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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할매 시즌4 - 선구마을 복덩이 안홍순 2편

등록일 : 2022-09-27 16:23:52.0
조회수 : 688
-(해설)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홍순 씨네 집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남편 운철 씨는 트럭을 몰고 어디론가로 갑니다.
-지금 어디 가는 건가요?
-새벽에 시장 가기 위해서 배에 있는  어제 잡아 놓은 고기를 운반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뱃머리에 내려가고 있어요.
-(해설) 부지런한 남편의 트럭이 떠나자마자 새벽잠 마다하고 홍순 씨도 밖으로 나옵니다.
-(해설) 아무도 없는 새벽 4시의 선착장. 남편 운철 씨의 배에만 환하게 불이 켜져 있습니다.
미리 잡아둔 꽃게를 모두 건져 올리는데요. 상하지 않도록 상자에 넣습니다.
같은 시각, 홍순 씨는 창고 안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생선을 모두 끄집어냅니다.
-서대하고 낭태하고 백조기하고. 간재미. 간재미 알아요? 간재미가 가오리, 가오리.
-(해설) 잡아서 바로 얼린 것이라 신선함이 그대로입니다.
-준비 다 됐나?
-네.
-(해설) 일찍 뜬다는 여름 해가 아직 얼굴도 내밀기 전인데, 홍순 씨와 남편은
어둠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사나흘 전부터 조업해서 모아놓은 고기를 가지고 어디론가 가려는 모양인데요.
-하나, 둘.
-(해설) 오늘은 아래층에 사는 큰딸까지 출동합니다.
-(해설) 드디어 출발하려나 봅니다. 지금부터 선구마을 복덩이 홍순 씨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홍순 씨가 서둘러 달려간 곳은 남해읍에 위치한 전통시장.
남해시장은 매달 2일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입니다. 제철 고기를 잡아서 팔아 돈을 만들죠.
나나 씨는 장어를 손질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엄마 홍순 씨와 나란히 가게를 꾸리니
시장에서도 붕어빵 모녀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해설) 결혼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잘 다니던 딸이 어촌에서 고기를 잡으며 사는
엄마 곁으로 온다고 했을 때 홍순 씨는 여러 가지로 생각이 참 많았습니다.
-아니요,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자식 생각하면 어떠세요?
-(해설) 나나 씨가 오면서 장사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큰딸이 꿋꿋하게 엄마 곁을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게 엄마 마음이겠죠?
-(해설) 대학을 다니면서도 엄마가 쥐고 있는 삶의 무게를 생각했던 큰딸은 선뜻
고향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워줬습니다.
딸과 함께라서 더 신나는 홍순 씨입니다.
그나저나 홍순 씨는 이렇게 빨리 장에 왔는데 아우님 이제 오면 어떻게 해요?
-이제 오시면 어떻게 해요?
-뭘 이렇게 아침에, 새벽에 사람을 나오라고 해서.
-팔아 줘야지, 팔아야죠.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딸요.
-따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오늘 장사 잘되겠네.
-이거 언제 다 팔아. 여기에서 그러면 엄마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계시는 거예요?
-장어.
-뭐 하시는데요?
-엄마랑 너무 닮았다.
-그래서 너무 닮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요.
-완전 진짜 붕어빵입니다. 오늘 저녁에 언제 다 팔겠어.
-엄마 능력이면 뭐. 이만기 씨 오셨으니까 한 1, 2시간이면 다 팔리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진짜? 저 파는 재주가 없는데요?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잡는 거 잘하시니까.
-제가 잘 잡았어요, 어머니하고.
-교수님 거기 편하게 있지 말고 여기에서 장사를 해야죠.
-싫어요, 거기는 안 갈래.
-여기서 장사.
-또 심부름시키려고요?
-편안하게 의자를 갖다 놓을게요, 의자.
-알았다, 알았다.
-(해설) 아우님, 오늘 장사 좀 해보시렵니까?
-어머니, 뭐 이렇게 많이 사갑니까?
-많이 먹으려고. 많이 먹으려고.
-거기 다 들어가겠어요?
-다 들어가요. 이거 배달도 해야지.
-무거워라.
-들고 가자. 장갑 줄게요, 장갑.
