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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2 - 욕지도 포차할매 선자씨

등록일 : 2020-09-14 16:55:43.0
조회수 : 3459
-(해설) 삼천포항에서 배로 1시간을 달리면 통영에서 제일 큰 섬, 욕지도가 나옵니다.
바로 여기, 오늘의 주인공 할머니가 살고 있는데요. 함께 만나보실까요?
-이제 갑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대로 앉아 계셔.
-누구인지 알아?
-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이만기 씨.
-어머니도 그대로 앉아 계시고.
-올라가면.
-첫 집에 있어요, 돌아가면? 가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수고하세요.
갔다 오겠습니다. 이쪽으로 가는구나.
-(해설) 굽이굽이 해안을 따라가는 이 해안도로는 욕지도의 자랑이랍니다.
근대 어촌 발상지 좌부랑개? 옛날 골목이다. 따닥따닥.
-(해설) 선자 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깐 구경 좀 할까요?
1900년대 전후, 욕지도는 고등어 생산 전진 기지로 유명했습니다.
배가 몰려드니 사람도, 돈도 넘쳐 날마다 불야성을 이루었답니다. 뭐가 있네.
대박. 이거 옛날 사진 같은데.
-(해설) 일제강점기 때 어자원 수탈에 나선 일제는 욕지도에서 고등어를 남획했습니다.
일본으로 반출되고 남은 고등어는 염장했다가 내다 팔았는데요.
그래서 욕지도에는 집집마다 간독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참 골목. 저기 사람들 있구나.
-(해설) 선자 씨네 포장마차가 맞나요?
-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좋은 데 자리잡았네요.
-진짜 명당자리네.
-네,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아버지, 앉으세요. 원래 작게 생겼잖아요.
-그래도 어머니 젊잖아요.
-네, 어장에 가서.
-지금 어머니, 폭염경보 내렸습니다, 여기도.
-(해설) 아우님, 오늘도 고생길이 열렸네요.
-갑시다. 이 배입니까?
-아드님.
-반갑습니다.
-곱게 키운 아드님.
-(해설) 포장마차가 있는 간이 선착장에서 5분만 달리면 바로 선자 씨네 양어장이 있습니다.
-이놈들이 지키는가 보네.
-여기 돔 있다, 돔, 돔.
-참돔.
-참돔, 줄돔도 있고. 많다.
-(해설) 선자 씨네 가족들은 대를 이어 고기를 잡고 기르며 이렇게 바다에 기대 살고 있습니다.
사룟값이 너무.
-사룟값이 많이 들어요?
-네, 사룟값이 많이 들어서.
-(해설) 선자 씨네 큰아들은 욕지도에서 고등어를 제일 잘 키운다고 소문난 전문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어 사료 하나도 정성을 다해 준비하네요.
-(해설) 이제는 먹이통을 옮겨야 하는데 무게가 장난 아니겠는데요? 그리 안 봤더니.
-여기?
-(해설) 모여드는 고등어 떼가 장관이네요.
-계속 줘야 됩니다, 계속.
-네?
-계속 줘야 돼요.
-계속 줘야 돼?
-네.
-(해설) 그런데, 전문가 재석 씨 눈에는 아우님이 영 어설퍼 보이는 모양인데요.
이래 갖고 이게. 팍팍 줘야지.
-뭐든 해 봐야지.
-씨름만 잘하네.
-뭐든지 해 봐야지.
-맞아요.
-(해설) 만기 아우 덕분에 고등어가 무럭무럭 자랄 겁니다.
이번에는 대방어 먹이를 줄 차례라고 하는데요.
-이거는 또 왜 이렇게 비좁아?
-건널목이.
-이리 와 보세요.
-덮어야 될 건데.
-네. 대방어가 원래 고등어...
-(해설) 만기 아우, 펄떡펄떡 뛰는 방어 때문에 흠뻑 젖어 버렸네요.
-(해설)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이제 포장마차로 가져갈 고기를 골라내야 하는데요.
-네.
-(해설) 이거는 그 유명한 고급 어종 참돔 아닙니까?
-열 마리요?
-다섯 마리.
-조금 더 들어가세요, 조금 더.
-잘 안 떠져.
