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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스페셜 - 글씨 따라 떠나는 여행, 캘리투어 in 전주 1부
등록일 : 2023-10-17 10:29:59.0
조회수 : 531
-이렇게 다녔는데 저걸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요.
-뭘 알고 봐야 해.
지금 자네 저 용이 꿈틀대는 저 글자가 지금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전주에 들어선 느낌부터가 아주 새로운 것 같아요.
-사람에게 명찰을 붙이듯이 집에다 이름표를 붙여준 거예요.
모든 살아있는 것은 거스를 줄 알아야 해요.
-이건 굉장히 깊은 철학인데요?
-이 동네는.
-여기도 또 이것도 또.
-현판을 일일이 다 손 글씨로 다 쓴 거잖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가 신은미라고 합니다.
제가 7년 전쯤에 전주에서 2년 정도를 공방을 운영하면서 있었거든요.
그때 다양한 경험도 하고 힘들기도 했고 굉장히 저한테는 뜻깊은 그런 도시예요.
한옥마을에서 작업실 겸 상품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한복도 대여하고 뭐 이런.
지금도 항상 저는 작품 할 때 전주 한지를 이용하는데 전통문화 예술의본고장?
일단 이렇게 셋이 여행하는 건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굉장히 기대되고
많이 배우고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작가 정태겸이라고 합니다.
-같이 여행 한번 떠나보시죠.
-제 나름의 테마를 정해서 여행을 다니고 그걸 사람들한테 소개해 주는 그런 직업인 거죠.
저희가 여행 모임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같이 캠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사이들입니다.
제 나이 또래 애들한테는 비빔밥으로 먼저, 전주는 그냥 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여행하러도 왔었고 몇 번 인연이 좀 닿아서 전주를 왔다 갔다 했었죠.
좀 새롭게 전주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는 안홍진이라는 배우고요.
아직까지 싱글인 여행을 좋아하는 이제 중년에 갓 입성한 남자?
안타깝지만 대표작이라고 말씀드릴 만한 건 없는데요.
최근에 KBS의 내 눈에 콩깍지라는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서 드라마 내에서
욕을 좀 많이 먹었던 경험은 있습니다.
좀 오래전이긴 하지만 여인천하의 복성군으로 기억되는 것들도 좀 있고요.
-어마마마.
-복성군.
-어마마마의 생신을 경하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술 먹은 다음 달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러 몇 시간 걸려서 온 적도 있었어요.
한옥마을은 여자친구 생기면 꼭 같이 와야지, 그랬는데 계속 안 생기고 있고 해서.
전주 하면 또 가맥, 막걸리, 콩나물 해장국, 비빔밥 전주 그러면 사실 지명은 또 익숙하잖아요.
알고 있는 친구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얘는 이런 이런
생각도 하고 이런 이런 마음도 갖고 이런 이런 친구구나, 이런 어떤 계기 있잖아요.
전주가 저한테는 이번에 그랬던 것 같아요.
-여기예요?
-여기 와봤어요?
-여기는 와봤지.
-여기는.
-일단은 전주에 들어오면 가장 초입이니까 일단 월드컵경기장 보이고.
-저 경기장을 사람들이 보통 기점으로 보는데 저걸 봐야 하더라고요.
저 문을 봐야 이제 전주에 들어왔구나.
-약간 미안하지만 톨게이트 지나가는 느낌으로 지나갔던 곳이야.
-맞아요, 버스 타면 항상 보이는.
-저게 호남제일문이라고 부르는 거래요.
-호남제일문이라고?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난 전주라고 쓰여 있는 줄 알았는데.
-진짜?
-솔직히 자세히 안 읽어봐서.
-맞아요.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한양에서 내려오다 보면 호남으로 진입하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이다, 이거인 거지.
-그런데 이렇게 아파트 사이에 이렇게 전통적인 기와가 있으니까 되게 이색적이면서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세 분이 처음 하는 전주 여행인데요.
전주 하면?
-전주 하면, 전주 하면?
-콩나물 해장국.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전주 하면?
-피순대요.
-우리가 이렇다니까, 우리가.
-국제영화제, 국제영화제, 그렇지.
-배우다 이거지.
그럼 난 비빔밥.
-그렇지.
-전주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부터 나오네.
-워낙 유명하니까요.
-전주 하면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서예비엔날레라고 들어보셨어요?
-들어봤습니다.
-전 처음 듣는데요.
-2년마다 서예에 관한 아주 큰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전주입니다.
-그래요?
-그래서 서예 글씨와 아주 인연이 깊은 곳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글씨를 따라서 가는 여행으로 콘셉트를 잡아봤습니다.
저기 보이는 문.
-호남제일문.
-첫 번째 서예 작품입니다.
-저게요?
-그래요?
-어디 쓰여 있어요?
-서예가 없는데요?
-저 앞쪽에 쓰여 있어요.
-저 호남제일문.
저거구나.
-그래, 그래, 그래.
-멋있다.
이렇게 다녔는데 저거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러니까.
뭘 알고 봐야 해.
그냥 그렇게 보고 지나다녔는데.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 듣고 보니까 또 다르네.
명필이네.
-진짜.
-명필이야, 느낌이 딱 오잖아.
-어떤, 어떤 부분에서 명필을 느끼시나요.
-지금 자네, 용이 꿈틀대는 저 글자가 지금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어느 부분이 용이에요?
-잘 봐.
-그런데 진짜 멋있다.
이게 정말 이렇게 뭔가 정형화된 글씨가 아니고 진짜 꿈틀꿈틀 거리는 것 같아요.
-참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이 봤는데 글씨만 눈여겨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냥 전주 초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어떤 명필 분이 써주신 글이라고 하니까 다시 보게 되네.
-명필이 쓰신 거예요?
-그럼 뭐...
-어떤 분이 쓰신 거예요?
-이장님이 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명필 분이 쓰셨을 거 아니야.
-여기 이장...
-아닌가요?
-혹시 저 낙관은 안 보이시죠?
-네, 눈이...
-낙관 옆에 보이구나.
-낙관이 있는 건 알겠어요.
-저 앞에 그거.
-작은 거 두 개 이렇게 있는 거.
-나는 그건 줄 알았어, 키보드 판.
-왜 이러세요, 진짜.
-정말.
-나 그 정도 아니야.
-엉망이네.
-저게 낙관이구나.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신 강암.
-강암.
-송성용 선생이 쓰신 겁니다.
-송성용 선생님.
-(함께) 강암 송성용 선생님.
-그럼 그분은 지금 돌아가셨나요?
그렇군요.
-앞으로 전주 올 때마다 저 글씨 진짜 눈여겨볼 것 같아요.
-호남제일문이라는 거를 이렇게 처음 눈여겨보고 나니까 전주에 들어선 느낌부터 아주 새로운 것 같아요.
-일단 여자친구 태우고 딱 여기 들어오면서 아는 척을 할 수 있어.
-와이프는 안 돼?
-아직은.
송, 송, 송...
-(함께) 송성용 선생님.
-송성용 선생님.
송성용 선생님의 필체로 된 호남제일문이다.
여기가 전라도로 들어가는 입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해 줄 수 있잖아.
-뭔가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는.
-중요해.
-그렇죠.
-여기 안에 연못이 있다는 거지?
-그렇지, 지자가 들어가는 거니까 연지.
연꽃밭이 있다는 이야기거든? 연지문.
-연지문.
하얀색에 이렇게 파란 글씨로 써 있으니까 눈이 좀 시원해진다.
-그렇지.
-덕진공원 호수 때문에 이 글씨 파란색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강암 송성용이라고 적혀 있거든?
-그러면 저기 뭐야.
-(함께)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쓰셨던 그분이 쓰신 글씨인 것 같고.
-그렇지.
-획 이렇게 딱 날리는 것 좀 봐요.
-그렇지, 그렇지.
-그래, 글을 잘 몰라도 느껴진다.
-그러니까요.
-그 기운이.
-저 힘이 있잖아요.
-일단 들어가서 한번 보자고.
갑시다.
-연향.
그윽하다.
여름에 이 연꽃 냄새는, 연잎 냄새는 진짜 약간 좀 무게감 느껴지는 묵직한 향 있잖아.
-맞아요.
-은은한 보디감이라고 하지.
-묵직하다잖아요.
-샴푸 광고해?
샴푸 광고해?
-그런데 그렇다고 그래서 막 강렬한 건 아니니까 나는 이렇게 은은하게 그
묵직하다기보다는 보디감이라는 표현을...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으니까.
-내가 사실 고급스럽기 때문에.
-옛날에 여기가 창포물에 머리 감는 데로 되게 유명했던 거야.
-창포가 많나 보네, 이게.
-그런데 보통 우리가 창포물에 머리 감는다고 그러면 흔하게 창포를 이렇게 잘라서.
-맞아요.
-삶아서, 우려내서.
-삶아서 거기에 식혀서 머리를 감았다,
난 이렇게 들었거든?
그런데 나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네?
-이게 뭐야?
-그냥 감는 거야?
-그냥.
-이 물에?
-여기 창포 성분이 녹아 있으니까 그냥 감는구나.
-그랬나 봐.
-아니면 대량으로 좀 삶아서 이렇게 한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이 큰 호수에.
-이걸 얼마 나 삶아서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해, 그러면?
-단오 때만 특별히 전라북도 전역에서 모였다고 해요.
-전라북도 전역에서요?
-여기가 창포의 메카구나.
-축제의 공간이었다고...
-말하자면 샴푸 축제가 벌어진 거구나,
전라북도에서.
-샴푸 축제.
-샴푸 축제.
-샴푸 축제.
-그렇지.
-어디 가니?
오늘 창포 축제 가잖아.
이런 거.
-찰랑찰랑.
-트리트먼트 하러.
-그렇지.
-그런 느낌이구나.
-그런데 축제가 벌어지면 여기서 사람들이 머리만 감았겠어, 그렇지?
-씨름도 하고.
-남자들은 모여서.
-단오제, 단오.
-씨름도 했을 거고 단오니까.
-그렇지.
-여자들도 여자들 나름대로 요리하고 그러니까 이 주변이 아마 단오날이 되면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그렇겠네요.
사진만 봐도 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진 봐봐.
완전 진짜.
-넌 만약에 지금이면 씨름하러 갈래, 머리 감으러 갈래?
-난 머리가 없잖아.
-머리가 없잖아요.
-머리가 없구나.
-연지 가운데... 도서관이야, 심지어는.
-없었는데 예전에. 언제 이런 게 생겼죠?
-예전에 없었어, 여기?
-네, 저거 처음 봐요.
-진짜?
얼마 전에 생긴 거야, 그러면?
-그런가 봐요.
-건물이 좀 새것인 것 같긴 하다.
-너무 예쁘다.
나무 냄새.
-좋다, 나무 냄새.
-책도 이렇게 예쁘게 진열해 놔서.
저기 연못, 연꽃들이 쫙 펼쳐져 있는 게 보이고, 창 너머로.
-전주분들이 운치가 있어.
-이거 제가 좋아하는 책이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한국 괴물 백과네.
-하나는 여기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여기 있다는 거...
-책들도 이렇게 되게 전통적인 책이 많네요.
한글에 대한 것, 음식에 대한 것, 한복에 관한 것.
전통문화에 대한 책이 많네요.
-색다른 작은 도서관.
