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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해녀 패밀리 한영희

등록일 : 2021-08-24 16:16:57.0
조회수 : 999
-내 이름은 한영희.  나이는 육십여덟. 우리 집에 나하고 같이 살고 있는 짝꿍 한 사람.
그 다음에 우리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는 언니, 동생 넷.
그래서 저랑 여섯 명이 우리 큰 집에서 복작대고 동고동락하고 그렇게 살고 있어요.
우리 여섯 명이 건강이 허락하는 한은 죽을 때까지 같이 하고 싶습니다.
-(해설) 언제나 흥이 넘치는 다섯 해녀가 사는 섬.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그녀들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가덕도를 만기 아우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만에 또 가덕도를 와보네.
-(해설) 천성이라는 이름처럼 하늘이 만들어 놓은 듯한 천혜의 자연 조건을 자랑하는 천성마을은 예부터
풍부한 해산물과 수려한 풍경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오셨다.
-어서 오이소.
-(함께) 어서 오세요.
-어서 오이소.
-아이고,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앉으이소, 앉으이소.
-식사했어, 식사했어, 식사했어요?
-뭐 이렇게 집에서 다 집에서 안 드시고 갑자기 여기서 식사를 하고 계십니까?
-여기가 집인데 그러면.
-어디 집에서 안 하시고 여기서 여기 마을회관도 아닌데.
-출장.
-네.
-(함께) 네.
-해녀요. 이거 뭐 타이어를 넣어 놨습니까?
-이런 겁니다, 이런 거. 우리 아저씨가 상남자시거든요.
-다 돌려서 다닙니다
-네.
-출장 뷔페도 있는데 뭐.
-여기 가덕도 우리 어머니들 먹는 거는 뭐 맛이 어떤가 한번 보자.
-네, 네.
-여기는 언니.
-이런 분들은 같이 물질하시는 분들.
-제일 큰 언니 그다음에 우리 이제 갑장들.
-아버님하고?
-네.
-(해설) 5인 5색을 자랑하는 다섯 해녀님. 오늘 우리 만기 아우 잘 부탁드립니다.
-영도 정학동이요.
-(함께) 영도.
-영도.
-물에요?
-누가요? 어머니가요?
-제일 순합니다.
-솔직히 얘기하세요.
-대충 넘어갑시다.
-밖에 나가면.
-일하러 간다고요?
-(해설) 희한한 동네에서 희한한 해녀들을 만난 만기 아우네요.
그나저나 만우 씨는 지금 뭘 하는 건가요? 바다에 나간다면서 물통에 물은 왜 받습니까?
-이거요?
-1인 1통도 될 수가 있고.
-물을 이렇게 받는구나.
-받아서, 저쪽에도 하시면 됩니다.
-네.
-나머지는.
-간단한 수발들은.
-전부, 전부 다 내가 다 하죠.
-이거... 아이고야.
-또 그거 한다고.
-뭐요?
-훔쳐 간다고 물, 그렇게 집에서 가져가는 게 말썽 없고 좋지.
-어떤 배입니까?
-저기 저 하얀 배, 하얀 배, 하얀 배. 새 용마산 저기.
-새 용마산.
-뒤로?
-이게 샤워장이에요. 쭉 밀어넣어요.
-(해설) 좁고 힘든 배에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는 해녀들이지만,
만우 씨의 따뜻한 마음에 항상 행복하겠네요.
여기 제가 물하고 싹 갖다놨어요, 준비 싹 다 해놨습니다.
-(해설) 흐린 물때에 걱정이 앞서지만 백전노장의 해녀들을 실은 배는
거침없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갑니다. 푸른 바다와 다섯 해녀가 뭉치면 언제든지 만선이라죠.
-어머니, 많이 잡아 오고. 오늘 조심하시고. 많이 잡으세요. 들어가세요.
잠수. 옳지. 다녀오세요. 들어가세요.
-(해설) 드디어 마지막 주자, 영희 씨 차례입니다. 항상 해오던 일이지만 바다는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지요.
-잘한다.
-(해설) 바닷속은 말 그대로 침묵의 공간입니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바다와 영희 씨의 시간입니다.
오랜 시간 바다와 부대껴 살아 온 해녀들은 느낌으로 바다를 본다지요?
