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할매1

섬마을할매 - 굳세어라! 옥자 할매

등록일 : 2019-11-06 11:08:23.0
조회수 : 2852
-(해설) 새를 닮아 아름다운 남해의 섬
조도에서 나고 자란 할매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더 잘생기셨네요.
-문어다!
크다, 크다, 크다.
     
-(해설) 남해를 호령하는 여장부
옥자 씨와의 신명 나는 대왕 문어 잡이.
-서 있지 말고 여기 한 바퀴 베세요.
-(해설) 잠시라도 쉬고 싶은 만기 아우의
잔꾀는 과연 통했을까요?
-내가 할배 소개해 줄게, 갑시다.
-우리 할배처럼 맹랑한 할배라면 몰라도
비리비리한 할배는 안 해요.
-(해설) 어두운 밤 두 사람이 몰래
나룻배에 오른 이유는 뭘까요?
-우리는 맨날 이렇게 하는데?
-뭔데요?
-매가리, 매가리!
-매가리?
-(해설) 그리고 남해의 맛과 향이 가득한
싱싱한 조도 표 해물 밥상.
-여기가 고향이고, 어머니의 품 같고,
참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지.
-(해설) 넉넉한 웃음의 조도 토박이
씩씩한 옥자 씨를 만나봅니다.
남해군 미조항에서 뱃길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조도.
하루 여섯 차례 운항하는 작은 여객선을
타고 만기 아우가 조도에 도착했습니다.
-감성돔이요.
으샤!
-으샤!
-네?
-참돔.
우와!
저기 가서 사 온 거 아닙니까?
-이거 진짜 잡은 거예요?
-저 좀 주세요.
-저 농담 같은 거 제일 싫어합니다.
-(해설) 이렇게 인심 좋은
강태공을 만나다니요.
진짜 후회하지 마세요.
-네, 괜찮습니다.
-(해설)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 힘든 행운입니다.
-제가 용왕신한테 이야기해 놓고 왔어요.
전화할게요.
-얼굴도 아십니까?
-그렇습니까?
-네.
-어머님, 반갑습니다.
꿈 잘 꿨네요.
-꿈 잘 꿨죠?
미인이십니다.
-선생님은 더 잘생기셨네요.
-잘생겼어요?
-네.
-다섯 분이요.
-(해설) 하늘에서 보면 새를
닮았다는 섬 조도.
큰 섬과 작은 섬으로 나뉜 조도에는
현재 29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옥자 씨가 사는 큰 섬의 가구 수가
더 적다네요.
마을 주민 중 절반 정도가 바다를 일터
삼아 생활하고 있죠.
가고 싶으니까 어디 달아났겠지.
온다 간다는 말도 없이 가 버렸어요.
-잡을 수 있으면 제발 잡겠죠.
-(해설) 높은 곳에 있어 그런지 전망
하나는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해설) 어슴푸레 땅거미 지는 풍경을
만기 아우가 잠시 즐겨봅니다.
-네?
조심해서 오세요.
-(해설) 어라, 밭으로 간다더니 계속
바다 쪽으로 내려갑니다.
바다에 무슨 밭이 있습니까?
-아이고.
-엄마야.
-아이고, 아이고.
-밧줄을 몸에 묶어야겠다.
-(해설) 만기 아우 뭐 하시는 거예요?
힘은 내가 쓸게요, 어머님.
불안해서 안 되겠어요.
-아이고, 힘들어라.
-이게 무슨...
-내가 빠질까 싶어 밧줄로 묶었는데.
어머님!
-가만히 있어요.
-밧줄로 꽁꽁, 밧줄로 꽁꽁.
어머님, 저부터 살아야죠.
-두 손으로 빨리빨리 따요.
-왜 잡은 걸 또 던집니까?
-빈껍데기 아닌데 어머님?
-빈껍데기를 보고 따야 할 거 아닙니까?
엔간히 던지세요, 어머니.
좀 확인하고 던지라니까요.
-(해설) 올해는 바다 밭에서의 홍합
수확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만기 아우 손이 쉬지를 않습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내 하는 대로
따라오이소.
-어머니, 나도 인권이 있습니다.
이 위험한 바다에, 어머니.
내가 여기 빠지면 어머님이 건질 수
있겠습니까?
-건지지요.
모가지를.
-목에 옷을 딱 걸어서.
-(해설) 이 만하면 저녁밥 재료는 충분
할 것 같은데?
옥자 씨가 만기 아우에게 섬에서의 첫
끼를 제대로 대접하고 싶나 봅니다.
-(해설) 옥자 씨 낚시 솜씨가 보통이
아닌가 본데요?
한번 기대해보겠습니다.
만 원빵?