도서관이 여러 가지가 있다.
첫마중여행길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여기고.
-숲속시립도서관.
-건지산도서관.
이렇게 고즈넉한 한옥 사이에.
-맞아요.
-이런 툇마루에 앉아서 바람 느끼면서 이렇게 좋은 책 한 권 읽고 그러면 좋지.
-우리는 여행을 다니는 게 너무 바빠요.
-갈 곳이 많거든요.
-전쟁이야.
-계획을 짜고 초, 분 단위로 나눠서 이동을 하고 지금 밥 먹을 때야, 어딜
가서 뭘 먹어야 해라는 이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고 다니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외국인들은 여행을 어디 가면 햇살 좋으면 그냥 앉아서 자리 펴고 누워서, 누워서 책 보러 가잖아요?
그런 여유가 우리한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가.
-오늘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는 대신 짧은 강의라고 할까.
배워보는 시간을 잠깐 마련했거든요.
이쪽에 선생님 계시니까 우리 여행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듣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디 계시죠?
-저쪽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전주 여행을 다니면서 들어오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호남제일문을 보고 왔고요.
호남제일문이라는 글씨를 봤거든요.
여기 와서도 저 앞에서 연지문의 또 글씨를 보고 왔는데 사실 어떤 게 좋은
현판이고 좋은 글씨인지 이런 걸 저희는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선생님께서 배워봤으면 싶어서.
-아주 아주 반가운 이야기예요.
그런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제가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기특해요.
정말 잘하신 생각이에요.
아까 호남제일문 차를 타고 들어올 때 보면 작아 보이지만 그게 엄청나게 큰.
-맞아요.
-큰 현판이거든요.
많은 사람이 작게 써서 확대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실제로 그 사이즈로 쓴 거예요.
그러니까 엄청난 필력을 가지고 쓴 거고 여기 들어올 때, 덕진 연못 들어올 때
연지문도 굉장히 잘 쓴 글씨예요.
두 작품 다 전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 작품이에요.
그런데 전주분들마저도 그 글씨의 가치, 또 그 글씨가 갖고 있는 의미, 이런 걸
모르니까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그것을 알고자 이렇게 찾아와 주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잖아요.
이름을 지을 때 부모님들이 뭔가 깊은 뜻을 담아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어주니까 사실 그 이름 자체가 좌우명이나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지어 준.
-어떻게 살아라.
-어떻게 살아라.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사람에게만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니고 건물에도 반드시 이름을 지어 줬어요.
현판은 마치 사람에게 명찰을 붙이듯이 집에다가 이름표를 붙여주는 거예요.
-붙여주는 거구나.
-그거를 걸어놨다 그래서 걸 현 자, 매달을 현 자 그러는데.
-이름을 판에 새겨서 걸어놨다 해서.
-그렇지.
-현판.
-현판이죠.
그러니까 집의 이름이자 동시에 나의 정신이 담긴 생각을 집어넣은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 서울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
광화문 보면서 사람들이 광화문 사거리래,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한대,
이렇게 말하지 광화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맞아요.
-그러네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빛 광 자.
변화시킬 화.
-변화예요?
-왕의 빛으로, 덕의 빛으로, 문화의 빛으로.
-갑자기 소름.
-저도 소름 끼쳤어요, 지금.
-문화의 빛으로 온 세상을 변화시키자.
그런 뜻이 있는 광화문이죠.
-광화문이랑 광화문 광장은 그 이름에 맞게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말로.
-그렇죠.
세종대왕을 딱 그래서 모셨잖아요.
세종대왕을.
-소름 돋아.
-저도 진짜 소름 돋았어요.
보이세요?
닭살?
-그런데 정작 저희는 현판을 보면서 뭐가 잘 쓴 글씨고 이게 뭐가 좋은
건지를 아직은 잘 모르겠단 말이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진짜 좋은 것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다 좋아요, 사실은.
-그래요.
맞아.
우리 호남제일문 보면서 다들 이건 명필이다.
딱 왔잖아요.
-그렇죠.
-잘 모르는 나도 뭔가 그 생동감이 느껴졌으니까.
-맞아요.
-그러면 그 호남제일문 같은 경우도 전주문이라고 하지 않고 호남제일문이라고.
-그렇죠.
-이름을 한 이유도.
-뜻이 있죠.
-철학이 담겨 있는.
-전주의 자부심이죠, 자부심.
-그렇죠.
-호남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은 여기다.
여기를 통과하지 않고는 호남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호남제일문.
저 글씨를 보니까 필획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용이 막 꿈틀대는 것 같다.
필획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정말 살아 있는 필획으로 써야 글씨가 살아 있고 그 살아 있어야 좋은 글씨예요.
그러면 살아 있다는 개념이 뭔지 아세요?
어떤 게 살아 있는 것인지 아세요?
-에너지가 담긴.
-에너지가 담기려면.
-느껴지는 것.
뭔가 마음으로 쓴.
-감정이 들어가야 하나요?
-일단 생리학적으로 살아 있다는 개념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거스를 줄 알아요.
-그냥 흘러가지만 않는다?
-그렇지, 거스를 줄 알아요.
그게 살아 있는 거예요.
식물도 살아 있어야 대기압을 거슬러서 위로 자라요.
물고기도 살아 있어야 물을 거슬러서 올라가요.
죽은 물고기는 떠내려가요.
-떠내려가죠.
-거스를 줄 모르면.
-이거는 굉장히 깊은 철학인데요.
-다 이게 거스를 줄 모르면 죽어요.
그러면 서예를 할 때도 바로 그 살아 있다는 정신을 필획에다 담아야 해요.
살아 있다는 거를.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살아 있느냐?
-막네.
종이가 붓을 붙잡는 것처럼 느끼게끔 그 마찰력을 운용하는 필획 그걸 구사하는
사람, 그게 바로 생명력이고 그런 필획을 구사하는 사람을 일컬어서 저분 필력 참 좋다 하고 이야기하고.
-저는 한국화를 하다 보니까 이 필력이 마찰하는 힘이 뭔지 좀 이렇게 알겠거든요.
-그렇죠.
-그 나무를 그릴 때 그 필력을 느끼면서 이렇게 지나가는 필 선이 딱 떠요.
-매화, 매화 막 이런 거 그렇지?
그렇지, 매화?
-맞아요.
-그렇지.
-저희가 오늘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이 눈이 조금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유념하겠습니다, 선생님.
-현 타는 의미는 그런 겁니다.
-저희 오늘 하루 동안 전주 여행을 하면서 뭔가 기존에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어떤 길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딱 쓰여 있네요, 여기 초입에 전주한옥마을.
-엄청나게 크다.
저는 이거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봤었는데.
-그러니까.
사실 이거 여기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많을 거야, 아마.
-맞아요.
너무 당연하게 익숙하게 이렇게 있으니까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이
글씨도 이제 보이지 않아요, 조금?
-그러니까 아까 김병기 선생님.
-맞아요, 맞아요.
-여기에 있는 이 글씨를 쓰신 분을 직접 만나게 될 줄은 진짜 몰랐어요.
-맞아요.
이게 쓴 사람이 누군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러면 일단 가서 어딜 갈지 한번 결정을 좀 해봅시다.
-좋아요.
-좋아요.
-갑시다.
-가봅시다.
-있다, 관광안내소.
-그러네요.
-여기는 내가 다녀봤잖아?
관광안내소 보면 보통은 그냥 폰트로 이렇게 해서 만드는데.
-그렇지.
-그런 현판이나 이런 건데 이 동네는.
-여기도 또 이것도 또.
-여기도.
-현판을 일일이 손 글씨로 그냥 쓴 거잖아.
-그러네, 낙관이 있네.
-맞네요.
-심지어는 이 숫자 보자마자 누구 글씨인지 나 알아.
-어떻게?
-여태명 선생님이라고.
-맞네요.
-여기 전주 출신의 되게 유명하신 선생님 있으시거든?
-정말?
-그 선생님 글씨야.
그러니까 이게 그 선생님 글씨 특징이 보면 귀엽게 길게 떨어뜨리고 오 저런 걸 되게 짧게 쓰시고 이런.
-받침을 짧게 쓰시고.
-보자마자 알겠어.
그러니까 저 위에서 우리가 김병기 선생님 글씨를 봤고 여기서는 여태명
선생님 글씨를 본 거란 말이야.
한옥마을은 그전에는 진짜 몰랐다.
오면서 보니까 다 하나하나가 대체로 손 글씨인 것 같아.
-그러네, 그러네.
-그렇지?
-그러네.
저기, 저기 다 쓰여 있는 게 다 그러네.
-걸려 있는 현판들이 다 붙어 있어.
-그러네요.
쉼터에도.
-그러네, 그러네.
-손 글씨로 다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나도 몰랐네?
-이건 아니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네.
-다는 아니네요.
-그렇지, 다는 아닌가 봐.
일단은 자료들을 좀 챙겨야 해.
-이거 하나 가져가면 될 것 같고 이거 외국어, 일본어.
일본어, 중국어 이거.
-이거, 이거, 그러네요.
저거 외국어 일부러 한 건데요?
-진짜?
-저기 아기들 한복 입은 거 너무 귀엽다.
-진짜.
여기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즐길 수가 있잖아, 전통 그런 것들을.
-여기도.
-그러네요.
-여기도 직접 낙관까지 다 있네. 일단 일상이네.
-그러니까요.
-이게 낙관이 있으니까 확실히 뭔가 어딜 가나 작품이라는 게 있네요.
-이건 양석이라는 분이 쓰신 것 같은데.
김 씨 승방.
-일단 앉아서 우리 얘기를 나눠봅시다.
-그럽시다.
갈 데가 너무 많아, 여기는.
-맞아요, 진짜 재밌는 곳 많거든요.
-길 꽤 넓다.
-그러니까.
-다 다니면 힘들어요, 여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걸어다니면 되게 힘들 수 있어.
-맞아요, 진짜 힘들고 여자 걸음으로는 훨씬 더 많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이게 지도를 딱 보니까 막상 가려니까 갈 데가 좀 많다.
-많아, 엄청 많아, 여기가.
-맞아, 진짜 많아.
-그래서 이거를 진짜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해서 정해놓고 가야 한다.
-무슨 사전 조사야?
-그냥 가죠.
-그럼.
가다가 마음에 끌리는 곳으로 가는 거야. -그렇죠, 발길 닿는 대로.
-그래.
-그렇게 다니는 것도 좋은데 그러면 놓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너무 두 분이 달라서 재밌네요, 여기 있으니까.
-어쨌든 중심 쪽으로 좀 걸어가 보자고.
-그게 낫겠다.
그러면 중심 쪽으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보고.
-그래, 그래.
-좋아요.
-일단 그렇게 하는 거로.
갑시다.
-가요.
-인생이 다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모양인 거야, 지금.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요?
-이제부터야.
-여기가.
-가만있어 봐.
-지금.
-그래, 여기다, 여기, 여기.
잘 찾았네.
경기장 바로 옆에 있구나.
-저 여기 와 보고 싶었어요.
-이게 진짜 문구 기가 막힌다.
-대나무와 종이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것이 맑은 바람이어라.
-시적이다, 진짜.
-진짜, 그 옆에 써 놓은 것도 봐.
바람이 시작되는 곳.
이 부채에서 바람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여기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
-정말?
-어.
