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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핸드메이드 in Asia 11부 - 송연먹 made in 음성 한국
등록일 : 2024-11-11 16:29:01.0
조회수 : 573
-(해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
사철 변치 않는 소나무는 곧 기개 있는 선비이기도 했습니다.
살아서는 기조와 절개의 상징이던 소나무는 죽어서는 송연먹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푸른 향기 머금은 송연먹에는 한국인과 소나무의 혼이 깃들어있습니다.
맑은 가을날, 은은한 묵향 퍼지는 향교에서 서예 시범이 펼쳐졌습니다.
문방사우는 박태만 서예가의 곁을 지켜온 소중한 벗입니다.
글을 쓸 때는 먹물 만드는 일에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먹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종이와 붓이 있어도 먹을 만나야만 깊어진 생각을 펼쳐 보일 수 있습니다.
서예는 어쩌면 먹의 예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옛 문헌은 먹이 남긴 위대한 기록 아닐까요?
선비는 종이, 붓, 벼루, 먹을 일컫는 문방사우 중에서도 먹을 최고로 여겼습니다.
여러 가지 먹 가운데 보물 중의 보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송연먹.
그 명성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여기 송연먹의 전통을 잇는 장인이 있습니다.
먹을 만드는 먹장, 한상묵.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진 송연먹 제조 기술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장인입니다.
송연먹은 이름처럼 소나무가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인은 땅에 뿌리 내린 생명, 살아있는 소나무는 절대 베지 않습니다.
덥고 습한 여름날이 지나고 맑은 가을. 장인은 목숨 다한 소나무를 찾아 산을 오릅니다.
어쩌면 쓰러져 누운 소나무가 장인을 부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먹 만드는 일은 불을 먼저 다뤄야 하니 날씨가 청명해야 합니다.
가만히 새벽하늘을 살핍니다.
기나긴 여름의 끝에 마침내 먹가마의 문이 열리려나 봅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송연먹이 되려면 진달래꽃 피는 봄날도
함박눈 내리는 겨울도 30번은 넘게 보아야 합니다.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충청도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송연먹의 주요 생산지입니다.
이제 열흘 동안은 더위도 비도 얼씬하지 않아야 합니다.
먹 공장을 운영했던 장인은 독학으로 송연먹 제조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먹 만드는 장인을 먹장이 아니라 묵척이라 낮추어 불렀습니다.
생산 과정은 입으로만 전해져 문헌 기록에도 거의 없는 상태.
그렇게 꺼져 버린 송연먹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은
한상묵 장인이 평생을 바쳐 해온 일입니다.
송연먹을 만들려면 관솔이 많은 부위를 태워야 하는데 관솔은 기둥보다 뿌리에 더 많습니다.
송연먹의 재료는 관솔이 타면서 만들어내는 그을음. 자연에서는 구할 수 없습니다.
-(해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장인의 일입니다.
불은 열흘 동안 꺼트려서는 안 됩니다. 온도는 600도에서 800도 사이.
너무 높으면 그을음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불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꼬박 열흘을 달군 먹가마는 불을 빼고 하루 동안 식힙니다.
경사로에 만든 먹가마의 기울기는 20도, 연통 길이는 7m.
먹가마는 좁고 길고 비스듬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운 그을음은 가마 뒤에 붙고 거친 그을음은 가마 앞쪽에 떨어집니다.
소나무 1톤을 태워 얻을 수 있는 그을음은 고작 1kg 남짓.
송연먹이 귀한 이유입니다. 이제 가장 고운 그을음을 고를 차례입니다.
가마에서 걷어온 그을음을 조금씩 채에 덜어 치면 고운 입자만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번에는 더 촘촘한 채로 더 미세한 것을 골라냅니다.
이렇게 고른 그을음의 크기는 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
방진복도 입고 마스크도 쓰지만 KF-94 마스크마저 뚫을 정도로 미세한 입자들입니다.
이제 주요 재료는 마련됐습니다. 다음은 아교를 만들 차례입니다.
소가죽, 뼈, 연골 등으로 만드는 아교는 송연먹의 중요한 재료입니다.
그을음을 뭉치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교를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먹의 성질로 바뀝니다.
적정 온도는 85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아교의 점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또 온도가 너무 낮으면 뭉침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되면 그을음 반죽을 할 수 없습니다.
장인이 가마솥 앞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꼬박 12시간 동안 가마솥을 지키고 선 장인.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정성스레 아교를 끓이고 서서히 졸입니다.
그을음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좋은 아교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잔불로 졸인 아교는 잘 건조시켜 보관해놓으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아교까지 만들었다면 송연먹 재료는 모두 준비된 것입니다.
