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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섬은 내 운명 김선복

등록일 : 2021-09-13 14:17:52.0
조회수 : 1262
-금호도 사는 김선복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서른 살까지 살았고요.
좋은 환경을 느끼다 보니까 공기 좋고, 사람 좋고, 인심 좋고 그게 살게 하네요.
-(해설) 도시에서 살다가 섬에 불시착한 지 31년. 자연이 좋아, 남편이 좋아 자급자족 삶에
완벽 적응한 사랑꾼 억척 할매를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늘 섬마을 여정은 전라남도 회동항에서 출발합니다. 배를 타고 또 가야 한다고?
-안녕하십니까?
-금호도는 저쪽입니다.
-저기, 보이는 거? 얼마나 걸려요?
-10분 정도 가면 됩니다.
-10분, 15분. 가깝네요. 그러네.
-(해설) 쪽빛 바다를 건너 그녀에게로 향합니다.
이 바다 너머에는 또 어떤 유쾌한 일이 김 선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득했던 금호도가 점점 제모습을 드러내며 가까워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선장님, 여기가 금호도네요?
-네.
-네.
-육십 몇 명이 살아요?
-네.
-네.
-네.
-나 거기 찾으러 왔거든요. 집 좀 알려주세요.
-길로 가면 됩니다.
-오른쪽으로?
-빨간... 양철 지붕.
-색깔이 위 지붕이 빨간 거요?
-네.
-제가 한번 찾으러 가보겠습니다.
-(해설) 힌트도 얻었겠다, 잘 찾아갈 수 있겠죠?
섬 전체가 낮은 구름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에 소복이 내려앉은 예쁜 마을.
내가 그러니까 이렇게 들어왔구나. 이렇게 와서 이렇게 갈 것인지, 이렇게 갈 것인지.
마을이 아주 조그마하니까 아담하면서도 조용하고 이 근방이라고 그러는데.
-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랬어요?
-좀 들어가도 될까요?
-이렇게 누추한 데까지 오시느라고.
-아닙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그래요?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러니까요. 저를 아세요?
-팬이었어요.
-진짜로?
-네.
-야구를 얼마나 그 시절에 감독님 선수 현역 시절에 야구를 엄청 봤어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어머님만 찾으러 다녔네. 전혀 야구를 모르시는 줄 알았어요. 누구세요?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주인도 없는데 제가 먼저 들어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뭔 술이 이렇게 많아? 누가 드시는 거예요? 어머니가 드시는 거 아니죠?
-그러시구나.
-그렇습니다. 나도 사실 만만치가 않아요. 이것이 무엇이냐면 정이야, 정.
-그래요?
-정이 다 들어가 있어요.
-어떻게? 어머니, 내가 어머니를 도와드리려고 왔거든요.
제가 사실은 일을 잘 못해도 성심껏,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감사해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제 이각망이라고 시간이 되면 보러 갈 거거든요. 보는데 가셔서 도와주시면 되겠네요.
-주머니가, 주머니가 이렇게 생긴 주머니가 두 개가 있을 때?
-고기가 들어가는 길목이 두 개라고 해서 이각망이에요.
-네, 그물 봐서 고기 건지시면 돼요.
-앞전까지는 엄청 있었는데.
-오늘 없으면 큰일 나는데, 없으면 안 되는데.
-어복이 있으시면 많이 있지 않을까.
-내가요, 내가?
-네, 감독님이 어복이 있으시면 고기가 좀...
-어머니 내가요. 복이 좀 있게 생기지 않았어요?
-네, 모습 전체는 다 뿜어져 나와요.
-그러면 분명 고기가 있을 거예요.
-네, 감사합니다.
-(해설) 섬의 시간은 물때 맞춰 흘러간다고 하죠.
바닷물이 빠지기 전에 서둘러 포구로 나서봅니다.
-네.
-그런데 오늘은 고기가 많이 들어왔을지 모르니까 여러 사람이 가 봐야 하겠네?
-네.
-(함께) 안녕하세요?
-목사님,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해설) 어부 부부의 초대 손님이 둘. 오늘 처음 결성한 사총사를 위해
금호도 용왕님이 인심을 좀 베풀어 주실까요? 어복을 기대해 봅니다.
