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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동백꽃 당신 이경자

등록일 : 2021-09-06 16:51:41.0
조회수 : 972
-(해설) 동백꽃 가득한 섬에 반해 섬할매가 된 여인이 있습니다.
유쾌한 웃음에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경자 씨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름다운 청정 해역에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지심도를 만기 아우가 찾아왔습니다. 한번 보자.
-(해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양이 한자로 마음 심 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 지심도.
이곳은 멋진 기암괴석으로 유명하고 또 동백꽃이 많이 펴 동백섬으로도 알려져 있다죠.
-(해설) 만기 아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도 모르나? 군소리 말고 퍼뜩 올라가 보그래이.
-(해설) 오르막길이 어마어마하네요. 이 정도면 섬할매가 아니라 산할매 아닙니까?
아니라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가 정상입니다.
-여기 바닷가, 옆에 다 보이고 바로 옆인데 뭐. 여기는 전부 다 바닷가 옆입니다.
-경치 좋은 데.
-저는 모자 벗으면 이마 이렇게...
-바닷가라서 바다 아닙니까? 바다가 보여요, 전부.
-여기 앉으세요. 알콩달콩.
-그래요?
-뒤집혀서?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해설) 동백꽃에 반해 무작정 찾아온 섬이 두 번째 고향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동백꽃이 피고 지었을까요? 오랜 시간 함께한 집 곳곳에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힘든 길 올라온 천하장사를 위해 지심도에서 나고 자란 쑥으로 만든 쑥떡과
시원한 쑥 미숫가루를 준비하셨네요. 거 힘든 길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죽순 캐러 가야 해요.
-먹고, 먹고.
-촬영하러 안 올까 싶어서.
-오셨으니까.
-(해설) 역시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지네.
-어디 지네.
-이거 잡아야 해. 왜냐하면.
-이거 물린다니까.
-이게 잡아야 하지. 왜 이래요.
-지네 잡으라고?
-왜 눈에 띄었니, 네가.
-징그럽다.
-옛날 어른들 그렇게 해.
-아니야, 우리도 저런 건 안 먹어.
-고기 잡고 회 잡아먹고.
-그래, 맞아.
-그런 건 없어.
-(해설) 죽순이 자라서 대나무가 되는 거니 둘 다 맞는 걸로 합시다. 인제 그만 싸우고 일단 뽑아봅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대충하라고.
-이쪽으로 가야 해요, 어머니. 이렇게 가면 돼요, 어머니. 너무 깊이 팠잖아, 어머니.
내가 지금 2m까지 팠는데 어머니가 부러트려서 이렇게 되어 버렸잖아요.
-별걸 다 시비야. 잘하십니다. 참 잘했다. 참 잘했어.
-벌써 이거 하자고.
-어머니가 이거 하세요.
-추접스럽죠, 어머니.
-이게 달려있어서.
-됐죠?
-됐다.
-기다려 봐, 어머니.
-나는 뭐.
-(해설) 밀고 당기기 전문인 천하장사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경자 씨와
한판이 끝나고 이제는 머위를 따러 갑니다. 죽순에 머위까지, 지심도 자연이 내어준
재료를 보니 경자 씨가 약속한 점심 식사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깨끗이 씻은 죽순과 머윗대로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요? 이것 좀 넣어볼까 싶네.
-(해설) 경자 씨와 만기 아우가 직접 따온 재료로 만든 머위 들깨 볶음과 죽순
돼지고기 두루치기 한 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이거 잡으러 가야 해, 지금. 잡으러 가야 해.
-그렇지, 그렇지. 싸서 드셔 봐. 맛이 어때?
-이렇게 해서. 죽순이 어디 갔어? 아까 내가 죽순 많이 땄는데 다 어떻게 했습니까?
아버지가 다 먹었습니까? 죽순 어쨌어요? 이게 다, 죽순이 다 어디로 갔지? 죽순이 다 어디로 갔냐.
-왜 숨겨놨는데요?
-아니야.
-나를 줘야지.
-그러게. 뜯어보니까 그래, 아까 너무 바쁘게 하다가. 자, 죽순.
