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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악동콤비 신숙자&문옥화

등록일 : 2021-07-20 14:11:32.0
조회수 : 1725
-나는 학림도의 하얀 대문 집에 사는 신숙자.
오곡도에서 태어나서 22살에 여기 학림도에 시집왔다.
내 매력은 눈썹에 있는 복점. 제일 친한 친구는 옆집 사는 문옥화.
-저는 문옥화. 태어나기는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학림도에서 결혼했고.
내 별명은 문상이 별명이고 키는 작아서 아담하다.
-(함께) 우리는 50년 지기 친구다!
-(해설) 통영 달아항에서 뱃길로 10분을 달리면 아름다운 풍경으로 유명한 섬,
학림도가 나옵니다. 바로 그곳에 장난기 많은 악동 콤비, 섬 할매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과연 어떤 일들이 만기 아우를 기다리고 있을지 함께 가보실까요?
-수고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왜 학림도라 이름을 지었을까?
물개를 그려놨구나. 오늘은 또 어떤 섬인가.
-(해설) 오늘 천사 장사가 찾은 학림도는 섬의 모양이 날아가는 새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요.
학림도는 아름다운 이름뿐 아니라 선녀탕, 주상절리 등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고 하죠.
뭐 이리 어머니들이 말씀들이 많으시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누구, 아들?
-손자.
-네.
-10살이요.
-10살. 아저씨 누구인지 알아요?
-네.
-누구인데?
-천하장사 이만기요.
-천하장사 이만기.
-네, 못 봤는데요.
-못 봤지?
-질 것 같아요.
-네가 이긴다고 해라.
-많이 돌지, 뭐.
-많이 돌면 그렇고.
-(해설) 친해지는 데는 산책만 한 게 없겠죠?
섬 곳곳에 노란 꽃들이 가득하고 지붕에도 알록달록하게 섬을 아름답게 꾸며주네요.
참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네요.
-옛날 집이요?
-여기도요?
-이 집도.
-여기 집이 참 많이 살았다, 그렇죠? 보니까.
-(해설) 낮은 담벼락 너머로 고개만 들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이웃들은 다 떠나버리고 빈집에는 이름 모를 풀들만 가득하네요.
하지만 모두가 섬을 떠나가도 여전히 숙자 씨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데요.
-어디, 어디.
-저 집.
-저 집에. 여기가 누구 집입니까?
-문상!
-문상?
-네.
-누구, 일본 사람이에요?
-제주?
-응, 고향이 제주.
-고향에.
-우리 집에 여기 온 지는...
-이 옆에 보이는데 안 친할까.
-이 집 바로 옆이 우리 집이고.
-싸울 일이 있나.
-왜요?
-오세요.
-이래서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챙겨드릴게요.
-이리로 갖다주세요.
-오세요, 방에 앉아서.
-솔직히 인심이 안 좋은 줄 알았더니 인심이 너무 좋네, 어머니.
-옛날에 천하장사 할 때는 이렇게 넙데데해서 인물이 별로였는데 이제 쏙 빠져서 괜찮네.
-뭐요?
-사람 귀한 데 손님이 어디 있어.
-가봅시다.
-(해설) 이곳 새가 가득한 섬인 줄 알았는데 일거리가 가득한 섬이었네요. 그래도 만기 아우, 힘내봅시다.
-어머니도?
-(해설)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니 천하장사가 기분이 아주 좋아졌나 보네요?
만기 아우, 그 기분 그대로 숙자 씨 잘 도와줘야 합니다.
-아드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여기서 그럼 이렇게 어머니가 옛날에 하던 걸 받아서 하네요.
-네. 이거하고 저거하고.
-저거하고.
-(해설) 숙자 씨. 땅 부자, 아니 어장 부자였네요. 갈돔도 도로 가져가고.
-(해설) 양식장에서는 냉동 전어를 갈아서 먹이로 쓴다는데요.
고기가 워낙 많다 보니 한 번에 주는 사료의 양도 무려 1톤이랍니다. 걸고.