-(해설) 욕지도 명물로 소문난 선자 씨 포장마차에는 매일 아침 재석 씨가 직접
키운 싱싱한 고기가 이렇게 바로 배달된답니다.
-(해설) 고기의 싱싱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수족관 청소는 반드시 해 줘야 한다는데요.
선자 씨, 일꾼이 오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나 봐요.
-옮겨야 되는 거예요?
-저리 가세요. 들어갔다.
-(해설) 오늘은 고등어와 전갱이가 들어갈 수족관을 청소해야 한답니다.
일단 물부터 빼는 게 순서이겠죠?
-진짜.
-의자 이거로 줄까?
-(해설) 아우님, 오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허리 다칠라.
-오늘 몸살 나겠다.
-아버지 감독관.
-여기요?
-어디?
-(해설) 오늘 일 잘하는 만능 일꾼 아우님 덕분에 수족관 바닥까지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으니 다행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젊은 사람보다 낫네.
-네?
-확실히 젊은 사람보다 나아.
-(해설) 이제 아까 잡아놓은 고기를 넣어야 할 차례입니다.
-한 차에 다 올려.
-(해설) 고기 배달을 마치고 재석 씨는 배를 묶어두기 위해 다시 선착장으로 갑니다.
깨끗하게 청소한 수족관에 고기까지 채워놓았으니 선자 씨 마음이 든든하겠습니다.
수족관에 고기를 채워 넣고 선자 씨네 포장마차는 본격적으로 손님맞이에 나섭니다.
-(해설) 어느새 아들 재석 씨까지 합류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포장마차 문을 열 시간입니다.
평생 바다 사나이로 산 아버지가 능숙한 솜씨로 고등어회를 뜨는데요.
고등어가 싱싱해서인지 탱글탱글하고 탄력이 있어 보이네요.
고등어회는 욕지도 토박이 선자 씨네 포장마차가 자랑하는 대표 메뉴입니다.
아우님도 질 수 없죠. 함께 일손을 거듭니다.
-하나 싸 드려요.
-(해설) 선자 씨, 오늘 기분 참 좋아 보이네요.
같은 곳에서 14년째 포장마차를 하고 있으니 제법 단골도 생겼다고 합니다.
아우님, 오늘 일하느라 꽤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에서 꿀잠 주무시네, 그려.
선자 씨 빨리 깨워요. 고등어회 먹어 보자.
-고등어회요?
-일어나서. 피곤하다. 시원한데.
-(해설) 선자 씨가 아침부터 고생한 아우님을 위해 욕지도의 자랑 고등어회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어머님.
-고등어.
-고등어.
-이거를 먹어봐야.
-쫀득쫀득할 겁니다.
-저도 촌 사람, 초장입니다.
-여기 서울 사람, 촌 사람, 도시 사람 이렇게 먹습니다. 맛이.
-그렇죠.
-마늘하고.
-쫀득쫀득하고.
-진짜 탱탱한데요?
-(해설) 일하고 꿀잠 자고 먹는 고등어회. 이보다 더 맛날 수 없겠죠?
역시 선자 씨 손맛이 최고입니다. 혈서. 내 사전에 보증은 없다.
-보증. 보증을 누가 섰어요? 어머님이 섰어요?
-아버지가 섰지.
-아버지가 섰어요, 보증을?
-아버지 어디 있어?
-만나서.
-이때 어떻게 도망을 딱 갔지? 그래서?
-저쪽은 많고?
-어머님. 항아리 요즘 보면 이렇게 항아리가 고등어 해놓으면 새로운 개발, 신메뉴 훨씬 좋겠다.
그러면 어머님 몇 대 몇으로?
-버는 대로
-그렇죠. 항아리 어딨어, 항아리.
-항아리? 집에 저기에 장속에 가봐야지.
-같이 들자. 머리, 머리. 안 다쳤나?
-어디로?
-머리 조심하고.
-어디에?
-저기. 이 수돗가에서.
-여기에?
-한번 일단 우리가 엎어놔서 오래돼서 한번 씻어서 갑시다, 그래도.
-(해설) 오늘 신메뉴 개발하는 건가요? 벌써 해 질 무렵인데요.