-(해설) 저런, 그렇게 힘들게 딴 죽순. 맛도 못 보고 갈 뻔했네요. 맛이 어떤가요?
다들 정신없이 드시는 걸 보니 정말 맛있나 봅니다.
-어머니, 예쁘게 먹어라, 그래도.
-띠동갑이네.
-토끼띠 말하지 마라.
-왜, 왜요? 토끼가 왜?
-토끼, 징그러워.
-왜요?
-토끼띠, 절대로 나중에 내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토끼띠하고 하지 마라 이럴 거야.
-그런 건, 이런 데는 양보하지만. 민물만 했는데.
-갖다 넣으면.
-그때는 그래도.
-그때는, 지금은?
-지금은.
-한번 왕창 올라오다가.
-낚시를 하는데?
-낚시는 아니고.
-장대 낚시.
-우리가 장대로. 장대가 무슨.
-뜰망, 뜰망.
-이따 가보면 되지.
-50마리 올라오는데 만약에 잘하면 100마리 정도 올라와, 100마리.
-가 보자. 가시죠.
-아무리 꾼이라도 50마리, 100마리는 이해가 안 되네.
-한번 가 보시면 알아요, 가 보시면.
-가자.
-(해설) 그래, 퍼뜩 가 보입시더.
-잡는 거야.
-(해설) 자칭 지심도 어신 동일 씨. 진짜 100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배는 어느새 동일 씨가 말한 낚시 명당에 도착했습니다.
-저기로 가.
-이걸 어떻게 잡는다고, 이걸.
-그거 놔두고 와.
-이거 더해야 합니까?
-됐어요.
-됐습니까? 딱 던져서, 이렇게 제대로 딱 갖다놔야지.
-해 봅시다, 아버지.
-이거 이렇게 해서, 딱 던져. 많이도 말고, 던지면 막 온다, 고기가.
-한 마리도 안 오네, 아버지.
-조금 있어 봐야 한다. 운무가 생기니까 경치는 너무 좋은데. 저기는 뭐, 가득 올라오는데 아버지, 우리는 뭐.
-어쩐 일이야, 정말로.
-(해설) 답답한 동일 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무 싸인 섬은 마냥 아름답기만 합니다.
-내가 빌려 올게, 아버지.
-조금 기다려 보라고.
-지렁이랑 낚싯대 좀 줘 봐. 미끼 많이 던져놨으니까.
-뭐야?
-아버지, 보입니까? 용왕님, 고맙습니다.
-두 마리, 두 마리. 대단하십니다.
-일타이피.
-아버지, 봤죠?
-그러네요. 최고입니다, 최고.
-아니, 그런데 한번 넣어 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깊이, 지금 안 보여서 그러니까. 그런 거라도 쓰라니까.
-아니지. 거기 밟아.
-(해설) 장장 3시간 만에 드디어 그물을 던져 봅니다.
아니, 그런데 잔소리하던 경자 씨는 어디 가셨나요?
-(해설) 톳 농사는 이렇게 풍년인데, 물속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제 잡힐 거다.
-들어와요? 도와주셔야 합니다.
-(해설) 어복 많은 만기 아우의 바람이 용왕님께 전해졌나 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들이 그물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많이 안 잡혔는데, 이게.
-많이는 아니어도 이만큼 잡는 게 다행입니다.
-한 번 더 해봅시다.
-뭐라카노!
-한 번 더 해봐요, 이거 안 돼.
-체면이 아닌데, 진짜.
-체면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이거 한 30마리 정도 되겠는데, 아버지?
-그래서 체면이 아니라고.
-조심, 조심.
-와, 맛있겠다, 자리돔. 뼈가 안 세잖아요.
-네?
-뼈가 안 세다니까.
-이제 조금, 조금 잡히네.
-체면이 아니다.
-오늘 어머니 진짜 천하장사죠?
-진짜.
-하나.
-(해설) 잔뜩 구겨졌던 동일 씨의 체면이 이제야 조금 펴졌습니다. 두 번째 그물도 파이팅!
-밟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기술이야.
-성의 없이, 성의 없이 밟아서 더 해.