그래서 손을 뻗는 족족 해삼이며 군소, 멍게가 잡혀 듭니다.
하지만 절대로 욕심내지는 않습니다. 참은 숨만큼 얻어가는 것. 그것이 바다와 해녀의 약속이기 때문이지요.
-많이 있습니까?
-(해설) 대단합니다.
-(해설) 커다란 군소만큼 영희 씨의 숨비소리도 거칠어집니다.
-또 들어갑니까?
-(해설) 숨 한 번 미처 다 내뱉지도 못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영희 씨입니다.
그사이 배 위에서는 만우 씨가 만기 아우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달콤한 커피였습니다.
-참.
-그래, 이게 좋다. 경치도 좋고. 그런데 이제 어머니들 일하러 가잖아요, 저렇게.
보통 남자들이 육지 가면 일을 많이 하는데.
-(해설) 까까머리 섬 소년이 귀밑머리 수줍던 섬 소녀를 만나 평생을 약속했습니다.
아름답게 빛나던 청춘은 지나갔지만 두 사람이 간직한 모든 추억은 바다가 기억하고 있을 테죠.
그리고 1번, 네가 나를 사랑하나? 이렇게 해서 1번, 사랑한다. 2번, 사랑 안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그런 식으로.
-그렇게 와서 어떻게 교감이 됐지.
-(해설) 배 위에서 만우 씨와 영희 씨의 러브 스토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바다와 해녀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지고 있네요.
거침없이 물살을 헤치며 멍게에게 한판승을 따내면 약삭빠른 게도 해녀의 손짓 한 번에 꼼짝 못 합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문어에게 항복 선언을 받아내면 오늘 물질도 해녀들의 승리입니다.
물 밖으로 나와 가느다란 숨비소리를 내뱉으면 기다렸다는 듯 만우 씨가
배를 몰고 해녀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묵직한 망태기에 기쁠 만도 하지만 힘들어하는 영희 씨를 보면 마냥
기쁘지는 않습니다. 하나 더. 많이 주웠다.
-(해설) 튼실한 해삼에 빛깔 고운 멍게. 제철 맞은 성게. 거기에 맛 좋은 소라까지.
그야말로 가덕도 종합 선물 세트가 따로 없습니다. 나이가 제일 많다고 했죠?
-나이가 제일 적어요.
-제일 어립니까? 최고다.
-이거는 물면 완전 손가락 떨어지는 거야. 이게 피가 나와야...
-잡지 마, 잡지 마.
-우리도 무서워요, 이거는 피보면.
-손으로 하지 마요.
-잘라.
-참!
-하지 마.
-이렇게 잡으면 돼, 이렇게 잡으면.
-그렇게 잡으면 안 되고 꼭 잡아.
-저 표정 봐라. 교수님 표정 봐라. 교수님 표정 봐라.
-(해설) 바다가 주는 선물에 만기 아우의 웃음 선물까지 더해지니 해녀들의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습니다. 내일도 힘든 물질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오늘은 행복을 한 배 가득 실어 돌아갑니다.
-진짜 너무 많이 잡았습니다. 고생 많이 했고. 그런 뜻에서, 지금 배고프죠?
그럼 배가 고프면 내가 어머니, 좀 부드럽게 드시기 위해서 이만기 표 라면.
내가 라면을 준비했으니까 라면 끓이고 어머니들 손질 좀 하고. 잡아 온 걸 넣을까, 말까?
-넣어야지.
-넣을까요?
-멍게를 까든지 , 성게를 까든지.
-멍게는 어머니, 한 번도 안 까봤어요. 이런 거 알 어떻게 해야 하지?
-하다가 입에 넣지 마세요. 입에 넣지 말라고. 입에 넣으면 안 된다, 그거.
-맛을 봐야. 맛을 봐야지.
-맛을 봐야지. 여기다가 두면 되죠?
-이렇게 딱 해서 이렇게 놔서 살짝 이렇게 떼어내면 살살 떨어져 나오잖아,
이렇게 깨끗하게 떼어야지. 무엇이든지 글도 그렇고 한 번 배울 때 잘 배워야 해.
-그거는.
-어중간하게 배우면 안 돼. 그러고 내려가면 요즘은 스쿠버 다이버들이 물속에 청소라고
이렇게... 성게 먹었지? 성게 먹었네, 보니까 입에 보니까, 입 다시는 거 보니까.
