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특집

KNN 특별기획 3부작 한반도의 보석 국립공원 - 2부 바다 海

등록일 : 2023-03-02 14:46:30.0
조회수 : 619
-(해설) 바다가 없으면 섬은
없습니다.
그래서 섬은 바다입니다.
감정이 휘몰아치듯 잔잔했던 바다에도
바람과 파도가 휘몰아칩니다.
성난 파도는 늘 무언가를 삼킵니다.
불같은 화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듯
바다도 평온을 찾습니다.
바다는 잠들지 않습니다.
이곳은 한반도 국립공원.
생명의 바다입니다.
별은 바다에서 먼저 피어납니다.
새벽 그물질은 밤눈이 밝은 물고기와의
시력 싸움입니다.
그래서 마음껏 불을 밝힐 수 없습니다.
-(해설) 드넓은 바다의 자유를 박탈당한
고등어의 마지막 몸부림이 새벽을
깨웁니다.
살고자 몸부림친 흔적인 비늘 한 조각도
허투루 사라지지 않습니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언젠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대낮에도 바다에는 생명의 시작을
기다리는 별이 하늘의 별만큼 뜹니다.
-(해설) 이곳은 그녀의 바다입니다.
죽음이 두려웠던 진시황은 늙지 않는
명약 불로초를 찾아 이곳까지 사람을
보냈습니다.
불멸을 욕망했던 한 인간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지만 절벽은 그대로입니다.
벼랑 끝의 좁디좁은 틈마저 생명들을
위해 내어줍니다.
불로초든 잡초든 차별을 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절벽은 무너져 바다로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해설) 참았던 숨을 내뱉을 때 나는 이
휘파람 소리는 몇몇 해녀들만 낼 수
있습니다.
이 소리를 낼수록 바닷속에서 더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해설) 아직 한반도는 반도가 아닌
대륙입니다.
하지만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흘러들면서
무수한 섬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바다에 보석처럼 국립공원이
뿌려집니다.
빙하의 녹은 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이 섬입니다.
높은 산들은 섬이 됐습니다.
바람과 파도에 깎이고 지금도 깎여
나가고 있습니다.
언제 사라질 지는 시간이 말해줍니다.
하지만 그 작은 틈으로 홀씨가 날아들고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생명들이
스며들었습니다.
-(해설) 이 섬의 풀과 바위와 흙이
이놈들에게는 유일한 둥지입니다.
무너져 내려도 섬은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모습을 바꿀 뿐입니다.
그 바뀐 모습이 모래입니다.
파도는 모래를 싣고 옵니다.
한순간도 멈춤 없이 섬을 부수고 또 섬을
만들고 있습니다.
-섬이 나를 부르면 섬으로 갑니다.
30년 넘게 섬 냄새, 바다 냄새를
따라다녔습니다.
섬에 오면 육지에 두고 온 생각들은
파도에 씻겨 사라집니다.
-(해설) 이놈들에게 모래밭이 밥상입니다.
분주한 달랑게들로 모래는 더렵혀질 틈이
없습니다.
바람도 모래와 함께 옵니다.
하지만 곁에는 늘 어미가 있습니다.
이곳 섬사람들에게 모래바람은 견뎌내야
할 고난입니다.
돌담은 모래를 막는 장벽입니다.
-(해설) 할머니는 방금 오전 밭일을
끝냈습니다.
-(해설) 낯선 이들은 그저
반가운 손님입니다.
뭐라고 하는가.
-(해설) 이 웃음은 힘든 시절을 견뎌온
힘입니다.
-(해설) 모든 생명의 몸뚱이는 언젠가
모래처럼 낱낱이 분해되고 살아있는 것을
살아있게 만듭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이
선창에도 때를 맞춰 어김없이 바닷물이
밀려듭니다.
-(해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숨을
쉽니다.
밤에도 바다는 숨을 멈추지 않습니다.
바다가 숨을 내뱉으면 갯벌은 광대하게
펼쳐집니다.
자연의 힘은 보이지 않지만 갯벌에 그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이 곡선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곡선입니다.
직선인 듯 보여도 넓게 또는 자세히 보면
곡선입니다.
그래서 자연은 충돌하지 않고 모든 것을
품습니다.
도요새는 날아도 소리가 없습니다.
지구를 여행하는 도요새는 한반도 갯벌이
있어야 살아남습니다.
갯벌은 이들이 남쪽으로 호주 대륙과
뉴질랜드, 북쪽으로는 툰드라까지
오갈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물 빠진 갯벌에도 긴 돌담이
있습니다.
길게 직선으로 뻗은 듯하지만 여러 곳에
부드러운 꼭짓점이 있습니다.
썰물과 함께 바다로 나가려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은 이 꼭짓점에 갇힙니다.
부서진 바위가 널린 갯벌에는 조개들이
무한정입니다.
