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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사량도 삼총사 2부

등록일 : 2020-07-16 17:45:12.0
조회수 : 918
-제가 이 사량도에 1년 만에 딱 왔는데 왜 왔냐면요. 우리 사랑도의 우리 삼총사 어머님들.
-오늘 잡은 낙지 넣고.
-(해설) 섬마을 할매 시즌 2를 시작하면서 다시 뭉친 흥 자매.
사량도 삼총사 만나자마자 일복이 터졌었죠.
-파이팅.
-이거 봐라, 이거. 불 살리는 거 봐라, 이거. 기가 안 차나, 기가. 오늘 이만기 왔다고 어머니.
-(해설) 과연 누구의 전화일까요? 가짜 딸입니다, 가짜 딸.
-(해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뭐라고 하나?
-(해설) 점아 씨는 엄마가 그리운 사람에게 품을 내어 주는 것이군요.
-(해설) 그런데 아우님 고기를 정말 잘 구웠네요.
-쌈이 좋다.
-쌈이 좋네.
-고기 넣었어요, 어머니.
-고기 여기 있어.
-착착 감기죠?
-(해설) 고기 파티에 빠질 수 없는 게 있죠?
-막걸리 한잔할까?
-맛있다, 맛있어.
-(해설) 사량도 앞바다가 붉게 불들더니 어느덧 해가 자취를 감춥니다.
-양념이 그냥 베어 들어간다.
-됐어, 됐어.
-날뛴다.
-(해설) 윤자 씨가 젊었을 때는 대단한 미인이셨네요.
-(해설) 점아 씨 포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우님, 낙지 맛은 어떤가요?
-또 전화 온다.
-어머니 오늘 바쁘네.
-(해설) 은숙 씨도 아버님을 못 알아보네요.
-저희 때문에?
-들었죠?
-왜?
-알겠습니다. 시집살이할 때.
-자식이 제일이고.
-그래서 지금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납니다.
-너희 화장실에서?
-(해설) 자식의 후회는 늘 이렇게 늦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갈 데가 있다는데요. 해봅시다.
-교수님하고 우리가 이렇게 담쌓는다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어머니 그러면 노래방 갑시다, 노래방.
-노래방 가자.
-갑시다. 오랜만에.
-가자.
-(해설) 흥 자매 오늘 본색이 나올까요?
-편으로 묶자고?
-왜?
-어떻게 하자고?
-그러면 진 팀에게는 무슨 벌칙이 있어요?
-진 사람은 옥녀봉 절경 찍으러 가고.
-(해설)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가파른 바위산인 옥녀봉은 사량도 사람들의 자부심입니다.
-이런 거에 대해서 싫어하나 봐요.
-(해설) 그래서 노래 점수를 합해 진 쪽은 사량도 절경을 찍어오고 이긴 쪽은 통발에 잡힌 재료로 점심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점아 씨 솜씨 좀 들어볼까요? 점아 씨, 박자 놓쳤어요.
-(노래)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점수 봐야 해, 점수 봐야 해. 미쳤다, 이거.
-(해설) 수연 씨가 아주 신이 났습니다. 이번에는 윤자 씨 차례.
-랄랄랄~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 갯마을~
-(해설) 윤자 씨도 박자를 놓쳤네요. 93점.
-괜찮다, 93점도 많이 나온 거야.
-이게 뭐야.
-93점도 많이 나온 거야.
-아니다, 내가 훨씬 잘했다. 그래놓으니까, 기계가 하지 우리가 하나, 기계가 그러는 건데.
-어머니, 물은 왜 먹는 거예요?
-목에, 목에. 감기 기운 때문에.
-수연 씨, 일단 퍼포먼스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못 한답니다~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마세요~ 쑥쓰러워 말 못합니다~ 최고랍니다~
-(해설) 역시 사량도 스타십니다.
-80
-95점.
-아우님, 어떻게 해요.
-100점.
-교수님이 100점 나와야 해요.
-(노래) 고요한 내 가슴에 나비처럼 날아와서 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그리움 주고 간 사람
그리운 내 사연을 뜬구름아 전해다오 아아아 아아아아아 사랑은 얄미운 나비인가 봐
-잘한다, 잘한다.