-잘 할 수 있는가 모르겠다. 대박 나도록 잘 만드세요.
-잘 만들어 볼게요.
-들어갔다. 구멍 났다. 끌려가, 끌려가.
-나갔습니까?
-금 가면 어떻게 해?
-(해설) 절단 났네요.
-어머님.
-안 깨졌는데.
-이 정도 하면 되겠습니다. 이 정도 하면 되겠다.
-(해설) 선자 씨가 귀한 항아리를 내주셨는데 아우님 솜씨가 영 어설프네요.
이렇게 항아리 아래쪽에 바람구멍을 내고 안에 숯불을 피운 다음 항아리
입구에 고등어를 걸어 숯불로 온도와
연기로 익힌다고 하는데요. -한번 이렇게 하면 몇 마리 구울 수 있어요?
-(해설) 아버지도 아우님의 신메뉴 항아리 고등어구이가 궁금하시죠?
-(해설) 항아리에서 고등어가 익어갈 동안 저녁밥 준비를 하기로 했는데요.
메뉴는 바다 향을 품은 소라와 우럭 매운탕입니다.
선자 씨 부부가 솜씨를 부린 섬마을 밥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그런데 포장마차 대박을 노리는 신메뉴 항아리 고등어구이는 어떻게 돼 가나요?
-한번 보자.
-부드러워서.
-네 마리.
-그러니까.
-떨어져 버렸네.
-부드러워서 떨어져. 약간 탄 내가 나더라.
-뜨거워라. 이거 일단 건져 보고. 이게 왜냐하면.
-맛을 한번 봅시다. 생 거는 먹어도.
-(해설) 일단 메뉴 개발자인 아우님이 먼저 맛을 보는데 과연 제대로 익기는 했을까요?
-한번 먹어보자. 아까 탄내는 나더라.
-먹어보라니까.
-익은 내는 나더라.
-익었죠?
-잠깐만 계셔 보세요. 장사하면 되겠습니까?
-그런데 아버님 진짜 안 타고, 그렇죠?
-이거를 잡숴 보세요.
-(해설) 타지 않아서 더 촉촉한 항아리 고등어구이.
이제 선자 씨네 포장마차 대표 메뉴가 되는 건가요?
욕지도 토박이라 고등어 맛 잘 아는 두 사람 입에 합격했나 봅니다. 어머니한테?
-성질냈다고요?
-그런데 말 놓는다고 지금 싸운다.
-일곱 살?
-맞먹는 거는요?
-모르겠어요?
-(해설) 천상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인 아버지는 아직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버지가요?
-그렇죠?
-다 키웠네요.
-우리 교수님 말씀 잘 듣고 이제 약속합니다.
-알았어요. 남자가. 여보, 사랑해요.
-(해설) 동네 오빠, 동생 사이였다가 부부가 된 두 사람.
좋았던 시간, 힘든 시간 함께하며 거의 반백 년을 살고 있으니 그 세월만으로도 이미 천생연분입니다.
여름밤은 금세 지나가 버리고 부지런한 선자 씨가 아우님을 앞세우고 밭으로 향합니다.
-어디, 이쪽으로요?
-네, 여기, 여기.
-여기로?
-교수님, 이리로.
-여기로?
-밥반찬을?
-손님들도 땡초 좋아하시는 분 있잖아요.
-됐어요?
-조심.
-밭이고.
-이거는 밭입니다.
-박나물하고.
-가지.
-호박도 하고 가지나물도 하고 고추도 하고 그다음에.
-세 가지 정도.
-이 소리가 제일 좋은 소리다.
-절대 없다.
-(해설) 선자 씨 소원 꼭 이루어질 겁니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게 정말 어지간한 정성 없이는 안 되는 일인데요.
선자 씨는 매 끼니 새로운 반찬을 내놓을 정도로 밥상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 시각, 일찍 포장마차로 출발한 아버지가 싱싱한 고등어를 장만합니다.
-(해설) 장만한 고등어를 집에 있는 선자 씨에게 배달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묵은지가. 양념 이제 다 우리가.
-마늘하고.
-(해설) 아우님이 선자 씨에게 도대체 무슨 선물을 하시려나, 저도 궁금한데요.
