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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4 - 선구마을 복덩이 안홍순 1편

등록일 : 2022-09-19 16:27:54.0
조회수 : 952
-(해설) 부산에서 3시간을 달려가면 남해 끝자락에 앉은 선구마을에 닿습니다.
몽돌해변의 모래소리가 예쁜 이 마을에 오늘의 주인공이 살고 있는데요. 아우님과 함께 만나볼까요?
-참 좋다. 이 몽돌들이. 어떻게 이렇게 이게 파도가 와서 서로
돌끼리 막 부딪혀서 이렇게 깨끗하게 예쁘게 됐나 보다, 이게. 색깔도.
-(해설) 만기 아우도 몽돌 해변에 반한 모양입니다. 신나게 물수제비를 떠 보입니다.
-잘되네.
-(해설) 또 하려고요? 가야 할 텐데.
-이거나 실컷 하자. 여기 어디야? 우리 어머니는 도대체 어디 계셔?
-(해설) 오늘의 주인공 홍순 씨는 선착장에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교수님, 빨리빨리 오세요! 빨리 오세요, 빨리 오세요!
-진작 좀 부르지.
-빨리빨리 오세요! 늦었어요, 지금. 고기도 잘 안 잡히는데.
-빨리빨리 오세요! 진작 좀 부르지. 늦었어, 지금 고기도 잘 안 잡히는데.
-우리, 안홍순 어머니?
-네, 먼 데서 온다고 고생 많았습니다.
-(해설) 웃음이 예쁜 홍순 씨, 별명은 복덩이랍니다.
-이제 준비된...
-막 오는 길인데요?
-반갑습니다.
-소문대로 잘 웃네요.
-(함께) 양태.
-백조기. 그거 맛있는데.
-안 커요, 안 커, 안 커. 이것도 입고?
-네, 그것도 입고.
-(해설) 오자마자 배 타고 고기 잡으러 가는 건, 이제 당연한 순서가 됐습니다. 준비 완료.
-갑시다! 만선 하러 가자!
-매일 작업합니까?
-네. 오동도.
-돌산, 여기가 여수.
-저기 돌산?
-이게 지금 날씨가 이러니까 힘든 거지.
-이거는 호수입니까?
-호수... 이 그물을 치면 뻘이.
-뒤집어지니까.
-뒤집어지니까 고기가 걸려. 바다 가면 은행 간다 생각해, 은행에 돈 찾으러 간다고 생각해야 돼.
-은행에? 여기가?
-바다에 간다고 하면 고기 잡아야 돈이 들어오니까.
-그렇죠, 그렇죠.
-은행 가서 돈 찾아올게요 하고 나가야지.
-돈이네, 맞네. 여기가 금고네, 금고. 전에도 배 타고...
-깃발을, 깃발을 잡으세요. 이거입니다.
-어떤 거요?
-빨간 거, 파란 거, 노란 거.
-저거?
-네. 잡으세요.
-이것도 어머니, 쇠막대기 있던데?
-깃발도 만들었어요.
-네?
-산에 가서 나무 캐서.
-이것도 뭔가 딴 데 가서 보니까 대나무 가지고 갈고리 만든 게 있던데요. 왜 이거를 씁니까, 이거를?
-자연산.
-자연산이다, 정말로. 딴 데 가면 다 갈고리 있는데.
-(해설) 절묘하게 잘 만드셨네요.
-잡았다!
-잡았다.
-잡았다.
-잘하죠?
-잘하시네요.
-잘한다고요?
-이제 섬마을의 선수가 다 됐습니다.
-완전히...
-선수가 다 됐어.
-시골에, 시골에 살아도 되겠습니다.
-(해설) 건져 올린 그물은 양만기에 걸어 끌어 올립니다. 홍순 씨도 자리를 잡는데요.
-이거, 이거, 이거.
-뭐가 이렇게 많이 올라와?
-(함께) 양태, 양태.
-양태?
-네.
-백조기.
-백조기, 백조기. 아버님, 백조기!
-출발해라. 출동~
-올라온다!
-장대.
-장대. 큰데, 이거는. 수도 없이도, 수도 없이 도야.이건 뭐지?
-조기입니다, 조기.
-네?
-조기입니다, 조기.