이거.
이 현판, 여기도 여태명 선생님 글씨네.
-그래?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딱 보면 되게 소박한 어떤 그런 서민의 느낌이 되게 잘 살아 있는 글씨지.
뭔가 약간 1박 2일의 그 로고 같은 느낌이 좀 있지 않아?
-그것도 있다.
그런데 그걸 알아?
낙관 보고 아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그 글씨 자체, 글씨체를 보면 그 선생님만 쓸 수 있는 저 느낌이 있어.
-그러면 정말 글씨에 재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화 자도 그렇고 부 자도 이렇게 어떻게 들어가게 이렇게.
-저 문자인 미음도 쓰신 거 보면 한글은 꼭 이렇게만 써야 된다라는 그걸 깨시는 것 같아.
획을 이렇게 받침이니까 이렇게 써야 된다.
이 획은 원래 짧게 쓰는 획이다.
그런 게 없고 되게 자유로우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글씨를 볼 때마다 해.
-사실 이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알고 보니까 또 그게 오네, 느낌이.
-맞아요.
이 조형적으로 또 굉장히 구성지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알고 나서 보면 여행 다니는 재미가 한결 좀 더 풍성해진 느낌이 좀 있지.
현판도 현판인데 우리 부채 보러 왔으니까.
-그렇지, 그렇지.
-맞아요.
-이쪽이지요.
-여기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예쁘다.
-저 여기 진짜 와보고 싶었어요.
부채 박물관.
-진짜 전주 부채 유명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맞아요.
한지도 워낙 유명하고.
-그렇지, 여기가 한지가 유명하지.
-저 정말 전주 한지 자주 사서 쓰거든요.
-맞다.
-질이 진짜 좋아요.
부채 모양 너무 예쁘지 않아요?
이런 거 어떻게 했을까?
-그린 건가?
-그린 건 아닌 거.
-이거 저기.
-인두 같은 걸로 지진 거지?
-태운 것 같아요.
-이거는 그거인가 보다.
저기, 나전.
옻칠, 옻칠.
-여기.
-옻칠.
-맞아요, 옻칠.
-그렇지, 그렇지?
-네, 옻칠.
-옛날에 도포 자락 휘날리면서 이런 부채 쫙 피고 다니면 얼마나 멋있었어.
-이렇게 딱 얼굴 가린 다음에 여자들 이렇게 힐끔힐끔.
이런 선비.
-그런 이미지 부정하지 않겠어.
난 내 취향은 이런 거.
-의식을 행할 때 부채라고.
그러니까 제갈공명이 이제 저거 들고.
-동남풍.
-그렇지.
-동남풍이었다는 거를 들어드릴까요?
-4단이요.
-3단 정도.
회전이요?
-3단 말고 4단.
-이런 고귀한 부채를 보면서 이런 드립을 치다니.
-미안합니다.
-이게 이제 대나무를 해서 만지는 그거인가 보다.
이거 그거야.
-살 쪼개는 그거.
-이렇게 딱 통 넣어서 빡빡빡.
-맞아요.
-살쪽에.
-살 펴고 또 쪽 내고.
-살피는 도구가 따로 있네?
-네.
-꼭 전통만이 아니라 뭔가 되게 세련됐다.
-그렇죠?
-그렇지?
지금 디자인이랑 놓고 봐도.
-부채.
접는 부채라서 접선이라고 하고요.
이 부채는 접히지 않아서 단선.
-단선.
-방구부채라고도 해요.
-이게 이거였군요.
-네, 순우리말로 동그랗거나 네모나다는 뜻이에요, 방구부채가.
-방구부채.
-방.
-그거 아니구먼.
-어떤 게 더 그리기 좀 쉬운가요?
-이게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이게 더 쉬워?
-둘 다 어려우실 거예요.
-그래요?
-접선이랑 방구부채에 그림을 그리실 건데요.
선면이 다 한지로 돼 있어요.
그래서 물감이나 사인펜 이용하실 때 물 너무 많이 하거나 많이 문대면 찢어질 수 있으니까 물 조금씩 써주시고요.
그림 자유롭게 그리시면 돼요.
-선생님 혹시 저도 방구부채로 바꿔주실 수 있나요?
여기다가.
-이게 더 큰가요?
-응.
바꿀래?
-줘, 줘.
-고맙습니다.
-어차피 난 뭘 그려야 될지 모르겠어서,
지금.
-이렇게 뭔가 재료들 있으니까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됐다는 거.
-저는 이런 합죽선에 그림을 그려봤는데 이 재료들이 한국화 재료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해요.
이거는 사실 안 써봤거든요, 재료를 쓰면서.
-이거 뭐 1등.
안 되겠구나, 화자가 있어서.
또 참.
가서 이제 어디 가면 이렇게 뭘 하는 걸 좋아해?
-전 엄청 좋아해요.
-체험하는 거?
-네, 체험하는 거.
무조건 해요.
그러면 나중에 그 여행지의 기억이 정말 많이 나고 그 완성품을 보면서도 또 한 번 더 그때의 여행을 되돌릴 수 있고.
-떠올리게 되고?
-네.
그 기억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축이지?
난 끌려가는 쪽인 것 같아.
그러니까 누가 같이 가자, 그러면 가서 하고.
먹으러 가자 그러면 뭐 먹고.
그것도 괜찮아.
-그렇구먼.
사실 이런 걸 되게 좋아하기는 하는데 나는 늘 시간이 없어서 못하지.
-뭘 그렇게 바쁘세요?
-그래, 그것도 있어.
그러니까 좀 약간 느긋하게 와서.
-그러니까, 느긋하게 와서 뭔가를 해야 되는데 나는 보통 이제 움직이면 4군 데,
5군 데를 막 확확 치고 가야 되는 그런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
-취재로 보통 가시죠.
-응.
그러니까 이제 이런 체험을 하고 싶어도 그냥 사람들 하는 거를 사진을 찍고 넘어가든가.
-가족 여행할 때는 아이들 때문에도 체험을 하지 않으세요?
-아이들을 시키고.
아이들을 시키고 나는 사진을 찍어주든가 아니면 애들 하고 있을 때
나는 관장님이나 이런 분들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재밌다.
완성.
-최선은 다했습니다.
-느낌 있어요.
-이게 내가 봤을 때는 자기가 막 그리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몇 개 갖다 붙인 것 같은데.
-얻어 걸린 거야.
-저는 마음에 들거든요, 굉장히.
-전주의 만경강 상류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해가 뜰 때 안개에 덮힌 산을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의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그림이 나왔다.
앞날이 이렇게 암담한 느낌에.
-암담하긴 뭘 암담해.
몽환적이고 좋구먼.
-그런데 정말 느낌이.
-작품 같은 느낌이 있어.
-은미 거.
-이거는 뭐.
-저는 아주 일상적인 그림을 그려봤어요.
결국 부채 하면은 가장 생각나는 게 매화인 것 같아요, 저는.
-형은 왜 그랬어?
-저는, 저는 옆에 정태겸 작가를 그렸습니다.
-닮은 것 같아.
-일단 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닌 걸로.
-잘 그리셨어요.
-달마 잘 그린다니까요?
-전문가세요, 전문가.
-일단은...
가끔 그려요.
-자꾸 내 옆에 갖다 놔.
-가끔 집에서 이제, 붓펜이 좀 있어서 붓펜으로 좀 가끔 그리는데, 오늘은 이제
이 붓으로 그려서 그런대로 했는데, 옆의 태겸이를 생각하면서.
-제가 이틀 밤을 새우고 자고 일어나면 저 모양이 됩니다, 제가.
-이거 한 방이면 주변의 잡스러운, 요망한 것들이 물러갑니다. 싹!
-진짜...
창피해.
-요망한 것들 물러가라 좀. 재밌긴 재밌네요, 정말.
-맞아요.
이런 체험이 진짜 재밌어요.
-이럴 기회가 저는 많이 없었던 터라.
사실 조금 목마르긴 했어요.
-그래?
나는 체험을 어디 막 하러 가는 편은 아닌데, 이거 재밌네.
-재밌지?
-재밌어요.
-전주 합죽선이라는 거, 이 부채라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 데리고 와서 하면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제 여름 되니까 딱 가지고 다녀야죠.
-그러니까요.
-꼭 여기서 안 해도 왔다가 이거, 백지상태의 부채 가지고 가서 아이들한테 선물로 줘서.
-맞아요.
-너 그리고 싶은 거 그려라, 해도 되겠다.
-부채 드니까 갑자기 좀...
-부채도사 같아?
이거 형 가져, 이거 내가 들게.
내가 이렇게 들고 다니면 되잖아.
-괜찮다.
-서로에게 선물한 걸로.
-담벼락 좋잖아, 하늘도 좋고.
-그러니까요.
-고즈넉함.
그리고 골목골목이 주는 어떤 정취 같은 게 있지.
-그러니까 좀 이렇게 예전 시대의 모습도 좀 남아 있고 하면서 그런 느낌들이 좀 있잖아.
여기는 소도시 여행하는 그런 느낌 같은 게 있기는 해.
-현대랑 그 중간에 있는 어떤 근대랑 그리고 또 어떤 과거의 모습들이 다
공존하는데, 맛의 고장 전주까지 와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지금 오빠가 내밀려고 하는 말.
-그렇지?
그래, 은미가 이야기하기 전에 네가 딱.
-배고팠구나?
-진짜 배고파요.
-그래.
-뭐 먹냐?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전주에 와서 먹을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정주에서 꼭 먹어야 하는 1번이라고 생각하는 거.
-쉿, 쉿.
그냥 데리고 가.
가자.
-그래.
-그냥 가라.
너무 길어.
-배고파.
-진짜 정갈하게 잘 나온다, 여기.
-그러니까요.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도라지정과.
우리 집 특기.
-도라지정과가요?
-도라지정과.
-이게 도라지정과?
-도라지정과.
-도라지정과.
-이거 도라지 무치기만 해서는 정과가 안 돼.
-전주비빔밥이라고 부르려면, 전주비빔밥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을 거잖아요?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데, 비빔밥의 단연코 주연 배우는 콩나물.
-콩나물.
그리고 황포묵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인데.
-그렇죠.
이것이 비빔밥에 안 올라가 있으면 전주비빔밥 아닌 걸로.
-그렇지.
-녹두로 해서 치자라는 열매가 있어요.
그 치자로 색을 낸 거예요.
-콩나물하고 황포묵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렇죠, 그렇죠.
-전주비빔밥이라고 한다면.
-그렇죠.
다른 재료들은 다 전국적으로 다 쓰는 재료들이니까.
그런데 콩나물이 연한 것이 특징이고 황포묵이 들어간다는 거.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나 이거 사진 찍어 놓아야겠다.
-저도 좀 공유 좀 해 주세요.
저 이미 비벼 버려서.
급한 마음에.
-은미 배고프구나.
-터뜨렸어요.
-많이 급했구먼.
-아니야, 이건 동영상으로 찍어야 해.
이 안에 이렇게 밥이 비벼져 있고.
탁!
쫙.
-왜 개인 방송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다 비벼졌어.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참 이거...
복스럽게 먹어야 해요.
비빔밥은 오방색이 다 들어간 거잖아요.
한입에 복을 다 먹는 느낌으로.
-이제 한 입만 나올 때가 됐다, 한 입만.
