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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수우도의 작은 거인 소점자

등록일 : 2020-09-08 19:03:11.0
조회수 : 1531
-(해설)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 40여 분을 가면 만날 수 있는 작고 푸른 섬.
이곳은 나무가 많고 소를 닮아 수우도라고 불리는데요.
통영의 수많은 섬들 중 가장 서쪽에 자리한 곳을 천하장사가 찾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네.
-왜 저기 안 있고?
-깨끗하죠? 인정하죠?
-네, 인정합니다.
-막혀서.
-사진보다 미남이네.
-해보세요.
-저기 있잖아요. 소점자.
-소점자. 마침 저기.
-동백섬 민박집에 소점자.
-이장.
-이장님이고, 사모님이고.
-갔다 오세요. 조금 더 있다가 수다 떱시다.
-안 된다.
-빨리 가세요.
-어머니 여기에서 뭐 합니까?
-살이 많이 빠졌어요?
-고맙습니다.
-네, 도랑이었어요.
-옛날에...
-(해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동네 풍경이 만기 아우 마음에 쏙 들었나 봅니다.
오늘 이곳에서 만날 섬마을 할매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아버지! 이름을.
-그런데 어머니 왜 이렇게 섬에서 많이 안 드셨어요?
-위가 약해서 많이 못 먹습니다.
-띠동갑인데요.
-51년, 51년 토끼띠.
-겁도 많죠.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지 말라고.
-스톱, 스톱.
-덩치치고는 많이 겁낸다.
-토끼가.
-그렇구나.
-맞춰왔어?
-맞춰왔어. 그렇죠?
-그렇네요.
-가봅시다.
-(해설) 만기 아우가 큰소리 뻥뻥치는 걸 보니 기대해봐도 되겠죠?
-저 배입니다, 저 배.
-이 배, 성진호.
-성진호입니다.
-멋있는데? 저기 배 오는데 아버지. 배 오는데.
-괜찮습니다.
-멀리 갑니까, 아버지?
-앞에 여기.
-앞에 있습니까? 어머니가 운전 잘하네. 잘 합니다.
-(해설) 만기 아우의 걱정이 무색하게 점자 씨가 운전하는 배는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곳이 점자 씨가 통발을 던져놓은 곳인가 봅니다. 문어! 이거 귀한 거 아닙니까?
-귀한 거 맞아요.
-저게 아버지 뭡니까?
-장깽이라고 하는데.
-(해설) 우리 아우님, 아무리 토끼띠가 겁이 많다지만 이렇게 벌벌 떨다뇨.
오늘도 천하장사의 흑역사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겁 많고 어복 많은 토끼띠 만기 아우와 함께한 점자 씨. 오늘 통발 수확은 어떤가요.
-앞에 부딪힐 뻔했어요.
-(해설) 경력 30년의 베스트 드라이버 점자 씨가 운전하는 배가 미끄러지듯 항구로 들어옵니다.
요즘 수우도 앞바다에 적조가 들어 점자 씨는 걱정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오늘은 수확이 꽤 좋은 편이라고 하니 만기 아우가 어복이 있기는 한가봅니다.
-제일 힘 있네.
-(해설) 물고기를 잡지는 못해도 먹기는 잘하는 천하장사를 위해 평식 씨가 정성스레 회를 뜨고 있네요.
걱정과는 달리 고기가 많이 잡혀 평식 씨 기분이 꽤 좋아 보입니다.
-(해설) 우리 만기 아우 지금까지는 통발로 영 재미를 못 봤는데 오늘은 기대해봐도 될까요?
-바로 정면으로. 저쪽으로, 저쪽으로.
-잡았어요.
-(해설) 수우도 용왕신님, 우리 만기 아우에게 좋은 선물 하나 내려주세요.
-(해설) 해물 잡채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데요.
점자 씨가 제일 자신 있는 요리라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먹음직스러운 해산물에 색이 고운 채소까지 더해지니 이거 맛이 없을 수가 없겠는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돕니다.
-(해설) 수우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선장님 표 밥상.
홍합과 키조개, 싱싱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해물 잡채와 통발로 잡아 올린
생선회로 완성된 먹음직스러운 밥상입니다.
-뭐가 큰상이야.
-홍합, 홍합.
-홍합 먹었어요.
-맛있습니까? 진짜 이런 데는.
-(해설) 해물 잡채에 싱싱한 회라니. 정말 부러운 밥상입니다.
-삼천포?
-딸 셋, 아들 하나?
-왜, 왜요?
-왜 그렇게 고생시켰어요?
-아이고 빨리도...
-(해설) 21살에 결혼해 남편을 따라 섬으로 들어와 자식 넷을 키웠습니다.
쉽지 않은 섬 생활에 적응하느라 엄마를 잘 돌보지 못한 게 어느새 한이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못 다한 사랑을 이제는 가족들에게 쏟으며 열심히 살아가는 점자 씨입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점자 씨가 일을 벌였습니다.