천연 접착제인 아교는 중탕으로도 금방 녹습니다.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드는 먹은 아교의 특성상 여름철에는 빨리 쉬어 상하고
겨울철에는 잘 마르지 않아 애를 먹습니다.
그러니 봄, 가을이 제일 좋은 계절입니다.
이제 아교를 섞어 까만 찰흙이 된 그을음을 치대가며 반죽해야 합니다.
-(해설) 1차로 반죽된 그을음 덩이는 먹판이 있는 작업실로 옮겨집니다.
그을음이 덜 묻어나도록 식물성 기름을 손바닥에 충분히 바른 다음 다시 치대기 시작합니다.
무게는 먹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을음 반죽 치대기는 보통 3만 번 이상 반복해야 하는 아주 고된 과정입니다.
그래야 기포는 빠지고 반지르르한 윤기와 쫀득쫀득한 찰기가 생깁니다.
그을음으로 만든 반죽의 완성도. 그건 장인의 숙련된 눈썰미와 손 감각만이 할 수 있는 거겠죠.
길쭉한 모양을 한 반죽을 성형 틀인 먹판에 넣습니다.
틀에 넣는 반죽은 넘쳐도 모자라도 안 됩니다.
그다음 먹판 뚜껑을 닫고 압착하듯 눌러 모양을 완성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기포가 제거됩니다.
먹판은 40분 정도 눌러주었다가 바로 분리합니다.
이렇게 말랑말랑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격입니다.
먹가마에 불을 넣은 지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좋은 먹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노래) 학이 제일 차는 위서지수편이라 고로 소기다무봄지의하니 내입도지문이요
적덕지기니 학자지선무라
-(해설) 그 옛날 선비들은 송연먹처럼 귀한 먹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먹이 뿜어내는 깊이 있는 아름다움에 심취했습니다.
또 고귀한 향기는 선비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해설) 종이보다 먼저 발명된 먹는 전 세계에서 한국, 중국, 일본만 쓰는데요.
송연먹은 세 나라가 모두 귀하게 여겼습니다.
서가의 으뜸이자 보물 중 보물로 꼽혔던 송연먹.
조선에서도 송연먹은 외국 사신들에게 선물할 만큼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화가들은 먹의 색과 농도를 제대로 알고 쓰는 최고의 예술가들이었습니다.
먹판에서 성형을 마친 송연먹은 건조장에서 한참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건조 과정 또한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먼저 바닥에 재를 깔고 그 위에 한지를 놓은 다음 말랑말랑한 상태의 송연먹을 올립니다.
먹 위에 다시 한지를 놓고 재로 덮어서 건조해야 합니다.
공기의 유입을 막고 먹에서 나오는 수분을 흡수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일주일까지는 매일 한지와 재를 바꿔줘야 합니다.
먹에서 더 이상 수분이 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자연 건조가 시작되는데요.
하지만 또 기다려야 합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의 시간이 지나야 2차 건조장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오랜 기다림의 시간.
송연먹은 이렇게 온몸을 바람에 맡긴 채 1년 365일을 조용하게 보냅니다.
건조가 잘된 송연먹은 두드렸을 때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납니다.
마지막 과정은 먹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지금 귀한 보물과도 같은 향기를 간직한 송연먹이 탄생했습니다.
30년이 넘은 노송의 잔가지부터 뿌리까지.
제 몸을 온전히 태운 소나무는 작고 단단한 먹이 되어 다시 태어났습니다.
먹은 입자가 클수록 짙은 검은색을 띈다고 하는데요.
송연먹은 과연 어떤 색을 품고 있을까요?
-(해설)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내는 색깔.
종이에 새벽 솔숲의 향기와 빛깔이 묻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먹의 농담에 따라 먹색을 나눴습니다.
먹빛이 깊은 검은색일 땐 농묵. 회색빛을 띠면 담묵.
붉은빛은 주묵이라 했으며 송연먹처럼 여명을 닮은 회청색이면 청묵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어둠을 깨우는 색이라니. 열흘을 먹가마에서 타도 소나무는 기개를 잃지 않았나 봅니다.
-먹은 소나무 속에 있는 영혼을 담는 거 하고 똑같아요.
소나무는 먹가마에서 다 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다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단 하나의 먹이 만들어집니다.
-(해설) 평생을 땅에 뿌리 내리고 살다 연기와 재가 되어 사라지는 소나무.
마지막으로 남긴 그을음은 먹이 되어 천년의 이야기를 써 내려왔습니다.
이제 단 한 명 남은 송연먹 장인은 다시 천년을 이어갈 위대한 유산을.
오늘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사철 변치 않는 소나무는 곧 기개 있는 선비이기도 했습니다.