-네. 거기로?
-여기.
-(해설) 시작부터 티격태격 심상치가 않네요. 고기가 안 올라와.
-안 올라와요?
-(해설) 육지 손님 만기 아우가 낯설어서 그런가요?
-이제 올라온다.
-이제 올라오네. 이거 장관이네, 장관이네.
-살살 던지니까. 살살 던지니까 올라오네.
-한 번에 많이 던지면, 저기 홱 던져야지. 해, 저쪽.
-저쪽.
-저쪽.
-펴서.
-거기로.
-여기로도.
-시커멓게 올라올 때 줘라.
-많이 먹고 빨리 커라. 빨리 커서 어머니한테 돈 많이 호주머니에 넣어드려라.
-(해설) 우럭들의 식사로 시끌벅적하던 양식장에 또 무슨 일이 생겼나 본데요.
아우님, 뭔데. 또 무슨 일이야?
-와 봐라, 여기.
-자꾸 하지 말라는데 하네.
-여기로 와, 구겨져.
-부서집니다, 어머니 이거. 물었다, 물었다, 물었다! 물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훼방 놓지 마라. 어머니, 훼방 놓지 마.
-좀 살이 쪘네.
-아닌가? 빼지도 않았는데.
-이걸 살살 해봐요. 왔다 갔다하면 물 거야. 물었구먼.
-물었나, 어머니?
-(해설) 바닷속에서도 천하장사 명성이 자자한가 봅니다.
우럭 팬 미팅이제 그만하고 숙자 씨 이야기나 좀 들어봅시다.
-(해설) 가느다란 낚싯줄에 딸려오는 힘들었던 지난 이야기가 만기 아우 가슴에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힘들었던 마음 훌훌 털어버리고 기분 좋게 참돔과 우럭으로 바구니를 가득 채워갑니다.
이제 숙자 씨가 고생한 만기 아우를 위해 특별식을 준비한다고 하는데요?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참돔을 손질합니다.
정성스럽게 살을 발라내고 먹기 좋게 칼집까지 내는 걸 보니 과연 어떤 음식일지 또 궁금해집니다.
-(해설) 들어가는 재료는 영락없이 삼계탕인데 섬마을답게 생선이 들어가네요?
어쨌든 고생한 만기 아우를 위한 보양식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특별한 음식은 특별한 곳에서 먹어야 하겠죠? 바다를 곁에다 두고 푸짐하게 한 상 먹어봅시다.
-그러니까 이제 바다의...
-삼계탕.
-삼계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바다의 삼계탕. 어릴 때 이거 많이 해 드셨어요?
-우리 전에 있을 때.
-겨울, 겨울에 추울 때.
-소를 키우고 돼지를 키워도 돼지고기, 소고기를 한 번도 못 먹는 거랑 똑같은 건가 보네요.
-(해설) 아우님도 숙자 씨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있었네요?
숙자 씨의 온밥에 천하장사의 우럭구이가 더해지니 학림도 한 상이 가득하게 차려졌네요.
그나저나 아우님. 그 맛이 어떤가요?
-나도 한번 먹어보자. 나도 어머니, 치매기가 있나 봐. 깜빡깜빡한다.
맛있는 거 해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미안해.
-나중에 먹는 사람은 없어.
-어머니한테 두 마리는 해 드려야 하는데 한 마리는 정 없다 아닙니까? 따뜻할 때 잡숴보세요.
-맛있어.
-(해설) 담백한 참돔에 쫀득한 우럭이 더해지니 이거야말로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 맞네요.
거기에 좌우로 듬직한 아들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숙자 씨는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습니다.
아드님이 정성스레 가시도 발라주네요.
-그래도 이렇게 살아오시면서 자식들이 보통 보면 또 부모님들이 자식들한테도
이렇게 하고 싶은 말도 다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 이혼했어. 그렇죠?
-맞습니다.
-그렇죠, 편하죠?
-네.
