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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동백꽃 당신 이경자
등록일 : 2021-09-06 16:51:41.0
조회수 : 972
-(해설) 동백꽃 가득한 섬에 반해 섬할매가 된 여인이 있습니다.
유쾌한 웃음에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경자 씨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름다운 청정 해역에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지심도를 만기 아우가 찾아왔습니다. 한번 보자.
-(해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양이 한자로 마음 심 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 지심도.
이곳은 멋진 기암괴석으로 유명하고 또 동백꽃이 많이 펴 동백섬으로도 알려져 있다죠.
-(해설) 만기 아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도 모르나? 군소리 말고 퍼뜩 올라가 보그래이.
-(해설) 오르막길이 어마어마하네요. 이 정도면 섬할매가 아니라 산할매 아닙니까?
아니라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가 정상입니다.
-여기 바닷가, 옆에 다 보이고 바로 옆인데 뭐. 여기는 전부 다 바닷가 옆입니다.
-경치 좋은 데.
-저는 모자 벗으면 이마 이렇게...
-바닷가라서 바다 아닙니까? 바다가 보여요, 전부.
-여기 앉으세요. 알콩달콩.
-그래요?
-뒤집혀서?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해설) 동백꽃에 반해 무작정 찾아온 섬이 두 번째 고향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동백꽃이 피고 지었을까요? 오랜 시간 함께한 집 곳곳에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힘든 길 올라온 천하장사를 위해 지심도에서 나고 자란 쑥으로 만든 쑥떡과
시원한 쑥 미숫가루를 준비하셨네요. 거 힘든 길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죽순 캐러 가야 해요.
-먹고, 먹고.
-촬영하러 안 올까 싶어서.
-오셨으니까.
-(해설) 역시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지네.
-어디 지네.
-이거 잡아야 해. 왜냐하면.
-이거 물린다니까.
-이게 잡아야 하지. 왜 이래요.
-지네 잡으라고?
-왜 눈에 띄었니, 네가.
-징그럽다.
-옛날 어른들 그렇게 해.
-아니야, 우리도 저런 건 안 먹어.
-고기 잡고 회 잡아먹고.
-그래, 맞아.
-그런 건 없어.
-(해설) 죽순이 자라서 대나무가 되는 거니 둘 다 맞는 걸로 합시다. 인제 그만 싸우고 일단 뽑아봅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대충하라고.
-이쪽으로 가야 해요, 어머니. 이렇게 가면 돼요, 어머니. 너무 깊이 팠잖아, 어머니.
내가 지금 2m까지 팠는데 어머니가 부러트려서 이렇게 되어 버렸잖아요.
-별걸 다 시비야. 잘하십니다. 참 잘했다. 참 잘했어.
-벌써 이거 하자고.
-어머니가 이거 하세요.
-추접스럽죠, 어머니.
-이게 달려있어서.
-됐죠?
-됐다.
-기다려 봐, 어머니.
-나는 뭐.
-(해설) 밀고 당기기 전문인 천하장사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경자 씨와
한판이 끝나고 이제는 머위를 따러 갑니다. 죽순에 머위까지, 지심도 자연이 내어준
재료를 보니 경자 씨가 약속한 점심 식사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깨끗이 씻은 죽순과 머윗대로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요? 이것 좀 넣어볼까 싶네.
-(해설) 경자 씨와 만기 아우가 직접 따온 재료로 만든 머위 들깨 볶음과 죽순
돼지고기 두루치기 한 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이거 잡으러 가야 해, 지금. 잡으러 가야 해.
-그렇지, 그렇지. 싸서 드셔 봐. 맛이 어때?
-이렇게 해서. 죽순이 어디 갔어? 아까 내가 죽순 많이 땄는데 다 어떻게 했습니까?
아버지가 다 먹었습니까? 죽순 어쨌어요? 이게 다, 죽순이 다 어디로 갔지? 죽순이 다 어디로 갔냐.
-왜 숨겨놨는데요?
-아니야.
-나를 줘야지.
-그러게. 뜯어보니까 그래, 아까 너무 바쁘게 하다가. 자, 죽순.