-이거 무슨.
-방마다 지금 또 방 4개가 지금 꽉 차 있는데 그거 다 씻어야 해. 이건 방 1개 것 가지고 온...
-눅눅해서.
-피죤.
-(해설) 천하장사는 천하장사대로 점자 씨는 점자 씨대로 꾹꾹 빨래를 밟아가며
각각 마음속의 얼룩들을 씻어냅니다. 어머니 눈치를.
-원래. 그런데 이렇게 하회탈.
-진짜?
-그러니까.
-(해설) 점자 씨를 반하게 만든 평식 씨의 눈웃음은 천하장사도 반하게 만든 것 같네요.
-하이소!
-(해설) 자근자근 빨래를 밟으면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 보니 한결 가까워진 정자 씨와 만기 아우.
깨끗해진 이불을 보니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것 같죠?
어느 때보다 바빴던 수우도의 하루가 어느덧 저물어갑니다.
-졸여서.
-(해설) 이불 빨래를 하느라 지친 아우를 위해 정자 씨가 특별 보양식, 장어탕을 준비했습니다.
여기에 수우도 특산물인 홍합을 듬뿍 넣은 홍합밥까지 더해지니.
이거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만기 아우는 어복이 아니라 먹을 복이 더 많은 것 같은데요.
드디어 정자 씨의 정성이 가득 담긴 수우도 보양 밥상이 완성됐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건더기 좋아해요.
-잡은 거를 어머니. 문어를 이렇게 해서.
-그렇게 먹으면 된다.
-여름.
-그러니까요.
-여름에는, 여름에는.
-이거는 뭔데요?
-홍합밥이랑 간장...
-맛있네.
-이렇게 비벼서.
-(해설) 오늘 하루 묵묵히 일을 도와준 만기 아우가 고마웠던 정자 씨.
맛있는 밥상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봅니다.
-아버지 뭐 과하게 사셨습니까?
-욕심은 자꾸 과하면 안 될 것 같고.
-어머니 일이 많네.
-내가 일이 많겠습니까, 이 아저씨가 일이 많겠습니까? 내가 일이 많지.
-(해설) 우리 점자 씨, 만기 아우가 제법 편해진 모양입니다.
평소에 하지 않던 투정도 오늘은 슬쩍 부려 봅니다. 우리 나이에는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서. 그럼 이제.
-어머니, 웃은 거 중에.
-(해설) 형식 씨의 사랑한다는 말에 점자 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때론 서운한 말들을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속에 있는 말들을 터놓고 할 수 있는
서로가 있어 두 사람은 외로운 섬에서 힘든 세월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산등성이 너머로 아침 해가 힘차게 떠오릅니다.
밝은 아침 햇살이 잠들어 있던 섬 곳곳을 깨워주는데요.
오늘은 어떤 일들이 만기 아우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해설)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나와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걸 보니 우리
만기 아우, 수우도가 정말 마음에 들긴 들었나 봅니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담벼락 돌멩이 하나하나에 새겨진 마을 사람들의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이렇게 차근차근 수우도의 평화로운 아침 풍경을 눈에 담아 봅니다.
-어머니, 뭐합니까.
-잘 주무셨습니까?
-한 바퀴.
-여기에?
-그래, 보니까.
-아버지.
-(해설) 형식 씨의 질투를 뒤로하고 둘이 길을 나섭니다.
-(해설) 산책을 하러 가자더니 점자 씨가 배를 몰고 나갑니다.
역시 섬마을 선장님은 산책도 스케일이 다르네요.
과연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구경할 데는 해골 바위.
-해골 바위.
-매 바위.
-매 바위.
-고래 바위.
-해골 바위, 배 바위, 배는 무슨 배, 일반 배?
-매 바위, 매, 매, 매.
-매, 매. 매 바위.
-매 바위. 고래 바위.
-고래 바위.
-신선 바위.
-신선 바위. 배 모는 게 힘들지 않아요?
-네, 기계가 전부 다 하는데 내가 뭐 하는 게 있습니까?
-(해설) 점자 씨 말처럼 수우도는 감탄을 자아내는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요.
만기 아우, 오늘도 눈 호강 제대로 하겠습니다. 어느새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자연으로 파도가 치니까 이게 자연으로 옛날부터 이렇게.
-해골같이 생겼는데?
-이쪽이 더 그렇습니다. 이쪽에서 봐도 그렇고 저쪽이 더 유명해요.
멋지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저쪽도 그렇고.
-꼭 사람 해골바가지 같은데.
-그래서 해골 바위입니다.
-(해설) 해골을 닮은 무시무시한 형상의 해골 바위를 지나고 나니 이번에는 작고
귀여운 모양의 섬이 나오는데요. 이 섬의 일환도 궁금해집니다.
-어디?