-간섭 안 하니까 편하죠.
-아들이 어머니한테 그러면 좀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해설) 번듯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던 아들이 다시 섬으로 온다고
했을 때 숙자 씨는 무척이나 속이 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든든하다고 하네요.
어머니, 내가 3년째 이거 섬마을 하는데 어머니 같은 사람...
-지독하지?
-여기는 자급자족입니다.
-또 더 하네. 이거 참 희한한 분이네.
-(해설) 숙자 씨 한 명도 벅찬데 아들까지 합세하니 천하장사도 어쩔 도리가 없네요.
-그럴까?
-응.
-어머니, 중심 잘 잡아야 한다. 어머니, 힘 들어가는데?
-(해설) 천천히 나아가는 자전거를 탄 숙자 씨의 얼굴에 그 옛날 섬 소녀의 맑은
미소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에 취해 잠깐
눈을 감으니 바다와 섬과 하늘이 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할머니.
-언제 왔어?
-네, 많이 잡았어요. 한 바구니 잡았어요.
-언제 와서 이렇게 많이 잡았어?
-이렇게 해서 쫙 긁어내면 바깥으로.
-안 파면 20년 다 파도 조개가 나거든요. 다 파먹어도 조개 다 나와요.
-네, 선생님이 다 넣었네요.
-그랬습니까?
-그렇게 금방 넣었네요.
-잘 몰라서 그럽니다. 미안합니다.
-게 잡았어?
-어머니, 나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해설) 아까는 아들이 나서더니 이제는 친구까지 가세해서 천하장사를 못살게 구네요.
입으로 만기 아우를 구박하고 손으로는 열심히 호미질을 했더니 어느새
양동이에 바지락이 한가득 채워졌습니다.
테스트하는 겁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조카를?
-응. 다 사는 세상이 그냥 그러니까. 옛날에는 참 세상이.
-(해설) 두 사람이 지내온 시간이 갯벌에 들어오는 밀물처럼 몰려옵니다.
힘들었던 세월, 남편 걱정에 한 번. 자식 걱정에 또 한 번.
이렇게 또 호미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근심은 사라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사는
행복한 섬 할머니 콤비가 되었습니다.
-너무 친한 친구가 좋아서 내가 노래 한 곡 불러줄게요.
-TV에 나오는 거 보니까, 그렇게 노래하는 거 보니까 잘 부르더라. 어머니 이렇게 해서.
-나 노래 한번 할게. 두 분이 친한 친구이니까. 하나, 둘, 셋, 넷.
-(노래) 친구가 좋다
-좋다.
-우리 손자처럼 이렇게 흔들어야 해.
-친구가 좋다.
-좋다.
-(해설) 초대가수 이만기와 함께한 신나는 갯벌 콘서트. 다음에는 저도 초청해 주세요.
-바지락 다 잡았으니 이제 집에 가서 조금 쉬면 되죠?
-아니야.
-뭘?
-저기 너머에 가서 문어 많이 있으니까, 문어 잡아 와.
-문어? 또 문어 잡아오라고?
-천하장사니까 문어가 힘이 세거든. 우리는 끌려 들어가.
-갔다 올게요.
-많이 잡아 와, 많이 잡아 와.
-알았어, 알았어.
-(해설) 우럭에 바지락에 이제는 문어까지 도전.
여기가 바로 숙자 씨가 알려준 문어잡이 명당인데요.
오늘 만기 아우 어복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그냥 어머니 집에서 있으라고 하면 되지. 뭘 또 문어를 잡아 오라고.
이렇게 해서 문어가 있다? 딱 잡아 당기면 돼. 문어가 있나, 가보자.
전에는 문어를 손으로 막 잡았는데.
-(해설) 아우님, 뭐가 좀 보이나요?
-저거 뭐야? 아니네, 이거 아니네. 이거 다시마 아닌가?
이 맛있는, 여기 미역도 있네, 여기에. 문어가 미역 이런 거 좋아하는 것 같던데.
