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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무공해 소녀 할매 김연순

등록일 : 2021-07-13 13:32:17.0
조회수 : 1670
-(해설) 뭍에서 뱃길로 90여 킬로미터. 대한민국 최서남단 끝에 흑산도가 있습니다.
겁도 없이 이곳을 찾은 섬마을 할매의 새 얼굴. 어디 보자. 그분이시구나.
엉덩이를 쭉 뺀 오리궁둥이 타법으로 전 국민의 마음속에 멘털을 휘두르던 해태 타이거즈의 홈런왕.
-그렇죠, 그대로.
-KBO 기록이란 기록은 죄다 갈아엎은 한국 야구계의 레전드.
그가 이제는 삶이라는 그라운드에서 굳세게 홈런 타를 친 섬마을 할매들을 만나기 위해 항해에 나섰습니다.
명불허전, 화끈한 사나이답게 첫 항해부터 쉽지 않은 곳을 택한 김 선수.
-홍어 썹니다.
-삭힌 겁니다.
-삭힌 거.
-익힌 것도 드시고 입맛에 따라서 드십니다.
-그래요? 아주머니, 내가 실은 영산도를 가려고 왔거든요. 영산도 가려면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해요?
-첫 배 들어올 때 있습니다, 첫 배 들어올 때.
-그렇죠.
-그렇구나.
-(해설) 신안 앞바다에 자리한 흑산도에게는 홍도, 대둔도, 만재도,
대물도, 우이도, 상태도 등 숨겨진 자식이 많은데요.
동쪽으로 약 4km 떨어진 지점에 영산도가 있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지척에 있는 영산도는 제일가는 효자인데요.
아름다운 외모와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흑산도의 동쪽 해상을 든든히 수호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 오늘의 주인공 연순 할매가 살고 있는데요.
오늘 중으로 만날 수는 있겠죠? 할매,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나저나 우리 김 선수는 영산도로 넘어갈 방도를 찾았을까요?
-바로 이 배인가? 그래요.
-(해설) 운 좋게 승선 완료. 또 한 번 바다를 건너 섬 속의 섬으로 향합니다.
푸른 바다 위로 우뚝 솟은 산세가 신령스럽다고 해서 이름 붙은 영산.
-(해설)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영산도는 하루에 딱 25명만 출입할 수 있는데요.
이마저도 바다 사정이 좋아야만 가능합니다.
몇 시냐, 여섯 시.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한 시. 다섯 시간 만에 여기 왔네. 마을이 조용하네.
-(해설) 멀리 온 보람이 있는 풍경이죠. 여기 마을 분들이 와 계시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화면에서만 보다가.
-그래요?
-네, 내가 엄청 팬이었는데.
-그래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알고 있습니다.
-오늘요?
-그럼 내가 복이 있는 사람이네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제가 오늘 여기 온 게 그 누구야, 김연순 씨라고.
-저 위쪽에 저 파란 집. 그다음 집입니다.
-저기 보이는 파란 집 너머에.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해설) 22가구, 43명이 옹기종기 살고 있는 작고 아담한 섬.
-(해설) 수수한 풍경이 육지 손님의 눈길을 붙잡습니다. 여기가 화장실이네.
우리 김연순 어머니세요?
-네.
-아이고, 찾기 어려워서.
-이 누추한 데는 왜, 배 타고.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해설) 쉽사리 카메라에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수줍 수줍 낯가림 대마왕.
-나무도 하고.
-나무는... 맛있게 드세요.
-드시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이리 와, 나랑 같이 가야 한다니까. 내 얼굴을 한 번도 직접 안 봤잖아.
-봤어.
-어디를 봤어, 살짝 살짝 봤어요?
-봤어.
-나 5초만 쳐다봐 봐. 다섯 셀 때까지 날 쳐다봐. 하나, 둘, 셋. 또! 셋 했는데 고개 숙여버리네.
-(해설) 하지만.
-(해설) 바다에서만큼은 휙휙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화려한 발재간의 소유자.
