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특집

무너지는 농촌 기후위기, 종자소멸보고서

등록일 : 2023-01-02 15:26:13.0
조회수 : 313
-(해설) 프랑스 남부의
대평원입니다.
보이는 모든 곳이 옥수수밭입니다.
파랗고 싱그러워야 하는 농사의 땅.
그런데 온통 누렇게 변했습니다.
수분을 잃고 바싹 말랐습니다.
옥수수밭을 헤치고 들어가봤습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옥수숫대가
힘없이 쓰러집니다.
그대로 달려 있는 옥수수.
껍질을 벗겨 열어봤습니다.
완전히 말라 딱딱합니다.
손톱조차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미 말라버린 옥수수밭 위로
뙤약볕이 내리쬡니다.
옥수수는 더 타들어 갑니다.
한창 수확을 준비해야 할 시기.
프랑스 농부들은 이 드넓은 옥수수밭을
통째로 버렸습니다.
올해 여름 유럽을 덮친 최악의 대가뭄
때문입니다.
비가 오지 않는 숲.
건조한 숲에 던져진 작은 불씨는 무서운
화마로 번졌습니다.
불길을 잡기 위해 돌진하는 불도저.
거대한 화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운전기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휘청입니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8월 동안 유럽 토지 47%가 가뭄
상태였습니다.
농토의 농산물을 말라붙었고 건조해진
숲은 쉽게 불탔습니다.
논이 하얗게 질려버렸습니다.
29년 동안 쌀농사를 지어 온
서찬길 씨.
올해처럼 벼가 죽어 가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나락을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하나같이 말라붙고 힘없이
쓰러졌습니다.
논에만 나오면 힘이 빠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합니다.
트랙터가 굉음을 내며 논을
지나갑니다.
서 씨가 결국 트랙터를 끌고
왔습니다.
논을 갈아엎기로 한 것입니다.
애지중지 키웠지만 이게 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충해까지 덮쳐 농사가 망했기
때문입니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여...
-(해설) 벌레를 주워 먹겠다고
왜가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애타는 농부의 마음은 모르고 뻘밭으로
변한 논을 오갑니다.
벼만 갈아엎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커먼 뻘밭이 드러나는 것처럼 농부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 갑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남부를
덮쳤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준비하던
배밭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잔인합니다.
마지막으로 맛이 들기를 기다리던 배
절반 이상이 떨어졌습니다.
낙과.
상처와 병충해로 팔지 못하는 배가
됐습니다.
-(해설) 기후 위기가 반복되는 폭염과
집중 호우.
창궐하는 병충해를 부르고 있습니다.
농촌은 더 이상 견뎌내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잘 자라던 작물들의 수확이 떨어지고
대표 품종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만 올라도 기후
재앙이 크게 늘어날 것이 예상됩니다.
폭염은 8배 넓게 찾아오고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대가뭄의 빈도가 2배가
됩니다.
짧은 시기 타격으로도 한 해 농사가
무너지는 농촌에는 단 한 번의 기후 위기
재해도 직격탄입니다.
기후 위기는 강력한 태풍을 부릅니다.
농촌은 부딪쳐 본 적 없는 자연재해에
속절없이 무릎 꿇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서운 것은 앞으로 슈퍼 태풍이 더 자주
올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입니다.
-(해설) 경상북도와 전라북도,
충청남도까지 4개 도와 만나는
비옥한 땅.
충청북도 영동입니다.
영동에 9월이 찾아왔습니다.
9월은 포도가 익는 시기.
포도 농가가 많은 영동이 아주 바쁜
때입니다.
그런데 검게 익어야 할 포도가 아직
빨갛습니다.
여전히 파란 포도알도 보입니다.
충북 포도를 대표하던 품종
세레단입니다.
덜 익은 포도를 자꾸 잘라내다 보니
포도밭이 헐렁해졌습니다.
박범용 씨는 올해 비룟값이나 건질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박 씨는 오랫동안 버텨오던 세레단
품종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해설) 세레단은 한때 영동을 먹여
살리던 포도 품종입니다.
저녁에 기온이 떨어질 때 단맛이 깊게
듭니다.
기온이 낮은 겨울에 특히 잘 여물어 겨울
포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날이 따뜻해지면서
제대로 익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세레단 포도가 심겨 있던 자리.
나무가 모두 베어져 나갔습니다.
박 씨는 여기에 무엇을 다시 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진용 씨의 포도 농장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아무리 관리해 줘도 포도가 익지
않습니다.