-어디로 가는데, 어디로.
-여기.
-저 끄트머리로요? 멀어요? 땀 난다.
-(해설) 오늘은 특별히 배달 서비스 추가요.
-여기 놓으세요, 감사합니다.
-이래서 어머니 또 파네.
-응, 또 파네.
-이렇게 다 팔면 얼마나 됩니까?
-얼마나 남아요?
-네.
-밥값이나 하면 되죠, 뭐.
-밥값이요.
-많이 남기면 되겠습니까? 많이 못 한다, 밥값이나 나오고.
-많이 파세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해설) 새벽 5시가 되니 가게들이 문을 엽니다. 만기 아우도 가격을 알아야 장사를 할 텐데요.
-맞춰봅시다. 큰 거 이거 한 마리 1만 원이요. 3마리 2만 원. 이거는 전부 다 2만 원. 이거는 1만 원.
-5마리.
-1만 원. 거기는 가면 좀.
-앉아, 앉아.
-첫 차도 아직 안 다닐 시각이에요, 사장님.
-어?
-안녕하십니까?
-이만기 씨 아닙니까? 따라 해보세요, 따라 해야만 팔릴 거 아닙니까?
왜 그렇게 앉아 있습니까? 팔러 왔으면 이거 팔아야 할 건데 멍청하게 앉아 있기는.
-어?
-빨리 팔아야 할 건데.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
-어머니, 뭐 드시고 싶으세요? 현찰 박치기잖아요, 외상이 없고.
-(해설) 도매로 고기를 사러 오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직접 잡아서 파는 홍순 씨네 생선은 싱싱하기로 유명하죠. 홍순 씨, 장사 잘하시네요.
나나 씨는 부지런히 장어를 장만하고 모녀가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또 온다, 또 온다.
-또 한다.
-또 살라고.
-또 온다, 또 온다.
-양태.
-그렇게 안 해.
-3만 원어치를 그렇게 많이 주면 어떻게 해.
-한 마리 뺄 건데.
-고기 좀 사가세요. 이거 오늘 다 팔아야 갑니다.
-네.
-가서 일하러 가자. 고기 잡으러. 장사... 이거 1만 원, 1만 원. 이거 6마리 1만 원. 나 안 하련다.
-고기 잡으면 뭐 합니까? 팔아야지. 팔아야지 고기를 잡지. 안 팔면 어떻게 고기를 잡아? 이거는 하나.
-사람을 기다려야 해요.
-화딱지 나면 안 되네. 사 갑니까? 여기, 여기.
-5마리 2만 원. 이렇게 보면 크다니까, 이렇게 보면.
-(해설) 제법 흥정도 하고 어설프긴 하지만 이제 장사 티가 나긴 납니다.
-아야, 아야, 아야.
-아니, 1만 원어치만 팔라고.
-여기서 샀는데 돈을 여기로 줘야지, 돈을 여기로 줘야지. 고맙습니다. 맛있게 잡수세요.
-(해설) 시장 도착 1시간 만에 능숙하게 좌판을 누비며 정겹게 손님을 맞이하는 아우님.
선구마을 복덩이 홍순 씨네 생선가게는 오늘 아우님 덕분에 왠지 완판할 것 같은데요.
가만 보니 아이스박스에서 생선이 자꾸 나옵니다, 그래.
-이제 내지 마라, 가자.
-또 낸다.
-이거 다 팔아야지,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이거.
-(해설) 홍순 씨와 만기 아우님이 힘을 합치니 남해시장 찾아온 손님, 여기로 다 몰리네요?
-(해설) 남해 오일장 최고의 메뉴는 콩죽입니다.
콩을 직접 갈아서 고소하게 끓인 콩국에 쫄깃한 칼국수 면을 넣어 먹는 남해 지역 별미입니다.
-네, 콩죽.
-콩죽.
-네, 여기서만 팔아요.
-되게 맛있어요.
-(해설) 뜨끈하고 고소한 콩죽은 많이 번 사람이 사야겠지요?
-오늘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나 벌었는지 봅시다. 내기할까요?
-내기합시다. 보자, 얼마...