여기 없나? 미역 있는데 꼭 숨어 있을까 싶은데.
여기 문어 없는가 보다. 문어가 없네. 이거 뭐야. 여기, 여기, 여기. 잡았다, 잡았다. 문어다.
가만히 있어 봐, 안 떨어진다. 안 떨어진다.
-(해설) 저런저런.
-낚시바늘. 낚시바늘. 문 덴데. 집에 가자. 장갑 없나, 장갑. 어디, 어디로.
들어갔다, 들어갔다, 들어갔다. 잡았다! 물 좀 줄게, 물 좀 줄게. 거기 있어라. 또 잡아 올게.
-(해설) 오늘 시작이 좋은데요?
-문어가 어디에 있나? 있다, 있다. 문어다, 문어다. 가만히 있어. 고리가 정확하게 딱 물리네.
어머니한테 큰소리 한번 치게 됐다. 들어가, 들어가, 들어가. 두 마리, 두 마리.
절대 욕심부리지 마라. 내일 또 잡으면 된다.
-(해설) 풍성한 어복 덕분에 오늘 밥값은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갓 잡은 문어를 들고 옥화 씨 집으로 향합니다.
천하장사가 잡은 문어로 과연 오늘 어떤 요리를 할까요?
-(해설) 옥화 씨 표 문어 숙회가 잘 만들어졌습니다.
숙자 씨도 식사 준비가 잘 돼 가나요? 오늘 잡은 바지락 아닙니까? 씨알이 좋은데요?
잔 물결에 흔들거리는 뱃머리 사이로 저녁 노을이 스며들면 어느새 섬마을에 어둠이 찾아옵니다.
-바지락으로 한.
-(함께) 조개.
-칼국수.
-(함께) 칼국수.
-이거는 바지락으로 한 전.
-(함께) 전.
-하나, 둘.
-(함께) 하나, 둘.
-이걸 이렇게 하네.
-하나, 둘, 셋.
-(해설) 섬 할머니들과 아우님의 정성이 듬뿍 더해진 학림도 저녁 밥상 완성이요.
-좀 적다.
-진하게 나네요.
-섭 별로야.
-섭?
-이거는?
-이것도 바지락.
-바지락,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도 좋아하는.
-숙회?
-이거 어머니, 이거 입에 좀 달다.
-(해설) 깨끗한 학림도 앞바다가 아낌없이 내어준 선물에 숙자 씨와
옥화 씨의 손맛이 더해지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겠죠.
오늘 저녁 밥상 위에 웃음꽃 반찬이 더해졌습니다.
-그럼, 안 봤니.
-봤어?
-우리는 땅에서 일했지만 얘는 물속에서 일했잖아. 올라오면 힘이 없어서. 나 잘 안 울어, 그런데.
-맨날 울면서 또 울어.
-맨날 심각하게 하니까, 형님이 왜 자꾸 들먹이는지
나는 절대 그런 생각 안 하려 하는데. 그러니까 눈물이 난다니까 .
-이제 고생됐다, 이제.
-그러면 내가 업어줄까, 어머니?
-작아서, 작아서...
-내가 그러면 한번 업어줄게.
-알겠다.
-그냥 한번 해본 거거든. 천하장사한테 업혔다.
-왜?
-업혀라.
-다리가 천하장사 다리인데 그까짓 거 뭐.
-나 힘 못 줘.
-어머니, 어머니 한번.
-이렇게 무겁겠는데.
-나 무겁다.
-그렇죠.
-내가 10kg 더 있다. 나는 키가 작지, 작으니까는.
-한 짐이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해설) 이 세상에 온갖 보약이 있다지만 오늘 숙자 씨가 옥화 씨에게는
천하장사의 따뜻한 마음이 최고의 보약입니다.
-(해설) 두 친구의 우정같이 따뜻한 아침 해가 학림도 를 비추면 또다시
바쁜 섬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공기 좋다. 넘어져서 자기가 눕고 싶어서 자란 게 아니라.
