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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날씨의 맛 1부 나쁜 날씨는 없다

등록일 : 2023-07-26 15:10:08.0
조회수 : 470
-(해설) 날씨에는 인간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죠.
혹독한 추위 속에서 오히려 더 따뜻하거나 더 견고한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햇살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
설령 폭풍이 몰려 온다 해도 나쁘기만 한 날씨는 아닌 거죠.
영국의 가을 날씨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구름은 하루종일 하늘을 떠돌며 날씨를 통제하거나 지배하죠.
사람들의 기분도 날씨에 따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합니다.
인간이 날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영문학을 보면 조금 더 잘 알 수 있죠.
-(해설) 우리 인간은 자연 현상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입니다.
날씨가 가진 무서울 정도의 파괴력을 수없이 경험하면서 알게 된 거죠.
-(해설) 하지만 1660년대에 들어서면서 날씨는 더 이상 신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기상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날씨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해설) 영국의 가을은 비의 계절이죠.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도 한번 내렸다 하면 옷이 젖을 정도로 그 양이 많죠.
그런데 또 길게 내리지는 않습니다.
1830년 문을 연 최초의 우산 전문점은 변덕스러운 영국 날씨를 가장 잘 말해 주는 곳이죠.
-(해설) 양산과 달리 우산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우산을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해설) 그 무렵 문학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낭만주의의 등장이죠.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의 느낌과 생각, 자연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던 낭만파 시인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해설) 콜리지는 자유분방한 성격 그대로 때로는 충동적으로 때로는 과감하게 날씨를 즐겼습니다.
반면에 그와 절친했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였죠.
뿐만 아니라 그는 감수성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해설) 낭만파 시인들에게는 그 어떤 날씨도 문제 될 게 없었습니다.
아무리 궂은 날씨라 해도 그건 경이로운 자연의 한 부분이니까요.
비가 내리지 않고서는 무지개를 만날 수 없듯이 말이죠.
날씨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삶.
누구나 꿈꾸는 일이죠.
쫓기며 살던 직장생활에 점점 지쳐갈 무렵 조금의 미련도 없이 도시를 떠났습니다.
-(해설) 시인은 스스로에게 지리산만 선물한 건 아니었습니다.
-(해설) 지리산에 온 지 25년.
그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습니다.
그 어디서든 막힘 없이 그 무엇이든 거침없이 자연의 속도에 맞춰 물 흐르듯이 자신만의 길을 천천히 걸어왔죠.
드디어 섬진강 노을 시즌이 왔구나.
-(해설)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꺼번에 붉게 물들이는 최고의 날씨.
-섬진강에도 붉은빛이 내리고 저 모내기 준비하는 무논에도 붉은빛이, 하늘빛이 내려오고 있네요.
조금만 더 있으면 확 붉어질 것 같아요.
-(해설) 농사에도 때가 있듯이 섬진강 노을은 모내기가 끝나기 전까지 맑은 날이 제철입니다.
-(해설) 결국 매일 다른 풍경을 만드는 것은 그날의 날씨입니다.
그는 지금 한 편의 시를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서 받은 느낌 그대로 시를 찍고 있습니다.
-(해설) 새벽 일찍 서둘러 찾은 곳은 섬진강 상류에 있는 옥정호.
밤새 차가워진 호수에서 하얀 안개가 쉴 새 없이 피어나 안개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
남몰래 어디에선가 쉬고 싶었던 젊은 날의 그에게 안개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해설) 인생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을 때 오히려 안개가 있어 다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해설) 수천 개의 얼굴을 가진 지리산의 날씨 속에서 그는 비로소 더 다양한 시의 언어를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날씨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것은 안개입니다.
그 어떤 거대한 구조물이라도 한순간에 집어삼켜 버리니까요.
바다 위의 등대조차 안개의 엷은 베일이 쌓이면 어쩔 수 없이 길을 잃어버리게 되죠.
누군가의 인생에도 이런 짙은 안개가 자욱한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답답함과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낯선 곳으로 여행을 결심하기도 하죠.
2011년 아시아를 시작으로 유럽과 중동,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여행했던 김물길 작가.
그때 나이 22살이었습니다.
-(해설) 그렇게 떠난 여행은 무려 2년 가까이 계속되었습니다.
46개국을 돌며 지구상의 존재하는 거의 모든 계절과 날씨를 만났습니다.
-(해설) 기발하고도 신선한 표현.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상상으로 가득 찬 작품.
그림은 새로운 날씨가 준 최고의 선물이었죠.