-왜 서울에서 먹는 전주비빔밥보다 전주에 와서 먹는 전주비빔밥이 더 맛있지?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한 거 아니야?
-본고장이잖아요.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는 두세 배 맛있어.
-콩나물이 진짜 야들야들해요.
-그러니까, 전주비빔밥 요즘에 안 먹는다고 그러지만, 확실히 전주 음식에서 전주비빔밥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이거, 이거 좀 궁금하다.
-황포묵?
드셔 보세요.
-황포묵.
-황포묵이 녹두 청포묵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치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황포묵이 됐다.
이거인 거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나온다고?
-심플해야 해.
-좀 더 탱글탱글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맛있어.
-이게 워낙 고급 음식이라.
-그렇지.
-청포묵 자체가.
-확실히 미식에 관해서는 뭐, 전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맞아요.
전주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먹는 거로.
저 피순대도 진짜 좋아하거든요.
너무 맛있잖아요, 피순대.
너무 맛있다.
-도라지정과가 왜 이렇게 맛있지?
-밥 먹고 먹어요.
혼자 다 먹었어.
-콩나물국 예술이다.
-그렇죠?
-전주에 먹을 것 참 많다고 하지만, 전주 오면 역시 전주비빔밥은 빼놓을 수가 없네요.
-이거, 이게 1번인 이유가 있다.
이렇게 먹고 저녁에 이제 또 다른 메뉴와 함께 술을 먹고, 다음날 해장하느라고 콩나물 해장국 먹고.
-막걸릿집도 가고.
-이거는 또 생각나겠다.
-그렇지?
-미식가 두 분 오빠가 이렇게 인정을 하는 맛이라니.
-그런데 진짜 전주비빔밥은 인정해야 해.
-너무 잘 먹었다.
-하나, 둘, 셋.
진구야, 이거 한번 해 줘요.
-그런 거 시키고 그러지 마라.
-여기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오니까 더 예쁜 것 같아요.
진짜, 지금 마침 장미가 피어 있으니까 더 예쁘네요.
-동네를 다 이렇게 예쁘게 잘 꾸며놨냐.
-이건...
-아로미다, 아로미.
-개구리 왕눈이.
개구리 왕눈이.
-우리 때 정말 흥했던.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이거 너무 슬픈 만화.
-투투.
-맞아요.
맞아요.
-가재.
그리고 그 연못에.
-메기, 메기.
-그렇지.
메기.
메기가 왕이야.
-메기가 왕이었어요?
-메기가 왕이야.
-끝판왕이었어.
-투투가, 아로미 아빠가.
-투투가 아로미 아빠구나.
-아로미 아빠가 그렇게 하고, 행동대장 가재.
한번 팍 때리면 청개구리가 저쪽까지 날아가서 털썩 떨어지고 막 울고.
오카리나 어디서 구해서 막 불고.
-그랬어요?
-그래서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너무 웃기지 않아?
나는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웃기다.
울지 말고 일어나서 힘차게 뭘 해라, 이러는데 피리를.
-한 대 맞고 이렇게 날아가서 이렇게 울고 있는데 일어나서 피리를 불라고.
-저거 정말 너무 슬펐다.
-맞아요.
-그런데 우리 어릴 때 보던 만화들이 기본적으로 슬퍼.
-맞아요.
-플란다스의 개도 그렇고 개구리 왕눈이도 그렇고 은하철도 999도 그렇고.
-맞아요.
-밍키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아?
-밍키가 왜 슬퍼?
-되게 행복하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밍키 교통사고 나서 죽잖아.
-진짜요?
-아니야, 그걸 암시하는 자동차가 이렇게 앰뷸런스 미니카가 지나가나, 아무튼 그렇게 끝났을 거야.
-뭔가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
-완전 잔혹동화.
-밍키 변신 장면은 정말 예술이었지.
-참 이런 거 기억 잘해.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목요일에는 노란 장미를~
-거기밖에 모르죠?
-당신에게~
-마이클 잭슨.
-비틀즈다.
-저기 비틀즈.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불러 봐.
-(함께) Yellow Submarine~
-다 똑같아.
-그럼요, 한국 사람이네요.
-맛있겠다.
-여기 들어갔다 가요.
저 목말라요.
-들어가 보자, 들어가 보자, 들어가 보자.
-갑시다.
-엄청 귀엽다.
-여기는 캠핑온 것 같다.
-그러네.
-저쪽에 놔?
-여기 좋다.
-여기 들어와 있으면 저를 왕자님에게 데려다 주시나요?
-아니거든요.
-아니요, 곧 배가 올 거예요.
-너무 아늑하다, 여기.
-좋다, 여기.
-진짜 잘 만들어놨다.
-어떻게 이렇게 명당을 잘 고르셨대?
-딱 이렇게 한 바퀴 돌다가 와서 쉼표 찍으면서 차 한 잔 딱 하시고.
-그러니까.
편해 보인다.
-괜찮다.
좋네.
-전주 한옥마을 불과 여기서 길 건너잖아, 여기.
-맞아요.
-길 건너에 이런 데가 있었네.
-그러니까 딱 그 코스네.
-여기 예전부터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어요.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지, 왜?
-진짜?
옛날에도 왔었어, 여기?
-네, 벽화들도 많이 보수된 것 같고 항상 같은 벽화가 아니다 보니까 저도 오랜만에 왔으니까 좀 신선하네요.
-전주 와서 되게 옛날 생각 새록새록 하겠다.
-맞아요.
거의 제가 왔던 것도 7년 전쯤이니까요.
-생각보다 오래됐네.
-시간이 진짜 금방 가더라고요.
-얼마나 있었던 거야, 여기서?
-한 2년 정도 한옥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했었어요.
-운영.
공방을?
-장사 잘됐겠다.
-그러니까.
-아니요, 생각보다 잘 안됐어요.
망했어요.
2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망했다는 얘기 왜 이렇게 안 믿기지, 왜 이렇게, 나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데 역량의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하루 안에 그릴 수 있는 거 만들 수 있는 게 제한적이고 그런데
판매할 때는 가격이 낮으니까 그게 판매가 돼도 큰 수익이 안 되는 거예요.
-뭔 말인지 알겠다.
-그런데 그래도 어쨌든 좋아하는 걸 해서 처음으로 제가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지냈던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힘들었던 것도 생각나고 좋았던 것도 생각나고
사실 힘들었던 것도 정말 큰데 좋았던 게 훨씬 더 커서 그게 다 이렇게 포용해지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전시 같은 거 준비 되는 게 있어, 지금?
-그림책 그리고 있거든요.
-정말?
-그림책 원화전도 10월에 할 예정이에요.
-태겸이 어떻게 책 쓴다며?
-나 책 쓰는 건 쓰는 건 다 썼고 나오기는 아마 할 것 같은데 후반 작업 중이니까.
형은 어떻게 지내요?
-오빠 어디 캐스팅됐다고 얘기 들었는데.
-요즘 자꾸 악역으로 들어오는데 재밌어.
-잘 어울려요.
잘할 것 같아요.
-드라마 망가뜨리는 재미도.
얼마 전에도 갑자기 캐스팅된 일일드라마에 점점 악역을 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야.
-맞아, 악역 하는 분들이 가끔 희열 느낀다면서요.
평소에 못 하는 것들을 막 하니까.
-그렇다고 뭐가 억눌려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아무튼 그런 재미가 있었어.
아무튼 간에 다 좋네.
태겸이도 하고 전시회 준비도 하고 나도 드라마 들어가고 전주에 와서 또 이렇게한번.
-그러니까.
딱 타이밍도 너무 좋았다, 진짜.
-맞아요, 날씨도 너무 좋고.
-그런 거 있다, 진짜.
여행지에 여행을 다니고 나면 나도 일로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서 정말
나에게 뭔가 치유를 해주는 여행지를 만나면 그다음에 돌아가고 나면 몸은
조금 당분간 피곤할 수 있는데 그 에너지가 정말 배가 되는 느낌 있지.
-맞아요, 사실 저 고백하자면 전주에서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보니까 살짝 그 힘든 게 아직 환기가 안 된
느낌이었거든요.
-누구야?
누가 이렇게 힘들게 했어?
-너무 힘들었어요, 2년 동안.
그랬는데 오늘 그게 확 환기가 됐어요,
지금.
좋은 기억으로 이렇게 다 그 안 좋은 기운을 다 몰아낸 기분이 들어요.
너무 좋아요, 지금.
-맞진 않지만 커피로 건배 한 번 할까?
-짠.
-하나, 둘, 셋.
-(함께) 짠.
-내가 여행하면서 늘 하려고 하는 건데 여럿이 같이 여행을 와도 따로 또 같이
자기만의 여행의 시간을 가지는 그걸 부록처럼 넣어서 다채롭게 여행을 만들고 싶었거든.
그거를 좀 나는 오늘 해봤으면 해.
-좋아요.
-오케이, 그러면 각자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갔다가 다시 모이는 거로.
-형은 어디 가고 싶어 했어?
-난 비밀이에요.
-비밀이에요?
-네.
비밀인가요?
-저요?
-갔는데 또 똑같은 데 가는 거 아냐?
-어디서 모여.
이럼 의미가 없잖아.
-그러면 각자 가고 싶은 데를 가서 다시 모이는 걸로.
-오케이.
-좋아요.
-그럼, 이동합시다.
하나, 둘, 셋.
-(함께) 뿅.
-너무 예쁘게 잘 찍히는데요?
-싱잉 인 더 레인~
완전 비 내리는 거랑 똑같네.
-진짜 멋들어진 데다.
현판이, 글씨가 술취한 것 같아.
전주 여행의 새로운 묘미가 이런 거겠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흐느적 흐느적한 것 같아요.
글씨로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어요.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객사 현판 중에서 가장 큰 현판입니다.
-이렇게 큰 현판은 처음 봤어요.
-굉장히 크지요?
올해 과거 시험을 어떻게 봤냐.
과거 치르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예요.
-족집게 과외를 받은 거구나.
-족집게 과외를 받은 거예요.
-이분이 장원 급제를 해요.
-크게 성공한 다음에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이런 스토리를 알고 글씨를 보니까 이 에 또 굉장히 정이 막 느껴지는 것 같아요.
-뭘 알고 봐야 해.
지금 자네 저 용이 꿈틀대는 저 글자가 지금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전주에 들어선 느낌부터가 아주 새로운 것 같아요.
-사람에게 명찰을 붙이듯이 집에다 이름표를 붙여준 거예요.
모든 살아있는 것은 거스를 줄 알아야 해요.
-이건 굉장히 깊은 철학인데요?
-이 동네는.
-여기도 또 이것도 또.
-현판을 일일이 다 손 글씨로 다 쓴 거잖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하고 있는 한국화가 신은미라고 합니다.
제가 7년 전쯤에 전주에서 2년 정도를 공방을 운영하면서 있었거든요.
그때 다양한 경험도 하고 힘들기도 했고 굉장히 저한테는 뜻깊은 그런 도시예요.
한옥마을에서 작업실 겸 상품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한복도 대여하고 뭐 이런.
지금도 항상 저는 작품 할 때 전주 한지를 이용하는데 전통문화 예술의본고장?
일단 이렇게 셋이 여행하는 건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굉장히 기대되고
많이 배우고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여행작가 정태겸이라고 합니다.