온난화뿐만이 아닙니다.
농민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높은
변동성입니다.
심각한 가뭄과 경험하지 못한 집중호우,
강력한 태풍이 잦아지고 있는 겁니다.
모두 기후 위기의 여파입니다.
-(해설) 9월에 때아닌 비가
내립니다.
일찌감치 세레단을 포기한 방명순 씨의
포도 농가입니다.
방 씨의 포도 품종은 켐벨얼리.
세레단 품종을 포기하고 가장 많이
선택한 포도 품종이 켐벨얼리입니다.
하지만 캠벨얼리도 수확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심해진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포도밭에 비가림 시설을 씌운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필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예전과 달리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견디지 못합니다.
시설 정비에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수확량은 떨어지는 이중고에
빠졌습니다.
-(해설) 겨우 건진 잘 익은 포도를
정성스럽게 포장하는 작업장.
포도가 물러지지 않게 속지에 잘 싸고
상자에 정성스럽게 담습니다.
수확 철이면 즐거워야 하는데 갈수록
줄어드는 수확량에 표정이
어둡습니다.
포도 농가들은 이제 캠벨얼리도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캠벨얼리 다음으로 선택된 것이
샤인머스캣입니다.
최근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이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샤인머스캣도 맛이 떨어지고
수확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포도의 품종 교체는 3년에서 5년이
걸립니다.
세르단에서 캠벨얼리, 캠벨얼리에서
샤인머스캣으로 넘어오는 교체 주기는
점점 단축되고 있습니다.
그사이 재배 면적이 줄고 생산이 줄어
가격까지 오릅니다.
소비자도 피해를 입는 겁니다.
-(해설) 샤인머스캣도 몇 년이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샤인머스캣 다음은 무엇이 될까요?
우리 땅에서 포도는 계속 자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포도 품종이
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라는
겁니다.
포도의 종자 자급률은 약 4.5%에
불과합니다.
수확을 포기하는 품종도 바꾸는 품종도
모두 외래종입니다.
농업의 근간인 종자.
우리나라는 종자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일은 20% 이하 수준입니다.
종자 수입량은 주요 작물 집계만 한 해
약 1만 8000톤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1조 6000억 원 이상이
종잣값으로 해외에 지불된 겁니다.
작물이 워낙 다양해 정부는 대표 작물만
집계합니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종자 전쟁 속에서 해외 로열티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하던 일은 잠시 멈추고 든든한 한 끼를
찾아 나섭니다.
역시 뜨끈한 국물에 밥 한 숟갈이
최고입니다.
우리가 먹는 밥 한 끼.
국산 종자는 얼마나 될까?
밑반찬과 양념에 빠지지 않는 양파의
종자 자급률은 약 29%입니다.
마늘의 종자 자급률은 20%.
대부분이 중국과 스페인산입니다.
샐러드에 들어간 토마토는 55%.
파프리카는 5%도 되지 않습니다.
얼큰한 육개장에 들어간 닭고기.
우리 닭의 종자 국산 비율은
10%가 되지 않습니다.
한국적인 밥상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로열티를 지불한 해외 종자로
만들어진 식사입니다.
-오늘 경기 마지막 샷.
-(해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한민국의 김은정.
-(해설) 최고 인기 종목은 전 국민이
영미, 영미를 외치게 한 여자
컬링이었습니다.
일본과 펼친 준결승전.
물러설 수 없는 한일전에서 대표팀이
환상적인 샷을 잇따라 선보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승부 끝에 대표팀은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에서는 또
하나의 화제가 있었습니다.
일본 여자 대표팀이 우리나라 딸기를
먹는 장면이 자주 보인 건데요.
후지사와 사츠키 선수는 우리 딸기가
맛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일본 선수들이 좋아한 딸기.
우리 품종의 국산 딸기입니다.
과거 딸기도 외래종에 잠식돼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종에 지배돼 있었는데요.
스타 품종이 등장하며 전세가 뒤집힙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설향.
현재 우리나라 딸기의 약 85%를
차지합니다.
딸기는 우리나라 종자 산업, 최고의 성공
작품으로 꼽힙니다.
-(해설) 딸기 줄기와 뿌리가 시커멓게
타들어갑니다.
살짝만 손을 대도 힘없이 뽑혀 나옵니다.
시들음병과 탄저병이 번진 것입니다.
하우스 전체 딸기가 망가졌습니다.
병에 걸린 잎을 솎아내고 또 솎아내도
계속 나옵니다.