-(해설) 저런, 그렇게 힘들게 딴 죽순. 맛도 못 보고 갈 뻔했네요. 맛이 어떤가요?
다들 정신없이 드시는 걸 보니 정말 맛있나 봅니다.
-어머니, 예쁘게 먹어라, 그래도.
-띠동갑이네.
-토끼띠 말하지 마라.
-왜, 왜요? 토끼가 왜?
-토끼, 징그러워.
-왜요?
-토끼띠, 절대로 나중에 내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토끼띠하고 하지 마라 이럴 거야.
-그런 건, 이런 데는 양보하지만. 민물만 했는데.
-갖다 넣으면.
-그때는 그래도.
-그때는, 지금은?
-지금은.
-한번 왕창 올라오다가.
-낚시를 하는데?
-낚시는 아니고.
-장대 낚시.
-우리가 장대로. 장대가 무슨.
-뜰망, 뜰망.
-이따 가보면 되지.
-50마리 올라오는데 만약에 잘하면 100마리 정도 올라와, 100마리.
-가 보자. 가시죠.
-아무리 꾼이라도 50마리, 100마리는 이해가 안 되네.
-한번 가 보시면 알아요, 가 보시면.
-가자.
-(해설) 그래, 퍼뜩 가 보입시더.
-잡는 거야.
-(해설) 자칭 지심도 어신 동일 씨. 진짜 100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배는 어느새 동일 씨가 말한 낚시 명당에 도착했습니다.
-저기로 가.
-이걸 어떻게 잡는다고, 이걸.
-그거 놔두고 와.
-이거 더해야 합니까?
-됐어요.
-됐습니까? 딱 던져서, 이렇게 제대로 딱 갖다놔야지.
-해 봅시다, 아버지.
-이거 이렇게 해서, 딱 던져. 많이도 말고, 던지면 막 온다, 고기가.
-한 마리도 안 오네, 아버지.
-조금 있어 봐야 한다. 운무가 생기니까 경치는 너무 좋은데. 저기는 뭐, 가득 올라오는데 아버지, 우리는 뭐.
-어쩐 일이야, 정말로.
-(해설) 답답한 동일 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무 싸인 섬은 마냥 아름답기만 합니다.
-내가 빌려 올게, 아버지.
-조금 기다려 보라고.
-지렁이랑 낚싯대 좀 줘 봐. 미끼 많이 던져놨으니까.
-뭐야?
-아버지, 보입니까? 용왕님, 고맙습니다.
-두 마리, 두 마리. 대단하십니다.
-일타이피.
-아버지, 봤죠?
-그러네요. 최고입니다, 최고.
-아니, 그런데 한번 넣어 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깊이, 지금 안 보여서 그러니까. 그런 거라도 쓰라니까.
-아니지. 거기 밟아.
-(해설) 장장 3시간 만에 드디어 그물을 던져 봅니다.
아니, 그런데 잔소리하던 경자 씨는 어디 가셨나요?
-(해설) 톳 농사는 이렇게 풍년인데, 물속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제 잡힐 거다.
-들어와요? 도와주셔야 합니다.
-(해설) 어복 많은 만기 아우의 바람이 용왕님께 전해졌나 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들이 그물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많이 안 잡혔는데, 이게.
-많이는 아니어도 이만큼 잡는 게 다행입니다.
-한 번 더 해봅시다.
-뭐라카노!
-한 번 더 해봐요, 이거 안 돼.
-체면이 아닌데, 진짜.
-체면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이거 한 30마리 정도 되겠는데, 아버지?
-그래서 체면이 아니라고.
-조심, 조심.
-와, 맛있겠다, 자리돔. 뼈가 안 세잖아요.
-네?
-뼈가 안 세다니까.
-이제 조금, 조금 잡히네.
-체면이 아니다.
-오늘 어머니 진짜 천하장사죠?
-진짜.
-하나.
-(해설) 잔뜩 구겨졌던 동일 씨의 체면이 이제야 조금 펴졌습니다. 두 번째 그물도 파이팅!
-밟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기술이야.
-성의 없이, 성의 없이 밟아서 더 해.
-뭐라카노. 나한테 또 뒤집네, 진짜.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게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고.
-이게 안 되니까 그러지.
