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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구조라 해녀 김복순

등록일 : 2020-08-19 15:40:06.0
조회수 : 1452
-(해설) 남해안의 쪽빛 바다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는 곳, 거제도.
그중에서도 자라 목 같은 독특한 지형과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유명한 구조라 마을에 천하장사가 찾아왔습니다.
-(해설) 만기 아우의 추억을 따라 길을 떠나봅니다.
-어머니. 해녀.
-(해설) 오늘도 섬마을 할머니의 집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아침부터 시작하는 힘든 물질에 비해 물질을 나가기 전에 먹는 아침 밥상은 참 소박합니다.
빌라 어머니, 이만하잖아요. 평상은 집 앞에서 먹으면.
이거 다닥다닥, 이거는 60년대 북한에 가서나 볼 듯한 그런 아파트 같은 데 진짜.
-(해설) 빌라에 넓은 마당에 평상이라니,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보니 우리 만기 아우가 깜짝 놀랄 만하네요.
-저는 다 먹었습니다.
-(해설) 복순 씨 마음이 급합니다. 아우님, 밥 빨리 먹고 얼른 복순 씨 따라 일하러 갑시다.
-어머니 어떡해...
-(해설) 복순 씨가 20년간 타온 이 배에 50년 경력의 복순 씨를 포함해 대상군
해녀만 무려 5명이라고 하는데요.
그녀들의 경력만 하더라도 무려 220년이라고 하니 대단합니다.
-(해설) 여섯 해녀와 천하장사를 태운 배가 힘차게 바다를 가르며 나아갑니다.
물질하는 장소는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구조라항과 가까운 양화 앞바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5, 6년.
-여기 어머니가.
-여기 1위지.
-네?
-여기 1위지.
-우리는 가에만 돌고.
-깊은 데 들어가고?
-깊은 데랑 아닌 데 나뉘어 있어.
-어떻게 해?
-파이팅!
-파이팅! 넘어질라. 큰어머니.
-어디? 파이팅!
-(해설) 거침없이 바다로 뛰어든 해녀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물질을 시작합니다.
거제도는 다른 바다보다 수심이 깊고 시야가 흐리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이곳에서 숨을 참아가며 해산물을 캐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베테랑 해녀들, 능숙하게 성게를 찾아냅니다.
잠깐. 뭐라, 뭐라, 뭐라?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내가 제일 비참하다, 이 시간만큼은.
-(해설) 아이고, 만기 아우님. 어머님 따라 물질하러 갈 걸 그랬나요?
한가한 만기 아우님과는 달리 바닷속은 무척이나 분주합니다.
거제 앞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물질을 하는 해녀들.
매일 이렇게 5시간씩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요. 물질 경력만 수십 년에 달하는
베테랑들이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힘에 부쳐 걱정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물질을 하는 걸 보면 앞으로 50년은 끄떡없을 것 같죠?
이렇게 수확이 좋으니 힘든 것도 잊게 되나 봅니다.
지칠 줄도 모르고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나저나 우리 만기 아우, 왜 이렇게 조용한 겁니까?
-언젠가는 이만기 섬마을 물질이라고 내가 해야지.
-네?
-이게 앞이야. 많이 늘어지니까.
-(해설) 우리 아우님, 선장님의 권유로 해녀복을 입어보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물질에 도전해 보는 건가요?
-그러니까.
-네?
-본드로 붙이면 돼.
-괜찮아.
-본드 있는가. 나만 있어, 괜찮아.
-빨리 바릅시다.
-괜찮아.
-(해설) 이래서 물질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네.
-파이팅!
-(해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배에 오르자 선상은 해녀들의 거친 숨소리로 가득 찹니다.
한숨을 돌린 해녀들은 망사리를 정리하며 각자 채취한 해산물을 분류하는데요.
자칭 어복이 많은 천하장사와 함께해서 그런지 수확이 제법 쏠쏠해 보입니다.
-봐, 내 말이 맞죠.
-(해설) 갓 따온 성게 맛이 어떨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그래도 물에 가면 아무 소리 안 나.