-만 원빵 됐습니까?
-(해설) 내기를 시작하고 말이 없어진
두 사람.
정적뿐인 바다에서 30분이 넘도록
입질도 없네요.
바로 그때.
왔습니다.
-왔구나.
-고기가 어디 있습니까?
고기 없어.
-왔다, 왔다, 왔다.
-진짜요?
어, 어, 어.
-매가리, 매가리.
-매가리?
어머니한테 왜 잡히노?
-왔구나, 내 만 원 벌었다.
-앗싸.
현금 박치기.
-포켓 털어보세요.
-포켓을 털어봐야지.
-없습니다.
차용증 써줄까요?
-왔다, 왔다, 왔다.
-크다.
-어머니, 왔다, 왔다, 왔다.
-어머니, 왔다.
-아파라, 아파라, 아파라.
우찌 잡아야 되노, 어머니.
내 못 잡는다.
용왕님 고맙습니다.
살려줄게.
나도 물었다.
물었다, 물었다, 물었다.
-우리 교수님 눈이 뒤집혔다.
-네, 눈 뒤집어졌습니다.
-내기는 내가 승리다.
-2:1.
-(해설) 먼저 잡는 사람이 승자라더니
참.
어쨌든 두 분 다 승부욕이 대단한데요?
-물었다, 물었다, 물었다.
같이 왔다, 같이 왔다.
오늘 난리 났다.
어머니 오늘 우짜노 이거.
큰일 났네, 어머니 오늘.
뭔 소리 하고 있습니까?
많이 잡아서 많이 먹어야죠.
-(해설) 한번 흐름을 타니 고기들이
계속해서 올라옵니다.
과연 누가 더 많이 낚았을까요?
-세다가 날 새겠다, 참말로.
-천하장사가 이겨서 좋겠네!
어머니 어복 있다고 안 합니까?
-(해설) 일곱 마리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죠.
덕분에 오늘 저녁 밥상도
푸짐하겠습니다.
옥자 씨가 미리 잡아둔 고등어를 다듬고
있네요.
-(해설) 고등어조림이 금세 맛있게 끓고
있군요.
맞다, 아까 선물로 받은 돔은 어디
있나요?
-(해설) 마음씨 좋은 낚시꾼이 주신 돔도
큼지막하게 썰어서 준비합니다.
집 앞바다에서 딴 홍합도 시원하게
끓였습니다.
만기 아우가 직접 잡은 전갱이를 굽고
있네요.
-(해설) 이렇게 한 상 차려놓고 보니
오늘 밤늦게까지 일한 보람이 있네요.
배고플 텐데 어서들 드시죠.
소금 치지는 않았는데.
잘 먹겠습니다, 정말로.
-(해설) 참, 아버님은 정말 어디
가셨나요?
-(해설) 늘 씩씩한 옥자 씨의 푸근한
웃음 뒤에 이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해설) 아버님과 옥자 씨.
모두 조도에서 태어나 조도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죠.
작은 민박집과 바다 일로 생계를 홀로
책임져 오면서 떠나간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은 하루하루 깊어졌답니다.
할아버지가 돼 있을 건데.
다 보고 있을 겁니다.
-많이 도와줄 거구먼.
여보시오, 강점실 씨.
사랑합니다.
보고 싶어요.
강점실 씨.
잘 사시오.
그 나라에서 잘 살겠죠.
-(해설) 그리움이 깊어져 가는 밤입니다.
조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에 본 조도는 참으로 싱그럽습니다.
-(해설) 옥자 씨가 시집와서 이사가기
전까지 살던 집.
집은 그 오랜 시간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싸우지 말고 살걸.
-(해설) 고단한 삶이었어도 혼자인
지금보다 둘이었던 그때가 마음 저리게
그리워집니다.
-(해설) 오늘 아침에는 문어잡이에
나서는군요.
-(해설) 아침부터 바다의 물결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거 대왕 문어 아닙니까?
-대왕 문어?
-물릴라, 물릴라.
-(해설) 대박 문어로 배 안에 흥이
가득합니다.
나 죽는다.
물에 빠진다, 어머니.
-(해설) 예상치 못한 수확에 옥자 씨가
신이 났나 본데요.
혼자 배를 몬 10년 동안 이렇게 많은
문어를 잡은 날은 흔치 않답니다.
-남해 군소.
-남해 군소.
-(해설) 마지막 손님, 군소를 끝으로
넣어둔 통발은 다 건졌습니다.
오늘 어머니 나한테 일을 너무 많이
시키시는데.
-(해설) 조금은 어설프긴 하지만 두 분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죠?
그런데 배가 너무 흔들거립니다.
