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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신의도 대모(大母) 김순자

등록일 : 2021-08-30 17:43:31.0
조회수 : 1132
-(해설)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을 달리면 신안의 섬, 신의도가 나오는데요.
이 머나먼 곳을 야구 레전드가 찾았습니다. 그나저나 찾아봐야 하겠다. 아주머니들 찾아봐야 하겠어.
-저입니다.
-네?
-저입니다.
-본인이세요, 김순자?
-네.
-네, 악수나 한번 하시죠. 저희 남편이 저는 이렇게 일을 보고 안 할 수 없어서 일을 하나.
남편이 일을 줄이라고만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토바이 탄 경력이 몇십 년이 돼서 선생님 무게를 제가 다 조절하고 있어요.
-그래요?
-손에 물을 안 묻혀 봤구나. 나보다도 더 못하는 것 같은데?
-저 위쪽으로, 위쪽으로 밑쪽으로 오지 말고.
-이쪽?
-네, 저기로, 저기.
-네, 내가 지금 열심히 미는데...
-감독님, 이거 해. 이리 올라오셔요. 감독님, 이거 밀어요. 얼른 오세요.
-알았어.
-(해설) 화통하고 솔직한 신의도의 에너자이저. 짠 내 나는 섬 살이를 묵묵히 또
꿋꿋이 헤쳐 온 순자 씨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봅니다. 속도가.
-차가 있어도 섬에서는 오토바이가 편리하시구나, 다니시기가. 이거 저 한번 태워주실 거예요?
-그러죠.
-저기 보니까 어디까지 가야 하는데 나 오토바이 얻어타고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요?
-네.
-저 100kg 넘어가요.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헬멧은 이거 쓰세요.
-그렇지, 그렇지.
-헬멧까지 가지고 왔으니까.
-저를 태워주시려고 아주 딱 준비를 단단히 하셨구나. 이런 거 처음으로, 처음으로 내가. 얼굴이 커서.
-그런데 여기 와셔서 이제 안 가신다고 하지 마십시오. 너무 좋으니까.
-잠깐만요.
-저를 딱 잡으세요.
-이렇게?
-네, 그렇게 잡아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안전하게 하셔요.
-그렇게 너무 불안하게 하지 말고 편하게.
-이렇게?
-네.
-이렇게?
-네, 그렇게 편하게 하세요.
-바람이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니거든? 오토바이를 타니까.
-나는 오토바이를 처음 타봐서.
-오토바이가 좋아요.
-그러니까 좋네. 오토바이가 필요할 정도로 막 일이 많아요?
-그러죠.
-아저씨가?
-네.
-왜, 아파?
-아니, 아픈 게 아니라.
-아프지도 않으신데 안 하셔?
-직장 생활을 꾸준하게 하셨다가.
-그래서 안 해요, 일.
-안 시켜요, 그런데?
-안 시키는 게 아니고 못 시키는구나.
-염전에 와서 소금 기계는 다 봐줘요.
-아니요, 뭐라고 할 수도 없어요.
-뭐라고 안 하시구나.
-(해설) 어째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급격히 떨어진 속도에 푹 처진 뒷바퀴까지. 이 라이딩, 괜찮은 걸까요?
-선생님, 체구가 너무 건강하셔서 몇 킬로그램 정도 나가세요?
-3단을? 무게가 나가요, 몸무게가. 그래서 1단으로 지금 넣어서.
-1단?
-네, 어렵게 올라가고 있어요.
-지금 현재?
-네, 지금.
-기름도 마찬가지죠. 많이 먹죠.
-기름 많이 먹죠?
-네.
-나 아까 처음에 좀 불안했거든?
-그래요?
-지금은 이제 전혀 불안감이 없어. 속도를 내니까 시원하네.
-좋죠?
-좋습니다.
-다 염전이에요.
-그 앞에는 펄이고.
-네, 바다.
-기가 막히다.
-(해설) 슬슬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 마을이에요.
-마을이 색을 저렇게 한꺼번에 같이 똑같이 칠하니까 진짜 예쁘네.
-제 남편이에요.
-그래요? 집은 예쁘게 장만하셨네. 이 진돗개도?
-네.
-안녕, 안녕. 어머니, 나 태우고 오느라고 고생하셨네.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아주 좋았어요.
-그랬어요?
-네.
-이 내부도 한번 보고 싶은데.