-조기. 또 올라옵니다, 또 올라옵니다. 이건 뭡니까?
-병어, 병어.
-병어?
-병어.
-귀한 거 올라옵니다.
-병어.
-이걸로 소주 한 잔 딱.
-소주 한 잔. 아버님은 소주밖에 생각 안 나나 보네.
-또 올라오네.
-이게 뭐야, 세상이. 여기 서 있으면 납새미입니다, 납새미. 서대, 서대, 서대. 풍년이네, 풍년. 아버지...
-이거 서대.
-서대, 서대.
-이게 금어기가 있습니다.
-(해설) 서대 금어기는 7월 한 달이죠.
-또 온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왔다야.
-왔다야. 놀래라! 살아 있네, 살아 있네.
-가시 찔리면 큰일 납니다.
-네?
-가시 찔리면 큰일 납니다, 이거.
-네?
-가시 찔리면...
-큰일 나요?
-네.
-맞지, 맞죠.
-산으로 많이 갔나 보네요?
-바다에 오면 선장 말을 들어야 하는데, 자기가 다 하네, 자기가.
뭐 떡 같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재밌겠네, 아버지. 다른 사람보다도 어머니랑 같이 이렇게 일을 하면...
-아니, 다른 사람을 데리고 해보려고 해도 마음이 안 맞더라고.
-안 맞아요?
-(해설) 홍순 씨와 남편은 그물에 걸린 고기를 떼어내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물 끌어 올리는 양만기 속도에 맞추려면 손이 재빨라야 하는데요. 어느새 양태가 상자에 한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보기에는 고기를 한 마리도 안 놓치네요.
-네? 안 놓쳐야죠.
-한 번을 안 놓쳐.
-놓칠 수 있나, 이거 아깝게...
-(해설) 좋긴 한데, 하루 대여섯 시간씩 해야 하니 참 고단합니다.
-돌아온다, 돌아온다! 어머니 말대로 돌아온다!
-(해설) 이번에는 빈 그물이 자꾸 올라옵니다.
-이거는 없는것 같은데.
-네?
-정신이 없어서. 용왕 신한테 한번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아버지가 처음에 이야기를 잘못해서.
-용왕이 없는 것 같아. 용왕님이 없는 것 같다고. 올라온다, 올라온다, 또 올라온다. 두 마리 올라오네.
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초를 쳐서 그렇잖아. 초를 안 쳐야지.
-양태 쌍으로 올라온다, 쌍으로. 어머니 입 벌어진다.
-돈 올라온다, 돈 올라온다. 우리에게 돈 던지러 왔다.
-은행에 돈을 쉽게 찾을 수 있잖아요.
-제주? 제주에서 여기까지 수영해서 왔어요?
-네.
-또 온다. 이거 봐.
-그러네요.
-좀 당겨 보자.
-뿐이고 뿐이고~
-왜 이래.
-장어 온다, 장어, 장어, 장어. 장어 온다! 장어다! 장어다.
-걸렸으니까 잘라버려.
-크다! 들어와요. 어디 놔도요?
-돌아가자, 이제.
-큰 거 잡았으니 돌아갑시다.
-그럽시다.
-완전히 펄 마사지했네, 펄 마사지.
-다 주자, 다 주자.
-좋네, 예쁘네.
-다 주자. 나는 펄 마사지 맨날 해서.
-(해설) 대미를 장식하셨네요.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홍순 씨.
오늘은 지각한 만기 아우 덕분에 조업을 늦게 시작해서 조금 일찍 마쳤습니다.
선구마을은 가파른 언덕에 형성된 어촌이라 집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답니다.
-여기 좋네.
-빨래터, 빨래터. 빨래터.
-(해설) 빨래터에 들러서 한여름 더위 조금 식히고 가야겠습니다.
-이게, 이게.
-(해설) 선구마을에는 빨래터가 두 개나 있습니다. 그 역사가 무려 350년이나 된다고 하네요.
참 귀한 풍경이네요.
-지금도 많이 해요.
-빨래판. 빨래판.
-이렇게 앉아서. 좀 튀어야 하는데. 이래서. 다른 거 주세요.
-(해설) 앉아서 다리도 좀 쉬고 덕분에 무더위도 식히고 물옷도 빨고 이거 일석삼조인데요.