바다보다 깊은 연순 할매의 매력 속으로 지금부터 풍덩 빠져봅니다.
-저 혼자 살아요. 혼자 사세요? 괜찮아요?
-그러니까. 여기가 내가 듣기로는.
-전부 최 씨 집성촌.
-사람이 다 여기저기. 문도 다 허물고. 다 최 씨 댁이야.
-주로 여기서는 뭘 해요?
-거시기? 그것이.
-뭐 홍합으로 뭐 한다고 그러셨던 것 같은데.
-홍합이나 미역, 마을에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전부 해초를 그렇게...
-양식 안 해, 자연산.
-자연산. 홍합도 자연산?
-그렇지. 여기는 다 자연산.
-갔어.
-갔다고, 얼마나 따셨어.
-많이 땄어요.
-저기 밑에 물에 있어요.
-저기. 언제 가세요?
-그거 까러.
-감사합니다.
-이제, 이제, 이제 가려고.
-그래요? 그럼 같이 가야 되겠네. 가면서 무슨 이야기 좀 서로 해 가면서. 가죠.
이제 날씨가 갰구먼. 아까는 이 섬에 들어오는데 썰렁하더라고, 그런데.
-날씨가...
-좋네.
-(해설) 이른 새벽. 바다에 나가 따 왔다는 자연산 홍합. 그 귀하신 몸, 구경 좀 해볼까요?
-저쪽으로?
-네.
-가봅시다. 이거구나. 가만있어 봐.
-가만있어 보시오.
-엄청 많이 하셨네.
-가만있어 봐. 놓고. 이쪽으로 가, 이쪽으로 와야 해.
-이거 엄청 무겁네.
-무겁죠.
-이거 어떻게 다, 힘들어서 혼자 하세요?
-하나, 둘.
-지금 여기 걸린 것 같은데?
-같이 올려야 해요.
-많이 무거워?
-무거워. 하나, 둘. 셋.
-하나, 둘.
-둘.
-(함께) 셋.
-이것을 어떻게 다 따서 갖고 오셨대?
-둘, 셋. 됐습니다.
-힘이 나보다 더 좋으신 것 같아. 이렇게 담아놔야겠네. 이렇게 담아.
-그러니까. 그게 지금 이제 가면 이거를 까서 이 털을 벗겨서. 그래서 이제.
-이제 넣어서 칼로. 칼 넣어, 여기다. 그러면 이렇게. 이것도 기술이 있어야 해.
-그러니까.
-(해설) 생김새는 보잘것없어 보여도 속 하나는 옹골차다는 이 녀석.
껍데기를 까서 알맹이만 분리해주면 남부럽지 않은 살림 밑천이 됩니다.
-먹어봐야겠네.
-이제 한번, 이제.
-여기를 깔 때 어디를 딱, 여기 딱 집어넣으면 벌어지는 데가 있어요?
-네.
-어디를 넣어야 해?
-그러니까 여기를, 여기를. 칼로 해야 해, 칼.
-칼 겁나서.
-이거 칼로. 위에, 위에. 위에를 해야 해.
-위에를?
-여기에서 이제.
-그래 놓고 이제 여기서?
-여기서 밑에서.
-밑에서 칼을 이렇게. 난 못 하겠네, 이거.
-못 해요? 손 다칠 것 같아?
-상하고.
-이거, 이거. 이러다가 나 날 새겠네. 나는 이걸 못 하니까.
-자를까?
-어머니가 이거 잘라주면 이놈만, 내가 이놈만 잘라줘도 훨씬 일이.
-그래, 그것만 잘라.
-편하겠네. 홍합이. 나 이거 정말 처음 해보는데 재미있네.
-그거 보세요.
-응?
-그거 보세요, 다 상하네.
-이거 내가 상하게 한 거야?
-응, 상해. 그렇게 하면.
-여기를 자르면 안 된다, 이 말이지?
-아니, 잘라도 이렇게 여기만 똑똑 떼야 해. 여기만 똑똑 이런 식으로.