-그래요. 갑시다, 들어갑시다.
-우리 사장님, 내부를 한번 알려주세요. 그런데 아버님, 들어오자마자 뭔 사진이 이렇게 많아요.
전부 사진이네요. 수련회도 갔고. 지금 보면 이렇게 한쌍, 이렇게 한쌍, 이렇게 한쌍인데. 사진 찍기 전에.
-사진들이 갖다 놓으니까 참 좋네. 나도 좀 찍어서 갖다 놓아야겠네.
-그런데 너무 일찍 오니까 배가 출출해요.
-그래요?
-지금 때가 밥 먹을 때가 됐어요.
-그러면 또 물려버리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물릴 일은 없어요.
-그래요?
-게한테는 물려도 괜찮아요.
-그래요? 안 잘려, 손가락?
-네.
-알겠습니다. 펄에 있죠, 게가?
-네, 펄에 있죠.
-그럼 한번 가보시죠. 아버님도 같이 가세요?
-네.
-(해설) 싱싱한 점심 찬거리를 찾아 집 앞 바다 텃밭으로 향해봅니다.
-게를 여기서 잡아?
-네.
-기어 다니잖아요.
-저기 다니잖아요, 저기.
-안 잡아봤어도 막 주워 담으면 돼요. 펄에 나온 거 있으니까.
-무조건?
-네.
-저거 게네요.
-네, 이쪽으로. 이렇게 이렇게 들어오세요.
-이렇게?
-여기서 해야 해, 여기. 안 빠져, 안 빠져.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이렇게 많이 들어가 버려요? 이거 어떻게 나가지?
-큰일 났네, 큰일 났어. 둘 다 빠지게 생겼어, 이제.
-뭔 일인데, 이거.
-벗겨져 버려.
-벗겨, 벗어놔 버려요. 벗어놔 버려요.
-펄이...
-(해설) 우리 김 선수, 체면이 말이 아닌데요?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겠죠?
다시 한번 갯벌 마운드에 등판해봅니다. 어깨 좀 펴요!
-또 들어가, 또 들어가. 나만 쏙 들어가는 것 같아.
-그러니까.
-여기 있어요.
-이리 오세요.
-안 되겠다.
-여기서?
-네.
-이거 큰 놈이네.
-응, 앙해.
-이거 잡으면 아프겠네. 달려들려고, 살 물으려고 달려드는 것 봐, 이거. 이렇게 해 봐. 이거, 이거.
-아니, 여기.
-거기에서? 막 이렇게 눌러버리면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여기다가 피난 데는 담배를 여기다 붙여놓으면 안 나는데, 피가 안 나.
-담배를 안 피우니까.
-(해설) 결국 순자 씨 몫이 돼버린 갯일.
-아버님은 오늘 처음 나오신 거예요?
-네.
-안 하고 직장 생활만 하셨어요?
-그렇죠.
-(해설) 입만 산 두 남자를 대신에 일당백 일꾼이 된 순자 씨.
터를 훑는 곳마다 백발백중. 순식간에 손안이 방개로 넘쳐납니다.
-이거 손 문다.
-(해설) 두 남자는 밥값도 못 했네요.
-괜찮아요. 많이 잡았어요.
-많이 잡았네. 많이 잡았어, 많이 잡았어. 이거 봐, 움직이는 것 봐.
이거 가지고 가면 한 끼는 충분하겠네.
-그러니까.
-(해설)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과연 어떤 별미가 탄생할까요?
-(해설) 특별한 양념은 없습니다. 눈대중으로 넣은 간장과 고춧가루에
조물조물 묻혀주기만 하면 완성. 너무 맛있어요.
-(해설) 직접 잡아 왔으니 더 맛있을 수밖에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바다의 보물들이 한 상 가득 차려졌습니다. 지금도 움직여, 이거. 움직이는 거야.
-바로 즉석으로 해서.
-밥상 위에서, 밥상 위에서 이렇게 살아 있는 건 처음 보네요.
-아삭아삭하다.
-맛있어요.
-잘 안 해주지.
-안 해 줘요? 그럼 어머니, 오늘 특별히 해 주신 거예요?
-오늘 감독님 오셨으니까 바다에 갔지. 저도 여기 살아도 바다에를 안 가요.
-이게 지금.
-민어.
-민어. 민어, 이거 보기 힘든 건데.