-(해설) 가장 화려했던 20대.
여행에서 얻은 건 모든 사물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가로서의 영감이었죠.
낯선 이국땅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자신감도 그때 생겼습니다.
-(해설) 어찌 보면 그의 그림은 단순히 그곳의 풍경만이 아니라 거기에 다시 그날의 날씨와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입니다.
-(해설) 전 세계의 다양한 날씨를 만나고 난 후.
작가로서 더 많은 색을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가지게 된 겁니다.
-(해설) 여행은 아침 안개를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하기 전 삶은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조금은 답답하고 단조롭죠.
하지만 여행이 끝날 즈음에는 안개가 걷힌 것처럼 삶이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테니까요.
섬나라인 영국에서는 안개가 자욱한 날이 유독 많습니다.
안개는 런던을 무대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죠.
실제 영국에서는 이미 1800년대부터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이야기 속에 안개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해설) 추리 클럽의 회장이자 추리 작가로 활동 중인 마틴 에드워즈.
-(해설) 추리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가사 크리스티도 이 추리 클럽의 회장이었습니다.
사교 모임이기는 하지만 60명의 회원 대부분은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추리 소설 작가들이죠.
-(해설) 사냥 모자, 망토 달린 코트, 파이프 담배와 돋보기를 든 탐정.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추리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 셜록 홈스가 등장한 것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의 절반 이상이 실존 인물이라고 믿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해설) 축축한 안개가 내리는 밤.
런던의 베이커 거리에 셜록 홈스가 나타나면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합니다.
특유의 감각과 예리한 분석 그리고 탁월한 추리력이 빛나는 순간이죠.
-(해설) 런던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사건, 사고를 명쾌하게 해결하는 명탐정이 등장하자 독자들은 열광했습니다.
인물과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여기에 더해진 런던의 안개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죠.
-(해설) 셰익스피어에 햄릿부터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까지 안개는 주인공의 감정을 좀 더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극적 장치였습니다.
추리 클럽 회장 마틴 에드워즈가 쓴 그의 최근 작품 또한 안개 낀 런던이 배경이죠.
-(해설) 셜록 홈스가 등장한 지 135년.
그때나 지금이나 독자들은 흥미로운 전개의 추리 소설을 원하죠.
자신이 마치 안갯속에서 사건을 풀어가던 셜록 홈스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찌그러져도 괜찮지 겉모습이 차라리 찌그러진 게 낫지 않아?
아는 사람이나 알잖아.
-기존 집이 이미 다 찌그러져서.
-밑으로 방향이 한 10cm 이만큼 이렇게 들어가 줘야 해.
들어가서 나와야 하니까.
-(해설) 날씨는 알게 모르게 인간의 모든 생각과 감성을 좌우하죠.
생활 공간은 더더욱 날씨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해설) 독일에서 나고 자란 텐들러 다니엘.
그는 마당 넓은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파독 간호사였던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서 건축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죠.
-(해설) 1970년대에 지어진 단독주택이라 손봐야 할 데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단지 구조를 바꾸는 문제라면 그나마 쉽겠지만 한옥의 중정을 닮은 정원을 집 안쪽에 만드는 거라서 조금은 까다롭습니다.
-(해설) 담장 안에서 주변의 경치와 사계절 날씨를 보고 느낄 수 있는 한옥.
시원한 대청마루와 따뜻한 온돌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
여름과 겨울이라는 서로 다른 날씨가 공존하는 집이죠.
서희재 안 그래도 용마루 밑에 문짝 달아드릴까.
-(해설) 한옥은 우리나라 날씨에 가장 잘 맞습니다.
대문을 나서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고 다양한 날씨의 맛도 늘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는 집을 설계할 때도 한옥의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은 겁니다.
-이 집도 원래 빗물받이 설치 안 하는 거로 얘기하셨었는데.
-정말요?
-네, 그런데 사실 그런 로망이 있으니까.
중앙 끝에 이렇게 빗물 떨어지는 거.
그런데 우리가 우선 여기 전통 한옥보다 처마도 그렇게 뺄 수 없고.
-(해설) 한옥에서 즐기기에 가장 좋은 날씨는 역시 비 오는 날입니다.
툇마루에 앉아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 꽤나 운치가 있죠.
-(해설)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소리에 휩싸여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듣기 싫은 소음이 아니라 낭만이 되는 소리도 있죠.
아무리 시끄럽고 요란해도 말입니다.
-(해설) 우리는 마치 한 곡의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처럼 가만히 빗소리를 감상하기도 하죠.