-이런 건 살을 좀 잘라내면 살을 건드려버리면 이제 금방 죽어버리나?
-그렇지. 이게 생명 줄이야, 생명 줄.
-이놈을 잘 잘라야 이것이 싱싱하게 오래 간다. 그 말이죠?
-네.
-사실은.
-여기 더, 이것이 따뜻한 데 있으면 안 돼, 이거. 이제 그만. 어디로 가야 해.
-어디로 가야 해?
-어디로 가.
-어디 가세요?
-여기서 까야 해요.
-왜?
-그늘에서 까야 해.
-이놈 다 까고 가야지. 거기에서 하자고? 거기, 내가 거기로 갈게. 좀만 있으세요.
이놈만 마저 해버리고. 이것을 날마다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겠구먼.
-그늘에서 해야 해, 그늘에서. 저기 물이 나와, 햇빛 때문에.
-그러니까 그늘진 데로 여기에서 찾아다니는구먼.
-그늘에서 까야 해. 그래서 그렇게 안 하면 그것이 흘러. 조금 더 있으면 아주 하얀 물이 나와.
-여기에서?
-네?
-여기?
-네, 하얀 물이 나와서 안 좋아.
-그럼 못 쓴다, 이 말이지? 할머니, 이거...
-(해설) 중천에 걸린 여름 해가 홍합의 상품성을 떨어뜨릴까 마음이 급해진 연순 씨.
덩달아 김 선수의 손길도 바빠집니다. 부지런히 속도를 높여 봐도 쌓이는 홍합을 처리하기란 역부족인데요.
-옛날에는 많이 갔지.
-그러니까 얼른얼른해야 해.
-(해설) 쉽지 않은 섬의 일과 이렇게 허리 펼 새 없이 가지런히 얻은
수확물은 주로 택배를 이용해 전국으로 팔립니다.
-뭘 해 갖고 와요? 그물에? 들었어?
-많이 잡았어.
-통발에서?
-한번 볼까?
-많이 잡았다. 워메, 망치에다. 잘 낚았네.
-뭐예요, 그거는?
-이거 볼락.
-이게 저기예요.
-노래미.
-노래미.
-노래미도 큰 거 이거.
-이거 봤어요?
-그런데 이거 지금 통발에다 넣으면 잡아서 걷어서 온 거예요?
-아니, 통발이 아니고 그물.
-그물.
-그런데 파는 거는 저기 횟감은 저기에 또 있어요. 살아있는데 저녁에 횟감.
-오늘?
-횟감.
-저기 가거도 등대지기가 한번 오라고 하는데 나는 가거도보다는
여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서 여기가 제일 좋아서 여기에서 안 가고 여기 있어야겠어.
-오리 궁둥이만 내면 돼.
-이렇게?
-오리 궁둥이만 내면 돼.
-그게 얼마나 귀여운 저기였어, 옛날에.
-그러니까.
-딱 나오면, 해서 한번 홈런...
-그게 그때는 타석에서 엉덩이 한 번 딱 흔들면 여성 팬들이 아주 그냥 자지러져. 자지러져버렸더니.
-우습다.
-다 했어요? 없어?
-네.
-다 했네, 그래도.
-다 했어.
-(해설) 서툴고 어리숙해도 함께하니 고단함도 나누기가 됩니다.
-어머니, 이거 남은 놈 삶는다면서. 어디에다 삶아야 해요?
-이거 솥에다 삶아야 하니까 가서 나무 해서 옵시다.
-그러니까. 내가 나무를 해드려야지. 그래야지.
-그러니까 얼른 가서, 여기에 가면 있어.
-여기 가면 나무 있어요?
-네.
-가세요. 천천히 가세요.
-(해설) 일복 터진 우리 김 선수. 이번에는 산으로 향합니다.
-이런 거, 이런 거? 이런 거 긁어?
-네.
-이런 거?
-저 뒤에 뒤뜰에 보니까 가스통 있던데?
-가스통 있어요, 가스 써요.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아끼느라고.
