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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공곶이 꽃할매 지상악

등록일 : 2020-07-30 17:29:42.0
조회수 : 2428
-(해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거제도 남쪽 끝자락.
그곳에는 1년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작은 마을이 있답니다. 도로 없어요?
-별천지가 그쪽에 있습니다.
-사람 사는 덴데.
-(해설) 만기 아우 오늘은 시작부터 힘이 드는 모양입니다.
-(해설) 넉넉한 인심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것만 주십시오. 됐어요, 됐어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계세요,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몰라.
-옛날에 씨름 하면 이만기 아닙니까?
-이만기라고?
-뚱뚱해요?
-(해설) 만기 아우가 투털거리는 걸 보니 어째 오늘은 아주 긴 하루가 될 거 같네요.
지친 만기 아우를 위해 귀여운 녀석들이 마중을 나와 주었네요.
꼭대기에서. 얘들 고개 가리키는 거 봐라. 맞네, 공곶이.
-(해설) 다시 한번 힘을 내 천천히 올라가 봅니다.
-(해설) 빽빽한 동백나무 터널을 만나자 우리 아우님 꽤나 당황하는데요.
어디 보자. 계단이 끝이 안 보이네요. 만기 아우 괜찮은가요? 이렇게 고생을 시켜서...
-(해설) 아우님 고생 끝에 낙이 온답니다. 퍼뜩 가이소, 마.
-(해설) 숲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오니 시원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 때문에 공곶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오늘의 섬마을 할매가 살고 있습니다.
-(해설) 정말 기가 막힙니다. 상악 어머님이 자랑할 만하네요.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난 수선화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봄이 오면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 가득 피어있는 수선화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해설) 황무지였던 이곳을 반평생에 걸쳐 일궈낸 노부부.
그런 두 사람에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갖가지 꽃들이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정성스레 일군 밭은 먹거리를 풍족하게 내어줍니다.
-(해설) 요즘 노부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멧돼지랍니다.
힘들게 키운 농작물을 다 망쳐 놓는다고 하니 보는 저도 참 속이 상하네요.
-(해설) 이제는 만기 아우가 힘쓸 때가 왔습니다.
-네.
-어머니 이렇게 해서 골고루.
-욕심을 안 냅니까? 나 왔을 때 많이 시키지 않고요.
-(해설) 반백 년의 세월 동안 꿋꿋이 밭을 가꾸고 일궈온 노부부.
공고지와 함께한 긴 생활 동안 배운 교훈이 하나 있습니다. 땅은 일한 만큼 내어준다.
이것이 노부부가 얻은 인생의 진리입니다. 상악 어머님이 일하다 말고 슬쩍 빠집니다. 뭐 하십니까?
-(해설) 몸에 좋다고 하니 일단 입에 넣어봅니다. 아우님, 어때요?
-진짜.
-(해설) 앞에서 웃거나 말거나 묵묵히 밭만 매는 경상도 사나이.
명식 아버님은 무뚝뚝하게 일만 하네요.
-들깨 딸게요.
-이거요.
-이거?
-응, 이 위에.
-어떤 거요, 어머니?
-옆에 좋은 거 있다. 이거.
-어떻게 사나 한번 보자, 어머니. 온통 꽃이다, 어머니.
-바람에?
-네.
-(해설) 노부부가 살아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집.
이곳에서 노부부는 꽃을 키우며 반백 년을 함께했습니다.
그래서 노부부에게는 담장의 돌멩이 하나, 의자 밑 강아지 한 마리도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해설) 명식 아버님이 좋아한다는 특제 쌈장을 시작으로 점심 밥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봅니다.
-(해설) 명식 아버님은 앉은 채로 낮잠이 들었네요.
-(해설) 길고 긴 밭일 끝에 맞이하는 첫 식사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공곶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할매표 점심 밥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우리 아우님 이제야 한술 뜨겠습니다.
-약간 새곰하다.
-네.
-호박잎.
-(해설) 직접 키운 채소들로 소박하게 차려 먹는 밥상이 부부의 장수 비결이었네요.