살아서는 기조와 절개의 상징이던 소나무는 죽어서는 송연먹이라는 소중한 유산을 남겼습니다.
푸른 향기 머금은 송연먹에는 한국인과 소나무의 혼이 깃들어있습니다.
맑은 가을날, 은은한 묵향 퍼지는 향교에서 서예 시범이 펼쳐졌습니다.
문방사우는 박태만 서예가의 곁을 지켜온 소중한 벗입니다.
글을 쓸 때는 먹물 만드는 일에 가장 신경을 많이 씁니다.
먹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종이와 붓이 있어도 먹을 만나야만 깊어진 생각을 펼쳐 보일 수 있습니다.
서예는 어쩌면 먹의 예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옛 문헌은 먹이 남긴 위대한 기록 아닐까요?
선비는 종이, 붓, 벼루, 먹을 일컫는 문방사우 중에서도 먹을 최고로 여겼습니다.
여러 가지 먹 가운데 보물 중의 보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송연먹.
그 명성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여기 송연먹의 전통을 잇는 장인이 있습니다.
먹을 만드는 먹장, 한상묵.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사라진 송연먹 제조 기술의 불씨를 다시 살려낸 장인입니다.
송연먹은 이름처럼 소나무가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장인은 땅에 뿌리 내린 생명, 살아있는 소나무는 절대 베지 않습니다.
덥고 습한 여름날이 지나고 맑은 가을. 장인은 목숨 다한 소나무를 찾아 산을 오릅니다.
어쩌면 쓰러져 누운 소나무가 장인을 부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먹 만드는 일은 불을 먼저 다뤄야 하니 날씨가 청명해야 합니다.
가만히 새벽하늘을 살핍니다.
기나긴 여름의 끝에 마침내 먹가마의 문이 열리려나 봅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송연먹이 되려면 진달래꽃 피는 봄날도
함박눈 내리는 겨울도 30번은 넘게 보아야 합니다.
소나무 숲이 울창했던 충청도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오는 송연먹의 주요 생산지입니다.
이제 열흘 동안은 더위도 비도 얼씬하지 않아야 합니다.
먹 공장을 운영했던 장인은 독학으로 송연먹 제조 기술을 익혔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먹 만드는 장인을 먹장이 아니라 묵척이라 낮추어 불렀습니다.
생산 과정은 입으로만 전해져 문헌 기록에도 거의 없는 상태.
그렇게 꺼져 버린 송연먹의 불씨를 되살리는 일은
한상묵 장인이 평생을 바쳐 해온 일입니다.
송연먹을 만들려면 관솔이 많은 부위를 태워야 하는데 관솔은 기둥보다 뿌리에 더 많습니다.
송연먹의 재료는 관솔이 타면서 만들어내는 그을음. 자연에서는 구할 수 없습니다.
-(해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장인의 일입니다.
불은 열흘 동안 꺼트려서는 안 됩니다. 온도는 600도에서 800도 사이.
너무 높으면 그을음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불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온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꼬박 열흘을 달군 먹가마는 불을 빼고 하루 동안 식힙니다.
경사로에 만든 먹가마의 기울기는 20도, 연통 길이는 7m.
먹가마는 좁고 길고 비스듬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운 그을음은 가마 뒤에 붙고 거친 그을음은 가마 앞쪽에 떨어집니다.
소나무 1톤을 태워 얻을 수 있는 그을음은 고작 1kg 남짓.
송연먹이 귀한 이유입니다. 이제 가장 고운 그을음을 고를 차례입니다.
가마에서 걷어온 그을음을 조금씩 채에 덜어 치면 고운 입자만 아래로 떨어집니다.
이번에는 더 촘촘한 채로 더 미세한 것을 골라냅니다.
이렇게 고른 그을음의 크기는 마이크로미터의 1000분의 1.
방진복도 입고 마스크도 쓰지만 KF-94 마스크마저 뚫을 정도로 미세한 입자들입니다.
이제 주요 재료는 마련됐습니다. 다음은 아교를 만들 차례입니다.
소가죽, 뼈, 연골 등으로 만드는 아교는 송연먹의 중요한 재료입니다.
그을음을 뭉치는 접착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아교를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먹의 성질로 바뀝니다.
적정 온도는 85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아교의 점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또 온도가 너무 낮으면 뭉침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되면 그을음 반죽을 할 수 없습니다.
장인이 가마솥 앞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꼬박 12시간 동안 가마솥을 지키고 선 장인.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정성스레 아교를 끓이고 서서히 졸입니다.
그을음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좋은 아교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잔불로 졸인 아교는 잘 건조시켜 보관해놓으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아교까지 만들었다면 송연먹 재료는 모두 준비된 것입니다.
천연 접착제인 아교는 중탕으로도 금방 녹습니다.