-하는 것이 낫지.
-그렇죠.
-가스 떨어져 버리면 그놈 배 타고 와서 사서 와야 하고. 그래서 이런 거는...
-이런 거는 나무 해 놔야 먹을 때도 삶고 다 데쳐 놓은 저런 홍합도 삶고.
-(해설) 아무리 세상이 발전했다고 해도 섬은 아직 서민이다.
부족한 것도 많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죠. 매일매일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억에 남아?
-그렇죠.
-사실은 털고 갈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왜 어머니는 왜 여기에 미련을 두고 안 가는 거예요?
-나는 여기가 좋아요.
-아, 좋아.
-건강이 안 좋으니까 이 섬에서 사는데 건강해지고 좋아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나는 나만 좋으면 되지.
-그렇지.
-건강하고 하면 그렇게.
-그렇다면 그건 정말 말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집을 외국 다니면서 우리 아저씨가.
-산 거예요?
-지었어요. 사우디도 가고 원양어선도 타고.
-원양어선 타고.
-맨날 그렇게 돈 벌러 가고.
-그렇게 돈 벌어서 보내주면.
-여기다 보내주면 우리 아버님이.
-아버님하고 어머님이 여기 집을 지었구먼.
-그런 데 다니면서 벌어서 고생했던 집이니까, 나도 지금 맨날 칠 먹이고 그렇게 해서.
-그러니까 여기를 못 떠나시는구나.
-그래서 떠나려면 떠나는데 이제 언젠가 가지.
-미운 정, 고운 정, 정이 다 있었겠구먼, 그러니까 못 가지. 고생해서 벌어놓은 집이니까.
-잊어버렸어요?
-모르겠어.
-이제 생각 안 나?
-몰라.
-아니라고.
-어디가.
-가?
-얼른 갑시다.
-알았어. 가서 홍합 얼른 삶읍시다, 이제. 이거 세 번이나 행궜네.
-펄, 펄 있으니까.
-펄, 이거는. 이게 펄이 다 빠지겠어.
-다 빠졌겠어.
-뚜껑 덮어요? 뚜껑 덮어? 저어야 해? 얼마나 삶아야 해?
-이거 물이 너무 많아.
-물이? 이거 덮으세요.
-뭐야, 엄청 부지런하신 것 같은데.
-부지런하면 뭐 해? 고생하지.
-부지런하면 고생이야?
-고생이지.
-원래 다 부지런하라고 하던데 우리 부모들은 나보고 부지런하라고.
도시에서는 그렇잖아요. 부지런해야 산다고 부지런해야.
-그렇지, 옛날부터 그랬어요, 옛날 말이. 게으르면 밥도 못 먹어.
-어머니는 지금 뭐라고 하냐 하면은 부지런하면 뭐 하냐고 고생이나 하지.
-고생이나 하지.
-그 말이 맞네, 재미있네.
-그렇지, 맞지. 어디가?
-이거 뭐 저으려고.
-그거 좀 이따 하지.
-저으려고 저으려고.
-이거 저어? 그냥 나무로 저어볼까, 저거?
-줘 보세요. 넘는다, 넘는다.
-불 세네.
-그렇게 해야 해.
-이거 저으면? 저으면?
-조금만 잡숴 보세요.
-뜨거워.
-잡아 봐.
-어머니, 어머니.
-물렁물렁하게.
-어머니.
-여기 수염이 그냥 떨어지네.
-저기에다가 담아야 해. 퍼야겠다.
-어디에다가?
-여기다.
-맛있네요.
-이제 그거는 물 여기다가 행궈야 해. 민물로 헹궈야 해.바구니, 바구니 놓고. 저 물 또 퍼와야 하는데.
-거기다 퍼주세요.
-다 펐어?
-안 펐어, 푸라고.
-퍼서 해야 해.
-푸라고 지금.
-퍼서, 퍼서. 퍼서 이제 여기다가.
-안 되고 뭘로 풀까?
-이거 들어서 그냥 이리, 저기로. 불이 약해. 하나, 둘.