-안, 안 먹었어요.
-내가 까라고 했더니.
-달다, 달아.
-맛있죠, 철이라 맛있어. 다이버들이 거기 청소하는 게 아니고 스쿠버 다이버들이 물건들을
다 잡아가는 거야. 그게 우리가 지금 정부에 그게 불만이야. 왜 스쿠버 다이버들을 면허를 내주나.
해녀들은 면허를 안 내주고. 까라고 했더니 다 혼자 주워 먹고 있네, 앉아서.
-맛보면 언니, 일 못 해, 이거.
-많이 드시면 설사해. 많이 드시면 설사해.
-그거 다 먹어도 됩니다.
-그래야 안 먹을 거 아니야.
-놀라라.
-열심히, 열심히 하는 거지 못 하기 전에.
-(해설) 해녀가 노력하면 바다가 내어줍니다. 그 간단한 이치를 해녀들은 바다에서배웠습니다.
그래서 한없이 넓은 바다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을 똑 닮았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어머니, 이거 넣어도 됩니까?
-아직 안 넣었나? 아까 물 끓일 때 같이 넣어야 하는데. 라면, 만기 라면 맛도 없겠다.
-라면 안 넣었어요.
-그걸 미리 넣어 놔야지. 물이 끓는데 지금 넣으면 어쩝니까? 그거를.
-어머니, 물이 끓어야 넣는 거 아닌가?
-욕 많이 먹어서 배부르시겠다.
-미리 넣어서 해야지.
-그거를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라면 기다리다가 굶어 죽지 우리가. 지금 한 시간이 넘었는데.
-이 바람에 어머니, 지금 라면 끓이기가...
-올바르게 넣고 불 넣고 하든가 하지.
-이거 맛보고 했는데도 지금 라면이 안 되는 걸 어쩝니까? 나보고.
-기술이 없네 보니까.
-주세요, 이리.
-기술이 없어.
-좋은 소리만 하고 이러니까 몰라, 쓴소리도 해야 잘 배워질 텐데.
-지난번에는 내가 밥도 해 주고 그랬는데.
-거기는 어떤 사람인데 밥을 해 줬어. 우리는 라면이고 사람 차별해?
어떤 사람은 밥 먹고 어떤 사람은 죽 먹고.
-내가 못산다.
-이거 봐, 마음이 바빠서 물도 안 끓는데 또 넣는 거 봐.
-한번 끓여 놓고 올리고.
-하도 어머니들이 고함을 지르니까 내가...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천하장사를 어떻게 했어. 그렇게 주눅이 들어서 사람 벌벌 떨어서.
-이것도 안...
-우리 동생 고생하네, 세상에.
-다 됐다. 끝.
-맛있겠다.
-이만기 표 라면. 그런데 왜 이래.
-왜요?
-여기 왜 문어가 한 마리 없어. 문어가 왜 없어.
-벌써 입에 들어갔죠.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더니만. 맛있겠다. 맛있겠다. 꼬들꼬들하니 잘했네.
그리고 또 왼손잡이네, 왼손잡이. 왼손잡이네. 옛날에는 왼손잡이가 잘산다고 그랬어.
조금 남겨 놔, 내 거 다 없겠다. 다 들고 가버리면 아직 사람이 몇이나 있는데.
내가 쌍둥이를 낳은 배여서 많이 먹습니다.
-많이 드신다고?
-우리 집 쌍둥이, 내가 쌍둥이 낳았어.
-매운지 짠지 모르는데.
-맛있겠다.
-안 맵게 안 짜게 했어요.
-네, 하고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맛있어.
-간을 안 짜게 했어요.
-멍게하고...
-국물이 시원하다.
-국물 시원하면 더 잡수세요.
-국물이 시원해.
-담치하고 멍게 넣으니 참 맛있다.
-저도 처음 넣어봤는데 맛있네요.
-우리가 끓이는 것보다 더 맛있네.
-(해설) 어디 라면이 맛있어서 하는 말이겠습니까?
해녀들을 생각하는 천하장사의 마음이 고마워서 하는 말이죠.
라면을 먹고 난 해녀들이 바빠집니다. 아침에 미리 준비해둔 물로 몸에 남겨진
바다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 내다보니 어느새 뭍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네요.