-그러니까요.
-(해설) 공곶이를 처음 본 순간 평생 이 땅을 일구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부.
그 약속을 50년이 지난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지. 이만한 거 100마리?
-전화로 해서 불렀어.
-아버지도 전염됐네. 큰일 났네.
-못 가져와서.
-(해설) 점심을 먹고 맞이하는 평화로운 공곶이의 오후.
강태공도 울고 간다는 상악 어머님의 낚시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천하장사.
다 같이 길을 나서봅니다.
-고기 잡으러 가 보자! 어머니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
-차비는요?
-바닷가로 가니까 뒤로 가지.
-앞으로 가야지, 앞으로.
-앞으로 가면 꼭대기 올라가잖아, 앞으로 가면.
-그러면 내가 앞에 타야 하는데. 넘어간다, 넘어간다. 엄마야, 엄마야, 엄마야.
-끝이면 끝이라고 얘기 좀. 또 거기는 왜 갑니까, 어머니?
네가 딱 자리를 가르쳐 주는구나. 여기가 포인트 같나?
-(해설) 낚시 명당에 자리 잡은 아우님과 상악 어머님.
과연 오늘 저녁 밥상에는 고기반찬이올라올까요? 겨울에 내가 100마리 낚았다는 그거.
-(해설) 낚시 100단이라는 상악 어머님의 실력 좀 볼까요? 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거요, 어머니?
-있어요.
-또 물었다.
-또 물었어. 힘 좋다, 이놈.
-멀리 도망갔습니다. 어머니, 문 거 아닙니까, 이거?
-(해설) 이런 눈 먼 고기들이 눈치도 없이 아우님한테만 잡혀 오네요.
우리 상악 어머님, 빨리 실력 좀 보여주세요.
-나는 안 내려가는데.
-(해설) 사는 게 어찌 좋은 날만 있을까요?
속이 상하는 날이면 상악 어머님은 늘 이곳에 와서 바다를 보며 마음을 달래곤 했습니다.
-(해설) 저녁 찬거리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어머니! 저거 생것을 그냥 훔쳐 먹는데, 고양이 같이.
다 먹는다, 다 먹는다.
-(해설) 아이고 이 녀석. 하루 종일 아우님 따라다니느라 배가 아주 고팠나 보네요.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만기 아우 몫은 남겨뒀습니다. 그냥 휘파람 섬집 아기. 이렇게.
-(해설) 매일 홀로 낚시를 하던 상악 어머님.
오늘은 만기 아우가 있어 간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기도 넉넉히 잡았겠다 푸짐한 저녁 식사를 준비하러 가 볼까요?
갓 잡아온 싱싱한 생선이 바구니에 가득한데요.
천하장사를 위해 상악 어머니, 정성스레 손질을 합니다.
-(해설) 만기 아우에게는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멧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직접 나섭니다.
-위에요? 여기에다가, 그물에다가 여기에다가 이거 때리면 소리 날 테니까, 그렇죠?
-여기 좋은 거 있네.
-눈이.
-(해설) 멧돼지가 방울 소리를 싫어한다고 하니 울타리에 야무지게 방울을 달아봅니다.
-(해설)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두 사람의 작업은 끝날 줄 모릅니다.
천하장사와 명식 아버님의 손길이 더 바빠집니다.
-(해설) 멧돼지가 싫어한다는 과산화수소수를 통에 담고 천하장사와 꼭 닮은 허수아비도 만들어 봅니다.
-이 위에 올려놓자, 향이 날아가게.
-향이?
-이 위에서 못 오게끔.
-그래.
-못 오게, 아버지.
-(해설) 울타리 곳곳에 과산화수소수가 담긴 통을 꼼꼼하게 설치해둡니다.
-(해설) 아이고, 아우님 얼굴을 보고 멧돼지가 깜짝 놀라 도망가겠어요.
만기 아우가 밥값을 하려는지 야무지게 명식 아버님을 도와줍니다.
-(해설) 요즘 멧돼지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명식 아버님.
만기 아우 덕에 이제 멧돼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네요.