썰물 때 한 두세 시간.
몸을 부지런히 움직인 결과물입니다.
캐낸 바윗돌을 다시 정리하는 것은
가져간 만큼 다시 살아나라는 바다에
대한 감사입니다.
하루 한 번, 해는 서쪽으로
떨어집니다.
장소는 달라도 모두 같은 태양입니다.
등대는 밤에 쉴 수가 없습니다.
낮에 배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밤에 배들이 바다로 나올 시간입니다.
그 중심에 등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등대를 지키는 사람들은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등대가 있어 밤의 바다는 분주한 평화를
깨트리지 않습니다.
낮에 등대는 다시 밤을 준비합니다.
수줍음이 많아 온전한 모습을
보기 힘든 상괭이이는 지역에 따라
인어로도 불립니다.
신지끼는 그 무수한 인어 이야기 가운데
우수한 목격담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슬프거나 화가 나면 평온을
깨고 솟아올라 바람과 파도를 부릅니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해설) 그렇게 오랜 세월 우수한
사람들의 무수한 기도가 염원이 되어
바다로 스며들었습니다.
서해 바다로 흘러내리는 산이
변산입니다.
바다에서 산으로 불어온 물의 기운은
얼음으로 눈으로 쌓였습니다.
이 하얀 눈밭에서 사람들은 하얀
소금을 쓸어 담습니다.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시대.
글로써 권력에 저항했던 허균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변산에서는 굶어
죽을리가 없다고 했습니다.
느티나무에 둘러쳐진 새끼줄은 오랜 세월
굶주림을 잊게 해 준 땅과 바다에 대한
감사의 표현입니다.
지금은 그 감사를 복으로 받기 위해
그 나무에 소원을 던집니다.
그 소원이 또 염원이 돼 쌓여갑니다.
민간 신앙과 불교가 함께 감사의 제를
올리는 독특한 문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해설) 그 열기에 소금은 붉은
용암으로 녹은 뒤 마침내 보라색으로
굳어집니다.
-(해설) 무엇도 부풀어 오르는 꽃잎을
막을 수 없습니다.
동백꽃은 뜨거운 기운으로 가장
먼저 피어납니다.
꽃잎이 상처를 입었어도 동백은 꽃을
피워내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동백은 바다를 접한 남녘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그 옛날 귀향지로써 섬마을에는 잔혹한
아픔과 깊은 슬픔이 동백꽃에 배어
있습니다.
동백꽃은 꽃잎을 떨구지 않고 그냥
떨어집니다.
망나니 칼에 목이 달아나는 모습에
역모의 꽃으로 불렸습니다.
그 붉은색은 또한 이념으로 갈라진 아픈
현대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백나무는 섬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이 섬의 동백은 대나무만큼이나
자랐습니다.
바람도 막고 땔감으로 농기구의 어구를
만들기도 하고 기름으로 약으로도
사용했습니다.
-동백나무를 집이나 밭 주변에
울타리처럼 심고 가꿨지.
동백나무는 한 가지도 버릴 게 없지요.
거센 바람도 막아주고 땔감으로도
그만이지.
열매는 짜서 할머니들 머릿기름으로도
최고 좋았고 또 약용으로도 쓰였어,
배가 아플 때.
조금만 마셔도 배 아픈 거 싹 나았지.
동백나무는 정말 버릴 게 없어.
-(해설) 바람이 더 거센 먼바다 섬의
동백나무는 다른 식물과 키를 맞춰서
자랍니다.
섬에서 살아남아 번성하는 법을 압니다.
섬에서 쏟아지는 모래흙은 바다로
흘러듭니다.
바다의 젖줄이 됩니다.
-나는 이 섬에서 나고 자라 결혼해
지금껏 살고 있다.
-(해설) 7월,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지금은 민어잡이 철입니다.
-이곳에서 가난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해설) 민어가 바다 밖으로 나오면
황소 울음소리를 냅니다.
-부지런만 하면 절대 굶는 일은 없다.
섬과 바다는 모든 것을 내어준다.
-(해설) 섬에서는 잡다하고 어지러운
생각을 할 틈이 없습니다.
-아내는 바다만큼
마음이 참 넓다.
평생을 봐 왔는데도 이제야
그걸 알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아내와 함께하겠다.
-(해설) 바다가 없으면 섬은 없고.
섬은 바다의 생명력을 높입니다.
그래서 섬과 바다는 하나로 얽혀
흘러갑니다.
산에서 피어난 안개는 조용히 바다로
흐릅니다.
그렇게 바다는 살아있습니다.
한순간도 죽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살아있습니다.
-바다는 나한테 모든 걸 다 줬습니다.
-(해설) 간간이 빈손일 때도 있지만
바다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바다는 내 목숨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해설) 여기는 한반도 국립공원,
생명의 바다입니다.
사이트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