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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4 - 미역할매 이연선

등록일 : 2022-08-22 14:41:02.0
조회수 : 369
-참 좋다. 이렇게 아름다워? 거제를 찾아와 본 편인데 또 다른 거제가 있는 것 같은데, 여기?
또 다른 섬이 있는 것 같고. 우리 섬 어머니 만나러 가는 것도 그냥
일하러 가지 말고 이렇게 구경만 시켜 주면 좋겠다.
맛있는 거 먹고, 눈에 좋은 거만 담고. 진짜 탁 트인 바다다.
-(해설) 이런 경치는 사진을 찍어야죠. 오늘 섬마을은 비경을 품고 있네요.
-왜 이런 데를 안 와 봤지, 내가? 그렇게 섬 어머니들 많이 만나고 했는데도.
저쪽에 마을도 진짜 아담하게 완전 어촌인데. 이런 데 같으면 굳이 육지 가서 살 필요 있겠습니까?
섬에 살아도 그냥 너무 행복할 것 같아. 좋다.
-(해설) 30분만 배로 달리면 통영 매물도에 닿는 여차마을.
밀려오는 파도에 부딪는 몽돌해변과. 돌미역은 여차마을의 자랑입니다.
그나저나 만기 아우님, 어머니부터 빨리 찾으세요. 혹시 이연선 어머님?
-그렇습니다.
-반갑습니다.
-(해설) 미역 캐고 파는 일은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1년 농사입니다.
맑은 바람과 햇살이 만들어 더욱 맛있답니다.
-안녕하세요? 거제 여차마을에 사는 이연선입니다. 올해 77살입니다.
미역을 많이 캐서 미역 할매라고 합니다.
-미역 캐러?
-그런 데 미역보다 여기가 더 유명합니다.
-그래요? 물속에 자랍니까?
-네.
-어머니가 그럼 물속에 들어가서 미역을 캐 나옵니까?
-그렇죠.
-(해설) 봄부터 초여름까지 캐는 돌미역은 여차마을 특산품인데요.
연선 씨는 이곳에서 대상군으로 통합니다.
-빨리 갑시다.
-네? 가자고요?
-빨리 가십시다.
-아드님입니까?
-조카 아들.
-조카 아들? 나도 바로 따라가야 합니까?
-따라갑시다.
-네? 나는 어머니 물에 못 들어가는데요. 짐도 안 풀고. 참나, 맨날 나오자마자 잡혀 나가고.
-(해설) 당연히 바다부터 가야죠.
-한산이에요.
-한산? 그런데 좀 저쪽에 맨날 들은 이야기지만 바닷가에서 육지나 서울로 가지요?
-복이 있었으면 그런 데로 갔겠지만, 복이 없으니까 여기까지 오죠.
-맨날 봐서.
-맨날 봐서.
-우리 어머니. 오히려 우리가 볼 때는 산으로 쳐다볼 것 같은데.
-(해설) 오늘 미역 따는 곳은 마을과 마주 보는 섬, 병대도 부근 맛있는 돌미역이 자라는 포인트입니다.
-이제 다 왔습니까?
-다 왔습니다. 여기 어찌 들어가요, 어머니. 여기 어찌 들어가. 여기 안 깊어요?
-깊죠.
-얼마나 내려가요?
-미역 있는 데는 얼마 안 내려가.
-들어갑니까? 많이 잡아 오세요. 혹시 안에 전복 같은 거 있으면 따오세요.
-전복 있는 데는 미역은 없어요.
-세상에 물을 겁을 안 낸다, 어머니들이.
-(해설) 절경 품은 바닷속에 돌미역이 자라고 있습니다. 거센 물살이 맛난 미역을 만드는 비법입니다.
-어머니 들어갔다, 들어갔다, 들어갔다.
-(해설) 올해는 바다도 가물어 미역이 덜 자랐답니다.
그런데도 바다는 그야말로 미역 숲입니다. 연선 씨의 망사리가 금세 가득 차네요.