-어머니, 여기 밑에 그물이 놓아져 있는 거예요?
-네.
-이제 걷어 올리면. 배가 그런데 이게 엄청 많이 출렁거려요.
-오늘 날씨가 좀 그렇네요.
-좋은 날이에요?
-아니요, 안 좋아요.
-그래요?
-네.
-진짜 그래요? 그러면 내가 잔잔한 것보다는 내가 좀 힘들더라도 출렁거리는 것이 낫겠다,
이런 말씀이시네. 결과적으로. 그런데 중심 잡는 게, 처음 타는 거라서.
그물 한번 올려보시죠. 어머니, 여기에 가득 넣어서.
-(해설) 바다 날씨가 안 좋아서일까요? 시작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1일 일꾼이라는 김 선수는 그러거나 말거나. 강 건너 불구경 중인데요.
-들춰봐야 해요. 이거 당겨?
-살짝 빼.
-(해설) 그물과 씨름한 보람이 있으려면 물고기들이 많이 들어차 있어야 할 텐데요.
그렇죠? 드디어 그물이 나오네.
-이거요?
-매일 쳐고 매일 확인하고 그러시구나.
-이거 안 되는데, 큰일 나는데. 그래도 어쨌든 간에 그물에서 뭐 나오네. 엄청 크다.
우와! 우와, 싱싱하다! 가시 봐. 나는 잡지도 못하겠네.
-이게 어름치 돔이라고.
-어름치 돔.
-식감이 엄청 좋아요.
-이게 주로 구이예요, 회예요?
-회예요.
-횟감?
-네.
-많이 들었으면 많이 드리려고 했는데.
-아이고, 감독님 잘못 아니에요.
-저는 사실 배 위에서 막 잡은 거 회 떠서 막 먹는 거 있잖아요.
그걸 늘 상상만 했는데 오늘 현실로 되려나 모르겠네요.
-오늘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 양이 적어도. 우리 큰 배가 있으니까 조금
꿀렁거리니까 큰 배에 가서 회 떠서 드시면 안 될까요?
-어머니, 배가 한 4배는 되네, 4배. 저기 가면 좋겠구먼.
-(해설) 그런데 오자마자 일입니다.
-차광막.
-(해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요? 넷만의 고급 식당을 만들어봅니다.
서툴지만 우리 김 선수도 열심히 손을 보태보는데요. 속도는 좀 느려도 제법 제역할을 하는 것 같죠?
-(해설) 섬 생활이 아무리 불편하다 해도 낭만까지 포기할 수는 없겠죠.
-이게 완전히 최고다.
-(해설) 이제 근사한 밥상을 차려볼까요? 메뉴는 딱 하나, 아까 건져 올린 어름돔 회입니다.
-질리도록 썰어요?
-여기 와서 이장님이 자주 썰어줘서 잘 먹습니다.
-그래요? 막 잡은 생선을 어머니, 좀 잡숴보세요. 어머니 드세요.
-아니요, 드세요.
-레이디 퍼스트. 어머니부터 잡수세요.
-네.
-이 고기가?
-그래요?
-일단 먹어보고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한번 드셔보십시오.
-아버님이랑 같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먹어봐야 알죠.
-짠~ 짠~
-고기가 어쩜 이렇게 쫄깃쫄깃할까?
-그렇죠?
-단맛도 나죠?
-그렇죠.
-이렇게?
-네.
-그러면 앞으로 저도 지인으로 좀 넣어주시면, 등록시켜주시면 안 될까?
좀 잡숴요. 와야 또 가는 게 있죠. 노래 잘하시잖아요.
-노래요?
-이 경치 좋은 데서.
-돌아가는 삼각지.
-돌아가는 삼각지. 나보다 더 잘 아시네.
-너무 잘하셔!
-잘하시네!
-그러면 내가 했으니까 이제 지인으로 받아주실 거 아니에요.
그러면 지인으로 받아준다는 그 뜻으로 어머니가 한 곡 하시면 어떨까?