-조심, 조심.
-여기다 넣지. 이제 까서 해야지. 민물로.
-홍합이 일이 엄청 많네.
-됐어, 됐어. 일거리가 뭐든지 내 손 안 대고...
-(해설) 우여곡절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홍합. 아주 푹 삶아진 것 같죠? 너무 삶은 거 아닌가?
-삶아볼까?
-세 개면 돼요? 물에다가 삶아?
-(해설) 굴등따개는 홍합 껍데기에 붙어 있는 갑각류인데요.
고구마처럼 잔불에 구워 먹으면 웬만한 조개보다 맛있다고 합니다.
-홍합?
-이거 끄트머리 붙어 있는 것이 맛있다고.
-맛있어.
-이게 맛있어, 이게 맛있어?
-이거 맛있어. 여기 있어.
-여기 있잖아.
-이것이 굴등따개라고 해서 지지면 엄청 맛있어.
-그냥 이거 먹어? 뜨거워.
-소주...
-소주 있어요?
-소주 한 병 있을 거야.
-놔두세요, 놔둬, 놔둬. 안 먹어 지금.
-안 먹어?
-아니, 나는.
-이거 까서 드세요, 얼른. 따뜻할 때 맛있어.
-밑에를.
-이거를 이렇게 해서 드세요.
-하나만 드셔보라고 이렇게.
-감사합니다.
-짭짤해. 수염 없네요.
-이거는 빠졌어. 맛있죠?
-쫀득쫀득하네요, 쫀득쫀득해.
-쫀득쫀득하죠.
-조금 줘? 주면 안 돼. 저 사람들은.
-저 강아지가 쪼그려 앉아... 사람도 못 먹는데 어디.
-그런가?
-아니 요즘, 마루하고 맨날 연애하는 것 같아요.
-마루?
-마루 와서 같이 있는 것만 봤어.
-있는 것만?
-내가 인천에서 살 때라 감독님을 내가 거기서 봤는데 이렇게 또.
-엄청나게 좋아했어?
-나는 지금 눈물이 나오려고 해.
-그러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이제 여기서 나가더라도 내가 한 번씩, 전화 한 번씩 내가
드리려고 하니까. 어떻게 잘 사시나, 건강하신가.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 아니에요? 물어보고 사는 것이.
-그렇죠.
-(해설) 섬에서의 반나절이 어느새 애틋한 우정을 만들었습니다.
-네.
-(해설) 저녁 외식을 나간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마을 공동 부엌.
오늘 셰프는 아까 회 대접을 약속했던 영산도 패셔니스타입니다. 그런데 웬 밀가루 반죽일까요?
-그래요? 내가 이거 미는 걸 내가 도와드릴까?
-한번 해보세요.
-그러니까.
-잘하시네, 뭐.
-그렇군요.
-이렇게 해서 이제 썰고.
-그리고 하는 거니까...
-방망이 쓰는 거는.
-4번 타자의 실력이 어디 가겠어?
-(해설) 홍합 칼국수는 영산도 주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별미인데요.
연순 씨가 딴 자연산 홍합에 김 선수와 섬 셰프가 손수 뽑은 생면을 넣고
휘적휘적 저어주기만 하면 완성입니다. 모두가 합심한 결과물이니 맛은 뭐,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기대되는 밥상입니다.
-(해설) 요리사, 뒷집, 객식구 할 것 없이 함께 둘러앉아 한 끼를 나눠봅니다.
-간이 딱 맞아.
-잘했어.
-직접 써셨어.
-어머니 내가 아까 썬 거거든, 이게?
-밀기도 하고.
-밀기도 하고.
-맛있어?
-진짜 맛나요.
-내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은 내가 잘해요.
-(해설) 홍합 칼국수는 에피타이저였던 걸까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음식들이 쏟아져나옵니다. 때깔부터가 다르죠?
-망상어.
-망상어 회.
-맛있겠다.
-이거는 새끼로 낳는데요, 알이 아니라.