-올라온다.많이 땄어요? 한번 보여주세요, 어머니. 크다.
-(해설) 30분만 작업해도 망사리를 바꿔야 할 정도입니다. 연선 씨 미역 캐는 솜씨 정말 베테랑급이죠?
-던져주세요, 뒤에 있는 망태기. 그거 하나 던져주세요.
-어머니 또 하려고요?
-조금 더 캘라고.
-조금 더 캔다고. 그만 하세요, 욕심내지 말고. 괜찮아요?
-빨리 줘요.
-네?
-빨리 줘요. 언제 이렇게 많은 미역을. 미역이, 한번 보자. 이 미역귀. 이게 있어야 자라는구나.
어떤 맛인지 미역국은 많이 끓여먹어 봤지만.
-(해설) 바다에서 금방 캔 돌미역 맛 어떤가요? 너무 아삭아삭합니다.
-(해설) 여차 앞바다가 정성껏 길러낸 돌미역. 연선 씨는 미역 농사로 1년 살림살이를 마련합니다.
미역은 수심 3m 이내에 자라니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양껏 캐도 금방
자라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바다를 보물창고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금세 차는 망사리를 보면 물질하는 기쁨도 두 배가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수고. 무게가 장난이 아니네. 어머니.
-이게 잠깐이라고 어머니?
-몇 시간씩요?
-네.
-파도가요?
-여기 파도도 그렇고.
-내가 어머니. 이만기가 올 때는 절대 용왕신도 하늘신도 딱 봐줍니다. 네?
-내가 오지 말라 했습니다. 내가 하늘에 빌었다니까, 어머니. 그게 정성이 안 보입니까?
그래도 어머니, 바다가 어머니한테는 고향이다, 고향.
-(해설) 50년이 넘도록 다녔지만 여전히 편안하면서도 무서운 곳이 바다입니다.
하지만 바다가 해녀를 빈손으로 보내는 법은 없죠. 오늘도 미역을 넉넉하게 캤습니다. 녹아요.
-그래요?
-빨리 들어가야겠네.
-(해설) 물질은 끝났지만 물질이 미역 작업의 마지막 순서는 아닙니다.
-들어 올려 봐요.
-무거워라. 진짜 어머니, 대단해.
-(해설) 그냥 봐도 정말 묵직해 보입니다.
-자갈에?
-(해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역은 곧장 몽돌 해변으로 향합니다.
햇볕이 좋을 때 말려야 하니 모두 마음이 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끼니도 잊고 일을 하는 날도 많습니다.
그래서 만기 아우님이 오늘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답니다.
마을 주민 여러분께서는 방파제에 오셔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해설) 그때 선착장에 들어서는 트럭. 돌미역홍게라면.
-(해설) 파기름에 꼬들꼬들한 여차 돌미역과 고춧가루를 넣어 달달 볶은
양념장에 마음까지 뺏어버릴 홍게를 넣어 끓여주면 돌미역홍게라면 완성.
-어머니, 못 들어봤죠? 조금 어머니, 너무 맛있습니다.
-(해설) 돌미역으로 만든 양념장이 비법의 핵심입니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에 준비된 재료를
투척하고 마지막으로 홍게가 자리를 잡으면 끝. 정말 먹음집스럽네요.
-(해설) 라면은 국물 맛이죠.
-맛있겠다.
-됐어, 됐어. 딱 좋았어. 돌미역 홍게 라면.
-감사합니다. 홍게를 갖다가.
-어머니, 맛이 어때요?
-맛있습니다.
-솔직하게.
-맛있어요.
-솔직하게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지.
-(해설) 손님들이 밀려오는데요.
-마을 분들입니까?
-그래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뒤에.
-할아버지.
-할아버지 최고!
-할아버지.
-오냐, 오냐.
-최고!
-최고!
-할아버지 아니다.
-최고.
-최고.
-왜 할아버지라 불러요.
-(해설) 연선 씨도 돌미역 홍게 라면이 입맛에 잘 맞나봅니다.
-시영이. 엄마 먹으라니까 왜 시영이를 줘.