-곰치에 이것도 마시는 거 못 먹지, 노는 거 못 하지,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도 우리가 이번에 어머니 노래를 한번 기록해서 역사적으로 간직하고 싶어요.
-아니, 그냥 하는 노래고.
-하나, 둘, 셋, 넷!
-일편단심 민들레~
-일편단심 민들레야. 축하드립니다.
-처음 들어봤어요.
-처음 들어보셨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제 노래도 했고 어머니 노래도 했어요. 저를 지인으로 받아들이셨으니까 이제
앞으로 시간만 내면 여기로 딱 전화를 하고 바로 오면 되겠네요, 이제.
어머니, 입에 맛난 게 들어가니까 질문이 자꾸 생각나.
-외삼촌이 그러면.
-늦게 가신 거예요, 그러면?
-아니요, 늦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늦지도 않았어요.
-그런 거 안 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몇 년 전, 나이도 어리고.
-4살 제가 더 먹었거든요.
-그래요?
-아, 말랐어. 막 이런 데 막 이렇게 있고 막 그래서
생각도 안 했는데 느닷없이 어쩌고저쩌고 그래요, 그래서.
선창 있죠, 저 구석 선창. 거기에서 둘이 딱 가서 이야기했어요. 제가 이야기를.
-첫 만남에?
-네. 이야기해서 삼촌, 이러이러하고 뜻이 이런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이야기해서 그랬더니 그러면 자기는 받아들인다고 해서. 그런다고 했어요.
-그게 첫 만남.
-(해설) 도시 여자와 섬 남자가 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했으니
이만하면 하늘이 점 지어준 운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놓치면 나는 장가 못 간다.
-평생 장가 못 간다?
-이런 생각에 빨리 잡아 버렸죠.
-원래 순발력이 좋아요.
-일찍 하셨네.
-빨리하셨구나.
-운동선수, 운동하시는 분들은 일찍하지.
-나는 그냥 우리 각시한테 탁 채여서 들어가서 꼼짝도 못하고 살았죠.
-그러니까 잘하셨네.
-읍으로, 바로. 내가 미련하게, 이렇게 멍청해.
-행복한 일만 남았네, 이제.
-그런가?
-맞습니다.
-(해설) 신나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썰물 때입니다. 갯가로 가야 할 시간이죠.
-뭐가 나와요, 얘가.
-여기 고둥도 있죠.
-고둥이 제일 많이 나오고.
-그러니까 맨들맨들한 바위에. 이런 데 있죠, 이렇게. 이런 데. 이런 데 있어요.
-많이 있어요. 이런 거.
-이거?
-그래야 먹어.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굶어야 하게 생겼네.
-(해설) 섬에서는 자급자족만이 살길이죠? 김 선수, 힘내봅시다.
-천천히. 이 정도면?
-네.
-그래요?
-감독님, 이런 데 돌 있는데 보면 이런 소라고둥. 이런 거 있어요.
-이거 봐요. 이거, 이거, 이거.
-그런 거 다 따세요.
-그런데 여기 속이 다 비어버렸어, 아니 저기 안에 있나?
-이런 거는 그래도 크지, 이런 거. 이거는 소라고둥이고요.
이것은 딱지 고둥이라고 딱지가 조금 딱딱해요, 그래서 새딱지라고 하고요.
여기 마을에서 이거 참고둥이라고 하는데요. 각각 맛이 다른데.
-그래요.
-그런데 딱지 고둥은.
-탈이 없다?
-탈이 없고 이거는 소라 그 맛이 있죠? 쌉싸름해서.
-쌉싸름해서. 그 맛이 나는데 나름대로 각기 다 자기 맛이 있어요. 다 맛이 있어요.
-그렇네. 또 저기 뭐야.
-그래요? 어머니 그러면 오늘 나는 이 정도 잡으면 나 뭐 해 먹을까...
-아니 더 많이 잡으셔야 하는 게 까서 삶아서 무쳐서 간단하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게 까서 무쳐 먹는 거예요.
-(해설) 다양한 음식에 들어가 금호도에서는 팔방미인이라고 불리는 고둥.
조그마한 김 선수의 배를 채우려면 아마 씨가 마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괜찮겠죠?