-(해설) 아우님과 홍순 씨의 장사 대결. 결과가 궁금하네요.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50만 원 했습니다, 50만 원.
그거는 빼야지. 어머니, 나는 35만 원.
-나도 25만 원.
-밥을 좋은 밥을 먹여야지, 이거 죽...
-이거 4000원에 줄게, 4000원.
-4000원?
-알았습니다.
-(해설) 천하장사의 어깃장에 한바탕 웃고 나니 새로 힘이 납니다.
홍순 씨는 고향 제주에서 자랄 때부터 자신보다는 가족에게 더 신경을 썼습니다.
-(해설) 자식들은 힘겨운 길을 걷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새벽에 일어나 바다에서 고기 잡고 시장에서 고기 팔고. 하지만 마냥 고단하지만은 않았던 것은
사랑하는 남편과 착한 아이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만기 아우야. 드디어 여유를 좀 찾았네요.
-(해설) 홍순 씨네 집에서 5분만 걸으면 밭입니다. 찰지면서도 달콤한 단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네요.
-나는 여기 동네 한 바퀴 구경하고 있는데.
-이런 풍경을 내가. 이거 봐라.
-이거 이제. 이렇게 해서 이렇게 젖혀주면 딱 떨어집니다. 가위를 가지고.
-밀어 버리면 되지.
-가위로 다 잘라 낼 겁니다.
-다 잘라 버리면 안 됩니다.
-이렇게.
-아니,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돼.
-왜요?
-아버지는 이렇게 따라고 하고.
-아저씨는 몰라서...
-어머니는 이렇게 따라고 하고.
-이렇게 자르면 잘못된 거예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합니까, 이거?
-이렇게 따면 안 돼, 상품이 안 돼.
-어떻게 짧게 주면 딱 떨어집니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네.
-네. 그러니까 호박이 이렇게.
-나쁘게 나오는 게 아니라 좋게...
-(해설) 홍순 씨는 고기도 잡고 호박도 키워 돈을 만듭니다.
정성으로 키운 유기농 단호박은 오늘 수확해서 다음 장에 내다 팔 예정입니다.
-네.
-불렀는데 안 갈 수가 없다.
-저렇게 애절하게 부르는데.
-갑니다.
-가자.
-왜요? 여기가 다 저...
-저기가 여수.
-여수고 이쪽 끝이.
-저기가, 저기가 여수 저기네.
-오동도.
-오동도 쪽이네, 입구 쪽에.
-네, 오동도. 이쪽이 만성리 해수욕장. 여기 큰 산 있죠? 옛날에는 우리 마을에서...
-일 안 하고 뭔 경치 구경을 합니까? 빨리빨리 오세요, 빨리빨리.
-너무 좋은데, 어머니도 이리로 오세요.
-일을 해야지, 일을 해놓고 봐야지. 아저씨, 연설 그만하고요.
-네, 알았습니다.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듭니다.
-네?
-밥 얻어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요. 허리를 못 폅니다. 내가 이렇게...
-우리 아버지들의 위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기를 못 펴고 삽니다.
-어쩌다가 아버지들이 이렇게 초라하게 됐습니까?
-그러게요, 내가 왜 이렇게 초라하게 됐는지.
-열심히 하는데요?
-어머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금.
-저거 보면 미소 띠는 거. 그래서...
-아버지가 저 미소 때문에 그냥 살살 녹는구나.
-그렇죠.
-저 웃음 때문에. 저렇게 웃어 버리니까 아버지도 화가 난 것도 그냥 오뉴월 얼음 녹듯이 녹겠네요, 그렇죠?
-저도 허허 웃고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니까 오뉴월에 얼음도 그냥 녹겠습니다.
-교수님 일당 주고 나면 남는 게 없겠는데 어떻게 할 거야, 이거.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일당 또 호박 한 3개 주려고요?
-그냥 보낼까, 오늘만 하고? 이제 거의 다 됐으니까.
-이미 손댔는데요. 어머니, 그만 따세요.
-다 따야 합니다. 다 따야 해.
-어머니, 바다에서 일하면 됐지 산까지 와서 농사는 뭐 하러 합니까?
-운동입니다, 운동. 이렇게 운동 안 하고 집에만 있으면 안 돼요.