-몰라, 안 먹는대.
-(해설) 손녀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제일 행복한 연선 씨입니다.
-(해설) 돌미역 홍게 라면은 주문이 들어와야 끓입니다. 최고의 맛을 위해서죠.
-(해설) 이장님까지 합세했습니다. 이장님의 평가는?
-맛있는데.
-(해설) 정말 끝내주는 맛인가 봅니다. 물질하고 먹으니 더욱 꿀맛이죠.
만기 아우님 덕분에 여차 마을에 라면 잔치가 열렸습니다.
점심 대접을 마쳤으니 이제 아우님 차례인데요. 직접 끓인 돌미역 홍게 라면, 맛이 어떤가요?
-그래도...
-(해설) 라면 끓이느라 점심을 굶고 있던 만기 아우님.
오늘 면치기 먹방 제대로 찍으시네요. 알아요?
-홍삼이다.
-홍삼이네?
-이게?
-네. 오늘 딱 잡아 온 거예요. 금방 잡아 온 거예요.
-그래요?
-바다에서...
-나 준다고?
-응.
-홍삼 봐라.
-맛있게 드세요.
-해녀 어머니로.
-한 30년 뒤에.
-30년 내가 죽어서 없을 건데.
-올해?
-진짜?
-(해설) 마음 상할 만하네요. 눈치가 저렇게 없어서 되겠어요?
어쨌거나 돌미역 홍게라면 대성공. 점심을 먹자마자 몽돌 해변에 다시 모였습니다.
오늘 캔 미역은 오늘 말려야 하니 딸 승연 씨의 손길도 분주합니다.
여차 돌미역은 이렇게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합니다.
-네.
-동네가 전부 다 그러면.
-(해설) 같은 시각. 연선 씨는 아버지 점심 챙기러 집으로 왔습니다.
-(해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옆에서 거드는 연선 씨.
물질하다가도 밥때가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는 합니다.
-(해설) 앉지도 서지도 못한 채 곁을 지키는 연선 씨. 미역 일은 딸의 몫입니다.
-가정형편이?
-따님이?
-네?
-(해설) 한산도에서 물질을 배워 시집와서도 계속했으니 그 세월이 벌써 55년째입니다.
아마도 여차 앞바다는 모르는 곳이 없을 겁니다. 일터이자 쉼터인 바다.
바다에서 청춘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섬 할머니가 되어버린 연선 씨입니다. 여기 미역 붙이러.
-고생 엄청 하셨는데.
-안 좋죠.
-맞습니다. 맞습니다.
-말동무도 되고.
-아버지도.
-왜?
-어머니를. 여기서 미역.
-어디로 가야 하는데? 3개.
-이 옆에. 이것도 들고 오고.
-이 옆에.
-(해설) 따뜻한 몽돌과 청정한 바람이 여차 돌미역을 고슬고슬하게 말립니다.
오후의 여유도 잠깐. 부지런한 연선 씨가 또 재촉합니다.
-(해설) 오후에는 물 때를 맞춰 갯바위에 나가야 한답니다.
-일 다 해놓고 죽으려면 죽을 날이 없다는데.
-(해설) 쉴 틈 없는 섬마을의 하루. 자그마한 섬 쪽으로 갑니다.
-이것도 섬이네.
-네, 이것도 섬이에요. 이것도 섬.
-(해설) 선착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갯바위는 미역 많기로 소문난 포인트입니다.
이 정도 물이 센 거를 장사님이 겁을 내면 어째요?
그러니까 이거를 다 캐야 합니다. 이게 진짜 돌미역입니다.
-이게 어머니 진짜 돌미역이에요? 그러면 많이 따가야겠네 어머니 이거.
-많이 따야 하는데, 이만기 선생님이 조금 많이 따세요. 키도 크고 힘도 세니까.
-어머니, 여기는 무섭다. 물이 그냥 저 밑에 가는데.
-물에 빠지면 내가 건질게요.
-어머니가 저를 건진다고요?