-잘되면 자기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한다고 그러더만.
-(해설) 에헤이, 그만 티격태격하고 다음 그물도 퍼뜩 당겨 봅시다.
-우와, 그거 들어가...
-어머니 다른 데 포인트가 있나 봐요, 다른 데 가자. 오늘 하루 종일, 나 배고픕니다, 벌써로.
-큰일 났네.
-(해설)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고 또 못 잡으면 어떻습니까?
한바탕 웃음과 오늘 함께한 추억이 그물에 가득하니, 그걸로 마음은 이미 만선입니다.
이거 보시면. 강하죠? 이거 입에 그냥 들어가면.
-찔립니까?
-절단납니다. 완전히 날카롭죠? 그러니까 이거 하면 겁난다니까.
-그러네요, 뾰족하네.
-꼼짝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렇죠?
-불안하긴 항상 불안한 거야.
-긴장을 하는가 봐요.
-긴장하고 불안한 거야.
-그럼 술맛도 없는데요.
-술맛 없어요. 우리 집토끼가 있다고 한번 그걸 한번 보여줍시다.
-그럽시다. 톳을 또 올리고.
-(해설) 감칠맛 나는 바다 고동에 싱싱한 톳을 넣어 밥을 하니 맛이 없을 수 없겠죠?
드디어 지심도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톳 밥에, 갖가지 반찬을 더 하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메인
메뉴 자리돔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늘, 오늘 아버지.
내가 진짜 못 먹을 뻔했는데 지금 먹습니다.
-맞아. 이건 덜 매운 거, 이건 안 매운 거. 아니, 이거 많이 매운 거.
-난 이거, 이거. 양 많은 거.
-그렇지, 비벼서 드세요.
-바다 향이 나지.
-응?
-이게 조금 더...
-톳이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씹을 때마다.
-향이 좋지?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냄새가 그냥 계속 올라오네.
-이거를.
-초장에?
-이거, 초장에도, 초장에 찍어서. 이게 달래야, 달래. 여기서 내가 달래 여름에 해서.
-캐서?
-봄에, 봄에 일찍 봄에. 그래서...
-달래 향까지.
-초장에 찍어서.
-달래 향. 이게 웬만한 자리에는 안 내놔, 내가.
-달래.
-응, 좋아하지는 않고. 그렇지만 이건 팍팍 쳐야 이게 딱 배긴다고. 딱딱 배기잖아.
-간재비?
-간재비 치는 거 봤거든.
-안동 사람들은.
-이게 딱딱 붙잖아, 이게. 딱딱 붙잖아.
-거기에 반했어요?
-응, 거기에 다 반한 거지. 저렇게 하면 코가 벌렁벌렁거려, 너무 좋아서.
-왜 저래.
-아버지, 보자. 내 코보다 크네.
-(해설) 얼굴도 잘생기고 낚시도 잘하고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동일 씨네요.
그럼, 그 잘생긴 동일 씨가 구워준 자리돔, 맛 한번 볼까요?
-맛이 괜찮지?
-네.
-(해설) 천하장사도 반한 자리돔구이, 저도 꼭 한번 맛보고 싶은데요.
모처럼 찾아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만기 아우가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떨리네요, 그러니까.
-참네.
-술도 한잔하고 그러니까. 응? 이게 뭐야?
-거짓말 탐지기.
-진짜?
-응. 이거 어머니 거짓말하면 전기 옵니다.
-이걸 어떻게 하라고? 그래, 해보자고.
-전기가 들어오는데. 손을, 자. 올리세요. 손가락 넣어. 늘 우리 영감님이 잘생겼지.
-영감님이 잘생겼다?
-전기가 오네? 이게 파란 게 다 와야 하거든.
-말이 아니다, 그거는.
-거짓말, 진짜 3개밖에 안 왔잖아, 어머니.
-이거는, 얘, 얘 이거 아니다, 이거.
-진짜.
-질문해봐 그러면.
-어머니, 나 거짓말, 질문부터 해봐.
-이거?
-응, 질문해봐. 또 지나다니고.
-으악!
-내가 저... 네?
-왜 지나다니는데, 왜 얘기하는데 벌써.