만기 아우님,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요?
-(해설) 그러니까 포장마차 안에 걸어둘 간판을 직접 만들어서 선물할 생각인가 봅니다.
사실 만기 아우는 10년도 넘게 전각을 해온 실력자라고 합니다.
같은 시각, 선자 씨도 바쁩니다. 오늘 아우 님과 함께 먹을 메뉴는 갓 잡은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
묵은지찜입니다.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지요.
-고춧가루가...
-(해설) 욕지도 고등어와 선자 씨의 손맛이 만나 탄생한 고등어 묵은지찜과
맑은 공기 먹고 자란 신선한 채소로 만든 건강한 섬마을 밥상입니다.
-호박 이파리, 이거는 박, 이거는.
-가지.
-가지. 이거는 아까 고등어 잡아온 거, 묵은지, 된장.
-호박으로, 된장.
-드세요, 배고프다.
-고등어는.
-어머니 이거 저번에 한 거 아닙니까?
-하나 놔서.
-이거는 진짜.
-이것도, 신토불이다.
-집밥, 집밥.
-집밥.
-고등어 이게.
-진짜 손자들이...
-그럴수록 같이 해야지.
-아버지 제가 아까 저쪽에서 세 시간 동안 만든 겁니다.
-진짜 수고했습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 걸고, 여기에 하나 걸어두고. 여기 걸어두면.
-아버지 이게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요?
-이거 기념사진 하나 찍어야겠네.
-찍어야지.
-멋있다.
-진짜네, 색다르고.
-자, 기념사진.
-고맙습니다.
-기념사진.
-기념사진 찍읍시다.
-찍고, 찍고 아버지. 포즈 좀 취해라. 나는 이러고 있는데, 하나, 둘, 셋.
-(해설) 선자 씨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참, 아드님 꼭 장가가세요. 오늘로 섬마을 할매 시즌2가 막을 내리는데요.
아우님이 꼭 해야 할 말이 있답니다.
-아이고 다리야. 그동안 섬마을 우리 어머니들 시즌 열 편을 하면서 많은 분들이 머리에 스쳐지나갑니다.
모든 분들이 열 편을 찍으면서 섬을 떠날 수 없는, 또 이야기와 삶의 터전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또다른 섬의 가치를 느꼈던 그런 열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꼼꼼히 이렇게 쳐다보면 생각이 많이 납니다.
첫 번째로 했던 우리 사량도 윤자 어머니, 정아 어머니, 또 수연이 어머니.
가덕도 우리 니는 가라, 내 삶의 터전은 여기다라고 하는 우리 순열이
어머니부터 시작해서 꽃 한 송이에 행복해하던 소녀 같은 거제도 우리 공곶이 상악 어머니.
또 통영 저도 가니까 넘치는 입담으로 진짜 천하장사를 무너뜨린 저도 장금이 도연 어머니.
참 생각 많이 납니다. 특히 우리 사연도 많고, 정도 많고, 얼굴에 어릴 때부터 수경을 써서
수경테가 선명하게 살아 있는 우리 복순이 어머니. 거제 다대 마을을 호령하던 대장
해녀이자 아버지가 한눈에 진짜 내가 봐도 모나리자는 아닌 것 같았는데 반해버렸다는 우리 고인자 어머니.
죽방렴에서 명품 멸치 잡고 깨소금 냄새 폴폴 풍기면서 사는 우리 인숙이 어머니.
작지만 강한 카리스마, 우리 수우도 선장 점자 어머니. 참, 강인합디다, 이 어머니는.
오늘 만난 욕지도 고등어 포차에서 아버지와 아드님 함께 알콩달콩 살아가는 우리 정선자 어머니.
섬마을 어머니들 만나보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너무 앞으로 보고 싶기도 할 것
같고 또 제가 열 군데 다 다니려고 하면 너무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으니까,
그래도 일년에 열 군데를 찾아다니면서 못다한 이야기 방송을 떠나 꼭 나누는
그런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아무쪼록 어머니, 다음에 저 볼 때까지 건강하고 안녕히 잘 계세요.
-(해설) 아우님도 수고 많이 했습니다. 내년에 꼭 만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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