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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가덕도 해녀 허순열

등록일 : 2020-07-24 13:48:30.0
조회수 : 2237
-(해설) 부산 서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섬 가덕도는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수려한 산세가 유명한 곳인데요.
비가 와서 더욱 고요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이곳을 만기 아우님이 찾았습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하얀 집인데 이 집인가? 이 집인 거 같은데. 계십니까?
-네.
-네. 우리한테 이게 보약.
-늘 일에 시달리고 있을 건데.
-(해설) 우리 아우님은 하루 푹 쉬었다 갈 생각이었나 본데요.
비가와도 섬의 하루는 변함없이 돌아갑니다.
-그래서 평생을 물질을 하게 됐고.
-네.
-그렇게 돼서 육지도 못 나가고.
-(해설) 두 사람을 태운 배가 파도를 헤치고 시원하게 나아갑니다.
-아니 고랑에 있죠.
-아, 이런 고랑에 들어가 있네요.
-(해설) 궂은 날씨에 물질을 하러 간 순열 씨가 어지간히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물 밖, 만기 아우의 걱정과는 달리 물속 순열 씨는 순탄하게 물질을 시작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닷속을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숨은 멍게를 잘도 찾아냅니다.
순열 씨에게 이런 낚시쯤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렇게 바닷속을 찾는 거를 어떻게 알고, 뭐가 있는지.
-(해설) 물질 나간 엄마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아들 같네요.
-(해설) 순열 씨는 16살부터 물질을 시작해 5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바다와 함께했습니다.
거친 바닷바람과 드센 파도에 맞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열심히
살아온 순열 씨에게 바다는 오늘도 아낌없이 모든 걸 내어줍니다.
-(해설) 순열 씨가 숨을 고르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가덕도 바닷속을 자기 집 앞마당처럼 구석구석 잘 알고 있는 순열 씨가 차근차근 멍게를 건져 올립니다.
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만기 아우 생각에 손이 더 바빠지는 모양입니다.
이제 망태기가 가득 찼으니 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겠죠?
-약해삼.
-홍삼.
-큰 놈 쳐다보면 이게...
-멍게? 이렇게 손으로 빼고. 색깔 참 좋죠? 양식은 안 이렇습니다.
-네?
-양식은 이렇게까지 색이 안 난다고. 하얘서. 속을 보세요. 여기에 술을.
-술을 부어서?
-성게는 너무 달고. 멍게는 이렇게 여기에 술을 마십니다. 맛있지?
-이거 어머니.
-(해설) 물질하는 어머니 걱정이 끝나자마자 투정 부리는 만기 아우님.
이럴 때 보면 꼭 떼쓰는 어린 아이 같네요.
-이어라 디여 이여차~
-어여차~
-이여차~
-이여차?
-이여차~ 이러면. 그것도 이여차라고?
-그렇죠. 마지막에 하고 나면 하고.
-이게 무슨 배하고.
-그렇지. 노를 저으면서. 이렇게 하고 나면 이여차.
-시작.
-그러면 뒤에 또 쉬지 않습니까? 이어라 디여~ 이여차. 이러면 뒤에.
-이어라 디여~
-이여차~
-이여차~
-이여차~
-이여차~
-어이여차~
-어이여차~ 이여차~
-이여차~
-이여차~
-참말로 이여차.
-(해설) 가득 채운 망태기 덕분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어디로, 어디로?
-어떻게 합니까? 나눠 먹어야지, 어떻게 합니까?
-이거 가져가.
-해삼?
-(해설) 순열 씨가 오늘 건져온 멍게를 손질하고 있는데요.
정작 멍게, 멍게 노래를 부르던 아우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우님,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요? 야심 차게 준비해 온 통발을 설치하려는 모양입니다.
통발을 준비하는 손길이 제법 야무져 보입니다.
-(해설) 아무래도 순열 씨 혼자 고생하며 물질한 게 내심 마음에 걸렸나 보네요.
정성스레 준비한 미끼를 넣은 통발을 힘껏 던져봅니다. 됐다.
-(해설) 밥 짓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는 걸 보니 밥때가 되었나 봅니다.
오늘은 순열 씨가 바다에서 건진 싱싱한 해산물로 한 상 가득 차릴 모양인데요.
특별한 손님도 찾아와 일손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건 진짜 어렵지.
-(해설) 밭에서 갓 따온 채소와 해삼을 다져 만든 해삼탕은 순열 씨가 만기
아우를 위해 준비한 특별 보양식인데요. 시원해 보이는 게 저도 한입 먹고 싶네요.
아이고, 우리 만기 아우 통발을 치고 와서 피곤했나 보네요.
-(해설) 잘 차려진 순열 씨표 해녀 밥상. 멍게 비빔밥에 해산물, 해삼탕에 군소
조림까지 한 상 가득 차려놓으니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해설) 부모님을 대신해 엎어 키운 12살 차이 나는 동생이 훌쩍 커서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동생 소연 씨에게 순열 씨는 엄마이자 고향 같은 존재입니다.
-(해설) 조용하던 순열 씨 집에 오래간만에 웃음소리가 넘쳐납니다.
비 내리는 오후, 가덕도에는 또 어떤 일이 만기 아우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가기가 힘들지요?
-(해설) 여기가 순열 씨의 밭인가 본데요.