-같이 여행 한번 떠나보시죠.
-제 나름의 테마를 정해서 여행을 다니고 그걸 사람들한테 소개해 주는 그런 직업인 거죠.
저희가 여행 모임에서 만났어요.
그래서 같이 캠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고 그런 사이들입니다.
제 나이 또래 애들한테는 비빔밥으로 먼저, 전주는 그냥 일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여행하러도 왔었고 몇 번 인연이 좀 닿아서 전주를 왔다 갔다 했었죠.
좀 새롭게 전주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는 안홍진이라는 배우고요.
아직까지 싱글인 여행을 좋아하는 이제 중년에 갓 입성한 남자?
안타깝지만 대표작이라고 말씀드릴 만한 건 없는데요.
최근에 KBS의 내 눈에 콩깍지라는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아서 드라마 내에서
욕을 좀 많이 먹었던 경험은 있습니다.
좀 오래전이긴 하지만 여인천하의 복성군으로 기억되는 것들도 좀 있고요.
-어마마마.
-복성군.
-어마마마의 생신을 경하드리는 하례물이옵니다.
-술 먹은 다음 달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러 몇 시간 걸려서 온 적도 있었어요.
한옥마을은 여자친구 생기면 꼭 같이 와야지, 그랬는데 계속 안 생기고 있고 해서.
전주 하면 또 가맥, 막걸리, 콩나물 해장국, 비빔밥 전주 그러면 사실 지명은 또 익숙하잖아요.
알고 있는 친구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얘는 이런 이런
생각도 하고 이런 이런 마음도 갖고 이런 이런 친구구나, 이런 어떤 계기 있잖아요.
전주가 저한테는 이번에 그랬던 것 같아요.
-여기예요?
-여기 와봤어요?
-여기는 와봤지.
-여기는.
-일단은 전주에 들어오면 가장 초입이니까 일단 월드컵경기장 보이고.
-저 경기장을 사람들이 보통 기점으로 보는데 저걸 봐야 하더라고요.
저 문을 봐야 이제 전주에 들어왔구나.
-약간 미안하지만 톨게이트 지나가는 느낌으로 지나갔던 곳이야.
-맞아요, 버스 타면 항상 보이는.
-저게 호남제일문이라고 부르는 거래요.
-호남제일문이라고?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난 전주라고 쓰여 있는 줄 알았는데.
-진짜?
-솔직히 자세히 안 읽어봐서.
-맞아요.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한양에서 내려오다 보면 호남으로 진입하는 가장 첫 번째 관문이다, 이거인 거지.
-그런데 이렇게 아파트 사이에 이렇게 전통적인 기와가 있으니까 되게 이색적이면서 멋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세 분이 처음 하는 전주 여행인데요.
전주 하면?
-전주 하면, 전주 하면?
-콩나물 해장국.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전주 하면?
-피순대요.
-우리가 이렇다니까, 우리가.
-국제영화제, 국제영화제, 그렇지.
-배우다 이거지.
그럼 난 비빔밥.
-그렇지.
-전주 그러니까 먹는 이야기부터 나오네.
-워낙 유명하니까요.
-전주 하면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요.
서예비엔날레라고 들어보셨어요?
-들어봤습니다.
-전 처음 듣는데요.
-2년마다 서예에 관한 아주 큰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전주입니다.
-그래요?
-그래서 서예 글씨와 아주 인연이 깊은 곳이거든요.
그래서 이번 여행은 글씨를 따라서 가는 여행으로 콘셉트를 잡아봤습니다.
저기 보이는 문.
-호남제일문.
-첫 번째 서예 작품입니다.
-저게요?
-그래요?
-어디 쓰여 있어요?
-서예가 없는데요?
-저 앞쪽에 쓰여 있어요.
-저 호남제일문.
저거구나.
-그래, 그래, 그래.
-멋있다.
이렇게 다녔는데 저거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러니까.
뭘 알고 봐야 해.
그냥 그렇게 보고 지나다녔는데.
-그러니까.
-지금 이야기 듣고 보니까 또 다르네.
명필이네.
-진짜.
-명필이야, 느낌이 딱 오잖아.
-어떤, 어떤 부분에서 명필을 느끼시나요.
-지금 자네, 용이 꿈틀대는 저 글자가 지금 느껴지지 않는단 말인가?
-어느 부분이 용이에요?
-잘 봐.
-그런데 진짜 멋있다.
이게 정말 이렇게 뭔가 정형화된 글씨가 아니고 진짜 꿈틀꿈틀 거리는 것 같아요.
-참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이 봤는데 글씨만 눈여겨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그냥 전주 초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어떤 명필 분이 써주신 글이라고 하니까 다시 보게 되네.
-명필이 쓰신 거예요?
-그럼 뭐...
-어떤 분이 쓰신 거예요?
-이장님이 쓰진 않았을 거 아니야.
명필 분이 쓰셨을 거 아니야.
-여기 이장...
-아닌가요?
-혹시 저 낙관은 안 보이시죠?
-네, 눈이...
-낙관 옆에 보이구나.
-낙관이 있는 건 알겠어요.
-저 앞에 그거.
-작은 거 두 개 이렇게 있는 거.
-나는 그건 줄 알았어, 키보드 판.
-왜 이러세요, 진짜.
-정말.
-나 그 정도 아니야.
-엉망이네.
-저게 낙관이구나.
-전라북도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신 강암.
-강암.
-송성용 선생이 쓰신 겁니다.
-송성용 선생님.
-(함께) 강암 송성용 선생님.
-그럼 그분은 지금 돌아가셨나요?
그렇군요.
-앞으로 전주 올 때마다 저 글씨 진짜 눈여겨볼 것 같아요.
-호남제일문이라는 거를 이렇게 처음 눈여겨보고 나니까 전주에 들어선 느낌부터 아주 새로운 것 같아요.
-일단 여자친구 태우고 딱 여기 들어오면서 아는 척을 할 수 있어.
-와이프는 안 돼?
-아직은.
송, 송, 송...
-(함께) 송성용 선생님.
-송성용 선생님.
송성용 선생님의 필체로 된 호남제일문이다.
여기가 전라도로 들어가는 입문이다.
이렇게 이야기해 줄 수 있잖아.
-뭔가 아는 척을 할 수 있다는.
-중요해.
-그렇죠.
-여기 안에 연못이 있다는 거지?
-그렇지, 지자가 들어가는 거니까 연지.
연꽃밭이 있다는 이야기거든? 연지문.
-연지문.
하얀색에 이렇게 파란 글씨로 써 있으니까 눈이 좀 시원해진다.
-그렇지.
-덕진공원 호수 때문에 이 글씨 파란색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강암 송성용이라고 적혀 있거든?
-그러면 저기 뭐야.
-(함께) 호남제일문.
-호남제일문 쓰셨던 그분이 쓰신 글씨인 것 같고.
-그렇지.
-획 이렇게 딱 날리는 것 좀 봐요.
-그렇지, 그렇지.
-그래, 글을 잘 몰라도 느껴진다.
-그러니까요.
-그 기운이.
-저 힘이 있잖아요.
-일단 들어가서 한번 보자고.
갑시다.
-연향.
그윽하다.
여름에 이 연꽃 냄새는, 연잎 냄새는 진짜 약간 좀 무게감 느껴지는 묵직한 향 있잖아.
-맞아요.
-은은한 보디감이라고 하지.
-묵직하다잖아요.
-샴푸 광고해?
샴푸 광고해?
-그런데 그렇다고 그래서 막 강렬한 건 아니니까 나는 이렇게 은은하게 그
묵직하다기보다는 보디감이라는 표현을...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를 수 있으니까.
-내가 사실 고급스럽기 때문에.
-옛날에 여기가 창포물에 머리 감는 데로 되게 유명했던 거야.
-창포가 많나 보네, 이게.
-그런데 보통 우리가 창포물에 머리 감는다고 그러면 흔하게 창포를 이렇게 잘라서.
-맞아요.
-삶아서, 우려내서.
-삶아서 거기에 식혀서 머리를 감았다,
난 이렇게 들었거든?
그런데 나 검색해 보고 깜짝 놀랐네?
-이게 뭐야?
-그냥 감는 거야?
-그냥.
-이 물에?
-여기 창포 성분이 녹아 있으니까 그냥 감는구나.
-그랬나 봐.
-아니면 대량으로 좀 삶아서 이렇게 한 거 아닐까?
-그럴 리가.
이 큰 호수에.
-이걸 얼마 나 삶아서 어떻게 얼마나 해야 해, 그러면?
-단오 때만 특별히 전라북도 전역에서 모였다고 해요.
-전라북도 전역에서요?
-여기가 창포의 메카구나.
-축제의 공간이었다고...
-말하자면 샴푸 축제가 벌어진 거구나,
전라북도에서.
-샴푸 축제.
-샴푸 축제.
-샴푸 축제.
-그렇지.
-어디 가니?
오늘 창포 축제 가잖아.
이런 거.
-찰랑찰랑.
-트리트먼트 하러.
-그렇지.
-그런 느낌이구나.
-그런데 축제가 벌어지면 여기서 사람들이 머리만 감았겠어, 그렇지?
-씨름도 하고.
-남자들은 모여서.
-단오제, 단오.
-씨름도 했을 거고 단오니까.
-그렇지.
-여자들도 여자들 나름대로 요리하고 그러니까 이 주변이 아마 단오날이 되면 어마어마하지 않았을까?
-그렇겠네요.
사진만 봐도 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진 봐봐.
완전 진짜.
-넌 만약에 지금이면 씨름하러 갈래, 머리 감으러 갈래?
-난 머리가 없잖아.
-머리가 없잖아요.
-머리가 없구나.
-연지 가운데... 도서관이야, 심지어는.
-없었는데 예전에. 언제 이런 게 생겼죠?
-예전에 없었어, 여기?
-네, 저거 처음 봐요.
-진짜?
얼마 전에 생긴 거야, 그러면?
-그런가 봐요.
-건물이 좀 새것인 것 같긴 하다.
-너무 예쁘다.
나무 냄새.
-좋다, 나무 냄새.
-책도 이렇게 예쁘게 진열해 놔서.
저기 연못, 연꽃들이 쫙 펼쳐져 있는 게 보이고, 창 너머로.
-전주분들이 운치가 있어.
-이거 제가 좋아하는 책이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한국 괴물 백과네.
-하나는 여기 있는데?
나머지 하나는 여기 있다는 거...
-책들도 이렇게 되게 전통적인 책이 많네요.
한글에 대한 것, 음식에 대한 것, 한복에 관한 것.
전통문화에 대한 책이 많네요.
-색다른 작은 도서관.
도서관이 여러 가지가 있다.
첫마중여행길도서관, 연화정도서관 여기고.
-숲속시립도서관.
-건지산도서관.
이렇게 고즈넉한 한옥 사이에.
-맞아요.
-이런 툇마루에 앉아서 바람 느끼면서 이렇게 좋은 책 한 권 읽고 그러면 좋지.
-우리는 여행을 다니는 게 너무 바빠요.
-갈 곳이 많거든요.
-전쟁이야.
-계획을 짜고 초, 분 단위로 나눠서 이동을 하고 지금 밥 먹을 때야, 어딜
가서 뭘 먹어야 해라는 이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고 다니는 경우가 굉장히 많거든요.