-배 타고 온 거예요, 이게. 바다 건너, 바다 건너온 거예요. 이게 지금 홍어.
-그럼?
-흑산에서.
-흑산에서. 오리지널 흑산을 먹는 거네.
-(해설) 도시에서는 돈 주고도 사 먹기 힘든 귀한 바다 밥상 앞에 입이 쉴 새가 없습니다.
-맛있다.
-많이 잡수세요. 해 뜰 때까지 잠 못 잤다니까.
-그러셨구나.
-몰라요.
-그러니까.
-한 번도 안 가봤죠, 야구장. 안 데리고 다니셨죠, 아버지가?
-야구 감독이었어요? 야구 선수?
-선수.
-야구 선수.
-선수, 선수 출신이야, 야구 선수였지.
-(해설) 모르면 좀 어떻습니까?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알아가면 되죠.
-담근 거야? 김치. 맛있네. 두 분 처음에 어떻게 만나신 거죠?
-어머니가?
-싫으셨구나.
-첫눈에 반했죠.
-첫눈에? 진짜로?
-(해설) 벌써 39년 전 이야기입니다. 수줍던 청춘은 아내로 엄마로 할매로 영글어지죠.
-그래요?
-피부가 엄청 좋으셔.
-진짜 피부 좋잖아요.
-관리도 안 해 나.
-그럼 그 비결이 뭘까요?
-그 비결은 천일염에서 나오니까 그래요.
-염전 오늘 가서 일 못 하면 나한테 혼나요.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
-그렇지, 그렇게 해야지.
-맞아, 맞아, 나 일은 내가 자신이 없어, 솔직히 이야기해서. 아까 이거 잡을 때도 피만 봤지.
-게 잡을 때?
-그리고 뭐 이렇게 쑥 빠져 버려. 쑥쑥 들어가더니만.
-(해설) 이번에는 밥값을 좀 할 수 있을까요? 순자 씨의 일터로 향해 봅니다. 집에서 십여 분.
오토바이를 타고 작은 고갯길을 하나 넘으면 짠 바람이 코끝을 스치는데요.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의도 소금밭입니다.
-어머니, 이게 전부 어머니 염전이에요?
-네.
-이게 여기서부터 다 이게 지금 넓은 데가 어머니 거구나.
-9000평이에요. 저기에서 저기 끝까지요.
-1단.
-1단, 2단, 3단, 칸이 있어요.
-나는 이미 이제 1단은 갔으니까 슬슬 배고프기 시작하겠네.
-그렇지, 배고프기 시작하지.
-그렇지.
-들어가세요.
-손으로 건져 보세요.
-짜네.
-그러니까. 저거 떠 내려와서 여기가 지금 만들어진 거구먼, 이제.
-만들어졌으니까.
-그렇죠.
-소금이요, 신기하네. 따뜻하다 보니까 다 소금이구먼. 엄청나네, 이거.
-(해설) 바닷물을 씨앗 삼고 햇볕과 바람을 거름 삼아 피어난 소금꽃. 한 아름 거둬들여 볼까요?
-그렇게 쭉 미세요. 쭉 밀어. 그렇게. 쭉 미세요. 쭉 미세요. 쭉 미세요.
쭉 밀고 가세요. 쭉 미세요, 쭉 쭉. 쭉 밀고 가세요.
-(해설) 어째 뒷모습이 처량해 보입니다그려.
-쭉 밀고 가세요. 쭉 미세요. 그렇게 쭉 미세요. 저 산에 있는 데로 가세요.
위로 위로 밑으로 하지 말고. 뒷다리 들고.
-이렇게?
-홱 틀어, 저리, 저리.
-그래 좋아요.
-코드가 나하고 딱 맞네요.
-그래요? 어째 이정도면 잘 밀죠?
-아주 잘 미네요.
-줄 맞춰서.
-(해설) 운동장 크기만 한 곳을 왔다, 갔다. 왔다, 갔다, 그야말로 보통 일이 아닙니다.
-너무 힘들어요?
-그 정도는 아니고 내가.
-어머니 생각하니까.
-그렇지, 그렇지.
-알았어.
-(해설) 우리 순자 씨는 지치지도 않나 봅니다. 벌써 3칸째인데요.
-(해설) 날씨가 끄물끄물한 게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죠?
밀고 또 밀고 부지런히 움직여 봅니다. 아시겠죠? 장화에 물 찼어.
-맞아.