설향이 삐걱거리고 있는 겁니다.
이상 고온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설) 10월은 딸기 모종을 옮겨
심은 뒤 본격적으로 딸기를
키우는 시기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10월에 덮친 이상 고온에
모종의 30% 이상이 죽어버렸습니다.
땀을 닦아내며 세심하게 딸기를 옮겨
심습니다.
올해도 딸기 농사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강윤석 씨.
더위를 이겨내라고 시원한 물을 계속
뿌려보지만 역부족입니다.
-(해설) 취약성이 드러나자
타격이 더 큽니다.
85%를 차지하는 단품종 쏠림이 역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실내 재배지만 기후 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수확이 줄어 가격이 뛰면서 소비자
가격이 한 알에 600원이
넘기도 했습니다.
-(해설) 고온에 잘 견디는 새 품종
개발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품종 개발에만 최소 7년이
걸립니다.
기후 위기로 앞으로 있을 변화를
예측하기 더 힘들어져 대응이
어렵습니다.
-(해설) 스타 작물, 스타 품종도 기후
위기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뀐 기후에 대응이 더 절실합니다.
-(해설) 넓은 밭이 수확 시기를
맞았습니다.
농부가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고 있는
건 바로 마늘입니다.
우리나라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죠.
경남 남해는 우리나라 마늘의
주산지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마늘의 10%가 이곳
보물섬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남해가 마늘 주산지 지위를 잃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마늘 재배가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재배 면적이 절반 넘게
사라졌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남해가 더 이상
마늘 재배에 최적지가 아닌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해설) 농촌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일손
부족이 남해 마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마늘 종자도 대부분 중국과
스페인산입니다.
우리 땅에 맞춰 겨우겨우 재배해 왔는데
기후 위기로 환경이 바뀌며 더 이상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겁니다.
결국 국산 종자가 필요합니다.
-(해설) 한국인 힘의 원천, 우리 대표
특용 작물 인삼입니다.
충남 금산군의 개삼터, 개삼각.
최초로 인삼을 심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올해 인삼 수확을 알리는
제례가 거행됩니다.
1000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대표 작물
인삼에 예를 표하는 겁니다.
금산군은 대표 인삼 재배지입니다.
지대가 높고 기후가 서늘해 예로부터
인삼의 고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인삼밭이 햇볕에 녹았습니다.
인삼은 서늘한 날씨를 좋아하는 반음지
식물입니다.
기온이 28도를 넘어서면 성장을
멈춥니다.
뜨거워지는 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작물인 것입니다.
농부가 구슬땀을 흘리며 6년을 키운
인삼을 캐냅니다.
제대로 자라지 못해 수확하지 못하고
다시 묻습니다.
최근 급격한 날씨 변화에 인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해설) 인삼은 90% 이상이 전통의
재래종입니다.
전통 종이 기후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확량이 계속 줄고 재배 가능 면적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인삼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습니다.
인삼은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이상
키워야 합니다.
수확에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후
위기로 망가지면 농가가 받는 피해가 더
치명적입니다.
-(해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인삼
신품종 개발이 시급합니다.
개발은 고온에 잘 견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현재까지 약 40종이 개발됐습니다.
그 가운데 금선이 주목받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괜찮은 성장률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급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해설) 인삼은 고려 시대부터 우리
땅에서 1000년을 이어왔습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도 기후 위기의 역습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통의 종자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의 근간마저 흔들릴 위기에
처했습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춰 놓고 휴식을
주는 커피 한 잔.
기후 위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뺏어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2100년 커피와 감자, 콩과
고추를 비롯해 여덟 가지 작물이
2100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커피를 볶는 은은한 향기와 우유 거품과
함께하는 부드러운 목 넘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린피스 예측에는 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인의 힘, 쌀은 우리의 주식이자
가장 중요한 작물입니다.
전북 김제에서 30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최현규 씨.
최 씨의 시름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쌀농사도
기후 위기를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쌀 품종은 신동진입니다.
특히 최대 곡창지대인 전북 쌀의 65%를
차지합니다.
이런 신동진 품종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기후 위기가 부른 반복되는 폭염과 집중
호우.
특히 병충해를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해설) 쌀의 종자 자급률은 90% 이상.
그나마 버티는 우리 농업 최후의
보루입니다.
-나락이 벼가 아니에요.
