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아열대 기후인 동남아의 흔한 재료, 나무.
나무의 부식을 오래도록 막는 아시아의 천연 도료가 있습니다. 바로 옻칠.
오묘한 빛과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베트남의 옻칠공예를 만나봅니다.
베트남 북부 남단성의 깟당마을.
베트남의 단옷날 깟당 사람들은 이날 집마다 모여 옻칠 신에게 제사를 드립니다.
옻칠 신은 마을의 조상 수호신이죠.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옻칠과 관련된 일을 합니다.
의식이 끝나면 사람들은 종이 인형과 축문을 불태웁니다.
신성한 작품을 만들고 싶은 소원.
사람들은 재물을 불태워 간절한 마음이 신께 닿기를 바라죠.
그들의 기도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깟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 공예 마을인데요.
철길이 들어서기 훨씬 이전부터 옻칠 일을 해왔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1200년 전부터 옻나무 진액을 사용해 왔습니다.
깟당의 옻 작품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뚜언 씨는 마을의 살아 있는 역사죠.
-저는 깟당 칠기 공예마을의 장인 딘 반 뚜언입니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저도 칠기 공예를 하고 있죠.
칠기 공예는 저의 삶이며 저는 옻칠을 소중하게 여기죠.
-(해설) 장인은 섬세한 감각으로 작품에 옻칠을 바릅니다.
옻칠은 내구성과 광택이 뛰어나 예부터 귀한 대접을 받아왔죠.
깟당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제단과 제사용품을 만들어왔습니다.
주민들은 옻 작품 만드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거대한 나무 둥치가 귀한 작품이 되기까지 작업자들은 마음과 정성을 모아 작업에 임합니다.
왕과 신을 위한 영엄한 물건.
옻칠의 신성함은 장인의 손을 통해서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습니다.
-(해설) 베트남의 신앙과 정신을 떠받드는 공예.
화려한 옻칠 공예는 지금도 찬란하게 빛납니다.
이후 옻 공예는 땅의 삶을 위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 생활과 친숙한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 있습니다.
그는 자연에서 예술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흐엉 씨가 강둑의 모래를 채취합니다.
강 하류에 쌓인 고운 모래는 작품의 바탕을 만드는 기본 재료입니다.
옻칠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공예입니다.
35가지 공정을 마쳐야 작품 하나가 완성되죠.
장인이 옻진을 나무에 바르는데요.
진액을 여러 번 덧발라 표면을 매끄럽게 하죠.
정제된 진액은 색이 없지만 기물 위에 바르면 은은한 갈색빛이 납니다.
이제 작품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다음 공정은 강에서 가져온 흙덩이를 잘게 부수어 물에 불리는 일입니다.
물에 기운을 품은 흙은 장인의 손에서 새로운 재료가 됩니다.
여기에 옻나무 진액을 섞죠. 땅과 물과 나무의 기운이 한데 모아졌습니다.
이제 기나긴 인내와의 싸움입니다.
바르고 말리기를 15번을 해야 하는데 무수히 반복되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나무가 견고해집니다.
-칠기 공예는 붓질과 연마를 계속 반복해야 하는 수공예예요.
베트남의 칠기 공예는 끈기 있게 기다리는 인내의 예술입니다.
옻칠공예를 잘하기 위해서는 장인의 인내심이 매우 중요하죠.
장인의 기다림은 기술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해설) 묵묵히 시간을 견딘 자만이 마지막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연은 장인의 벗이자 스승입니다.
흐엉 씨는 다양한 동식물에서 예술의 영감을 얻습니다.
오늘날 옻칠 작품을 만들 때 방식은 전통을 따르지만 소재와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색.
전통적으로 빨강, 노랑 계열의 색이 많았지만, 요즘엔 다양한 색을 사용하죠.
색을 입히고 나면 표면에 신비로운 균열이 서서히 생기는데요.
이것은 장인이 자랑하는 채색 기술입니다.
-(해설) 그는 표면의 균열을 통해 색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독특한 장식성을 보여주는 것은 금박.
금이 빈틈없이 잘 메워지도록 장인은 집중하고 또 집중합니다.
금보다 더 빛나는 장인의 진심이 작품에 담깁니다.
헝 씨가 강가에서 마지막 작업을 합니다. 금박 표면을 물로 씻어내면서 연마해 색을 얻죠.
그동안 쌓아 올린 색과 금박이 연마를 통해 드러나는데요.
색을 어디까지 남기고 벗길지는 장인의 오랜 경험과 감각으로 결정됩니다.
자연이 허락한 만큼 색이 나오기 때문에 장인에게 가장 떨리는 순간입니다.
수만 번의 붓질과 연마로 탄생한 핸드메이드.
강과 숲을 떠난 재료가 인간의 손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이 됐습니다.
옻칠 공예는 보다 다양하고 찬란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베트남 옻칠이 120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공예의 주재료인 옻나무 진.
이곳은 베트남 옻 진액의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 북부의 푸토성입니다.
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부터 푸토성이 분주합니다.
푸토 사람들은 새벽에 옻 진 채취를 합니다. 칼로 상처를 내 진액을 채취하죠.
상처가 깊으면 나무가 죽기 때문에 진을 채취하는 일은 아주 노련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푸토성은 12세기부터 옻 진을 채취했습니다.
하루 평균 나무 400그루에서 옻 진 1에서 2kg 정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하네요.
푸토의 옻은 선명도와 투명도가 높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나무를 심고 진액을 얻기까지 3년. 옻은 자연이 푸토 사람들에게 준 귀한 선물입니다.
푸토성에 숲이 있는 한 베트남 옻칠의 명성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요?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오늘날 수많은 예술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베트남의 옻칠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옻칠 공예는 회화로 장르를 넓혔습니다.
옻칠 회화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고 있죠.
독특한 색과 질감의 작품들.
옻칠 회화는 작업하는 날에 날씨의 영향을 받아 색과 질감이 다르며
표현 기법이 독창적이고 심오합니다.
장인은 지난 35년 동안 옻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가 정성스럽게 캔버스에 옻 진액을 바르는데요.
손의 감각으로 표면의 균일함을 파악하죠.
캄캄한 밤처럼 보이는 바닥이지만 곧 그 위에 아름다운 빛들이 수놓아질 것입니다.
화사한 꽃들이 캔버스 위에 피어났습니다.
작가는 밝은 색감을 내기 위해 옻 바탕에 금박과 은박을 입히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데요.
새로운 탐구와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은 공예. 옻칠의 변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회화의 재료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죠.
작가들은 자연에서 다양한 재료를 가져와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달걀 껍데기를 부수어 그림에 붙이죠. 틀을 깨는 생각의 변화.
공예는 이렇게 한 단계 진화했습니다. 다양한 변주에도 변하지 않는 공정은 사포질.
연마는 옻칠 장인의 숙명 같은 거죠.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연마입니다. 연마는 옻칠 회화가 가진 가장 큰 특징입니다.
옻칠 회화는 작가가 그림을 그림으로써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연마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죠.
연마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이며 장인은 오랜 경험으로 연마의 정도를 결정합니다.
-(해설) 성실한 인간의 손과 자연이 주는 찰나의 아름다움.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시아의 다른 옻 공예와 다른
베트남 옻칠만의 특별함을 살리고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자연에 기대 삶을 살아왔습니다.
자연에서 시작된 옻칠은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예술이 됐는데요.
이것이 바로 옻칠 공예를 베트남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전통 공예를 넘어 회화라는 변신을 통해 새로운 오늘이 된 핸드메이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
베트남 옻칠 공예는 장인의 묵묵하고 성실한 손을 통해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