-(해설) 어떻게 그 힘든 시절을 지나왔을까요? 순자 씨의 인생에서 매일 거칠게 일렁였을 소금 파도.
조금씩 헤치며 살아오다 보니 참 많은 걸 이루었습니다.
-저 기계?
-네.
-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허리야.
-네, 저 옆까지도 가요.
-쭉 밀어서 저 끝으로 밀어버리면 돼요?
-네.
-하나, 둘.
-가자, 영차.
-(해설) 염전 일의 마지막 코스는 소금 푸기. 정해진 위치에서 소금을 기계로 내려
주기만 하면 자동으로 저장이 됩니다. 일도 끝났겠다, 이제는 점심에 약속했던 삼겹살 파티를 준비해 볼까요?
김 선수와 섬 할배가 실력 발휘를 해 봅니다.
-바람 때문에 그런가 봐, 바람 때문에.
-(해설) 밥 한번 먹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두 남자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해설) 이왕 붙을 거면 좀 빨리 붙지. 그런데 누가 또 옵니다?
-이장님 오시네요, 감독님.
-이장님 오시네.
-안녕하세요?
-새우예요, 새우.
-새우?
-새우.
-네.
-이장님이 새우 하세요? 새우 잡으신 거예요? 보세요.
-양식장이 있죠.
-그렇구나.
-소금 위에다가?
-네, 네.
-그렇구나.
-나랑 같이 낸 소금.
-감독님하고 낸 소금.
-내가...
-(해설) 그럼 이제 맛있게 구워볼까요? 때깔 좋은 삼겹살부터 수북이 올려줍니다.
-어머니, 소금.
-(해설) 순자 씨의 카리스마에 이장님도 꼼짝 못 하는 거 같죠?
뜀박질로 가져다 둔 소금 덕에 불판에 눈이 펄펄 내립니다.
-익었어요?
-드디어 일도 했겠다. 고기 굽느라 고생했겠다. 새우도 굽고...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감독님, 드세요.
-드셔 보세요. 뜨거.
-(해설) 달디 단 소금구이에 고된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이 재미에 일하는 거겠죠.
-우리 젊었을 때, 젊었을 때.
-네, 친정이 여기.
-부지런해?
-그렇구나.
-네. 조금 하고 안 하지.
-안 해 줘요, 안 해 줘요.
-그렇지, 그렇지.
-우리 이장님이 여기 계시지만. 이장님 내가 알지?
-그려, 그거는 맞아.
-어머니, 도와준다고 막 그러시고 항변하시는데?
-내가 보니까 그 정도면 되지, 얼마나...
-아예?
-협착증이, 협착증.
-아버님 말씀이?
-참말로... 이장님, 이장님이 보시기에는 이 해결책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습니까?
-인부는 없고.
-그거 때문에?
-응, 그거 때문에. 남편들은 조금 쉬었다 하자면 부인들이 뭐라고 하냐면
지금 쉬면 언제 일을 다 하냐,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밤낮으로 그렇게...
-이것이 결론이...
-(해설) 과연, 어떤 명답이 나올까요?
-엄마들이, 어머니들이?
-남자들도 그래.
-남자들도.
-협착증이에요, 다 허리가 아파서.
-이제 내가 보니까 이 오토바이를 3년에 하나씩 바꾼대요.
-그러니까 얼마나 일을 많이 하겠어.
-3년에 한 대씩을, 오토바이 3년에 한 대씩을 바꾼다는 거예요.
-저거요? 3년 됐어요.
-이제 올해 바꿔야겠구먼.
-하나 살래요.
-벗겨졌어요.
-그렇지요.
-내가 결론 내릴게요.
-해 봐요.
-그렇죠, 그렇죠.
-방법은 줄이는 방법밖에 없어.
-한도 끝도 없죠.
-네, 그래요.
-네, 그래요.
-동네방네 알리고, 뽀뽀한다고.
-박수, 박수, 박수.
-(해설) 건강해야 행복도 지킬 수 있는 겁니다. 순자 씨 아셨죠?
-제가 원래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가 염전을 했어요.
이 염전만 오면 재밌어요. 그러나 줄여야지요, 물려주고 결론은 내가 이렇게 내릴래요.
-(해설) 새로운 다짐과 함께 다시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머니 이게 뭐예요, 나 지금 이런 옷은 처음 입어봐. 이거 왜 나를 입히고. 이장님 여기 계시네요?