-쉬운 게 없어요, 다.
-허리 펴면서 잡으세요. 허리 펴면서 잡아.
-나가면 뭐든지. 이거 봐요, 이거.
-그런데 다니다 보면.
-눈에 띄네요, 이거.
-그러니까요.
-톳도?
-(해설) 한때는 아무것도 몰라 시어머니에게 한 소리 듣기 일쑤였다는 선복 씨.
이제는 갯일에 도가 텄습니다. 숨어있는 찬거리를 귀신같이 찾아내는 재주도 생겼죠.
하나, 둘씩 주워 담은 게 어느새 한가득입니다.
-그렇죠, 그렇게. 금방 이렇게 잡아버려. 안 되겠어, 진짜 쉬어야겠어.
-여기 맨들맨들한 곳에.
-여기 이 안을 봐. 이 안에. 여기 큰 놈이 있어요.
-어머니, 나보다 배를 잡았네.
-감독님 많이 잡으셨구먼.
-그래요?
-그런가 보네요. 그래서 그만 잡아요, 어머니 해놓고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잡는 게 아주 재밌네.
-그런데 처음에 여기 와서 결혼해서 와서 섬에서 살 때, 처음에 바닷일을 한 것이 뭐예요? 뭐 하셨어, 처음에?
-멀미. 접고.
-그러면 아버님이 어머니 멀미 때문에 김을 접은 거예요?
-혼자는 못 하니까.
-혼자는 못 하니까.
-3년 있다 어디로 간다고?
-육지로 나간다고.
-아버님이 육지로 나가자고 했어요?
-3년 계획 잡았는데.
-안 되고.
-안 되고. 그다음에 5년을 잡았는데.
-5년을 잡았는데.
-(함께) 또 안 되고. 원래 그런 삶을 안 살아요, 제가.
-그런 생각은 안 해요.
-그냥, 건강하게 우리가 주어진 일에 일 터전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고 살다 보면.
-살다 보면.
-주고.
-준비하시는구나.
-그 점은 인정해요.
-그러시구나.
-그리고 어려움이 다 지나고. 아버님이?
-나만 믿고 따라 오라고. 나만 믿고.
-왜 못 믿냐. 나만 믿고 그냥 나 하나만 보고 살아달라고 그러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것이 제일 멋진 말이네요.
그렇죠?
-네.
-(해설) 연고 하나 없던 낯선 땅. 남편 하나 믿고 들어온 섬에서 선복 씨는
바다와도 같은 너른 품을 갖게 됐습니다.
서울 깍쟁이라는 옷을 벗으니 콩밭에 있던 마음도 섬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됐죠.
그렇게 한 해, 두 해 금호도에 스며들다 보니 어느새 마을의 살림을 책임지는
부녀회장의 길까지 걷게 됐습니다. 일하듯 놀듯 분주했던 시간에 노을이 내립니다.
어둑어둑해진 섬의 시간, 뭍에 도작하자마자 김 선수가 저녁 준비에 나섭니다.
아니, 열심히 딴 고둥은 어디 가고 불판에는 낮에 잡은 생선뿐? 뒤늦게 전복도 올립니다.
먹는 데는 일가견이 있으니 식재료 태울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어머니, 나 이거 굽는 사이에 그새 뭐 이것저것 아주 많이 장만하셨네.
-장만한 것도 없어요. 그냥 꽃게무침.
-꽃게무침. 고둥 잡은 거, 그새 이거를 하셨네.
-정말 잘 구우셨네요.
-맛, 제대로 익었나 모르겠어요. 또 지금 큰 거 굽고 있으니까 소금을 착, 착, 착. 착, 착, 착.
-정확하게 골고루 잘 뿌렸습니다.
-골고루, 착, 착, 착.
-맛있네요.
-어떻게 이렇게 고기를 잘 구우세요?
-여기서 살아도 구운 생선 잘 안 먹는데.
-아버님 하나 드셔야지.
-쫄깃쫄깃하니 맛있네요.
-고기가 원래, 원체 고기가 좋아요.
-그래요? 평소 드실 때보다 더 맛있어요?