멋진 경치를 눈이 아닌 귀에 담는다는 의미의 소리 풍경.
그런 소리 풍경을 담는 사운드 스케이퍼 이용원 씨가 비 올 때 즐겨 찾는 곳은 제주의 비자나무 숲입니다.
-(해설)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숲.
이른 아침,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숲의 소리만을 오롯이 담기 위해서죠.
자연의 소리를 담는 것이 일상이자 직업이 돼버린 지금.
작은 지구라 불릴 만큼 독특한 지형과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
그는 벌써 몇 년째 이런 제주의 소리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이 소리에는 비자나무 숲이 들려주는 수천 가지의 이야기가 숨어 있죠.
-(해설) 비자나무는 비를 좋아하죠.
이끼가 낄 정도로 습한 곳에서도 잘 자랍니다.
그래서인지 빗소리와도 아주 잘 어울리죠.
소리 풍경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겁니다.
저기 봐봐, 고기가 또 깡충 하는지.
파도 소리 잘 들려요?
아, 아.
잘 들립니까?
-(해설) 사실 자연이 만드는 소리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는 궂은 날에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죠.
한여름에는 열에 잔뜩 달궈진 바위에서 쩍쩍 갈라지는 듯한 햇볕의 소리가 나기도 합니다.
-(해설) 비를 싫어하는 사람도 빗소리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
그건 그 특유의 리듬 때문입니다.
다급하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땅에 떨어지면서도 한없이 맑은 소리를 내는 빗방울.
비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노래처럼 말입니다.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마치 운명 같은 그런 순간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길 위에서 갑자기 비를 만나는 것도 그렇죠.
-(해설) 궂은날일수록, 높이 올라갈수록 더 다양한 날씨를 만날 수 있는 지리산.
오늘은 구름 속으로 산책을 가는 길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거나 운무가 짙은 날,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겨 지리산은 텅 비어버리죠.
어떤 이는 오히려 이런 때를 기다려 안개를 찾아 더 깊숙하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구름이 좀 더 오면 좋겠는데요.
-(해설) 그는 지리산에 온 후 줄곧 운무 속에 핀 야생화를 찾아다녔습니다.
-(해설) 안개가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중입니다.
-구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해설) 안개가 짙으면 짙을수록 야생화는 더 돋보이는 법이니까요.
-(해설) 지리산의 비와 바람.
눈과 안개를 만나며 그가 얻은 것은 바로 날씨로부터의 자유였습니다.
-(해설) 지리산이 시인에게 준 진짜 선물은 날씨입니다.
흐린 날에도 소풍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안개 속에서도 길을 헤매지 않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날씨가 누군가의 삶의 영향을 주듯이 누군가의 삶이 날씨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문호.
찰스 디킨스도 그랬죠.
-(해설) 아버지가 감옥에 수감된 후 거의 학교에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난했던 찰스 디킨스.
그는 12살 어린 나이에 구두약 공장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야 했습니다.
빈곤과 아동의 강제 노역을 다룬 그의 작품.
올리버 트위스트도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 혁명이 불러온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에 관심이 많았던 찰스 디킨스.
그는 대표작 황폐한 집에서 사법 제도와 빈곤의 문제를 다뤘죠.
-(해설)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한 기억과 작품의 저작권을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 법정에 섰던 경험을 토대로 쓴 장편 소설 황폐한 집.
이 소설은 템스강을 감싼 안개를 통해 안개보다 더 혼탁한 사회를 그린 작품이죠.
-(해설) 책의 첫 장에는 실제 그 당시 매연과 안개로 뒤덮인 런던의 모습이 그대로 묘사돼 있습니다.
-(해설) 안개에 관한 묘사는 사회적 문제나 부조리를 말할 때 꽤 사실적인 느낌을 주죠.
그래서 문학성 날씨는 시대를 말해주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19세기의 실제 엄청난 비가 내리고 자욱한 안개가 있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바람이 불어도 각자 느끼는 감성은 다르기 때문이죠.
-(해설) 사실 시와 소설 속에 있는 많은 문학적 언어는 날씨로부터 왔습니다.
-(해설) 모두에게 일어나는 자연현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날씨.
분명한 건 인간이 날씨에 관심을 가진 후 문학이 전성기를 맞았다는 겁니다.
-(해설) 인간이 날씨를 두려워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날씨가 상상력의 원천이란 걸 미처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이 세상에는 모두에게 나쁜 날씨란 없고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라는 걸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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