-빨리 질문을 해야지! 내가 그러니까 마음이 자꾸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니까 나오지, 이리로.
이게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아버지 여기로 손 한번 넣어보세요.
-당신이 이쪽으로.
-아버지, 갑니다. 바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는 또.
-나 오늘 취한다.
-남의 거? 네 게 내 거고 내 게 네 거지.
-이 사람 안 되겠다, 가자. 안 되겠어.
-어쨌다는 거야.
-이거 진짜 파란불 한번 해야 한다.
-(해설) 맛있는 음식에 한 번 찌릿.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또 한 번 찌릿.
그렇게 짜릿한 웃음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섬마을의 밤이 깊어만 갑니다.
-(해설) 자욱한 운무와 함께 시원한 빗줄기가 섬을 찾아왔습니다. 이거 뭐. 끓이니까 후끈후끈하다.
-미역.
-이건 내가 할게. 기분은 좋네.
-해장국?
-내가 준비 한번 해볼게. 맛소금하고 이거 설탕하고.
-(해설) 오늘 아침은 경자 씨를 위해 남자들이 뭉쳤네요.
비장한 각오로 준비물을 챙겨 들고 요리하러 갑니다.
-해야지, 빨리. 이 멸치 위에.
-따야 한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똥 따야 합니다.
-나는 옛날에 그냥 먹었다.
-그냥 넣어보세요. 나는 몰라. 그거는 내가 아버지 영역에 손 안댈게.
-그러니까 이거는, 우리는 급할 때 그냥 머리도 똥이고 하나도 안 따고 그냥 넣는다.
요즘은 칼이 필요 없네. 도마도 필요 없고.
-안 짜요. 이건 덜 짜요.
-맞아.
-알았어요. 이건 뭔데요?
-이건 나만 아는 그 재미로 해야 한다. 아무도 안 가르쳐줘.
-이걸 모를까?
-설탕도 들어갑니까?
-그건 내 방법이라니까. 이거 기가 막히는데? 이거 멋지다.
-괜찮아요?
-여보! 왜 대답을 안 해?
-맛을 한번 보세요. 딱 엽니다.
-하나, 둘, 셋.
-뭐야?
-이거 완전히. 밥 멋지게 됐는데?
-우리가 뭔 이런 솥이 있어?
-어머니. 아버지 이거 다 잡순다고? 이거 양 많아요.
-그거 얼마나 된다고. 밥 많이 먹을 거야.
-스위트하다.
-아버지, 이거 김칫국 좋아요. 어머니, 지금 우리가.
-신경 좀 썼지. 파도 밭에 가서 뽑아 와서 아주 제대로 했다니까. 그건 알아야지.
-그렇죠?
-그렇죠, 어머니?
-톳까지.
-톳까지 넣을 생각은 못 해요. 톳이 들어가니까.
-응.
-바쁘니까 이렇게 먹으면 되지.
-이것도 그렇고. 이게, 이게 뭐.
-우리는, 남자들은, 우리 남자들은.
-우리끼리 먹는데 편안하게 먹는 거지.
-알았어, 알았어, 고생했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해설) 섬 할매의 끝없는 잔소리에 속 타는 만기 아우가 애꿎은 밥솥을 박박 긁어 숭늉을 만들었습니다.
구수한 숭늉을 나눠 먹으니 훈훈한 마무리로는 제격이네요.
-여생을, 여생을, 여생을. 그래, 맞아, 맞아.
-머리도 쥐어뜯고.
-그럼.
-그럼, 건강하게.
-진짜 올게요.
-집사람하고?
-응.
-왜 또 그러면 어머니 할 일 다 시키려고?
-아니야.
-이만기...
-우리가 다...
-(해설) 서로에게 반해 또 동백꽃에 반해 지심도를 찾은 두 사람.
낯선 섬 생활이 고달플 때도 있었지만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빨간 동백꽃처럼 척박한 섬에서 서로만
바라보며 이뤄낸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경자 씨, 동일 씨.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유쾌한 웃음에 시원시원한 성격이 매력적인 경자 씨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름다운 청정 해역에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는 경상남도 거제시.