-네, 감독님이 구워져서 그런가 진짜 맛있네.
-오늘 개에 가서 고둥 주우시느라고 얼마나 시장하셨겠어.
-아까 이거 잡은 거, 이거.
-맛있네. 맛있네.
-고기가 구워도, 구워도 이렇게 쫄깃쫄깃하네. 손맛으로 이렇게 무친 거잖아요.
게장무침. 나 이거 좋아하는데.
-맛있어.
-맛있어, 맛있어. 정말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총각 때는 빼빼했는데 각시 만나서 완전히.
-총각 때는 빼빼했는데?
-살이 팍팍 쪘습니다.
-뭐든지 막 잡아서 해놓으니까 다 맛있네.
-맞아요, 생선이 싱싱하니까.
-촌사람들은 밥심으로 사니까.
-밥심이죠.
-그거 드러내놓고, 드러내놓고는...
-드러내놓고는 못 한단 말이야.
-잘 안 하죠.
-그런데 오늘은 한번 드러내놓고 한번 하자, 우리가 지금 그런 이야기인데 먼저
그러면 아버님이 어머니가 직접 도와줘서 고맙고 다 마음에 있는데 표현을 그동안 못 했잖아요.
오늘 표현을 한번 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머니한테 감사의 표현.
-말로 할까요 아니면 행동으로?
-말로 해도 좋고 행동으로 해도 좋고. 그건 이제 아버님 말씀 편하신 대로 하세요.
-감사해요, 감사해. 자기가 말 안 해도 나 다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항상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을 쭉 갖고 그러고 삽시다.
-고맙네.
-한번 이렇게 한번.
-아니요.
-이렇게? 그런데 이제 제가 직접 테스트를 한번 해 볼게요.
아버님이 늘 고마워하는 마음이 어느 정도, 몇 퍼센트까지 진심인가.
이거를 내가 테스트를 한번 해 보겠습니다, 오늘. 어떻습니까?
-그게 나와요?
-나와요, 나와, 나옵니다.
-(해설) 진짜와 가짜 사이 짜릿한 심판을 내려줄 거짓말 탐지기입니다.
-오늘 두 분을 위해서 제가 이렇게 거짓말 탐지기를 준비해 갖고 왔어요.
조금 전에 말씀하신 거 정말로 몇 퍼센트까지가 진심인가 이게 아마 정확하게 진단을 내려줄 거예요,
어머니. 거짓말 탐지기.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 부인과 결혼하고 싶다.
-안 하고 싶다. 나 진심인데.
-진짜 그래요? 맞다고 하면 맞다고 해서 나오던데.
-잘못됐네, 잘못돼.
-이게 좀 이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내가 반대로 이야기했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니까 바로 삑 오잖아요.
-실제로는 집사람하고...
-결혼해야죠?
-그렇죠.
-역시.
-믿어야지?
-거짓말했네.
-그럼, 믿어요. 그럼 이제 어머니.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신랑과 결혼을 또 하고 싶다.
-아니요.
-아니요?
-네.
-진실인지 아닌지.
-진짜인데 이것은. 기계가 이상하다?
-기계를 저기서 어떻게 하는 모양이구먼.
-아니야, 아니야.
-감독님, 한번 해 보세요.
-제가요?
-이 기계가 정상적인지 한번.
-그래요.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금 현재 사모님과 다시 결혼할 의향이 있습니까?
-저는 100%, 저는 100% 할 거예요.
-가운뎃손가락 꽉 안 꼈네.
-봐, 맞잖아.
-맞네.
-이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왜요, 어머니가 부족해요?
-네.
-아니, 암만해도 지금 생활이 그렇잖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다른 거는 아니고?
-네.
-앞으로 더 잘하고 살아야 할 것 같네요.
-그렇죠? 맞아요.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살겠습니다.
-(해설) 애틋한 부부의 섬, 금호도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해설) 고즈넉한 섬마을에 또다시 아침이 밝았습니다. 김 선수와 선복 씨는 뭘하고 있을까요?
-공기가 엄청 맑네요. 바람도 불고.
-여기는 원래 공기는 맑습니다.