-(해설) 운동하고 돈 벌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입니다.
그나저나 아우요, 엊그제부터 사흘째 일복이 터졌네요.
여름 해가 너무 높이 뜨기 전에 밭일을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단호박 끝!
-단호박 파이팅!
-(해설) 단호박 수확을 마치자마자 홍순 씨는 또 가야 할 곳이 있답니다.
서둘러 찾아온 곳은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평산 위판장입니다.
-여기 왜 와요?
-여기 우리 딸이...
-여기 뭐 하는 데인데요?
-우리 딸이 중매인 해서 문어 좀 사볼까 해서요.
-여기 그러면 공판장?
-네, 공판장, 공판장.
-(해설) 수산물 경매는 매일 아침 8시 반에서 9시 반 사이에 잠깐 열렸다가 마감합니다.
제철 생선은 물론이고 요즘은 문어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정말 싱싱하네요.
공판장 구경하던 만기 아우. 누군가를 본 모양입니다.
-따님 저기 있다, 눈 봐라, 눈 봐라. 매의 눈을 가지고 하고 있네. 눈을 깜빡거리지도 않네. 진짜 해 봐요.
-손만 이러고 있잖아, 손만.
-(해설) 어제 새벽 시장에서 만났던 큰딸 나나 씨도 오늘 이곳 공판장에서
문어를 대량으로 구매했습니다. 이거 아무나 자격증 안 되잖아요.
-아니, 이거 자격증 없는 거예요. 경매사는 자격증이 필요하고 중매인은 돈이 필요하고.
-5만 5000원.
-5만 5000원.
-5만 원. 이거는?
-이렇게 하면, 흔들면 두 개가 돼요. 7만 7000원이 되는 거고.
-7만.
-이게 7이거든요.
-이건 8이고.
-8이고.
-잘못하면 손해 봐요.
-아무 데나 흔드는 게 아니네.
-큰일나요.
-(해설) 이 문어를 백숙에 넣는다는 거죠? 이번에는 닭을 잡아야 할 차례인데요.
-저쪽 위에, 저기가 닭장입니다.
-(해설) 우리 만기 아우님이 닭장에 들어간다고요?
-어머나, 저 물어뜯는 장닭인데.
-어머나.
-짝짓기한다고. 어머니!
-안 돼, 안 돼, 안 해, 안 해! 무서워라.
-잡으라니까, 빨리. 잡고 있으라니까.
-안 돼, 어머니. 안 돼, 안 돼. 나도 똑같아요.
-오늘 아침에 고생도 많이 했는데 좀 튼실한 걸로 잡아야 안 되겠습니까? 그렇죠?
-큰 놈 저기 한 마리, 암놈을 잡아야지.
-(해설) 그럼 그렇지. 오늘도 만기 아우가 일찌감치 닭장 밖으로 줄행랑을 치네요.
-잡았어요?
-뭘?
-닭을.
-아버지, 한 마리만 하면 된다.
-교수님 한 마리 먹고 내 한 마리 먹고.
-아버지, 한 마리 먹는다고? 괜찮아.
-(해설) 우여곡절 끝에 닭 한 마리 잡고 여름 더위 시원하게 물리칠 백숙을 장만하는데요.
백숙은 가마솥이 있는 시어머니 댁에서 끓이기로 했습니다.
토종닭에 오늘 사 온 싱싱한 문어까지 넣었습니다.
게다가 각종 한약재까지 듬뿍 넣었으니, 이것이야말로 보약 머금은 문어 백숙인데요.
이제 2시간 푹 고아야 합니다. 백숙이 끓을 동안 시어머니와 한글 공부를 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뭐?
-(해설) 92살 시어머니와 64세 며느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저녁 밥상
차려내는 며느리 홍순 씨를 시어머니는 기회만 되면 칭찬합니다.
-이거, 이거 읽어볼게 이제.
-며, 며.
-(해설) 오늘도 며느리 자랑에 신이 난 어머니. 이렇게 다정한 고부간이 또 있을까요?
아들보다 더 잘하는 며느리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제 솥에 불을 땐 지가 벌써 두어 시간 지났을 같은데요.
