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기

섬마을할매 시즌2 - 대장 해녀 고인자

등록일 : 2020-08-20 17:27:32.0
조회수 : 1448
-(해설) 거제도 남쪽 바다에 베테랑 해녀가 살고 있습니다.
-(해설) 겁도 없이 뛰어드는 그녀.
-좋다.
-(해설) 보물을 잔뜩 캐와서는.
-(해설) 해물 밥상 차려냅니다.
-(해설) 바다를 닮은 인자 씨, 지금 만나러 갑니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도. 다대마을은 드넓은 갯벌과 바지락으로 유명한 마을입니다.
바로 여기, 베테랑 해녀 인자 씨가 살고 있다는데요.
-(해설) 물질 가려면 배를 타야 하니 선착장으로 가는 게 정답이죠. 아우님, 센스 만점입니다.
-여기요.
-여기 있습니다.
-어디 있어, 여기 있지 뭐.
-어디, 물질하러 가려고요?
-네.
-모델로.
-제주에서 왔어요?
-소섬, 우도.
-우도에서.
-네, 우도.
-어머니도? 여기도 우도.
-(해설) 날씨가 궂은데, 조심하세요. 스톱. 예쁘다.
-(해설) 물질은 물때가 생명. 일단 입수부터 해야 합니다.
-(해설) 물질은 해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바다가 너른 품을 내어주어야 비로소 뛰어들 수 있죠.
물때가 맞지 않아 쉬고. 바람이 세게 불어 놀고. 파도가 높아 돌아서고.
그래도 바다가 하자는 대로 따르며 살아갑니다.
인자 씨는 수심 10m 정도는 가뿐한 상군 해녀입니다.
숨을 참다가 물 밖으로 나와서야 긴 숨을 토해냅니다.
-소라요?
-(해설) 거제 바다 소라는 쫄깃하기로 유명합니다. 있는 거 그냥 싹 훑어오세요, 훑어서.
-(해설) 오늘은 물질하기에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간간이 높은 파도가 몰려들더니 물속 날씨가 험상궂습니다.
바닷속이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물속이 어두운데요.
하지만 모두 베테랑이라 뿌연 물속에서도 귀신같이 소라를 찾아냅니다.
-(해설) 대장 해녀, 인자 씨가 잠시 쉬러 나왔습니다.
-어두워요?
-네.
-네, 이거는 참멍게고 이거는 돌 멍게.
-돌 멍게, 돌 멍게.
-이게 맛있어.
-맛있어요?
-4시간 할 겁니까?
-네, 알겠습니다.
-(해설) 만기 아우님, 인자 씨 명령 들으셨죠? 다대마을에는 특이한 그물이 있습니다.
바로 석방렴인데요.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서 고기를 잡는 조상님의 지혜가 담긴 전통 어로법입니다.
인자 씨와 백년해로 중인 아버지가 아우님을 도우러 나섰습니다.
-그래요?
-훑어서.
-이렇게 많구나.
-나는 한 마리도 못 잡았어. 저쪽에는 없어요?
-쏨뱅이.
-(해설) 고기를 담은 양동이가 제법 그득합니다. 인자 씨가 왜 석방렴에 다녀오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아버지가 꼭 가야 할 곳이 있다며 아우님을 데리고 다시 바다로 나섭니다.
어제 뿌려놓은 통발을 걷어 올려야 한다는데요. 어째, 날씨가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습니다.
-네.
-네.
-네.
-(해설) 바람 때문에 작업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인데요.
-(해설) 일 잘하는 아우님, 오늘 특별히 조심해야겠어요.
-(해설) 상처가 나도 통발 작업을 미룰 수는 없습니다.
저기 아버지, 빠진다, 빠진다, 저기 빠진다. 구멍 내려가면 안 됩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해설) 장어가 장사 잡는 건가요?
-파도가.
-(해설) 그나저나 어째 올라오는 통발마다 하나같이 텅텅 비었습니다.
이제 아우님이 나설 차례인가요? 어머니한테 야단 맞죠?