-잡숴보세요. 이거를 한번 봐봐요. 이거 어떻게 뜯어먹어야 해? 잘 안 까지더라고 이것이.
-팍 뜯어버려? 그래서 이렇게 해서. 젓가락으로 이렇게.
-이렇게 여기 뒤로해서 이렇게. 내가 여러 섬을 다녀봤어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해설) 오메, 오메 침 넘어가네. 더 바랄 게 없는 영산도 만찬.
인심 좋은 자연이 내어준 선물에 야무진 손맛이 더해져 도시에서는 엄두도 못 낼
게미진 맛이 완성됐습니다. 야무지게 먹어주는 게 값진 밥상에 대한 예의겠죠? 먹고 싶다.
-오늘 오랜만에 갔어요
-오늘.
-안 되지.
-그래도, 그렇지.
-그렇지, 뱃머리를 가도 누가 안 데리고 가고 그러면.
-(해설) 거친 파도와 맞서온 섬 생활.
그저 묵묵히 오늘을 견디다 보니 다들 흰머리 지긋한 나이가 됐습니다.
고단한 삶터였지만 마음 한편 기댈 수 있던 쉼터.
그래서 아직 바다에 나가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단한 삶터였지만 마음 한 편 기댈 수 있던 쉼터.
-위험하니까.
-어쨌든 간에...
-밭도 매고.
-응?
-밭도 얼마나 깨끗이 해놨어요.
-자급자족.
-그런 것도 없어, 없어.
-그러니까.
-없어.
-내가 오늘 무슨 놀이를 하나 가져왔는데 오늘 나랑 한번 재밌게 한번 놀아보실래요?
피곤하면 얘기해요.
-내가 가르쳐 주죠.
-(해설) 육지에서 공수해 온 특별한 게임의 이름은 이름하여 진실의 젠가.
나무 블록 하나를 뽑는 순간, 알 수 없는 질문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눈치 풀가동.
영산도 섬 할매 배 젠가 게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말이에요. 게임을 시작하는데 여기 안에 질문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자기가 이제 뽑아서 나를 주시면 내가 질문을 할 거야.
그러면 거기 답변하시면 돼요. 그런데 순서를 먼저 어머니가 먼저 하세요. 그리고 두 번째...
-이것을 빼라고요?
-자빠진다. 자빠진다.
-잘 빠진다. 내가 로또 복권이 됐어, 예를 들어서.
복권이 당첨되면 동네 사람한테 말을 한다, 안 한다?
-(해설) 아이고, 우리 영산도 주민들 긴장 꽤나 되겠는데요?
과연, 옆집 할매는 어떤 결정을 내리실까요?
-말을 한다.
-동네방네 소문을 내?
-네.
-할머니 돈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동네 사람들이.
-나눠줘 버려.
-10억 받았으면 5000씩.
-5000씩, 5000씩, 5000씩 다 준다고?
-네.
-그러면 여기가 몇 명이야, 30명인데.
-부족해.
-그만큼 나누고 싶다, 이런 말씀이시네?
-네.
-그렇구나. 우리 어머니 한번 뽑아보세요.
-이거 뽑으면 안 돼요?
-그건 괜찮아요.
-잘 뺐네.
-이게 넘어지면 지는 거예요, 이제 그냥. 세상에서 제일로 듣기 싫은 잔소리?
-제일 듣기 싫은 잔소리.
-공부?
-네.
-지금도 학생이에요?
-지금 학생이에요.
-어디?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조리학과.
-조리학과.
-어쩐지.
-매주 일요일, 토요일,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은 꼭 출근을 해야 한다며, 서울까지.
-학교.
-학교에 가야지, 여기부터.
-그렇게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하고 싶어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어머니, 한번 뽑아보세요. 나한테 주시면 내가 이제.저쪽으로 쭉 밀어서 저쪽으로 뽑아 봐.
넘어지면 큰일 나, 나를 줘. 우리 동네 사람 중에서 다 고맙죠?