만기 아우요, 백숙 다 익었는지 확인해야죠.
-가보자. 잘 삶고 있습니까?
-더운데.
-죽인다. 이래 갖고.
-우리 한 마리 잡았는데 우리 집에 한 마리 더 있는 거 오골계 한 마리 넣었습니다, 오골계.
-오골계 한 마리.
-(해설) 한약재 성분이 배어들어 반지르르한 윤기까지.
토종닭과 오골계의 쫄깃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남해식 백숙입니다.
-진국이다.
-이게 진짜지.
-나 이거 국물.
-옻 안 넣고 꾸지뽕.
-(해설) 만기 아우가 국자로 맛을 보는 걸 보니 백숙 국물 맛이 진짜 제대로인가 봅니다.
-그래, 이 맛이야. 다시 맛 표현.
-(해설) 아름다운 선구 마을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푸짐한 점심 밥상이 차려졌습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거.
-(해설) 야, 우리 홍순 씨 손이 진짜 크긴 크네요.
큼지막한 닭 다리 하나를 그냥 통째로 내어 주시네요. 날아라~ 바람아 날아라~
-날지 마. 이렇게.
-(해설) 싱싱한 문어를 통째로 넣었는데. 맛은 어떤가요?
-그래서, 그래서 집사람이 나를 싫어할까?
-(해설) 이렇게 몸에 좋은 걸 드시니 정말 회춘하시겠는데요.
그러나 오늘 보약 문어 백숙의 참맛은 진한 한약 냄새 머금은 국물이랍니다.
-교수님, 국물 진하네, 진짜.
-맛있네.
-향이 좋네, 향이, 향이.
-이걸 먹어야 진짜배기지, 이건 닭 한 마리 먹는 거지. 지금 그러면 큰, 막내아들은 뭐합니까?
-막내아들.
-천안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빠하고 좀 닮았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여기가.
-살아 놓으니까 이해는 합니다.
-살아 놓으니까 애들한테.
-이해가 되네요.
-(해설) 남편은 젊었을 때 외양선을 타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그때 홍순 씨는 부산 영도와 충무동에 살면서 아이들을 키웠는데요.
외양선을 그만 타기로 결심하고 고향인 남해로 돌아왔습니다.
-자유분방하고, 낙천적이고.
-그리고 이제...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거야.
-철들자.
-철들자 죽다, 그래.
-그런데 나는 이날 평생 당신 옆에 와서 이렇게 살았으니까, 이제.
-어머니, 어머니는?
-나는 이제 어머니 돌아가시면 난 제주를 가고 싶어요, 내 고향.
-나는 내 고향 가고 싶어요. 좋아하는 조개 하나만 줍서~ 네랑 내랑 갈랑먹게~
-막 발로 비비면서.
-비비면서 이래서. 좋아하는 조개~ 발이 몽클하면.
-(해설) 시집오면서 고향 제주 바다를 떠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홍순 씨.
어린 시절 철없이 뛰어놀던 그곳. 형제, 자매와 친구들이 있는 고향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사는 홍순 씨입니다.
-아니, 여기...
-아니, 아니지.
-그렇지.
-서로 마음에 끌린 거예요. 이 사람도 나를 보고 첫눈에 반한 거고.
-나는 안 반했어요.
-나 똑바로 보고.
-아니, 안 반했어요. 뭐 오로지 당신을 사랑하오. 또 어디를 간다는 자체가.
오늘 처음, 처음 들어보네? 그 이야기를.
-이제 살다 보면 또 정이 붙는 데가 있겠지.
-(해설) 부지런하지 않으면 섬마을에 살림을 꾸릴 수가 없지요.
새벽같이 일어나 고기 잡고, 시장에 나갈 준비도 하고 홍순 씨는 변함없이 바다에서 하루를 보낼 겁니다.
-고맙습니다.
-네, 사랑합니다.
-(해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조심히 가세요.
-조심히 가세요.
-수고하셨습니다.
-(해설) 아흔이 넘은 어머니까지 배웅을 해주시네요. 착한 며느리이자 다정한 아내인 홍순 씨.
앞으로도 남편 운철 씨와 함께 유쾌하고 예쁜 웃음 잃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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