-좋네, 아침 일찍 어디 가세요, 그런데?
-김발 하러요, 어촌계장님네 김발 저기 준비하는데.
-일하는 거, 도와준다고?
-네, 좀 거기 가보려고요.
-젊은 분이야.
-그러니까 아주 그냥 미래가.
-나 여기 섬에 와서 저렇게 젊은 분은 처음 봤어요.
-그러니까 섬이 밝습니다. 앞으로 전망이.
-그러니까요.
-내가 사실은 저 이렇게 일손을 도와주려고 왔는데 제가 일손에 도우면 도움이 될까요?
-그렇습니까? 그러시구나.
-저거 저쪽으로?
-들고 걷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가장자리 줄만.
가장자리 줄을 갖고.
-계속?
-네.
-이렇게, 이렇게. 이런 식으로. 한번 잡고 넘기고 그렇구나. 이렇게.
-(해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도와볼까요? 김 선수의 짝꿍은 섬할매.
-같이 해야 해. 잡아당겨야지.
-살짝 당겨서.
-당겨서.
-감사해요, 감사해.
-당겨서.
-(함께) 으싸!
-갑니다.
-(해설) 둥글게 말아준 긴 발은 배에 싣기 쉽도록 포구로 옮겨줍니다.
-위에다 올립니다.
-저 위에.
-감독님, 아직까지도 아주 짱짱하십니다. 너무너무 일을 잘하시네.
-그래요?
-내가 아직도 남은 건 힘밖에 없다니까요.
-그러니까요. 이렇게 그냥 파워가 있으신데.
-그런데 어머니가 힘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손 한번 잡아보세요. 어머, 어머.
-순전히. 저뿐만이 아니고.
-그러시구나.
-그러셨어, 잘하셨어.
-뭐라고 했냐면 우리 부녀회장님이 분위기를 다 잘 잡는데요.
-아니야, 그렇게 얘기하던가요?
-네.
-그러면 더 잘해야 하겠네.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면 더 잘해야 하겠어.
-그러게요.
-(해설) 아침부터 에너지가 넘치는 두 사람. 내친김에 산책까지 나서봅니다.
-이런 건 엄청나네요, 그냥.
-스스로 넘어지면서 죽더라고요, 그렇게.
-그러니까.
-(해설) 겨우 몇 발짝 걸었을 분인데 장관이 펼쳐집니다.
-어머니, 그런데 산책로를 잘 만들어놨네. 그런데 바닷가 풍경이 좋네, 여기.
-여기.
-진짜 여기가 어머니는 낭만적이니까 여기 자주 올라오셔서 보시겠는데?
-지금 멋있죠, 파도치니까?
-(해설) 산책로의 하이라이트는 몽돌해수욕장인데요. 언뜻 봐도 굉장히 멋있을 것 같죠?
-파도가 아주 기가 막힙니다.
-또 오네요, 또 오네요.
-또 온다, 또 온다.
-파도에 다 닳아져서 그래요, 수마 돼서.
-그런데 이 파도 소리가 나갈 때는 자갈이 쓱 밀리는 소리가 나네. 이거 봐, 이거, 이거.
-무섭고.
-그런데 보기에는 재밌잖아.
-보기에는 재밌는데.
-맞아요, 살면서 보니까.
-그래요?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니 정말 이렇게 여기가 정말 사람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이 돼서 앞으로 이게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래요?
-네.
-그렇죠.
-그러면 이제 꿈은 참 소박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소박한 꿈속에서 행복이 있어요. 그렇죠?
저는 어머니한테 그런 걸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이장님께서 자상하게
어머니한테 대해 주는 것을 보고 이 섬 생활도 아기자기하게 살면 괜찮겠다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래요? 감사해요.
-그러니까. 행복하시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어머니 이 섬에 사실 거예요?
-그럼요, 살아야죠. 이렇게 좋은데.
-(해설) 모든 게 서툴러서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왔던 섬에서의 31년.
사랑하는 반쪽이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있고 공짜 먹거리가 있어 인생의 허기를 가득 채울 수 있었습니다.
선복 씨, 내일도 오늘처럼 행복으로 배부르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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