동네의 산을 이렇게 해서 동네를 다 품었네, 이렇게. 조용한 섬, 학림도네.
-(해설) 만기 아우가 학림도 매력에 흠뻑 빠진 사이 숙자 씨와 옥화 씨는 꽃단장에 여념이 없네요.
어디 데이트라도 가시나요?
-(해설) 오늘 그동안 고생한 숙자 씨와 옥화 씨를 위해 만기 아우가 특별한 외출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타죠?
-그러니까.
-같이 가자.
-감사합니다.
-가자, 가자, 만기 따라가보자.
-가보자.
-(해설) 푸른 바다에 퍼지는 하얀 포말이 두 섬 할머니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데 데리고 왔다.
-아주 좋은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해설) 우리 아우님 너무 기특하네요.
-손을 딱 만들 건데 예쁘게 해야 하거든요.
-거짓말도. 교수님 말 거짓말.
-아니, 아니. 여기 하트도 그리고 희한한 게 있어, 30대 그리는 거.
-안 돼, 안 돼, 안 돼.
-여기 30대.
-그래갖고 오늘 아버지한테 손 딱 내밀어서 이불로 이렇게 들어가라고.
여보 이러지 말고. 손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알았지?
-시키는 대로 해봐.
-보기 좋고.
-연하게.
-(해설) 매일같이 차가운 바닷물과 시커먼 갯벌을 드나들며 거칠어진
숙자 씨와 옥화 씨의 손이 저녁노을처럼 빨갛게 바다 위 반짝이는 윤슬처럼
아름답게 변했습니다. 숙자 씨와 옥화 씨의 손톱같이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펼쳐진 이곳은
통영의 동피랑이라는 곳인데요. 이곳에 만기 아우가 준비한 또 다른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집이 골목길이 있고.
-그렇지.
-올라가는 게 제일 문제라니까.
-그렇지.
-(해설) 어릴 적 뛰어놀던 동무들은 곁에 없지만 지금 숙자 씨 옆에는 옥화 씨가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올라와라.
-하나 넣어 줘, 하나 넣어 줘.
-다 녹는다.
-이거 녹는다, 녹는다.
-이거 어디서 이렇게 가져왔는데 이렇게 새콤하니.
-영감이에요? 어머니 거. 누구요? 아버지 제가 할게요.
-잠깐만요.
-그 줘 봐요.
-뭐 하려고 달라 그러나.
-그래요.
-아버지가 이야기해야지. 어머니 손톱이 여기 어때요?
-30대, 40대.
-아니 40대가 아니라 이게 60대. 이게 어머니 30대. 이게 40대.
-(해설) 푸른 바다색밖에 몰랐던 그녀들의 두 손에 색색들이 예쁜 색깔들이 더해졌습니다.
언젠가는 이 색들도 바래지겠지만 오늘 함께한 이 기억은 더욱 선명해지겠죠?
이걸 가지고 기념으로 어디 한 컷 남겨놔야 안 되겠나?
-한 컷.
-한 컷 남기러 갑시다.
-여기 사진관 있네.
-여기로 가서.
-한 컷.
-나하고 사진 찍기 싫어요?
-아니 찍으려면 같이 찍자. 사진 같이 찍고.
-감사합니다.
-가보자!
-가보자!
-(해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이곳이군요. 일진, 그래 좋다, 일진.
-골목대장.
-학생들만 불량 학생들만 모았다.
-좋네.
-학생 같나.
-그러니까. 그래 이거 어쩌겠나.
-세월은 거스를 수는 없고, 그렇죠?
-액션! 마주 보고. 좋습니다. 활짝 웃고. 좋아요. 좋아요, 됐습니다.
하나둘, 하하하. 하하하, 웃으면서. 그다음에 여기 보고, 좋아요.
-(해설) 연필과 가방 대신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섬과 바다를 오가며
살아온 세월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네요.
그래도 생애 첫 학창 시절을 우리가 함께하니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가요?
숙자 씨, 옥화 씨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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