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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3 - 미소천사 양두남

등록일 : 2021-09-24 13:29:58.0
조회수 : 1122
-내 이름은 양두남.  나이는 72살. 태어난 데는 서포면 자혜리 중촌입니다.
비토에 제일 잘생긴 김진옥 씨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는데 아이 첫째는 김호원.
둘째는 김민영, 셋째는 김두리, 넷째는 김수희, 다섯째는 김수덕. 여섯째는 김주선 우리 막내. 너무 많이 낳았지요?
-(해설) 비토섬 행복 전도사 환한 웃음이 매력적인 그녀를 만나봅니다.
경상남도 사천 끝자락에 위치한 비토섬에 천하장사가 찾아왔습니다.
-(해설) 경상남도 사천시에 속한 비토섬은 넓게 펼쳐진 갯벌과 비옥한
농토로 사천만의 풍요로움이 그대로 간직된 희망의 섬이라고 하네요.
-(해설) 우리 아우님, 오늘따라 갈 길이 참 멀어 보입니다.
-(해설) 토끼길이라니. 이름 참 귀엽네요.
-이 집 맞나? 계십니까?
-소쿠리같이 이렇게 안쪽으로.
-이렇게 생겼는데 둑을 막고, 막고 한 게 논이 된 거지.
-꿀?
-굴.
-굴, 굴, 굴이구나.
-한번 따서 잡숴보세요.
-맛있죠?
-맛은 있습니다.
-진짜로요? 가봅시다.
-(해설) 좋습니다. 다 같이 구경 한번 가봅시다.
-짐 안 실린 명성호.
-이거?
-(함께) 네.
-(해설) 이거 만기 아우 엉덩이나 넣을 수 있을까요? 아버지, 어머니...
-구경은 무슨 구경이야. 일을 해야지.
-(해설) 망연자실한 만기 아우는 아랑곳 없이 명성호는 바다로 힘차게 나아갑니다.
-낙지, 그렇죠.
-(해설) 아우님의 투정에도 흔들림 없는 진옥 씨를 따라 어느덧 작업장에 도착했는데요.
미끼 없는 통발에 뭐가 있을지 어서 빨리 꺼내봅시다.
-오늘 진짜 아버지가 구경시켜준다고 데리고 나와서 일 시켜놓고
한 마리도 못 잡으면 아버지, 어머니 알아서 하세요.
-없지요?
-게 올라왔다. 게, 게.
-진짜? 아버지 한번 보여줘요.
-큰 거 올라오려나.
-이게 돌게입니까?
-네, 돌게.
-(해설) 돌게들이 아우님 온다는 소식을 듣고 죄다 꽁무니를 뺐나 봅니다. 여기 큰 거, 큰 거.
-(해설) 용왕님께 부탁하기에는 조금 늦은 것 같은데요. 어디 한번 지켜볼까요?
-이거 게하고. 봤지요? 감사합니다, 용왕신님! 역시 어머니 나 어복 있지? 이거 내 거다, 내 거. 고맙다.
-(해설) 시작이 아주 좋습니다. 문어 같은 낙지네요.
-(해설) 이번에는 진짜 문어가 걸렸네요.
-문어.
-문어다, 문어!
-효과 있지, 효과 있지.
-(해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우리 아우님 오늘 운수대통입니다.
-있다. 좋네~
-(해설) 거기 두 사람, 애타는 진옥 씨 마음도 모르고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닙니까?
진옥 씨, 괜찮습니다. 힘을 내세요.
-문어 한 마리에? 따라올리는가, 보자. 깡통. 아버지, 크네.
-이렇습니다.
-또 한 마리.
-(해설) 과연 두남 씨 기도 통할까요?
-(해설) 공평하게 어복을 나누어주신 용왕님 덕분에 명성호는 오늘도 만선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통발을 다시 던져놓으니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해설) 이제 약속했던 비토섬 구경을 가볼까요?
-여기도 한 번도 안 왔을 텐데.
-여기는 안 왔습니다.
-배로 돌아보니 어머니 비토섬이 엄청나게 큽니다.
-크지.
-네?
-커요.
-네?
-이건 거북섬.