그중에서 딱 한 사람만 뽑으라고 하면 가장 고마운 사람.
-가장 고마운 사람, 바다 아빠. 바다 아빠.
-항상.
-그래서 가장 고마운 사람은.
-고마워.
-(해설) 우리 바다 아빠는요. 흑산도와 영산도를 오가는 영산호의
선장이자 그물만 던졌다 하면 물고기를 낚는 어신이랍니다.
바다를 호령하는 사나이답게 언제나 섬 할매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있죠잉. 외모도 훈훈합니다.
-잘 뽑았어요.
-잘 뽑았네.
-오라고 해요.
-나 이거 뽑아보려고.
-쓰러지려고 하네. 쓰러지네.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면.
-언제로 가.
-언제로 가고 싶은지.
-그거지.
-인천이요, 야구한 데.
-그랬던 적 있어. 다녔어, 다녔어.
-언제로 가고 싶은지라는 질문인데. 진짜로.
-초창기로, 그때.
-그때가 진짜.
-그래요, 그때로 가고 싶어.
-맞아요, 그게 더군다나.
-그래, 그렇구먼. 이것 중에서, 오늘 질문 중에서 제일로 잘 뽑았다, 생각하는 게 뭐예요?
-바다 아빠?
-진짜 고마워요.
-그러면 바다 아저씨.
-바다 아빠 아저씨. 딱 10초만 하세요.
-그냥 여기서, 그냥 해버려?
-해버려, 여기 보고.
-바다 아빠.
-내가 이렇게 뽑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뽑은 게.
-제가 욕을 제일 많이 하는데.
-안 그래. 딱 맞아, 나는 그런데.
-이렇게, 이렇게 나는 그 이제 나는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딱 뽑으니까.
-아니에요.
-알았어.
-(해설) 웃고 웃으며 끝난 게임 한 판. 더불어 행복했던 밤이 흘러갑니다.
섬에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영 날씨가 좋지 않은데요.
-(해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우리 연순 씨입니다. 올 블랙 패션에서 뭔지 모르게 포스가 느껴지죠?
-(해설)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바다 농사터로 향하는 출근길.
-(해설) 지천에 널려 있는 홍합 밭. 따로 주인이 없으니 먼저 따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해설) 배로 10분 남짓. 이름도 없는 무인도에서 연순 씨가 홀로 작업을 시작합니다.
물 때에 맞춰 딱 2시간. 바지런히 움직임만큼 주머니를 채울 수
있으니 밀려오는 파도를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거 따려면 위험해요. 물이 팍팍 내려가고 하면 그러다가 저기 하면. 연장으로.
-바위가 딱딱하니까.
-안 떨어지니까. 힘들지.
-초등학교 다닐 때만 여기 영산도에 있었고, 그다음에는.
-그러면 둘 다.
-중학교, 고등학교 이런 거는 다 목포에다 집 얻어놓고 다녔지.
-그러면 그놈을 따서. 돈 벌어서 다 그거로 아이들 부쳐줬을 거 아니야.
-다들 그래요, 여기 사람들 누구나 그래요. 섬사람들.
-대단하세요.
-그렇게 결혼식하고, 다 그래요.
-결혼도 시키고?
-네.
-(해설) 묵묵히 캔 홍합이 한때는 딸내미 학비가 되기도, 또 한때는 결혼 자금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손주의 용돈이 되고 있죠.
-(해설) 자연이 허락한 시간을 다 쓰고 나서야 배에 몸을 싣습니다.
몸은 고단해도 그득해진 망태기에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좋네, 이름은. 그렇죠?
-네.
-이거 좋은 거지, 상품이지?
-(해설) 이만하면 오늘도 만선입니다.
-물은 좀 부어서 물로 일단 끓여야겠네. 국물 좀 넉넉하니. 지금부터 끓일 거.
-(해설) 우리 김 손주는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요?
-(해설) 어제부터 아궁이에 불 지피는 재미가 들린 김 선수.
불쏘시개도 놓고 제집마냥 삽까지 들고나와서 불을 지펴봅니다.