-그물?
-그물 펴서 둥그렇게.
-어떻게 해야 해 내가 도와드릴게. 어떻게 도와드려요.
-이장님 아버님이?
-이거 잡아, 이거 잡아.
-어디를 잡아 여기를 잡아? 이거 잡아. 이렇게, 잡아서.
-갖고 따라가셔.
-(해설) 달랑 그물 하나 들고 거침없이 바다로 직진합니다.
-조금 더. 나 이렇게 잡고만 있으면 돼? 나는 여기 가슴 넘어가면 무서워서
못 들어가 수영도 못 하니까. 나는 여기 딱 잡고 있어요?
-저기 있으세요.
-(해설) 후리질이라 불리는 이 어업은 대형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건데요, 네 사람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됐어요, 이장님 오케이. 그물이 겁나게 무거워서 움직이질 않네.
-고기 들었어, 감독님?
-안 보여?
-잡았어!
-저기.
-잡았어!
-그래도, 뭐야 이거 세꼬시 나오네.
-세꼬시야 다 세꼬시.
-세꼬시 나와. 어머니 장어 잡혔네.
-잡혔어.
-움직이는 거 봐라 이거. 다 도망간다, 작은 게.
-가득 차요?
-가득 차지.
-그러면 이놈이라도 다행이네.
-이렇게 해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그냥 이런 체험을 다 해보고.
-갑시다.
-네, 가져갑니다.
-(해설) 양손 든든히 집으로 향합니다. 자급자족해서 얻은 바다 보물들 그 맛 좀 봐야겠죠?
-빨아요, 빨아.
-(해설) 이 소금 하나면 못할 요리가 없습니다.
장어 몸속 구석구석 남겨진 갯내음을 없애는데도 특효약이죠.
-그러네 아까 하고 확실히 핏물이 싹 빠졌네요.
-한 번 더 할까요?
-네?
-한 번 더 할까요?
-한 번 더 해도 좋지.
-장어를 한번 살짝 참기름에 볶습니다.
-왜 볶아요?
-(해설) 여기에 채소와 육수를 넣고 팔팔 끓여주기만 하면 아침 명작이 탄생하죠.
그 시각 뒤뜰에서 심부름 중인 김 선수. 저 안에서 닭이 쑥 나오는구먼. 수박 있다, 수박 있어. 수박.
이놈 하나 따고 가자. 옥수수에 고추에 닭장에 포도에 개 사료까지 줘야죠. 호박에 수박에 아이고, 대단하시네.
-(해설) 그만 중얼거리고 얼른 밥 먹으러 갑시다.
-차도 운행해주시고. 드시죠, 어머니.
-진짜 쏙 들었어요?
-네, 아주.
-좀 드세요.
-네. 맛있다.
-(해설) 서로를 향한 말끝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두 사람.
-네.
-수박 찾는다고 닭장 들어가서 닭이 이만해. 닭 한 마리 산 채로 잡아줄게 가지고 가세요.
-산 채로?
-네.
-묶어서?
-자식들한테 바라는 것도 있을 것이고, 남편한테 바라는 것이 또 있을 것이고
며느리들한테도 바라는 것이 있을 것이야.
-그래요?
-여러 가지 바라는 점이 있을 거야.
-부럽지.
-아들, 아들들이.
-네.
-눈치 보이죠?
-네.
-눈치가 보이니까 며느리한테 그 말 했다가 눈 밖에 나면 큰일 나게요?
-그러니까.
-말 못 하죠.
-못해요.
-보면 어쩌나.
-내 심정만 얘기한 거니까요, 괜찮겠죠?
-그러니까 맞아요.
-그래요? 나를 위해서 이제 좀 살아봐야겠다. 나를 위해서. 이 전에는 남편을 위해서 살고
또 자식을 위해서 살고 손주들 이뻐서 하는 것으로 살고 그런데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좀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해요.
-빠르게?
-그렇죠.
-더 빠르게 할 거 같은.
-그래요?
-(해설) 묵묵히 지나 온 세월. 자식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참 부단히도 애썼습니다.
순자 씨 남은 인생에선 김순자라는 꽃을 활짝 피우기를 바랄게요.
손도 꽉 잡고, 파이팅. 하트, 하트!
-손도 이렇게?
-하나만, 딱.
-하나만.
-찍을게요. 하나, 둘,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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