장승포항에서 뱃길로 1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섬, 지심도를 만기 아우가 찾아왔습니다. 한번 보자.
-(해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섬 모양이 한자로 마음 심 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 지심도.
이곳은 멋진 기암괴석으로 유명하고 또 동백꽃이 많이 펴 동백섬으로도 알려져 있다죠.
-(해설) 만기 아우,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도 모르나? 군소리 말고 퍼뜩 올라가 보그래이.
-(해설) 오르막길이 어마어마하네요. 이 정도면 섬할매가 아니라 산할매 아닙니까?
아니라고?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여기가 정상입니다.
-여기 바닷가, 옆에 다 보이고 바로 옆인데 뭐. 여기는 전부 다 바닷가 옆입니다.
-경치 좋은 데.
-저는 모자 벗으면 이마 이렇게...
-바닷가라서 바다 아닙니까? 바다가 보여요, 전부.
-여기 앉으세요. 알콩달콩.
-그래요?
-뒤집혀서?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해설) 동백꽃에 반해 무작정 찾아온 섬이 두 번째 고향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동백꽃이 피고 지었을까요? 오랜 시간 함께한 집 곳곳에 부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힘든 길 올라온 천하장사를 위해 지심도에서 나고 자란 쑥으로 만든 쑥떡과
시원한 쑥 미숫가루를 준비하셨네요. 거 힘든 길 올라온 보람이 있네요. 죽순 캐러 가야 해요.
-먹고, 먹고.
-촬영하러 안 올까 싶어서.
-오셨으니까.
-(해설) 역시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지네.
-어디 지네.
-이거 잡아야 해. 왜냐하면.
-이거 물린다니까.
-이게 잡아야 하지. 왜 이래요.
-지네 잡으라고?
-왜 눈에 띄었니, 네가.
-징그럽다.
-옛날 어른들 그렇게 해.
-아니야, 우리도 저런 건 안 먹어.
-고기 잡고 회 잡아먹고.
-그래, 맞아.
-그런 건 없어.
-(해설) 죽순이 자라서 대나무가 되는 거니 둘 다 맞는 걸로 합시다. 인제 그만 싸우고 일단 뽑아봅시다.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이렇게 대충하라고.
-이쪽으로 가야 해요, 어머니. 이렇게 가면 돼요, 어머니. 너무 깊이 팠잖아, 어머니.
내가 지금 2m까지 팠는데 어머니가 부러트려서 이렇게 되어 버렸잖아요.
-별걸 다 시비야. 잘하십니다. 참 잘했다. 참 잘했어.
-벌써 이거 하자고.
-어머니가 이거 하세요.
-추접스럽죠, 어머니.
-이게 달려있어서.
-됐죠?
-됐다.
-기다려 봐, 어머니.
-나는 뭐.
-(해설) 밀고 당기기 전문인 천하장사도 두 손 두 발 다 들게 만든 경자 씨와
한판이 끝나고 이제는 머위를 따러 갑니다. 죽순에 머위까지, 지심도 자연이 내어준
재료를 보니 경자 씨가 약속한 점심 식사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깨끗이 씻은 죽순과 머윗대로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요? 이것 좀 넣어볼까 싶네.
-(해설) 경자 씨와 만기 아우가 직접 따온 재료로 만든 머위 들깨 볶음과 죽순
돼지고기 두루치기 한 상이 뚝딱 차려졌습니다.
-이거 잡으러 가야 해, 지금. 잡으러 가야 해.
-그렇지, 그렇지. 싸서 드셔 봐. 맛이 어때?
-이렇게 해서. 죽순이 어디 갔어? 아까 내가 죽순 많이 땄는데 다 어떻게 했습니까?
아버지가 다 먹었습니까? 죽순 어쨌어요? 이게 다, 죽순이 다 어디로 갔지? 죽순이 다 어디로 갔냐.
-왜 숨겨놨는데요?
-아니야.
-나를 줘야지.
-그러게. 뜯어보니까 그래, 아까 너무 바쁘게 하다가. 자, 죽순.
-(해설) 저런, 그렇게 힘들게 딴 죽순. 맛도 못 보고 갈 뻔했네요. 맛이 어떤가요?