-(해설) 여기가 그 유명한 별주부전의 주 무대였군요. 토끼를 놓치고 한탄하는 거북이와 고향을
그리다 바다로 뛰어든 토끼의 모습이 담긴 섬이 우리 일행을 맞이합니다.
-(해설) 낙지에 돌게까지. 오늘 바다에서 수확한 재료들이 한데 모였습니다. 과연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요?
-매일은 안 먹어도.
-(해설) 그야말로 용왕님 한 상 차림이네요. 낙지와 돌게가 어우러진 된장찌개에,
낙지볶음과 돌게장까지 풀 코스로 차려졌습니다.
-네.
-맛을 한번 봐야겠는데.
-맛을 한번 보세요.
-그렇지.
-네, 천지 차이지.
-나는 왜 머리 안 주고 아버지는 머리 주고 그럽니까? 가만 보면 맛있는 건 아버지 다 챙겨주네.
-그렇네. 이걸 뭐라고 하지? 이게 낙지, 게, 바지락.
-바지락.
-된장국이네요?
-네.
-진짜.
-맛이 있습니까? 내가 먹어봐야...
-맛이 있는 정도가 아니고. 이렇게 해서 밥에다 올려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서.
-(해설) 역시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아우님이네요.
-왜요?
-(해설) 만선의 기쁨에, 맛있는 음식에 좋은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옳은 법입니다.
만기 아우, 진짜 부럽데이.
-아, 아버지가요?
-네. 우리 아저씨는 여자들이 몇이 돼.
-몇이 된다고요? 이 무슨, 무슨 소리입니까? 첫사랑 아닙니까?
-바람둥이예요.
-괜히 볶을 게 없어서 여기서 볶으려고.
-네.
-아버지 약간 착각 있는 거 아닙니까?
-아니야, 아니야.
-어머니 진짜 그랬습니까?
-다 좋아해요.
-다 좋아했어요?
-나는 찍고 갔지, 찍고 갔지.
-아, 찍고 계속?
-그러니까 다른 사람한테 눈을 안 돌렸지.
-그 친구가 엄청 좋아해.
-아버지는 어머니밖에 없다고 그러던데.
-누구를요? 아버지한테?
-우리 친구요. 친구가 좋아하니까.
-어머니가 이어줬네요.
-그 사람은 애인이 아니고 하룻밤 풋사랑.
-하룻밤 풋사랑이요?
-이 남자가 차이게 생겼어?
-(해설) 수줍음 많던 처녀와 인물 좋은 총각이 만났습니다.
얼굴만 봐도 설레던 그 시절은 이제 낡은 사진으로 남았지만, 오랜 세월 함께한 두 사람의 마음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은요?
-네.
-아들.
-(해설) 남몰래 숨겨둔 두남 씨의 아픔은 잘 자라준 다섯 딸과 늦둥이 아들에게 위로받을 수 있었습니다.
항상 서로를 위하는 가족 덕분에 두남 씨는 오늘도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아니, 만기 아우! 도대체 어디서 자는 거요?
-청각, 청각이 어디 있는데요?
-청각.
-네? 청각이 어디 있는데요?
-청각이 길바닥에 있지, 뭐. 바닷가에.
-길바닥이요?
-바닷가에.
-바닷가?
-네.
-(해설) 만기 아우, 퍼뜩 정신 차리고 일하러 갑시다. 일을 해야 또 저녁을 먹을 거 아닙니까.
우리 아우님에게 참 미안한 얘기이지만 거참 청각 캐기 딱 좋은 날씨네요.
-그럼요?
-일해야지.
-(해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역시 육지 사람은 바다가 선물을 줘도 모르네요.
아우님, 발밑에 깔린 게 다 청각입니다.
이렇게 좋은 청각이 지천으로 널렸으니 자던 아우님 깨워서 올만 하네요.
-네, 여기 있네 고동이. 고동 봐라. 대수리, 대수리.
-이게요?
-네.
-이게 고동이 내놓은 거네?
-네.
-이 큰 돌 밑에도 있네.
-이거요?
-천하장사가 한번 들어봐. 거기 있네.
-이거?
-네. 이쪽, 이쪽으로.
-문어 있다, 문어, 문어.
-문어, 낙지다, 낙지다.