파도가 더 거세지기 전에 빨리 일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해설) 입버릇처럼 어복이 있다더니,
정말 만기 아우에게 복이 있긴 있나
봅니다.
똑같다.
가세.
-(해설) 옥자 씨가 집에 오자마자 식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배고픈 만기 아우와 언니를 위해
서두르는 모양입니다.
-(해설) 연포탕에 홍합 국물을 붓네요.
-(해설) 홍합 육수에 오늘 메인 재료인
대왕 문어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그동안 미리 삶아놓은 문어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이제 상차림까지 끝냈으니 남은 건 남해
대왕 문어를 맛보는 거겠죠?
-(해설) 섬사람에게는 한없이 풍요로운
바다.
그런데 옥자 씨가 이 섬을 떠나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죠.
-초등학교.
-그럼요.
-입 하나 덜겠다고.
-졸업하고.
-그때는.
-서울로 갔지.
-보리, 보리에 그거 섞어서.
몰라.
이렇게 얘기.
이 신세가 되어 버렸어요.
-(해설) 그래도 한 동네에 친언니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을 듯한데요.
-의지가 되지.
-되지.
-멋쟁입니다.
-아니요.
-아니라고요?
우리 아씨는 나와 다시 결혼할 거라고
하더니만.
-물어볼까요?
전화해서요?
-어제저녁에 물어보니까 나랑 할
거라고 하던데.
-(해설) 유쾌한 식사를 끝낸 후에 옥자
씨는 늘 골칫거리로 남아있던 문제를
만기 아우에게 부탁했습니다.
바로 이 칡덤불입니다.
-이걸 어떻게 타고 올라가요, 어머니?
-타고 올라가 보세요
운동선수라고 하면서 이것도 못 합니까?
-이건 암벽 등반인데요?
-참말로.
뱀은 없죠, 위에?
-먹고 살기 힘들다, 참말로.
-(해설) 때마침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했군요.
역시 이장님이다.
-(해설) 이장님, 스파이더맨 같군요.
-빨리하세요.
해 넘어갑니다.
-해 넘어가니까 사람이 겁이 나서
올라가지도 못하고.
-운동선수님이 돼서 뭐가 겁이 납니까?
-뭐 좀 잡아야 합니다.
잡고 올라가야 합니다.
-할아버지처럼 기어 올라가는데?
영차!
-그럼 도시 가자니까!
-어머니!
내가 할아버지 소개해줄게, 갑시다.
비리비리한 할아버지는 안 해요.
-일하려면 똑바로 해야지, 똑바로.
-더 잘생긴 할아버지 소개해줄게요.
-(해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덕분에
옥자 씨가 오늘 마음 편히 잠들 것
같습니다.
-(해설) 멀리 남해 조도까지 왔는데 작은
섬 안 보고 가면 섭섭하겠죠?
시간을 내 잠시 들리기로 했습니다.
-(해설) 오랜만에 산길을 걷다 보니 옥자
씨도 옛 생각이 나나 봅니다.
이야기가 멈추지 않네요.
-(해설) 오솔길로 접어드니 옛 추억에
마음이 더 편해지는 옥자 씨입니다.
-마이크 하려고.
-마이크, 마이크.
(노래) 갈매기 바다 위에
날지 말아요
-(노래) 연분홍 저고리에
-(해설) 옥자 씨의 노래와 함께 도착한
작은 섬은 백사장을 가운데에 두고 큰
섬과 마주 보고 있습니다.
큰 섬보다 더 아기자기한 모습의
마을입니다.
-백사장도 다 있고.
-(해설) 이런 매력 덕분인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조도.
조용한 휴양지를 찾는 분들께 나만 알고
싶은 섬으로 꼽히고 있죠.
나들이를 마친 옥자 씨가 밀가루 반죽을
만드네요.
무슨 요리를 하려는 걸까요?
-(해설) 찬 바람이 불면 한 번쯤
생각나는 수제비.
오늘 메뉴 선정, 참 좋은데요?
따끈한 해물 수제비 한 숟가락 떠서 그
위에 파김치와 김치를 얹어 먹으면 말이
필요 없겠습니다.
바다의 향기를 제일 많이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손맛이 당기고, 입맛이 당기고.
-나한테는 여기가 고향이고, 어머니의 품
안 같고, 참 따뜻하고 편안하고 너무
좋아요.
-어찌 됐든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해설) 푸근한 웃음으로 조도를 지켜온
옥자 씨.
그 아름다운 미소가 변함없길 소망해
봅니다.
-불 꺼라.
-선생님 집에 안 가십니까?
-네?
이제야 손맛 들었는데 지금, 가기는
어딜 가요.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거야, 낮인 줄
알고.
-네가 손맛을 알아?
손맛을 알아?
전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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