다들 정신없이 드시는 걸 보니 정말 맛있나 봅니다.
-어머니, 예쁘게 먹어라, 그래도.
-띠동갑이네.
-토끼띠 말하지 마라.
-왜, 왜요? 토끼가 왜?
-토끼, 징그러워.
-왜요?
-토끼띠, 절대로 나중에 내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토끼띠하고 하지 마라 이럴 거야.
-그런 건, 이런 데는 양보하지만. 민물만 했는데.
-갖다 넣으면.
-그때는 그래도.
-그때는, 지금은?
-지금은.
-한번 왕창 올라오다가.
-낚시를 하는데?
-낚시는 아니고.
-장대 낚시.
-우리가 장대로. 장대가 무슨.
-뜰망, 뜰망.
-이따 가보면 되지.
-50마리 올라오는데 만약에 잘하면 100마리 정도 올라와, 100마리.
-가 보자. 가시죠.
-아무리 꾼이라도 50마리, 100마리는 이해가 안 되네.
-한번 가 보시면 알아요, 가 보시면.
-가자.
-(해설) 그래, 퍼뜩 가 보입시더.
-잡는 거야.
-(해설) 자칭 지심도 어신 동일 씨. 진짜 100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배는 어느새 동일 씨가 말한 낚시 명당에 도착했습니다.
-저기로 가.
-이걸 어떻게 잡는다고, 이걸.
-그거 놔두고 와.
-이거 더해야 합니까?
-됐어요.
-됐습니까? 딱 던져서, 이렇게 제대로 딱 갖다놔야지.
-해 봅시다, 아버지.
-이거 이렇게 해서, 딱 던져. 많이도 말고, 던지면 막 온다, 고기가.
-한 마리도 안 오네, 아버지.
-조금 있어 봐야 한다. 운무가 생기니까 경치는 너무 좋은데. 저기는 뭐, 가득 올라오는데 아버지, 우리는 뭐.
-어쩐 일이야, 정말로.
-(해설) 답답한 동일 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운무 싸인 섬은 마냥 아름답기만 합니다.
-내가 빌려 올게, 아버지.
-조금 기다려 보라고.
-지렁이랑 낚싯대 좀 줘 봐. 미끼 많이 던져놨으니까.
-뭐야?
-아버지, 보입니까? 용왕님, 고맙습니다.
-두 마리, 두 마리. 대단하십니다.
-일타이피.
-아버지, 봤죠?
-그러네요. 최고입니다, 최고.
-아니, 그런데 한번 넣어 봐.
-넣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깊이, 지금 안 보여서 그러니까. 그런 거라도 쓰라니까.
-아니지. 거기 밟아.
-(해설) 장장 3시간 만에 드디어 그물을 던져 봅니다.
아니, 그런데 잔소리하던 경자 씨는 어디 가셨나요?
-(해설) 톳 농사는 이렇게 풍년인데, 물속 사정은 어떻습니까?
-이제 잡힐 거다.
-들어와요? 도와주셔야 합니다.
-(해설) 어복 많은 만기 아우의 바람이 용왕님께 전해졌나 봅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손님들이 그물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많이 안 잡혔는데, 이게.
-많이는 아니어도 이만큼 잡는 게 다행입니다.
-한 번 더 해봅시다.
-뭐라카노!
-한 번 더 해봐요, 이거 안 돼.
-체면이 아닌데, 진짜.
-체면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이거 한 30마리 정도 되겠는데, 아버지?
-그래서 체면이 아니라고.
-조심, 조심.
-와, 맛있겠다, 자리돔. 뼈가 안 세잖아요.
-네?
-뼈가 안 세다니까.
-이제 조금, 조금 잡히네.
-체면이 아니다.
-오늘 어머니 진짜 천하장사죠?
-진짜.
-하나.
-(해설) 잔뜩 구겨졌던 동일 씨의 체면이 이제야 조금 펴졌습니다. 두 번째 그물도 파이팅!
-밟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기술이야.
-성의 없이, 성의 없이 밟아서 더 해.
-뭐라카노. 나한테 또 뒤집네, 진짜. 무슨 이런 경우가 있어.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게 어디 있습니까, 어머니?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고.