-여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암벽 코스, 신선 바위.
저 위에서 저기로 여기서 저기로 타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는.
-이런 걸 탄다고요, 암벽을요?
-네, 암벽을 탑니다.
-사람들이?
-네, 여자도 잘 타는데요. 여자, 남자 오면 더 위에서.
-타고 내려간다고.
-타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그래요.
-진짜 기암절벽이다. 바위가 이렇게 생겨야 하는데 아까 저 해골 바위는 저렇게 구멍이 뚫려있지?
-저기 보이는 저 바위가 고래 바위.
-고래같이 생겼네. 머리가 꼭 고래같이 생겼네.
-저기로 가면 고래 입도 있습니다.
-입도 있다고요?
-이 산 자체가 엄청 고래같이 그렇게 생겼습니다.
-(해설) 정말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고래 모습입니다. 점자 씨가 자랑할 만하네요.
-진짜 오늘 보니까 이런 기암절벽들은 또 다른 면을 보고 가네요.
하긴 어머니는 다니면서 구석구석 어머니는 이렇게 쳐다보면 여기가 삶의 터전이고
우리는 구경거리인데. 오늘 진짜 좋은 구경 감사합니다.
-(해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아침 산책을 마치고 산으로 돌아온 만기 아우.
친절한 점자 씨 덕분에 후두의 절경을 제대로 만끽하고 왔네요.
산책하러 다녀온 만기 아우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바다로 향하는 것을 보니 용왕신을 만나러 가는 것 같죠?
바위가 있나 봐. 있다! 있다! 있다! 오늘 죽었어! 앗싸! 두 마리, 두 마리. 한 마리.
-(해설) 아우님 통발에는 과연 다섯 마리가 걸렸을까요?
-저쪽 하나도 없어.
-저쪽에, 저쪽에. 다시 확실히 봐야 해.
-그러니까요.
-없어요?
-네.
-웃지 마!
-그쪽에 한번 거기 봐봐. 아까 세 마리 같은데.
-미끼 아니죠. 맞습니다.
-앗싸!
-앗싸!
-왜냐하면 이거 손톱 두 마디라고 했거든. 충분하잖아요, 어머니. 그렇죠?
-적조가 이거로 오면 바로 죽거든. 일찍 죽은 놈은 색깔이 좀 다르고.
-여기 한 마리 더 있다. 여기, 여기, 여기. 성질은. 눈이 보이나 봐. 한 마리 잡았어.
한 마리도 없네.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해설) 수우도 용왕신이 우리 만기 아우님을 버리지 않았네요.
그런데 만기 아우가 이토록 기뻐하는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죠?
-오늘은 내가 기필코 성공을 해서.
-진짜 들어가면 많이 들어갈 텐데.
-여기 있으면요?
-그럼 내기합니다.
-뭐 하려고 부른 게 아니라.
-섬 안에서?
-이만기 라면 안 먹어봤지.
-(해설) 천하장사가 점자 씨 민박집 맞은편에 있는 가게로 향합니다.
이곳은 할머니 다섯 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구멍가게인데요.
말하자면 수우도의 유일한 마트인 셈이죠.
-(해설) 어디, 천하장사가 어떻게 라면을 끓이는지 구경 한번 해볼까요?
우리 만기 아우님,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김치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김칫국물이 들어가야 합니다.
보통 김치를 넣는데 김칫국물을 부어야 합니다.
-(해설) 드디어 천하장사 표 라면이 완성됐습니다. 그 맛이 정말 궁금해지네요.
-어머니! 라면하고 갑니다. 좀 일어나세요. 네?
-들어갑시다. 오세요.
-그러니까.
-전부 먹으라고.
-어머니, 앉으세요.
-이리로 당겨 오셔야지.
-이름도 다르고.
-드셔보세요.
-젓가락.
-젓가락.
-(해설) 시원한 점자에 앉아 다 같이 먹는 라면 맛은 어떨까요?
-(해설) 평범한 라면인데 왜 그렇게 맛있을까요?
아무래도 천하장사가 끓여준 라면이라 그런 거겠죠?
조용하던 수우도가 천하장사의 라면 하나로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웠는지 모처럼 사람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오늘은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하루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제 갈게, 갈게. 들어가, 들어가.
-네, 잘 가세요.
-어머니, 갑니다.
-(해설) 떠나는 발길이 오늘따라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건 이곳에서 받은 넉넉한 인심 때문이겠죠.
무뚝뚝한 육지 처녀 점자 씨가 오랜 세월 섬에서 살 수 있었던 것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점자 씨는 오늘도 힘차게 바다로 향합니다.
자, 배 출발합니다.
-하여튼 어머니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계세요.
-다음에 올 때 더 맛있는 라면으로.
-역대 수우도가 역대 어머니들, 최고입니다. 수다는. 갑니다. 좀 보내주세요. 내가 도망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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