전 은퇴한 아라키 장인도 오늘 하루 작업복을 입었습니다.
장인에서 장인으로 이어지는 전통 방식 전수 행사.
멈추지 않고 흐르는 이 강물처럼 전통의 가치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길.
사람들은 다시 한번 소망해 봅니다.
오직 염색으로만 만들어내는 세상 유일의 아름다움.
도시의 오랜 시간과 자연이 탄생시킨 최고의 핸드메이드.
가가유젠이 지금 자신의 도시를 빛낼 새로운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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