-이제 어머니, 어디 갑니까?
-지금요? 마트 좀 갔다 오려고.
-마트?
-그러면 여기서 어머니, 뭐 사러 가려고 하면 어디까지 나가야 합니까?
-용원에 마트, 큰 마트 가야지.
-용원까지 나갑니까?
여기서 이제 저걸 합니까?
-네.
-네, 네.
-뭐?
-어?
-다이어트에 좋다고. 부드러워요, 고기가. 이게 삼겹살이고, 이게 목살이거든요.
-이거 다 먹어도 돼요?
-다 드세요.
-다 드셔도 돼요. 여기서 식사하시고, 여기다가 버리시면 돼.
-다 먹어서 눈치가 보인다.
-눈치 안 보셔도 돼요.
-가봅시다.
-어머니 뭐, 또.
-오래됐는데.
-꼭지가 싱싱...
-어머니, 내 거 어머니 거가 표가 나. 싱싱하고.
-내 거가 좀 시들었고.
-시들었고. 다 됐어.
-이거 사갈까?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여기, 여기, 김밥, 토스트집.
-여기가.
-여기가?
-네.
맞습니까?
-네. 조용하니.
-김밥집인데?
-안녕하세요?
-누가 아나, 그거를! 누가 아나 그거를.
-그리고 저기 1번.
-언제인데? 6학년 때. 6학년...
-아니다, 아니야, 아니야.
-모른다고?
-그러면 그럼...
-그렇겠지.
-큰일 났네.
-좀 드셔요.
-해 봐요, 또 이야기 또.
-안 할래요, 안 할래요.
-(해설) 가볍게 토스트 한번 먹으러 왔다가 만기 아우가 되려 난감해져 버렸네요?
아무래도 오늘 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만기 아우! 괜찮겠소?
-오붓하니, 데이트 한번 하고.
-(해설) 맛있기로 유명한 가덕도 군소를 가지고 영희 씨가 특별 요리를 선보인다는데요. 어디 지켜봅시다.
-(해설) 여기에 가덕도 해삼도 빠질 수는 없겠죠.
-(해설) 손질한 해삼에 갖은 채소를 더해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면 해삼탕 완성입니다.
-(해설) 오늘 잡은 싱싱한 홍합으로는 또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요?
하얀 구름과 빨간 해가 서산 너머로 쫓기듯 달려가면 힘든 하루를 마무리해 줄 맛있는 저녁 시간이 찾아옵니다.
오늘 바다에서 수확한 해산물로 만든 정성스러운 밥상이네요.
-(함께) 네. 이거... 성게 오늘 들어왔던가.
-이것도 오늘 딴 거.
-먹어보셔, 맛있어. 오늘 다 들어온 거야. 이렇게 먹고 살아야 사람이 사는 거 같은데 그렇죠? 크기 보십시오.
-안 썰었어.
-응?
-안 썰었어. 여기, 여기 찍어 먹어요.
-초장이 아니고 여기 찍어서 먹어봐요.
-간장에, 식초 간장에 딱 찍어 먹으면...
-한 번 더 있다.
-멍게 한 개 딱 나왔다.
-초장은 매끄럽고 맛있지?
-그래.
-이거 다네.
-그거 자연산. 자연산 멍게니까.
-해삼탕.
-해삼탕?
-조금만 주세요. 시원하다. 군소가 이거.이렇게 있더라고요.
-맞습니다.
-물 나오지, 물 나오지.
-그래서 그런데 이거 먹어보니까.
-맛있어요.
-(해설) 군소리 없이 군소를 먹는 만기 아우를 보니 음식이 정말 맛있나 봅니다.
해녀들과 만우 도 그제야 마음 편히 식사를 하는데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오늘 이렇게 보니까요.
-셋이. 같이 앉아도 똑같이 앉았냐. 누구한테, 칭찬.
-집에 가서 생각을 해봐야 하겠다. 그렇지요? 그것도 각시, 각시가 제일 좋다,
그 한마디도 못 합니까? 다시 해보세요!
-다 좋아요.
-그런데 아직 70이 안 됐다 아닙니까? 우리 아저씨도 이 아저씨 나이 때는 이렇게 했습니다.
-그래요?
-내가 너한테 구박했으면 물에 빠져 죽지? 그렇게 해도 물에 안 빠져 죽습니다.