-(해설) 그 시각, 인자 씨가 다시 물에 들어갑니다.
변덕 부리는 섬 날씨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급해집니다.
인자 씨, 또 소라를 잡았네요. 아우님도 서둘러요! 용왕신, 아버지 오늘은 많이 잡히게 해 주세요.
아버지 발 조심하세요.
-문어도 한 통에 몇 마리씩 들어가고.
-(해설) 부표에 돌덩이를 매달아 놓아야 떠내려가는 걸 막을 수 있답니다.
한 분, 두 분, 세 분. 다 잡은 거네요? 세상에. 어머니. 어머니가 제일 많이 잡았어.
-(해설) 파도가 제법 높았지만 수확이 좋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습니다. 뭐뭐 있어요?
-전복은 없던가요?
-(해설) 전복 대신 소라가 풍년이네요. 진짜, 어머니.
-(해설) 오늘은 만기 아우님이 한턱 내는 건가요?
55년 베테랑 솜씨를 자랑하는 인자 씨는 서너 시간 동안 소라 30kg 이상을 캤습니다.
-그래도 진짜 제가 역대 우리 해녀 어머니들 물질한 거 중에 최고 많이 잡은 것 같습니다.
바닷속도 알고 어디 가면 뭐가 있고, 어디 가면 뭐가 있고 이런 걸 또.
-대충 알기 때문에.
-네, 대충 알거든요, 그러니까.
-올해 몇이에요?
-76
-76 어머니는?
-67
-67 우리 큰어머니는?
-72
-72 어머니가 제일 많네. 이렇게 둘이 우도, 어머니 둘이는?
-이 사람도 저 부모가 제주 사람이지 제주하고 상관없는 사람들이야.
-여기 이분들은?
-여기 태생입니까?
-네.
-다대?
-네.
-네.
-깨 팔러 갔다고요?
-깨 팔러 갔다니까.
-응?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라고 가버렸는데. 이거 내가 줄게, 돈을.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탕수육하고.
-(해설) 사실 자장면은 다대마을 해녀들이 즐겨 먹는 별미랍니다.
-맛있게 잡수세요.
-감사합니다. 진짜 어머니 그러면 일하고 이렇게 나와서 자장면 한 그릇하면 꿀맛이겠습니다.
-꿀맛이에요.
-네?
-꿀맛.
-(해설) 물때를 맞춰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이렇게 안줏거리가 그냥 생기니 인심도 후합니다.
-많이 드세요.
-이럴 때 먹어야 해.
-맛있다, 이렇게 하세요. 그래야 우리가 많이 팔아. 맛있다.
-진짜 맛있다.
-응?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그렇죠. 이제 잡숴보세요.
-잘 넘어간다.
-맛있습니까?
-진짜로요?
-(해설) 시원하게 돌멍게 소주 원샷. 술은 인자 씨가 마셨는데 안주는 왜 아우님이 먹나요?
-감사합니다, 맛있다고 해서.
-네.
-우리는 그냥 이웃집 식구 있는 사람은 그대로 금방 먹는데.
-(해설) 다대마을 해녀 4인방은 서로 친척 사이인데요. 그러니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어 살겠죠.
먹구름이 더 몰려오기 전에 물질을 마쳐서 다행입니다.
어느새 저녁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거제의 밥상은 또 뭘지.
-네.
-멍게는 따로.
-오징어 물회.
-그런데 된장이 들어간다고요?
-네.
-물회에?
-네, 된장이.
-제주 스타일로?
-(해설) 배, 오이 등 채소에 쫀득한 소라를 듬뿍 넣은 다음 된장을 한 숟가락 정도 넣고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으로 조물조물 버무립니다. 인자 씨 표 소라 물회.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해녀 집하고 이런 데도 어머니. 어머니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없어요.
-이거 뭐야.
-소주.
-응.
-아니야.
-어머니,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나 주려고 소주를 집에 사다 놨다고요?
-세상에. 이거는 내가 볼 때는 뭔가가.
-(해설) 만기 아우님. 우리 인자 씨 말 좀 믿어주세요.
-속고만 살았나.