외국인들은 여행을 어디 가면 햇살 좋으면 그냥 앉아서 자리 펴고 누워서, 누워서 책 보러 가잖아요?
그런 여유가 우리한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공간인 것 같아요, 여기가.
-오늘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는 대신 짧은 강의라고 할까.
배워보는 시간을 잠깐 마련했거든요.
이쪽에 선생님 계시니까 우리 여행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듣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디 계시죠?
-저쪽에.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반가워요.
-반갑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전주 여행을 다니면서 들어오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호남제일문을 보고 왔고요.
호남제일문이라는 글씨를 봤거든요.
여기 와서도 저 앞에서 연지문의 또 글씨를 보고 왔는데 사실 어떤 게 좋은
현판이고 좋은 글씨인지 이런 걸 저희는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선생님께서 배워봤으면 싶어서.
-아주 아주 반가운 이야기예요.
그런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제가 이렇게 표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는데 굉장히 기특해요.
정말 잘하신 생각이에요.
아까 호남제일문 차를 타고 들어올 때 보면 작아 보이지만 그게 엄청나게 큰.
-맞아요.
-큰 현판이거든요.
많은 사람이 작게 써서 확대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실제로 그 사이즈로 쓴 거예요.
그러니까 엄청난 필력을 가지고 쓴 거고 여기 들어올 때, 덕진 연못 들어올 때
연지문도 굉장히 잘 쓴 글씨예요.
두 작품 다 전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 작품이에요.
그런데 전주분들마저도 그 글씨의 가치, 또 그 글씨가 갖고 있는 의미, 이런 걸
모르니까 굉장히 안타까웠는데 그것을 알고자 이렇게 찾아와 주니까 정말 반갑습니다.
사람마다 이름이 있잖아요.
이름을 지을 때 부모님들이 뭔가 깊은 뜻을 담아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뜻을 담아서 이름을 지어주니까 사실 그 이름 자체가 좌우명이나 마찬가지예요.
부모가 지어 준.
-어떻게 살아라.
-어떻게 살아라.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사람에게만 이름을 지어준 게 아니고 건물에도 반드시 이름을 지어 줬어요.
현판은 마치 사람에게 명찰을 붙이듯이 집에다가 이름표를 붙여주는 거예요.
-붙여주는 거구나.
-그거를 걸어놨다 그래서 걸 현 자, 매달을 현 자 그러는데.
-이름을 판에 새겨서 걸어놨다 해서.
-그렇지.
-현판.
-현판이죠.
그러니까 집의 이름이자 동시에 나의 정신이 담긴 생각을 집어넣은 거예요.
예를 들어서 우리 서울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
광화문 보면서 사람들이 광화문 사거리래, 광화문에서 촛불 시위한대,
이렇게 말하지 광화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요.
-맞아요.
-그러네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빛 광 자.
변화시킬 화.
-변화예요?
-왕의 빛으로, 덕의 빛으로, 문화의 빛으로.
-갑자기 소름.
-저도 소름 끼쳤어요, 지금.
-문화의 빛으로 온 세상을 변화시키자.
그런 뜻이 있는 광화문이죠.
-광화문이랑 광화문 광장은 그 이름에 맞게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말로.
-그렇죠.
세종대왕을 딱 그래서 모셨잖아요.
세종대왕을.
-소름 돋아.
-저도 진짜 소름 돋았어요.
보이세요?
닭살?
-그런데 정작 저희는 현판을 보면서 뭐가 잘 쓴 글씨고 이게 뭐가 좋은
건지를 아직은 잘 모르겠단 말이죠.
-많은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진짜 좋은 것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다 좋아요, 사실은.
-그래요.
맞아.
우리 호남제일문 보면서 다들 이건 명필이다.
딱 왔잖아요.
-그렇죠.
-잘 모르는 나도 뭔가 그 생동감이 느껴졌으니까.
-맞아요.
-그러면 그 호남제일문 같은 경우도 전주문이라고 하지 않고 호남제일문이라고.
-그렇죠.
-이름을 한 이유도.
-뜻이 있죠.
-철학이 담겨 있는.
-전주의 자부심이죠, 자부심.
-그렇죠.
-호남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은 여기다.
여기를 통과하지 않고는 호남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호남제일문.
저 글씨를 보니까 필획이 살아 있는 것 같다.
용이 막 꿈틀대는 것 같다.
필획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면 정말 살아 있는 필획으로 써야 글씨가 살아 있고 그 살아 있어야 좋은 글씨예요.
그러면 살아 있다는 개념이 뭔지 아세요?
어떤 게 살아 있는 것인지 아세요?
-에너지가 담긴.
-에너지가 담기려면.
-느껴지는 것.
뭔가 마음으로 쓴.
-감정이 들어가야 하나요?
-일단 생리학적으로 살아 있다는 개념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은 거스를 줄 알아요.
-그냥 흘러가지만 않는다?
-그렇지, 거스를 줄 알아요.
그게 살아 있는 거예요.
식물도 살아 있어야 대기압을 거슬러서 위로 자라요.
물고기도 살아 있어야 물을 거슬러서 올라가요.
죽은 물고기는 떠내려가요.
-떠내려가죠.
-거스를 줄 모르면.
-이거는 굉장히 깊은 철학인데요.
-다 이게 거스를 줄 모르면 죽어요.
그러면 서예를 할 때도 바로 그 살아 있다는 정신을 필획에다 담아야 해요.
살아 있다는 거를.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살아 있느냐?
-막네.
종이가 붓을 붙잡는 것처럼 느끼게끔 그 마찰력을 운용하는 필획 그걸 구사하는
사람, 그게 바로 생명력이고 그런 필획을 구사하는 사람을 일컬어서 저분 필력 참 좋다 하고 이야기하고.
-저는 한국화를 하다 보니까 이 필력이 마찰하는 힘이 뭔지 좀 이렇게 알겠거든요.
-그렇죠.
-그 나무를 그릴 때 그 필력을 느끼면서 이렇게 지나가는 필 선이 딱 떠요.
-매화, 매화 막 이런 거 그렇지?
그렇지, 매화?
-맞아요.
-그렇지.
-저희가 오늘 여행을 하면서 어떻게 봐야 할지에 대한 이 눈이 조금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유념하겠습니다, 선생님.
-현 타는 의미는 그런 겁니다.
-저희 오늘 하루 동안 전주 여행을 하면서 뭔가 기존에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어떤 길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선생님.
-딱 쓰여 있네요, 여기 초입에 전주한옥마을.
-엄청나게 크다.
저는 이거 매일 왔다 갔다 하면서 봤었는데.
-그러니까.
사실 이거 여기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 많을 거야, 아마.
-맞아요.
너무 당연하게 익숙하게 이렇게 있으니까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데 이
글씨도 이제 보이지 않아요, 조금?
-그러니까 아까 김병기 선생님.
-맞아요, 맞아요.
-여기에 있는 이 글씨를 쓰신 분을 직접 만나게 될 줄은 진짜 몰랐어요.
-맞아요.
이게 쓴 사람이 누군지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러면 일단 가서 어딜 갈지 한번 결정을 좀 해봅시다.
-좋아요.
-좋아요.
-갑시다.
-가봅시다.
-있다, 관광안내소.
-그러네요.
-여기는 내가 다녀봤잖아?
관광안내소 보면 보통은 그냥 폰트로 이렇게 해서 만드는데.
-그렇지.
-그런 현판이나 이런 건데 이 동네는.
-여기도 또 이것도 또.
-여기도.
-현판을 일일이 손 글씨로 그냥 쓴 거잖아.
-그러네, 낙관이 있네.
-맞네요.
-심지어는 이 숫자 보자마자 누구 글씨인지 나 알아.
-어떻게?
-여태명 선생님이라고.
-맞네요.
-여기 전주 출신의 되게 유명하신 선생님 있으시거든?
-정말?
-그 선생님 글씨야.
그러니까 이게 그 선생님 글씨 특징이 보면 귀엽게 길게 떨어뜨리고 오 저런 걸 되게 짧게 쓰시고 이런.
-받침을 짧게 쓰시고.
-보자마자 알겠어.
그러니까 저 위에서 우리가 김병기 선생님 글씨를 봤고 여기서는 여태명
선생님 글씨를 본 거란 말이야.
한옥마을은 그전에는 진짜 몰랐다.
오면서 보니까 다 하나하나가 대체로 손 글씨인 것 같아.
-그러네, 그러네.
-그렇지?
-그러네.
저기, 저기 다 쓰여 있는 게 다 그러네.
-걸려 있는 현판들이 다 붙어 있어.
-그러네요.
쉼터에도.
-그러네, 그러네.
-손 글씨로 다 쓰여 있어요.
-그러니까.
-나도 몰랐네?
-이건 아니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네.
-다는 아니네요.
-그렇지, 다는 아닌가 봐.
일단은 자료들을 좀 챙겨야 해.
-이거 하나 가져가면 될 것 같고 이거 외국어, 일본어.
일본어, 중국어 이거.
-이거, 이거, 그러네요.
저거 외국어 일부러 한 건데요?
-진짜?
-저기 아기들 한복 입은 거 너무 귀엽다.
-진짜.
여기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즐길 수가 있잖아, 전통 그런 것들을.
-여기도.
-그러네요.
-여기도 직접 낙관까지 다 있네. 일단 일상이네.
-그러니까요.
-이게 낙관이 있으니까 확실히 뭔가 어딜 가나 작품이라는 게 있네요.
-이건 양석이라는 분이 쓰신 것 같은데.
김 씨 승방.
-일단 앉아서 우리 얘기를 나눠봅시다.
-그럽시다.
갈 데가 너무 많아, 여기는.
-맞아요, 진짜 재밌는 곳 많거든요.
-길 꽤 넓다.
-그러니까.
-다 다니면 힘들어요, 여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걸어다니면 되게 힘들 수 있어.
-맞아요, 진짜 힘들고 여자 걸음으로는 훨씬 더 많이 걸렸던 것 같아요.
-이게 지도를 딱 보니까 막상 가려니까 갈 데가 좀 많다.
-많아, 엄청 많아, 여기가.
-맞아, 진짜 많아.
-그래서 이거를 진짜 철저하게 사전 조사를 해서 정해놓고 가야 한다.
-무슨 사전 조사야?
-그냥 가죠.
-그럼.
가다가 마음에 끌리는 곳으로 가는 거야. -그렇죠, 발길 닿는 대로.
-그래.
-그렇게 다니는 것도 좋은데 그러면 놓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너무 두 분이 달라서 재밌네요, 여기 있으니까.
-어쨌든 중심 쪽으로 좀 걸어가 보자고.
-그게 낫겠다.
그러면 중심 쪽으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보고.
-그래, 그래.
-좋아요.
-일단 그렇게 하는 거로.
갑시다.
-가요.
-인생이 다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 모양인 거야, 지금.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요?
-이제부터야.
-여기가.
-가만있어 봐.
-지금.
-그래, 여기다, 여기, 여기.
잘 찾았네.
경기장 바로 옆에 있구나.
-저 여기 와 보고 싶었어요.
-이게 진짜 문구 기가 막힌다.
-대나무와 종이가 혼인을 하여 자식을 낳으니, 그것이 맑은 바람이어라.
-시적이다, 진짜.
-진짜, 그 옆에 써 놓은 것도 봐.
바람이 시작되는 곳.