-100점. 100점.
-100점.
-100점 줘라.
-(해설) 이런, 이런. 아우님과 윤자 씨가 지고 말았습니다.
사량도 삼총사와 함께했던 흥겨운 밤이 이렇게 깊어갑니다.
내일 사량도 비경 찾으러 다녀야 하니 발품 꽤나 팔아야 할 텐데요.
노래방 기계가 그저 야속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나저나 어머니. 여기 사량도 뭐를 소개해야 합니까?
-우리 여기 사량도 전망대도 찍고 다리 저기도 찍고.
-다리?
-어.
-사량도 다리 저거.
-저거 다리도 찍고.
-여기가 전망대입니까?
-여기 전망대. 1년에 이거 우리 해맞이 할 때 여기 큰 행사하거든요.
-여기서 해맞이합니까?
-네.
-진짜 훤하네. 경치 좋죠?
-네.
-(해설) 해맞이 공원에 올라서니 감탄사가 절로 터집니다.
바다로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시원하네요.
-훅 트인 게 고요하니 눈에 넓으니까 그림이 너무 좋습니다, 이게.
-좋죠?
-네.
-진짜 사량도 여기 좋습니다.
-그리고 저쪽이 통영일 거고.
-저기가 이제 통영이죠.
-저 위에 고성이고.
-잘 아시네요.
-어머니, 우리가 졌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아야 해.
-카메라.
-(해설) 증거를 남기겠다는 거죠. 제대로 잘 찍어야 할 텐데요.
-하나, 둘.
-찍을 줄은 아나? 폼이나 잡고 다니지.
-어머니, 내가 사람을 왜, 어제 그만큼 내가 일하는 걸 봐놓고 또 봐라, 아직도
사람을 그렇게 못 믿습니까?
-일하는 건 정말 1등이더라, 진짜 놀랐다.
-네?
-일은 잘하더라.
-어머니 한번 찍어드릴게요, 기다려보세요.
좀 60년대 사진 찍지 말고 웃으면서 이런 것도 좀 하고.
-됐다.
-60년대 사진, 먼 산 쳐다보는 거.
-(해설) 잘 나왔네요. 그런데 점아 씨는 어디 있나요?
-만기하고 윤자하고는 어디 가서 뭘 하나. 찾는가 어쩌고 있나. 오지도 않고.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맛있는 거 먹자.
-(해설) 섬마을에서는 바다가 곳간입니다. 보통 여장부가 아니다, 여장부가 아니다.
-(해설) 이 배에서는 점아 씨가 선장이죠.
바다는 오늘 어떤 선물을 줬을까요? 낙지가. 게도 있고.
-(해설) 그놈, 수연 씨 손가락을 야무지게 무네요.
-언니, 여기.
-됐다.
-술뱅이.
-(해설) 터줏대감 술뱅이에 또 뭐가 들어 있나요?
-(해설) 진짜 운동화만 하네요.
-이거로?
-뭐야, 그거는?
-해삼이 또 들었어? 해삼이 알을 이렇게 낳아서.
-먹어보자.
-맛이 있는 거다, 진짜.
-(해설) 저도 입에 침이 고입니다.
-짭짤하다. 오늘 만기가 없으니까.
-(해설) 그런데 어째 사량도 비경 찍기로 한 아우팀이 상을 받은 것 같고
바다로 나가 통발 당기는 점아 씨 팀이 벌을 받고 있는 것 같죠?
길가에 핀 노란 꽃이 참 예쁘기는 하네요. 청정하고 아름다운 섬 사량도에서는
방목으로 키우는 염소 떼가 길을 막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그런데 아우님과 윤자 씨, 벌칙 숙제하고 있는 거 맞긴 맞죠?
-여기가 오히려 전망대를 해놓고 저쪽에 옥녀봉 아닙니까?
-맞아요.
-옥녀봉 다리하고 싹 걸쳐서.
-하나, 둘.
-(해설) 사진 찍기 좋은 곳을 제대로 찾으셨네요.
-사진은...
-진짜 좋네요.
-어머니, 이렇게 보는 옥녀봉이 정말 예쁘다.
-좋지?