-배가 옆에 있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해설) 물때 맞춰 미역이 드러나자 캐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금세 수위가 높아지는데요.
-이거만 캐고 이제 못 하겠습니다, 파도가 세서.
-파도가 세서?
-물이 지금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물이 들어와서 그러지요? 날물 같으면 괜찮은데.
-날물이면 괜찮은데 들물이니까.
-그러면 오늘 작업이 잘 안되는 겁니까?
-잘 안되지, 물이 아홉 물이나, 여덟 물은 돼야 하는데.
-어머니, 여기 거북손 많네.
-여기 많이 있죠.
-거북손 따야지.
-(해설) 쫀득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인 거북손. 이걸 봤는데 그냥 갈 수 있나요?
미역 따다 말고 지천에 널린 거북손부터 땁니다.
-그런데 이렇게 따면 되죠?
-그렇게 따면 되는데. 아버지도 한 가닥 하셨나 봐요.
-한 가닥뿐만 아니라 두 가닥도 할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있으니까 꼼짝도 못 하고 앉아 있지.
-(해설) 자그마한 여차마을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호령했던 경상도 사나이.
호기롭고 당당하던 아버지의 그 시절이 엊그제 같습니다.
-어디로 가든가.
-잘 살아야 해! 그래 이거 리얼이다! 내가 갈 테니 욕봐라! 너희가 나를 얼마나 고생하게 만들었어!
빨리 잘못했다고 해라, 잘할래, 안 할래? 지금 더 있어 봐,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119 신고해라. 불러라 불러.
-112로 전화해야 해, 해양경찰로.
-112, 112를? 그것도 가르쳐주지 마요.
-내가 보니까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정신 차리고 와라, 조금 더 수행하고.
-(해설) 아우님, 장난기가 발동했네요.
-한 바퀴 돌고 오겠지?
-(해설) 인제 그만 돌아오세요.
-저거 봐라. 바위가 저렇게 크나?
-여기서 보면 매같이...
-저런 게 어머니 바위가 안 무너지나?
-이거 봐라, 이거 봐.
-지금은 이걸 보면 참 기쁘고 좋습니다.
-질러가는 길이네.
-(해설) 여차마을이 이런 풍경을 숨기고 있었던가요? 정말 엄지척할 만하네요. 사진 한번 찍어라, 이거.
-(해설) 즐거운 추억부터 남기고. 여차마을의 매력은 바로 이 비경입니다.
-(해설) 만기 아우님이 연선 씨 집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
-이만기 선생님이다.
-(해설) 누워만 있는 아버지는 오죽 답답할까. 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길 기원하겠습니다.
어느덧 긴 여름 해가 저물고 여차마을에도 저녁이 찾아옵니다.
오늘 섬마을 밥상에는 돌미역과 거북손, 전복에 보라성게까지 올라올 예정입니다.
점심때 해녀에게 선물 받은 홍삼부터 장만합니다. 향긋한 해삼 내장은 최고급으로
쳐주는 별미 중 별미죠. 이게 진짜예요, 이것보다 더 진짜인데, 이게.
-1kg에 몇십만 원 해요, 홍삼이?
-네, 홍삼. 홍삼은 비싸지.
-(해설) 그렇게 귀하다는 말인가요? 오늘 호강 제대로 하겠는데요?
홍삼을 먹으니까 바다를 통째로 그냥 둘러 마시는 것 같다니까요, 그 맛이, 향이.
-(해설) 두 번째 재료는 고소한 성게입니다. 거제에서는 다른 바다와는 달리 보라성게가 잡힙니다.
-어머니.
-이거는 보라성게, 보라성게예요.
-보라성게?
-(해설) 연선 씨, 아우님 좀 봐 줘요. 어설프지만 만기 아우님까지
합세해서 성게를 장만하다 보니 금방 끝이 납니다. 오늘은 홍삼 물회, 돌미역 전복 탕수와
문어 무침, 이곳에서만 먹는 미역채 냉국, 성게와 돌미역 부각, 거북손까지 올라왔습니다. 정말 진수성찬이네요.