그을음과 아교를 섞어 만드는 먹은 아교의 특성상 여름철에는 빨리 쉬어 상하고
겨울철에는 잘 마르지 않아 애를 먹습니다.
그러니 봄, 가을이 제일 좋은 계절입니다.
이제 아교를 섞어 까만 찰흙이 된 그을음을 치대가며 반죽해야 합니다.
-(해설) 1차로 반죽된 그을음 덩이는 먹판이 있는 작업실로 옮겨집니다.
그을음이 덜 묻어나도록 식물성 기름을 손바닥에 충분히 바른 다음 다시 치대기 시작합니다.
무게는 먹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을음 반죽 치대기는 보통 3만 번 이상 반복해야 하는 아주 고된 과정입니다.
그래야 기포는 빠지고 반지르르한 윤기와 쫀득쫀득한 찰기가 생깁니다.
그을음으로 만든 반죽의 완성도. 그건 장인의 숙련된 눈썰미와 손 감각만이 할 수 있는 거겠죠.
길쭉한 모양을 한 반죽을 성형 틀인 먹판에 넣습니다.
틀에 넣는 반죽은 넘쳐도 모자라도 안 됩니다.
그다음 먹판 뚜껑을 닫고 압착하듯 눌러 모양을 완성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기포가 제거됩니다.
먹판은 40분 정도 눌러주었다가 바로 분리합니다.
이렇게 말랑말랑하면서도 탱글탱글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격입니다.
먹가마에 불을 넣은 지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습니다.
예로부터 선비들은 좋은 먹을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노래) 학이 제일 차는 위서지수편이라 고로 소기다무봄지의하니 내입도지문이요
적덕지기니 학자지선무라
-(해설) 그 옛날 선비들은 송연먹처럼 귀한 먹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먹이 뿜어내는 깊이 있는 아름다움에 심취했습니다.
또 고귀한 향기는 선비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해설) 종이보다 먼저 발명된 먹는 전 세계에서 한국, 중국, 일본만 쓰는데요.
송연먹은 세 나라가 모두 귀하게 여겼습니다.
서가의 으뜸이자 보물 중 보물로 꼽혔던 송연먹.
조선에서도 송연먹은 외국 사신들에게 선물할 만큼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의 화가들은 먹의 색과 농도를 제대로 알고 쓰는 최고의 예술가들이었습니다.
먹판에서 성형을 마친 송연먹은 건조장에서 한참을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건조 과정 또한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먼저 바닥에 재를 깔고 그 위에 한지를 놓은 다음 말랑말랑한 상태의 송연먹을 올립니다.
먹 위에 다시 한지를 놓고 재로 덮어서 건조해야 합니다.
공기의 유입을 막고 먹에서 나오는 수분을 흡수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일주일까지는 매일 한지와 재를 바꿔줘야 합니다.
먹에서 더 이상 수분이 나오지 않을 때 비로소 자연 건조가 시작되는데요.
하지만 또 기다려야 합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의 시간이 지나야 2차 건조장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오랜 기다림의 시간.
송연먹은 이렇게 온몸을 바람에 맡긴 채 1년 365일을 조용하게 보냅니다.
건조가 잘된 송연먹은 두드렸을 때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납니다.
마지막 과정은 먹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
지금 귀한 보물과도 같은 향기를 간직한 송연먹이 탄생했습니다.
30년이 넘은 노송의 잔가지부터 뿌리까지.
제 몸을 온전히 태운 소나무는 작고 단단한 먹이 되어 다시 태어났습니다.
먹은 입자가 클수록 짙은 검은색을 띈다고 하는데요.
송연먹은 과연 어떤 색을 품고 있을까요?
-(해설)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내는 색깔.
종이에 새벽 솔숲의 향기와 빛깔이 묻어나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먹의 농담에 따라 먹색을 나눴습니다.
먹빛이 깊은 검은색일 땐 농묵. 회색빛을 띠면 담묵.
붉은빛은 주묵이라 했으며 송연먹처럼 여명을 닮은 회청색이면 청묵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어둠을 깨우는 색이라니. 열흘을 먹가마에서 타도 소나무는 기개를 잃지 않았나 봅니다.
-먹은 소나무 속에 있는 영혼을 담는 거 하고 똑같아요.
소나무는 먹가마에서 다 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로 다시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단 하나의 먹이 만들어집니다.
-(해설) 평생을 땅에 뿌리 내리고 살다 연기와 재가 되어 사라지는 소나무.
마지막으로 남긴 그을음은 먹이 되어 천년의 이야기를 써 내려왔습니다.
이제 단 한 명 남은 송연먹 장인은 다시 천년을 이어갈 위대한 유산을.
오늘 우리에게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