이 부채에서 바람이 시작되기도 하지만 여기가 바람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는 말.
-정말?
-어.
이거.
이 현판, 여기도 여태명 선생님 글씨네.
-그래?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딱 보면 되게 소박한 어떤 그런 서민의 느낌이 되게 잘 살아 있는 글씨지.
뭔가 약간 1박 2일의 그 로고 같은 느낌이 좀 있지 않아?
-그것도 있다.
그런데 그걸 알아?
낙관 보고 아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그 글씨 자체, 글씨체를 보면 그 선생님만 쓸 수 있는 저 느낌이 있어.
-그러면 정말 글씨에 재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화 자도 그렇고 부 자도 이렇게 어떻게 들어가게 이렇게.
-저 문자인 미음도 쓰신 거 보면 한글은 꼭 이렇게만 써야 된다라는 그걸 깨시는 것 같아.
획을 이렇게 받침이니까 이렇게 써야 된다.
이 획은 원래 짧게 쓰는 획이다.
그런 게 없고 되게 자유로우신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글씨를 볼 때마다 해.
-사실 이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알고 보니까 또 그게 오네, 느낌이.
-맞아요.
이 조형적으로 또 굉장히 구성지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알고 나서 보면 여행 다니는 재미가 한결 좀 더 풍성해진 느낌이 좀 있지.
현판도 현판인데 우리 부채 보러 왔으니까.
-그렇지, 그렇지.
-맞아요.
-이쪽이지요.
-여기로 가면 될 것 같아요.
-예쁘다.
-저 여기 진짜 와보고 싶었어요.
부채 박물관.
-진짜 전주 부채 유명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는데.
-맞아요.
한지도 워낙 유명하고.
-그렇지, 여기가 한지가 유명하지.
-저 정말 전주 한지 자주 사서 쓰거든요.
-맞다.
-질이 진짜 좋아요.
부채 모양 너무 예쁘지 않아요?
이런 거 어떻게 했을까?
-그린 건가?
-그린 건 아닌 거.
-이거 저기.
-인두 같은 걸로 지진 거지?
-태운 것 같아요.
-이거는 그거인가 보다.
저기, 나전.
옻칠, 옻칠.
-여기.
-옻칠.
-맞아요, 옻칠.
-그렇지, 그렇지?
-네, 옻칠.
-옛날에 도포 자락 휘날리면서 이런 부채 쫙 피고 다니면 얼마나 멋있었어.
-이렇게 딱 얼굴 가린 다음에 여자들 이렇게 힐끔힐끔.
이런 선비.
-그런 이미지 부정하지 않겠어.
난 내 취향은 이런 거.
-의식을 행할 때 부채라고.
그러니까 제갈공명이 이제 저거 들고.
-동남풍.
-그렇지.
-동남풍이었다는 거를 들어드릴까요?
-4단이요.
-3단 정도.
회전이요?
-3단 말고 4단.
-이런 고귀한 부채를 보면서 이런 드립을 치다니.
-미안합니다.
-이게 이제 대나무를 해서 만지는 그거인가 보다.
이거 그거야.
-살 쪼개는 그거.
-이렇게 딱 통 넣어서 빡빡빡.
-맞아요.
-살쪽에.
-살 펴고 또 쪽 내고.
-살피는 도구가 따로 있네?
-네.
-꼭 전통만이 아니라 뭔가 되게 세련됐다.
-그렇죠?
-그렇지?
지금 디자인이랑 놓고 봐도.
-부채.
접는 부채라서 접선이라고 하고요.
이 부채는 접히지 않아서 단선.
-단선.
-방구부채라고도 해요.
-이게 이거였군요.
-네, 순우리말로 동그랗거나 네모나다는 뜻이에요, 방구부채가.
-방구부채.
-방.
-그거 아니구먼.
-어떤 게 더 그리기 좀 쉬운가요?
-이게 더 쉬울 것 같은데요?
-이게 더 쉬워?
-둘 다 어려우실 거예요.
-그래요?
-접선이랑 방구부채에 그림을 그리실 건데요.
선면이 다 한지로 돼 있어요.
그래서 물감이나 사인펜 이용하실 때 물 너무 많이 하거나 많이 문대면 찢어질 수 있으니까 물 조금씩 써주시고요.
그림 자유롭게 그리시면 돼요.
-선생님 혹시 저도 방구부채로 바꿔주실 수 있나요?
여기다가.
-이게 더 큰가요?
-응.
바꿀래?
-줘, 줘.
-고맙습니다.
-어차피 난 뭘 그려야 될지 모르겠어서,
지금.
-이렇게 뭔가 재료들 있으니까 학교 다닐 때 미술 시간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데 문제는 학교를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됐다는 거.
-저는 이런 합죽선에 그림을 그려봤는데 이 재료들이 한국화 재료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궁금해요.
이거는 사실 안 써봤거든요, 재료를 쓰면서.
-이거 뭐 1등.
안 되겠구나, 화자가 있어서.
또 참.
가서 이제 어디 가면 이렇게 뭘 하는 걸 좋아해?
-전 엄청 좋아해요.
-체험하는 거?
-네, 체험하는 거.
무조건 해요.
그러면 나중에 그 여행지의 기억이 정말 많이 나고 그 완성품을 보면서도 또 한 번 더 그때의 여행을 되돌릴 수 있고.
-떠올리게 되고?
-네.
그 기억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축이지?
난 끌려가는 쪽인 것 같아.
그러니까 누가 같이 가자, 그러면 가서 하고.
먹으러 가자 그러면 뭐 먹고.
그것도 괜찮아.
-그렇구먼.
사실 이런 걸 되게 좋아하기는 하는데 나는 늘 시간이 없어서 못하지.
-뭘 그렇게 바쁘세요?
-그래, 그것도 있어.
그러니까 좀 약간 느긋하게 와서.
-그러니까, 느긋하게 와서 뭔가를 해야 되는데 나는 보통 이제 움직이면 4군 데,
5군 데를 막 확확 치고 가야 되는 그런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
-취재로 보통 가시죠.
-응.
그러니까 이제 이런 체험을 하고 싶어도 그냥 사람들 하는 거를 사진을 찍고 넘어가든가.
-가족 여행할 때는 아이들 때문에도 체험을 하지 않으세요?
-아이들을 시키고.
아이들을 시키고 나는 사진을 찍어주든가 아니면 애들 하고 있을 때
나는 관장님이나 이런 분들하고 얘기를 하고 있으니까.
-재밌다.
완성.
-최선은 다했습니다.
-느낌 있어요.
-이게 내가 봤을 때는 자기가 막 그리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몇 개 갖다 붙인 것 같은데.
-얻어 걸린 거야.
-저는 마음에 들거든요, 굉장히.
-전주의 만경강 상류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해가 뜰 때 안개에 덮힌 산을 표현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의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은 그림이 나왔다.
앞날이 이렇게 암담한 느낌에.
-암담하긴 뭘 암담해.
몽환적이고 좋구먼.
-그런데 정말 느낌이.
-작품 같은 느낌이 있어.
-은미 거.
-이거는 뭐.
-저는 아주 일상적인 그림을 그려봤어요.
결국 부채 하면은 가장 생각나는 게 매화인 것 같아요, 저는.
-형은 왜 그랬어?
-저는, 저는 옆에 정태겸 작가를 그렸습니다.
-닮은 것 같아.
-일단 기가 느껴지지 않습니까?
아닌 걸로.
-잘 그리셨어요.
-달마 잘 그린다니까요?
-전문가세요, 전문가.
-일단은...
가끔 그려요.
-자꾸 내 옆에 갖다 놔.
-가끔 집에서 이제, 붓펜이 좀 있어서 붓펜으로 좀 가끔 그리는데, 오늘은 이제
이 붓으로 그려서 그런대로 했는데, 옆의 태겸이를 생각하면서.
-제가 이틀 밤을 새우고 자고 일어나면 저 모양이 됩니다, 제가.
-이거 한 방이면 주변의 잡스러운, 요망한 것들이 물러갑니다. 싹!
-진짜...
창피해.
-요망한 것들 물러가라 좀. 재밌긴 재밌네요, 정말.
-맞아요.
이런 체험이 진짜 재밌어요.
-이럴 기회가 저는 많이 없었던 터라.
사실 조금 목마르긴 했어요.
-그래?
나는 체험을 어디 막 하러 가는 편은 아닌데, 이거 재밌네.
-재밌지?
-재밌어요.
-전주 합죽선이라는 거, 이 부채라는 걸 알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 데리고 와서 하면 참 재밌을 것 같습니다.
-이제 여름 되니까 딱 가지고 다녀야죠.
-그러니까요.
-꼭 여기서 안 해도 왔다가 이거, 백지상태의 부채 가지고 가서 아이들한테 선물로 줘서.
-맞아요.
-너 그리고 싶은 거 그려라, 해도 되겠다.
-부채 드니까 갑자기 좀...
-부채도사 같아?
이거 형 가져, 이거 내가 들게.
내가 이렇게 들고 다니면 되잖아.
-괜찮다.
-서로에게 선물한 걸로.
-담벼락 좋잖아, 하늘도 좋고.
-그러니까요.
-고즈넉함.
그리고 골목골목이 주는 어떤 정취 같은 게 있지.
-그러니까 좀 이렇게 예전 시대의 모습도 좀 남아 있고 하면서 그런 느낌들이 좀 있잖아.
여기는 소도시 여행하는 그런 느낌 같은 게 있기는 해.
-현대랑 그 중간에 있는 어떤 근대랑 그리고 또 어떤 과거의 모습들이 다
공존하는데, 맛의 고장 전주까지 와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지금 오빠가 내밀려고 하는 말.
-그렇지?
그래, 은미가 이야기하기 전에 네가 딱.
-배고팠구나?
-진짜 배고파요.
-그래.
-뭐 먹냐?
-그러면 이렇게 합시다.
전주에 와서 먹을 게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생각했을 때 정주에서 꼭 먹어야 하는 1번이라고 생각하는 거.
-쉿, 쉿.
그냥 데리고 가.
가자.
-그래.
-그냥 가라.
너무 길어.
-배고파.
-진짜 정갈하게 잘 나온다, 여기.
-그러니까요.
-명성은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도라지정과.
우리 집 특기.
-도라지정과가요?
-도라지정과.
-이게 도라지정과?
-도라지정과.
-도라지정과.
-이거 도라지 무치기만 해서는 정과가 안 돼.
-전주비빔밥이라고 부르려면, 전주비빔밥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조건이 있을 거잖아요?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데, 비빔밥의 단연코 주연 배우는 콩나물.
-콩나물.
그리고 황포묵이 들어가는 것도 특징인데.
-그렇죠.
이것이 비빔밥에 안 올라가 있으면 전주비빔밥 아닌 걸로.
-그렇지.
-녹두로 해서 치자라는 열매가 있어요.
그 치자로 색을 낸 거예요.
-콩나물하고 황포묵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야 하겠네요?
-그렇죠, 그렇죠.
-전주비빔밥이라고 한다면.
-그렇죠.
다른 재료들은 다 전국적으로 다 쓰는 재료들이니까.
그런데 콩나물이 연한 것이 특징이고 황포묵이 들어간다는 거.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나 이거 사진 찍어 놓아야겠다.
-저도 좀 공유 좀 해 주세요.