그렇게 해서 집에서 밤에 자다가 험담 다 하고.
-험도 다 하고.
-험담 다 하고 난리 나지, 뭐.
-여기가 어머님들의 수다방도 되지만.
-수다방, 수다방 하면 되지.
-한풀이 장소도 되고.
-한풀이 장소도 되고. 한풀이, 한풀이.
-한풀이 장소 되고.
-저쪽 마을에서도.
-동네 한가운데에 빨래터가 있으니까 참 동네가.
-항천마을에서도 여기로 다. 방망이 가지고 두드려 패 닦아 가면서 빨래해야지.
-물이.
-계속 보글보글, 보글보글 올라와요.
-물이 오늘 엄청 시원합니다.
-(해설) 선구마을 빨래터는 한여름에는 차가운 물이 한겨울에는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귀한 샘터입니다.
-어머니, 어머니 모자를 벗으니까 복덩이네. 시원해.
-물을 떠 갈 수가 없겠는데.
-진짜 시원해요, 어머니.
-거기도 좋아요? 윗동네 사람들은 위로 가고.
-위로 가고 아랫동네 사람들은, 아래 사람들은 여기 올라와서 하고.
-아래에서.
-집인데 산에 있어서.
-(해설) 선구마을에는 200여 가구가 모여 삽니다.
마을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지인들도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본 토박이들입니다.
그나저나 까꼬막이 제법 가파르네요.
-여기예요? 좋다.
-(해설) 정말 언덕 맨 꼭대기에 홍순 씨네 집이 있네요.
지방 도로와 홍순 씨네 지붕 높이가 거의 같아 보이죠?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바로 이거. 아무것도 가릴 것 없는 시원한 풍경입니다.
-또 큰 배 하나 지나간다. 진짜 이게 바다가 저 건너편 오동도.
-호수 맞습니다.
-진작 가져오지.
-오늘 되게 덥죠? 이 더운데.
-이게 제주 감자라서 맛있는 겁니다.
-이게요? 멀리서 왔다. 감자밭에서 심어 삶으면 되지. 제주에서 친구가 보내준 건가 봐요.
-보세요, 얼마나 경치가. 이 집에 들어와서.
-안 늙겠네. 진짜 말 그대로 힐링하는 곳이네.
-완전히.
-여수에서?
-제주 성산포 앞마을 앞에 종달리라고.
-거기가 좋아요?
-어머니 계세요, 시어머니?
-92세.
-그런데 정정해요.
-뜨거운데. 날도 더운데 바깥에서 먹으니까 더 덥네.
-(해설) 만기 아우가 왔다고 어머니 인사를 뺄 수는 없죠.
내친김에 삶은 감자 들고 시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시어머니 댁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인데요.
홍순 씨 남편이 태어난 집이기도 합니다.
-어머니, 감자 좀 들고 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TV 나오는 사람.
-맞습니다, TV 나오는 사람.
-뭐가 깨끗해.
-여기로 가져 와.
-여기 10개.
-이거 뭡니까?
-이만기 닮았다, 천상.
-이만기 맞습니다.
-맞아요?
-다 봤지.
-다 봤어요?
-연세가.
-연세가 92이야.
-아직 처녀 같은데.
-정리해서 깨끗하게 살잖아요.
-왔는데.
-장어?
-아무렴.
-그런데 어머니, 진짜 손도 나이가 92이신데 손 하나 튼 데가 없네. 손이 엄청 고아.
-염소한테 갔다고, 아버지는?
-염소 6마리 있어.
-8마리 키우고.
-좋지.
-좋지.
-아무렴. 그리고 어머니가 며느리, 그래.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시집 많았고 이야기 한번.
-고생 많았다. 건강하게 잘 살아라.
-(해설) 착한 며느리와 함께 할머니도 건강하세요.
-여기도 경치 좋네.
-이 앞에 나무만 딱 치워버리면.
-(해설) 시어머니께 인사도 드렸으니 이젠 남편 운철 씨를 찾아가 볼까요?
시어머니 집에서 또 5분만 걸으면 남편이 만들어 놓은 염소 목장이 나온답니다.
-참 옛날 길이다.
-이 꽃 냄새 나네. 꽃향기 진짜 좋아요. 진짜 냄새 좋네.
-어디 가세요!