-이것도 저 주려고요?
-응.
-맥주도 저 주고?
-맥주.
-요구르트도 저 주고?
-응.
-(해설) 저녁상 차리던 인자 씨가 또 명령을 내렸는데요.
-(해설) 윤자 씨네 가서 반찬을 좀 얻어오라는 건데요.
-호박전.
-호박?
-네.
-(해설) 달달하고 고소한 영양 만점 호박전이 노릇노릇 익어갑니다.
어머니한테 얻어 왔다고 할게요. 다른 거는? 이거만 가져가면 됩니까?
-네.
-알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해설) 호박전과 호래기 젓갈이 도착했습니다.
-호박전 이거하고 또.
-이것밖에 안 주던데요.
-이게 물회.
-소라.
-소라. 아까 잡은 거 멍게.
-멍게. 이거는 이렇게 먹고.
-물회?
-네. 물하고 그거밖에 안 넣어요.
-뭐요?
된장하고?
-네. 어떤 맛인지. 똑같은데? 뭐부터 먹어야 하지.
-이거요? 이거 생것도 맛있는데.
-이것도 먹고.
-이렇게요?
-이거에 버무려 먹어도 돼요, 초장에.
-소라 맛있어요?
-(해설) 저녁상에 또 다른 반찬거리는 러브 스토리입니다.
-어떻게 만났어요?
-어머니 진짜 제가 봐도 젊었을 때 되게 예뻤을 것 같아.
-모나리자.
-모나리자.
-무조건 잡아야겠다.
-(해설) 오똑한 콧날에 또렷한 눈매 하며 정말 모나리자 같습니다. 아버지가 한눈에 반할 만하네요.
-데이트 이틀.
-아, 거기서 바로?
-부산에서.
-부모가 돼서...
-지금 자제분들은 다 뭐 하고 있습니까? 따님은?
-대만?
-따님한테 어머니, 전화 한번 해 볼까요?
-바꿔 달래요.
-안녕하세요?
-아빠하고?
-네.
-보자.
-진짜요?
-(해설) 자식 농사 참 잘 지었군요. 하지만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해설) 속상했던 일도 이제는 웃음을 선사하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결혼 47년.
대찬 아내와 다정한 남편은 지금도 백년해로 중입니다.
-매일 한다고요?
-하면 되지, 뭐.
-(해설) 싱싱한 해물 밥상만큼이나 맛있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밤입니다.
날씨가 어제부터 심상치 않더니 바람도 파도도 더 사나워졌습니다.
파도가 더 높이 일기 전에 통발을 거두러 나가기로 했는데요.
-이거 진짜 아버지.
-믿습니까?
-네.
-(해설) 하늘이 캄캄해져 버렸습니다. 이렇게 험한 날씨에 나왔으니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아버지 많이 들어왔을 겁니다. 뭐예요, 아버지?
-(해설) 어라 아우님 반가운 손님이 올라가요. 가라, 가라, 가라. 이거 아버지 무슨 고기예요?
우럭이에요? 크다, 아버지. 이거 봐라, 이거 봐라.
-(해설) 거제도 다대마을 앞바다에 사는 장어는 이렇게 힘이 좋습니다.
-또 있다. 장어 크다.
-(해설) 진짜 크기가 엄청난데요. 그런데 아우님 장어 탈출해요. 장어 나왔다, 장어 나왔다.
-(해설) 위로 솟아오르는 녀석을 능숙하게 잡아채는 아버지.
역시 베테랑이시네요. 확실히 아버지 다르지요?
-(해설) 만기 아우님 어복은 저도 인정합니다. 이제 서둘러 출소하자고요.
오늘같이 험한 날씨에는 물질도 쉽니다. 바다가 준 휴식이지요.
-(해설) 집 뒤쪽 비탈에 밭이 있습니다.
-네.
-줄기를요?
-네.
-(해설) 뙤약볕 따가운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10월이면 고구마를 캘 겁니다.
-네.
-이거를 이렇게 합니까, 어머니?
-네, 네. 이렇게 하면 잘 벗겨지잖아요.