-딱 이렇게 브이 자로 해서 딱 얹어 놓은 느낌. 보는 거는 내가 처음이다.
-(해설) 사량도는 윗섬과 아랫섬,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하도에서 바라보는 옥녀봉이 정말 절경입니다.
해발 281m의 옥녀봉은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로 매년 20만 명이 옥녀봉에
오르기 위해 사량도를 찾는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점아 씨와 수연 씨. 통발 수확은 어떤가요?
-낙지 한 마리 보인다.
-뭐야, 낙지가 또 한 마리 있다.
-잡아서...
-낙지 굶다, 크네. 만기야, 낙지 많이 들었다, 빨리 온나. 옥녀봉 올라갔지?
-(해설) 글쎄요. 과연 올라갔을까요? 그런데 오늘 점아 씨, 수확이 괜찮은 건가요?
-뭐 있나? 게인가?
-게는 던져 버리고.
-응, 게는 던져 버리고.
-이것도 버려야 되겠다.
-20년 됐어?
-아이고, 잘하십니다. 올라갔다고 치고.
-올라갔다 치고.
-아이고, 잘하십니다.
-(해설) 닭을 두 마리씩이나 가마솥에 넣는 걸 보니 여름철 보양식 백숙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점아 씨 집에 삼총사가 모두 모였습니다.
백숙에 넣을 산낙지 손질은 윤자 씨와 수연 씨 몫입니다.
-(해설) 가마솥에서 닭이 익어가고 있는데요. 낙지가 몇 마리입니까?
인심 한번 푸짐하네요. 그나저나 낙지 손질을 서둘러야겠습니다.
-깨끗하게 씻었나?
-(해설) 점아 씨는 화력을 더 올릴 모양입니다.
그래도 이 우리 섬에서 먹는 방식으로 그렇게 먹어야 될 텐데.
-바로 퍼진다 그 말 아니야?
-맞다, 그리고 막 이제. 덮어 놓자.
-(해설) 점아 씨는 언니 말 안 듣는 아우들에게 살짝 서운한가 봅니다.
-아이고, 잘한다.
-언니야, 그렇게 말하시나.
-언니, 이제 그만 좀 동생들아, 잘하네, 그래야지 무조건 그냥 엇발나는 소리를 하고 그런다.
-됐다, 이제 그렇게 해서.
-짜증도 나고 그런가 봐. 동생아, 잘한다 그래야 하는데.
칼이 하니까 잘하지라고 하니까 사람이 기분이 안 좋잖아.
-(해설) 어라, 오늘 세 사람 분위기가 영 묘한데요.
-(해설) 사량도 홍 자매. 우정이 금 가는 거 아니죠?
-잘 왔어요. 또 왔네. 수박.
-수박. 1만 8000원 하면 안 되겠나?
-응.
-너무 힘들어요.
-(해설) 점아 씨는 불 때다 말고 어딜 갔나 했더니 수박 사러 나오셨군요.
-(해설) 그래도 함께 먹을 디저트 생각하는 언니입니다. 세 사람 괜찮은 거죠?
-(해설) 역시 5분 만에 화해하네요.
이렇게 미운 정, 고운 정이 익어갑니다. 이게 40년 우정의 힘 아니겠습니까?
-찹쌀죽 해서.
-아, 군소도 잡았어요?
-제대로 했네.
-누가요? 그런 거는 어머니. 여기 다리 보이죠? 여기 옥녀봉 보이죠?
-바다, 배 지나가는 거 보이죠, 배 지나가는 거. 배 지나가고 다리 보이고 옥녀봉 보이고.
-(해설) 경사각이 정말 아찔하지만 옥녀봉 정상에 오르니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선정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낙지 품은 백숙 맛 좀 볼까요?
-두 시간을요?
-네. 진짜 보약이다.
-군소.
-오늘 잡은 거.
-군소도 삶아서 볶아서.
-오늘 잡았다고요?
-먹어보세요.
-지금 군소 철이라.
-이게 맛있어.
-(해설) 쫀득한 낙지 다리가 모차렐라 치즈 같네요.
-섬이 좋네.
-섬이 좋지요.
-그러네요.
-맞습니다.
-진짜 복 받은 섬 같아.