-잠깐 기다려!
-음매~ 음매~
-(해설) 요즘 남편 마음은 목땅 빼앗아버린 귀염둥 염소들.
특히 아기 염소 보는 일이 제일 재미난 운철 씨입니다.
-염순이.
-염돌이. 잡순이.
-잡순이?
-잡순아, 이리 와, 이렇게.
-새깨들은 불쌍이. 불쌍하다고.
-내 새끼니까 내 마음대로 지어야지.
-아버지하고 많이 닮았다, 조금. 진짜, 그렇죠?
-(해설) 자고로 아들은 아버지를 닮은 법이죠.
-당신 닮았대요.
-그래?
-참 촌에 살아서 부지런하다, 그렇죠?
-뭘 자기 혼자 다 쳤대. 내가 다 했구먼. 염돌아!
-엄마한테.
-엄마를 돌보기 위해서.
-엄마 돌보려고. 대단하십니다.
-저기 무슨 나무인가.
-저기.
-같이 가보세요. 가서 풀도 베어다 주고 그래요.
-내가요?
-네.
-내가 주는 풀은 안 먹을 건데. 뭐를 맛있어합니까? 이거?
-도망간다. 자기 아버지 찾아가네.
-왜, 왜.
-저놈 봐, 저놈 봐.
-자기 새끼 돌보러 가네.
-이리 와. 먹어.
-먹어, 먹어. 먹어라.
-이리 와.
-(해설) 염소들이 아빠를 정말 잘 따르는데요.
-(해설) 먹이 주며 염소와 친해지려다 실패한 아우.
이번엔 염소 몰이를 하는데요. 그런데 염소 몰이인지 애들 놀라게 하는 건지.
-저쪽으로 간다.
-저쪽으로 간다.
-어디, 어디.
-(해설) 영 어설퍼서 안 되겠는데요.
-(해설) 염소들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야 아우님도 퇴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우님에게 쫓겨 요리조리 도망만 다니던 아기 염소가 엄마 염소와 만나더니 마침내 집으로 돌아갑니다. 너희는.
-(해설) 사람도 염소도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은 건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남해 끝자락이라 전남 여수와 더 가까운 선구마을은 신선이 내려와서 살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동네입니다. 무릉도원에 살던 신선도 반할 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이라는 거죠.
-(해설) 만기 아우, 더위 피해서 좀 쉬려나 했더니 이번에는 만물상입니까?
-그러면 선풍기 날개를 이거로 바꾸면 되잖아요. 이것도...
-(해설) 과연 제대로 고쳐질까요?
-돈 버는 거지.
-(해설) 안 되는 건 되게 하라. 이것이 만기 아우의 평소 신조라는데.
-사이즈가 안 나오네.
-(해설) 잘 들어가지 않는데요. 하지만 맞지 않는 건 직접 만들어서 맞춥니다.
-내가 어찌해도 합니다.
-만물박사네.
-만물이야, 만물. 맥가이버야, 맥가이버.
-(해설) 만기 아우가 고장 난 선풍기를 고치면 홍순 씨 오늘 맛있는 거 해줘야겠습니다.
선풍기가 잘 돌아가네요.
-박수.
-바람 나오는, 도는데 바람 나오는데 손이 오면 어떻게 합니까?
-박수.
-선풍기.
-하나 성공시켰네.
-아버지! 동네 선풍기 다 보라고.
-고장 난 거요?
-밥통도 고장 났습니까?
-밥통 소리가 잘 안 나잖아.
-소리가 짜글짜글 소리가 나야 하는데 밥통이 소리가 잘 안 나.
-시원해. 좋다.
-잘되지요?
-따봉 따봉.
-성공!
-성공.
-동네 이장님 불러서 나 좀 마이크가 왜 있어.
-(해설) 이제 저녁 준비할 시간인데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점심에
삶은 감자로 간단하게 요기하고 제대로 먹은 게 없는데요.
제철 맞은 병어로 만든 짭조름한 병어 조림에,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
제사상에도 오르는 양반 고기 서대구이까지. 군침이 절로 도는데요.
귀한 대접을 받았던 백조기는 새콤달콤 매콤한 회무침을 해서 먹기로 했습니다.
양파, 당근, 미나리 등 갖은 채소에 초고추장을 적당히 넣어 쓱쓱 비벼주면 끝.