-내가 딴 거 내가 먹어도 맛있다.
-맛 좀 봐라. 입에다 넣어.
-감사합니다.
-맛은 있네.
-맛있어.
-입에 넣으면.
-놀라라.
-이거 물으네?
-문어 물어요. 물어, 물어.
-우리 이때까지 문어 잡아도 문어한테 물린 건 처음 본다.
-물어, 뭅니다.
-(함께) 이빨이.
-이빨이 있어요?
-네.
-어릴 때 노래 잘했잖아.
-나는 안 해. 얘 하라고 해, 얘.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잘한데이.
-잘한다.
-예뻐라, 귀엽네. 귀엽습니다, 어머니.
-(해설) 동백꽃 잎에 새겨진 각기 다른 사연을 바다에 묻고 배는 다시 육지로 돌아옵니다.
해풍에 흔들리는 새카만 해녀복에는 오늘도 사연 하나가 쌓였습니다.
바다에서 돌아온 해녀들은 잠시 쉴 틈도 없이 성게 손질 작업에 들어갑니다.
-고급 집으로, 고급 집.
-(해설) 물질만 해도 힘들 텐데 이렇게 또 몇 시간씩 성게 손질 작업을 한다고
하니 이거 천하장사라도 버티기 힘들 것 같네요.
그나저나 우리 만기 아우, 일은 안 하고 자꾸 두리번거리는 걸 보니 입이 근질근질한가 봅니다.
-네, 네. 위에서 그렇게, 여기서 위에서 그렇게.
-됐네, 그렇게, 하나씩.
-깨져버렸네?
-우리 성미도 처음에는 못 했는데.
-내일 잡으러 가야 돼. 금강호 하지 말고.
-(해설) 물질을 마치고 열심히 성게 손질을 하다 보니 점심때가 한참이나 지났습니다.
-때 되면, 안 그래도 때가 됐는데 일 마치고.
-(해설) 이곳은 해녀 대장 둘남 씨가 운영하는 식당인데요.
하루 작업이 끝나면 해녀들은 늘 이곳에 모여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고생한 만기 아우를 위해 갓 잡은 성게로 만든 성게 비빔밥을 대접한다고 하네요.
둘남 씨가 성게 비빔밥을 만드는 동안 복순 씨는 굴 손질에 한창입니다.
-(해설) 이제 슬슬 구조라 해녀 밥상을 구경해볼까요?
싱싱한 각종 해산물, 홍합구이, 매콤한 소라 무침에 고소한 성게 비빔밥까지
구조라 해녀들이 손수 잡은 해산물로 만든 푸짐한 해녀 밥상이 드디어 완성됐습니다.
-소라 무침.
-소라 무침. 성게 비빔밥.
-귀하죠. 맛있지?
-다르지. 다르다고 하면 안 되지, 달라야지. 그 잡는 가격이라든지 까는 과정이라든지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 맛이 없으면 됩니까? 맛이 있어야지.
-6명, 7명 이렇게.
-다른 사람 들어갈 때 억울하죠. 기분 나쁘고, 내가 저기 갔으면 많이 할 건데 이런 생각이 들고.
-여기 미스 박 엄마는 없으면 육지에서 퐁당퐁당 계속 오리발을 들고 이렇게
하는 데 있으면 안 보입니다. 내려갔다, 올라왔다, 내려갔다, 올라왔다.
-그때 없었다고 해 놓고 계속 왔다 갔다 하고. 하긴 물속에서 그게 뭐 보이겠나, 그렇죠?
-있어요, 속에 말이. 언니든 동생들이든 이제 온 막내든 항상
이해를 해주고 내가 성격이 좀 동생들 보다는 편한 성격이 아닙니다.
-사람인지라 때로는 화날 때도 있고 때로는 또 섭섭할 때도 있고 좋은 점만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저쪽 언니는, 김복순 언니는 성격은 솔직히 말해서 지 X 같아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그런데 인정이 많아요.
인정이 많아서 자기가 좀 넉넉하면 있는 거 없는 거 다 갖다줘요.