저 이미 비벼 버려서.
급한 마음에.
-은미 배고프구나.
-터뜨렸어요.
-많이 급했구먼.
-아니야, 이건 동영상으로 찍어야 해.
이 안에 이렇게 밥이 비벼져 있고.
탁!
쫙.
-왜 개인 방송을 하고 있어요, 여기서?
-다 비벼졌어.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참 이거...
복스럽게 먹어야 해요.
비빔밥은 오방색이 다 들어간 거잖아요.
한입에 복을 다 먹는 느낌으로.
-이제 한 입만 나올 때가 됐다, 한 입만.
-왜 서울에서 먹는 전주비빔밥보다 전주에 와서 먹는 전주비빔밥이 더 맛있지?
-당연한 거 아니에요?
-당연한 거 아니야?
-본고장이잖아요.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는 두세 배 맛있어.
-콩나물이 진짜 야들야들해요.
-그러니까, 전주비빔밥 요즘에 안 먹는다고 그러지만, 확실히 전주 음식에서 전주비빔밥 빼놓을 수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이거, 이거 좀 궁금하다.
-황포묵?
드셔 보세요.
-황포묵.
-황포묵이 녹두 청포묵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치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황포묵이 됐다.
이거인 거지?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그렇게 나온다고?
-심플해야 해.
-좀 더 탱글탱글한 것 같기도 하고요.
-맛있어.
-이게 워낙 고급 음식이라.
-그렇지.
-청포묵 자체가.
-확실히 미식에 관해서는 뭐, 전주를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
-맞아요.
전주가 워낙 유명하잖아요, 먹는 거로.
저 피순대도 진짜 좋아하거든요.
너무 맛있잖아요, 피순대.
너무 맛있다.
-도라지정과가 왜 이렇게 맛있지?
-밥 먹고 먹어요.
혼자 다 먹었어.
-콩나물국 예술이다.
-그렇죠?
-전주에 먹을 것 참 많다고 하지만, 전주 오면 역시 전주비빔밥은 빼놓을 수가 없네요.
-이거, 이게 1번인 이유가 있다.
이렇게 먹고 저녁에 이제 또 다른 메뉴와 함께 술을 먹고, 다음날 해장하느라고 콩나물 해장국 먹고.
-막걸릿집도 가고.
-이거는 또 생각나겠다.
-그렇지?
-미식가 두 분 오빠가 이렇게 인정을 하는 맛이라니.
-그런데 진짜 전주비빔밥은 인정해야 해.
-너무 잘 먹었다.
-하나, 둘, 셋.
진구야, 이거 한번 해 줘요.
-그런 거 시키고 그러지 마라.
-여기 너무 예쁘다.
오랜만에 오니까 더 예쁜 것 같아요.
진짜, 지금 마침 장미가 피어 있으니까 더 예쁘네요.
-동네를 다 이렇게 예쁘게 잘 꾸며놨냐.
-이건...
-아로미다, 아로미.
-개구리 왕눈이.
개구리 왕눈이.
-우리 때 정말 흥했던.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이거 너무 슬픈 만화.
-투투.
-맞아요.
맞아요.
-가재.
그리고 그 연못에.
-메기, 메기.
-그렇지.
메기.
메기가 왕이야.
-메기가 왕이었어요?
-메기가 왕이야.
-끝판왕이었어.
-투투가, 아로미 아빠가.
-투투가 아로미 아빠구나.
-아로미 아빠가 그렇게 하고, 행동대장 가재.
한번 팍 때리면 청개구리가 저쪽까지 날아가서 털썩 떨어지고 막 울고.
오카리나 어디서 구해서 막 불고.
-그랬어요?
-그래서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너무 웃기지 않아?
나는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웃기다.
울지 말고 일어나서 힘차게 뭘 해라, 이러는데 피리를.
-한 대 맞고 이렇게 날아가서 이렇게 울고 있는데 일어나서 피리를 불라고.
-저거 정말 너무 슬펐다.
-맞아요.
-그런데 우리 어릴 때 보던 만화들이 기본적으로 슬퍼.
-맞아요.
-플란다스의 개도 그렇고 개구리 왕눈이도 그렇고 은하철도 999도 그렇고.
-맞아요.
-밍키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알아?
-밍키가 왜 슬퍼?
-되게 행복하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밍키 교통사고 나서 죽잖아.
-진짜요?
-아니야, 그걸 암시하는 자동차가 이렇게 앰뷸런스 미니카가 지나가나, 아무튼 그렇게 끝났을 거야.
-뭔가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
-완전 잔혹동화.
-밍키 변신 장면은 정말 예술이었지.
-참 이런 거 기억 잘해.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목요일에는 노란 장미를~
-거기밖에 모르죠?
-당신에게~
-마이클 잭슨.
-비틀즈다.
-저기 비틀즈.
-Yellow submarine.
-Yellow submarine
-불러 봐.
-(함께) Yellow Submarine~
-다 똑같아.
-그럼요, 한국 사람이네요.
-맛있겠다.
-여기 들어갔다 가요.
저 목말라요.
-들어가 보자, 들어가 보자, 들어가 보자.
-갑시다.
-엄청 귀엽다.
-여기는 캠핑온 것 같다.
-그러네.
-저쪽에 놔?
-여기 좋다.
-여기 들어와 있으면 저를 왕자님에게 데려다 주시나요?
-아니거든요.
-아니요, 곧 배가 올 거예요.
-너무 아늑하다, 여기.
-좋다, 여기.
-진짜 잘 만들어놨다.
-어떻게 이렇게 명당을 잘 고르셨대?
-딱 이렇게 한 바퀴 돌다가 와서 쉼표 찍으면서 차 한 잔 딱 하시고.
-그러니까.
편해 보인다.
-괜찮다.
좋네.
-전주 한옥마을 불과 여기서 길 건너잖아, 여기.
-맞아요.
-길 건너에 이런 데가 있었네.
-그러니까 딱 그 코스네.
-여기 예전부터 굉장히 유명한 곳이었어요.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지, 왜?
-진짜?
옛날에도 왔었어, 여기?
-네, 벽화들도 많이 보수된 것 같고 항상 같은 벽화가 아니다 보니까 저도 오랜만에 왔으니까 좀 신선하네요.
-전주 와서 되게 옛날 생각 새록새록 하겠다.
-맞아요.
거의 제가 왔던 것도 7년 전쯤이니까요.
-생각보다 오래됐네.
-시간이 진짜 금방 가더라고요.
-얼마나 있었던 거야, 여기서?
-한 2년 정도 한옥마을에서 공방을 운영했었어요.
-운영.
공방을?
-장사 잘됐겠다.
-그러니까.
-아니요, 생각보다 잘 안됐어요.
망했어요.
2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망했다는 얘기 왜 이렇게 안 믿기지, 왜 이렇게, 나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데 역량의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하루 안에 그릴 수 있는 거 만들 수 있는 게 제한적이고 그런데
판매할 때는 가격이 낮으니까 그게 판매가 돼도 큰 수익이 안 되는 거예요.
-뭔 말인지 알겠다.
-그런데 그래도 어쨌든 좋아하는 걸 해서 처음으로 제가 사업을 하면서 이렇게 지냈던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힘들었던 것도 생각나고 좋았던 것도 생각나고
사실 힘들었던 것도 정말 큰데 좋았던 게 훨씬 더 커서 그게 다 이렇게 포용해지는 그런 느낌이거든요.
-전시 같은 거 준비 되는 게 있어, 지금?
-그림책 그리고 있거든요.
-정말?
-그림책 원화전도 10월에 할 예정이에요.
-태겸이 어떻게 책 쓴다며?
-나 책 쓰는 건 쓰는 건 다 썼고 나오기는 아마 할 것 같은데 후반 작업 중이니까.
형은 어떻게 지내요?
-오빠 어디 캐스팅됐다고 얘기 들었는데.
-요즘 자꾸 악역으로 들어오는데 재밌어.
-잘 어울려요.
잘할 것 같아요.
-드라마 망가뜨리는 재미도.
얼마 전에도 갑자기 캐스팅된 일일드라마에 점점 악역을 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야.
-맞아, 악역 하는 분들이 가끔 희열 느낀다면서요.
평소에 못 하는 것들을 막 하니까.
-그렇다고 뭐가 억눌려 있던 건 아니고 그냥 아무튼 그런 재미가 있었어.
아무튼 간에 다 좋네.
태겸이도 하고 전시회 준비도 하고 나도 드라마 들어가고 전주에 와서 또 이렇게한번.
-그러니까.
딱 타이밍도 너무 좋았다, 진짜.
-맞아요, 날씨도 너무 좋고.
-그런 거 있다, 진짜.
여행지에 여행을 다니고 나면 나도 일로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여행을 가서 정말
나에게 뭔가 치유를 해주는 여행지를 만나면 그다음에 돌아가고 나면 몸은
조금 당분간 피곤할 수 있는데 그 에너지가 정말 배가 되는 느낌 있지.
-맞아요, 사실 저 고백하자면 전주에서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보니까 살짝 그 힘든 게 아직 환기가 안 된
느낌이었거든요.
-누구야?
누가 이렇게 힘들게 했어?
-너무 힘들었어요, 2년 동안.
그랬는데 오늘 그게 확 환기가 됐어요,
지금.
좋은 기억으로 이렇게 다 그 안 좋은 기운을 다 몰아낸 기분이 들어요.
너무 좋아요, 지금.
-맞진 않지만 커피로 건배 한 번 할까?
-짠.
-하나, 둘, 셋.
-(함께) 짠.
-내가 여행하면서 늘 하려고 하는 건데 여럿이 같이 여행을 와도 따로 또 같이
자기만의 여행의 시간을 가지는 그걸 부록처럼 넣어서 다채롭게 여행을 만들고 싶었거든.
그거를 좀 나는 오늘 해봤으면 해.
-좋아요.
-오케이, 그러면 각자 자기가 가고 싶은 데를 갔다가 다시 모이는 거로.
-형은 어디 가고 싶어 했어?
-난 비밀이에요.
-비밀이에요?
-네.
비밀인가요?
-저요?
-갔는데 또 똑같은 데 가는 거 아냐?
-어디서 모여.
이럼 의미가 없잖아.
-그러면 각자 가고 싶은 데를 가서 다시 모이는 걸로.
-오케이.
-좋아요.
-그럼, 이동합시다.
하나, 둘, 셋.
-(함께) 뿅.
-너무 예쁘게 잘 찍히는데요?
-싱잉 인 더 레인~
완전 비 내리는 거랑 똑같네.
-진짜 멋들어진 데다.
현판이, 글씨가 술취한 것 같아.
전주 여행의 새로운 묘미가 이런 거겠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흐느적 흐느적한 것 같아요.
글씨로 정말 기가 막히게 표현했어요.
-대한민국에 남아 있는 객사 현판 중에서 가장 큰 현판입니다.
-이렇게 큰 현판은 처음 봤어요.
-굉장히 크지요?
올해 과거 시험을 어떻게 봤냐.
과거 치르는 법을 가르쳐 주는 거예요.
-족집게 과외를 받은 거구나.
-족집게 과외를 받은 거예요.
-이분이 장원 급제를 해요.
-크게 성공한 다음에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이런 스토리를 알고 글씨를 보니까 이 에 또 굉장히 정이 막 느껴지는 것 같아요.