-(해설) 벼농사마저 무너진다면 우리
농부들은 이제 어디에 기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문화예술의 나라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를 떠올리면 에펠탑과 개선문 같은
멋진 건축과 아름다운 예술과 패션을
먼저 떠올리죠.
사실 프랑스는 세계 5위권의 농업
강국입니다.
유럽 최고의 경작 면적과 농업 기술을
자랑합니다.
세계 농업의 선진국 프랑스를 상징하는
농업은 역시 포도와 와인입니다.
기후 위기가 불러온 종자 위기, 프랑스는
어떻게 넘어가려 하고 있을까요?
프랑스 포도 농업과 와인 생산의
핵심지인 보르도입니다.
수확을 앞둔 포도밭.
그런데 포도가 햇볕에 마르고
녹아내렸습니다.
아예 포도가 열리지 않은 밭도 있습니다.
-(해설) 올해 여름 유럽을 덮친 최악의
폭염이 부른 가뭄과 산불 때문입니다.
그나마 자란 포도도 제대로 이지 않아
수확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뒤늦게 수확에 나서지만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밖에 미치지 못합니다.
올해는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작년에는 피해가 훨씬 심각했습니다.
-(해설) 3, 4월 반복되는 한파로 심각한
냉해를 입은 것입니다.
우박 피해도 크게 늘었습니다.
-(해설) 다른 와인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보르도 생떼밀리옹에 있는
또 다른 와이너리.
메를로 품종으로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 왔습니다.
메를로는 보르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포도 품종입니다.
적포도의 66%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와인 농가들은
메를로를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메를로는 다른 포도에 비해서
일찍 열매를 맺는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이른 냉해 피해에 특히 취약해
작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해설) 포도 농가들은 새로운
품종 찾기에 바빠졌습니다.
재배 조건도 바꾸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북향으로 포도밭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 뜨거워진 날씨에
이제는 북향 포도밭이
고려되기 시작했습니다.
전통 농법도 무너졌습니다.
포도밭에 직접 물을 주는 것은
금지돼 있습니다.
내리는 비로 충분했던 것이죠.
하지만 올해 심각한 가뭄에
처음으로 수경이 허용됐습니다.
기후 위기를 견디지 못해
전통을 깨고 대응에 나선 겁니다.
-(해설) 바뀐 기후는 포도의 맛을
바꾸고 있습니다.
산성도가 낮아지고
알코올 함유 비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포도의 맛이 바뀌니 와인 맛도 바뀝니다.
와이너리들은 와인 맛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입니다.
-(해설) 새로운 품종을 찾아야 합니다.
프랑스는 전통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미드피레네의 작은 마을,
인구 300명의 소도시 생 몽입니다.
이곳은 프랑스 포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가장 오래되고 다양한 고대 품종의
포도원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곳을 국가유산으로 지정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역사 유물로 지정된 포도원입니다.
한국 언론사에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생 몽의 자랑으로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유지되고 있습니다.
-(해설) 약 600그루의 포도나무가
관리되고 있습니다.
200년이 넘은 포도나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1가지 포도 품종이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7종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잊혔던 품종입니다.
프랑스는 이 보물 창고에서 찾은
오래된 품종들을 다시 살려내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로 어려워진 포도 농업의 대안을
토종 종자에서 찾는 겁니다.
-(해설) 특히 주목받는 품종이 있습니다.
바로 타나트입니다.
수십 년 전에 프랑스에서는 재배 맥이
끊겼던 품종입니다.
그런데 최근 수확이 늘고 있습니다.
고온에 강한 특성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생 몽에서는 타나트뿐 아니라 10여 종의
포도들이 와인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전통적인 품종을 지키면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품종 개발에 나서는
것입니다.
수확부터 세척, 와인 생산과 숙성까지.
모두 생 몽 시민들이 직접 해냅니다.
와인은 이들에게 전통이자 역사이며
잊을 수 없는 삶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해설) 농업 대국 프랑스의 기후 위기
대응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최근 과감한 정책 변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보르도는 매우 까다롭던 지역 인정
기준을 무너뜨렸습니다.
6개 새 품종을 보르도산으로 인정한
겁니다.
유럽연합 EU는 하이브리드 품종과
저항성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것을 허용할 예정입니다.
-(해설) 프랑스는 기후 위기 속에서
농업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더 전통에
깊이 파고들면서도 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수납고, 투명한 병에 종자가
하나하나 담겨 있습니다.
우리나라 씨앗의 보물 창고, 농업진흥청
씨앗 은행입니다.