-그나저나 다리 아플 때 편지 준 여자는 누굽니까?
-무슨 다리 아플 때? 여기.
-아니라고 하던데요.
-거기 가서 내가 다리를 다치게 됐어. 그때 내가 저 사람한테 편지했어. 그래 그 와서 어떻게 교감이 됐지.
-내가 편지를 객관식 시험 문제로 해서.
-그거는 6학년 때, 졸업할 때 한 거지.
-6학년 때라고 하는데.
-어느 여자가 다리 다쳤을 때 병원에 입원했는데 찾아왔냐고.
-빨리 생각을 해요, 얼른 돌아가야 해요. 지금 어머니 굉장히.
-우리 다 있는 데서 판단을 한번 해보자.
-오해를 엄청하고 계세요.
-너 안 왔나, 이 오동동에 안 왔나?
-오동동에 내가 뭐하러 갈 거야, 객지는, 그때는.
-남부민동 있을 때인가, 그러면?
-남부민동
-이게 어떻게 되는 겁니까? 포섭 안 됩니다, 아버님.
-안 돼도 괜찮아.
-다리 다쳐서 내가 만난 거는 집에 내가 어디 회사 다니다가 오니까
그때 여름이었는가 다리 깁스 해서 그래서 이 자갈밭에 그때는 이 자갈밭에 앉아 있는 거 내가 봤지.
-일부러 애처롭게 한다고 다리.
-그럼, 그럼, 그럼.
-그때가 몇 살 때고?
-난 모르지, 그때가 몇 살 때인지.
-진짜 어머니하고 아버지하고 딱 두 사람만 놓고 봤을 때 진짜 누가 아깝다?
-내가 아깝지.
-그건 그쪽으로 간다니까요. 여론이, 지금 여론 재판하는데.
-도긴개긴입니다.
-도긴개긴.
-도긴개긴.
-저기는 돼지고 나는 개고 이렇게 해서 도긴개긴.
-둘 다 좋으니까 우리가 여기 와서 이렇게 먹고 자고 한다는 거 아닙니까?
-저도 나이 들어서 어른들한테 배우는 게 있습니다. 저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는구나.
어느 한쪽으로 안 가고 양쪽으로.
-아니, 한쪽 하면 한쪽 눈치 보이니까. 먹고 살려고.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렇게 저렇게.
-여기서 대답 잘 못 하면 배도 못 타고.
-(해설) 사람의 마음은 셈법과 달라서 더해도 늘지 않고 빼도 줄지 않을 때도 있다지요.
하지만 가덕도 다섯 해녀와 만우 씨가 만들어 내는 마음은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커지는 행복인 것 같습니다.
-이제 식사도 많이 하셨고 하니까 수박.
-맛있겠다.
-와! 꿀이네, 꿀!
-(해설) 시원한 밤바다에 수박이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죠.
-이제 어머니, 수박씨 뱉어서 알지요? 이 한 덩어리 딱주면 어머니 그거 딱 들고 수박을 다 먹었다 불어서
후 해서 얼굴에 누가 많이 남느냐. 이거 하면 오늘 상품이 있습니다.
그거 하면 나면 아마 내일 되면 10년은 젊어질 겁니다. 그래서 팀 대 팀. 이 세 친구분하고 우리 자매 팀 나누어서.
-여기 먼저 하고, 씨 먼저 올려놔라.
-다시 잘하세요.
-한 개, 한 개, 한 개! 가, 가, 가만있어라.
-아이고, 웃겨.
-세 개. 한 개 어디 갔나? 두 개, 두 개. 세 개, 세 개, 또. 또, 또, 또.
-아유, 배야.
-어머니, 세 개. 잠깐, 잠깐.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그다음에 여기 총 다섯 개. 준비, 시작!
-어쩜 좋아.
-입김이 없네, 보니.
-아버지가 좀 야비하네. 우리는 후 부는데. 이렇게 이렇게 떨구려고.
-한 개, 한 개. 어머니, 한 개.
-떨어졌다.
-두 개 붙었다.
-그렇게 만들면 됐다.
-한 개, 한 개, 한 개.
-한 개.
-아이고, 배야.
-그러면 5:3으로 졌네.