-조개도.
-성게요. 조개도.
-맞아요.
-(해설) 저도 미역채 냉국은 처음 보는데요.
-말을 못 하겠죠?
-이거 생미역이에요.
-안 끓인 거예요. 생미역.
-생미역. 냉국에 미역 넣고.
-식초 좀 넣고.
-식초 좀 넣고. 오이고 넣고, 이거는 했어요.
-(해설) 다음은 시원한 홍삼 물회.
-여름에.
-이게 진짜 여름 보양식 아닙니까?
-또 들어간다, 홍삼이.
-(해설) 아우님, 오늘 홍삼 풍년을 만났네요. 이번에는 성게 한번 먹어볼까요?
-잡수소, 그게 제일 좋은 거다.
-죄송합니다.
-성게가.
-이거 너무 좋아합니다.
-잡수세요.
-행복한, 많이 행복한 표정이다.
-이거는 진짜 꿀맛이에요, 꿀맛. 진짜 꿀맛이에요, 꿀맛.
-저 아이들 좀 주소.
-교수님, 너무 많이 드시니까.
-확 다 먹는다. 전복탕수육.
-미역이랑 같이 드세요.
-(해설) 탕수 소스에 돌미역을 넣은 요리입니다. 이 자태가. 이거는 또 뭐냐. 간식으로.
-(해설) 돌미역은 없어서는 안 될 감초같은 재료입니다.
성게알 떠서 한 입 드리고.남은 국물은 껍데기 채 원샷.
-(해설) 달큼한 맛이 일품입니다.
-중매를 했는데, 우리는. 장남에, 장손에.
-(해설) 인생은 쏜 화살과 같다고 했던가요.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도 젊은 시절은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고향 한산도를 떠나 여차 마을 아낙이 된 지도 55년째. 추억이 되어 버린 지난 시간이 꿈만 같습니다.
-호랑이다, 호랑이.
-호랑이다, 호랑이, 호랑이 때라서 호랑이예요.
-고생했다는 말을 하긴 해요.
-죽을 때가 되니까 철이 든 모양이에요.
-(해설) 미안하다는 그 한마디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연선 씨입니다. 엄마, 이 말 해도 되나?
-이야기하면 되지. 여기서 빨리 벗어나야지.
-이제 거제중에서도 진짜 여기 밑에 진짜 끝이거든요, 꼬랑지.
-솔직하게 그 시절을 내 보고 살아라 이러면 저는 못 살아, 못 살 것같아요. 우리 엄마 진짜 대단하셔, 진짜.
-(해설) 참 다정한 분이셨습니다.
-(해설) 그렇게 엄마를 보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연선 씨. 일흔일곱에야 나의 이야기를 써봅니다.
-그 바다가 참 나의 삶을 지켜준 거예요. 집에서 뭐를 해도 그 바다에만 가면 훌훌
털어버리고 그날 슬픔을 지워버리지. 그럼 마음이 푸근해져서 좋지.
-(해설) 한없이 깊고, 한없이 넓은 바다. 연선 씨에게는 바다가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엄마, 우리가 안 했어, 우리가 안 했어.
-시킬 돈도 안 줬는데 무슨 공부를 시켜.
-돈 안 줘도.
-혼자 있으니까 그게 좀 안 좋지.
-그런 얘기는 안 해도 돼. 그냥 좋아요, 이러면 돼.
-괜찮아, 요즘은.
-근데 귀여움을 떠네, 예? 어머니, 그렇죠?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그럼 좋구먼, 어머니.
-사랑한다.
-뭘 오래 살아.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면 좋지.
-너나 건강하게 살아라.
-(해설) 이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연선 씨. 스물둘,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미역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 굳세고 따뜻한 사랑의 시간을 바다는 알고 있을 겁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사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우리 섬마을할매에 인사 한번 해볼까요?
나 건강하게 잘 있어, 이러면서. 우리 여차마을 섬의 어머니,
-(함께) 건강하게 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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