-뭐라카노. 나한테 또 뒤집네, 진짜.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게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고.
-이게 안 되니까 그러지.
-잘되면 자기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한다고 그러더만.
-(해설) 에헤이, 그만 티격태격하고 다음 그물도 퍼뜩 당겨 봅시다.
-우와, 그거 들어가...
-어머니 다른 데 포인트가 있나 봐요, 다른 데 가자. 오늘 하루 종일, 나 배고픕니다, 벌써로.
-큰일 났네.
-(해설)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고 또 못 잡으면 어떻습니까?
한바탕 웃음과 오늘 함께한 추억이 그물에 가득하니, 그걸로 마음은 이미 만선입니다.
이거 보시면. 강하죠? 이거 입에 그냥 들어가면.
-찔립니까?
-절단납니다. 완전히 날카롭죠? 그러니까 이거 하면 겁난다니까.
-그러네요, 뾰족하네.
-꼼짝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렇죠?
-불안하긴 항상 불안한 거야.
-긴장을 하는가 봐요.
-긴장하고 불안한 거야.
-그럼 술맛도 없는데요.
-술맛 없어요. 우리 집토끼가 있다고 한번 그걸 한번 보여줍시다.
-그럽시다. 톳을 또 올리고.
-(해설) 감칠맛 나는 바다 고동에 싱싱한 톳을 넣어 밥을 하니 맛이 없을 수 없겠죠?
드디어 지심도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톳 밥에, 갖가지 반찬을 더 하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메인
메뉴 자리돔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늘, 오늘 아버지.
내가 진짜 못 먹을 뻔했는데 지금 먹습니다.
-맞아. 이건 덜 매운 거, 이건 안 매운 거. 아니, 이거 많이 매운 거.
-난 이거, 이거. 양 많은 거.
-그렇지, 비벼서 드세요.
-바다 향이 나지.
-응?
-이게 조금 더...
-톳이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씹을 때마다.
-향이 좋지?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냄새가 그냥 계속 올라오네.
-이거를.
-초장에?
-이거, 초장에도, 초장에 찍어서. 이게 달래야, 달래. 여기서 내가 달래 여름에 해서.
-캐서?
-봄에, 봄에 일찍 봄에. 그래서...
-달래 향까지.
-초장에 찍어서.
-달래 향. 이게 웬만한 자리에는 안 내놔, 내가.
-달래.
-응, 좋아하지는 않고. 그렇지만 이건 팍팍 쳐야 이게 딱 배긴다고. 딱딱 배기잖아.
-간재비?
-간재비 치는 거 봤거든.
-안동 사람들은.
-이게 딱딱 붙잖아, 이게. 딱딱 붙잖아.
-거기에 반했어요?
-응, 거기에 다 반한 거지. 저렇게 하면 코가 벌렁벌렁거려, 너무 좋아서.
-왜 저래.
-아버지, 보자. 내 코보다 크네.
-(해설) 얼굴도 잘생기고 낚시도 잘하고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동일 씨네요.
그럼, 그 잘생긴 동일 씨가 구워준 자리돔, 맛 한번 볼까요?
-맛이 괜찮지?
-네.
-(해설) 천하장사도 반한 자리돔구이, 저도 꼭 한번 맛보고 싶은데요.
모처럼 찾아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만기 아우가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떨리네요, 그러니까.
-참네.
-술도 한잔하고 그러니까. 응? 이게 뭐야?
-거짓말 탐지기.
-진짜?
-응. 이거 어머니 거짓말하면 전기 옵니다.
-이걸 어떻게 하라고? 그래, 해보자고.
-전기가 들어오는데. 손을, 자. 올리세요. 손가락 넣어. 늘 우리 영감님이 잘생겼지.
-영감님이 잘생겼다?
-전기가 오네? 이게 파란 게 다 와야 하거든.
-말이 아니다, 그거는.
-거짓말, 진짜 3개밖에 안 왔잖아, 어머니.
-이거는, 얘, 얘 이거 아니다, 이거.
-진짜.
-질문해봐 그러면.
-어머니, 나 거짓말, 질문부터 해봐.
-이거?