항상 배에 먹을 것이며 이런 걸 많이 베푸는 성격이 있고 그런 걸 또 감사하게 생각하고.
-건강해야죠.
-(해설) 만기 아우 덕분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힘 안 들었어요. 그런데 내가 오히려 어머니들은 하나 더 잡고 하나 더 해볼 거라고 그렇게
어머니들이 오리발로 발버둥 치는데 나는.
-(해설) 길었던 섬의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갑니다.
그런데 수박을 썰어준다는 만기 아우는 어디 가고 대자로 뻗은 이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쯤 되면 천하장사 타이틀을 내려 놓아야겠습니다. 무슨 솥을 닦아요?
-지치죠?
-닦아야 해 앉아서.
-땟국 많이 나오는데? 이거 때 봐라.
-오케이.
-이것도 국물이 좀 나오는데요. 내가 보기엔 여기다가... 이 봐봐, 끝나고 나면.
-진짜.
-희한하네.
-어머니 이거.
-(해설) 물속에서나 물 밖에서나 복순 씨는 언제나 가족 생각뿐이네요.
이것이 복순 씨가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이유겠죠?
-진짜 뽀얗다.
-(해설) 깨끗해진 솥과 함께 한여름 밤에 추억이 또 하나 쌓여갑니다.
길고 무더운 여름밤에는 역시 야식이 빠질 수 없겠죠. 길고 긴 여름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 안에 복순 씨가 준비한 섬마을 특별 야식.
소라가 맛있는 소리를 내며 익어갑니다. 예쁘장하게 딱.
-소라는요. 이거.
-그렇습니까?
-소라는요?
-내 마음이, 내 자신이.
-모르겠다.
-모든 것을.
-(해설) 제주도에서 부유한 집의 외동딸로 태어나 곱게 자란 복순 씨는 너무 일찍 엄마 곁을 떠나왔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서로 보지 못하고 지냈던 세월은 병이 되어 지금도 복순 씨를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복순 씨는 매일 밤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아마 오늘 밤도 예외는 아니겠죠. 밤이 깊어질수록 그리움도 짙어 갑니다.
화창한 아침, 오늘은 만기 아우가 복순씨를 위해 특별한 나들이 준비했다고 합니다.
-탑시다.
-(해설) 내도는 복순 씨가 구조라에 오기 전 20년 동안 살았던 섬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힘든 기억들을 애써 외면해왔던 복순 씨.
그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 든든한 천하장사가 복순 씨와 함께 내도를 찾았습니다.
-(해설) 복순 씨는 내도에서 남편을 만나 물질로 자식들을 키우며 힘들게 살았다고 하는데요.
엄마를 남겨두고 내도로 왔다는 미안함과 고됐던 시집살이 기억에
가까운 곳인데도 10년째 한 번도 찾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도에 오자마자 복순 씨를 알아보는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는데요.
-(해설) 함께 물질하던 동생을 만나 나누는 옛 얘기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같이...
-(해설) 복순 씨를 따라 20년 전 복순씨가 살았던 내도 집으로 찾아가 봅니다.
이곳에는 또 어떤 추억들이 복순 씨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해설) 훌쩍 커버린 은행나무가 그간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익숙한 그 길의 끝에 20년 전 그 바다가 변함없이 복순 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 죽고.
-(해설) 오랜 시간 복순 씨를 기다려준 은행나무에 어쩐지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아픈 마음에 놓치고 살았던 것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어머니.
-(함께) 파이팅.
-다 날아갔지요?
-네.
-항상 웃고 살아야 합니다.
-(해설) 생각하면 참 힘든 세월이었습니다.
이제 아픈 마음일랑 모두 저 바다에 던져버리고 활짝 웃어봅시다. 굳세어라 복순아.
-오늘 저하고 데이트하기로 했잖아요.가기 전에 내도 들어가기 전에 꽃단장을 해서. 잘 되려나 모르겠다.
-예쁘게 잘해줘야죠. 염색해 본 적 있어요?
-처음입니다.
-처음이에요? 오늘 그러면 머리 망가뜨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다시 다 깎아버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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