곳곳에서 수집한 종자의 싹을 틔우고
특질을 확인합니다.
조심스럽게 보관 처리를 해 은행에
저장합니다.
특히 토종 종자 보존이 중점입니다.
민간에서 겨우 유지하던 토종 종자
수집과 보존에 정부가 힘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종자 보존과 개발
노력입니다.
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해설) 토종 종자를 기반으로 새 품종을
만들고 식량 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단계입니다.
적극적인 종자 보존과 개발 노력 없이는
종자 후진국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겁니다.
온실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것,
파프리카입니다.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1위 품목입니다.
하지만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컸습니다.
국산 종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파프리카 종자는 네덜란드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7g 씨앗 한 봉지가 70만 원 이상.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쌉니다.
이런 파프리카의 국산 종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국산 종자가 재배에 들어가자 계속 뛰던
네덜란드 파프리카 종자값 상승이
멈췄습니다.
시장을 지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 겁니다.
국산 종자 개발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해설) 파프리카의 성공은
골든 시드 프로젝트의 성과입니다.
골든 시드 프로젝트는 건국 이래 최대의
종자 개발 사업입니다.
10년 동안 이어진 장기 프로젝트로 올해
마무리됐습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파프리카처럼 성공한 작물은
손에 꼽힙니다.
품종 등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수출은 목표의 절반에 그칩니다.
10년 동안 진행되는 동안 중간 성과
실적이 계속 부족해 계획보다
1500억 원의 투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종자
산업의 기반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종자 산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찾게 했습니다.
-(해설) 과거 종자 산업은 수작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수분시켜야 합니다.
각 생물이 크고 자라는 시기를 온전히
지켜봐야 하고 여러 세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유전 공학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 기술이 더해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우리나라 종자 산업에 새로운 길로
주목받는 디지털 육종 사업입니다.
더위에 강한 파프리카 품종을
만들고자 합니다.
현재는 우선 온도 조건을 달리해
파프리카를 수없이 키웁니다.
여기서 더위에 잘 버틴 파프리카들을
찾아내고 골라내야 합니다.
이렇게 따로 구분한 파프리카들끼리
교배시킵니다.
이런 일을 여러 세대에 반복하고
안정화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이 성공해야 하나의 새로운
품종이 탄생합니다.
보통 10년은 걸리는 일입니다.
하지만 IT기술과 유전 공학이 더해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기존에 키우는 파프리카를 유전
공학으로 분석해 더위에 강한 특질을
미리 찾아냅니다.
길러내는 파프리카에서 샘플을 뽑고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수세대에 거쳐
키우지 않고도 더위에 강한 파프리카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육종 사업은 평균 10년이 걸리던
품종 개발 기간을 5년으로 절반가량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도도 크게 높이게 될 것입니다.
원하는 특질을 세부적으로 개발하기도
편합니다.
기후 위기 대응에 안성맞춤입니다.
IT 기술과 유전 공학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강점을 살린 종자 산업이
꽃필 수 있는 배경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습니다.
종자 산업에 대한 지원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이전 사업에 비해 4분의 1로
줄었습니다.
정부는 종자 산업의 기후 위기 대응
계획조차 아직 제대로 세우지
못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종자 산업에서 최고가
되기는 힘듭니다.
종자 산업은 글로벌 대기업이 이미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품종을 만들면 우리 종자
시장을 지킬 수 있습니다.
모든 품종을 장악하지 못해도 선택과
집중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출로 수익을 만들기도 합니다.
기후학자들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 혁명 이전보다 2도 넘게 오르면
6차 대멸종이 올 것이라 예측합니다.
현재 1.1도가 오른 상태.
전 세계는 1.5도에서 온도 상승을 막자며
공동 대응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기후 위기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농촌입니다.
더 이상 작물이 자라지 않고 잘 키우던
품종을 버려야 할 처지입니다.
기후 위기는 종자 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종자 위기는 식량 위기를 부릅니다.
식량 위기는 전쟁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밀 곡창 지대에서 벌어져 버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속에 세계는
이미 식량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20% 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고령화에 신음하는 농촌에 기후 위기의
절망이 더해져 농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농업의 근간은 종자 씨앗입니다.
바닥 수준의 종자 자급률부터
살려야 합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무너지는 농촌을
살려야 합니다.
우리 씨앗을 키워내야 농촌에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먹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생존이 걸린
일입니다.
농촌과 농업을 지키고 식량 안보
위협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종자
산업에서 시작됩니다.
우리 품종 키우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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