-응, 질문해봐. 또 지나다니고.
-으악!
-내가 저... 네?
-왜 지나다니는데, 왜 얘기하는데 벌써.
-빨리 질문을 해야지! 내가 그러니까 마음이 자꾸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니까 나오지, 이리로.
이게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아버지 여기로 손 한번 넣어보세요.
-당신이 이쪽으로.
-아버지, 갑니다. 바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는 또.
-나 오늘 취한다.
-남의 거? 네 게 내 거고 내 게 네 거지.
-이 사람 안 되겠다, 가자. 안 되겠어.
-어쨌다는 거야.
-이거 진짜 파란불 한번 해야 한다.
-(해설) 맛있는 음식에 한 번 찌릿.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또 한 번 찌릿.
그렇게 짜릿한 웃음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섬마을의 밤이 깊어만 갑니다.
-(해설) 자욱한 운무와 함께 시원한 빗줄기가 섬을 찾아왔습니다. 이거 뭐. 끓이니까 후끈후끈하다.
-미역.
-이건 내가 할게. 기분은 좋네.
-해장국?
-내가 준비 한번 해볼게. 맛소금하고 이거 설탕하고.
-(해설) 오늘 아침은 경자 씨를 위해 남자들이 뭉쳤네요.
비장한 각오로 준비물을 챙겨 들고 요리하러 갑니다.
-해야지, 빨리. 이 멸치 위에.
-따야 한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똥 따야 합니다.
-나는 옛날에 그냥 먹었다.
-그냥 넣어보세요. 나는 몰라. 그거는 내가 아버지 영역에 손 안댈게.
-그러니까 이거는, 우리는 급할 때 그냥 머리도 똥이고 하나도 안 따고 그냥 넣는다.
요즘은 칼이 필요 없네. 도마도 필요 없고.
-안 짜요. 이건 덜 짜요.
-맞아.
-알았어요. 이건 뭔데요?
-이건 나만 아는 그 재미로 해야 한다. 아무도 안 가르쳐줘.
-이걸 모를까?
-설탕도 들어갑니까?
-그건 내 방법이라니까. 이거 기가 막히는데? 이거 멋지다.
-괜찮아요?
-여보! 왜 대답을 안 해?
-맛을 한번 보세요. 딱 엽니다.
-하나, 둘, 셋.
-뭐야?
-이거 완전히. 밥 멋지게 됐는데?
-우리가 뭔 이런 솥이 있어?
-어머니. 아버지 이거 다 잡순다고? 이거 양 많아요.
-그거 얼마나 된다고. 밥 많이 먹을 거야.
-스위트하다.
-아버지, 이거 김칫국 좋아요. 어머니, 지금 우리가.
-신경 좀 썼지. 파도 밭에 가서 뽑아 와서 아주 제대로 했다니까. 그건 알아야지.
-그렇죠?
-그렇죠, 어머니?
-톳까지.
-톳까지 넣을 생각은 못 해요. 톳이 들어가니까.
-응.
-바쁘니까 이렇게 먹으면 되지.
-이것도 그렇고. 이게, 이게 뭐.
-우리는, 남자들은, 우리 남자들은.
-우리끼리 먹는데 편안하게 먹는 거지.
-알았어, 알았어, 고생했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해설) 섬 할매의 끝없는 잔소리에 속 타는 만기 아우가 애꿎은 밥솥을 박박 긁어 숭늉을 만들었습니다.
구수한 숭늉을 나눠 먹으니 훈훈한 마무리로는 제격이네요.
-여생을, 여생을, 여생을. 그래, 맞아, 맞아.
-머리도 쥐어뜯고.
-그럼.
-그럼, 건강하게.
-진짜 올게요.
-집사람하고?
-응.
-왜 또 그러면 어머니 할 일 다 시키려고?
-아니야.
-이만기...
-우리가 다...
-(해설) 서로에게 반해 또 동백꽃에 반해 지심도를 찾은 두 사람.
낯선 섬 생활이 고달플 때도 있었지만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빨간 동백꽃처럼 척박한 섬에서 서로만
바라보며 이뤄낸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경자 씨, 동일 씨.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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