-니 출세했다, 섬에 와서.
-말이 섬이지.
-육지에 갔으면 뭐 해서 돈을 그렇게 벌 거야.
-나 시집 잘 왔다. 시집 잘 왔구먼.
-시집 잘 왔어, 내가 볼 때는.
-그렇죠. 치매는 제발 걸리지 마라.
-그런 것도 세 분은 제가 볼 때 충분히 의지하면서 도와주면서 그렇게 해나갈 것 같습니다.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지.
-사랑한다.
-응, 그렇지.
-삼행시로?
-사량도로 가면 되겠네.
-사랑하는 사자가 어디 있어.
-이러니까, 이러니까.
-너 혼자 다 해라.
-그렇게 해도 되겠다.
-그래도 해야지.
-까먹었다.
-또 까먹었죠?
-했다고 보고.
-사랑하는 우리 삼총사 해라, 언니가.
-사랑하는 우리 삼총사 해라. 그건 말 안 되나?
-오케이, 그냥 낭랑 18세. 그다음에 어머니가 이어가야지.
-랑랑 18세.
-도저히, 도저히.
-죽인다.
-그러면 되지, 뭐.
-그게 또 낭랑 18세.
-(해설) 평생 고향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세 사람.
사량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볕이 맑고 쨍쨍하면 섬마을의 오후는 더 바빠집니다. 점아 씨도 마찬가지인데요.
고사리 말리는 일은 햇볕을 빌려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아들도 주고 큰딸도 주고 가운데 딸도 주고 막내 애도 주고 막내아들도 주고. 애가 6명.
-(해설) 만기 아우님은 아르바이트하는 윤자 씨 도우러 학교 간다더니 아이들과
축구에 빠져버렸네요. 우리 편 누구, 우리 편. 우리 편 누구야. 누구, 누구. 슛, 슛!
-(해설) 아우님, 지금 공차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 공, 차라, 차라, 패스!
-빨리 가자고. 어디, 어디, 어디.
-일 도와주려면.
-그렇지.
-저쪽으로?
-저 앞에.
-이것도 갖고 가고.
-뭐요?
-이것도 갖고 가.
-아, 이것도? 이거 밀어서 저 앞에 갖다 놓고.
-이거 다 먹은 거네? 음식물 쓰레기로, 아이고.
-어디? 이렇게 해서.
-이제 끝.
-저 밀대 갖고.
-아이고, 세상에.
-그러려면 어머니 이거를 다 이렇게 놓고.
-아이고, 내가.
-그래.
-(해설) 수연 씨는 오전 볕에 널어놨던 낙지 통발을 정리합니다.
-끝내지 뭐 하겠어, 이제.
-당신도... 고생하고. 그사이 산천 한번 쳐다봐라. 참 잘 간다, 잘 가.
-(해설) 삼천포 처녀와 사량도 총각이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지 43년.
섬마을에 시집온 고운 새댁은 어느새 다섯 손주의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쏜살처럼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수줍은 얼굴에 하나둘 주름이 늘어가도
사량도 풍경은 변함없습니다.
-어머니.
-가시려고요? 오늘 아무것도 일 안 시킬게.
-안 시킨다고요?
-안 시킬게.
-그래도, 가야 합니다. 나는 일단 사량도를 탈출해야 합니다.
-안 되는데.
-여기 나가야 해.
-일 좀 하지 마세요, 일 좀. 답답해 죽겠다.
-일 안 하면 어떡해, 그러면.
-더 쉬었다 가라고요?
-하루 더 쉬었다 가지.
-풀이 만장 같다.
-이거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섭섭하다.
-잊지 말라고?
-눈물이 나려고 하네.
-오냐.
-(해설) 만남은 즐거웠고 이별은 아쉬우며 추억은 오래오래 갈 겁니다. 아우님, 그렇죠?
-이제 사람들을 떠나려고 하니까 참 마음이 무겁네요.
우리 세 어머니 두고 떠난다고 하니까 그래도 그분들의 삶의 터전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사량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또 다른 우리 섬마을 할매를 위해서, 찾아서 발길을 돌리려 합니다.
그런데 참 떠나려는 그 마음은, 참 마음이 무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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