-오늘의 우승은 자매 팀! 이렇게 해서 한번 또 웃는 거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진 팀이 이긴 팀한테 오이로 얼굴 마사지해 주기.
아버지, 어머니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리해야 지난번에 마산 오동동 편지 사건이 없어집니다.
-(해설) 알록달록 개성 넘치는 다섯 해녀의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벌써 누워 있습니까? 받을 거라고. 크게 누웠네.
-여기 한 개 줘.
-두 분이. 내일 되면 이제 난리 난다. 온 동네 총각들 다 뛰어올 거다.
-그래 하지 마라, 그러면 더 안 해 준다.
-그래 해도 해 줄 거다.
-오이도 잘 붙네 또. 풀로 붙인 것처럼.
-꼭꼭 눌러줘야지. 그래야 즙이 들어가지.
-입을 막아버려야겠네, 말 안 하게. 이 입을 막아버려야지. 참, 나 별스러워서. 다 붙였다.
-(해설) 아마 오늘 밤은 다섯 해녀와 만우 씨에게 잊지 못할 밤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내가 사는 생애 중에서 너무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내가 꼭 연예인이 된 것처럼 따라다니면서 이래도 찍고 저래도 찍고 음식 하는 것도 찍고.
일거수일투족 모든 것을 찍으니까 연예인들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아무리 세상 살면서 힘들고 어려워도 이런 때도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해설) 따뜻한 아침 해가 섬 곳곳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면 그제야 섬도 한껏 기지개를 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양파. 너 혼자 가지 말고.
-양파 곱다, 잘 됐다.
-예뻐라.
-양파가 곱네.
-(해설) 오늘 해녀 군단의 첫 일과는 바다가 아니라 양파밭이네요. 참 부지런들 하십니다.
-우리 물질하는 사람도 다 오는데.
-지금 내 말 했죠?
-시간이 몇 시인데.
-빨간 게 좋은 거죠?
-빨간 게 좋은 거다.
-빨간 게 비싼 겁니다. 진짜로 그렇다니까. 진짜로 똑같은지 안 똑같은지. 양파라도 하나도 안 매워.
-그럼. 맛있지?
-절대 거짓말은 안 합니다.
-응.
-가야 해.
-영감 보러 가야지, 영감 보러.
-참말로.
-(해설)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에 정신없이 웃다 보니 힘든 줄도 모릅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흙과 부대끼고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오늘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주먹밥 만들려고, 도시락.
-주먹밥?
-점심. 몸이 어디서가 안 좋아서.
-그래.
-화병.
-안 그래도 병원에 갔더니 진찰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그런데 그 말 한마디에 병원 다니면서
의사 주사 맞고 약 먹는 것보다 훨씬 나.
-그 말 한마디가요?
-말을 무슨 말을 하냐면.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줘서 안 그럽니까, 이러더라고.
-느껴져.
-(해설) 만우 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영희 씨에게는 최고의 보약이었네요.
-(해설) 오늘 물질을 나가지 못하는 영희 씨가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멸치 주먹밥과 시원한 냉국입니다. 만우 씨와 해녀들이 맛있게 먹고 힘을 내겠죠?
그런 영희 씨의 마음을 아는지 날씨도 무척 화창합니다.
-타세요. 내가 당겨 드릴게. 어머니 또 잘 하시고. 나하고 같이 만들었습니다.
-가서 잘 드세요.
-오늘 못 간다고 해서.
-미안합니다.
-몸이, 몸이 안 좋아서.
-악수.
-그래요, 그래요, 잘 다녀오세요.
-잘 먹겠습니다.
-다음에 또 봅시다.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세요.
-잘 먹겠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네, 많이 잡아올게요.
-(해설) 두 사람의 간절한 바람을 순풍 삼아 해녀 배는 시원하게 나아갑니다.
하지만 영희 씨 없는 오늘 출항이 영 어색하기만 한 만우 씨입니다.
그런 만우 씨를 멀리서 지켜보는 영희 씨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해설) 힘이 들면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고 바다가 말합니다.
하지만 천상 해녀 영희 씨는 내일도 바다로 나오겠죠? 바다에서 제일 행복한 그녀.
영희 씨의 멋진 인생을 응원합니다.
-바람이,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니거든. 오토바이를 타니까.
-감독님 가지 말고 나랑 염전 합시다.
-그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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