어이구, 어이구, 어이구, 얼씨구. 애씁니다, 애써. 방망이 꽤나 흔들어본 솜씨인데요.
오리궁둥이 타법이 여기서 나오네요. 이러다 아궁이 날아가는 거 아니에요?
-눈물이 나.
-옛날 사람, 그 사람 앞에서 울어.
-울어?
-(해설) 열심히 장작을 땐 이유. 바로 매운탕을 끓여 먹기 위해서인데요.
-푹 익어라.
-(해설) 그나저나 이 물고기들은 어디서 난 걸까요?
-(해설) 홍합 작업을 끝내고 바다 아빠와 함께 조업에 나섰던 두 사람.
-이게 뭐냐.
-그렇지?
-예.
-(해설) 바다 아빠가 건져 올린 그물에서 열심히 주워온 물고기들이 아침 밥상 메뉴인데요.
-(해설) 진국 매운탕에 무공해 전까지. 기가 막힙니다. 매운탕은.
-이렇게 맛있게.
-생선 막 잡은 놈으로 해야지.
-맛있지.
-막 잡은 놈에서 국물이 우러나오고 무 같은 게 맛있어요.
-맛있네요.
-아따, 맛있다.
-어머니, 봐봐, 저기. 산꼭대기 봐봐. 기가 막히는데. 언제 밥상을 이런 데도 받아 보겠어요.
-그렇죠, 그러니까.
-어머니는 맨날 여기 앉아서 저걸 보면서 먹겠네.
-관광객들이 오잖아요, 그러면 여기 등산로를 가는데 이리 올라가요. 우리 집에 위로 해서.
-저쪽 능선으로 해서 지나간다?
-그래서 오르고, 저쪽으로 돌아서 이렇게 오다가다가 하면 여기가 좋잖아요, 집이.
-앉아서?
-그러면 여기 앉아서 쉬어서 어머니, 멋있어요, 그러면서 쉬었다 가요.
-귀찮지 않아?
-그렇지 않아요.
-안 귀찮지? 섬 인심이 좋으니까 그래요. 어머니가 사람이 좋아서 그래요.
-내가 뭐든지 주고.
-맞아. 물이라도.
-물이라도 한 잔 주고.
-저.
-고기들도 싸 먹어라.
-딸 둘인데 하나는 부산 살고.
-하나는 목포 살고.
-목포 살고.
-이거 누구요?
-선재.
-선재 딸.
-이거 어디 애들이에요, 부산 아이들?
-이거 작은딸 얘기들이에요.
-부산 애들? 오매 예쁘게 생겼네. 딸네들이 우리 어머니가 방송 나온다고 나 잘하라고 그랬을까.
-회사에서 다 자랑해놨을 거예요.
-지금 자랑하고 있다고?
-우리 집에서 이제.
-한다고?
-한다는 것을 말했을 거예요, 직장에서.
-직장에서. 이제 자식들 어렵게 키웠지만 자식들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겠네요.
-그런 것은 없어요, 지금. 그러면 이제 몸 건강관리만 잘하면 쓰겠네.
-건강하고.
-새끼들 걱정 안 하고 산 것만 해도 얼마나 복이요.
-그러고 이제 딸들이라, 딸이라. 아들 가진 사람들은 아무래도 더 저기 하지만.
-그런데 이제 나는 아들만 둘이라 어쩔까?
-다 크죠. 다 똑같죠.
-그러면 딱 간단하게 누구야, 누구야 건강하게 잘하고 잘 있어라.
그거 한 번만 해줘요. 윤희야, 은희야 너희들 건강하고 올해.
더 바랄 것 같고 건강하면 좋겠어, 사랑해.
-이렇게, 이렇게 한번 해. 이거 최고네.
-(해설) 서른여섯 살의 나이에 혼자가 돼 한평생 바다 일로 자식을 길러낸 연순 씨.
혹한이 지나면 포근한 봄볕이 찾아오듯 거친 나날을 잘 헤쳤으니
이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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