물질하기도 바쁠 텐데. 언제 이렇게 밭을 가꾼 걸까요?
-이렇게 해서, 이렇게 돌려서. 이렇게.
-이게 뭐야? 이사하는 거는 또 이렇게 해서.
아이들 먹이고 하니까 재미있습니다. 저기서부터 이때까지 저기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밭일을 가더라도 온통 저 생각.
-(해설) 자신만만하게 커다란 대야를 안고 통발을 확인하러 갑니다. 물지 마, 이 자식아. 성질 봐
-(해설) 아무래도 용왕님이 아우님을 외면했나 보네요. 천하장사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이거 보고 에게게 하시겠네, 어머니. 이걸 어떻게 들고 들어가나.
-(해설) 아우님, 거기는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요. 뭔가 꿍꿍이가 있나 봅니다. 큰일 났는데.
-네?
-네?
-이걸 들고 옵니다, 살려주지.
-방생해주지 그냥.
-이게요? 어머니가 이거 동생네 팔고 줍니까, 그냥 줍니까?
-이거 하고. 돌게 하나 잡았다고.
-알겠습니다.
-등가시치가 지금 나오는 게 제철에 나오는 거.
-혹시 뭐, 이야기하거나. 어머니한테나 다른 데에 이야기하고 그러면 안 됩니다.
-많이 잡았죠? 가지고 들어가
-들어가야 해, 들어가야 해.
-큰일 났다.
-물리겠네.
-고맙습니다. 역시. 잘했어.
-잘했죠.
-어찌 됐든 거기 가야 하잖아.
-거기 가서? 일 좀 해 줘야지, 언니들 있는데.
-가요.
-(해설) 귀여운 염소들이 반기는 이곳은 순열 씨의 친한 언니가 있는 염소 농장입니다.
계시네. 안녕하십니까?
-(해설) 몇 번 해봤다고 염소 밥 주는 모습도 제법 그럴싸합니다. 이리 와. 이리 와 먹어라.
-그렇지. 진짜 의심병이 많습니다. 조금만 해도 놀라고.
-비 맞으면 안 되니까.
-(해설) 통장님 아니죠. 용왕님께 받은 등가시치로 저녁 밥상을 준비합니다.
가덕도에는 숭어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여름에는 이 등가시치가 별미라고 하네요.
등가시치로 만든 매운탕과 조림으로 한 상 뚝딱 차려졌습니다. 딱 진짜 이렇게.
-그러니까요. 이 동네에서 태어난 사람이에요.
-그렇게 돌아가셨던 거구나.
-(해설) 20살에 결혼해 평생을 약속한 바다 사나이는 허망하게도 산에서 먼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다정한 사람이었기에 원망보다는 그리움만 쌓여갑니다.
-아니야.
-아니에요.
-네.
-꽃잎을~
-잘 안 불러본 노래입니다, 어머니. 이해하세요. 아버지보다 못 부르더라도.
소리 내어 울어볼 날이 남자라는 이유로 묻어두고 지낸
-잘하시네.
-앙코르는 무슨 앙코르예요.
-앙코르, 앙코르.
-쑥스럽구먼, 노래를 못해서.
-앙코르, 앙코르.
-진짜.
-잘했어요, 잘했어요.
-(해설) 그리움을 담은 노랫소리와 함께 가덕도의 밤이 깊어갑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파도 소리만 들려오는 가덕도 선착장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저기 보이는 저 사람은 만기 아우 같은데요. 꼭두새벽부터 대체 어디를 가는 것일까요?
-오늘 진짜 많이 좀 들어와서. 이런, 이런.
-(해설) 아무래도 용왕님께서 만기 아우에게는 게만 주기로 했나 봅니다.
-네.
-네?
-왜 안 들어왔지?
-바르게 살아야지.
-빨리 가야 합니다.
-갑시다.
-(해설) 새벽 4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순열 씨. 참 부지런하십니다.
환하게 불이 켜진 이곳이 순열 씨가 채취한 해산물을 판매할 공판장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지금 해삼 안 될 거야.
-20년 정도.
-(해설) 부산 인근에서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들이 이른 새벽부터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의 외침이 뒤섞여 묘한 생동감을 주는 이곳이
가덕도 해녀 순열 씨의 마지막 일터입니다.
-(해설) 경매가 끝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순열 씨의 단골 식당을 찾았네요.
-(해설) 순열 씨와 함께했던 저도 가덕도가 참 좋아집니다. 가덕도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가덕도 해녀 순열 씨의 하루도 어김없이 다시 시작됩니다. 가, 가, 어머니.
알아요, 저도 갈게요, 어머니. 발길을 떼야지, 왜 안 떼인데? 건강하세요, 어머니.
-(해설) 가덕도 앞바다에서 물질을 시작한 16살 소녀는 어느덧 일흔이 넘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모든 걸 내어주고도 아쉬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닮은 섬, 가덕도.
그리고 그런 가덕도가 너무나 좋다는 섬마을 할매.
오늘도 변함없이 가덕도를 지키고 있을 우리 순열 씨.
건강하게 오래오래 물질 잘하시길 응원할게요.
-아쉽지. 내가 또 우리 밭에 일을 이만기 선생님한테 내가 시키려 했는데, 못 시켰어요. 그게 좀 아쉬워요.
저는 가덕도가 내 인생의 전부고, 내가 태어나서 제일 좋은 곳이 가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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