-문어야. 낙지야, 낙지야, 낙지야?
-낙지야. 낙지가.
-낙지가 있었다. 미쳤다! 하나, 둘, 셋.
-대박이다.
-심 봤다.
-대박. 낙지가 여기 있다. 대박이야.
-심 봤다.
-여기 또 낙지가 있다. 오늘 진짜 대박 터졌다.
-그 고동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낙지가 딱. 진짜 재밌다.
-무슨 이런 일이...
-밖에서 이걸 줍고 가네.
-그렇네요. 내려와서 고맙다고 하지, 진짜.
-두 번?
-아버지 꾀어서.
-(해설) 밀물과 썰물처럼 들면 나고 나면 드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지요.
이렇게 모든 걸 툴툴 털어버리고 나니 집으로 가는 두남 씨의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집니다.
-이거 어디에 놓을까.
-그 귀한 문어를.
-많이 있어요.
-돈이 없어서요?
-(해설) 진옥 씨, 말은 그렇게 해도 그 마음 우리가 다 압니다.
장어구이는 양념이 많이 든다. 간장을 넣고 물엿을 넣고. 장어하고.
-(해설) 한편 두남 씨보다 일찍 글램핑장에 온 두 남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해설) 진옥 씨가 두남 씨 몰래 케이크도 준비했네요.
-(해설) 고마운 마음을 초에 담아 케이크에 꽂아봅니다.
생애 처음으로 하는 이벤트에 진옥 씨 가슴도 흔들리는 촛불처럼 떨려옵니다.
석양을 만나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파도가 두 남자의 정성에 반짝이는 응원을 보냅니다.
-(해설) 두 남자가 애타게 기다리던 두남 씨가 드디어 등장하는데요.
환하게 웃는 두남 씨를 보는 진옥 씨 표정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반갑습니다.
-장어. 아버지는 습, 이랬습니다.
-진짜.
-이거 딱 쓰고.
-결혼 46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누가 뽀뽀, 어머니 뽀뽀. 어머니를 위해 뭘 또 준비했나, 또.
-그래도.
-(해설) 매일 보던 집 앞의 꽃도 진옥 씨의 마음을 담으니 최고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해설) 두남 씨 특제 양념장을 바른 낙지구이. 맛이 궁금해집니다.
-(해설) 낙지에다가 장어라니. 정말 몸 보신 제대로 하네요. 다정스럽다.
-(해설) 글램핑장에서 보내는 즐거움이 커지는 만큼 비토섬의 밤도 깊어갑니다.
이렇게 해서 빼서 거기 안에 있는 내용을 담아서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셔야 해요.
-(해설) 아우님이 야심 차게 준비한 오늘의 게임 기대됩니다.
-아버지부터 한번 뽑아보세요.
-아버지부터 뽑아볼까요?
-참말로. 우리의.
-그게 언제였습니까?
-한 번도 없었어요? 권태기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까? 솔직히.
-있었지. 한 번은 있었지, 한 번은.
-있었죠?
-땡꼬.
-그러면 이제 어머니 한번 뽑아보세요. 이거 이제 아버지 큰일 났다, 모르면.
우리가 첫 만남 때 서로 입었던 옷.
-생각이 안 나?
-어디에서 만난지는 알겠습니까, 아버지?
-저기 거기 가서 만났는데.
-어디?
-첫 남해대교 때?
-그다음에 아버지 차례죠? 낮져밤이 대 낮이밤져.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요. 낮에 지고 밤에 이기고.
-밤에 이긴다.
-낮에 지고 밤에 이기고?
-밤에 이기고. 낮에 이기고 밤에 지고. 그러면 아버지는요?
-낮에 이기고 밤에 지네요? 아버지가 실제로 낮에 이기고 밤에 집니까?
-어머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뽑으세요.
-내가.
-위에, 위에 저 위에 거.
-상대방이 준 선물 중에 최고의 선물의 뭡니까? 도둑질하듯이 하지 말고 진짜 이제는.
-어머니 놀랐죠?
-(해설) 두남 씨와 진옥 씨의 사랑이 넘치는 비토섬의 밤입니다.