-그렇죠?
-정신이 없다.
-(해설) 상악 어머님이 이제 저녁 준비를 하고 있네요.
-(해설) 배추전이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낮에 잡아온 자리돔도 맛있게 구워집니다.
고소한 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네요. 별미인 거북손도 빼놓을 수 없겠죠.
맛있게 차려진 한 상. 만기 아우가 잡아온 자리돔회에 밖에서 따온 고소한 배추전,
담백한 거북손까지. 저녁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졌습니다.
-이게.
-회는 잘 먹어.
-그래서 방에 있는데 머리 들고 막 와.
-얼굴 들고 보고.
-응.
-(해설)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나 40일 만에 결혼한 부부.
돌이켜 보니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를 아득한 세월이었지만 함께이기에 견딜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60년 넘게 이렇게.
-올해 61년째 들어왔고.
-61년째 같이 살아온 데 대해서.
-고생했어.
-없어요?
-네.
-그래서 이제...
-그게 뭐 어려워요.
-건성으로 한다, 건성으로. 에이, 사랑한다 이게 아니고 손 딱 잡고 여보, 사랑한다.
-손잡고 그렇게, 뒤에 꽃도 있네요.
-꽃이 있는 꽃이니까.
-문제가 있네.
-여기 중에서 가장 이 꽃이...
-제일 예쁘네요, 아버지.
-(해설) 섬의 아침은 육지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됩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그런지 더욱 운치 있는 아침이 찾아왔네요.
빗방울을 머금은 모든 생명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우리 만기 아우도 이제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얘네들 어제 비가 오니까 그냥 밥을 먹었네.
-(해설) 아침 이슬을 머금은 초록 생명들이 만기 아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네요.
-(해설) 탁 트인 바다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줍니다.
우리 만기 아우가 감탄할 만하네요. 오늘은 해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데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오래도록 건강하시게.
-(해설) 노부부의 행복과 건강을 비는 만기 아우의 따뜻한 마음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고즈넉한 공곶이의 아침은 비질 소리와 함께 시작이 됩니다.
노부부가 함께하는 일상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해설) 천하장사와 함께해서 조금은 특별해진 공고지의 일상.
늘은 또 어떤 하루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힘을 내서 얼른 가야 되겠다.
-비파, 껍데기 잘 깎고.
-네, 망고.
-그러니까 꾸며서 가자고.
-(해설) 만기 아우 덕분에 간만에 나들이 계획이 생겼습니다.
-머리에 기름도 바르고. 거기다가 빗을 또.
-(해설) 머리를 빗겨주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참 따뜻합니다.
-빨리 와요.
-네.
-오늘 신혼 첫날밤이라고 생각하고 가면 됩니다.
-(해설) 상악 어머니를 위해 만든 모노레일이 오늘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올라가면서 보는 바다 풍경도 아주 일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공곶이에는 버릴 풍경이 하나도 없네요.
차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하루도 쉬지 않는 밭일 때문에 노부부의 나들이는 항상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만기 아우 덕분에 오래간만에 시내로 나왔네요.
-감사합니다.
-손 잡고 가요.
-(해설) 만기 아우 말에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 잉꼬부부가 따로 없네요.
천천히 시내를 둘러보면서도 꼭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습니다.
-아는 집이에요?
-네.
-그래 이렇게 나와서 구경도 하고.
-이건 얼만데요?
-이거 5000원.
-이게 시원하겠다.
-이거 시원하겠다. 그거 하나. 하나만, 하나만 하지 뭐.
-이거?
-이거는 조금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거, 이게 좀 까슬까슬한 거.
-그래, 어머니 이거.
-팔팔하네.
-예쁜 거 입으세요, 어머니가 마음에 드는 거. 생각하지.
-안녕히 가세요.
-여기, 여기도 들어 가십시다.
-네.
-(해설) 돌이켜보면 그저 꿈 같은 세월. 이 한 장의 사진이 그 오랜 세월을 다 담을 수는 없겠지만
두 분의 매일 매일이 이 사진처럼 행복한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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