-이게 안 되니까 그러지.
-잘되면 자기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한다고 그러더만.
-(해설) 에헤이, 그만 티격태격하고 다음 그물도 퍼뜩 당겨 봅시다.
-우와, 그거 들어가...
-어머니 다른 데 포인트가 있나 봐요, 다른 데 가자. 오늘 하루 종일, 나 배고픕니다, 벌써로.
-큰일 났네.
-(해설) 물고기를 잡으면 어떻고 또 못 잡으면 어떻습니까?
한바탕 웃음과 오늘 함께한 추억이 그물에 가득하니, 그걸로 마음은 이미 만선입니다.
이거 보시면. 강하죠? 이거 입에 그냥 들어가면.
-찔립니까?
-절단납니다. 완전히 날카롭죠? 그러니까 이거 하면 겁난다니까.
-그러네요, 뾰족하네.
-꼼짝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렇죠?
-불안하긴 항상 불안한 거야.
-긴장을 하는가 봐요.
-긴장하고 불안한 거야.
-그럼 술맛도 없는데요.
-술맛 없어요. 우리 집토끼가 있다고 한번 그걸 한번 보여줍시다.
-그럽시다. 톳을 또 올리고.
-(해설) 감칠맛 나는 바다 고동에 싱싱한 톳을 넣어 밥을 하니 맛이 없을 수 없겠죠?
드디어 지심도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톳 밥에, 갖가지 반찬을 더 하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메인
메뉴 자리돔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늘, 오늘 아버지.
내가 진짜 못 먹을 뻔했는데 지금 먹습니다.
-맞아. 이건 덜 매운 거, 이건 안 매운 거. 아니, 이거 많이 매운 거.
-난 이거, 이거. 양 많은 거.
-그렇지, 비벼서 드세요.
-바다 향이 나지.
-응?
-이게 조금 더...
-톳이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씹을 때마다.
-향이 좋지?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냄새가 그냥 계속 올라오네.
-이거를.
-초장에?
-이거, 초장에도, 초장에 찍어서. 이게 달래야, 달래. 여기서 내가 달래 여름에 해서.
-캐서?
-봄에, 봄에 일찍 봄에. 그래서...
-달래 향까지.
-초장에 찍어서.
-달래 향. 이게 웬만한 자리에는 안 내놔, 내가.
-달래.
-응, 좋아하지는 않고. 그렇지만 이건 팍팍 쳐야 이게 딱 배긴다고. 딱딱 배기잖아.
-간재비?
-간재비 치는 거 봤거든.
-안동 사람들은.
-이게 딱딱 붙잖아, 이게. 딱딱 붙잖아.
-거기에 반했어요?
-응, 거기에 다 반한 거지. 저렇게 하면 코가 벌렁벌렁거려, 너무 좋아서.
-왜 저래.
-아버지, 보자. 내 코보다 크네.
-(해설) 얼굴도 잘생기고 낚시도 잘하고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는 동일 씨네요.
그럼, 그 잘생긴 동일 씨가 구워준 자리돔, 맛 한번 볼까요?
-맛이 괜찮지?
-네.
-(해설) 천하장사도 반한 자리돔구이, 저도 꼭 한번 맛보고 싶은데요.
모처럼 찾아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만기 아우가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고 합니다.
-가슴이 떨리네요, 그러니까.
-참네.
-술도 한잔하고 그러니까. 응? 이게 뭐야?
-거짓말 탐지기.
-진짜?
-응. 이거 어머니 거짓말하면 전기 옵니다.
-이걸 어떻게 하라고? 그래, 해보자고.
-전기가 들어오는데. 손을, 자. 올리세요. 손가락 넣어. 늘 우리 영감님이 잘생겼지.
-영감님이 잘생겼다?
-전기가 오네? 이게 파란 게 다 와야 하거든.
-말이 아니다, 그거는.
-거짓말, 진짜 3개밖에 안 왔잖아, 어머니.
-이거는, 얘, 얘 이거 아니다, 이거.
-진짜.
-질문해봐 그러면.
-어머니, 나 거짓말, 질문부터 해봐.
-이거?
-응, 질문해봐. 또 지나다니고.