-(해설) 두남 씨 인생 최고의 밤이 지나가고 비토섬의 아침이 찾아왔습니다.
-잘 잤습니까?
-네.
-네, 어제 잘 잤습니다.
-어머니는 꽃이 폈는데?
-많이 드세요.
-좋네요.
-가야 합니다.
-하루 저녁에 저렇게 변해 버리네.
-오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밭이 여기입니다. 쪽파, 옥수수.
-저거는 대파.
-대파.
-대파.
-대파.
-이거 아버지, 어머니 드시고도 남겠는데요?
-쪽파는 팔아야지.
-쪽파는 키워서 돈을 벌어야 할 것 아닙니까?
-파, 쪽파.
-(해설) 이게 마늘 같아 보여도 쪽파라고 하는데요.
쪽파 껍데기를 바람에 털기만 해도 비토섬에서는 그림이 되네요.
-2cm 간격으로.
-2cm면 여기인데.
-조금 더 좁아도 됩니다.
-여기.
-됐습니다, 그 정도면 됩니다. 하나하고 두 개를 다 해 버리네. 하나 막고.
-네.
-네.
-사람 잡네.
-그래야 돈을 많이 벌지.
-네, 내 얼굴을 보세요.
-소띠는 원래 욕심이 많다.
-욕심이 많아요? 아버지...
-황소고집에다 소띠니까.
-열무는 뿌리가 없는 거고 이거는 뿌리, 이거를 먹기 위해서.
-여기, 여기.
-네, 드리죠.
-아버지, 좀 큰 거 빼세요.
-또 자잘한 거 빼면 맛이 없다고.
-이거 봐라, 아버지. 어머니.
-네.
-이거 뺐습니다, 아버지.
-(해설) 이거 졸지에 섬마을 할매가 밭농사 할매가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잘 자란 총각무를 보니 기분 참 좋습니다.
힘든 밭농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좀 쉬어도 되겠죠?
-앞으로 잘해 줄 거야?
-네.
-동네 이장한테 전화해서 마이크 가지고, 마이크 있지?
-(해설) 동네 사람들, 진옥 씨 보면 만기 아우한테 연락 좀 주세요.
-다시물을 붓고 멸치액젓을 넣고 마늘에다가 생강, 청각.청각은 시원한 맛을 내는 거야, 안 쉬고.
-(해설) 고생한 만기 아우를 위해 두남 씨가 시원한 청각오이냉국을 준비했네요.
거기에 방금 만든 총각김치와 가지전, 새콤한 오이무침까지 더하니 완벽한 농부의 밥상입니다.
-일하기 싫어 숨었지, 뭐.
-이게 그러면 바닷가에서 딴 청각입니까?
-네.
-반찬이 되는 거고.
-가지무침도 맛있고.
-굴젓.
-여기에 싸서.
-그래야 젓갈 맛이 나. 알타리.
-(해설) 참 맛있게도 먹네요.
-밥 좀 더 갖다 드려.
-짜다, 짜.
-짠돌이같이 생겼죠?
-맛집 가서 같이 밥 먹고.
-갔다 같이 오고.
-맛집 가서 밥도 먹고.
-그랬어요?
-네.
-그래서 사람들이 잉꼬부부라고 합니다. 혼자서 안 드시고.
-그래, 그래, 그런 것 같습니다.
-일을.
-약속. 약속.
-손가락 새끼, 도장 찍고.
-도장 찍고.
-사인하고 사인하고. 사인하고 복사해요, 복사. 복사, 카피하고.
-(해설) 누가 잉꼬부부 아니랄까 봐 여전히 알콩달콩한 두 사람. 웃는 모습도 닮았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잘 계세요, 갑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 많고.
-이거는 또 뭡니까?
-이거를 교수님이 얼마나 뽑고 씻고 다듬고 한 거니까 가져가서 드세요.
-아버지가 돈 주기 싫어서 이거 주라고 했죠?
-잘 가세요.
-(해설) 즐거운 이별이란 세상에 없겠지만 그래도 훌쩍 뒤돌아갈 수 있는 건
언젠가 다시 만날 거란 믿음 때문이겠죠. 비토섬 잉꼬부부, 두남 씨와 진옥 씨,
다시 만날 때까지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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