-이렇게.
-(해설) 그래서 미운 정, 고운 정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밭에도 다녀왔는데 아침은 안 먹나요?
-네?
-가져왔네요, 맛있는 거.
-그렇게 넣습니까?
-(해설) 수돗가와 이 아궁이는 아버지가 직접 만든 거랍니다.
-아버지가요?
-아버지가요?
-할 게 없었겠네요.
-(해설) 저기, 저기, 저기 설거지 좀 살살하세요. 아우님 귀에 아버지 목소리 하나도 안 들려요.
-뭘 들어, 들어봐도 그 소리인데.
-들어봐도 그 소리예요?
-응.
-떨기는 뭘 떨어. 풍이 왔냐, 풍이 와서 떨어?
-이게요?
-이게, 이게 위에? 이거를 넣는 겁니까?
-네.
-이 물에?
-(해설) 새콤달콤한 멍게 무침. 짭조름한 간장 고둥 무침에 성게 미역국이 아침상에 오를 모양입니다.
자연산 미역에 영양 만점 성게까지 보양식이 따로 없네요.
소라 조림, 군소 볶음, 성게알, 고구마 줄기 김치까지. 진수성찬입니다. 이게 어머니, 성게알?
-성게. 성게하고 그거 넣어서 한 거. 놔둔 거요?
-소라.
-소라를. 군소.
-고구마 줄기, 아침에 밭에 가서 해온 거.
-김치로.
-멍게 양식?
-해 먹고 나가고? 웃으려고 했다가.
-털었어요?
-광어하고.
-많이 키우니까 컸죠.
-출하를 해라?
-전기가?
-쥐가?
-내가 물질할 테니까. 어디 가서 품팔이 해.
-그러면 쫄딱 망해서 다시 어머니가 물질을 하기 시작한 거네요.
-또 했습니까? 그때는 또 뭐 했는데요.
-시마다이.
-시마다이, 줄돔.
-줄돔.
-올라올 때.
-고기가, 줄돔이.
-병이 난거지. 밑밥을 깔았네, 보니까.
-어머니도 참 그렇게 물질을 독하게 하셨구나.
-(해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인자 씨에게는 거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아니라 가족이 약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거제도 남편은 어진 아버지가 되었고.
그렇게 제주도 해녀는 강한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디저트는 언제 주시나요? 이렇게.
-희한하다. 무슨 그런, 그 풀에서 진액이 나와서 그렇습니까?
-네, 그 우무에서. 이렇게.
-거기다가 콩 갈아서, 어머니. 갈아서 국물 넣고 먹는 거네요.
-(해설) 삶은 콩에 물을 넣고 곱게 갈아서 부어주면 여름철 별미 콩국이 됩니다.
-얼음을 넣고. 소금을 넣어야 간이 맞지, 소금.
-(해설) 금방 만든 콩국. 맛이 어떤가요?
-됐다.
-(해설) 디저트 먹고 슬슬 일어나려는데,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답니다.
-굵은 거요?
-(해설) 보물 품은 갯벌을 호미로 긁기만 하면 싱싱한 바지락이 쏟아집니다.
-(해설) 오늘 저녁 밥상은 갯벌이 해결해 주겠네요.
-다정스럽게 이렇게, 부부가 이렇게 지내는 모습이 얼마나 예뻐요.
-(해설) 오늘 아버님은 인자 씨에게 즐거운 추억을.
인자 씨는 아버님에게 다대마을의 자랑 바지락을 선물하셨네요.
47년을 아웅다웅 살다 보니 어느새 닮아 버린 두 사람. 인자 씨, 늘 오늘처럼 행복하세요.
-땅은 없죠?
-땅, 밭?
-위에 조그만 거 하나 있어요.
-큰 거 없죠? 제주도에 없죠?
-큰 거는 없어요. 아, 제주도.
-집은 그러면 제주 우도.
-교수님은 사모님을 어떻게 만났는데?
-저는 눈이 삐어서 만났죠.
-응?
-눈이 삐어서.
-우리도 눈이 삐었어.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