-으악!
-내가 저... 네?
-왜 지나다니는데, 왜 얘기하는데 벌써.
-빨리 질문을 해야지! 내가 그러니까 마음이 자꾸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니까 나오지, 이리로.
이게 이렇게 되는 거잖아요. 아버지 여기로 손 한번 넣어보세요.
-당신이 이쪽으로.
-아버지, 갑니다. 바로 대답해야 합니다.
-나는 또.
-나 오늘 취한다.
-남의 거? 네 게 내 거고 내 게 네 거지.
-이 사람 안 되겠다, 가자. 안 되겠어.
-어쨌다는 거야.
-이거 진짜 파란불 한번 해야 한다.
-(해설) 맛있는 음식에 한 번 찌릿.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며 또 한 번 찌릿.
그렇게 짜릿한 웃음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섬마을의 밤이 깊어만 갑니다.
-(해설) 자욱한 운무와 함께 시원한 빗줄기가 섬을 찾아왔습니다. 이거 뭐. 끓이니까 후끈후끈하다.
-미역.
-이건 내가 할게. 기분은 좋네.
-해장국?
-내가 준비 한번 해볼게. 맛소금하고 이거 설탕하고.
-(해설) 오늘 아침은 경자 씨를 위해 남자들이 뭉쳤네요.
비장한 각오로 준비물을 챙겨 들고 요리하러 갑니다.
-해야지, 빨리. 이 멸치 위에.
-따야 한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똥 따야 합니다.
-나는 옛날에 그냥 먹었다.
-그냥 넣어보세요. 나는 몰라. 그거는 내가 아버지 영역에 손 안댈게.
-그러니까 이거는, 우리는 급할 때 그냥 머리도 똥이고 하나도 안 따고 그냥 넣는다.
요즘은 칼이 필요 없네. 도마도 필요 없고.
-안 짜요. 이건 덜 짜요.
-맞아.
-알았어요. 이건 뭔데요?
-이건 나만 아는 그 재미로 해야 한다. 아무도 안 가르쳐줘.
-이걸 모를까?
-설탕도 들어갑니까?
-그건 내 방법이라니까. 이거 기가 막히는데? 이거 멋지다.
-괜찮아요?
-여보! 왜 대답을 안 해?
-맛을 한번 보세요. 딱 엽니다.
-하나, 둘, 셋.
-뭐야?
-이거 완전히. 밥 멋지게 됐는데?
-우리가 뭔 이런 솥이 있어?
-어머니. 아버지 이거 다 잡순다고? 이거 양 많아요.
-그거 얼마나 된다고. 밥 많이 먹을 거야.
-스위트하다.
-아버지, 이거 김칫국 좋아요. 어머니, 지금 우리가.
-신경 좀 썼지. 파도 밭에 가서 뽑아 와서 아주 제대로 했다니까. 그건 알아야지.
-그렇죠?
-그렇죠, 어머니?
-톳까지.
-톳까지 넣을 생각은 못 해요. 톳이 들어가니까.
-응.
-바쁘니까 이렇게 먹으면 되지.
-이것도 그렇고. 이게, 이게 뭐.
-우리는, 남자들은, 우리 남자들은.
-우리끼리 먹는데 편안하게 먹는 거지.
-알았어, 알았어, 고생했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해설) 섬 할매의 끝없는 잔소리에 속 타는 만기 아우가 애꿎은 밥솥을 박박 긁어 숭늉을 만들었습니다.
구수한 숭늉을 나눠 먹으니 훈훈한 마무리로는 제격이네요.
-여생을, 여생을, 여생을. 그래, 맞아, 맞아.
-머리도 쥐어뜯고.
-그럼.
-그럼, 건강하게.
-진짜 올게요.
-집사람하고?
-응.
-왜 또 그러면 어머니 할 일 다 시키려고?
-아니야.
-이만기...
-우리가 다...
-(해설) 서로에게 반해 또 동백꽃에 반해 지심도를 찾은 두 사람.
낯선 섬 생활이 고달플 때도 있었지만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빨간 동백꽃처럼 척박한 섬에서 서로만
바라보며 이뤄낸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경자 씨, 동일 씨.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