백조기 회무침은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랍니다.
남해의 맛을 그대로 담은 해물 밥상입니다. 만기 아우님, 오늘 종일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회무침이지.
-회무침.
-(해설) 예쁜 웃음과 착한 마음에 손맛까지 좋은 홍순 씨입니다.
-제대로야? 자.
-부끄럽지도 않나 봐요.
-네.
-왜?
-나는 어디 가서 발도 못 붙이는데.
-제가 서대 진짜 좋아합니다.
-(해설) 서대는 통째로 구워 먹으면 맛이 일품이지요. 조림이에요.
-제주도식이에요?
-다 먹고 나면 또 여기서 차 한잔하면서 분위기 딱 잡아서.
-저녁노을 슬슬 지려고 할 때. 그러니까 그날 만나고 이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가 뒷날 바로 놀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를?
-네. 남해대교를 놀러 가자고 했는데. 얼굴은 복스럽게 생겼고.
-(함께) 그냥.
-아니요, 사진 찍고 집에 오니까 약혼 사진 찍으러 갔다 왔다고 소문이 나버렸더라고.
우리 언니도 육지에 다 시집가버렸어, 언니 둘도. 저기 청산, 청산 완도.
또 이런 식으로 되니까 밥을 안 주는 거야.
-어머니가?
-9년 뒤에.
-뭘 같이 써, 나는 촌에 살았는데요. 부모 옆에 살았는데요.
부업 같은 거, 통발 같은 것도 만들고. 낚시 같은 것도 꿰매고 낚싯줄, 그것도 하고. 부산에서. 천일 예식장.
-천일 예식장에서 했네.
-12월 17일 천일 예식장.
-(해설) 열아홉에 남해로 출장 물질을 왔다가 남편을 만났습니다.
홍순 씨의 복스러운 얼굴이 얼마나 좋았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답니다.
외항선 타는 남편을 만나 예쁜 딸 셋 낳고 씩씩한 아들 낳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내가 왜 와서 서방님도 없는데 와서 이 고생을 하고 하고 사는가.
-그러게. 나는 4번밖에 안 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까 엄마 그리움을 더 생생하게 알죠. 하늘만큼 땅만큼...
-(해설) 웃음 많고 사람 좋기로 소문난 홍순 씨.
시집와서 이 살림을 다 일궜으니 그야말로 복덩이입니다.
좋은 일도 궂은일도 그저 웃음 속에 묻으며 살아온 세월. 그 이야기들을 자서전에 풀어놓았습니다.
-보세요.
-나는 보려면 안 보여주는데 교수님한테 보여주네.
-그래요.
-안 본다고요? 왜요?
-그렇지요.
-보듬어주고 챙겨주고.
-돌봐주고 그렇게 해 줘야 하는데.
-그러면 얼마나 더. 맞아요?
-나는 맞는 말만 하지, 거짓말을 못 해요.
-장인... 완전히 내가 고문을 당하는 심정인데. 아니, 생각 외로 그렇게 어려울 상황은 아닌데.
사람을 코너에 밀어붙이는지 알 수가 없네.
-손 딱 잡고. 잡고 내가 당신 잘해줄게 하고 두 손 딱 잡고 이야기하세요.
-여보, 사랑해.
-(해설) 넉넉지 않은 형편을 아는 건지 4명의 아이는 큰 병 한 번 앓지 않고 기특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무탈하게 커 준 것이 지금도 제일 고마운 홍순 씨입니다.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은 순간은 언제였나.
-그런 거 없어요.
-아니, 내가 뭐... 전부 칭찬인데 하나에서 열까지 나보다 월등하고 나은데.
내가 또 믿기 때문에 어리광 비슷하게 철부지같이 그렇게 또...
-(해설)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있나요. 얼굴은 바뀌어도 마음은 변함없답니다.
-(해설) 이렇게 다정한 남편까지. 깨소금이 쏟아집니다.
-이것들 아버지가 다 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더워서 냉커피.
-커피까지.
-잘 먹겠습니다, 서방님.
-(해설) 남해의 선구마을 복덩이 홍순 씨.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아직 하루해밖에 저물지 않았네요.
홍순 씨, 우리 다음 주에 또 만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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